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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단편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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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7, 2019 20:57에 작성됨.

1.
난 벤치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어.
어? 눈앞이 흐려져.
다시 집중해서 바라보니까 무언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어.

시간이 멈췄어.
아무것도 움직이질 않아.
하지만 그 때 세미 트럭 아래에 처박힌 내 몸에 시선이 끌렸어.

그러는 도중, 왼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회색 머리에 고스 룩을 입은 십 대 아이가 날 바라보고 있었어.

"트럭에 치이다니, 안됐네요."

"넌... 누구야?"
난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그 아인 날 바라보며, 눈썹을 올렸어.
"정말? 알아맞혀 보세요."

"죽음." 난 대답했어.
그러자 그 앤 눈 한쪽을 찡긋했어.

"한 번에 맞췄네요. 보통 사람들이 맞추는데 몇 번 틀리거나 하거든요.
신이라든지, 악마라든지, 뭐 그런 거 등등."
그리고 그 아인 자리에서 일어났어.
"뭐 어쨌든, 갈 시간이에요."

"ㅈ, 잠깐만!"
그 앤 날 이상하다듯이 쳐다봤어.

"ㄴ, 난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난 아직 젊다고!"

그러자 그 앤 비꼬는 듯이 말했어.
"언니,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딱 하나뿐인데,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어서."

"뭐라고!? 뭐든지 할게!"
난 빌었어.

그 애는 한숨을 내쉬었어.
"두 명의 이름이 필요해요. 당신 대신 죽을 사람들.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카운트될 거예요."

"뭐!? 왜?!"

"미안.. 그게 여기 법이라. 죽음이란 건 결국 빚이랑 다른게 없어요.
어떤 방법으로든지 지불해야 해서. 대부분은 그냥 자기가 죽어요."

정신이 핑핑 돌기 시작했어.
내가 이름을 생각해낼 때마다, 그 앤 고개를 내저었어.
내 소중한 친구를 생각하기 전까지 말이야.

"나오랑 카렌? 진짜? 자기 목숨 살리겠다고 둘을 죽게 내버려 둘 거예요?"

난 고개를 끄덕였어.
확실히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겁쟁이란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난 너무 무섭단 말이야.

"와. 그래. 끝내자. 당신 정말 쓰레기야."

난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어.

"아, 한가지 더."
난 눈물이 맺힌 채로 그 애를 올려다봤어.

"당신은 나와 했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갑자기 무언가가 뒤에서 확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어.
트럭은 내가 나가려던 앞을 휙 하고 바로 지나갔어.

"조심해요."
회색 머리의 십 대 아이는 날 놓아주면서 그렇게 말했어.
"누군가 다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난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어.
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어.
정말 큰일 날뻔했어.

다시 걷기 시작하려던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어.
살아있다는 거에 감사해하며 미소를 지은 채 전화를 받았어.


"시부야 씨? 죄송하지만 전해드려야할 안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2.
인육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맛있어.

제발 나보고 뭐라 하지 마.
정말 끔찍한 상황이었단 말이야.
난 굶고 있었다고.

그 여자는 이미 죽어있었고, 그 상태로 며칠 동안 있던 상태였어.
그래서 그 여자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날 산책시켜줄 사람도, 내 밥그릇을 채워줄 사람도, 아무도 없었던 말이야.
그리고 냉장고 문엔 손도 안 닿았고.

그녀의 살은 마치 닭고기 맛이 났어.
난 닭고기가 좋아.

집에서 며칠 동안 전화가 울려댔지만, 난 어떻게 전화를 받는지 몰랐어.
누군가가 진짜 이 여자랑 통화하고 싶었나 봐.

며칠이 지나고, 누군가가 문 앞에 와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어.
난 짖기 시작했어.
난 방문자가 싫거든.

"경찰이다, 문 열어!"라고 한 남자가 소리 질렀어.
난 더 크게 짖었어.

그들은 마침내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이건 날 엄청 화나게 만들었어.
난 그들을 향해 짖으면서 으르렁댔어.

남자들 중 한 명이 나를 보고는 그의 파트너에게
"뭐야 이게? 이거--"

난 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를 향해 달려들어 팔에다가 내 이빨을 박아 넣었어.
최대한 크게 물어뜯으려고 했는데.
조그마한 총이 날 감전시켜 기절시키기 전까진 말이야.

삐-하는 소리에 난 정신이 들었어.
난 으르렁댔어.
난 삐-하는 소리가 싫어.

커다란 하얀 방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어.
하지만 밖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어.


"여자는 조현병이 있었습니다. 그녀를 평생 동안 개로써 길러왔어요. 심지어 개 목걸이까지 차고 있다고요."

"아무래도 수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로지 네 발만 써서 걸어 다니고 있어요."

"불쌍한 사람, 저렇게 살아왔다니 상상할 수가 없네. 그녀가 저 아일 어떻게 불렀다고요? 미오?"

내 이름을 듣고 난 고개를 젖혔어.
혀는 쭉 빼고 난 기쁘게 핵핵댔지.

간식 줬으면 좋겠다.
난 착한 아이로 있었다고.


3.
프로듀서는 하야테의 코트를 받아 옷장 안에 걸어놓았다.
"자, 여기."
애정이 듬뿍 담긴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울었다.
"와인 마실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듀서는 잡시 멈추고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있잖아, 넌 다른 여자애들하곤 달라."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야테는 프로듀서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난 5개월 동안을 비추어보아, 프로듀서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은 그녀를 기쁘게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바라던 건 흠모였으니까.

부엌에선 쨍그랑거리는 금속 소리와 함께 들뜬 "어이쿠!"하는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하야테는 빙긋 웃으며 서재로 향하고는 소파에 몸을 편안히 기댔다.

기다리던 도중, 그녀는 옷장에서 철그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부엌을 쳐다보면서 그녀는 프로듀서가 금방이라도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철그렁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하야테는 방을 훑어보고는, 머뭇거리며 옷장 문 앞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는 오래되고 힘을 꽉 쥐어야만 돌아갔지만, 어떻게든 열 수는 있었다.

옷장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리고 틀림없는 미풍이 옷장 속 코트와 작은 장식품들 뒤편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호기심 반, 놀람 반으로 그녀는 코트를 옆으로 치워내자, 그 뒤엔 계단이 있었다.
그녀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철그렁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더더욱 크게.

하야테는 조심스레 뒤를 바라보았다.
프로듀서가 여전히 부엌에 있단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벽에 전등 스위치가 있단 걸 눈치챘다.
그녀는 스위치를 올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하야테는 공포에 바라보았다.

벽에는 네 명의 여자가 쇠사슬에 묶여있었다.
말라붙은 피가 그녀들의 손목과 발목에 눌어붙어있었다.
그중 세 명은 의식이 없는 채 축 늘어져 걸려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의식이 있었지만, 이도 간신히 유지한 상태였다.
그녀는 힘없이 팔을 움직였고 철그렁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움직이려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했잖아, 하야테. 넌 다른 여자애들하고는 달랐다고."
프로듀서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너처럼 멍청-"

프로듀서의 말은 얼굴로 향해 날아든 팔꿈치에 끊기고 말았다
프로듀서는 계단 쪽으로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야테에겐 벽난로의 부지깽이를 들고 머리에 한 방 날리기엔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엎드린 형체 옆에 서있던 하야테의 표정에는 역겨움만이 남아있었다.
5개월 동안 이 얼간이에게 관심 가진척했었던 나날들,
오로지 이 방에 들어오기 위해서 숨겨왔었던 5개월간의 내 진짜 목적.

하야테는 의식이 남아있는 여자의 옆으로 다가가 족쇄를 풀어냈다.
잔뜩 쇠약해져 무릎으로 주저앉은 그녀를 붙잡았다.


"이제 괜찮아, 언니."
하야테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 왔어."


4.
사실 난 한 번도 발렌타인데이를 즐거워해본 적이 없어.
데이트하는 여자들이 로맨틱하게 기대하는 걸 꿈꿔왔던 어렸을 때도 말이야.
그래서 나를 위해 그 애가 방안에 작은 풍선들이랑 장미랑 초콜렛을 놔둔 걸 알아차렸을 때,
이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었어.
그 애는 아이돌 중에서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어.
막 가만있어도 팬들이 들러붙는 그런 부류의 애들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걘 항상 발렌타인데이 때 크게 준비했어.
처음 몇 년 동안은 쭉 저항해봤는데 말이야.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어.
난 그 애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 있던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어.
카드 안에는 그 애가 휘갈겨 쓴 노트가 적혀있었어.
"우리가 지금까지 떨어져서 보냈던 시간들을 메꾸고 싶어."
걔가 문을 열었을 때, 난 계속 카드를 읽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


"선물을 찾았구나."
걔가 나한테 걸어오면서 말했어.
난 작은 미소를 지어 보냈어.
그 앤 나한테 다가와서 내 발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주기 시작했어.
"난 네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어. 사랑해, 너도 알 거야."
걘 그렇게 말하면서 내 바지를 잡아당겼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을 수밖에 없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난 걜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특히 발렌타인때는 말이야.


5.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갑자기 조금 부끄러워져서, 전화기를 붙잡은 채 망설였다. 112에 전화해 본 것은 처음이었고,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항상 떨렸다. 프레짱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물론, 그랬다면 전화를 걸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헛기침을 한 뒤 질문에 답했다.

"안녕하세요, 음.. 저는 346프로에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실종자를 신고하고 싶은데요.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요."

"그럼 얼마나 오랫동안.. 잠시만요, 지금 뭐라고 하셨죠?"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요."

아니, 아뇨- 제 말은, 그거 전에 했던 말."

나는 조급하게 한숨을 쉬었다. "346프로에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저기요, 프레짱이 12시간이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아요. 별로 길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아이한테는 정말 긴 시간이에요.
프레짱은 저한테 언제 돌아올지 말하지 않고 나가는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서.."

"현재 주소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말을 멈추고,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 "주소를 왜 알아야 하죠?"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나는 당혹감이 신경질 내는 것으로 감추었다. "집이죠, 당연히."

"그리고 주소는요?"

인내심이 다해갔다. "몰라요, 됐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보세요,
그냥 프레짱을 찾아서 괜찮은지만 말해주면 된다고요, 알아들었어요?"

"프로듀서 씨, 지금 어디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부모께서 매우 걱정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찾으러-"

그 순간, 프레짱이 걸어들어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고,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프레짱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긴 어떻게 올라왔어?"

나는 프레짱을 향해 밝게 웃었다. "거기 있었구나. 집에 돌아오질 않아서 너무 걱정했어!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지하실을 안 잠그고 나갔더라,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잖아. 괜찮은 거지?"

프레짱은 방금까지 통화했던 전화기를 보며 말했다.
"경찰한테 어디에 있다고 말했어?"

"아니, 그냥 프레짱을 찾아달라고만 말했어. 얘기해야 했어?"

프레짱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래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나중에 전해 줄게."

프레짱이 내 손을 잡고, 수갑의 금속 표면을 쓰다듬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올 때부터 꼭 이렇게 하곤 했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이제는 괜찮다.
이제는 그녀에 대한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자, 이제 내려가야지? 같이 가자."

"응! 좋아." 나는 행복하게 대답하며 프레짱을 따라 지하실로 향했다.


이번 편은 조금 짧게 끝나버렸네요.

최근 점점 더워지는 게 느껴지네요 여름이긴 하네요.

그래도 공기가 맑아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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