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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9, 2019 00:05에 작성됨.

가면


P느님의 차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용히 핸드폰을 만지며 SNS를 확인한다. 그곳에서는 한창 인기가 있는 신인 아이돌, 유메미 리아무의 정보가 흘러나온다. 유메미 리아무...나...그렇다. '나'다

"..."

"리아무,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P느님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핸들을 조작하고 계신다. 아무런 보잘 것 없던 나를 신데걸 3위라는, 신인 아이돌이 얻기 힘든 위치.

지금까지 다른 아이돌들이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가도, 얻지 못했던 그 위치. 카렌이라는 아이와 미오라는 아이 또한 지금 내가 있는 자리로 올라올 때까지 얼마나 발악을 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한 것이 뭐가 있지?

"...있잖아, P느님"

"응?"

P느님은 계속 정면을 쳐다보지만 내 말에는 귀 기울여주고 있다. 이번 뿐 아니라 항상 내 말은 귀담아 들어준다. P느님은 과거에 여러 아이돌을 육성했지만, 빛을 보지도 못하고 진흙 속에서 사라진 아이돌들도 많다고 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은 한국인 아이돌 세 명...

P느님이 신입이었을 적 담당하게 된 아이돌이었는데, 하필 데뷔한 시대가 잘못 되었다. 일본이라는 입장에서 한국인 아이돌은 그렇게 보기 좋지 못한 편이다. 그러니 P느님이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녀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추하게 떠내려갔다.

그 중 한 명인 임유진과 나는 상당히 닮았다. P느님도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있잖아..."

"응, 뭔데?"

"유진에 관해서 또 얘기해줄 수 있어?"

"..."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P느님은 조용히 창문을 열어 바깥 바람을 쐐며

"그러니까...4년쯤...전이었어. 임유진이라는 한국 소녀가 있었지."

"..."

"당시 내가 처음으로 맡았던 담당 아이돌이기도 했고."

피식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그의 눈망울은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그 임유진이라는 소녀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겠지.

"나는 그저 내 담당 아이돌을 잘 챙기고 싶었지만, 노력만 앞서 갔지, 나한테는 실력이 없었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유진이는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나는 그것에 응해주지 못했어."

"응...그렇구나..."

"...자, 다왔어."

P느님이 차를 세우자, 나도 안전벨트를 푼다. 다행으로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다.

"...저기, P느님"

"응?"

"P느님도 퇴근할 거잖아. 커피 마시고 갈래?"

"...그럴까?"

평소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이라면 그가 급 피곤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쉬운 꼬득임에 P는 끌려들어왔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맞이해 준다.

"야무...그러고 보니 보일러를 안 키고 나왔어..."

"하하, 그럴 수도 있지."

"자, 들어와."

"그래. 잠시만 실례할게."

P는 나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먼저 부엌에 가 있어. 나는 가스 좀 돌리고 올게."

"그래."

P는 총총 주방으로 향했고, 나는 보일러실로 향했다.


리아무의 집은 처음이다. 혼자서 자취한다고 들었는데, 집이 제법 크구나. 아니, 엄청 큰 거지. 거실에 주방, 방도 아까 보니 2개 정도 되는 것 같고. 밖에서 보니 또 2층 집이었는데

"흐음-"

주변을 둘러본다. 넓은 집에 비해서 가구는 정말 별거 없다. 최소한의 도구만이 있을 뿐이다.

"응? 사진?"

테이블에 올려진 사진을 집어본다. 그 순간, 동공이 떨리고 말았다. 사진 속의 인물은 리아무의 가족이었을 터. 하지만 사람이 다르다. 리아무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과 리아무.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왜 내 동생을 죽였어?"

리아무의 차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림과 동시, 강한 타격이 머리를 내려찍는다!

"크아악!!"

쿠당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을 넘어뜨리고 바닥에 넘어졌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한쪽 눈이 욱신 거리지만, 그것보다도 내 눈 앞의 쇠망치를 든 리아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아무는 차가운 눈동자와 함께 망치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동생을 포기한 순간, 그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

"동생이라니...!! 그 아이를 말하는 거야!?"

"그래!! 당신이 포기한 내 하나 밖에 없는 내 쌍둥이 여동생!!"

리아무의 눈에서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당신이 그 아이를 포기하고, 그 아이는 결국 우울증에 빠졌어. 나에게는 하나님과 같았던...P느님이 보고 싶다고 말이야!!"

거의 오열하며 소리치는 리아무. 나는 공포에 뒤로 물러나 버린다.

그러나 리아무는 넘어져서 부셔진 테이블의 다리를 집어들더니 그대로-!

콰득

"끄아아아아악-!!"

"어딜 도망가?"

그녀가 찍은 테이블 다리는 내 허벅지에 박혔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고 망치를 휘두른다.

콰득

"커거거거걱!!"

아프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무섭다.

오로지 그 생각만이 머리를 감싸 안아 리아무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턱이 날아가버렸네, 프로듀서?"

다리를 질질 끌고 턱이 빠져서 침과 피를 질질 흘리는 더러운 수캐 자식.

"으으으으-!!"

애써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도망치게 두지 않는다.

"우울증에 빠진 동생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어. 새로운 신데걸이 나올 때마다, 그 자리가 자기가 되어야 했다며 말이야!! 맞는 말이야. 당신이 포기만 안 했어도, 당신이 버리지만 않았어도 내 동생은 행복했을 거라고!!!"

분이 풀리지 않아 허벅지에 박힌 테이블 다리를 망치로 내리 찍는다. 쾅 소리와 함께 그의 듣기 싫은 신음 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1년 전...그 아이는 내 곁을 떠났어. 그 아이의 유서가 뭔지 알아? '보고 싶어, P느님.' 그래. 죽는 그 순간까지!! 그 아이는 당신 같은 인간을 그리워 했단 말이야!!"

망치를 휘둘러 그의 어깨를 부셨다.

"크으으으으윽-!!!"

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너는 그 아이가 떠났음에도 다른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그 아이들만 챙겼지. 그 아이는 기억 속 깊숙한 곳에 묻어놨으면서!! 어째서...어째서!!!!"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내 동생...

"유진이를 버린 건데!!!!"

"크으윽- 미아-내- 애아-"

멀쩡한 한쪽 손을 어기적 어기적 휘저으며 내 다리를 붙잡는다. 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식으로...내 동생도 잡았어야지...버리지 말았어야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들고 있던 망치를 세차게 내리찍는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이 죽었다.

그런데 내 동생을 죽인 녀석은 저렇게 웃고 있다.

용서 못해. 절대로 용서 못해.

내 동생이 저 녀석을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해주기로 했다.

철저하게 은둔형 외톨이를 연기했다.

철저하게 '유메미 리아무'를 연기했다.

철저하게 그와 주변 사람들을 속여왔다.

우연찮게 걸린 신데걸 3위지만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유메미 리아무'로 있을 필요는 없다.

시답잖은 가면을 벗어던지면 그만이다.


「346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 P씨가 어제 밤, 아이돌 유메미 리아무의 집에서 머리가 잘려 나간 채 발견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범인은 유메미 씨라고-」

TV에서 어제 저지른 내용의 뉴스가 나온다. 하지만 유메미 리아무를 찾을 수는 없다. 애초에 그 이름은 내가 만든 가짜 이름.

진짜 이름은...

"다음 분-"

"아, 네."

"여권 보여주세요."

"여기요."

"으음...네, 확인했습니다. 임미진님. 좋은 여행 되세요."

"네."

유진의 '유'와 미진의 '미', 거기에 적당한 글자 몇 개 섞어서 만든 유메미 리아무...이제 그 이름을 버려도 될 때다.

문득 복도의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던 분홍 가발은 벗어서 태워버린지 오래. 눈이 시큰 거렸던 서클 랜즈도 버린지 오래.

"...유진아, 선물 들고 갈게~"

동생을 보러,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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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무 X P X 유진 물이 너무 형식적인 것 같아서 적당히 비틀어 봤습니다.

네? P 머리요? 리아무가 적당히 여행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네? 화물 검사요? 그런 건 적당히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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