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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 팬픽_LiPPS와 함께 춤을! 죠가사키 미카와 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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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6, 2019 12:47에 작성됨.

 마카롱이다.
 이것은... 마카롱인 것이다.
 달콤하고 입에 달라붙으면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쫄깃함이 일품인, 과자의 명가 카트린에서 직접 공수한 마카롱이다!
 대단해. 이런 귀한 녀석을 선물로 받다니. 일전에 도움을 줬던 어느 아이돌 지망생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최근까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듯 하다. 내 덕분에 데뷔가 결정되었다는 것은 기쁘지만, 이렇게 귀한 선물을 받아버리다니.
 아무래도 조만간 감사선물을 보내야될 듯 싶다.
 문제는 20대 중반 쯤 되는 여성을 상대로 선물을 보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 만년솔로였고 이성한테 선물주는 건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수밖에 없나..."
 "어머, 프로듀서. 마카롱이네요?"
 마카롱을 앞에 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와중에 누군가가 뒤로 다가왔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다름아닌 치히로씨. 이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을 책임져주는 믿음직한 사무원님이시다.
 실은 이 몸. 치히로씨가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구태여 이 고급 마카롱을 테이블 위에 떡하니 올려놓았던 것이다.
 왜냐고? 그야 자랑하고싶으니까지!
 나도 말이지! 이렇게 젋은 여성분한테 선물받고 그런다고!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어! 그런 제 마음 아나요, 치히로씨! 인기많은 남자로 보이고 싶은 제 마음 말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언제나 쿨하게 있어야하는 법. 이런 지저분한 상념덩어리를 내비쳤다가는 있던 정도 없던 정도 죄다 떨어져 나갈 거다.
 나는 여유있는 남자를 흉내내며 그녀에게 마카롱을 건넸다.
 "실은 이거 카트린에서 산겁니다. 하나 드시겠습니까?"
 "카트린에서요! 그럼 꽤 비싸지 않나요?"
 "하하하, 제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말입니다. 알고 지내는 어느 여성분께 선물받은 겁니다. 이야, 가끔 이렇게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하하하하!"
 "네에... 아하하하..."
 어라? 왜 치히로씨의 안색이 안 좋지? 웃는 것도 다소 부자연스럽다. 그것보다 살짝 나를 기피하는 듯한... 아니겠지? 내 착각이겠지?
 아무튼 선물받은 마카롱은 꽤 좋은 맛이었다. 맛을 본 치히로씨가 하나 더 달라고 했을 정도이니 맛 보장을 된 셈이다.
 이 정도면 단 걸 좋아하는 사토씨의 하트에 직격인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따로 챙겨 가야겠다. 이래저래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이런 기회에 갚지 않으면 변변한 사회인이라 자칭할 수 없다.
 주말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까 미리 약속을 잡을까싶어 폰을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죠가사키 미카.
 자타공인 카리스마★갸루이다.
 "... 그러고보면 슬슬 보컬 트레이닝이 끝날 때구만."
 서류를 잡고 있느라 뻐근했던 어깨를 붕붕 돌리면서 코트를 집는다. 미션 목표는 현역 여고생 아이돌의 마중. 숙달된 조교의 운전솜씨가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운전면허증 딸까."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는 미카의 죽은 눈을 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운전면허증 딸 생각말아. 그러다 사고나면 어쩔려고 그래."
 "프로듀서 때문이거든! 벌써 몇번째 사고미수야!"
 그녀의 부르짖음은 허무한 바람소리가 되어 돌아갔다. 나는 나쁘지 않아. 나쁜 것은 세상이다. 내 운전 솜씨가 몇세기나 앞서간 바람에 생겨난 비극인 것이다.
 "346 프로덕션의 슈마허라 불리는 나야. 미카의 걱정은 잘 알고 있지만 좀 더 나를 신용해줬으면 좋겠어."
 "고속도로도 아닌 곳에서 그렇게 달리는 사람을 어떻게 신용할 수 있을까..."
 아직 고속도로가 되지 않은 것뿐이다. 미래에는 고속도로가 되어있겠지. 나는 미래의 풍경을 마음 속에 그리며 질주했을 뿐. 나는 나쁘지 않다.
 그래도 이대로 가다간 미카의 신용을 잃을 것 같기에 주의를 돌리고자 사무실에 있던 냉장고로부터 마카-롱을 꺼내들었다.
 "짜잔! 마카롱입니다. 사과의 선물."
 "마카롱?"
 좋아, 마카롱에 정신이 팔렸군. 그 나이대의 여고생 아니랄까봐 마카롱 선물공세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미카는 이래서 좋다. 감정이 솔직하게 얼굴에 드러나서 놀리는 맛도 있다.
 "아, 이거 알아! 저번에 잡지에서 본 카트린이잖아! 말도 안돼! 진짜로?"
 마카롱 하나를 정신없이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어올린 미카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그런 보람있는 리액션을 취해주니 마카롱을 선물받은 이 몸도 기분이 좋아진다.
 "비싼 거니까 아껴먹어라."
 "짠돌이네, 프로듀서~★"
 어미에 ★이 붙은 걸로 보아 그녀의 머릿 속에서 사고미수와 관련된 기억이 날아가버렸음은 명백하다. 쉬운 녀석. 이렇게나 손쉽게 조종할 수 있는 아이돌이 있다는 것은 실로 기쁘다. 내가 담당하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영악하기 그지없기에 순수한 그녀의 존재가 나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럼 이제 슬슬 본제로 넘어가자.
 나는 그녀에게 품안의 사진을 넘겨주었다. 행복하게 마카롱을 먹고있던 그녀는 자연스레 그 사진들을 받아 감상했다.
 "헤에~★ 예쁜 사람들이네. 이번에 우리 프로덕션에 들어오게된 신입들?"
 "사실 활동한 지는 좀 됐어. 스타트라인은 제각기 다르긴 하지만."
 마카롱만 먹으면 목이 메일까 싶어 적당히 바나나 우유도 꺼내온다. 좋아할까 의문이지만 다행히도 별 불만 없이 마신다.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배가 고파져서 몇개인가 집어먹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 사진은 왜 보여준거야~?"
 "새로운 유닛이 결성된 탓입니다."
 "호오.... 응?"
 뭔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카. 덤으로 그 큰 가슴이 살짝 위아래로 출렁이는 것을 보고 잠시 감탄했다. 바스트 모빙이란 실제하는 것이었다. DOA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였다.
 "으음~? 혹시 싶지만, 나도 포함되는 거야?"
 "그런거지."
 "그렇구나... 왠지 물어봐도 되?"
 어쩐지 조금 불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에 나는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긴장한 듯한 기색에 굉장히 흥분되는 자신이 있다. 평소에는 강한 아이였다가 어느 때에는 이렇게 연약해져서 나에게 기대려는 사춘기 소녀스러운 태도가 매우 사랑스럽다. 이른바 갭모에라는 것이다.
 "역시 저번 음반 매출량이 떨어진 탓일까..."
 "그건 중간 집계니까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니까."
 "... 그럼 왜 유닛이 된거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순간 막막했다. 아니, 미리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막상 말로 하자니 잘 안나오는 것을 어떻하라고!
 그래도 그녀를 납득시켜야하는 입장에 있는 몸이니 머릿 속으로 천천히 정리하면서 말문을 텄다.
 "실은 그녀들은... 전부 제가 프로듀싱하고 있는 아이돌입니다."
 "헤에... 그렇구나...."
 납득한 듯 납득하지 않은 듯한 대답. 잠시 후 그녀의 머리 위로 물음표 표시가 떠올랐다.
 "아니, 잠깐만?! 4명이나 되는 인원인데 전부 프로듀싱하고 있었어? 진짜로?"
 "그렇습죠. 얼마 전에 소규모지만 라이브도 했었는걸?"
 "나 전혀 몰랐어! 생각해보면 우리 프로덕션인데 이 사람들 한번도 본 적 없었고, 최근엔 시간도 대체로 내 스케쥴에 맞춰져 있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알기로 나랑 이 사람들 말고도 프로듀싱하는 사람이 최소 8명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문제없어. 346프로덕션의 프로듀서들은 최소 10인의 아이돌은 커버할 수 있어야 퇴직권고를 받지않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러한 환경에서 초창기부터 일하고 살아남은 대단히 뛰어난 수완의 프로듀서... 에 가까운 남자다. 유능하다고 자칭할만큼 내 양심은 썩지 않았다. 그러나 무능하지 않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응...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블랙이야, 이 회사."
 "급료는 쎄니까 불만은 없다! 이 회사에 뼈를 묻을 수 있다면 나는 영혼을 갈아 만든 엑토플라즘까지 묻어버리겠어!"
 "엑토플라즘이라는 게 그런 의미?"
 글쎄. 하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생각해.
 "이러나 저러나 아이돌을 여럿 담당하게 되는 것은 프로듀서들의 자기책임이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건 무슨 소리야?"
 "원래 회사입장에서는 성공할 수 있는 아이돌들만 키우면 되는데 우리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들은 다들 열의가 넘치거든. 보고서 팟하고 오는 아이돌이라면 누구라도 스카우트하니까 이런 일이 되버린거야."
 "진짜 완전히 자기책임이잖아, 그거!"
 그런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보면 나도모르게 몸이 움직이는 걸! 346 프로덕션의 저주라고들 우리끼리도 자주 이야기한다.
 "덕분에 상무님도 머리가 아프지. 점점 불어나는 아이돌들과 한정된 예산, 변동이 심해지는 수익 그래프... 그래도 그런 이유로 현 아이돌 시장은 우리 346프로덕션에 의해 독점되어가는...."
 "그마-안! 듣고싶지 않아! 그런 어른의 이야기!"
 이런 이런, 떼 묻지 않은 그녀가 듣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만간 성장할 기세를 보이는 다른 프로덕션을 찍어누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책략을 마련해야한다. 이런 우리의 애사심을 위에서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더이상 마카롱을 먹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게 되었어."
 "어른이 되었구나, 미카쨩♡"
 "가끔 프로듀서의 그런 얼굴! 난 엄청 짜증나거든!"
 가끔 미카쨩이 화내는 얼굴, 난 엄청 좋아하는데! 천생연분이구나, 우리!
 "하아, 왠지 지쳤어..."
 힘내라는 의미로 미카에게 이번에 새로 만들게 된 유닛의 기획서를 보여주었다.
 "이름은 LiPPS입니다. 회의에서 모두 입술이 예쁘다고 누가 그러더라고."
 그리고 그 말은 한 녀석은 나였다.
 "유닛명은, 응. 나쁘지 않네. 담당자는 프로듀서지?"
 "물론. 전부 내 손으로 키운 아이돌인데 누구한테도 넘겨줄 수 없어!"
 그렇다고 할까, 모두들 양 손 가득 아이돌을 맡고 있는 탓에 다른 사람의 아이돌에게까지 마수를 뻗칠 수 없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으음, 어쩐지 다들 장난끼가 많아보이는 얼굴이야."
 "미카라면 괜찮으니까!"
 아마도 그녀라면 다른 아이들이 서로 뭉치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실은 그녀가 솔로에서 유닛이 된 이유도 나 혼자로는 그녀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섞이지 않으면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다른 아이들의 개성은 강렬한 것이다.
 천천히 기획서를 읽어가던 미카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는 심호흡을 했다. 기획서를 내려놓은 그녀의 두 눈은 어느덧 결심이 선 듯 반짝 빛났다.
 "응. 나, 프로듀서를 믿고있으니까. 이번 유닛 결성도 분명 잘 될거라고 믿어."
 "고마워."
 "그래도 말이지, 역시 이런 중대사는 나랑 상의하고 결정해줬으면 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완전 내 멋대로인 결정이었다. 그녀에게는 큰 폐를 끼쳤다.
 "역시 화났지?"
 "그렇다기보단, 역시 나로는 부족한가 싶어서, 불안했어."
 그건 아니다. 그녀는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다만.
 다만 현실은 냉혹하다.
 아무리 그녀가 본궤도에 올라도 '실적'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녀의 빛나는 아이돌 생활은 끝날 테니까.
 죠가사키 미카라는 달님처럼 빛나는 존재조차도 버거울만큼 막강한 경쟁자들도 다수 있다. 아이돌 전국시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가 불안해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나도 한번 이러한 시기를 겪고, 담당 아이돌을 져버리고 꺾여버린 적이 있었으니까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날, 추악한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그 날의 악몽은 죽어도 잊지 못할 거다.
 그렇기에 나는, 그 악몽에서 날 구원한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만약 내 프로듀서로의 삶이 끝난다면 그건 내가 죠가사키 미카라는 스타를 정점에 올려놓은 뒤라고, 그렇게 제멋대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대로 미카를 끌어안았다.
 놀라서 어깨를 움찔했던 미카가 심장을 진정시키며 호흡을 맞춰가는 것을 느끼며 진심을 다해 고백했다.
 "충분해. 나한테는 이미 넘쳐흐를만큼 충분해."
 "프로듀서..."


 "... 감동적인 말을 해주는 건 고마운데... 좀 떨어져주면 안될까? 마카롱 먹다 흘린 부스러기 때문에 완전 얼굴 아픈데."


 "아, 응."
 내가 힘을 빼자 미카가 잽싸게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뺨과 코, 이마에 묶은 색색의 마카롱을 물티슈로 닦아내며 화장을 다시해야한다고 불평을 담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역시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구나.
 감동적인 장면을 기대했던 내 안의 연출감독이 폭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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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명의 개인파트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은 LiPPS 전원이 나오는 단체편입니다.
 소설은 개인파트 5+단체파트 1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는 구성으로 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파트 순서는 제 내키는 대로가 될테지만요.
 추가로 이번 편은 다른 편과 다르게 LiPPS 결성 전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맴버들보다도 미카와 프로듀서의 인연은 길었다, 라는 것이 잘 전해졌을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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