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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는 보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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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8, 2019 00:01에 작성됨.

시라이시 츠무기가 받은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미안, 착각해서 30분 늦을 것 같아!’
  별 일은 아니었다. 촬영을 마치고 프로듀서가 데리러 오는데, 데리러 와야 하는 시간을 착각했을 뿐이다. 츠무기가 30분만 더 촬영장 구석에서 프로듀서가 오기를 기다리면 될 뿐이다. 다음 일정에 조금 늦게 되겠지만, 방송일이란 언제나 여유시간을 두고 있으니 상대방에게 큰 폐를 끼치지도 않을 터다.
  별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츠무기가 짜증이 난 건, 프로듀서의 지각이 별 일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정말로 믿음직하지도 못하군요. 메시지를 본 츠무기는 바로 답장을 쓰려고 했지만 사진작가가 자신을 불러서 사진을 보여준 탓에 우선 답장을 미루었다. 그리고 사진을 보는 잠시동안, 5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는 마음 속으로 프로듀서에게 할 말을 정리했다.
  ‘정말 질렸습니다. 툭하면 지각하고 당신은 사회인이라는 자각이 있으신 건가요? 오늘의 계획은 이미 저번주에 짜여진 것이었고, 아침에도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는데도 또 늦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사회인이라면 조금은 더 시간 관리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어른으로서 진지하게 약속을 지켜주세요.
  그게 아니면 혹시 당신은 저를 가볍게 여기시는 건가요? 저와의 약속은 진지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 아닙니까?’
  마음 속으로 정리한 말은 순식간에 메시지로 쓰인다. 몇 바이트 되지 않는 글자는 순식간에 프로듀서에게 전송된다. 메시지란에 옆에 적혀있는 숫자 53은 순식간에 50, 44, 30... 으로 줄어든다. 잠깐만, 53? 1이 아니라?
  츠무기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765 아이돌 단톡방’ 이라고 적힌 메시지 방 이름을 확인했을 때, 메시지 옆에 표시된 숫자는 21로 32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읽은 뒤였다.
  그렇게 시라이시 츠무기는 프로듀서에게 보내야 했을 질타 메시지를 아이돌들에게 실수로 공개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돌아가기 전에 프로듀서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늦게 츠무기를 데리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츠무기가 아무런 구박도 하지 않고 그저 아무 말 없이 있던 것부터 그렇게 느꼈다. 그 다음에는 카오리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에게 마실 걸 하나 사준다거나, 타마키나 이쿠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거나, 하루카가 괜히 쿠키를 하나 더 준다거나, 치하야가 ‘저도 옛날에는 저렇게 보였을까요...’ 중얼거리며 오랜만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다거나, 히나타가 꼬옥 하고 안아준다거나, 이오리가 괜히 화를 낸다거나... 뭔가 이상한 조짐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무엇이 이상한지 깨달은 것은 사무실에 돌아가서였다.
  “오, 왠일로 모여있어?”
  시어터의 사무실. 평상시대로라면 삼삼오오 모여있을 아이돌들이 한 자리에 뭉쳐있었다. 밝게 인사하며 아이돌들이 뭉친 쪽으로 다가가던 프로듀서는 이상한 느낌을 다시 느꼈다. 리츠코와 코노미, 리오 등이 츠무기를 상대로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츠무기는 어째서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리츠코나 코노미, 리오도 왜 평소랑 달리 좋아보이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고 말이지?
  “무슨 일이야?”
  조금 무서웠다. 여자들 사이의 일에 끼어들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그럴 순 없다. 프로듀서는 용기를 내서 바로 참견한다.
  “...프로듀서, 죄송했습니다...”
  츠무기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바로 프로듀서에게 사과한다. 응? 뭐야? 무슨 일이야? 츠무기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 자체도 심히 당황스러운데, 이런 분위기에서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사과를 받으면 혼란스러워진다. 하아. 리츠코가 한숨을 쉬고는 프로듀서에게 자신의 폰을 보여준다. 폰을 보면 츠무기가 질타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평상시대로의 질타인데 뭐가 문제지?
  “그게 문제에요, 프로듀서”
  아, 잠깐. 왜 이 메세지를 리츠코가 가지고 있어? 그 질문을 시작으로 프로듀서는 전후사정을 알 수 있었다. 츠무기가 실수로 자신에게 보내야 할 메세지를 애들에게 보내버렸구나.
  “...그러니깐 츠무기가 나를 이렇게 질타하는건 좀 심한 거 같다는 거지?”
  “츠무기쨩이 성실한 건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응하는 건 너무한 거지”
  “물론 지각한 프로듀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좀 과잉반응인 거 같아”
  난감하네. 프로듀서로서는 이미 츠무기에게 이런 메세지를 받은게 한 두 번이 아닌지라 별 일 아닌데,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었다. 프로듀서가 자신들을 위해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도 알고, 52명이나 담당하니깐 일손이 부족한 것도 아는데 이렇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백 보 양보해서 프로듀서가 잘못을 했을지라도 이렇게 심하게 지탄하는 건 좀 아니지.
  프로듀서로서는 이렇게 큰 일이 되는게 오히려 부담되었다. 나는 괜찮은데 말이지. 그리고 츠무기가 혼나는 게 오히려 더 난감하기도 하고, 다들 이렇게 사이가 좋아지지 않는 게 더 싫고 말이지. 그래서 결심한다. 츠무기를 이 자리에서 변호하기로.
  “잠깐만 잠깐만, 다들 그게 아니야”
  그 자리에 있던 아이돌들이 전부 프로듀서를 바라본다.
  “우선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지. 실제로는 츠무기가 요구하는 거의 반절은 못해주고 있으니깐 말이야. 물론 모두에게 다 잘해주려고 하고, 츠무기에게도 다른 애들만큼은, 아니 그 이상은 해주고 있긴 해. 아직 최대한 열심히인지는 조금 애매할려나? 아무튼.
  그리고 52명이나 담당하니 일손이 부족하다지만, 그래도 츠무기를 담당하는 프로듀서는 나 하나 밖에 없잖아? 당신에게는 아이돌이 52명일지 몰라도 저에게 프로듀서는 당신 1명 뿐이니, 당신은 저에게 온전히 잘 해주셔야 한다고요, 라는 말도 들었고 말이지, 나는 이 말에 동의해. 그러니 그것도 변명거리로 삼기는 애매하지... 응? 누가 그렇게 말했냐고? 츠무기가...
  아 아무튼, 그리고 말이야, 심하게 지탄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야. 이보다 심한 말도 많이 들어봤고, 이 정도의 지탄은 일상다빈사로 받는데 뭐.
  그러니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츠무기가 심하게 지탄한 건 아니야. 너무 츠무기를 뭐라하지 말아줘. 츠무기도 속으로는 나를 생각해서 저렇게 말해주는 걸테지. 응? 누가 심하게 지탄하고 자주 지탄했냐고? 일단 그건 비밀로 해둘게... 아, 아니야! 외부 사람은 아니고 내부 사람이야, 응응”
  프로듀서는 최대한 변명했다. 츠무기를 위해 최대한 해명했다. 아이돌들은 그 얘기를 들었다. 츠무기에게 더 잘해주고 있지만 츠무기는 그런 프로듀서를 부족하다고 평소에도 지탄하고 더 심하게도 지탄했다는 거군요? 해명은 빠르게 정리된다.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츠무기의 표정만이 암흑물질 레벨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째서 해명을 했는데도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듀서였지만, 당장 취해야 할 행동은 파악한다. 일단 다들 진정하자고. 한 마디 꺼낸 프로듀서는 모두를 적당히 해산시키고, 츠무기를 바로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운다. 다들 일단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츠무기는 우선 오늘 퇴근하고, 내일은 오후부터 일이니깐 오후에 나오도록 하자. 프로듀서의 결론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츠무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무릎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츠무기가 안쓰럽기도 해서 프로듀서는 농담을 꺼낸다.
  “츠무기, 닭이 쓰는 돈이 뭔지 알아?”
  “......?”
  츠무기가 나를 돌아다본다. 그 얼굴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요, 라고 묻고 있었다. 함부로 말을 꺼내면 안 될 것 같다. 그걸 알겠으면서도, 프로듀서는 결국 농담을 꺼내버린다.
  “에그머니”
  “......”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다. 용기를 낸 이유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더욱더 어두워지고 무거워진 것 같다.
  “당신이란 사람은...”
  깊고 무거운 어둠 속에는 누구든지 집어삼킬 강력한 분노가 있었지만, 그 분노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아니, 어둠 속으로 삼켜진 것이지만.
  “...하아, 아닙니다...”
  츠무기는 말을 삼킨다. 평소에 자신이 말을 심하게 한 탓에 방금처럼 혼난 것이다. 연장자들의 말을 받아들여야겠지. 자신이 잘못한 것도 꽤 많긴 했고.
  “미안”
  “아닙니다”
  정적이 흐른다. 둘 사이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간간히 차가 덜컹 거리는 소리, 옷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몸을 조금 뒤척이는 소리만이 날 뿐이다.
  “츠무기, 그, 너무 신경쓰지마”
  “......”
  “다들 평소 츠무기가 나한테 하는 걸 못 보다가 봐서, 뭐랄까, 어색해서 저러는 것일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당신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시는 건지요?”
  “으응, 심각하지 않은데 다들 너무 심각하게 해석하는 거 같은데...”
  빠득.
  “이게 다 당신 탓 아닙니까!”
  “어, 어?”
  프로듀서가 당황한다.
  “평소에 제가 하는 말에 단지 맞춰서 대답만 하고, 저에 대해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아서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게 된 것 아닙니까? 당신은 어째서 이런 저를 평소에 꾸짓거나 하지 않으신 건가요?”
  “아니, 그야, 그, 내가 잘못한 거기도 하고...”
  “당신은 바보입니까? 당신보다 어린 아이가 당신에게 심한 말을 하는데도 받아들이기만 하시나요? 어른이고 사회인이라면 저를 대할 때 가끔은 꾸짖기도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
  아니, 어른이라고 꾸짖거나 그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당신이 그렇게 무른 사람이니깐 문제인 겁니다! 당신이 받아준다고 계속해서 지탄의 강도를 높여간 저도 잘못이 있습니다만, 평소에 지탄을 해도 건성으로 받아들이는 당신의 잘못도 큽니다! 이제 다들 저를 성질 나쁘고 입이 험한 여자로 생각할 것 아닌가요!”
  “아니야, 괜찮아”
  “괜찮기는요!”
  “츠무기는 원래 성질이 쎄고 말이 조금 쎈 편이고, 다들 그건 알고 있었고...”
  “뭐라카노 참말로! 당신 성격이 그따구니깐 내가 이리 이상한 말만 하게 되고 다들 나를 완전히 나쁜년으로만 볼 거 아이가! 이제 다들 낯짝을 우야보노!?”
  프로듀서는 갑작스러운 사투리 공격에 당황한다. 어쩌지? 츠무기가 지금 완전히 당황했다. 츠무기가 지금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일단 달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츠무기, 너무 당황하지 말고, 일단 진정해봐. 츠무기가 한 말이 표현이 그랬을 뿐 심한 말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면 다들 츠무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 거야. 응, 그래, 이렇게 말해주자. 프로듀서가 할 말을 정리하고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츠무기, 그 말...”
  “너무 심한 거야”
  “응?“
  “엩?”
  갑자기 차 뒷좌석에 들린 목소리에 둘은 뒤를 성급히 돌아본다. 누워있던 호시이 미키가 그런 둘과 눈을 마주친다. 츠무기를 태우고 바로 차를 몰고 나온다고, 뒷좌석에 누가 있었는지 보지 못했던 건가...! 프로듀서는 놀란다. 츠무기는 경악한다.
  “미키로서도 이건 그냥 보고 넘기지는 못하겠는 거야...”
  타닥, 타닥, 열심히 폰을 치는 미키. 츠무기는 그걸 말리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뒷좌석까지 닿기에는 너무 멀다. 성실하게 맨 안전벨트가 그녀를 방해한다.
  “잠깐만 미키, 이건 오해야”
  “미키가 직접 들은 건데 오해고 뭐고 없는 거야”
  “츠무기가 정말로 심한 말을 했다면 저렇게 말하지 않고 말이지”
  “난난!!!”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휙 돌려버리는 츠무기. 갑자기 돌아가는 운전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차. 모두들 디비지는 차 안.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가버리는 차...
  765 사무소 소속 자동차 전복사고는 이렇게 벌어진 것이었다.




  사고는 의외로 큰 영향을 끼쳤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던 프로듀서는 전치 8주로 손과 턱이 골절당했다. 손을 쓸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는 쌍황이 되었다. 미키는 경상이었지만 전치 4주로 손가락 골절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아주 가벼운 기억상실로, 차 안에서 있던 일만 기억하지 못한다. 츠무기로서는 다행이었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에 경미한 생채기가 난 것도 다행이었지만, 프로듀서나 미키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메세지도 보내지 못한 게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것이다.
  자고 있는 프로듀서를 내려다본다. 50여명의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속에서, 프로듀서는 자고 있었다. 의사 말로는 시간문제일 뿐, 금방 나을 것이라고 한다. 그 말에 모두들 안도했다.
  “아 맞아요”
  카오리가 갑자기 말한다.
  “프로듀서가 사고를 당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요?”
  “네, 안타깝게도.. 갑자기 차가 미끄러져서”
  츠무기가 대답한다.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자위대의 기술을 써서 블랙박스를 복구해왔어요!”
  “엩”
  “제가 가져왔는데, 지금 다들 모였으니 같이 들으면 좋을 거 같아요”
  “자, 잠시만요”
  “케이블로 바로 연결하면 여기 병실 텔레비전으로..”
  “잠깐만요”
  “틀게요”
  “난난!!!”
  츠무기의 외침이 병실에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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