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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라는 이름의 그릇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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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6, 2019 19:29에 작성됨.


그날 저녁, 나는 집에 와서 명상했다. 그 날 이후로 충격을 받고 프로듀서 일에 손을 뗐지만, 어쩐지 호타루만은 잘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휴대폰을 켜 과거에 촬영한 그 아이의 활동사진을 둘러보았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난 너무 두려워졌어. 나의 잘못된 프로듀싱으로 호타루도 너처럼 잃을 게 아닐까 싶더라고. 이런 나라도 할 수 있을까?"

사진 속 그 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어쩐지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호타루를 톱아이돌로 만들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짜면서 호타루를 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 프로듀서 직책에서 은퇴하리라 다짐했다.

다음날 호타루가 출근했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왔는데, 목줄 풀린 개에게 쫓기느라 달려 왔단다. 과연 오자마자 숨을 골랐다. 오늘따라 전력난으로 사무소가 정전되었다. 이 무더운 날 호타루에게 사무소를 간략하게 소개해주고 바로 레슨룸으로 가서 호타루의 기본기를 시험했다. 호타루는 기본 베이스가 꽤 탄탄했고 노래도 잘 불렀다. 단지 운과 자신감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그 외에 세일즈 포인트가 될만한 호타루의 개성은 딱 1개 빼고는 보이지 않았다.

"호타루, 넌 굉장한 노력가구나. 기본기가 이렇게까지 탄탄한 아이돌 지망생은 없을 거야."
"감사해요, 프로듀서. 저 때문에 사무소에 정전 난 건 죄송..."
"아, 아냐. 걱정하지마. 늦더위 여름에 다들 에어컨 빵빵 튼다고 도쿄 전역에 정전 난 거 같아."
"하지만 프로듀서는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시는데요.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지. 그건 그렇고 너는 이렇다할 개성이 딱 1개 말고는 보이지 않더라."
"역시... 저는 아이돌로 성공하는 건 언감생심이군요."
"하지만 네가 가진 개성이 굉장한 세일즈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런가요? 그게 무엇인가요?"
"네 콤플렉스일지도 모르는 네 불행."
"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제 불행 때문에 저는 진절머리 났어요. 그런데 왜...?"
"난 이제부터 매스컴을 동원해 네 불행한 인생사를 적당히 꾸며 홍보할 거야. 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너에게 연민을 느낄테고 흥미를 보이겠지. 흥미를 보인 사람들이 네 팬으로 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넌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 아이돌에 비하면 넌 꽤 괜찮은 홍보거리가 있는 거야."
"하지만 저는 그 동안 제 불행이 제 인생에 발목을 계속 잡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제 불행은 오히려 광고해서 사람들에게 알린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네가 싫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모든 건 네 뜻에 달렸어."

호타루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자신의 불행을 홍보하는 걸 승낙했다. 그 후로는 순탄했다. 따로 레슨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바로 활동을 시작해도 됐었고 내가 가진 인맥을 총동원해 호타루를 잡지사 인터뷰에 꽂아주고, X튜브 계정을 파고 호타루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조금씩 홍보를 했다. 호타루의 불행은 생각보다 큰 화제가 되어 여러 토크쇼에서 섭외가 오게 되었다. 방송녹화 때마다 사고가 터져서 조마조마했고 스태프나 출연진들이 호타루를 꺼리는 성향이 있었지만 호타루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점점 호타루를 인정하게 되었다.

영입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호타루도 인지도 있는 아이돌이 되었다. 호타루 팬클럽 회원 수가 어느덧 1만 명을 돌파하고 오프날에는 호타루를 알아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호타루의 불운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승을 부렸지만 그 어떤 것도 호타루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나나 호타루나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나는 그 아이를 잃은 이후 삶의 보람을 처음으로 느꼈다.

하지만 나는 감전을 당했고 호타루는 나를 떠났다. 떠나 보내니 호타루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나는 호타루가 필요했다. 적어도 명확한 이유를 듣고 싶었다.

나는 가만히 휴대폰을 꺼내 그 아이 사진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아이 장례식장에 가서 청승맞게 운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내가 내 장례식을 주관하게 되었다. 그 아이가 지금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늘따라 유달리 그리워졌다.

그러다 불현듯 문이 열렸다. 그토록 고대하던 시라기쿠 호타루였다. 호타루는 창백한 얼굴로 부리나케 들어오더니 영정사진 앞에 엎드려서 한참을 흐느꼈다. 나는 싱숭생숭했다. 

호타루가 힘들게 일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나도 따라서 인사했다. 호타루가 말했다. 

"시라기쿠 호타루에요. 상주 되시나봐요. 고인을 급작스럽게 떠나 보내시다니 안타깝네요."

나도 따라서 대답했다. 

"예, 호타루 씨.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제 형은 대단하고 당당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네요."
"저는 사과 드리려고 왔어요. 저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어요. 전부 저 때문이에요."
"제 형이 죽은 건 자기 운명이죠. 누구 탓도 아닌."

그러고 나는 호타루를 취조하듯이 물어봤다. 

"사실 제 형은 자살했어요."
"예, 카린에게 들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야 호타루 당신이 제멋대로 떠나서 그렇죠."
"하지만, 하지만."
"호타루씨가 사라지자 제 형은 이제 세상을 살 이유가 없다고 목 멨어요. 대체 무엇 때문에 자기 담당 프로듀서를 떠난 거죠?"

호타루는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약해졌다. 하지만 호타루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진실이 궁금했다. 호타루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생전 프로듀서께 먼저 말씀 드렸어야 했었는데. 모든 걸 밝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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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체질과 성격이 다르고 아무런 목적 없이 태어난다. 시라기쿠 호타루는 조금 달랐다. 호타루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달리 악한 기운이 모여드는 체질이었다. 호타루에게 일어난 모든 비극은 타고난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체질을 유심히 지켜본 신이 있었다. 요리타 요시노였다. 요시노는 17세 여고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천 년은 더 오래되었으며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요시노는 그 일에 어울리는 대상을 모색하고 다녔다. 요시노가 아이돌이 된 건 표면적으로는 신앙심 수집이었지만 사실은 그 일에 어울리는 호타루를 찾기 위해서였다. 요시노는 호타루를 처음 본 날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불행과 악한 기운을 담는 그릇이나니, 이대로 살다가 필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절망 속에서 타락할지어다.
"요시노? 어찌 그렇게 말하죠. 저는 지금 행복하고 비극적인 운명은 이미 극복했는데."
"그대는 세 번의 불행을 연달아 겪고 타락할 것이니 내 예언을 미리 말해주리라. 그대가 타락할 때 딱 한 번 정화를 받겠으나 그 후 거취는 그대의 몫이겠네."

요시노는 앞으로 있을 세 번의 불행을 얘기했다. 첫 번째는 지방 공연이 있는 날 짙은 안개로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는 것, 두 번째는 프로듀서가 유선 마이크를 잡아 감전되는 것, 세 번째는 프로듀서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 

호타루는 처음에 예언을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첫 번째 예언이 이루어지고 두 번째 예언, 프로듀서가 유선 마이크를 잡아 감전될 상황이 발생했다. 호타루는 예언이 이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차라리 자기가 감전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호타루 대신 자기가 감전되는 걸 선택했다.

호타루는 자기 눈 앞에서 프로듀서가 감전되자 패닉에 빠졌다. 호타루가 감전된 프로듀서에게 달려드는 걸 조연출이 겨우 말렸다. 스태프들이 황급히 퓨즈를 내리고 프로듀서를 유선 마이크에서 떼어내자 호타루는 바로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었다. 프로듀서는 온 몸이 타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눈에 동공이 풀리고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있었으며 오줌도 지렸었다. 그 모습을 본 호타루를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남은 건 세 번째 예언. 호타루는 결국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 운명이었다. 호타루는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아서 계속 고민했다. 자신의 불행 때문에 프로듀서가 사고를 당했고 계속 그의 곁에 있으면 반드시 더 큰 사고를 겪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호타루는 온몸에 진서리를 쳤다. 호타루는 프로듀서를 위해 그의 곁을 떠나는 게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타루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때 요시노가 호타루를 찾아왔다. 호타루는 요시노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요시노는 호타루에게 말했다.

"그대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이제 제가 프로듀서를 간호하면 프로듀서는 반드시 죽겠죠. 그게 제 인생이고 저는 저주 받았으니까요.  프로듀서는 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듯이 저도 프로듀서를 위해 떠나야 해요."
"그래서 이대로 프로듀서 곁을 떠나는 것인가?"
"예... 아니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호타루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요시노는 호타루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그대는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아이돌을 꿈꾼다고라?"
"그래요. 이대로 프로듀서의 곁을 떠나면 저는 아이돌을 할 수 없겠죠."
"꼭 아이돌을 해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죠."
"그렇다면 계약을 제시하지. 그대는 불행과 악한 기운을 담는 그릇이어라. 이 세상에는 악한 기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대는 그걸 무한정 빨아들일 수 있다네."
"그래서요?"

요시노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대가 세상의 악한 기운을 모두 담으면 프로듀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네."
"하지만 그러면 전 죽잖아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다네."

호타루는 요시노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 신은 호타루의 희생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의 희생으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괴물이라면 말이다.

호타루는 행복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를 만났고, 사랑했다. 이제 모든 걸 포기해야 할 때가 왔다. 호타루는 요시노의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호타루는 바로 요시노를 따라서 갔다. 산 넘고 물 건너 어느 신사가 보였다. 

"의식은 많이 고통스럽고 갈 길은 머니 그대는 기다리시게. 저 방에 장시간 있기만 해도 그대의 체질이 의식에 맞게 바뀔 것이니 들어가서 대기하시게."

요시노는 그 말을 끝으로 어디론가로 갔고 호타루는 요시노가 가리킨 방 안에 들어가서 앉았다. 방 안은 의식을 위한 갖은 금줄, 촛불, 제주, 병풍 등이 일정한 규칙에 의해 장식되어 있었다. 거기서 호타루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무녀들에게서 얼핏 듣기로는 의식을 진행하기 전 자신의 몸을 악기를 받아들이기 최적화된 몸으로 개량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지금 단계에선 정말로 이 방 안에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진행된다고 한다. 간혹 무녀들이 음식을 가지러 들어오거나, 화장실을 갈 때 말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달라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진다면 인내하면서 무언가를 기다릴 때에는 1분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호타루는 후자였다. 프로듀서를 만나 정말 하고싶었던 아이돌 일을 할 때에는 찰나의 행복에 감사하며 순식간에 모든 게 지나갔다면 지금은 잠시 뒤의 운명도 모른 채 인신공양 제단에 누워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고독한 인내를 숙명으로 여겨 겸허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때, 방문이 열렸다. 호타루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느라 누가 왔는지 못 봤다.  분명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녀가 식사를 가지고 온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문지방을 넘으려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쟁반에 든 밥공기와 반찬들은 무참히 땅바닥에 떨어졌고 호타루는 그것들을 뒤집어 썼다. 호타루가 눈을 뜨고 바라보자 문득 낯 익은 얼굴이 보였다. 도묘지 카린이었다.

"아악! 호타루씨,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도묘지 카린이었죠? 여긴 어쩐 일로...?"
"저도 아이돌이지만 전직은 무녀였잖아요. 무녀가 신사에 있는 게 이상한가요?"
"무녀라고 해도 알바생 아니었나요?"
"실수투성이에 항상 넘어진다고 해도 영력 정도는 있어요."

카린은 헝겊을 꺼내 호타루를 닦아내면서 대답했다. 호타루는 덤벙대는 카린의 실수들이 자신의 불운에 의해 일어난 건지 카린 본인 때문에 일어난 건지 헷갈렸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도 카린은 고개 숙이다가 머리장식이 쑥하고 빠졌고, 카린은 머리장식이 빠진 줄도 모르고 갈 길 가려고 해서 웃음을 겨우 참고 빠진 머리장식을 건내주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지금도 역시 덤벙대는 건 매한가지였다.

"이 외진 곳에 어떻게 오신 거죠? 제가 의식의 제물이란 것도 아시는 건가요?"
"전부 알아요. 제가 이 곳에 온 건 프로듀서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들은 호타루는 발 밑에 디디고 있는 세상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햇빛은 반짝이고, 숲은 푸르고, 새들은 지저귀고, 사람들은 서로를 보면서 웃고 울었다. 그와 정반대로 그 소식을 들은 호타루의 세상은 칠흑으로 물들여졌고 땅은 끝도 없이 꺼졌다. 호타루에게 있어 모든 건 의미를 잃어버렸고 더럽고 추악할 뿐이었다. 호타루는 부정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프로듀서가 왜 죽어요. 역병신인 제가 프로듀서 곁에 없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어요."
"호타루..."
"모든 불행의 원인은 저에게 있고 저만 없으면 무사할텐데 왜 죽어요? 카린씨가 잘못 본 거에요. 카린씨는 항상 실수투성이니까."
"진짜에요. 부고장이 있어요."

호타루는 고개를 들어 부고장을 보았다. 분명 프로듀서의 이름이 있었다.

"저를 놀리기 위해 장난치시는 거죠?"

카린은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호타루는 그때서야 프로듀서의 죽음을 실감했다. 프로듀서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이 산산히 지워져버렸다. 이제야 겨우 쟁취한 행복도 무너져버렸다. 호타루는 카린의 멱살을 잡고 악을 질렀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거에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지킬 수 없는거죠? 프로듀서를 만나고 이제야 겨우 행복한 삶을 사나 싶었는데 제가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꼬우셨나요?"
"호타루..."
"저는 세상의 행복을 꿈꾸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어요. 프로듀서를 만나 제 자신의 행복도 꿈꾸게 되었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 프로듀서가 저 대신 사고를 당하자 저는 프로듀서를 지키기 위해 제 꿈과 목숨을 포기했어요. 이게 그 대가에요? 저는 꿈도 꾸면 안되고 행복해서는 안되는 거에요? 빌어먹을."

카린은 말을 할 수 없었다. 호타루 본인은 몰랐지만 카린이 보기엔 호타루의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호타루의 연약한 몸에 악한 기운이 밑도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카린이 알기에 지금 단계의 호타루는 가만히 내비둬도 악기가 모여들지만 지금은 과충전된 상황이었다. 수용량을 넘어서면 호타루는 분명 폭주할 것이다. 요시노가 원한 건 바로 이것이었을까? 카린은 도의적으로 호타루가 프로듀서의 장례식은 봐야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접근해 호타루에게 진실을 전했는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카린은 숨이 턱 막혔다. 호타루가 내뿜는 악한 기운에 자신의 온몸이 불에 데인 듯이 아픈 걸 느꼈다. 호타루를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호타루, 그래도 프로듀서의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되지 않겠어요? 프로듀서는 호타루가 본인의 곁을 떠나서 자살했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호타루는 심장이 아파왔다. 이 모든 원흉은 자기 자신이었다. 프로듀서를 지키기 위해 말 없이 떠났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호타루는 어떻게 해서든 프로듀서를 죽일 운명이었다. 호타루는 그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호타루는 허탈하게 쪼그려 앉아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내탓이야전부내탓이야내가프로듀서를안봤다면이런일도없었을텐데난병신이야나는저주받아서차라리죽었어야했어내가너무미워나는쓰레기야내가너무싫어싫어싫어싫어나때문이야나때문이야나때문이야나때문이야나때문이야어디에도쓸수없는폐급쓰레기죽어야해내가죽일년이야내가미워내가미워내가미워싫어싫어싫어싫어."

호타루는 끝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했다. 그러자 카린이 본 호타루의 몸에는 악기가 더 이상 스며들지 않았다.. 카린은 일단 안도를 했지만 호타루를 내비둘 수 없었다. 호타루는 울다 잠에 들었다. 카린은 이불을 덮어주면서 속삭였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더라도 저는 부고를 호타루에게 어떻게든 알렸을 거에요. 떠나는 사람 배웅은 해줘야죠.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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