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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사랑과 우정과 분노의 교차 (후편) {재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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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3, 2019 00:59에 작성됨.

리이나는 오늘 하루가 망가진 것이 굉장히 싫었다.
사람이 9~10층은 되어보이는 건물에서 떨어져 그녀 앞에 터져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터져' 있는 시체를 보고 마음이 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 오늘 내내 리이나는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보낼 것이다.


경찰은 이미 불렀고, 이제 리이나가 할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사람이 얼마 지나다니지 않는 골목길이라고 해도 여긴 엄연히 도쿄 시내이다.
경찰은 금방 올테니, 리이나는 마음 놓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려 하였다.


마유 「...리이나 쨩?」


낮으면서도 맑은 음색의 여자 아이 목소리에 리이나는 놀라서 간이 떨어질 뻔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사쿠마 마유.
원래라면 사무소에 있어야 할 그녀가 어째선지 리이나의 바로 뒤에 서있었다.


리이나 「자, 잠깐만! 이리로 오지마!」


마유가 리이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자,
리이나는 무심코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마유  「네, 네?」


마유는 당황하여 잠시 멈춰섰다.
리이나는 상당히 난감하였다.
어차피 자신은 신고자라 여기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데,
마유에게 이런 잔인한 현장을 보여줄 수는 없다.


특히 마유는 어제 심리가 불안정할 만한 사건을 겪었다.
마유가 왠지 트라우마가 있어 보이는 왼쪽 손목을, 어떤 뚱뚱한 남자가 부여잡고 손을 핥은 사건...
마유는 기본적으로 상냥하지만, 그 뒷면에는 어떤 잠재성이 있을지 모른다.
어째선지 모를 불길한 직감이 리이나를, 마유가 이 현장을 보게 하면 안된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


리이나 「.........」


마유 「리이나 쨩?」


어쩔 수 없이 적당히 거짓말을 해서 돌려보내야 한다.
리이나는 마유가 좋아하는 사람, 즉 사이토 프로듀서를 떠올렸다.
그가 마유를 불렀다고 한다면 금방 마유는 돌아갈 것이다.


리이나 「저기 마유 쨩? 아까 사이토 씨가 사무실로 오라고 하던데 가봤어?」


미호 「응? 아까 사무실 갔는데 없어서 물어보니까 잠시 외출했다고 하던데.」


리이나 「으앗, 깜짝이야!」


미호 「아, 미, 미안...!」


뜬금없이 튀어나온 미호로 인하여 리이나는 또 한 번 다시 놀랐다.
마유에 이어 미호의 등장이라.
리이나는 아무리 사무소와 가까운 골목이라지만 왜 이렇게 타이밍 좋게 계속 나타나는지 의문이었다.


리이나 「대체 너희들은 여기 무슨 일로 온거야....」


미호 「그, 그게... 자,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랄까...」


마유 「저, 저도... 잠깐 용무가...」


리이나는 그녀들의 대답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티가 나는게 얼버무리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사실 이 사건이 살인이고 내가 범인임'을 보여주는 것 같은 어색한 변명이 신경에 거슬렸다.
이렇게 얼버무린다면 어차피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리이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거짓말이 들통났으니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리이나 「그, 이 앞에 사람이 죽어있거든.」


미호 「사, 사람이 죽었다고?」


리이나 「응. 근데 시체 상태가 매우 안 좋아서... 여기저기 피 튀긴거 너희들도 보고 싶지 않잖아? 그치?」


리이나는 미호가 섬뜩해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아마 미호는 시체 따위는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마유였다.


마유 「사람이 죽어... 여기저기... 피가 튀어..」


리이나는 마유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임을 느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마유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
무언가 자극이 주어지면, 어떤 짓이라도 벌일 것 같았던 것이다.


리이나  「(으아... 이거 위험해...)」


순경  「시, 신고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리이나는 지나치게 빨리 온 순경을 보고 놀랐다.
아마 혼자 온 것을 보니 순찰 중에 연락을 받고 찾아온 것일 터이다.
일단 경찰이 왔으니 이 곳 상황통제는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순경 「으, 으아아악! 이.. 시, 시체...」


경찰이 오히려 시체를 보고 놀란다.
상당히 곤란한 일이다.
물론 높은 곳에서 어떻게 떨어진 건지, 매우 흉측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리이나 「조금 진정하세요.」


순경 「다, 당신은 이런 것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태연히... 다, 당신이 죽인 거 아닙니까?」


리이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경찰이 이런 망언을 함부로 내뱉는가.


미호 「..........리, 리이나 쨩...」


그런데 미호가 리이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순경의 말이 상당히 신빙성 있게 들렸나보다.
리이나는, 동료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듯 싶었다.


리이나 「...시체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어차피 살아 움직이지도 않는데.」


미호 「그, 그래도... 순경 아저씨가 저렇게 놀랄 정도라면...」


리이나는, 정말 이 시체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웃어 넘겼다.
사실 정말 살인사건이라면 시체보다 무서운 것은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리이나 「진짜, 무서운 것은 말이야. 만약 이 사건이 살인이고, 그 악마같은 살인범이 우리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다... 는 거 아닐까? 그게 더...」


마유 「아....아아아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마유가 괴성을 내지른다.
그야말로 '뜬금없는' 괴성에 리이나를 포함한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휘둥그레하며 마유를 쳐다보았다.


리이나 「뭐... 뭐야? 뭐... 뭐...왜, 왜 이래?」


마유는, 마치 정신병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눈의 동공은 풀려있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계속 소리만 지르고만 있다.
누가봐도 이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미호 「마, 마유 쨩! 왜 그래!」


마유 「아...아... 사... 사...람을...내...가....」


리이나는 마유의 뭉게져가는 말 속에서 이상한 구절을 들었다.
'사람을 내가'.......


미호 「진정해, 마유 쨩! 진정해!」


미호는 최대한 마유를 진정시켜보려고 하였다.
애초에 미호는, 마유가 걱정되어서 따라온 것이었다.
어제 일어난, 마유에게 있었던 안 좋은 사건으로 인해 마유가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분명 마유는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였다.
게다가 확실히 성추행을 당했지만, 강간과 같이 심한 일을 당한 것도 아닌데 이 반응은 상당히 과도하다.
대체, 아까 헤어지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미호 「아, 안되겠어... 리이나 쨩. 우리는 먼저 가볼게!」


미호는 우선 마유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
이럴 때, 의지가 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한편, 리이나는 마유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매우 기이하여 온갖 생각을 다 동원하였다.
그 중에, 떠오른 두 가지 경우의 수.
하나는 그나마 괜찮지만, 나머지 하나는 정말 최악의 것이었다.


리이나 「저기, 잠시만요.」


순경 「이, 이보세요! 시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리이나는 엎어진 시체의 후두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뒤통수에 난 다소 조그마하면서도 새로 생긴 듯한 상처를 발견하였다.


리이나 「..........마유...」


리이나는 안타까운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마유의 프로듀서, 즉 사이토 프로듀서는 지금 황급히 나갈 채비를 한다.
방금 미호에게 온 전화에 따르면, 마유가 지금 정신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다.
아이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다니.
이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프로듀서의 책임이다.


혹시, 어제 있었던 일이 마유에게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을 준 것일까.
그 때 혹시 자신이 더 위로해주어야 했던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괜찮아 보였던 마유를 그냥 넘겼던 것에 대해서, 사이토 프로듀서는 후회하였다.


사이토 P 「아무튼, 지금은 빨리 마유에게 가봐야 해.」


미호는 지금 마유와 함께 근처 카페에 와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면 간다.
서둘러 마유에게 가서, 마유를 보살펴주어야 한다.
그는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해놓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덜컥


사이토 P 「어?」


카렌 「아, 깜짝이야.」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니 호죠 카렌이 어째선지 바로 앞에 있었다.


카렌 「뭐야? 어딜 그렇게 급하게 나가는거야?」


사이토 P 「아, 마유에게 조금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살펴보러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카렌 「흐-응?」


뭔가 느낌이 이상한 대답을 남긴 채, 카렌은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호죠 카렌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예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분명, 카렌 앞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을텐데 말이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그냥 여자의 근거없는 편견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


마유 「..............」


미호 「괜찮아... 괜찮아...」


괴성을 지르는 것은 멈춘 지 오래지만, 마유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다.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져 있다.
아무리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어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미호는, 빨리 사이토 프로듀서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이토 P 「마유! 마유 어디있어!」


미호 「아, 여기에요!」


사이토 프로듀서는 마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년을 넘게 마유를 프로듀스 해왔지만 이렇게 초췌해진 모습을 처음이었던 것이다.


사이토 P 「마유, 코히나타 씨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어.」


마유 「........」


마유는 그렇게 좋아하는 자신의 프로듀서가 온 것을 보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단지 사이토 프로듀서의 눈을 지긋히 바라볼 뿐이었다.


사이토 P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부디, 나에게 말해주지 않을래?」


마유 「..........」


이제부터는 둘만의 시간이다.
미호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마유가 과연 사이토 프로듀서에게 마음을 열 것인가.
아니면 끝끝내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은 마유의 선택에 달려있다.


미호는, 이제 사이토 프로듀서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고, 자리를 피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미호는, 카페 밖으로 나갔다.


====================================================================


간단한 사정청취를 끝내고, 리이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좋지 않은 기분인 채로 오락실로 향하는 것도 좀 그렇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걸어서 15분 거리이니, 조금 빠른 경보로 10분 정도로 도착할 수 있었다.

미호와 마유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요즘 주로 이용하는 휴게실에 들어갔더니, 카렌과 치에리가 있었다.


리이나 「여어, 카렌 쨩. 치에리 쨩.」


치에리 「아, 리이나 쨩!」


치에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리이나는 이렇게 반겨주니까 좋기는 한데, 요즘 이상하게 치에리가 왠지 달라붙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오묘해진다.
그렇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하였다.
한편, 카렌은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리이나 「어.... 지금 무슨 심각한 이야기라도 하고 있었어?」


공기가 상당히 무거움을 느낀 리이나는 들어올 때 카렌과 치에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었다.


카렌 「저기, 마유의 프로듀서. 사이토 프로듀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리이나 「사이토 프로듀서?」


리이나는 사이토 프로듀서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리이나, 치에리는 타케우치 프로듀서에 카렌은 미시로 상무 직속, 미호는 누군지 모르지만 별개의 프로듀서가 있다.
마유도 비슷하게 그냥 '마유의 프로듀서'가 있을 뿐이다.


카렌 「나는 말이야. 그 사람이 뭔가 수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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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P 「마유. 계속 이렇게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면 마유 너만 괴로워질 뿐이야.」


마유 「.............」


사이토 프로듀서는 마유를 계속 설득하려고 하나, 마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매우 슬펐다.
지금까지 맡았던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서글픈 기분이 되어 무심코 눈물이 흘러나왔다.


사이토 P 「나는... 마유에게.... 믿음직하지 못한 프로듀서였을까... 그런 거구나....하하...」


태연한 척해보지만 이미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유 「..........!」


마유는 자신의 프로듀서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유는 그 누구보다도 프로듀서를 사랑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이토 프로듀서는 과연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가 항상 의문이 들었다.
이제서야, 마유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프로듀서의 마음은 진실인 것이다.


마유 「저, 저기... 저는.......」


조금씩 입을 떼는 마유는, 있는 용기를 모두 내어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마유 「저 같은 아이는, 저 같이 나쁜 아이는 당신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요...」


나쁜 아이.
마유는 지금 자신을 '나쁜 아이'로 규정하였다.
마유는 자신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있었던 성희롱 사건에서 느꼈던 수치심.
그 수치심은 곧 분노로 변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뇌리에 새겨졌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보게 된 그 남자의 뒷모습.
끓어 오르는 증오는 마유를 감싸안았다.


'저 사람을 죽이고 싶다.', '저 사람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무엇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떠오르게 만든 그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강한 충동에 이끌린 마유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달래보지만....


마유 「저는.....저는....... 으흐흑... 저는......!」


그렇게 될 줄은 마유 자신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손에는 기다란 철근이 들려있었고,
눈 앞에는 그 남자가 엎드려 쓰러져있었다.


아무도 없는 옥상.
마유는 망설임 없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그 남자를 뒤쫓아,
옥상에 놓여 있는 철근 중 하나를 집어들어 그대로 내리쳤던 것이다.


아무리 연약한 여고생 마유가 때린 것이라 하더라도, 철근으로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는다면 남자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아무 저항없이 마유 앞에 쓰러진 남자는 그대로 움직임이 멎었다.


마유 「저는 그 사람을.... 그런데도 저는... 그것을 잊어버리려고 했어요...」


마유는 그대로 그 일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였다.
모든 것은 그 사람이 나쁜 일을 했기 떄문에 일어난 일.
자신은 단지 그 남자에게 인과응보를 내려준 것 뿐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아무리 세뇌한들 강하게 사로잡힌 살의의 기억은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리이나의 말.


리이나 「진짜, 무서운 것은 말이야. 만약 이 사건이 살인이고, 그 악마같은 살인범이 우리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다... 는 거 아닐까?」


마유는 그 때서야 깨달았다.
정녕 무서운 존재, 악마 같은 존재.
마유는 자신이 '살인범'이 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희망을 건네주는 아이돌의 살인.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소녀의 살인.
그것을 깨달았을 때, 마유의 정신은 더 이상 정상으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


마유  「마유는.... 마유는.... 살인범....이에요.. 저는... 감옥으로 가야 하...」


마유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가만히 듣다가 마유를 꾸짖었다.


사이토 P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마유 너는 살인범이 아니야!」


마유  「네, 네?」


마유는 강하게 나서는 사이토 프로듀서를 보고 놀랐다.


사이토 P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마유는 착한 아이라고!」


마유  「하, 하지만... 저, 저는...」


사이토 P  「나는...... 더 이상 마유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사이토 P  「네가 무슨 잘못을 하든, 어떤 생각을 하든, 나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 왜냐하면 나는 마유가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러니 더 이상 혼자 괴로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유  「프, 프로듀서... 씨. 저는.... 저는.... 으아아앙...!!!」


사이토 P 「옳지, 옳지... 마유는 착한 아이야...」


마유는 사이토 프로듀서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눈물 중에 가장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마음놓고 운 마유는 처음이었다.
마치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그저 울 뿐이었다.
어느새 사이토 프로듀서의 셔츠는 눈물로 젖어있었다.


사이토 P  「.........이제 마음이 좀 놓였어?」


마유  「.....네.」


사이토 P  「당분간은 좀 쉬자. 그 사이에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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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나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리이나는 카렌의 엉뚱한 소리에 기가 막혔다.


카렌  「그러니까, 사이토 프로듀서는 어쩐지 위험해보인다고!」


치에리  「하, 하지만 지금 근거가 없잖아.....」


카렌  「.....여자의 감이야!」


여자의 감이라니.
그럼 그런 감도 오지 않는 리이나 자신은 여자가 아닌가보다 생각하였다.
리이나가 보기에 사이토 프로듀서는 상당히 의지가 되는 인물이었다.
마유를 프로듀스하는 모습만 보아도 그렇다.


카렌  「아무튼 그 사람의 꼬리를 내가 언젠가는 잡아버릴거야!」


리이나  「그러다 영화처럼 살해당하지나 마셔.」


리이나는 냉소적인 농담을 뱉었다.


꼬르르륵


상황에 안맞는 배꼽시계 소리.
누군가인가 했더니만 치에리가 왠지 얼굴을 붉힌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카렌  「그, 그러고보니 좀 배고프지 않아?」


리이나  「아, 그, 그렇지! 내가 1층에서 샌드위치 좀 사올게!」


카렌과 리이나의 넘치는 배려 덕분에 치에리의 얼굴 색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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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지리멸렬한 말이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마유도 감정에 북받쳐 의문을 품지 않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아도 사이토 프로듀서의 말은 비논리적이고 어설픈 말이었다.


사이토 P  「나도 참... 여자 아이를 다루는 것은 서툴러서...」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마유에게 말했다시피, 마유는 확실히 살인범이 아니란 것이다.
마유가 그 남자의 뒷통수를 때렸을 때, 남자는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이지 죽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 사람을 옥상에서 떨어뜨린 사람이 바로 살인범인 것이다.

마유가 직접 살인을 시도할 정도로 몰리다니,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마유가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프로듀서의 역할은 바로 그것이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다.
마유가 자신을 해한 사람을 다시 만나서 살의를 품지 않게 해주기 위해.
그리고, 소중한 마유를 건드는 어리석은 인간을 처단하기 위해.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을 하나 둘 제거해왔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증거, 증인 하나도 남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실수가 컸다.
원래라면 지갑에 있던 전화번호를 통해 그 사람에게 연락하여, 돌려주겠다는 빌미로 건물 옥상에 불러낸 후 다른 장소로 유도할 생각이었다.
오늘의 '약속'이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옥상에 그 남자가 쓰러져있던 것이다.
그런 거한을 옥상에서 1층까지 업고 갈 수도 없고, 그렇게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
그래서 그 옥상에서 그대로 떨어뜨린 것인데,
하필이면 사무소 아이돌 타다 리이나가 그 남자를 보고 만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리이나는 분명 그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였다.
분명 별 일은 없을 것이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마유를 돌려보내고, 사무실에 돌아갔다.
남겨놓은 그 남자의 지갑을 태우면 이번 일은 끝나는 것이다.


사이토 P 「다음부터는 더 주의를 기울여서.... 응?」


사이토 프로듀서는 상당히 당황하였다.
서랍에 걸려있는 자물쇠가 풀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랍 속에 있었던 지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친듯이 사무실을 뒤졌다.
서랍에 의자 밑, 사물함에 우산꽂이까지.
그러나 그 남자의 지갑은 없었다.


지금까지 어디에도 증거를 남기지 않았고, 애초에 경찰은 그의 살인을 자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 틈을 내주게 되면 다른 이야기이다.
그 남자와 사이토 프로듀서의 관계성이 드러나게 되면 일단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설령 자살로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다음 행동을 하는 데에 차질이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용의 선상에 오르면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분명 자신은 지갑을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누군가가 가지고 나간 것이다.
그렇지만 사이토 프로듀서의 책상은 자물쇠가 걸려있다.
애초에 자물쇠도 없는 사물함에 그런 중요한 물건을 놓지 않는다.


사이토 P 「.............」


그는 직감했다.
아무래도 상당한 적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그리고, 곧 있으면 자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렇지만 그는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사랑하는 아이돌들을 위하여 자신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굳게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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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재본 2편입니다.
원래 6편까지 연재했으니, 7편부터는 새로 연재하게 되겠네요.

제가 굳이 재연재까지 하는 이유는, 1-6편까지 서서히 떡밥을 뿌려놓았기 때문인지랗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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