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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사랑과 우정과 분노의 교차 (전편) {재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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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0, 2019 02:40에 작성됨.

어두운 밤.
그러나 어느 한 주택가는 이런 밤중에도 밝게 빛나고 있다.
그 빛의 근원은 바로 경찰차들이었다.


형사 A 「이시카와 경부님! 아무래도 자살 같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형사가 자신의 상사에게, 매우 자신있게 보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체가 놓여있는 방의 상황은 매우 명확했기 때문이다.
목이 밧줄에 졸린 흔적. 그러나 이에 저항하려는 흔적, 예를 들어 목의 상처 같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손발에도 묶여 있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누가 때려서 기절시킨 흔적도 없다.
그리고 발 밑에 쓰려져 있던 의자는 사망자의 키를 정확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봐도 이것은 자살이다.


이시카와 「음. 수고했어. 이만 철수한다!」


베테랑 형사라는 이시카와 경부도 현장을 한 번 다시 보더니 이내 철수 명령을 내린다.
형사들이 떠나간 방은 단지 경찰들이 세운 폴리스 라인만 추가된 채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그의 방의 붙어있는 아이돌 포스터는 고요 속에 다시 머무르게 되었다.


이시카와 「그런데....」


이시카와 경부는 문득 뒤를 돌아보며 부하 형사에게 질문한다.


형사 A 「네?」


이시카와 「뭔가.... 뭔가 요즘 발생한 자살 사건들.... 느낌이 비슷비슷하지 않아?」


형사는 이시카와 경부의 애매한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여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이시카와 경부는 심각한 찝찝함에 마주한 것 같았다.
자살 사건 자체는 그렇게 수가 늘어난 것 같지 않다.
이 도쿄에서 빚 못 갚고, 살 길 못찾아 죽는 사람이 어찌 한둘이랴.
그런데 기묘한 것은, 자살 현장이다.
자살 현장에서 무언가... 무언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대체....


이시카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별 생각을 다하는 구만.」


이시카와 경부는, 단지 어제 본 스릴러 영화가 불현듯 머릿 속에 지나간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영화 같은 것에 너무 심취하면 현실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더니, 이런 경우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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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 「정말, 곤란한 사람이었어요.」


346 프로덕션의 인기 아이돌 사쿠마 마유는 어제 있었던 팬 미팅을 회상한다.
그리고는 상냥하고 온순한,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인상을 쓰며 불만을 표시한다.


치에리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저도 처음 봤어요!」


그 옆의 오가타 치에리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화를 안 내기는커녕 오히려 심약해서 화 자체를 내지 못하는 그녀까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스케쥴, 악수회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그녀들은 열심히 팬들과 덕담을 나누며 한명한명 악수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 곳에 '그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마유와 치에리가 딱히 외모지상주의를 가진 사람은 아니고 물론 뚱뚱한 사람을 무작정 혐오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그런 그녀들에게도 나쁜 첫인상을 주기 충분한 덩치에, 얼굴에는 때가 희미하게 보였고,
땀은 주룩주룩 쉴새 없이 흘러 셔츠의 겨드랑이를 적셨고, 몸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아이돌로서, 그러한 팬을 차별할 수 없었기에 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런데....


할짝할짝


그 사람은 다짜고짜 마유의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대서 미친듯이 할짝인 것이다.


마유 「에.. 에에엣?!」


놀란 마유는 그 사람에게서 손을 빼려했지만 그의 악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마유는 그렇게 무방비로 할짝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어딘가에서 고함이 울려퍼졌다.


「우리 아이돌에게 무슨 짓을 하는거야!」


무수한 팬들의 무리를 뚫고서 사쿠마 마유의 프로듀서가 나타나고는, 그대로 그 남자에게 훅을 날렸다.
남자는 그대로 나가떨어졌고,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꽁지빠르게 도망쳐버렸다.
마유의 프로듀서, 사이토 요시테루는 도망친 사람을 쫓아서 밖으로 나가버렸고,
마유는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마유 「정말, 다른 팬분들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인가요....」


치에리 「그래도 마유 쨩의 프로듀서 덕분에 금방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


마유 「역시, 우리 프로듀서는 대단해요. 정말 멋있는 분...」


마유는 자신의 프로듀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무거운 사랑을 지켜보는 치에리로서는 그저 이 모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미호 「아, 두 명 다 여기있었네!」


카렌 「아, 마유! 치에리! 이번에 꽤 고생했다고 들었었는데, 괜찮은거야?」


치에리 「카렌 쨩! 미호 쨩!」


최근 활동하고 있는 유닛 '마스커레이드'의 멤버 두 명이 오늘 있었던 소식을 듣고 치에리와 마유를 찾아왔다.
그녀들도, 자신의 유닛 홍보 활동 중에 생긴 일이니 신경쓰이는 것도 당연하다.


카렌 「차암, 아이돌 활동을 하다보면 별 일이 다 있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이야.」


카렌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하며 생각한다.
최근 인기가 늘어나면서 뭔가 이런 일도 많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유 뿐만이 아니다.
마유의 프로듀서, 사이토가 맡고 있는 다른 아이돌도 그렇다.
예를 들어, 코시미즈 사치코라든가, 그러고보니 이가라시 쿄코도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들은 기억을, 호죠 카렌은 떠올렸다.


미호 「저는 다행히 아직 그런 일 당한 적이 없어서....」


카렌 「없기는. 사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안 당해서 그렇지 인터넷으로는 우리를 가지고 성희롱 잔치를 벌이고 있을걸?」


미호 「아...」


코히나타 미호는 카렌의 말에 잠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만화화하여 그린 야한 동인지...
물론 그것의 입수는 '어떤 계획'을 위해서 필요해서 한 것이지만 그것 자체는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을 처음 봤을 때 정신적 충격은 어마어마 했었다.
코히나타 미호는, 그 물건을 자신 앞에 가져온 자신의 프로듀서를 잠시 원망하였다.


치에리 「......」


이런 소심한 치에리도 화를 못 내서 그렇지 사실 알고 있는 것이 많다.
흥미를 가지고 들어간 인터넷 사이즈에서 발견한 자신의 야한 사진.
심지어는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몸과 합성시킨 나체 사진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흔해 빠진 음담패설...
치에리는 그 현실을 보았기 때문에 카렌의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카렌은 사실, 어느 정도의 '살의' 마저 느낀다.
대체 어떤 글러먹은 사람이 이런 짓을 벌일까.
카렌이 생각하기에는 '인간 쓰레기'밖에 없다.
인간 쓰레기가, 우리 같은 아이돌들을 이런 식으로 희롱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모순적이게도 마음이 조금 놓인다.
우리는 사람이고 그 자들은 그저 쓰레기라고 생각하니, 즉 격이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니 별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카렌 「마유, 어차피 그 사람들은 인간 쓰레기일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참자.」


애써 위로하는 카렌이었지만, 사쿠마 마유는 어째서인지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카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화사했던 마유의 표정이 너무나 우울해 보였기에.
그 마음을 같이 공유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마유 「잠시.... 잠시만 외출 좀 하고 올게요...」


마유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짐을 챙기고 바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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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의 프로듀서, 사이토 요시테루는 요즘 굉장히 곤란하다.
이상하게 자신이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에게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긴다.
인기 아이돌이라면 이런 해프닝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째 요즈음 집중적으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가라시 쿄코와 코시미즈 사치코도 얼마 전에 팬 미팅에서 좋지 않은 일을 당했고,
인터넷에서 당하는 것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엄청나다.
전부 하나하나 죄값을 치르게 하고 싶어 신원정보를 모으고는 있지만 사실 그것도 어려움이 있어 모으는 것은 기껏해야 3~4명이 한계다.


할 일을 마치고 잠시 편의점에서 캔 커피를 사와 자신의 사무소 옥상에 올라간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고 싶은 기분... 이지만 그는 담배를 혐오하는 혐연자이기 때문에 그저 옥상에서 바람을 쐬며 기분을 전환하고 있다.
그렇지만 30층이 넘는 건물 옥상은 역시 조금 무섭다.
바람도 상당히 강해서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기에 사이토는 옥상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타케우치 P 「아, 사이토 씨.」


입사 동기이자 엄청난 체격을 보유한 타케우치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요즘 사이토는 타케우치에게 신세를 상당히 많이 지고 있어서 그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타케우치가 프로듀스하는 치에리와 같은 마스커레이드에 들어간 마유를 잘 보살펴주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프로듀스도 도와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질투도 나기는 하지만, 하여간 그렇다.


타케우치 P 「왜 그렇게 지친 표정을 하고 계시는지요.」


어째서인지 타케우치는 같은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이토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
처음에는 사이토도 거북하기 그지 없었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해졌다.


사이토 P 「하아... 너도 알잖아. 마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타케우치 P 「그... 그건 정말 유감이었습니다.」


사이토 P 「정말, 아이돌의 팬이랍시고, 왜 아이돌들에게 이런 짓 저런 짓 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법적 대응도 하나하나하기 힘들고 직접 찾아가서 따져봤자 사과 한 마디가 전부이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여자 아이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어째서 아이돌을 이렇게 동네 북으로 보는 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조금 운이 좋았다.
마유의 손을 핥고 도망간 녀석의 지갑을 사이토가 입수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 치한이 도망가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듯 싶다.
지갑 안에는 운전면허증과 1500엔, 그리고 비상시에 연락할 연락처 뿐.
꼴에 면허는 있나보다라고 사이토는 생각하고,
또한, 그 뚱뚱하기 그지 없는 거한을 떠올리며 용케 지갑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는 순간...


사이토 P 「어?」


주머니에 지갑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였으나, 이내 자신의 기억을 되돌려보니 안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오늘 아침에 자신의 업무용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갖고 나오질 않았다.
사이토는 안심하고 자신의 시계를 본다.


사이토 P 「아, 슬슬 시간이 다 되어가네.」


타케우치 P 「오늘 미팅이 있으십니까?」


사이토 P 「으응. 괜히 상대를 화나게 하면 일에 지장이 생기니 약속 시간은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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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가 외출하고, 남은 3명의 아이돌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유가 당했다면, 언젠가는 본인들도 당한다.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이런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의문점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미호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성정이 사납지 못하여 화를 바깥으로,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지 않은 것 뿐이다.
물론 자신의 프로듀서도 그렇게 존경할만한 어른은 아니고 살짝 변태같은 느낌도 있었지만(사실 근본도 살짝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는다.
아, 물론 그 '코히나타 미호' 동인지 사건은 제외하고.


아무튼, 미호도 만약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있는 힘껏 소리치고 싶다.
나의 친구 마유에게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하여 사과하라고.
만날 일도 없겠지만, 만약 직접 만나서도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자신도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만큼 미호는 자신의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호 「이런 일을 안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화를 풀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난 후 이것에 대응하기 보다는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래야 아이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치에리 「음... 경호를 강화한다거나?」


미호 「그, 글쎄...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경호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아이돌이 백 명이 넘는데 한 명 당 다섯 명만 붙여도 500이 필요하다.
이건 아무리 미시로 그룹이라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카렌 「간단해. 이런 짓을 하는 사람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지.」


미호 「따, 따끔한 맛?」


따끔한 맛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미호에게,
카렌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며 강하게 말한다.


카렌 「그런 사람들을 다 잡아들여서 사형을 때려야 돼, 정말!」


치에리 「사, 사형?」


치에리와 미호는 그런 강경한 카렌에 말에 놀랐다.
카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자 아이돌을 희롱하고 농락하는 인간 쓰레기들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쓰레기는 제대로 분리수거장에 갖다 버려서 소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녀도, 사형까지는 조금 너무한 것이 아닐까 생각은 하지만, 일단 자신의 감정대로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었다.


미호 「그, 그래도 죽이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을까...」


카렌 「무슨! 그렇게 우리가 강경하게 대해야 미친 사람들을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거라고!」


미호는 조금 기겁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게 맞다고도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다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할까.
하지만, 성희롱 같은 걸로 사형이 선고될리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사무소가 할 수 있는 것은 용서없는 법적 대응이 전부란 것도 알고 있다.


미호는 일단 마유의 프로듀서, 사이토 요시테루에게 가서 이번 일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강하게 요청할 생각이다.
그래야 마유의 한도 풀어질 뿐더러 다른 사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미호는 이내 사이토 프로듀서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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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프로듀서의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프로듀서가 없어서 실망한 마유는 그대로 사무소 바깥으로 나왔다.
프로듀서에게 위로받고 애정을 나누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하였지만, 그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바람이나 쐬고 싶었던 것이다.
마유는, 지금 우울하면서도 분노에 차있었다.


모두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아이돌 마유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가 있었다.
성희롱? 물론 그것도 충분히 화가 날만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 요소는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왼쪽 손목.
그녀의 왼쪽 손목에는 잊어버리고 싶지만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기억이 고여있는 곳이다.
지금도 왼쪽 손목을 누르면, 욱신욱신거리며 속이 안 좋아진다.

그런데 그 괴한은 마유의 왼쪽 손을 붙잡으며 꾹 눌렀다.
또한, 그 괴한의 혀는 왼쪽 손뿐만 아니라 왼쪽 손목을 감싸는 리본까지 핥아댔다.
마유는 그것이 너무 불쾌하였고, 이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마유 「휴... 마유, 진정하자...」


아이돌이 이렇게 인상만 쓰고 다녀서는 안된다.
프로 정신이 가득한 마유는 이내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치밀어오르는 살의는 상냥한 마유를 뒤덮으려 한다.
정말 눈 앞에 그 사람이 나타난다면 칼로 바로 찌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유 「아니야, 만약... 그런 짓을 해버리면 이제 프로듀서 님과도 같이 있지 못할거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프로듀서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다른 것은 포기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 마저도.
.....요즘은 리이나와 조금 복잡미묘한 관계가 되버렸지만... 일단은 프로듀서였다.

사무소의 부지를 나와서 자신의 집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걷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이 소스라치는 듯하고, 눈동자는 애써 그 곳을 피해보지만,
마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수상한 그림자였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정체는 그렇게 마유가 불쾌해했고, 혐오스러워했던 그 사람......
그 인간 쓰레기가 바로 앞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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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서 운수가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알람 없이도 아침 7시 7분에 일어나 여유롭게 준비하여 제때 길을 나설 수 있었고, 오다가 1000엔을 줍기도 하였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이 곳까지 오면서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모자가 마침 오늘에 한정하여 50% 할인하길래 단김에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은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면서 길을 걸었던 타다 리이나는 오랜만에 자신이 예전에 자주 갔었던 오락실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의 운수라면, 분명 지금까지 못했던 기타도라 풀콤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돌이 되고 나서는 바쁘고 귀찮아서 별로 가지 못했던 오락실에 오늘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떠들썩한 마음은, 잔인하게 짓밟혔다.


콰아아아아앙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사람은 기껏해야 3명 정도 있었던 도쿄 시내의 골목길에 들어선 참이었다.
굉음까지는 아니지만 모르고 들었다면 놀랄만할 큰 소리가 났다.
앞길 바닥에는 무언가 큰 덩어리 하나가 놓여졌다.
그리고 바닥은 이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리이나 「........」


리이나는 그것을, 그 덩어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바닥을 물들이고 있는 붉은 것은 분명 피이고.


「꺄아아아아」


「우아아앗! 저게 뭐야!!!」


주변 사람들도 이를 깨닫고는 혼란 상태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리이나 「하아... 뭐야.. 이게... 오늘 운이 좋다 싶었더니.」


아마 이런 불운을 위해 운을 모조리 앞당겨서 준 듯하다.
예전부터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하지만, 타다 리이나는, 이 사태는 새옹지마라는 고사의 예로 들기에는 너무 과도한 불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리이나는 떨어진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애초에 눈을 뜬 채로 그대로 멈춰있으니 죽은 것은 확실한 것 같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아마 이 건물 옥상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리이나 「어, 그런데 이 사람........」


리이나는 어느새 가장 중요한 것을 눈치챘다.
리이나는, 그 사람이 어째서인지 낯설지가 않았던 것이다.
어디서 보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본 기억이 있다.


리이나 「어디서 보았더라.... 끄응....」


얼굴을 또렷히 쳐다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 기억이 나지 않으니 우선 해야할 것은 경찰을 부르는 것이다.
아마 자살 사건인 것 같지만..... 일단은 리이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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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소 계산 실수였다.
하필이면 떨어뜨린 장소 아래에 타다 리이나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리이나는 마유가 성희롱을 당한 그 때, 오가타 치에리의 바로 옆에 있었다.
다소 멀리 떨어져있는 장소여서,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이 힘들 수도 있었겠지만 분명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마유에게 몹쓸 짓을 하고 도망친, 그 남자의 얼굴을.


게다가 리이나는 지금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한다.
만약, 그녀가 남자의 정체를 떠올리게 된다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혀 관계가 없어야만 하는 사람과의 연관성이 입증이 되는 것이 된다.


분명 범인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철저히 준비했고, 증거도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지만 용의선상에 올라가는 것은 자명하다.
용의선상에 한 번 오르게 되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 아니야... 침착해... "


한숨을 쉬며 안정을 취한다.
아무래도 리이나는 이 사건을 자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증거는 분명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지금은 얼굴을 숨기고 빨리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리이나가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를 빌며, 지금은 이 장소를 떠나자고 마음먹고, 건물 옥상의 검은 그림자는, 그 곳을 조용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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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재하던 것이 꽤 오랫동안 중단되어서, 다시 재연재합니다.

원래 올렸던 것에서 문장은 조금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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