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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미즈 사치코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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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1, 2019 20:56에 작성됨.

코시미즈 사치코. 14살. 큐트계 아이돌. 그녀의 일과는 오전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변장용 선글라스를 벗고 오늘 출근길도 힘들었다며 숨을 고르는 그녀가 본 것은


  소파에 앉아 사치코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 프로듀서의 모습이었다.


  “프, 프로듀서!?”
  “어, 사치코, 오늘도 일찍 오는구나”
  프로듀서는 사치코의 맹렬한 인사를 적당히 넘기면서 계속해서 손에 들고 있는 그녀의 일기장을 열심히 읽었다. 사치코는 빠르게 프로듀서에게 다가가 일기장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의 손길을 여유롭게 피해낸다.
  “뭘 읽으시는 거에요!”
  “사치코의 일기장인데?”
  “그, 그걸 왜 읽는 건데요!”
  “사치코의 일기장이니깐?”
  항의하면서 계속해서 일기장을 뺏으려고 하지만, 그런 사치코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할 뿐이었다. 사치코를 상대하기 귀찮아진 건지 프로듀서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선 채로 일기장을 읽기 시작했다. 142cm인 사치코로서는 그런 프로듀서의 손에 들린 일기장을 뺏는 것은 불가능했다.
  “읽지 마요, 읽지 마세요!”
  “재밌는데 왜”
  무심하게 말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프로듀서. 잘 살펴보면, 이미 일기장은 반 쯤 읽은 것 같다. 아무리 매달리고 졸라도 자신의 부탁을 무시하는 프로듀서를 보고 사치코는 발길질을 시도했다.
  사소한 발길질이었다. 조금 아플 수는 있겠지만, 단지 프로듀서의 몸을 굽혀서 일기장을 뺏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사치코는 자신의 발로 프로듀서의 정강이를 찼을 뿐이었다. 그 발길질에 프로듀서가 쓰러진 것은 의외였다. 생각보다 쎄게 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넘어져서 쓰러지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사치코의 발길질에 쓰러진 프로듀서는 그대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프, 프로듀서!?”
  데자뷰가 느껴지는 외침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사치코는 서둘러 프로듀서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프로듀서의 정수리에서 새어나오는 피를 보고 멈추어버렸다. 피? 진짜로 피?
  “프로듀서...? 괘, 괜, 히익!”
  사치코가 프로듀서를 부르자, 프로듀서는 그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다시 멈춰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굳어버려서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 사치코. 정수리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프로듀서. 피가 번져가는 대리석바닥과 그 피를 조금씩 머금기 시작하는 사치코의 일기장.


  그리고 아침 인사를 하며 때마침 들어오는 카타기리 사나에.


  “아-... 좋은 아침...”
  숙취로 고생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 사나에는 눈 앞의 광경에 바로 정신을 차린다. 반쯤 감겨져 있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없던 눈은 동그랗게 떠져서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아이돌이라고 할 수 없는 눈동자가 되어버린다.
  “어?”
  “사, 사, 사나에씨...!”
  마침 들어온 사나에씨를 보고 사치코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을 도와주러 온 어른? 아니면 지금 들어와서는 안 될 목격자?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나머지 사치코는 자리에 서서 사나에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치코의 모습을 보고 사나에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다.
  “이런, 사치코쨩... 너 대체 무슨 짓을...”
  “아니에요아니에요아니에요”
  도리도리 고개를 돌리는 사치코.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이런 도리도리를 했다면 100점 만점 도리도리였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이렇게나 강렬한 부정이라, 사나에는 진상을 파악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여기 있어, 경찰을 불러올테니”
  바로 등을 돌리고 나가는 사나에. 전직 경찰이었던 만큼 그 움직임은 신속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그런 사나에에게 달려가 등 뒤에 태클을 걸며 껴앉는 사치코의 움직임도 신속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도와달라는 간청, 그리고 일단 멈추어달라는 부탁, 이 두 가지가 섞인 덕분이겠지.
  “잠깐 사치코ㅉ”
  “기다리세요기다리세요기다리세요”
  그렇다. 잠시만 기다려주길 바랐을 뿐이다. 스스로도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그러니깐 일단 잠깐이나마, 아주 잠깐이나마 시간을 줬으면 할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뒤에서 덮쳐안았을 뿐인데, 사나에의 작은 몸은 사치코의 작은 몸이 거는 태클만으로도 중심을 잃기 충분했고, 중심을 잃은 사나에는 사치코와 함께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꿍, 쿵.
  무언가 작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 후, 사치코와 사나에는 같이 앞으로 넘어졌다. 사나에가 쿠션이 되어준 덕분에 사치코는 아무 탈이 없다.
  “사나에씨, 괜찮”
  하지만 사나에는 아무 탈이 있다. 방금 부딪치는 작은 소리는 문고리에 사나에의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였던 걸까? 앞으로 쓰러진 사나에의 머리로부터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사나에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일도 없었다.
  “사, 사, 사, 사”
  사치코는 바로 일어난다. 여전히 사나에는 아무 반응이 없이 앞으로 쓰러져있을 뿐이다. 두려움에 벌벌떨며 뒷걸음질치던 사치코는, 당황하여 발걸음이 꼬인 나머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찐다.
  쓰러져서는 뒷통수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프로듀서, 쓰러져서는 이마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사나에. 사치코만이 그 사이에 주저앉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방금 들어온 코우메 또한 그 광경을 보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치코?”
  “코우메씨...”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코우메에게 달려들 수도 없다. 사치코는 그저 멍하니 코우메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 사치코를 잠시 마주보던 코우메는 눈길을 돌려 사무실을 살펴본다. 눈 앞에는 카타기리 사나에가 엎드려서는 피를 흘리고 있다. 저 멀리에는 프로듀서가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다. 그 가운데 사치코가 앉아서 울고만 있다. 이름 아침이라 사무실은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시간도 아니다. 사치코만이 무사해서는 그저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다. 자주보던 상황이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본 것은 처음이지만.
  “...사치코... 왜 이런 짓을...”
  “저, 저, 저는, 그러니깐 이건, 아니 그게”
  당황하는 사치코. 이것도 자주보던 상황이다. 물론 현실에서 사치코나 지인이 그러는 걸 본 건 처음이지만. 그래서 코우메는 자연스럽게 재안할 수 있었다. 자주보던 상황이니깐, 그에 맞추어서 자주듣던 제안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쩔래? 5분 뒤면... 다른 사람들도... 올 거야...?”
  “네, 네,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치코. 그렇구나, 이래서 영화 속 사람들이 그렇게나 설명충이 되는 것이었구나. 코우메는 작은 깨달음에 감탄하며 사치코에게 말을 잇는다.
  “사람들... 오기 전에 얼른... 숨기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사치코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코우메가 사치코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세우자, 그제서야 그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코우메를 바라본다. 끄덕. 코우메의 작은 끄덕임만으로 충분했다. 사치코와 코우메는 같이 프로듀서부터 질질 끌어, 구석에 있는 프로듀서의 방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작업은 순조로웠다. 생각보다 프로듀서의 몸은 무겁지 않았다. 아마 잦은 야근과 독신생활로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던 탓에 몸이 야윈 것이겠지. 우리들 때문에 이렇게 몸이 야윌 때까지 일했고, 그러니깐 이렇게 쉽게 죽은 거겠지. 코우메의 해설에 사치코는 그저 훌쩍이며 겨우겨우 울음을 참는 수 밖에 없었다. 사나에의 몸도 가벼웠다. 애초에 신장이 작은 그녀다. 가벼울 수 밖에 없다. 술을 많이 마시니 몸무게는 무거울 줄 알았는데, 의외네. 코우메의 감상이었다. 평소에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니 이렇게 쉽게 죽은 거겠지만. 코우메의 해설이었다. 훌쩍훌쩍, 크흥, 킿... 사치코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작업은 순조로워야 했다. 프로듀서와 사나에를 프로듀서의 방에 넣어서 숨긴 다음에는, 얼른 피를 닦아내면 될 뿐이었다. 생각보다 피는 걸레로 잘 닦여서 금새 다 닦아낼 수 있을 터였는데, 그녀들이 피를 다 닦기도 전에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얼어버린 사치코를 데리고 코우메는 바로 책상 밑으로 들어가버린다. 이제 사무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닥에는 얼룩덜룩하게 검붉은 자국이 남아있다. 그 방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얏호- 너 있어-?”
  이치노세 시키의 목소리다. 사치코는 덜덜 떨면서도 목소리를 알아챈다. 어째서 시키씨가? 시키는 프로듀서의 담당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사무실에 온단 말인가?
  “뭐야, 아무도 없네-... 킁킁, 무슨 냄새지”
  힠. 사치코가 딸꾹질이라도 하듯 비명을 지른다. 다행히도 코우메가 즉시 사치코의 입을 막은 덕에 시키에게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냄새를 가릴 수는 없다.
  “철... 냄새... 붉은 자국... 으음... 피...?”
  힠!? 이번에는 코우메의 손만으로 막기에는 좀 큰 비명소리다.
  “사치코... 이미... 들켰겠어...”
  “그, 그, 그, 그...”
  덜덜덜 떨면서 아무말 못하는 사치코. 그런 사치코를 보던 코우메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책상 밑에서 나와 시키와 대치한다. 그 뒤를 사치코가 벌벌 떨면서 일어선다.
  “얏호, 코우메쨩, 사치코쨩이네?”
  “시키... 씨...”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피냄새가 나는데?”
  천재 고양이는 거리낌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피냄새가 나고, 바닥에는 검붉은 자국이 남아있는데다가, 언제나 이 시간에 있을 걔가 없어... 무슨, 일이려나?”
  고양이의 눈은 날카롭게 빛난다. 사치코는 그 눈 앞에서 그저 눈길을 돌리는 일 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 사치코를 잠시 보는 코우메. 한 쪽 눈이 반짝이며 고양이와 대치한다.
  “시키... 씨... 물어볼 게... 있어요...”
  “으흥~ 뭘까? 범죄라면, 협력할 수 없는데~”
  힠
  “왜... 이 시간에... 사무실에... 오신 거죠...?”
  “그거야 너희 프로듀서를 보러 온 건데?”
  “시키씨의... 담당도 아닌... 데요...?”
  “그냥 좀 볼 일이 있었을 뿐이야”
  “저번에... 프로듀서 코트에서... 시키씨... 냄새가... 났어요...”
  맥락없는 말. 하지만 시키는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챈다. 눈치채지 못한 건 사치코 그녀 혼자 뿐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나?”
  “거래... 하지... 않을래요...?”
  “거래?“
  “단순한... 거에요...”
  코우메는 힐끗 사치코를 바라본다. 사치코는 그런 코우메를 보면서 대체 무슨 일이냐고 눈동자로 전력으로 묻는다. 미안 사치코. 사치코는 순간, 코우메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키 씨와... 프로듀서의... 관계를 비밀로 해드릴 테니... 지금 본 것도 그냥 다... 비밀로 하시고... 나가주세요...”
  느릿하면서도 확실하게 요구하는 코우메.
  “무슨 관계를 말하는 걸까나?”
  "시키씨가... 프로듀서씨의 여자친구인... 거요..."


  "여자친구는 난데?"


  사치코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유일하게 보이는 한 눈으로 눈동자만 돌려 사치코를 힐끗 보는 코우메와 여유만만한 미소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멈추어버린 시키는 잠시 생각한다. 어쩌지. 이건 예상하지도 못한 전개인데. 이 순간에 그 얘기를 꺼내?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둘은 놀랍게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무시하자. 코우메는 다시 시키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아이돌이... 연애를... 그것도 사무소의 프로듀서랑... 하는 걸 들키면... 좋지 않을 거에요...”
  흐음. 시키의 눈이 가늘어진다. 사치코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들켜버린 건 같지만 행동은 다른 두 사람이었다.
  “나야 아이돌 그만두어도 되는데?”
  “프로듀서가... 더 큰 일이... 되겠죠...?”
  고양이의 눈은 더욱더 가늘어진다. 시키는 아무 말 없이 둘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려 방을 나간다.
  “냐하핫, 나는 오늘 아침 여기 안 온 걸로 하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고 나가는 시키. 코우메와 사치코는 그녀가 나가고서도 한참동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 사치코...”
  “그, 그, 그게, 무슨, 무슨, 말, 말이에요...?”
  더듬거리면서도 드디어 사치코가 말을 꺼냈다. 힘겹지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탓이었겠지.
  “무슨... 말...?”
  “연애, 그, 사무실의 프로듀서랑, 그러니깐, 그 시키씨랑 프로듀서씨가...?”
  “응, 둘이 사귀는 거... 같아...”
  사치코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동자로, 크게 뜬 눈동자로 코우메게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대체.
  “저번에... 같이 다니는 걸 봤어... 그리고...”
  털썩. 코우메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무릎 꿇고 주저앉은 사치코가 이어지지 않는 코우메의 말 대신 이어진다.
  “말도... 안 돼... 그게... 무슨...”
  “사치코...”
  “나나나나나나나는, 그게, 단지...”
  “사치코... 괜찮아...?”
  “괜찮을 리 없잖아요!”
  사치코는 폭발하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프로듀서씨를 제가 죽였다고요!? 제가 괜찮을 리 없잖아요!”
  코우메는 아무 대답 하지 않는다.
  “사나에씨마저 죽였는데 괜찮을 리 없다고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요!”
  두 번씩 계속 반복하며 말하는 사치코.
  “난 단지, 프로듀서씨가 제 일기장을 읽기에 그걸 막고 싶을 뿐이었는데! 사나에씨를 잠시만 말리고 싶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쉽게 넘어지는데요! 왜 넘어지자마자 피를 흘리고 그러냐고요! 도대체 왜요, 어른이라면서요! 어른이라면서 뭘 그리 쉽게 죽고 그래요!!”
  조용한 사무실에 사치코의 목소리만이 크게 울려퍼진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거기다 왜! 왜 시키씨도 들어오고! 그런데다가! 그런데다가 뭐요!? 시키씨랑 프로듀서씨랑 사귀고 있었다고요!? 그, 그, 그러면... 그러면 저랑은 대체 뭐였던 건가요!”
  격앙되는 감정 사이에 울음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제가 좋아한다고 한 건 왜 받아준 건데요!? 왜 저를 좋아해준다고 말한 건데요!?”
  친구의 비밀을 이런 식으로 듣고 싶진 않았는데. 코우메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왜 저랑 같이, 흑, 데이트, 같은 걸, 흑, 하고, 힝, 흑, 흐윽, 왜, 저랑, 흐윽, 흑...”
  “사치코...”
  코우메는 이제 그만둘 요량으로 사치코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결혼까지, 히끅! 약속하고는, 흑! 그거 빼, 흑, 히끅! 고는, 흑! 다, 다, 다, 다 했...“


  “자자자자자! 몰카 대성공! 짠짜짠!!“


  그 순간 프로듀서가 방에서 튀어나온다. 그가 들고 있는 팻말에는 ‘몰래 카메라 대성공’ 이라고 진부하게 적인 문구가 보인다. 그 뒤에는 사나에가 마치 프로듀서를 죽일듯이 째려보면서 따라나온다.
  “에...?”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이 되어서 울고 있던 사치코는 그 순간 울음을 그친다. 눈 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투이다.
  “몰래카메라였어 몰래카메라, 사치코!”
  “하... 장난이 좀 심하긴 했지”
  “......”
  사치코는 당황하며 주위 사람들을 두리번 거린다. 그 눈동자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시키가 들어와 ‘다 끝난 거지!? 얏호! 사치코쨩 수고했어!’ 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 눈동자는 멈추지 않았다.
  “그, 그러면 피는...”
  “아, 그거 분장이야 분장”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와 사나에는 사치코에게 손에 든 봉지를 보여준다. 봉지에는 무언지 모를 검붉은 액체가 들어있었다.
  “시, 시키씨랑...”
  “아하하, 그거 거짓말이야 거짓말”
  시키가 냐하하 웃는다.
  “너희 프로듀서, 냄새나서 싫은걸?”
  “에, 엩...”
  그 말에 사치코는 바로 프로듀서를 본다.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는 듯이 겨드랑이와 옷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듀서에게 사치코가 달려가 안긴다.
  “옳지, 옳지...”
  그런 사치코를 익숙하게 쓰다듬으며 토닥여주는 프로듀서. 사치코는 울면서 프로듀서의 가슴을 마구 때린다.
  “너무해요, 너무해요! 아무리 저라도! 너무한다고요! 이건! 너무해요!”
  “응응, 미안해 미안해...”
  분노와, 그리고 무엇보다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사치코. 어쩌면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을지 모르지만, 프로듀서와 주위 사람들이 열심히 돌봐준다면 트라우마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오전이 끝나간다.


  “잠깐만, 어디 훈훈하게 끝내고 그래”


  사나에씨...?
  “P군, 잠시 따라와”
  “어, 네...?”
  프로듀서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다. 갑자기 굳어버리는 프로듀서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울던 얼굴로 사나에를 올려다보는 사치코. 그런 사치코를 무시하면서 사나에는 프로듀서를 연행한다.
  “언제나의... 결말이네요...”
  “잠깐만, 괜찮은 거야?”
  시키만이 의문을 표시한다.
  “네... 항상... 체포당하니깐요...”
  “항상? 잠깐만 잠깐만, 너희 프로듀서 정말로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사나에씨가... 항상 단속.. 하시니깐요...”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천재 소녀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프로듀서만이 쓸쓸히 사나에에게 연행당해 간다. 그 뒤를 쫓아가며 울고 말리는 사치코의 간청을 사나에는 냉정하게 잘라낸다. 그렇게 사무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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