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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5] 의도치 않은 은닉 (후편) {재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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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2, 2019 01:05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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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묻은 돌 장식과 시체를 카페트로 돌돌 만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들고 가기 편하리라.
저 물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들고 가려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폭포.
증거를 인멸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돌장식은 그냥 폭포에 던져넣기만 하면 된다.
설마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증거를 찾기 위해서 폭포 속을 뒤지겠는가.


그리고 이 시체.
사인은 후두부의 큰 상처이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돌덩이에 뒤통수를 맞고 사망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경찰도 그 상처를 보고는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카페트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폭포 근처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태워버리면 된다.
불이 좀 커지는 것 같으면 물을 끼얹으면 되고.
카페트가 재가 되면 루미놀이고 뭐고 검사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밤은 길다.
조금만 땀 흘리고 노력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다.
단지 이 인간은 우리와 싸운 후 자살한 것뿐이다.
우리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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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그 사람, 정말 도망간 걸까? "


쿄코 쨩을 방 안에서 재우고 나온 후, 카렌 쨩이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 무슨 말이야? 아까 봤잖아, 문을 박차고... "


" 그거 우리 못 봤잖아. '소리'만 들렸지. "


그러고보니 츠리이 씨가 도망가는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츠리이 씨는 이미 사이토 씨를 밀치고 도망간 후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츠리이 씨가 도망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무슨 뜻일까?
문을 박차는 소리는 분명 들렸고, 별관 안에는 실제로 츠리이 씨가 없었다.
나는 카렌 쨩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 그래... 분명 방 안에는 없었단 말이야... "


카렌 쨩은 인상을 쓰며 고심하고 있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수상한 것 같다.
그 '사이토 요시테루'라는 사람이 엮여서 그런 것일까.


최근의 카렌 쨩은 이 사람과 엮이는 일이면 무조건 수상하게 여긴다!
대체 그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카렌 쨩은 이에 대한 설명을 한 번도 해준 적도 없다.
물어볼 때마다 카렌 쨩은 단지 '여자의 감'이라고만 말한다.
사무소에서도 사이토 씨는 모범적인 근무 태도로 자주 칭찬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카렌 쨩이 소중한 동료라지만, 선입견만으로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엇이라도 있었을까?
그렇지만 사이토 씨와 카렌 쨩이 엮였던 일이 애초에 있었나?
아니, 있다면 있었다.
그 때 마유 쨩의 상태가 잠시 이상했었을 때.
그렇지만 그 사건은 애초에 스토커가 혼자 자살한 사건일 뿐이었다.


'집착'으로까지 보이는 카렌 쨩의 병적인 행동.
이것을 가만히 놔두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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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헉.... 헉... "


츠리이 씨는 제법 마른 체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인 남성이라 그런지 꽤 무게가 나간다.
이걸 들쳐메고 폭포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걸음갔다가 숨 돌리고 또 열 걸음갔다가 주저앉는다.
게다가 청력에만 의존하며 폭포의 위치를 찾아내니라 더더욱 고생이다.
얼굴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그래도 이 곳에 고도가 꽤 되는 산자락이고, 시간대도 밤인지라 시원한 바람도 어느정도 불어서 다행이다.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더니 마침내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흐르는 폭포를 발견하였다.
걸린 시간은 30분.
오직 소리로만 찾은 것에 비하면 그리 오래 걸린 시간도 아니다.


들쳐메었던 카페트를 내려놓고 펼친다.
펼쳐진 카페트의 위에는 피 범벅의 돌 장식과 차가운 시체가 놓여있다.
먼저 피 범벅의 돌 장식을 폭포에 던지려고 하던 찰나,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니, 경찰이 조금만 더 자세히 수사를 하려고 한다면 폭포 속도 충분히 뒤질 수 있다.
이 돌 장식은 이 폭포의 상류, 그러니까 저 위에 있는 계곡에 던져 넣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안전할 것 같다.


츠리이 씨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츠리이 씨의 검지 손가락을 지문 인식기에 조심히 대었더니 화면이 켜졌다.
나는 메모 어플을 켜서 한 글자 한 글자를 남긴다.
츠리이 씨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길 '만한' 글을 말이다.


이렇게 하면 츠리이 씨의 필적감정으로 위조로 밝혀질 리가 없다.
또한, 이 사람은 우리와 싸우고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휴대폰으로 유서를 남기는 것이 개연성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이렇게 쓸 때 이 사람이 평소 사용하는 말투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최대한 특정한 말투가 드러나지 않게, 매우 무미건조하면서 사무적인 말투로 유서를 만들어낸다.
유서의 내용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성희롱 등의 범죄에 대한 반성과, 나와 싸웠던 이야기.
사람들이 이 유서를 보면 "사이토 프로듀서가 고발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겁난 츠리이가 자살했다."라는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원래의 츠리이 씨라면 갑질하면서 대응하겠지만 내가 들고 있는 증거가, 쿄코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에 대한 성추행에 대한 증거마저도 너무 많았기에 이를 이겨낼 수 없었다고 쓴다.
만약 경찰이 물어본다면 그냥 츠리이 씨를 겁나게 하기 위한 허풍이었다고 둘러대면 된다.


그렇게 완성된 유서가 담긴 휴대폰을 살포시 바닥에 내려 놓고, 폭포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디에서 떨어져야 머리에 돌을 부딪힐 수 있을까 낙하 지점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돌에 부딪히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돌에 부딪힐 가망성이 최대한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야 조금이라도 안전하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나는 죽은 츠리이 씨를 다시 들어 올렸다.
내 옷에 이 인간의 피가 묻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만약 내 옷에서 혈흔이 발견된다면 조금 많이 골치 아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 풍덩 '


정말 고요하게, 아니 요란한 폭포 소리 와중에 모순적으로 정말 고요하게 '풍덩' 소리가 하나 들려온다.
마치 정말 돌덩이 하나 던져넣은 것 같은 소리이다.
아까까지 내 앞에 있었던 말라 비틀어진 생선같던 츠리이 씨의 시체는 이제 저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츠리이 씨를 던져 넣은 곳보다 조금 상류에 돌장식을 던져넣는다.
남은 것은 이 카페트.
얌전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워버린 후 재를 계곡에 뿌린다.


".........이걸로 끝인가... "


머리카락의 4분의 1이 흰 머리로 바뀐 것만 같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렇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허무하다.
내가 무언가를 하긴 한건가?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이, 애초에 정말로 츠리이 씨가 자살한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의 임무는 이렇게 끝난 것이다.
쿄코를 지키는 것.
이제 쿄코는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단지 쿄코는 포악한 늑대 같은 인간에게 표적이 된 것일뿐.
그 늑대는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 쿄코와는 상관없다.


그래도 쿄코가, 만에 하나 자신에 대한 성추행 발각으로 자살했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가져도 문제 없다.
결국 그 사람을 자살하게 만든 것은 허풍을 친 나다.
내가 그 인간을 고발하겠다고 협박만 하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자살하지 않았다.
쿄코가 죄책감을 안는다면, 나는 그녀에게서 죄책감을 가져갈 것이다.


이제는 돌아가서 나도 조금 쉬어야겠다.
혹시 모르니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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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느긋하게 산에서 돌아오다가, 다시 츠리이 씨가 있었던 별관 앞에 서게 되었다.
괜찮아, 문제 없어.
모든 증거는 인멸했고, 더 이상 별관 안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그래, 이제 이 안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 "


자신 넘치게 완전 범죄를 선언하려던 때였다.
불현듯 나는 나의 실수를 그 때서야 깨닫고 만 것이다!


" 카페트... 돌 장식... "


우리는 오늘 촬영을 위해 이 곳을 '빌린'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주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별관에 있었던 카페트와 돌 장식이 사라진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만약 그 주인이 이를 눈치 채고 경찰에게 증언한다면?
혹시라도 경찰이 사라진 카페트와 돌 장식을 통해 자살이 아닌 다른 결과를 추론한다면?
돌로 죽이고 카페트로 시체를 둘러 메고 간다는 추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카페트와 돌 장식이 이 장소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없는 그것들을 다시 여기에 놓는 것은 불가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게 하면 된다.'


나는 다시 라이터를 꺼내들어 불이 붙을 만한 물건에 모조리 불을 붙였다.
식탁보와 커튼, 이불에, 벽난로에 있는 목재와 서류 더미, 겨울 코트.
아직은 다 조그마한 불꽃이다.
하지만 내가 이 곳을 떠나 본관에 도착해 내 방 문 앞에 설 쯤이면 꽤 그럴듯한 불꽃놀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시나리오를 수정해야한다.
쿄코를 성폭행하려던 츠리이가 쿄코에게 밀려 넘어져서 기절한다.
기절하고 일어난 그 사람에게 내가 이야기한다.
쿄코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에게 성폭행을 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고발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패닉 상태에 빠진 츠리이가 도주하여, 내가 그를 찾아낸다.
다시 별관까지 끌고 오니, 그 사람이 갑자기 이곳저곳에 불을 붙이면서 난동을 피우고 다시 도주.
그 후 결국 폭포에 뛰어들어 자살.


조금 이야기가 조잡해졌지만 전혀 신빙성 없는 소리는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 아침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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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카렌 쨩은 벌써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벌써 새벽 2시이지만 아직도 잠에 들지 못하였다.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안 좋은 기분이다.
그런 불길함에 사로잡혀서 잠을 못 자는 것일까.


.......아니다.

......그냥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 밤중에 화장실을 가야 한다니...
어? 근데 잠시만....
.......여기는 화장실이 분명 건물 밖에 있었지...?


아직도 이런 전근대적인 건물이 있다니!
아무리 산장이라도 현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도태되고 말거라고!
...라고 비난해봤자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느낌도 쌔한 밤중에 어둠을 틈타고 화장실이라니.
그, 그런 걸 혼자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미, 미안하지만 카렌 쨩을 깨워야겠다...


" 으... 으믐... 뭐야... "


" 카, 카렌 쨩... 저, 저기 화장실 좀 같이 가주지 않을럐? "


" ......으아... 그런 건 리이나에게 맡기라고... "


리이나 쨩?
그러고보니 리이나 쨩은 대체 어디에 간거지?
여자 아이가 새벽 2시까지 밖에서 뭐하고 있는거야?


아무튼 리이나 쨩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결국 카렌 쨩을 무리하게 깨워서 화장실에 같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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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지친 하루도 오늘로 끝이다.
본관의 문이 바로 눈앞이다.


" 나 참, 16살이 혼자 화장실도 못 가면 어쩌잔거야. "


" 그, 그렇지만 이렇게 어두운데... "


어? 호죠 카렌과 오가타 치에리의 목소리?
이 아이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다고?
새벽까지 일어나 있는 스태프들의 눈을 겨우겨우 피해서 여기까지 도달했는데 여기서 이 아이들에게 들키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주치고 말텐데....


그래, 이 기회를 오히려 살려서...


" 호, 호죠 씨! 오가타 씨! 큰일났습니다! "


" 에? 사, 사이토 씨? "


오가타는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놀랐고, 호죠는 여전히 나를 경계적인 눈빛으로 본다.
지금은 호죠 카렌의 반응에 신경쓸때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연기할 뿐이다.


" 츠, 츠리이 씨가 별관에 불을 지르고... 다시 도망을...! "


" 부, 불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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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소방차 불러! 빨리! "


잠에서 깨어난 다른 스태프진들도 난리가 났다.
자칫하면 이 불은 산불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촬영팀도 책임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스태프들은 불이 번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있는 소화기를 전부 별관에 쏟아붓고 있다.


이걸로 드라마 로케이션은 취소.
그리고 이것으로 증거는 모조리 사라졌다.


" 츠리이 씨가... 불을 질러.. ? "


이번 드라마 감독 이시하라 씨도 상당히 당황한 듯하였다.
스폰서가 아이돌 성폭행에 방화라니.
게다가 그 스폰서는 행방불명이기까지 하다.
감독 입장에서는 미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소화기로 소화를 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 속으로 들어갔다.
도주 중인 츠리이 씨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사실은 이미 '아무 짓도 못하는 상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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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믿기지가 않는다.
드라마의 스폰서라는 사람이 이런 짓까지?
방화를 한다고?
옆에 있는 카렌 쨩도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표정으로 불길을 지켜만 본다.


이거 설마 산불로 번지지는 않겠지?
번지면 정말 대재앙인데...


" ........... "


사이토 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눅든 모습으로 서있다.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일이 전개될 지는 몰랐을 것이다.
저 사람도 엄청 놀랐겠지....
눈 앞에서 불을 마구 붙여대고 있었다니...


" 사이토 씨... "


" 아, 오가타 씨.....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자책을 하는 이 사람에게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이토 씨에게는 어쩌면 징계가 내려질 지도 모른다.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윗 사람들은 이 일도 사이토 씨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든 사이토 씨를 변호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사이토 씨의 잘못은 전혀 없는 걸!
사이토 씨는 단지 자신의 담당 아이돌인 쿄코 쨩을 지켜내려고 한 것뿐이다.
나는 그 무식한 윗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변호해줄 것이다.
.........그, 그럴 용기가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 우와... 이게 뭐야.. ? "


" 꺄앗, 깜짝이야! "


별안간 리이나 쨩이 갑자기 옆에서 나타났다.


" 리, 리이나 쨩!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무지 걱정했어!"


" 응? 아아, 바람 쐬러 나왔다가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어서....아까부터 내 휴대폰이 안 보이네? "


" 휴대폰? "


" 으응, 어디 가지고 나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방, 복도 모두 찾아보았는데 안 보여서... 이 근처 모조리 뒤지고 다니는데 보이질 않아. "


" 이거 아니야? "


카렌 쨩이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리이나 쨩의 휴대폰이었다.


" 엥? 왜 이걸 네가 가지고 있어? "


" 화장실에 떨어져있더라.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 때부터 네가 사라졌었잖아. "


리이나 쨩은 지금까지 무엇때문에 고생했지라는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서있다.
저런 나사빠진 모습도 리이나 쨩의 매력이다.


" .......어? 카렌 쨩 너 혹시..."


" 응? "


리이나 쨩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카렌 쨩에게 무언가를 물어버려는 시늉을 한다.


" 아, 아니..... 휴대폰에 없던 동영상 파일이... 뭐, 실수로 찍힌 걸까나? 아하하... "


그렇지만 리이나 쨩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휴대폰에 동영상 파일?
카렌 쨩이 동료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건들 리가 없으니 아마 리이나 쨩의 착각이나 카렌 쨩의 실수인 것 같다.
요즘은 잠금 화면을 해제하지 않아도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으니 우연히 터치가 잘못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아무튼 이렇게 되면 내일 촬영은 완전히 취소가 될 것이다.
불까지 났는데 설마 강행하지는 않겠지.
아침 일찍 떠날 수 있도록 짐을 챙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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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날이 밝고, 거칠게 타오르던 불길은 이제 잠잠해졌다.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경찰은 실종된 츠리이 씨를 찾기 위해 산 속을 수색하였다.
그리고 발견하였다.
폭포 아래에서 퉁퉁 분 채로 떠오른 츠리이 씨의 시체를.


경찰은 폭포의 위 쪽에서 츠리이 씨의 휴대폰도 발견하였고, 유서도 읽었다.
뒤통수의 상처는 폭포에서 떨어질 때 바위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었다.
나는 경찰에게 증언하였다.
쿄코를 성폭행하려던 일부터 그가 별관에 불을 지르고 도망칠 때까지의 이야기를.


경찰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츠리이 씨의 방화와 자살이라고.
그렇게 경찰은 사건 해결에 성공한 것이다.


" ........... "


쿄코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서있다.
저 아이의 심성상 그 파렴치한 인간의 자살이라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 쿄코. "


" 아, 프, 프로듀서 씨... "


" 혹시 이 일이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 ........그.... 그렇지는... "


애써 아니라고 말하려 하지만 벌써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나는 쿄코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말하였다.


"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 네 잘못이 아니야... "


더 이상 길게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말의 울림은 쿄코에게 강하게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여전히 쿄코는 눈물을, 아니 눈물을 더 많이 흘리고 있었지만, 나는 이것이 치유의 눈물이라고 믿는다.


이제 할 일은 끝났고, 남은 것은 사무소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촬영은 이 사건의 여파로 중단되었으니 여기서 더 머물 이유는 없다.
본래라면 타케우치 씨가 호죠 카렌 등 3명을 태우고 가야겠지만 갑작스런 촬영 중단으로 내가 태우고 가야 한다.
오히려 잘 됐다.
나는 타다 리이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으니.


호죠와 오가타의 눈을 애써 피하면서 홀로 떨어져 있던 타다 리이나에게 접근하였다.


" 우왓, 사, 사이토 씨?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


" 저기, 타다 씨.... 그.... 새벽에 들었는데... 전에 없던 동영상 파일이 하나 생겼다면서요? "


" ...아! 네, 네. 카렌 쨩이 혹시 실수로 휴대폰 녹화 버튼을 눌렀나 싶었는데요... "


타다 리이나가 언제부터 휴대폰을 찾으러 돌아다녔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나타난 것은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그 사이에서 생긴 동영상 파일이라면 조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게다가 호죠 카렌은 별관에까지 직접 찾아왔다.
만약 그녀가 신들린 예지력으로 별관에 미리 이 휴대폰으로 녹화를 해두고 있었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 .......어? 근데 영상이 어디갔지? 아직 삭제 안 했는데? "


....응? 영상이 삭제가 되었다고?
혹시, 호죠가 타다의 휴대폰을 슬쩍 해서 삭제한 건가?


" 희한하네... "


" 혹시 그 휴대폰, 혹시 호죠 씨에게 다시 빌려준 적 있어요? "


" .......아, 네! 아까 잠시 전화할 곳이 있는 데 카렌 쨩 휴대폰은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


...설마 그 때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송하고 이 휴대폰에 있던 것은 삭제했다면?
그렇게까지 해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동영상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느낌이 안 좋다.
이미 그 아이는 나의 약점을 여러 군데 잡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 나는 마유의 사건 이후로 당분간 조심히 지내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쿄코가... 쿄코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아무튼 나로서는 이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호죠 카렌이 나의 약점을 잡았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나를 협박하려 들 것이다.
아직까지는 행동이 없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동작을 보인다면, 그 때는....


아이돌 호죠 카렌을 살해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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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노트북이 망가져서 수리보내는 바람에 작업을 그동안 못해서 재연재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올리게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편 분량까지만 재연재 분량이니, 다시 이제 글을 열심히 써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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