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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미 리아무 [wonderwall]

댓글: 16 / 조회: 1085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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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7, 2019 14:54에 작성됨.

유메미 리아무에게는 유메미 노에루라고 하는 언니가 존재한다. 아마 큰언니의 이름은 폴이었던 것 같다. 물론 개소리다. 나 유메미 리아무는 무남독녀다. SNS가 길렀고 세상의 어둠이 성장시킨 유토리 세대로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희생양인 세대다.


"야무야무야무야무...... 꿀꺽. 잘먹었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 그래, 미국간 언니가 잠시 일본에 돌아오니까 나 좀 프로듀서사마 집에 숨겨달라는 이야기였지. 어쩌면 엄마랑 아빠까지 올 수도 있고. 그러니가 숨겨줘 프로듀서사마."


물론 내가 무남독녀라는 말 또한 거짓말이다. 내 위로 나만큼 개성적인 이름을 가진 언니가 하나 있다. 게다가 화가다. 미국에서 살고 있다. 아마 알로라 근처에서 섬 순례의 마지막을 담당하고 있을 법 하지만 이름이 말리화인 건 아니다.

이번에는 옆집 츠치모토처럼 잘좀 해보자 오오모리야. 오타쿠 지갑 털어먹는 게 존나 개꿀이긴 해도 최소한의 할일은 하자고.


아무튼 그래서, 내 요청에 대한 프로듀서의 대답은?


".....미쳤냐?"


프로듀서의 벌어진 입 속, 미처 다 씹지못한 빵조각이 보인다. 야무야무.


"니 모가지는 둘째치고 내 모가지도 날아간다는 건 알지?"


"에에....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스스로의 행실을 잘 돌이켜봐. 사랑받을만한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SNS는 매일같이 불타오르다 못해 금지당하기 일쑤지만 질리지도 않고 부계와 뒷계를 만들어 매일같이 어그로를 모아대며 터지고, 툭하면 멘탈 나가버려서 발 닫는 온갖 곳에서 쫓겨나고, 방송 나가면 입에 담는 건 방송금지용어에 간호전문대는 반 이상 때려친 앰생 병신.

그리고 가슴이 크다.


"가슴. 완벽하네."


"너 그거 시즈쿠나 타쿠미 앞에서도 말할 수 있어?"


"아직 인간 사이즈인 가슴. 젖소보다야 낫지 뭐."


"젖소 보고 시즈쿠라 부르... 크흠."


프로듀서가 얼굴을 붉혔다. 그 홍조를 보고 무심코 웃어버렸다. 존나 야무.


"아무튼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알지?"


"어떻게 해서도 안돼?"


"....방 위생상태 문제라면 이번 주말에 쿄코를 다시 한 번 파견해줄 테니까 참아봐."


우와, 방이 깨끗해지겠어. 생각해보니 아이돌 일 시작하고 나서부터 청소도 제대로 안하면서... 아니 그전부터 청소 같은 건 안했지. 프로듀서가 불러준 쿄코가 다녀간 다음에서야 오랬만에 방바닥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깨끗한 방이 아닌걸. 아니 깨끗한 방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청소하는 건 귀찮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깨끗하다고. 지난번에 청소해 준 덕분에."


"믿으라고? 한번 가서 검사할까?"


물론, 청소 따윈 하지 않았다. 아직 바닥이 보이고 쓰레기봉투 더미가 내 가슴까지 오지 않았을 정도다. 벌레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럼 나야 좋지. 언제든지 와 보라고!"


대답 대신 꿀밤이 돌아왔다. 담당 아이돌에 대한 폭력이다.

이 이상 회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갈 곳에 대한 이야기 따윈 없었다.



--



"야무....."


이렇게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 꽤 심각한 문제다.

우선, 엄마랑 아빠랑 언니는 일본에 제대로 된 거주지가 없다. 정확히는 도쿄 근교에 말이다. 주소지는 있지만 거주지는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애초에 그 집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지.... 1년이 좀 안 된다. 대학 진학 때문에 도쿄로 이사온 거니까. 


아마 이번에 온다는 것도, 그 집을 처분하기 위해서겠지. 안 쓸 거면 나한테나 주지. 어차피 서로 얼굴 볼 일도 얼마 없으니 나 가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적어도 방학 동안 돌아갈만한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좁은 원룸보단 넓은 집을 혼자 쓰는 게 더 좋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연한 일이다. 거긴 나가기 전에 업자 불러서 싹 청소까지 해서 벌레도 안 나온다. 내 원룸이랑은 다르게.


그 집, 꽤 좋았는데.

일단 몇 년 동안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가족 4명이 다 살기에는 약간 비좁은, 아담한 2층집이었지만 그래도 혼자 살기에는 충분히 좋았다. 반 억지로 간호전문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계속 거기서 살고 있었겠지. 게다가 주변에는 아무도 살지 않던 거 같고. 엄청 조용했거든.


"....."


마지막 남은 라면이 냄비 안에서 끓어오른다. 아이돌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이런 걸 자유롭게 먹을 수 없게 된 게 조금 불편하다. 칼로리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며 트레이너가 강제 단식을 시켜버린 거다. 


어쩌라고. 집에서 해 먹는 건 이것뿐인데. 가끔씩 소면이나 소바 정도인가. 채소 같은 걸 만져본 게 몇 년 전이더라? 아, 방금 만졌구나. 파.


계란과 파를 풀어넣는다. 한국 회사가 만든 라면이, 동네 라면집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 인터넷에 올리면 다시 한 번 타오를 수 있을까? 


어차피 계정이야 새 거 만들면 되고. 이번엔 회사에 안 들키게. 지난번 건 들켜서 정지당했으니까.

하지만 만들기도 귀찮다. 아이돌이 이런 노력을 귀찮게 여기고 게을리하면 인기를 얻고 빛나기란 요원한 일일 테지만, 조금 더 편한 길을 찾고 싶다. 적어도 레슨 없는 걸로. 다행히도 내일은 레슨이 없다.

대신 학교가 있다. 그리고 일거리도 있다. 금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하아.... 귀찮아."


일거리를 핑계삼아 학교를 빠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빠졌다간 첫 학기부터 학고를 맞을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두 번씩이나 오게 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고물 인덕션의 전원을 내렸다. 잠시 후, 내 키보다는 낮은 쓰레기 봉투의 언덕이 조금 더 높아졌다. 아직 최고기록은 갱신하지 못했다.



--



밤.

벌레가 스멀거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물론 어디에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족도 온다. 애매한 시간에 일어나서 잠을 설쳤다. 남겨서 식어버린 라면 국물 냄새가 난다.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가족 일 같은 건 나중에 생각하자. 아니지, 가족 일 때문에 학교를 못 갔다고 해버리자. 유교권에 속하는 동아시아 국가에선 가족이란 절대적인 중대사다. 시발.


"음... 으응?"


아이폰이 밝게 빛나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당한 일본제 소재를 써서 그러려나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프로듀서가 보낸 라인이었다.


[내일 학교 잊지 말고 나가. 끝나면 데리러 갈게.]


그냥, 귀찮은 걸 나중에 생각하자. 다시 정신이 어둠에 잠긴다. 벌레도 조용하다.



--



좁아터진 섬나라의 빌어먹을 찜통더위가, 에어컨도 제대로 안 틀어주는 야마노테선의 전동차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증발한 땀들도도 갈 곳이 없어 양철 상자 안쪽을 헤메이다, 결국 자기들끼리 불쾌하게 들러붙어선 안개구름이 되어버렸다.


등교길, 어쩌면 출근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불쾌함이 위장 바깥으로 치솟아오를 것만 같다. 시큼한 냄새가 역류하려는 것을 억지로 집어삼켜 누른 채, 운수 좋게 먼저 앉을 수 있던 자들을 선 채로 노려보았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경로자석에 앉은 허리굽은 할머니만 내 시선을 눈치챈 듯 나로부터 고개를 둘렸다.


"......"


덜컹덜컹

끼익


[다음 역은 에비스입니다. 내리시는 문은.....]


열차가 멈췄다.

열기가 인파에 밀려 열차 바깥으로 쫓겨났다. 나도 인파에 휩쓸리듯 바깥으로 나왔다. 땀에 푹 절은 자들과 살을 맞대며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열차엔 새로운 땀덩어리들이 들이찼다. 나 또한 땀덩어리였다. 비싼 돈을 받고 팔아야 할 자산들이 몸에서 흘러내렸다.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 요금을 청구해야 할 정도다.


....좋은 생각이 났어! 삐라빠빠삡뿌~


가는 길에 손수건이나 수건을 넉넉하게 사오자. 그리고 온몸을 닦아내는 거다. 화장품 섞인 얼굴, 감지 않고 나온 머리카락, 귀 뒤랑 목덜미, 땀으로 가득 찬 양 겨드랑이, 최근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한 뱃살, 3일째 신고 있는 양말, 그리고 가장 비싸게 팔아야 할 부분인 다리 사이의 땀까지. 물론 땀만 있는 건 아니다. 나 유메미 리아무, 100엔짜리 손수건에 땀만 적셔서 팔아버릴 정도로 서비스 정신과 양심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 러, 면, 은~ 바로 경매부터 들어갈까~"


혹시 나중에 한 소리 들어도 치히로 언니한테 수익금의 일부를 찔러주면 만사 OK다.

팔팔한 현역 대학생 아이돌의 부끄러운 냄새를 사겠다는 변태들이야 트위터에서 찾으면 세토내해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넘쳐날 거다.


콧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걷는다. 발걸음도 빨라진다. 기분이 고양되면 혈류도 가속된다고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 같다. 

가려고 했던 대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오늘은 수업을 들어줄 기분이 아니다. 땀에 젖은 손을, 땀에 절어버린 옷에 대충 문데 닦아내고 스마트폰을 켠다. 이번에 새로 산 아이폰XR이 반짝인다. 작년 12월에 산 하웨이 메이트20인가는 오래 전에 버렸다. 아니, 누구 줬었나? 아마 이벤트로 뿌렸던 것 같다. 아 몰라. 우선 올리기나 해.  그러면 반응도 좋겠지. 즉석 경매가 벌어질 거다. 내가 한 5만엔부터, 아니 3만엔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금새 10만까지 치솟겠지. 이 더운 날 양복 입고 출근하던 사축노예 앰생들 월급의 반이 들어오는 거다. 한 장당. 그리고 검색어 랭킹에도 오르겠지. 한창 핫한 해쉬태그에 '유메미_리아무의_땀'이 올라오는 거다. 특전으로 상반신 누드까지 보내준다고 하면 더 핫해지겠지. 물론 중요한 곳은 가린채로 말이야. 손가락으로. 살결이 떨리고 꼭지가 단단해진 걸 감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크으, 게다가 이거 한 장이 아니라고. 방금 센 것만 해도 얼굴, 머리카락, 귀뒤2개, 목덜미, 양 겨드랑이, 배, 양발, 그리고 비린 맛이 나는 조개. 와우, 10개잖아? 아싸찐따 씹타쿠 새끼들 빨아먹기 존내 편한거 ㅇㅈ? 앙 ㅇㅈ띠. 선행은 서두룰수록 좋다고 누가 그랬더라? 아마 내 팔로우 중 한 명이 말했던 것 같다.


트위터를 켰다. 로그아웃 되 있던 상태여서, 아이디를 입력했다.


".....아."


이미 삭제된 계정이었다.

물론 다른 계정도 있지만, 뒷계와 부계는 사람이 안 모인다. 그 누구도 모여주지 않는다, 봐 주지 않는다.


"......."


손을 들어올렸다. 아이폰이 손 안에서 꿈틀거린다. 아니, 꿈틀거리는 건 내 혈관과 신경, 근육일지도 모른다. 알 게 뭐야. 내려쳐. 씨발. 존나 쓰레기같아. 죽여버릴거야.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대리석 바닥과, 역내 조경을 위해 설치한 화분 모서리. 모서리에 정확히 내리찍어.

봐봐, 저기 경비원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잖아. 이 쓰레기도 울고 있잖아.


".....여보세요?"


울고 있다. 익숙한 노래를 부르며. 물론 아무도 모르는 노래다. 태반이 모른다. 이런 쓰레기같은 곡이 왜 여기서 흘러버린 걸까. 열이 뻗쳐버린 머리 속의 깊은 곳이 끓어오른다.


[나다. 프로듀서.]


"프로듀서님? 뭐야? 대학 가는 중인데."


[뭐야, 벌써 출발했어? 지금까지 안 갔으면 집에 데리러 갈 생각이었는데.]


"벌써 에비스역이야. 앞으로 좀만 더 걸어가면 돼."


오늘은 수업을 들어줄 기분이 아니다.


[그래? 그럼 수업 수고해. 끝나면 데리러 갈 테니까.]


"....."


[하겐다즈도 사 갈께.]


"쿠키맛."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은 수업을 들어줄 기분이 아니다. 하지만 수업 끝나고 촬영이 있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떼었다. 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편성해버린 병신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



"쟤가 그 리아무야? 처음봤어...." "수업에 얼굴 들이민 거 처음 아니야? 아직 안 짤렸던 건가?" "다른 수업에서 한 번 본적 있어." "핑크머리 실화냐?" "진짜 저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아이돌 일이 바빠서 봐주고 있대나 봐. 참나......" "진짜 아이돌이었어? 아이돌 오타쿠가 아니라?" "케이팝 같은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AV회사에서 일한다던데." "야야, 그냥 말하지 마. 신경 안 쓰면 그만이야." "그래 서로 불편하니까." "그것보다 내 남친 이야기나 들어." "이별 축하드립니다." "개새끼야." "거기 수업중에 잡담하지 마세요."


칠판의 문자들이 어그러진다.



--



"이쪽 봐 주세요. 네. 그렇게. 좋아요!"


"다음 사진 찍을께요. 네, 들고있는 그걸 어필하는 식으로, 이 자세로요. 아뇨 그 자세 말고 손가락을.... 예. 이렇게. 그대로 있으세요. 스마일!"


"한장만 더 찍고 휴식 들어갈까요? 식사 하셨어요? 아직이라고요? 앞으로 좀 남았는데...." 


"이거 저희 사무소에서 드리는 겁니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허허." "직원 분들이랑 같이 드세요." "물론이죠. 어이! 이거 먹고 하자!" "휴식 들어갑니다!" "아, 리아무씨도 이거 받아요." "식사 한시간 후에 할 건데 그 때 같이 먹을까요?" "도시락 추가로 주문할거면 지금 해야되요." "뭐야, 펩시잖아! 코카콜라가 아니라고!"


콜라를 받았다. 펩시였다. 그것도 제로칼로리였다. 끔찍하다.

시원하게 넘어갔다. 찝찝한 달콤함이 탄산의 끝을 멋지게 장식했다.


"콜라는 펩시지. 코카콜라 따윈 맛알못의 선택일 뿐. 리아무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야무."



--



"프로듀서님, 이번에 찍은 거 언제쯤 볼 수 있어?"


"한 일주일 후에. 그때쯤이면 적당한 잡지에 광고가 실릴 거야."


여름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어두워졌을 시간이지만, 태양은 아직 한여름의 도쿄를 달구고 있다. 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이, 잠들 수 없는 끈적거리는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헤에. 나오면 나 좀 보여줘."


"물론이지. 아무튼 오늘 수고 많았어. 뭐 좀 먹고 갈래?"


"그럼 프로듀서 집에서 뭐 좀 먹게 해줘."


"가족이랑 좀 만나는 게 뭐가 어때서. 예전에 만나봤지만 나쁜 사람들도 아니더만."


앞으로 1주일.

언니가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 이름은 노엘 니슨, 아니 노엘 갤러거. 아니 노에루 갸라가. 아니 이름은 어찌되든 좋다. 아무튼 와버린다는 거다. 언니가. 어쩌면 가족이 전부 올 수도 있다.


"내 좁아터진 원룸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고."


"좁지도 않더만. 아, 그렇지. 이번 주말에 쿄코가 간다고 하니까 안 털리게 잘 준비해둬."


"잠깐만, 내가 언니 아니야?"


"니가 그러고도 언니냐? 그리고 쿄코는 엄마 포지션이라고."


과연, 뭐라 반론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가사 특화 아이돌은 시대착오적인 인물상이 아닐까. 슬슬 우리 업계에도 정치적 올바름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후진국인 일본의 무지몽매한 신민들에게 계몽의 빛을 내려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쟁이들이라 처음엔 백래시가 심하겠지만 나중에는 그 남성우월적 육식주의자들도 자기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날 칭송해줄 거다. 본보기 삼아서 몇 놈 차단해 효수하면 되겠지?


"또 허튼 생각 하지 마라."


"안, 안했다구~"


"으이구."


흥이다. 프로듀서의 팬보다 내 팬이 더 많다고. 

......프로듀서가 아이돌보다 더 인기가 많은 그런 세계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데레애니? 그런 옛날일 몰라. 그리고 우리 사무소 대기업 아니고. 존나 보잘것없는 좆소기업이고. 그러니까 나 같은 쓰레기도 꼴에 아이돌이라고 줏어온 거겠지. 프로듀서는 유명 등산가 마속을 어쩔 수 없이 등용시킨 제갈량의 기분이 되는 거시야요. 아무튼 지가 고용해놓고 지가 모가질 잘라요 ㅉㅉ 그러니까 사마씨가 중국을 통일하지.


"그래서, 뭐 먹을 건데."


"아무거나."


갑작스레 프로듀서한테 가불기를 걸 생각은 없다. 비싸고 고귀한 초호화 산해진미를 맛보여주는 게 아닌 이상, 뭐라도 괜찮다. 평소에 먹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마츠야의 규동도 괜찮다.


"무섭게시리. 제대로 말해."


"음...."


그럼 뭐가 좋을까.

지금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것 보다, 저녁거리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유익할 거다. 올 때까지 1주일이나 남은 언니년 생각 같은 거 왜해줘야 하지?

아, 그래. 그럼 그게 좋겠다. 마침 다 떨어졌기도 하고. 이틈에 잔뜩 챙겨둬야지.


"컵라면. 봉지라면도 상관없고."


800엔이면 마트에서 4개들입 2세트 정도는 사 올 수 있을거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 그 8백엔이 한끼에 다 날아가지만, 그 돈으로 라면 8봉지쯤 사두면 여덜끼나 먹을 수 있다. 좀만 노력하면 하루에 라면 1개로도 버틸 수 있고.

이젠 아이돌이라서 하루를 라면 1개로 버티는 짓은 못하지만.


"안돼. 살쪄. 그냥 라면집도 못 보내줄 지경인데 그런 걸 먹게 해 줄 것 같아?"


"식, 식사는 내 사생활이잖아!"


"돈 내는 건 회사거든?"


"프로듀서가 사준다는 거 아니었어?!"


"영수증 꼭 떼와라. 나중에 회사에 식비 청구해야 하니까."


어차피 치히로 언니한테 털려나갈 거면서 쓸데없이 발버둥치기는.


"차라리 좀 비싼 거라도 먹자고 하지. 라면이 뭐냐 라면이. 그것도 인스턴트 라면이라니. 으휴."


라면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걸까. 혹시 우동파인 걸까? 그거라면 ㅇㅈ한다.

애석하게도 인스턴트 우동이라는 건 본 적이 없다. 아니 있기는 하겠지만 눈에 안 보인다는 건 그만큼 찾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우동사리만 사달라고 할 수는 없고. 아니지, 어차피 우동사리가 머리 속에 들어있다면 차라리 소바가 낫지 않을까? 아니면 소면이라도. 소바가 나을 것 같다. 적당한 쯔유랑 와사비만 있으면 면만 끓여다가 만들 수 있으니. 라면보다 몸에도 좋을 것 같고.


"차라리 뭐라도 만들어줄까?"


"뭐?"


"내가 뭐라도 만들어줄께. 쿄코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요리는 할 수 있다고."


'자취생활 8년차를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라고 프로듀서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웃기지도 않는다.

밤이 가까워지지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선 아지랑이가 파어올라 춤추고 있다. 지금이라도 말라 비틀어져선 시들어 져버릴 것만 같다.


"어디서?"


"물론 내 집은 안되고, 기숙사에서 만들어줄께. 마침 빈 방도 있겠다 정 힘들면 잠시만 머무르고 있어. 비싼 건 못 만들어주지만 기대해도 좋아."


집밥. 그래, 직접 만든 밥이라.

고급스러운 재료를 썻을 리는 없고, 식당에서 먹는 만큼 맛이 좋은 것도 아닐 게 뻔하다. 애초에 혼자 사는 남자가 만든 요리에 퀄리티 따위를 기대할 수도 없지. 맞는 말 아냐? 그리고 나한테 라면 먹지 말라고 하면서 만들어준다고 하는 게, 건강한 요리일 거 같아? 아, 온갖 사이비 과학으로 건강 관련 사기를 쳐대는 게 우리 자랑스런 일본의 문화 중 하나였지? 혼자 사는데 퍽이나 몸에 좋은 요리가 나오겠다 시발. 그나마 기숙사 주방이라서 깨끗하긴 하겠네.


"됐어."


혀 끝에 갑자기 날이 돋아났다. 하늘을 수놓았던 황금색 포장이 사라지고 찰나의 핏빛 노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만들어준다고 해도 사실 고기나 좀 볶.... 됐다니?"


"안 먹어. 오늘은 그냥 갈께."


"어... 그래라 그럼."


대답은 듣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도망쳤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아지랑이가 딱딱한 바닥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



"난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혼잣말을 해 보지만,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씩 너무 큰 소리를 내면 옆 집 거주자가 항의하러 오는 정도다. 아니면 관리인이 직접 찾아오거나. 아니 진짜로 나 거기서 왜 갑자기 빡친 거냐고. 나 정신병 있나봐. 아맞다. 정신병 컨셉이었지? 컨셉이었나?

아무튼 그래서 일부러 몇 번인가 괴성을 질렀더니, 언제인가 건물 관리인이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그 이후로 그와 만난 적은 없다. 옆집 사람은 어느새인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있었다.


아니지, 그 사람도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알 게 뭐야. 지금 내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차라리 해고로 끝나면 다행일지도 몰라. 지금까지 태워버린 트위터와 회사 평판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지도 몰라.


[사죄와 배상각 오지게 잡힙. 죽고싶다 야무.]


뒷계에 올렸다. 잠시 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좋아요 누른 놈들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가만히 앉아서 반응을 지켜본다.


[이거 리아무 뒷계임?]  [ㅇㅇ]


오오, 왔다.


[미친년 그거 어디서 나온 드립인지 알기나 함?] [위안부는 무슨 창녀들이지] [대체 이 나라 수준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우선 정치충은 공평하게 차단. 난 선거에 참가해본 적도 없다. 누가 되든 알 게 뭐야.


[(속보)(낭보)리아무 뒤짐 임박. 애미가 기뻐해] 


이런 새끼들도. 요즘도 이런 새끼가 있네. 예전에 다 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 있어요?]


[#노답] [#앰생]


[야 이거 그새끼잖아 병먹금해라]


이것도 차단.


[리아무쨩 키타!!!!]


좋아요를 눌렀다. 하트가 파란색으로 채워졌다.


[또 가슴이 우울해졌다고 해서 왔습니다.]


가슴 좋지. 가슴. 나한테 있는 유일한 장점인걸.


[아이돌이 되고 나서 사진 투고가 줄어들어버린 건에 대해......]


[(팩트)노출은 더 줄음]


얼마간 못 보던 계정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그동안 아쉬웠나 보다. 어쩔 수 없는 놈들이네. 정말로.


[야이 변태들앜ㅋㅋㅋㅋㅋ]


일단 답변이라도 달아줄까.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서 꽁짜로 대준다고 해서 왔습니다. ㅆ질 가능?]


[히익!]


[그러한 문의는 소속사를 통해 부탁드립니다.]


소속사에서 허락할 리가 없잖아. 애초에 트위터같은 거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들었는데. 아, 그러고보니 이런 말에도 대답하지 말랬지? 하지만 와줬는데 무시할 수 없잖아. 무시하는 건 안 좋다고. 팬서비스적인 의미에서도.


[이새끼 또이러네. 니 시발 수업은 나오고 이지랄이냐?]


이년은 내 팬이 아니니까 차단. 그리고 오늘 수업 나갔거든? 왜 갑자기 지랄? 시발 지는 내 얼굴 쳐자느라 못봤으면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올건 니네 애비가 헬로워크에 나온 거겠지. 아까 보니까 쥐꼬리만한 취직지원금 가지고 또 술이나 퍼먹더라 병신앰생이.]


여기서 말하는 헬로워크는 직업소개소입니다. 차단.


[와 패드립 쎄게 박는다.....]


[꺾느냐 꺾이느냐, 이것이 트위터의 방식이다!]


트위터의 방식이라. 좋지. 페북 ㅈ까라고 해. 인스타도 ㅈ까라고 해.


[그런데 왜 사진 업로드 없음?]


그리고 질문.


[소속사에서 막았쪄염 히잉]


답변. 구역질난다.


[권력의 개를 두려워해서 에로게 같은 걸 만들 수 있겠냐?!]


[옳소!! 가슴 보여줘!!]


[가슴!] [슴가!]


하, 또 시작이다.

내가 뭐 올리기만 하면 가슴만 연호해대는 거.


[오늘 너무 힘들어서 안됨. 그리고 소속사에 걸리면 죽어.]


[#우리의_마음을_배신함]


[죽는다는 거, 혹시 소속사 남자직원이랑 죽을만큼 섹스한다는 거?]


[거근에 꿰뚫린 리아무쨩의 아헤가오 더블피스 절정섹스 부탁드립니다.]


[내 신부한테 무슨 짓이야 씹새들아]


그래, 그래.

가슴 한 번 흔들면 이렇게 모여들어야지. 날 보라고. 다들 좋아요로 칭찬해줄테니까. 하트무늬 꼭 찍어줄게.


[야무.]


[대충 야무치 작살나있는 짤]


사람을 야무치 취급하다니, 너무하잖아.

난 야무치처럼 어린 시절의 손오공한테 털리고도 살아남질 못했다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가슴!]


[노출!]


[에로!]


[그러니까 소속사에서] [유메미 씨에게 실망했습니다. 팬 관둡니다.]


사진을 찍었다. 적당한 무늬가 들어있는 하얀 티셔츠 아래에, 스스로 봐도 크다 싶은 탐스런 두 덩어리가 봉긋 솟아올랐다.  한장 더. 찰칵. 그리고 업로드


[야해!]


[엣찌!]


[이쁘다!]


[키타-----!!]


[조금 더! 넌 한다면 할 수 있는 아이야!!]


바깥이 어둡다.

아지랑이는 완전히 시들어, 잔해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세상의 바닥은 더 이상 흔들거리지 않는다. 어두침침한 방에 달빛 대신 들어온 가로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손님이었다. 쌓아놓은 쓰레기봉투가 버석거린다. 꼼지락거리며 스멀거린다.


티셔츠를 살짝 위로 올렸다. 배꼽이 보인다. 찰칵.

자, 빨리 칭찬해. 빨리. 날 들어올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좀만 더!]


[감질나네]


[그냥 여친이랑 떡치러감 ㅅㄱ]


가지마. 거기있어. 니 여친보다 소중한 게 신작 게임이고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바로 나야.

브래지어가 조금 비친다. 다시 한번 찰칵.


[오오!]


좋아. 그렇게.


[오늘 이걸로 빼도 ㅇㅈ?]


[아직 반찬으론 부족함.]


[Girls for S vol.19가 2019년 8월 8일에 발매된다고 합니다! 현실의 여자 대신 가상의 여자를 빨죠!]


광고글로 의심되므로 차단. 저런 거 띄우지 말라고.

쓰레기 봉투가 스멀거린다. 의식이 어두워진다. 푸른 색을 칠했던 저녁 하늘도 이젠 어둠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다. 가로등조차 무의미한 밤하늘 속, 스마트폰의 푸른 불빛이 여기가 아직은 심연의 바닥이 아님을 등대처럼 알려주고 있었다.


[좀 더]


[좀 더]


좀 더.

아직 반응이 부족하다. 지금 당장, 빨리. 좀 더.

더 벗어야 하나? 다음에는 뭘 더 해야하지? 역시 벗는 건가? 아이돌 되기 전에는 브래지어까지 벗고서 가슴만 팔로 가린 채 올린 적도 있는데 그정도로 해야 할까? 해버려?

얼굴까지 올려버려? 어차피 팔릴 건 다 팔렸는데? 아니야, 아직 아까워.


[변태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ㄳ]


[오늘의 포상]


[저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조금 더.... 올려볼까?]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미소가 지어진다.

쓰레기 봉투가 스멀거린다. 아니, 그럴 리 없다. 이렇게 더운 날, 그럴 리가 없다. 한 여름의 밤은 아직 끝나기엔 길고도 멀다.

그래, 아직

아직.

게다가 누가 볼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된다.

어차피 여긴 나 혼자니까.


[우리가 보고있어!]


[업로드 빨리 부탁드립니다 센세]


[여기 아이돌의 야짤이 볼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거 소속사에 걸리면 그날로 모가지 아님?]


[어차피 리아무쨩은 부탁만 하면 벗어주는 참한 신부니까!]


[담당 프로듀서랑 공씹 n회로 딜하는 리아무가 꼴리는 분은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나 혼자니까.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10만엔은 가볍게 넘는 장비가 나무 바닥에 튕겨져나왔다.

여름의 열기 속에 썩어버린 쓰레기 냄새가 아지랑이처럼 방 안에서 춤춘다. 어디 숨어있을지 모를 자그마한 것들이 봉투 속의 쓰레기 농축액과 함께 비져나와 스멀거린다. 아마 플라스틱일 것만 같은 나무장판 사이에 스며들어, 어두운 밤 속을 기어다니는 벌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스멀스멀.


"......."


대체 뭘 하려 했던 걸까. 그렇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잠시 후, 계정을 지웠다. 비싼 스마트폰에 남은 기스가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허물어져가는 정신 속, 상처만이 뇌리에 또렷이 남아 있었다.



--



잠에서 깨어났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 거실로 내려갔다.

언제나 그랬듯 아무도 없었다. 식어버린 국과 말라비틀어진 식빵이 시뻘건 게 말라붙은 더러운 그릇 위에 담겨 있었다.

어제 먹고 남긴 거였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귀국한 엄마가 뭘 좀 해줬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더운 공기와 함께, 썩어버린 벌레들이 떼지어 기어나왔다.

스멀스멀.


구토가 치민다. 항상 있는 일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약을 몇 개 사뒀다. 아직 이상한 약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이전에 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 구하기가 그리 쉽다고 했었다. 나라고 못 구할 것 같아? 나도 사이키델릭인지 사이킥인지 뽕 좀 빨아보자 이거야.


아, 마침 좋은 게 있다.

냉장고 속에서 벌레 떼를 집었다. 손바닥에서 스멀거린다. 길다란 벌레들이 팔을 타고 입으로 기어올라와, 내 입 앞에서 멈추었다. 저 시뻘건 머리를, 딱딱한 그것을 어그적거리며 씹어야 한다.


속이 뒤집힌다. 입이 떨린다. 하지만 제 때 먹지 못하면 쓰레기 속에서 스멀거리는 것들이 내 몸을 덮어버린다.

눈을 감는다. 입을 굳게 연 채로. 누군가가 오기만을. 하지만 내 부름을 받은 건 벌레들 뿐이다.

턱에 힘이 풀린다. 그리고


"일어나. 언제까지 잘 셈이야?"



--



"야무!"


"특이한 기합소리네....."


야무치는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떳다. 무천도사님께서 주신 초신수의 맛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아무는 꿈에서 깨는 것이었다."


꿈 속에서 눈을 뜨면 다시 눈을 감아야 한다. 그래야 꿈에서 깰 수 있으니까.

하지만 벌레가 창궐한 집으로 다신 돌아가기 싫었다. 양 팔로 몸을 지탱하며, 골반을 구부려 허리를 쭉 피면서 일어났다. 몸이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거다.


"그래그래, 꿈이라고 생각하던지. 하지만 잘 거면 이거 정리한 다음에 자라."


"프로듀서?"


"왜 물어보는데?"


아니, 왜 물어보냐고 해도 말이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 학교에서 의문문에 의문문으로 대답하라고 가르쳤냐?


"아니, 그게...."


"미리 말해두는데, 방문 열려 있었다. 열쇠 잠구고 다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프로듀서는 그렇게 잔소리를 시작하며, 가방 속에 손을 넣었다. 거친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아이보리색의 가방이었다. 무늬 대신, 내 얼굴이 갈색으로 프린팅되어 마치 그림처럼 보였다. 가방 속에서 구길 수 있을 때 까지 구겨버린 거대한 쓰레기봉투가 나왔다.


"원칙적으로는 다 분리수거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는, 내가 쌓아놓은 쓰레기의 산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편의점 봉투에 대충 쑤셔박아 묶어놓은 쓰레기들이 허물어진다. 바닥을 굴러갈 때 마다 악취가 치솟는다. 프로듀서가 인상을 찡그렸다.


"히익!!"


"왜 갑자... 아이고, 이거 봐라."


프로듀서는 봉지를 쥐고 있던 손가락 끝으로 방바닥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향한 곳엔 동강난 바퀴벌레를 물고 있던 도마뱀붙이가 있었다. 통통한 뒷다리가 입가에서 바둥거렸다.


"벌레만 있는 줄 알았더니 파충류까지 있구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일부러 환경을 조성하려고 해도 이렇겐 못 기르겠다."


그 도마뱀붙이는, 이쪽을 한 번 쳐다본 후 잽싸게 도망쳐선 창틀 사이로 빠져나갔다. 초파리가 배웅하듯 그 뒤를 따라나섯다.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지낸 거야? 쿄코가 질색할만 하네."


"뭐야, 쿄코 부른 거였어?"


"원래는 말이야. 이런 곳에 남자가 들어가는 것도 좀 위험하잖아? 그래서 쿄코를 보내려 한 거지. 그런데 이야기 꺼내자마자 질색하더라고."


......적어도 그 땐 도마뱀붙이는 없었다. 이상하게 다리가 긴 거미는 있었지만. 쿄코가 진짜로 묘한 얼굴이 되어선 그냥 보내줬다. 다른 벌레들은 다 살충제 뿌려다가 죽였는데.


"에휴.... 살충제 한 번 뿌리고 작업해야겠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곤, 방 전체에 살충제를 뿌렸다. 날아다니던 벌레들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프로듀서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능숙한 솜씨로 벌레들을 쓸어다 쓰레기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곧 빵빵해진 봉투 속에 벌레들이 꼼지락거리며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한 장으론 모자라네......"


스멀거리는 구더기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 프로듀서가 말했다. 새 봉투를 꺼냈다.


"뭘 보고만 있어? 너도 와서 치워."


"네...."


묘한 압박감에, 결국 나도 움직여버렸다. 봉투를 치울 때 마다 퍼지는 악취와, 남겨져 썩어버린 국물이 찰랑대는 소리에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



"원래는 다 분리수거 해야하는 거야."


하지만 프로듀서는, 도저히 분리수거 같은 건 못하겠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그러고보니 쿄코도 결국 분리수거를 포기하고 전부 다 봉투에 우겨넣어선 그냥 던져버렸던 것 같다.

그래도 분리수거는 어쩔 수가 없다고. 애초에 배출일을 정해놓은 시스템이 나쁜 거야. 어차피 매일 수거하는 거 종류별로 수거할 수 있도록 큼지막한 자루를 몇 개 준비하기만 해도 되잖아. 왜 매일 새벽마다 사람을 쓰레기 때문에 일어나게 만드냐고.


"이것들도?"


"아니, 그건 그냥 버려도 돼."


프로듀서는, 배 뒤집고 죽어버린 바퀴벌레의 처분을 묻는 내게 상냥히 대답해주었다.

신발장 틈새 사이에 살충제를 뿌리자, 바퀴벌레 때가 기어나온 건 상당한 충격이었다. 결국 살충제를 세 통이나 쓰고 나서야, 집안 구석구석 곳곳에 있던 바퀴벌레를 다 소탕할 수 있었다.


"화장실 배수구랑 싱크대는 주기적으로 치우고 망 다시 깔아둬. 거기서 바퀴벌레 올라오더라."


"네~"


바닥에 빗자루를 대었다. 다리가 떨어진 채로, 하늘을 쳐다보며 춤추는 바퀴벌레 시체들이 바둥거리고 있었다. 모두 다 작은 봉투 안에 들어갔다. 스멀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살충제를 한번 더 뿌렸다.


"그럼 먼저 씻고 있어."


"야무?"


"뭐라도 만들어야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제서야 뱃 속에서 강렬한 소리를 통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꼬르륵."


"일, 일일이 따라하지 마!"


부끄럽잖아.

어차피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 먹고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게 일상이란 말이야. 이럴 때라도 굶어둬야 평소에 라면으로 쌓아둔 칼로리가 줄어든다고. 대부분이 가슴으로 가긴 하지만 가고 남은 부분은 제대로 뱃살로 가버리니까 무섭다.


아, 그러고보니 그저께 라면 먹었지.


"...절대 엿보지 마."


"보겠냐? 빨리 씻어."


그렇게 말하곤 프로듀서는, 가방 속에서 여러 식재료들을 꺼냈다. 식용유, 후추, 간장, 야채 등등.... 이 방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원재료들이었다.


"절대 보지 마!!"


이젠 대답조차 없었다.

나름 능숙한 솜씨로 야채를 다듬기 시작한 프로듀서의 뒷모습을 한창 바라보다, 재미없어져서 그냥 씻으러 들어갔다.



--



"다 만들었다. 먹어."


한참 씻고 나오자, 요리가 나와 있었다.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집 구석 어딘가에 자그마한 간이 테이블이 있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 불편할 정도로 좁아서, 고이 접어 쑤셔박아뒀었다. 아마 옷장 안쪽이나 그쯤에 있었던 것 같은데, 프로듀서는 그걸 잘도 찾아내서 먼지를 닦아내고 깔끔하게 새단장 시켜, 그 위에 자신이 조리한 요리들을 올려놓았다.


"밥솥이 없어서 밥은 그냥 햇반 썻어."


"이건 뭐야?"


"가지볶음."


넣기엔 좀 굵어 보였지만, 토막내 볶아서 입 안으로 넣으니 좋은 맛이 났다.


"이건?"


"당연히 된장국이지. 참고로 그 옆에 있는 건 연어구이다."


된장국에서 약간 단맛이 돈다. 적당히 썰어넣은 양배추에서 우러나온 걸까. 연어는 내가 먹기엔 좀 간이 센 듯 하다. 

맛이 좀 다르다. 마음에 안 들지만,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삼켰다. 배수진이다. 등 뒤에 물 대신 된장국이 놓였지만.


"야무."


"맛있어?"


"야무."


맛있느냐 아니냐를 따지자면, 맛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된장국은 마츠야에서 파는 된장향 뜨신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하고, 연어 토막은 젓가락으로 쑤시자마자 기름을 뿜을 정도다. 마츠야의 정식 따위와 비교하는 건 실례겠지. 가지도 맛있다.

인정할 수 없다. 난, 인정할 수 없다.


"......"


"아, 그러고보니까 지난번에 촬영한 거 오늘 나오겠다. TV좀 틀어보자."


먼지만 쌓여있던 TV의 전원에 빛이 들어온다. 액정의 빛이 먼지를 날려보내자, 마침 내가 촬영했던 버라이어티 퀴즈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맥주라도 하나 꺼내줘?"


"주면 나야 고맙지. 드디어 우리 리아무가 사람 다 됐구나."


"웃기지도 않아, 정말."


[와하하하하하하하하!!!]


TV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 높이 쏘아올린 리아무가 시원한 풀장으로 떨어졌다. 맥주 캔 따는 소리가 귓가를 시원하게 맴돌았다.


"저녁에 그렇게 마시다간 훅 간다고. 알고는 있어?"


"괜찮아괜찮아. 이 정도론 안 죽는다고. 해봤자 맥주 한캔인데 뭐."


"프로듀서가 쓰러지면 난 어떻게 하라고. 내놔."


맥주캔을 빼앗았다. 조금 당황한 기색인 프로듀서를 눈 앞에 두고, 반쯤 남은 내용물을 그대로 마셔버렸다. 맥주캔의 입구는 약간 따스했다. 그의 입술이 남긴 흔적이었다.

알코올 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



"집에서 요리라도 좀 해봐. 여기 양념들이랑 재료들 좀 놓고 갈께."


그가 말했다. 가져온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자, 홀쭉했던 가방이 다시 차올랐다. 들어올 때보단 줄어 있었다.


"에?"


설거지를 끝낸 그릇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무언가가 제 자리에 있지 않은 듯 한 불편함이 엄습했다. 컵은 깨끗했고, 옷들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쌓였던 빨래들은 건조기 안에서 춤추는 중이었고, 방 안을 스멀거리던 것들도 어디엔가 숨어버렸다.

그리고, 여름답지 않은 기분좋은 따스함이 있었다. 마치 잘 빨아 말린 이불에 뛰어드는 것만 같은 뽀송뽀송함과 폭신함이었다.


"아니, 슬슬 가야지. 오늘 지하철 타고 왔단 말이야."


하지만, 그렇지만.


"저기....."


"아, 당분간은 주기적으로 들를 거니까 안심해. 어차피 니 가족들이랑도 만나야 하고."


지금까지 뒤로 미뤄두던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었다.

그래, 가족이었지. 여긴 없던. 나만 이곳에 남겨버리고 가버린 그 사람들 말이지. 올 때까지, 아니 갈 때까지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지? 제대로 이야기를 한 지 몇년이나 지났지? 목소리는 어땠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눈치채면 어느 새 나만 이곳에 남겨져 있었다.

이럴 땐 여자나 남자를 집에 불러서 하루종일 섹스하는 게 정석이지만, 난 에로게의 주인공이나 히로인이 아니다. 앏은 책에서조차 내가 있을 곳은 없다.


"조금만 더 있다가. 막차까지 아직 시간 남았잖아."


"음.... 하지만 이 이상 있는 것도...."


잡아야 한다. 그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태풍이 칠 거 같으니 그냥 자는 게 어때?"


"태풍 정도로 지하철이 멈추면 나도 출근 덜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적어도 출근길엔 츄오선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츄오선 거긴 심심하면 막히더라."


"특히 퇴근길에 말이지."


퇴근길에 1시간 반 넘게 정체크리 쳐먹어 보고 나서야, 일본의 대중교통을 논할 수 있다. 그따위로 운영할 거면 정기권은 왜 파는 거야.


"아, 그리고 짐정리도 있어!"


"아까 다 했어."


"TV나 좀 더 보다가자."


"이제 우리 아이돌들 나오는 프로그램도 없는데 뭐. 정치시사프로라도 보게? 부탁인데 그런 거 S트위터에는 올리지 마라."


"스매시브라더스 어때?"


"내가 지잖아. 싫어."


"소닉 레이싱!"


"시체 냄새나."


록맨은 살아 돌아왔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그는 록맨 X 세대일까. 좀 더 알고 싶다.

하지만, 곧 사라지게 되 버린다. 그가.


"여기서 나갈 거면 날 쓰러트리고 지나가라!"


"아니, 저기 말이지, 슬슬 가지 않으면..."


"그냥 나가면 오늘 프로듀서가 왔다고 트위터에 올려버릴 거야! 속옷차림인 리아무의 방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프로듀서가 얼굴을 찌푸렸다.


"알았어. 오늘 말고 나중에 놀아줄께, 나중에."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등을 돌린다. 저 문을 나서면, 또 다시.

나 혼자.

등 뒤, 그림자의 구석에 숨은 벌레떼가 다시 스멀거린다. 발 끝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끔찍한 것이 흐르며 솟구친다. 이 좁디좁은 방 구석에 홀로 남고싶지 않다. 단 하루라도 좋다. 그저 누군가 있었으면 한다.

스마트폰이 울기 시작한다. 네년이 있을 곳은 여기 뿐이라고. 탈출구는 없다고.


"벌레."


"응?"


"아까 벌레 많았잖아."


"니가 번식시킨 거잖아."


"아직 남아있으니까, 좀만 더 잡다 가자."


그의 양복 옷깃 끄트머리를 잡았다. 손때가 조금 묻은 건지, 끝이 매끌거린다. 살짝이라도 힘을 풀으면, 내 손가락 같은 건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질 것만 같다.

지금이라도 힘이 풀리려 하는 손가락이, 마지막 용기를 쥐어짤 수 있을까. 아니, 마지막 공포를 쥐어짤 수 있을까.


"부탁이야. 그러니까. 날 혼자 두지 마."


언제부터인가 SNS상에서만 존재하던 소녀는, 어느 새 아이돌이 되어버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날 떠받들어주었지만, 그건 옛날 트위터에서 불타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건 그런 게 아니다. 대체 누가 날 길렀단 말인가. 이 방 구석에서, 좁디좁은 액정 화면만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이란 말인가. 아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가끔씩 일본에 돌아와준 가족과, 그들이 가끔 돌아오던 집도 내겐 없다.


이젠 싫다.

외로운 방에서 혼자 울던 나날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울면서 SNS를 떠돌아다니며 관심을 구걸하는 나날을 끝내고 싶다. 방 구석에서 스멀거리는 벌레떼에 숨죽이며 살고싶진 않다. 그렇다고 죽기도 싫다.


"날 혼자 두지 마."


그러니, 프로듀서님.

날 혼자 두지 마.

부탁이야.



--















눈을 감고 죄수처럼 심판을 기다렸다

불이 꺼진다.















--



......평소의 리아무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목소리였다.

가슴이 좀 크고 얼굴이 반반했던 거 빼면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아이돌 아니면 먹고 살 길도 없어 보였던 그녀가 아니었다.


"하아....."


어째서 남아버린 걸까.

어둠 속, 조용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얼굴이 보드라워서?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당장 일어나서, 스캔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겠지

하지만, 마지막 그녀의 말이.


"....."


전문대 졸업하고 바로 도쿄에 올라온 지 몇 년이나 지났을까.

이젠 기억조차 희미한,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이전의 삶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상상해본다.


"가지 마...."


그녀가, 잠결에 그렇게 말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나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두려움 느끼고 있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악몽 속에서 찡그린 얼굴이 한결 편해진 듯 보였다.



--



"준비 다 했어?"


"잠깐만!! 나 화장 아직 덜 끝났어!"


여자의 화장은 길다. 새삼스레 실감하며 한숨을 쉬었다. 원판이 이쁘니 화장은 최대한 옅게 해도 괜찮을 듯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렇게 밍기적대는 건, 분명 화장 탓이 아닐 테니까.


"프로듀서님! 좀만 더 기다려줘!"


"적당히 안 하면 허리 잡고 끌어낼 거다?"


바둥거리면서 끌어내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지. 하지만, 그랬다간 오늘을 위해 준비한 말들이 그녀의 머리 속에서 떠나갈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달래줄 수 없을 듯 하다. 나름 공들여 준비한 게 허사가 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부탁이야!! 조금만 더어!!"


"슬슬 가야 하니까, 그 전까지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고 정리해 놔."


이곳에서 나리타 공항까진 대충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시간적 여유는 아직 충분히 있지만, 공항에 가는 만큼 어느 정도는 여유를 두고 싶다.


"하아....."


그녀는 이젠 한숨을 쉬며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이란 건 언젠간 닥쳐오는 법이다.

그 앞에서 주저앉느냐 혹은 견뎌내느냐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닥쳐올 일 앞에서 무력한 마음을 보내는 것 뿐일까?


그 누구도, 누군가의 구원자 노릇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낡은 엔진이 굉음과 함께 남은 힘과 기름을 쥐어짠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오!! 프로듀서님!!"


마침 라디오에서 오래된 팝송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그녀의 등만큼은 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


--


@갤 아무거나 대회에 출품할 작품입니다. 내일 제주도 가기 전까지 거기에도 올려야지.....

제목에서 리암 갤러거를 떠올리셨다면 대충 정답입니다. 문제는 없지만.

정신병자 캐릭터라고 해서 다루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 내 안일함이 레전드. 나무위키를 뒤져보니 생각보다 어둠이 깊었음. 덕분에 오랬만에 조금 진지한 느낌의 글을 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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