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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미랑 사치코가 설산을 오르다 여왕님을 만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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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19 20:23에 작성됨.

"프로듀서어어어어어어!!!! 속였구나!!!!!"


존나 변태인 내 목소리가 군비외른 산에 허망하게 울려퍼졌다.


'아이돌이니까....'라고 말하는 듯 한 프로듀서의 비웃음이 어디선가 들린 것 만 같았다. 절대 용서 못 한다 돌아가서 죽여버릴꺼다 그 망할 개X끼!!


"아츠미, 그렇게 버럭버럭 소리 지르면 기력이 금방 빠져나간다고요."


"사치코, 가슴 만져도 돼?"


"이따 잘 때는 싫어도 한 이불 안에서 비벼야 하니까 좀만 참아요."


생존 전문 아이돌 사치코의 무거운 한 마디에, 소리칠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가슴 속에 들끓는 증오만이 남아서 프로듀서를 죽이라고 소리칠 뿐이었다.


"아, 그 눈빛은 괜찮네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 돌아가 복수하겠다는 살의가 느껴져요."


"살아 돌아가서 프로듀서의 가슴을 뜯어낼 거야!!"


"그건 뭐, 좋을대로 하세요. 그런 것 보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요. 좀 줄여요."


사치코는 툴툴대면서도, 나보다 5보 정도 앞서 걸어갔다.

황량한 바위와 눈만이 보이는 이 설산을. 그저 폴대 하나에 의존해서.


"조심해요. 지금부터 산등성이를 따라 오를 거에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새하얀 세상의 경계면 위, 나는 그저 무의미한 점 하나일 뿐이었다. 날카로운 순백의 칼날, 혹은 칼날보다 시퍼런 순백의 도화지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올려다 본 세상은 온통 하얀색 뿐이었다. 그저 저 멀리 보이는 검은 바위만을,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이정표 삼아 끊임없이 걸을 뿐이었다.


"하아...."


한숨을 쉬면 체력과 행복이 달아난다고, 사치코가 말했다.

하지만 이 광경은, 눈이 타버릴 듯 새하얀 세상의 칼끝 위에서 보는 순백의 세상과, 칼날의 끝에서 기다리는 검은 바위는, 도저히 경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군비외른 산의 어딘가, 내가 남긴 경탄이 사라지지 않는 발자국처럼 끊이지 않고 있었다.



---



이하, 회상.


"아츠미, 등산가자! 이번에는 군비외른 산이야!!"


그것이 프로듀서가 내게 가져온 제안이었다. 보통 이 경우, 등산이란 진짜 산을 오르는 걸 뜻한다.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향한 약속이 담겨있는 여자아이의 동산을 탐닉하고 싶냐는 말은 아니다.


"저기 프로듀서, 왜 날 사치코처럼 만드려는 거야? 이건 엄연한 계약 위반이라고."


"사치코도 처음엔 귀여운 계열 아이돌로 팔려고 했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어쩌다 보니 미 82공수사단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전과를 올린 엘리트 군인을 아이돌로 취급하려는 우리 회사의 방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들리는 소문에는 델타포스 같은 부대랑 비밀작전도 뛰었다던데 아마 뻥일 거다.


"....잘 들어, 아이돌 일은 코시미즈 사치코를 봉인해둘 수 있는 마지막 보루야. 봉인이 풀리면 델타포스 정도론 대처할 수도 없다고."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어?!"


"가끔씩 우리 프로덕션에 덩치 큰 외국인들 들어오지? 다 그쪽 계통 사람들이야...."


야마토슴가 아키가 바짝 쫄아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덕분에 젖꼭지까지 단단해진 야마토 아키의 강철 봉우리를 실컷 탐닉할 수 있었다. 아리가또 세계 각국의 높으신 아저씨들. 여러분의 협력은 잊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등산갈래?"


"안갈래."


사치코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아이돌 일 하면서 성장했다 이거야. 예전처럼 가슴 이야기에 혈안이 되어서 절대로 사인해선 알 될 계약서 같은 거에 사인하다던지 그런 짓은 안 한다고. 어차피 이 등산 이야기도 그런 거겠지. 내가 이런 이야기에 속아서 알프스 산맥만 여섯 번을 갔다왔다고.

몽블랑산은 3번. 캅카스 산맥은 2번. 그리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산과 산들.... 


"정말? 아이코의 가슴을 마음껏 만질 수 있는데?"


"프로듀서, 나한테도 인간성 정도는 남아있다고. 희망의 조각조차 들어있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보다도 못한 공허한 드럼통을 만지작거리고 기뻐할 정도로 썩어빠진 쓰레기는 아니야."


"너 나중에 아이코한테 사과해라."


"헛소리를 지껄이지 마라, 사마외도."


'쿠쿠쿠쿠....'프로듀서가 수상하게 웃었다. 그 웃는 얼굴에선 두려움이나 위엄 은 조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찌질함만이 옛 우키요에에 그려졌던 파도처럼 거칠게 밀려들 뿐이었다.


"그래서, 등산 갈거야 안 갈꺼야?!"


"안가겠쏘! 다시는 안 가겠쏘!"


"가슴 만질거야 안 만질거야?!"


"내가 이 프로덕션 아니면 가슴 못 만지는 줄 알아?! 나 무나카타 아츠미야!! 여기서 무시당하고도 참을 인간 아니라고!!"


사실 여기 아니면 아이돌들 가슴은 못 만진다. 다른 소속사들? 초고교급 레즈로 소문난 날 받이줄 리가 없지. 백합이 허용되는건 어디까지나 영업일 뿐이니까 그런거라고!

....완전히 자업자득이지만. 망할. 사실 나 레즈도 아니라고.


"애초에, 왜 갑자기 산에 보내려는 건데. 그야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들이 가는 것 보다야 내가 가는 게 낫긴 하지만, 그런 기획이라도 들어와 있는 거야?"


"뭐, 그런 류의 기획이 몇개인가 들어와있지."


".....키타카미 레이카랑 짜는 건 아무리 나라도 피하고 싶은데."


차라리 사치코랑 짜고 말지.

레이카 걔는 이 업계 굴지의 미친년이라고. 선악이나 사념, 광기 같은 쓸데없는 게 묻어있지 않은 원초의 혼돈에 접하는 건 아무리 나라고 피하고 싶다고.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 프로듀서는 알기나 하는건지.


"키타카미는 가슴 만지게 해 주잖아."


"걔는 말이지. 옆에 아카네나 리츠코가 안 붙어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야."


"정 만지고 싶어지면 나중에 개인적으로 키사라기한테라도 가 보지 그래?"


"그러고 싶어지면. 키사라기 씨한테선 가능성과는 다른.... 슬픈 애수가 느껴져."


아마 가족사 관련이겠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가슴을 만지작거린다고 해서 그런 걸 떨쳐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불쌍한 사람이야.

그래도 적당히 가슴 커진다고 속인 다음 실컷 만져댈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다.


"아무튼, 난 등산 안 갈 거니까."


충격! 산악계 백합 아이돌 무나카타 아츠미, 등산 파업을 선언하다!

아니 애초에 난 여자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동산을 탐닉하기 위해서 여기에 들어온 거라고. 알프스니 히말라야니, 그런 유명한 산맥들을 타넘기 위해서 아이돌이 된 게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아츠미한테 들어온 오퍼들은 다 그런 내용인데?"


"우쨔서"


설마 나조차 사치코화 당하는 것인가. 이 무나카타 아츠미조차!


"그리고 다른 방송들은 상대 소속사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좀 있어서...."


"그,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분명히 상관없다고 하는 소속사나 오히려 좋아하는 소속사도 있었어!!"


크윽, 여기서 내 양손에 깃든 흑염룡의 죄값을 치룰 줄이야.....


"안그런 곳이 더 많은 거 알지?"


"가, 갈곳없는 나를 협박할 셈이야?! 약점을 잡고 야한 짓을 시킬 생각이지?! 여자아이의 가슴을 주무르게 할 생각인 거지?!"


"아니, 못 주무르게 할 생각이다!"


"차라리 죽여!!"


성추행 같은 건, 살인에 비하자면 뭐 대단한 죄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성추행은 좀 자제하고, 슬슬 포기하고 등산을 가라고."


"꼰나노 오카시이요....."


"안심해, 에베레스트보다 낮은 곳이야."


"전혀 안심할 수 없거든?!"


에베레스트 갔다온 것만 2번째긴 하지만! 사실 의외로 쉬워서 싱거웠을 정도지만!! 그래도 위험한 건 위험하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일이니까."


"일이라고 해서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일본의 나쁜 관습이라고."


"걱정마. 보험은 다 들어 놨으니까. 행여나 불의의 사고가 생기더라도 가족분들은 윤택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보장할께."


이새끼 대가리를 아이스픽으로 찍어서 뇌를 뽑아내도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험금은 내가 꿀꺽하고. 시체는 히말라야 산맥 곳곳에 뿌려주마.


"게다가 다른 특전도 있다고."


"흥, 이제 더 이상 안 들을 거야."


"자이젠 토키코."


......뭐?


"저기 프로듀서, 대가리에 아이스픽이라도 찍힌 거야? 아니지, 내가 너무 앞서나간 건가? 아니면 잘못 들은 건가?"


나는 그 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상대는 그 자이젠 토키코라고. 가슴을 위해서 죽음조차 불사하는 나라고 해도, 죽음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하고서라도 가슴을 만질 각오는 되어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게 토키코님이라고!! 사람을 째려보는 것 만으로도 바지를 적시게 만든다는 그 자이젠 토키코라고!!


"정확히는-----자이젠 토키코의 가슴. 마음껏 만질 수 있도록 세팅해두지."


"프로듀서, 미안하지만 난 빠지겠어. 남의 목숨을 파리 목숨마냥 여기는 쓰레기랑은 같이 일 할 수 있어도, 자기 목숨조차 날파리 목숨마냥 가볍게 여기는 광인과는 함께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 나간다. 이대로 문을 닫고 잊어버리면 되는 거다. '방금 건 못들은 걸로 해 두지'라고 하는 거다. 자이젠 토키코의 가슴이라니, 탐나지만 절대로 손에 넣어선 안 될, 독이 든 성배같은 거다.


"오이오이, 사부님."


하지만


".....파문당하고 나서도, 날 사부라고 부르는 것이더냐."


"물론이지. 날 나름 성공한 프로듀서의 길로 이끌어준 건---그 누구도 아닌 사부님이었잖아."


이 프로듀서는


"핫, 못난 제자였지."


"하지만 말이야 사부님. 가슴을 앞에 두고 도망치다니, 그런 추태를 제자 앞에서 보일 생각이야?"


"....세상에는 넘봐선 안 될 것이 있다."


"그게 가슴보다 중요하나?"


......날


"........말해두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널 구해주진 않을 거다. 널 원망하고 증오해서가 아니다. 내 몸 하나 챙길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하하, 그렇게 사리시다간 토키코님의 가슴을 먼저 주무르는 건 제가 될 겁니다."


"......이자식이! 좋다!! 그 제안, 받아주마!!"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이뤄지지 못할 약속이라는 것을



---



그리고 현재


"죽인다 프로듀서어어어어어어!! 역시 파문시키기 전에 죽여버렸어야 했어!!! 과거도 미래도 전부 죽여버릴 것이드아아아아아아!!!"


"시끄러워요."


오케이 사인 내린 지 19시간 후. 난 지금 군비외른 산에 와있다.

군비외른 산이 어디냐고? 그야 모를 만도 하지. 그린란드에 있거든. 우리 사무소의 진짜배기 산타 이브 산타클로스 씨의 고향 그린란드다. 2021년까지 덴마크에서 독립할 예정이라는 그 그린란드다.


"난 거진 납치당하듯이 끌려왔다고!! 콜 하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사나에 the 권력의 도그'랑 '심판자 키요라'가 나타나 날 납치하듯이 끌고가고 눈을 떠 보니 공항이었다고!! 분명히 약으로 기절시킨 게 틀림없어!! 그리고 어디선가 챙겨온 내 여권과, 이미 예약되어 있던 비행기 티켓을 받고 탄 다음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 그린란드에 도착 하고서 바로 환승해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온 거고! 그뿐만이 아니야!! 마지막 비행기는 40년도 더 넘게 굴러다닌 경비행기라고!! 미국의 농장 창고에서 썩고 있어야 할 물건이었다고!!"


"납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아츠미의 실수에요. 그런 바보같은 실수는 안 귀엽다고요."


"납치 가능성에 대비하는 게 어디가 귀여운 건지 알려줄래?"


"귀여운 제가 종종 하는 일이니까 귀여운 게 당연하죠?"


귀여움(흉악)

그런 거 안 귀엽다고 말했다간 사치코의 허리춤에 달린 아이스픽이 내 두개골을 반갈죽해버릴 께 뻔하다. 그리고 영양 섭취를 위해 내 뇌를 빨아먹겠지. 고기는 지방만 챙겨둔 다음에 버릴 거고.


"아니 애초에 비디오카메라 하나 던져주고 군비외른산 꼭대기 찍고 오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리고 사치코는 여기 간다는 거 언제부터 알았어?"


"한 20시간 전부터요."


".....사치코는 어쩌다가 여기 온 거야?"


"어제까진 시리아 한복판이었거든요. 귀여운 저한텐 너무 더워가지고 몸 좀 식히려고요."


"기온차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사치코는 참 알게모르게 극단적이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프로듀서가 그랬구나.


"아프가니스탄 한 번 가 볼래요? 힌두쿠시 산맥에 볼게 참 많아요."


"카라코람 갈 때 K2 찍고 왔는데 굳이 가야 할까...."


K2 찍고 왔으니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산 좋아하잖아요."


"사치코쨩. 내가 좋아하는 건 말이야, 여자아이의 꿈과 희망이 담긴 두 봉우리야. 현실의 산이 아니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쪽은 분쟁지구잖아!!"


"미군 활동범위 안쪽이라면 괜찮아요. 정 위험하다 싶으면 귀여운 제 이름을 대면 호위도 붙을걸요? 아, 그래도 도움은 비밀리에 요청하세요. 디에쉬 귀에 들어가면 귀찮아질 거에요."


사치코는 피와 전쟁을 선호하는 것 같지만, 난 그런 끔찍한 건 싫다. 사람이라면 당연하잖아. 그런 건 집어치우고 그냥 가슴만 빨자고. 큰 것도, 작은 것도 관계없이. 봉긋 솟아오른 앳된 소녀의 가슴도, 일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할머니의 가슴도 전부 다 사랑해주자.


"안 가 그런 곳. 사치코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 준다면 몰라도."


"이제 곧 만지게 될 거에요. 해가 지고 있으니까 슬슬 자죠."



--



퍼석, 퍼석.

산등성이 아래로 눈덩어리가 떨어진다. 한참을 굴러가던 눈덩이는 이윽고 새하얀 땅의 어스름에 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생명의 흔적을 허락하지 않았던 만년설은 인간의 삽질 한 번에 수만 년의 세월을 뺏겨버렸다.


"둘이 하니까 여유롭네."


혼자 있을 때, 혹은 도움도 안되는 방송사 스태프들이 딸려있을 땐 고생스러운 잠자리 만들기도 둘이 하니 간단하다. 눈을 파내려가는 건 역시 고생스럽지만, 그래도 나무를 주워다가 얼기설기 엮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입구는 충분히 판 것 같으니까 안쪽을 더 넓히죠."


"OK"


산등성이에 쌓인 만년설을 쭉 파고 들어가, 적당한 곳에서 무릎 높이만큼 위로 파고 올라갔다.  만년설의 속살을 긁어내 차가운 세상으로 던져냈다. 퍼석거리는 눈꽃들의 비명이 잦아들 때 쯤, 대충 두 사람이 눕고 조금 여유가 있을 만한 바닥이 완성되었다.


"천장은?"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팔까?"


"너무 힘들이는 거 아니에요?"


"오늘은 둘이잖아. 가끔씩은 사치도 부려보고 그래야지."


"그것도 그렇네요."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를 확보했을 때 즈음엔, 이미 해가 지고 난 뒤였다. 마지막으로 버린 눈덩이는 눈보다 더 하얀 별빛의 빙하 속으로 사라졌다.


"수고했어요. 여기, 먹을 것 좀 데펴놨어요."


"고마워. 크으, 역시 산행의 묘미란 이거지..... 어라, 연기 별로 안 나네?"


"신형 고체연료에요. 아마 지금 있는 연료들 중에선 가장 연기가 적을 거에요. 밀폐된 공간에서 피워도 덜 위험하고."


내가 마지막 눈들을 버리고 입구를 좁히는 사이, 사치코는 양철 찬합에 눈을 녹여 물을 만들고, 그 물을 끓여 인스턴트 카레를 덥혀놓았다. 하루 종일 영하의 날씨 속에서 꽝꽝 얼어있었을 밥과 카레는, 고체 연료가 주는 따스한 열기 앞에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잘도 이런 걸 구해왔네."


"어디 가서 말하지 마요."


"출처는 물어보지 말라는 거지?"


"이해력이 좋네요."


그 정도 이해력도 없어서야 산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나저나, 메뉴가 참 풍성하네요."


"보통이지. 이 정도면. 그쪽은 어떤데?"


"빌어먹을 레이션이요. 아키 씨는 대체 레이션의 어디가 좋은 건지 원....."


나도 먹어봤지만, 맛없었다.

뭐, 밀덕에게는 밀덕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줘야겠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채로 두는 것도, 때로는 현명한 선택이다.


"살것같다......"


하지만, 카레의 맛은 밀덕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그렇네요. 아, 다 먹은 다음에 쵸코바도 먹죠."


"오늘 밤 버티려면 말이지. 이런 밤에는 짐승들도 안 나올 거라고."


"동감이에요. 하아, 사막보다 먹을 거 구하는 게 더 힘들 줄이야."


자극적인 인스턴트 카레와, 달달한 쵸코바. 인간 사회 안에서는 싸구려에 속하는 식품이지만, 지금 이 대자연 속에선 인류 문명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중한 식량이다. 이런 게 없다면, 지금쯤 잡아먹을만한 동물을 찾아헤메다 얼어죽었을 거다.

....사치코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날 보며 슬며시 웃었다.


".....하하."


"뭐에요. 왜 웃어요."


".......내게 빈틈을 허용했기 때문이지!! 죽어라!! 가 아니라 벗어라!!"


"어차피 침낭 안에 들어가면 실컷 만지게 될 걸 가지고!!"


"두꺼운 방한점퍼 위로 만져도 슬프기만 할 뿐이라고!! 마침 실내온도도 올랐으니 벗겨주마!!


"서, 설마 아츠미쨩 진짜로 내 가슴을 만질 생.... 히야앙!!"


일찍 자야 하지만, 자기가 조금 아깝다.

따뜻해져서 녹아내릴 것 같은 정신과 가슴을 붙잡고, 그렇게 생각했다.



-- 



사치코의 가슴을 실컷 탐닉하고 상쾌한 수면을 취한 다음날. 아침길을 나서며 전방에 활기찬 인사 5초간 실시!


"안녕히주무셨나요프로듀서이시발새끼야!!"


"마지막에 탈출할 기회는 있었을 텐데요? 키요라 언니랑 사나에 언니가 여기까지 쫓아왔을 것 같진 않은데."


활기차지 않은 사치코의 아침인사가 분노와 증오로 끓어오르는 내 가슴에 이 산의 만년설보다 더 차가운 냉수를 끼얹었다.


"프로듀서가 가슴을 가지고 딜을 걸었으니 어쩔 수 없잖아!!"


"토키코 씨의 가슴을 진짜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리 뻔한 거짓말에 속는건지."


숙녀라면 질 걸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아니 속을 걸 알면서도 말이야.

그리고 토키코님한테 '님'자 안 붙이는 사치코 대단해. 얼마나 베짱이 두둑한 거야?


"저랑 내기 하나 하죠. 전 아츠미쨩이 토키코씨의 가슴을 만질 수 없다에 1000엔을 걸게요."


1천엔이라. 미묘하게 싸구만. 뭐, 내깃돈으론 적당한 금액일 지도 모른다.


"그럼 난 프로듀서가 죽는다에 1000엔."


"내기가 성립이 안 되는데요."


"괜찮아. 성립 여부와는 상관없이 죽이러 갈 거거든."


뻔한 이야기에 속은 나도 몹쓸 년이긴 하지만, 가슴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려고 든 프로듀서는 산 채로 찢어죽여야 마땅한 범죄자다. 대역죄인이랑 같은 급이다. 역시 파문제자 같은 걸 믿는 게 아니었어.


"무슨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니고...."


"사치코는 어떤데? 프로듀서한테 속아서 전쟁터 한복판으로 떨어진 거 아니야?"


"전 언제나 귀여우니까 상관없어요."


"아니 그게" "보쿠카와이이."


대놓고 말을 돌리고 있다. 프로듀서한테 얼마니 심한 일을 당한 걸까. 설마 아사나기라도 당한 걸까? 나이 들고서 보기가 좀 꺼려진다는 프로듀서의 한탄은 거짓이었던 걸까? 그러고보니 그것도 벌써 몇년 전 이야기지? 난 지금 몇살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겠는데, 그 인간이 그정도 깜냥이 될 것 같나요?"


"와, 나도 그렇게 저평가하지는 않는데."


"그런 사람을 제자로 들였으니 아츠미쨩의 사람 보는 안목이 개판이라는 거에요."


부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기가 몇 살인지 고민하는 시점에서 아이돌로선 끝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타겟이 나한테?!"


"시발, 8년이나 이 짓 햇으면 슬슬 대학 정도는 졸업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돼!! 대학생 때 우리를 접하고 지금은 직장을 때려친 아저씨도 있을 거라고!!"


8월까지는 쉬자 8월까지는. 어차피 갈 곳은 많다고. 그동안 토익이나 좀 따볼까.


"외국어는 증요하죠. 영어 말고도 프랑스어나 스페인 어, 중국어 같은 거 조금만 할 줄 알면 여행이 편해져요."


"사치코쨩 평범한 관광지도 다녔어?"


"누구처럼 이런 산만 타고다는 건 아니라서요."


누구는 이런 산 좋아서 타는 줄 아나. 내가 타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여자아이의 봉우리란 말이다. 그래도 이 산처럼 새하야면 비주얼적으로도 좋겠지. 영어가 통하면 더더욱 좋고.


"앞으로 얼마나 남은 것 같아요?"


"정상까진 오늘 내로 도착할 거 같고, 내려오는 길에 보급소가 있으니까 거기서 자면 되."


"어머, 오늘 밤도 토끼처럼 굴 파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이럴 때에라도 문명을 즐겨야지."


큼지막한 통나무를 엮어서 견고하게 만든 보급소에 들어서면, 얼어붙은 프로듀서의 지갑조차 녹여버릴 듯 따스한 수프를, 어머니의 가슴만큼이나 큼지막한 건더기가 가득 들어간 수프를 끓이고 있는 금발벽안의 미녀 아가씨가 있을 거다. 가슴도 있을 거고. 거기서 수프로 배를 채우고 몸을 녹인 다음 TV를 시청하며 금발벽안 미녀의 가슴을 탐닉하는 거야. 이거야말로 문명인이 대자연을 즐기는 올바른 방법 아닐까?


"하긴, 있는 걸 안 쓰는 것도 아까운 일이죠."


그럼그럼. 있는 가슴을 만지지 않는 것도 아까운 일이고.


"....응? 왜 나한테서 떨어지는 거야? 너무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아츠미 쨩이 가슴을 만져대면 에너지를 소모할 것 같아서요."


"무슨 소리야. 가슴을 만지면 에너지가 공급된다고. 아, 사치코도 내 가슴 만져도 되니까 이걸로 OK지?"


"당신 레즈 아닌 거 맞죠?"


과도한 컨셉질과 백합 영업 때문에 슬슬 자아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무나카타 아츠미 방년 14세다. 8년동안. 어쩌면 10년차 미키P의 뒤를 이어 10년차 아츠미P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좀만 더 버티자.


"저는노말입니다."


"좀 더 진심을 담아서."


"저는 가슴을 좋아하는 여자아이입니다."


"어이."


"하지만 자기 자신한테 거짓말할 수는 없는걸."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 조용히 해 봐요."


사치코가 설원의 한 곳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정상이 가까워진 건지, 눈밭 중간중간에 바위가 사바나의 풀처럼 돋아나와 있는 곳이었다. 작은 그림자가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카메라, 카메라."


프로듀서가 맡겨둔 카메라로 그림자를 비췄다. 작은 짐승, 하얀색 여우가 바위 사이를 뛰어나디고 있었다. 새하얀 눈 위에선 완벽한 위장이었을 그 털도, 검은 바위 위에선 그저 눈에 잘 띄는 표적일 뿐이었다.


"근처에 굴이라도 파 둔 걸까요?"


"설마. 여긴 눈밭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만년설 속에 집을 만들진 않았을 것 같다. 단순히 사냥을 나온 거겠지. 여우라는 것들이 보통 교활한 게 아니라고. 슈코한테 당해본 사람은 잘 알거야.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감시중인 거야. 우리가 가까이 가는 순간 도망치는 거지. 아마 공포 반 호기심 반일걸?"


"키요라 언니를 보는 아츠미쨩처럼요?"


"왜 거기서 내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여우라면 상식적으로 슈코 아니야?"


난 여우보단 늑대 아닌가. 산봉우리를 끊임없이 탐하는 포식자.

여우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캥."


여우는 어떻게 우는가. 캥, 하고 짧게 울었다.

아마 내 생각에 동의해주는 게 틀림없다.



--



"와버렸네. 정상."


"일단 방송 분량은 좀 만들어두죠."


지금까지 나간 이야기들을 방송에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내 분량은둘째치고, 사치코가 언급한 건 어디 흘릴 수도 없는 이야기다. 만일 그대로 내보냈다간 대규모 외교 참사를 피할 수가 없겠지. 결국 어디에선가 적당히 편집을 해야 하고, 편집을 할 만한 부분을 조금 만들어줘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제가 이 정상에 섰다고요!!"


"우리는 지금, 그린란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잠깐만요, 여기선 귀여운 저에게 감탄하는 게 순리 아닌가요?"


"방송분량 만들어야 해. 사치코는 무시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이 산은 누나타크라고 불리는 지형으로서, 하얀 셔츠의 단추를 뚫고 튀어나온 언니의 가슴처럼 바위산이 눈밭을 뚫고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즉, 이 산은 백누나의 검은 가슴인 셈이죠 습하습하습하습하......"


물론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진 않았다. 잘못 들이마시면 폐까지 얼어붙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추웠다.

영하의 날씨엔 익숙해졌지만, 역시 추운 건 변하지 않는다. 이런 기후에 익숙하지 않을 사치코가 조금 걱정될 정도다.


"여기 방명록도 있네요. 사치코님의 이름을 친히 남겨주고 가죠. 자, 펜을 꺼내고.... 어라?"


사치코는 짐짓 당황한 듯 방명록 위에 펜을 그었다.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지. 처음부터 고장난 펜이었을 테니까. 이런 부분에선 또 쓸데없이 프로 정신을 발휘한다. 전쟁터에서 발휘하지 않아서 다행일까.


"멍청한 사치코가 당황해선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바로 눈 앞에 펜이 있는 것도 눈치 못 채고 말이죠."


"다큐멘터리 풍으로 해설하는 거 그만해주실래요?"


"아까 여우를 보내주고 난 다음에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사냥꾼이 은밀하게 덪을 놓습니다."


자주 들어올 것 같은 길목에 스윽 깔아주면 트레이서나 둠피스트가 좋아죽는다. 겐지는 날아와서 그런지 잘 안걸리더라고.


"가죽이라도 벗겼으면 했나요?"


"사치코, 이거 방송으로 내보내야 할 분량이야."


"귀여운 제 목에 걸리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데도요?"


"동물보호단체가 시끄럽다고. 걔들 진짜로 시끄러워."


진짜로.


"뭐, 그런 계열의 브래지어라면 나도 가지고 싶긴 한데. 내가 쓸 건 아니지만."


"뭐에요. 결국 죽여서 가죽을 벗겨버리고 싶었던 거잖아요."


"고기는 제대로 먹을 거니까 괜찮아."


그저 부산물을 위해 죽이는 건 아웃이지만 죽여서 먹은 다음 그 부산물을 취하는 건 OK. 환경보호 같은 건 생각도 안 하지만 나름 프로 등산가의 고집이다.


"고기는 먹는군요."


"아니, 잘 생각해봐."


바닥에 앉았다. 가방을 열어서 고체연로와 알루미늄 찬합을 꺼냈다.

마침 바람도 없네. 무심코 웃어버렸다.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면, 우선 먹을 것 부터 찾게 되는 법이잖아."


"등산가 다 되셨네요."


몰라, 안들려. 하지만 산이 너무 멋진걸.



---



"돼지고기 수육이야. 육수에 면도 말아줬으니 감사하게 받아먹어라."


보급소.

그녀... 그분께서는 나무로 된 테이블 위에 맛있어보이는 수육과 뜨끈한 면요리를 내어주셨다. 돼지고기와 그 외 여러가지로 우려낸 육수 속에 들어있는 반투명한 면이,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영원히 녹지 않는 눈의 땅에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만 같은 따스함이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래, 그래야 하는데.


"정말 고마워요. 고마운데,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아, 직접 만든 거야. 재료도 직접 엄선한 거니까 안심해. 그리고 면은 쌀국수 면이야. 돈코츠 라멘도 괜찮았겠지만, 내 기분이 안 내켜서 말이지."


"아아, 그래서 면이 투명했던 거네요. 게다가 쫄깃하고. 그럼 한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수육이랑 쌀국수가 식기 전에 끝날 질문이라면 얼마든지. 하지만 그 이상은 용서 안해."


"그럼 물어볼께요. 토키코님이 어째서 여기에?"


자, 이번 산행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난 자이젠 토키코님의 가슴을 만지기 위해서 이 만년설을 타고 올라왔다. 프로듀서가 토키코님의 가슴을 준비하면, 난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그녀... 그분의 가슴을 마음껏 탐닉해도 좋다는 조건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완전 말도 안 되는 사기였지만. 연이익률 100%보장! 같은 문구에 속아넘어간 나도 병신이긴 했다.

그런데 그분의 가슴이 눈 앞에 있네?


"밥부터 먹어."


"가슴" "밥." "네....."


난 토키코 님에게 쫄은 게 아니다. 토키코님의 가슴이 눈 앞인데 뭘 쪼는가? 패기에 쫄아서 다리나 주물러대던 예전의 찌질한 내가 아니다 이거야. 그게 벌써 몇년 전 이야기인데.

토키코님한테 쫀 게 아니라 토키코님이 들고 있는 라이플에 쫄은 거다. 아니 왜 그게 여기서 나와?


"냠냠냠. 스프링필드네요. 게다가 페더슨 장비까지 딸려있는 걸 잘도 구하셨네요."


"비싸게 주고 사왔지."


저 부자집 아가씨한테서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대체 얼마짜리인 거야. 아니지, 아이돌 일로 번 돈만 써서 사기엔 비싸다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사치코는 왜 저걸 알아보는거야. 너 밀덕은 아니잖아.


"오타쿠와 전문가의 차이죠."


"내 마음을 읽은 거야?"


"아츠미쨩이 태클을 걸 만한 부분을 예상했을 뿐이에요."


뉴타입은 뒤통수에도 카메라를 달고 산다던데, 사치코는 내 마음 속에도 카메라를 달아버린 걸까? 아니면 마음의 눈이니 뭔지 하는 달인의 경지에라도 오른 걸까?


"전 귀여움 그 자체지만, 때론 다른 성질도 필요하니까 익혀뒀어요. 아츠미도 가슴이랑 등산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더 익혀두는 게 어때요?"


"내 캐릭터성에 등산은 필요없어."


다들 왜 날 등산 아이돌로 만들지 못해서 야단일까. 차라리 레즈 아이돌이었으면 납득을 하겠는데 등산 아이돌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이해는 해. 좋아하는 건 일이 아닌 취미로 남겨두고 싶은 법이지."


어느 새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으신 토키코님께서 말씀하셧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걸 먹고 계신다. 혹시 토키코님은 진짜로 돼지 요리를 잘하시는 걸까?


"가슴은 일과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데요?"


"성벽은 가슴이고, 등산이 취미잖아. 자, 여기 필요하면 고수도 넣어 먹어."


"잘먹겠습니다."


음, 가끔씩은 고수도 나쁘진 않다.


"후루루루루룩......."


"며칠 굶은 돼지처럼 잘도 쳐먹네."


"1주 넘게 쵸코바랑 인스턴트 요리만 먹었으니까요. 이렇게 제대로 된 요리를 맛본 게 얼마만인지....."


아니 이거 3일코스인데. 사실 중턱에서부터 올라와서 중턱 좀 못 내려가서 차타고 다시 돌아가는 코스인데. 아, 혹시 시리아에서 그렇게 먹고 있던 건가.


"......그쪽 일은 신경쓰지 마. 펜타곤에서도 더 이상 건들지 않기로 했어."


"아, 저 혹시 지금 나가봐도 될까요? 나가야 되죠? 나가게 해 주세요."


"추운데 뭘 나가. 그냥 여기 앉아있어. 아, 마실 것도 줄께. 따뜻해질 거야."


그렇게 말하며, 토키코님은 잔에 무언갈 가득 채워왔다. 사나에 언니가 자주 마시던, 맥주와도 비슷한 색의 액체가 잔에 가득 따라져 나왔다.


"꿀꺽꿀꺽.... 크으, 조금 맵네요."


"어머, 꼬마 아가씨들한테는 도수가 너무 높았을려나?"


"아니, 술에서 좀 매운맛이 나요. 그리고 저희 일단 미성년자거든요? 40도짜리 술 마시면 안되거든요?"


"아, 이 부분은 편집해줘."


카메라 앞에서 무슨 짓거리야 미친. 이거 방송으로 나가면 방송국의 높으신 분들이 나라의 높으신 분들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고. 그전에 40도? 분명히 아사히맥주가 5도인가 그랬지?


"기름진 음식이니까, 잘 어울릴 거라고."


"아니아니 저희들 미성년자거든요?! 그야 사치코가 조금 특별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희는 아직 미성년자라고요!! 14살부터 아이돌 일 시작해서 8년째 미성년자지만!!"


"걱정마. 못 마시는 사람한테 강요하진 않을 거야. 여기 사이다도 제대로 준비해 놨어."


"평범한 사이다죠? 혹시나 사과술 같은 건 아니죠?"


"......요즘 자꾸 after 20에서 나오라고 하길래 조금 고민했을 뿐이야."


"술이잖아요!!"


"사과 사이다야."


"자꾸 그렇게 우기시면 위엄이 사라질 텐데요?"


"나도 여왕님 이미지 만으로는 이 업계에서 오래 있진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때로는 서민적인 연출을 하는 것도 좋지 않겠어? 윌리엄 해리슨처럼."


누구야 그거. 비 속에서 1시간 넘게 연설을 하다가 감기걸려 죽을 것 같은 이름이잖아.


"아무튼, 펜타곤 이야기인데....."


토키코 님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사치코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치코도 쫄지 않고 눈을 맞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비명을 지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담력이 붙었나 보다. 잠깐만, 그 에피소드는 내가 들어오기 이전이었지 않나? 난 어째서 그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는 거지? 아니 뭐 어찌되든 좋아 일단 귀부터 막자.


".....화이트하우스는 이번......"


"...지만.... 없어."


아아 안들려안들려안들려 디애쉬의 잔당이니 마을 하나가 몰살당했다느니 거기가 쿠르드족이 끼어있어서 들어가면 안됐다느니 그런 이야기 나는 몰라요.


"...."


"...."


"....다 끝났어요?"


"응. 다음에 네가 갈 곳은 카라코람 산맥이야. 실크로드의 정취를 느껴보고 오라고."


"거기 아프가니스탄 한복판이죠?! 그쵸?! 호위는 붙는 거죠?! 전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거면 몰라도 사람 상대로는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데요?!"


"와,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엔 카메라 앞에서만 그렇게 난리치는데."


"위기의 레벨이 다르잖아!! 고작해야 스카이 다이빙이랑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격전지구랑 같아?!"


"글쎄요, 거기에선 고고도 공수강하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틀렸어 난 이제 사치코당할 거야.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여기 들어온 시점부터? 다른 사무소 소속 아이돌의 가슴을 만진 날부터? 키요라의 너스권을 쳐맞아버린 시점부터? 아니면 키타카미 레이카와 같이 등산을 간 그 날부터?


"전쟁터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사치코 꼴이 되는 것 보다야, 등산가 쪽이 낫지 않겠어?"


"내가 양보할 수 없는 건 여자아이의 두 봉우리 뿐이었는데....."


"어떤 사람이든,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그걸 양보해버리는 순간 과거의 자신과는 영영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야. 아츠미, 넌 그렇게 되지 마."


세상에나, 토키코님이 이렇게나 진중한 충고를 해 주다니. 혹시나 해서 하는 생각인데 토키코님은 사실 좋은 사람이 아닐까?


"허튼 생각을 하면 손모가지를 비틀어뽑아 버리겠어. 다시는 가슴을 만질 수 없게."


"죄송합니다!!"


여기서 손모가지를 뽑힐 수는 없지.

난 아직, 토키코님의 가슴을 만지지 않았으니까.



--



"그래서, 결국 안 만진 거에요?"


밤. 새하얀 만년설조차 어둠 속에 잠겨, 배경과 너무 동떨어진 작은 통나무집이 인류 문명의 마지막 보루다.

조금 취한 듯 한 사치코가 갑작스레 물어보았다. 고지를 눈 앞에 두고서 고개를 젓는 건, 분명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사치코, 사치코는 토키코씨의 가슴을 만질 수 있어?"


"네. 물론 뒷감당도 할 수 있고요."


가슴을 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 당당함이 귀여우니 주물러주자. 앞으로 더 귀엽게 될 것이라는 말랑하면서도 쫀득한 꿈과 희망이 당겨있었다. 찹살떡 같다.


"아츠미, 내 가슴 주물러 놓고서 뒷감당 할 수 있어요?"


"히이익!! 델타포스는 봐주세요!!"


"너무 겁먹지 마요. 생긴 건 무서워도 그 친구들 CIA보다는 말이 통한다고요. 그놈들은 정말이지...."


이런 통나무집에조차 놈들의 감시망이 깔려있는 것인가. 이대로라면 내 가슴을 향한 열망이 만천하에 공개당해버려엇!!


"그러니까 토키코씨 가슴을 못 만진 거라고요."


"하지만 뒷일이 무서운걸."


"토키코씨는 좀 입이 험하고 무섭게 생겼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고요. 남들 돌봐주는 것도 잘하고. 노리코는 가끔씩 만지는데도 뭐라 안 하잖아요."


"그건 노리코가 토키코님 하드카운터라서 그런 거잖아...."


쿄코가 시키의 하드카운터인것 처럼 말이야.


"그럼 선배의 권한이라는 건 어때요? 신데마스는 몰라도 데레스테에는 먼저 나왔잖아요."


"사치코, 우리 후배들은 시작부터 성대를 달고 시작한다고. 게다가 패션에서 초신성급 루키가 나와버렸고. 이제 와서 선배라는 게 대단한 권세가 될 리가 없잖아."


"초신성 따위, 파워인플레에 밀려서 사라져버릴 운명이죠. 아마 엔딩곡 흐를 즈음에 코에 나무젓가락이나 꽂고 단체로 댄스나 추고 있을 겁니다."


너무 그런 말 하지 마. 초신성이 처음 나올 땐 아직 오다선생님이 살아계셨던 시절이라고. 지금은 어시인 육다인가 칠다인가가 연재하고 있어서 평가가 떨어졌지만.


"알았어! 만지면 되잖아 만지면!! 우선 사치코 거 부터 만지고!!"


"좋으실대로."


"에."


요즘은 시즈쿠도 곤란해하는데 설마 사치코가 대줄 줄이야. 아니지 설마 이건......


".....아, 혹시 험한 일을 당한 거야? 괜찮아. 사치코가 잘못한 게 아니야. 사치코는 깨끗하다고."


"사람을 강간 피해자로 만들진 마세요. 피해자를 본 적은 꽤 있지만 제가 당한 적은 없다고요. 주로 아츠미쨩 근처에서."


"사람을 강간범으로 만들지 마!! 난 그저 동의 없이 가슴을 주물러댔을 뿐이라고!!"


"쓰레기같은 성추행범이네요. 왜 당신같은 사람이 아직 감옥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요?"


부정할 수 없다. 왜 내가 아직도 이 세상을 활보할 수 있는 걸까. 역시 사무소의 빽인 걸까? 우리 사무소도 물 건너 약국처럼 수사기관 전반에 강한 파이프가 있는 걸까? 자위대나 총무성이라면 있을 법도 한데. 펜타곤이나 화이트하우스 쪽은 확실하고.


"야생의 산맥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죄가 씻겨나가서 그런가?"


"끽해봐야 밴 브로드처럼 진작 야생이나 가버렸겠죠."


"그건 곤란해. 내가 탐하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가슴이라고."


사치코의 가슴을 한번 더 주물럭거렸다. 말랑쫀득. 하지만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는 그런 맛이다. 한 번 만지고 관뒀다.


"그만둘래. 세계 평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슴을 만지는 건, 아직 내게는 벅찬 일이야."


"거짓말."


"오늘 하루 지치기도 했고.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서 프로듀서를 조져버릴 거야."


"아직도 그런 소리 하는 건가요."


이건 진심이라고.

생각해보니, 이번 여정은 내게 있어서 프로듀서를 반갈죽하기 위한 영적인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타노스님이 영적인 여정을 거치고 나서 우주를 반갈살한 것 처럼.


"그러면 지금이라도 토키코씨한테 고백하는 건 어때요?"


"뭘? 토키코님의 가슴을 향한 끝없는 열망을?"


"그 열망을 가지고 프로듀서랑 거래를 했다는 걸요."


갑자기 사치코가 개소리를 시작했다. 어쩌지, 드디어 PTSD가 도져버린 걸까. 불쌍하지만 반박할 건 반박해줘야겠다.


"......저기, 이건 내 목숨인데. 토키코님한테 사실대로 말했다간 죽는 건 나라고. 토키코님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는 대가로 이 산에 왔다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잘만 말하네."



"아, 역시 일어나 있었어요?"


"둘이 하도 시끄러워서 말이야. 그러니까 키랑 가슴이 안 크는 거라고."


"가슴 큰 사람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머리에 갈 영양이 가슴으로 간 사람을 싫어할 뿐이야."


"그런 의미에서, 아츠미는 어때요?"


"방금 죽은 것 같은데.... 망자에게도 명예란 것은 있겠지. 죽은 사람을 험담하는 속물같은 짓은 하지 말자고."


그렇습니다저무나카타아츠미는심장마비로죽어버렸습니다타노스님부탁이니절죽여주세요


"스스로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아츠미, 여기에 잠들다."


"가슴은 좋아했잖아."


"가슴만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게 하나 더 있던 아츠미, 여기에 잠들다."


"가족이라던지?"


"죽은 척을 할 거면 끝까지 하렴."


"하지만 가슴 이야기가 나왔는걸."


대체 누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인가. 이 무나카타 아츠미, 가슴에 걸고 맹세컨데 난 스스로에게 솔직한 인간이었다고, 가슴을 피고 말할 수 있다. 하일 옷빠이.

타인에게? 거짓말 한 마디 못 하는 자가 가슴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운명, 가슴, 그리고 기만이다 이거야.


"그러면 죽음이라도 각오해야지. 안 그래?"


"솔직한 게 참 멋지네. 상으로 편하게 죽여줄께."


"죽기 전에 가슴 한 번 만지게 해 주세요."


"안돼. 애초에 난 내 가슴이 대가로 걸렸다는 소리도 지금 처음 들었다고."


역시인가 그 망할 프로듀서. 반으로 갈라 죽여버린다. 세로로 썰어버리냐 가로로 썰어버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적어도 프로듀서를 제 손으로 죽인 다음에 죽게 해 주세요."


"저승에서 보고 있으렴. 그 돼지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아갈 테니까."


죽지도 못하게 한다는 건가. 역시 도S. 발상이 남다르다. 나도 가슴을 만지기 위해선 좀 더 색다른 발상이 필요할 것 같다.


"토키코씨, 살아 있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는 거에요. 즐기는 건 상관없는데 일을 그르치진 마세요."


"희망이 있다는 건, 그만큼 즐길 게 많다는 뜻이잖아. 안 그래?"


"저기, 저한테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데 슬슬 죽여주실래요?"


"아니, 아직 내가 원하는 답을 듣지 않았어."


"뭔데요. 전 토키코님의 의사를 묻지 않고, 그저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 가슴을 탐하려고 한 빌어먹을 성범죄자입니다. 부디 상냥한 죽음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답을 안 들으셨다니요. 뭔가 알면 안되는 위험한 비밀은 전부 사치코가 담당하고 있다고요."


"그 돼지가 말한 대로네. 그냥 등산이 하고 싶었을 뿐이잖아."


설마 그럴리가. 내가 오르고 싶은 산은 여자아이의 두 봉우리 뿐이라고.


"애초에 중간에 도망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잖아."


"자세히 안 나온 장면을 가지고 말씀하셔도 말이죠."


"까놓고 말해서 사치코가 있는 시점에서 도망칠 수 있지?"


"사치코의 가슴을 만져야 했기에."


"그 정도는 언제라도 만질 수 있잖아."


"잠깐만요, 귀여운 제 가슴을 왜 멋대로 하려는 겁니까?"


"귀여운 건 공공재라고, 네가 말 안 했던가?"


"흠,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죠."


어이. 아마 그런 말 한 적 없을 거라고. 뭘 그리 홀라당 넘어가고 자빠졌어.


"애초에, 키요라 언니랑 사나에 언니가 납치를 했을 리도 없지만요. 어차피 자기 발로 스스로 걸어온 거겠죠. 장담하는데 공항에서도 겉으로는 싫은 척 하면서도 내심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안 그래요?"


"......"


"이 귀여운 사치코가, 납치의 흔적 같은 것도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알아보지 못하는 게 정상 아니야?"


"저는 너무 귀여운 나머지, 전 세계로부터 납치 위협을 받는 처지라서 말이죠."


"참고로, 나는 납치를 하는 쪽이야."


사나에 언니 이놈들입니다!! 아니 토키코님입니다!!


"그래서 날 여기로 보낸 그 돼지놈을 납치했지."


"아, 그건 고마워요. 그래도 제가 갖고놀 만큼은 남겨주시겠어요?"


"그놈이 버티면."


"토키코 씨는 그 방면의 전문가니까 믿고 맡겨도 좋아요."


그 방면이라면 대체 어떤 방면을 말하는 걸까.


"그래서, 거짓말이 들킨 기분은 어때요?"


"나한테 물어봐도 말이지, 이 이야기의 분위기로 봤을 때, 굉장히 시리어스하고 침울하지만 희망이 넘치는 듯 한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상관없어요. 이쯤에서 타이틀을 회수해야 하니까요."


하기사.

슬슬 타이틀을 회수해야 할 타이밍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제목이 필요하고, 이야기의 내용은 제목과 맞아야 하니까.

라고 후미가슴이 말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럼 빨리 자자고."


"여기선 멋진 대사를 날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요?"


"내려가는 일도 큰일일 거라고. 체력을 온존해둬."


"필요하다면 설상차를 내줄 수 있는데."


설상차인가.

이 극한의 설원에선, 없어서는 안 될 문명의 이기다. 운전하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 그것만 있으면 돌아가는 건 간단하겠지. 조금만 더 서두르면 내일쯤엔 일본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말이야.


"됐어."


"걸어가겠다는 건가?"


당연하지

등산은 걸어서, 기분좋게 올라가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거라고.



---



"아이젠 OK, 아이스픽 OK, 고글 OK, 비상식량 OK."


다음 날. 눈이 멀지 않을 만큼, 적당히 구름이 낀 화창한 날이다. 설맹으로 시력을 잃을 위험도 없고, 갑작스런 기상 이변으로 눈보라에 휘말릴 위험도 없다. 지진으로 인한 눈사태면 뭐, 거기까지라는 거겠지.


"준비 다 끝났어? 어제 자기 전에 나한테 반말을 한 건 후회하고 있어?"


"정말죄송합니다멋진대사하나할수있을것같아서그랬습니다용서해주세요."


몇 문장 전의 나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이번뿐이야. 운이 좋네. 오늘 내가 기분이 좋아서."


기분좋은 나머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아침밥을 챙겨주셨지.


"요리 맛있었어요. 다음에도 해 주세요."


"흥."


"소고기로."


"프로듀서 꼴 나고 싶어?"


이런이런, 안돼지.

등산이란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 까지가 등산이라고. 소풍처럼 말이야.


"그럼 가 볼까요."


"오늘 안에는 도착할 거야. 거기서부턴 공항까지 심야 버스를 타면 되."


"능숙하시네요."


"자주 있는 일이니까."


"왜 자주 있는 일이 되어버린 걸까요. 귀여운 전 딱히 좋아하는 일도 아닌데."


그건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아니진짜로. 사치코는 말이지

하지만 뭐, 내 경우엔---


잠시 후면, 무나카타 아츠미와 코시미즈 사치코가 등산하다 여왕을 만난 이야기가 끝난다.

일본에 돌아가면 뭐부터 할까. 나는 그런 잡다한 것들을 생각하며, 만년설 속에 양복 차림으로 대가리부터 쳐박힌 프로듀서를 아이젠으로 걷어찬 다음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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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10kb정도만 쓸 예정이었는데 30kb를 넘어버렸다. 어째서.

역시 아츠미 하면 산을 오르려다 등산을 가는 캐릭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쓰다보니 사치코가 ㄹㅇ 하드보일드카와이.


.......그런데 왜 이렇게 길게 쓴 걸까. 역시 막힐 때 마다 적당히 만담을 집어넣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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