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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무 "P느님에게 감금당한 지 N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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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5, 2019 17:21에 작성됨.

리아무 "P느님에게 감금당한 지 N개월..."


※ 본 글의 전작은 마미밍님의 [리아무 "P느님에게 프로듀스 당한지 N개월..."]입니다.(링크 참조)



"으으음..."

부스스 눈을 뜬다. 얼마나 잤지? 잘 모르겠다. 잠들기 전, P느님의 처음 들어보는 자장가에 마음이 홀린 듯, 정신이 홀린 듯 스르륵 잠이 든 것 까지는 기억이 나지만...그나저나 여기는 어딜까?

리아무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본다. 그 때에

[절그럭]

"...어?"

리아무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어둡지만 그럼에도 한 눈에 보이는...아니, 애초에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족쇄. 새하얀 시트 위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발에는 커다란 족쇄가 달려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가벼운 패닉에 빠지지만, 족쇄에 달린 쇠사슬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쇠사슬의 끝은 벽에 고정되어 있었고, 튼튼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패닉은 곧 공포로 빠졌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자신을 돌봐 준 P.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P에 대한 공포다. 자신이 이렇게 있는 동안, P는 무사한 것일까? 리아무의 생각은 그게 더 앞섰다.

"P느님...!! P느님!! P느님 어딨어-!!"

울부짖으며 불러본다. 거의 절규와 오열에 가까운 목소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가슴은 미어진다. P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리아무의 머릿 속에는 그것이 전부였다.

[저벅]

"으윽?!"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닦고 서둘러 자리에 눕는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아무에게는 지금 맞설 힘이 없다. 그저 공포에 떠는 수 밖에 없다.

[끼이이익]

문이 무겁고, 천천히 열린다. 그 소리에 맞춰 리아무의 심장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린다. 자신 뿐 아니라 납치범에게도 들리는 거 아닐까! 리아무의 걱정, 공포는 점점 커져갔다.

"...방금 유진이가..."

"...!?"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심장이 천천히 운동하고 있다. 눈을 살며시 떠보자, 역광이라 표정은 잘 안 보이지만, 거기에는 익숙한 인물이 있었다.

"P느님!!"

그녀의 프로듀서인 P. 그녀가 잠들기 직전까지 함께 있던 남성이었다. 리아무는 반가워했고, 동시에 기뻐했다. 지금 자기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인물이 눈 앞에 있으니까!

P도 기뻤다. 리아무가 자신을 알아봐 주었기에. 살며시 리아무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에 손을 올린다. 갑작스러운 P의 행동에 리아무는 놀라고 말았다.

"P, P느님...?"

"응, 유진아..."

유진...? 그러고 보니 아까전에도 그런 이름을 불렀다. 리아무는 알고 있다. SNS를 많이 해봤기에 그런 형태의 이름은 보통 한국인이라는 것을. 리아무의 P는 리아무를 보며 유진이라는 이름을 부르고 있다.

"P느님, 유진이가 누구..."

와락. 리아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P가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걱정마, 유진아. 너는 잘했어. 봐, 3위씩이나 했잖아? 이제 리아무로 있을 필요는 없어."

"P, P느님...?"

"유진이는 이제 누구한테도 안 뺏겨...절대로...내가 지켜줄게..."

"......"

P의 말은 상냥했고, 따스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서웠고, 차가웠다. 그렇지만 리아무는 정반대의 기분에 취하며 P의 몸에 기댔다.

자신을 봐줬다. SNS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고, 터질 것 같이 아슬아슬한 정신을 유지하며 겨우 살아가던 자신을...

그렇지만...

"유진아...앞으로 계속 같이 지내자. 이번에야 말로, 너를 지킬 거야..."

"......"

P가 보고 있는 것은 리아무가 아니다. 유진이라고 하는 소녀다. P가 잊지 못했던 유진이라는 사람이다.

그녀가 누군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기기는 커녕 존재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망상 속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응, P느님...나, P느님하고 같이 있을래."

그게 어쨌다는 거지?

지금 내 앞에 있다. 나를 따뜻하게 봐주고 있다. 내가 아닌 유진이를 보고 있지만 어쨌거나 내가 보고 있는 것은 P느님이다.

상관없다. P느님이 나를 유진이로 보고 있으면...그렇다면...

"유진아..."

"응. 나는 유진이야."

리아무라는 여자가 죽으면 그만이다.

...

그 뒤로 몇 개월이 지났다. 그녀가 P의 집에서 감금 당한 게 언제인지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

그렇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건 이제 사소한 건이다.

보고 싶은 영화, 게임, 만화, 애니 전부 부족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은 P와 같이 보고 싶은 것 뿐이니까.

먹고 싶은 것도 상관 하지 않는다. P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순간이 보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니까.

족쇄는 이미 풀린 지 오래.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갈 필요가 있어? 여기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있다. P가 있고, 자신이 있다. 그러니 여기에서 나갈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가끔 SNS나 인터넷에서 아이돌 리아무를 찾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리아무는 이제 없어."

이 집에 있는 것은 유진과 그의 프로듀서인 P뿐이다.

"존나 야무. 어쨌든 P느님 위해서 밥 준비하자."

핸드폰을 적당히 던져두고, 식사 준비를 위해서 주방으로 간다.

[딩-동]

평소 울리지 않았던 초인종이 울리자, 유진은 깜작 놀라고 만다. 택배 같은 것은 P가 미리 언질을 넣어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기에 저 사람은 필히 외부인일 것이다.

"......"

침 삼키는 소리만이 정적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

[딩-동]

다시 한 번 초인종이 울리지만 유진은 그저 가만히 있는다. 뭐라고 할 이유는 없으니까...외부인이라면 가만히 있으면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진의 커다란 착각이다.

[쾅]

"야무우우우!?"

커다란 도끼 날이 문을 박살냈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남성의 목소리가 여러 개 들린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유진은 서둘러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리고 뭔가 몸을 보호할 호신 수단을 찾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으아아아...어, 어떻게 해, P느님-!!"

[쾅]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유진의 작은 어깨가 흔들린다. 동공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바깥의 저 사람들은 자신과 P의 행복을 부수고 있다.

"P느님-!!"

쾅하고 문이 부셔지자, 남성 중 한 명, 도끼를 들고 있던 남성이 유진을 보자 소리친다.

"유메미 리아무씨!! 무사하십니까!?"

"...어?"

"경찰입니다. 유메미씨, 무사하신가요? 지금 바로 병원에 이송시켜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유메미 리아무? 유진?

자신은 유진이다. 아니다.

자신은 리아무다. 아니다.

자신은 유진이다. 아니다.

자신은 리아무다. 아니다.

"어...?"

동공이 터질 듯 떨린다. 목소리가 가늘게 울린다. 머리가 깨질 듯 조여온다.

이윽고 패닉을 이기지 못한 리아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고, 그걸 경찰이 잡는다.

"어서 병원에 연락해!!"

"네!!"

"다, 당신들 뭐하는 짓이야?!"

P가 퇴근했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 벌여진 난장판을 보고 화가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도...눈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아이돌'을 데리고 가려는 남성을 보고 분노에 휩싸였다.

"유진이를 돌려줘-!!!"

P가 달려들었으나 경찰들이 그것을 막는다. 바닥에 깔려버린 P에게 수갑을 채우자, 움직이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P는 리아무를 안고 바깥으로 나가는 경찰을 향해 소리친다.

"돌려줘!! 돌려줘!!!! 또 데려갈 생각이야!? 내게서 또 뺏아갈 생각이냐고!!! 유진아!!! 유진이를 돌려줘!!!!!!!"

...

다시 몇 개월이 지났다.

P는 당연히 해고 당했다. P를 신고한 것은 그의 담당 아이돌들이었다. 그를 위해서, 그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서. 그가 우리를 빛나게 해줬으니까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지만 그녀들의 그건 그저 자기 만족에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벌은 너무나 참혹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교도소 안에서 단말마가 계속 울리고 있다. 중간 중간 들리는 사격소리.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단말마.

P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철창에 고개를 가까이 댄다.

단말마는 점점 가까워져 갔고, 사격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무, 무슨 일이야...?"

이윽고, 마지막 단말마가 들린 뒤,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피로 얼룩진 식칼과 마찬가지 피로 얼룩진 커다란 도끼를 들고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단발 갈색 머리의 여성이었다. 분홍 드레스에 어울렸을 여러 리본도 피에 얼룩져버리고 말았다.

"......"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P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아...아...!!"

P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유진아...!!"

"응, P느님. 이번에야 말로 쭈욱 같이 있자?"


다음 날, 346프로덕션 화재 사건이 뉴스에 보도 되었고, 180명이 넘는 아이돌의 시체가 곳곳에서 발견 되었다고 한다.

회사 사람들이 전부 사망 처리 된 와중에 교도소에 있던 P와 아이돌 유메미 리아무만이 실종자로 처리되었다.

아니, 이미 유메미 리아무는 죽었다. 그의 옆에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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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는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

- 소울 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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