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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 팬픽_LiPPS와 함께 춤을! 하야미 카나데와 고장난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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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5, 2019 21:45에 작성됨.

"맛이 완전히 갔어."
 땀을 줄줄 흘리며 들어온 카나데의 입에서 그런 험한 말이 튀어나올 줄이야.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우선은 껴입고 있던 코트 위로 담요를 덥었다.
 "다행이네. 사무실 안은 엄청 춥거든."
 "밖의 날씨뿐만 아니라 사무실 내부 온도도 포함해서 한 말이었어."
 하긴. 밖이 저렇게 더운데 사무실 안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다 못해 추워서 몸이 바들 바들 떨리는 수준이다.
 "왜 이렇게 에어컨을 춥게 틀어놓은거야?"
 카나데답지 않게 다소 신경질적으로 따지고 들길래 어쩔 수 없이 에어컨 리모콘을 카나데에게 쥐어주었다.
 "You've got control."
 "... 또 어디서 이상한 영화의 명대사를 외워왔나 보네."
 예리한걸. 하지만 영화의 명대사라기 보단 만화가 아닐까?
 카나데는 받은 리모콘의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가며 에어컨을 조절할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렇다. 이 에어컨은 사실 고장난 것이다.
 "말로 알려줘도 되지만 나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니까 말이지. 다소 귀찮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그런 날 따라와줘서 고마워."
 "청춘 드라마 마지막 회에 나올 것같은 대사네. 감동이라고는 1밀리도 느껴지지 않지만."
 너무하네. 이래뵈도 신경써서 한 말이었는데.
 장난은 여기까지로 하고 미리 챙겨둔 수건을 카나데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받아든 카나데가 지금은 주인이 없는 텅 빈 방으로 들어갔다. 가방까지 들고 간 것을 보면 땀을 닦으면서 옷도 갈아입을 모양인가 보다.
 ... 카나데는 생각보다 발육이 좋으니까 말이지. 무심코 상상해버렸다.
 위험해. 엄청나게 야한 걸. 카나데부터가 색기가 넘치는 아이니까 말이야. 이름에서도 그렇고 어딘가 카에데를 닮았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요?
 그나저나 내가 프로듀스한 아이돌 중에서는 카나데의 체온이 가장 낮았을 터. 그런 카나데조차 견디지 못할만큼 날씨가 무덥다는 것은 다른 아이돌들, 특히 미카같은 경우엔 꽤나 괴로운 수준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럴때는 천재 이과 소녀인 시키냥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이 들지만, 시키냥은 고양이보다도 변덕이 심한 여자. 가끔씩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서 건네주는 경우도 있어 심히 곤란하다. 특히 저번에 받았던 두통약은 3일을 내리 자도록 만들어주는 숙면약이었기에 깨어났을 때 두통은 나았지만 사무소에서 짤린 뻔했었다. 그땐 진짜 위험했지.
 아직도 여름이 많이 남았으니 슬슬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까. 거리가 먼 몇명은 회사 차를 빌려서라도 픽업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감기걸리겠어... 프로듀서,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사무실에서 나온 카나데의 복장은 평소처럼 가벼운 복장이 아니라 초겨울에나 볼 수 있음직한 든든한 복장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리를 드러내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여고생답다.
 "실은 어제 프레데리카가 말이지, 해버린거야."
 "해버린거구나..."
 "덕분에 사무실은 남극 기온이네. 한여름 중이니 그나마 다행인가."
 이런 단순한 대답으로도 납득해버리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우리네 프레데리카는 당찬 아이다.
 카나데는 한숨을 내쉬다가 무심코 뿜어져 나오는 입김을 보고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온도가 낮을 거란 사실에 놀란 듯 하다.
 "괜찮아? 따뜻한 커피라도 타올까?"
 "... 한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네."
 내 질문에 답한 것은 아니였지만 승낙한 것으로 알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서랍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꺼내려고 보니 어느새 카나데가 과자가 담긴 접시를 들고 내 책상 위에 올렸다.
 "여기서 먹게?"
 "프로듀서가 일하는 모습을 볼까 싶어서. 안될까?"
 안될 건 없지만 별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거리가 꽤 가깝지 않나 싶다. 내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니 카나데가 등을 마주대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입술을 매만졌다.

 "후훗, 왜 그래? 또 저번처럼 키스할까봐 그래?"

 "아니, 그거 키스는 아니였지."

 뭔가 우쭐대는 느낌을 받아서 무심코 시멘트 대응을 해버렸다. 그러고는 카나데가 입술을 뾰족 내밀며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삐졌구만, 이거.
 카나데는 어른스러운 아이지만, 그런데도 아직 아이다. 자신이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저렇게 어리광부리듯 아이같은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어른스러운 여유를 보여주지만, 나에 한해서는 그런 일은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경우엔 금방 용서할 일도 나의 경우엔 대단히 오래 지속되곤 한다. 가장 길게 삐졌던 것은 일주일이었던가. 지방 로케이션도 겹친 때였기에 그녀의 냉담한 반응은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설마 이번에도 그렇게 삐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어떻게든 뒷수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럴 싸한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아이돌과 키스라니, 이건 반드시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아직 앞날이 길게 남아있는데 벌써부터 짤리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솔직히 이마에 입술 정도로 키스라고는 하지 않는다. 키스라는 건 좀 더 이렇게 민달팽이처럼 농밀하게,
 "프로듀서는 키스에 익숙한가보네."
 내 상념을 싹둑자르며 들어온 카나데의 중얼거림에 척추를 타고 냉기가 뇌 속까지 파고드는 듯 했다.
 "그렇네. 프로듀서는 사회인이니까, 여러가지 경험을 해봤겠지."
 그런 말을 하는 너의 오라가 사무실의 영하 온도보다 더 낮아보이는 건 왤까. 전신으로 무영의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 카나데를 보고 일단은 완성된 커피를 건네주었다.
 "이몸의 경험담이 듣고 싶은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단, 여자친구는 없었으니까 제대로된 연애담과는 거리가 먼 실전위주의 이야기지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프로듀서는!"
 킥킥 웃으며 책상에 앉은 나를 따라 카나데가 반대편 자리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는다. 얼굴색은 다른 때와 같이 변함이 없지만 유독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이 녀석도 부끄럼이 많다니까.
 그렇게 잠깐동안 커피와 과자를 먹으며 둘만의 다과회를 즐겼지만, 아무래도 카나데의 마음은 내 장난으로 곧장 풀릴 만큼 나아진 상태가 아닌 것같다.
 슬쩍 슬쩍 말을 던져보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 혹시 아까 한 말장난이 오히려 그녀의 화를 돋군 것이 아닐까 생각될만큼 그녀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대로는 안된다. 방법을 바꾸자.
 "그나저나 곤란하네. 이대로면 전기세가 엄청 나갈텐데. 수리기사는 내일이나 되야 온다고 하고."
 "내일?"
 좋아. 이번에는 카나데의 반응을 끌어냈다. 생각보다 커피를 마시는 속도가 빠르길래 추위를 타고 있나 싶어 돌린 화제가 정답이었다. 이대로 흐름을 이어가서 그녀의 기분을 풀어내도록 할까.
 "이번 폭염으로 에어컨이 많이들 고장난 모양이야. 우리는 다행히 고장이 나도 반대로 나서 다행이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반대로 고장났다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네..."
 뜻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닐까?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은 기계처럼 정밀할 필요가 없다고.
 아무튼 슬슬 밑밥을 깔아두었으니 재빠르게 작업에 들어가자. 타이밍적으로는 지금이 최적이라고 보았다!
 "근데 카나데는 대단하네."
 "갑자기 무슨 말일까?"
 아무 말없이 아직도 살짝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나데 쪽으로 일어나서 쓰고 있던 담요를 무릎에 덮어준다.
 "그렇게 추운 차림으로 있어도 아무 불평 말하지 않잖아."
 "흐응..."
 "어때 따뜻해?"
 "조금은. 고마워."
 이걸로 카나데의 데레포인트가 좀 올랐을려나. 그냥 놔두면 일주일은 삐질 것 같았기에 조치를 취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그녀의 화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나 꽤 센스좋지 않아?"
 "그런 가벼운 분위기만 지운다면 훨씬 멋질텐데."
 미안하지만 선천적인 성격이라 고치기 어려워서 말이지.
 "그래도 나는 이쪽이 더 좋은걸?"
 쓱 내민 카나데의 두 손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한 채로 멍하니 있자, 카나데가 요염하게 웃었다.
 "손, 잡아줘."
 무심코 나도모르게 홀린 듯 그녀의 손 위로 머뭇거리듯 내 손을 올렸다. 카나데는 자기 손바닥 위로 올라온 큼직한 두 손을 꼬옥 붙잡고는 그대로 가슴께까지 끌어왔다.
 "카, 카나데!"
 "응... 역시 이쪽이 더 따뜻한걸. 후훗."

 "담요보다도 프로듀서의 손이, 훨-씬 따뜻해."

 아름답게 미소짓는 그녀에게 한순간 심장이 아프게 두근거렸다.
 ... 이 아이는 역시 닮았다.
 그 사람과, 정말 닮았어.
 눈 앞의 소녀에게 실례되는 생각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과거의 감촉과 닮은 지금을 즐겼다. 붉어진 얼굴로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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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카나데가 미카와 더불어 LiPPS중에서 가장 쓰기 편한 캐릭터인 거 같습니다.

이걸로 오늘 하루동안 올릴 수 있는 팬픽은 다 올릴 수 있게됐네요.
내일도 3편 마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자기만족형 소설인지라 연재 주기는 오락가락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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