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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믿어요, 히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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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1, 2019 23:51에 작성됨.


1.

레슨이 다 끝날 즈음엔 바깥은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타카네와 히비키는 서로 나란히 인도를 걷고 있었다. 한바탕 땀흘리고 난 다음이라, 초여름의 날씨조차 그 둘에겐 다소 쌀쌀하게 느껴졌다.


히비키 「휴우..오늘도 일은 없었고, 레슨 뿐이였다조?」


타카네 「그래도 쿠로이 사장님 밑에 있을 때보다야, 나 다움이란 자유가 있어서 좋지 않습니까?」


히비키 「..그런가?」


그녀의 말은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 대답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의.

765 사무소로 넘어온지 벌써 2달째지만, 아직도 변변찮은 일조차 받질 못했다. 기껏해야, 단기 알바 수준의 홍보 정도..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다. 쿠로이 사장 밑에서 1년 넘게 그녀와 함께 동고동락한 타카네가 그것을 모를리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가라앉은


히비키 「아참! 타카네, 배고프지? 오늘은, 자신이 라멘 사겠다조.」


타카네 「하지만..익일에도 이미 사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히비키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을텐데 혹여 너무 부담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ㅡ」


히비키 「난쿠루나이사! 자신, 돈이 제법 모였다조?

..알바, 라고나 할까?」


타카네 「..레슨하느라 힘드실 텐데..녹록치 않을까 염려되는군요.」


히비키 「아냐 뭐, 그렇게 힘든건 아니니까..」


그때 한 남성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정체모를 남성의 다소 무례한 등장에, 타카네는 눈빛을 살짝 찌뿌리며 눈 앞에 나타난 남성을 경계했다.

그는 나이는 30대 이상 정도로 보였는데, 다소 남루하고 헐렁한 차림새에 마치 걸인을 연상케하는 행색과 체취를 풍기고 있었지만,

비싼 시계와 금 목걸이 등등을 보아 걸인은 아니고 대신 기본적인 생활이 지저분한 모양이였다.

게다가 자기 관리도 여실히 안 되어있어, 남성의 몸은 초고도비만 수준으로 보기 남사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남성이, 히비키를 보고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닌가?


중년 남자「어라? 여기서 만나네? 우효~」


히비키 「..아..」


못 만날 사람이라도 되는 듯, 히비키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타카네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타카네 「..저기..누군지는 모르겠사오나, 갑자기 이렇게 길을 막는 것은..」


중년 남자「아 미안, 아가씨. 그냥..우리 히비키짱이랑 자주 만나는 사이거든.」


타카네 「..예?」


히비키 「그..그냥 어쩌다가 일 관련해서 알게 된 사람인데 좀 이상한 사람이야.

이, 이봐! 자신, 지금 친구랑 라멘집 가는 길이니까..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꺼야!」


중년 남자 「으음..그렇구나. 그런 컨셉이라면야.. (피식)

히비키짜..아니, 모르는 사이니까 아가씨라고 해야되나? (풉) 표정 좀 피고..뭐, 일단은 알겠으니까..

그러면 조만간 또 보자구?」


타카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불쾌하고..」


히비키 「정말 그렇네..」


그러나 남자가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도, 히비키의 표정은 한동안 딱딱하게 굳어서 풀리질 않았다.


2.

다음날, 타카네는 혼자 765프로덕션 사무소에 출근했다.

그것은 의외적인 일이였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히비키와 함께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기 떄문이다.

일부 아이들의 질문에, 타카네는 히비키가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실은 거짓말에 더 가까웠다. 왜냐하면, 히비키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나절이 지나서야 히비키는 피곤해서 늦잠을 자버렸다고 문자를 보냈다.

편의점 일이 많이 힘들었다고, 히비키는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자신은 편의점 땜빵 일이 급하게 생겨서 가봐야 될 것 같다고. 

그러니까 자신 없이 아이들이랑 사이좋게 레슨해달라는 당부도 같이.


오전 레슨은 히비키 없이 진행되었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문득 타카네는 자신을 바라보는 치하야의 표정이 시종일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슨이 끝나자, 치하야는 타카네를 따로 불러냈다. 일대일로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였다.


치하야 「죄송해요 시죠씨..하지만 긴밀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타카네 「무엇이든지.」


타카네는 다소 딱딱한 태도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였지만, 사무소 이적한지 겨우 2달인 시점인지라 다소 낯을 가리는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치하야 「그게..다소 불쾌할지도 모르지만요, 괜찮을까요?」


타카네 「듣는 거라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생각되옵니다만?」


치하야 「...그게..어제 편의점에서 히비키를 봤는데..그게..」


치하야 「..콘돔..성인용품을 구매하더군요. 뒤를 따라갔는데, 히비키가 모텔로 들어가는걸ㅡ」


타카네 「그만!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거기에서, 타카네는 분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할 말조차 잊은채로, 극한의 혐오와 분노를 담아 치하야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눈빛을 마주하는 치하야의 태도는 담담했다. 마치 그러한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아니면 실망한듯이.


치하야 「..죄송해요. 실언을 해버렸네요. 저 또한, 멀리서 본 것이였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잘못 보았을지도, 지금 타카네씨의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 아니겠네요.」


타카네 「사람을 시험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지요?

..전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오후 레슨은 일단 불참하도록 하지요.

요즘 히비키가 부쩍 피곤한 일이 많아, 히비키를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서요.

빨리 중심을 잡아야, '그런' 소리도 나오지 않겠지요.」


치하야 「...다시금,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사장님에겐 잘 말해둘께요.」


타카네는 그것으로 바로 사무소를 나와 히비키의 개인 월셋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그녀의 쭉 뻗은 두 다리는 이내 인도 한복판에서 그대로 멈췄고,

곧 방향을 돌려 다른 어디론가로 발걸음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히비키가 전에 알려준, 그녀의 직장 편의점 방향이였다.

마침 점심 즈음이라, 가는 길에 모처럼 도시락도 샀다. 제법 비싼 도시락으로ㅡ가난한 타카네 입장에서는 과한 지출이였으나,

특히 최근 들어 과하게 자신을 위해 밥도 사주고 선물도 해준 히비키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당연한 지출이였다.


그런데 편의점에는 그녀가 없었다.


타카네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저기, 혹시 히비키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편의점 알바 「예? 그런 사람 모르는데..」


타카네 「그럴리가요..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야간 알바로 일했다고 그랬는데..」


편의점 알바 「저 여기서 일한지 한달째인데..아! 혹시 그 포니테일 머리하신 그 작으신 여성분?

그분이 제 전임자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 안한지 꽤 됐을껄요?

뭐..가끔 편의점에 들려서, 사장님이랑 만나서 어디 나가긴 하는데..어디가는지는 모르겠네요.」


타카네 「..사, 사장님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번호를 받자마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발걸음은 히비키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중간에 취소된걸꺼야. 그러니까 일을 안한다면 집에서 쉬고 있겠지?

전화가 연결되었다. 타카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타카네 「xx 편의점 사장님 맞으신가요?」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녀가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ㅡ지난번에 히비키와 만났던, 그 남자의 목소리였다.


사장「예 맞습니다만?」


그것을 깨달은 타카네는 숨을 죽였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들키지 않게 조곤조곤히 물었다.


타카네 「..가나하 히비키..거기서 일하는 사람 맞나요? 혹시 지금 일하는 중인가요?」


사장 「아..맞는데, 지금은 못 만나겠는데요. 윽!

야 씨x년아! 이빨 세우지 마ㅡ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랑 그 친구 둘 다..좀 바빠서..좀 이따..전화해요ㅡ」


남자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헐떡이고 있었고, 한편으로 계속해서 삐그덕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이 대충 무슨 것인지 짐작한 타카네는 수치심과 혐오감에 바로 전화기를 꺼버렸다.


..타카네는 히비키의 집까지 향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카네는 그대로 임대 빌라의 월세방 문 앞에 주저앉았다.

팔을 끌어모아서, 그 안에 고개를 파묻고는 그대로 숨죽여 울먹거렸다. 

아닐 거라고, 아닐 거라고 끝까지 그렇게 믿으면서.

몇 번인가 히비키에게 전화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히비키가 돌아온 것은 10시가 가까울 무렵이였다.

그녀는 평소보다 짧은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독한 향내와 짙은 땀내를 가득 풍기고 있었다. 

평소의 포니테일 대신 그냥 풀어헤친 머리는, 땀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한 나머지 서로 엉켜 붙어 있었다.

문 앞에 타카네가 쭈그려 앉은 것을 본 히비키가 기겁했다.


히비키 「우갹! 타, 타카네? 어째서 여기서 이렇게ㅡ」


타카네 「..왜 거짓말하신 거에요..그 사람..편의점 사장 일 말이에요.」


히비키 「..그게 무슨..아..혹시 편의점?

그, 그게..사 사실 일 그만뒀다조! 오래 전에 그만뒀어.

그 사장 정말 이상한 변태 같은 사람이야! 그, 그래서 그만뒀다조?

그러니까 혹시 이상한 말 같은거 들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그, 그런거 믿지 말라조! 다 헛소리니까.

그냥 힘들어서 그만뒀고, 사장은 이상한 사람이였다조!

길 가다가 만난 날에 일부러 편의점 사장인거 안 말했던 것두, 그런 이상한 사람이 직장 상사라고 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그랬다조!」


타카네 「..어째서...어째서..우리 둘 사이에..지금까지 감추는 것 같은건, 없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 거에요..

그리고 오늘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시길래 전화조차 안 받으시고..」(울먹)


히비키 「그..그..미안! 실은..타카네가 걱정할 것 같아서..

모처럼 벌이가 생겼는데, 갑자기 때려친다고 하면 타카네가 또 슬퍼할 것 같았다조..

그리고 전화 못 받은거 미안해! 자신, 그..도쿄 이곳 저곳 좀 돌아다녔어 바람도 쐘 겸. 핸드폰은 중간에 베터리가 나가버렸구..

어제 피곤해서 충전을 깜빡 잊어버렸지 뭐야?

아무튼 정말 미안하다조!」(꾸벅)


그걸로 끝이였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머리까지 숙이는 히비키에게 타카네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만큼 '최악의 현실'에 근접한 정황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지만 그럼에도 타카네는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우를 믿고 싶었다. 아니 믿고 싶은 것일런지도 몰랐다.

사실 말도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싶은건지도 몰랐다.


히비키 「그거..도시락이야?」


타카네 「..예. 모처럼 샀건만..벌써 싸늘하게 식어버렸네요.」


히비키 「그래도 좋다조! 타카네가 자신을 위해 사준 거니까!

타카네가 사주는 거라면,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조? 그러니까 같이 먹자. 마침, 배고팠다조?」


타카네 「..피..그 정도로는 부족한걸요.」


히비키 「난쿠루나이사! 그 정도야, 인스턴트 라멘도 있다구!」


실은 더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아직까지도 전혀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전부 작위적인 핑계들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아직까지도 의심하는 마음이 남아, 그녀 한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서 둘만을 위한 밥상을 차리며 해맑게 웃는 히비키의 얼굴과ㅡ그 따뜻함 가득 담긴 눈동자들을 볼 때마다,

그 의심들은, 다시 고개를 감춰버렸다. 

히비키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주는 이 따뜻한 순간을, 타카네는 차마 자기 손으로 망가트릴 수 없었다.


3.

한동안은 조용했다. 히비키는 이제 오전 레슨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타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히비키는 언제나 뛰어났으므로ㅡ

다른 아이들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들 히비키와 잘 지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오전은 물론이고 오후까지 히비키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소 걱정했지만,

히비키가 집안 사정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타카네는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무소의 아이들은 전부 착한 편이였지만..

그녀는 자신과 그녀들 사이에 어떤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허물어지겠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인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히비키가 없는 그 자리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형 마트 홍보 행사가 있었다. 제법 힘든 일이였기에, 타카네는 문득 히비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요이 「웃우! 수고하셨어요 타카네씨!」


타카네 「야요이야말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타카네는 사무소를 벗어났다. 몸은 이미 피로에 찌들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히비키를 만나봐야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문득, 히비키와 함께 거리를 걷다 그..'편의점 사장'이라는 작자를 만났던 그 날이 떠올라서 타카네는 불쾌감에 눈살을 찌뿌렸다.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치하야에게서 온 전화였다.

다소, 목소리를 키웠던 그 날 이후로 타카네와 치하야는 거의 대화가 끊긴 상태였다.

그렇기에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타카네는 치하야의 전화를 받았다.


치하야 「지금! 지금 가나하씨가ㅡ가나하씨가!」


타카네 「천천히, 진정하시고..」


치하야 「지금, 왠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요!」


타카네 「당신 또다시!!ㅡ」


치하야 「제발, 진짜라고요! 사진이랑 주소 보낼 테니까 빨리ㅡ

히비키 집 근처에요. 역시, 히비키가 걱정되서 가보려 했는데 이런 일이ㅡ」


타카네는 그것으로 전화를 끊었다. 무거운 심호흡 끝에, 그녀의 시선은 다시 핸드폰에 고정되었다.

문자로 한 장의 사진과 주소가 같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 속에는, 지난번 그 '사장'과 유사한 인물과 히비키로 보이는 인물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히비키는,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저의 친구가 그럴리가요.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어느새 빨라지고 있었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그녀는 바보 같이 친구를 의심하는 스스로를 원망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치하야가 알려준 장소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4.

그리고 정말로 있었다.


타카네는 손에 들고 있었던 손가방을 떨어트렸다.

짧고 천박한 옷차림의 히비키가, 편의점 사장이라는 배불뚝이 남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모든 정황을 아는 것은 충분했다.


타카네 「..히비키.」


히비키 「..어?」


사장 「아이고..결국 들켰네 어쩌냐 히비키짱?」(피식)


타카네 「..아니라고 말해줄래요? 정말..아닌거죠? 그런거죠?

제가 잘못 보고, 그릇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부디 그렇게 말해주세요 제발..」


사장 「..아니긴 뭐가 아냐. 이 정도면 그 나이 때엔 다 알만한거 아냐?

그래도 우리 히비키짱,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라구?

오키나와에서 올라와서, 어떻게 뭐 돈 좀 벌어보겠다고 열심히 '땀 흘렸는'데 말야..

엄청 벌었지 히비키짱? 우효~셀 수도 없이 땀흘렸잖아 히비키짱?

그래도 약은 열심히 먹었으니까, 문제는 없을거라고?」


타카네 「..그, 그럴리가 없어요! 아니죠? 그렇죠?」


히비키 「..」


히비키는 말이 없었다. 무표정한 그녀의 두 눈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타카네는 단 한번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이제는 무서움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타카네에게 이런 무감정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사장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그런데 그가 익숙한 태도로 히비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히비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처절한 비명이였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히비키 「우갸악!! 사람 살려요! 여기 이상한 사람이, 성추행한다조!!」


사장 「아니 자, 잠깐 히비키짱? 아니 왜 갑자기ㅡ」


그녀의 비명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사장이 히비키를 붙잡으려 하자,

히비키는 그대로 사장의 사타구니에 발차기를 날렸다.


사장 「..너..너..!!」


히비키 「변태다!! 변태!! 성범죄자다조!!」


바닥에 엎드린 사장이 히비키를 분노 속에 노려보며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싸구려 하이힐의 굽이 꺾이며, 그녀가 휘청거린다. 타카네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붙잡은 덕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핸드백이 떨어지며 그 안에 물건들이 쏟아졌다.


타카네 「괘, 괜찮으신건가요?」


히비키 「타카네..자신, 무서웠다조..우아앙!!」


곧 경찰이 오며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5.

경찰 조사에서, 히비키는 그날 그 자리에서 편의점 사장과 만난 것은 밀린 월급 및 주유수당을 받기 위해서였으며,

도중에 과대망상증이 있는 편의점 사장이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편의점 근무 와중에도 자기 마음대로 연인 사이로 생각했다던가, 성희롱 등을 서슴없이 벌였다고 증언했으며,

히비키의 후임과 전임 근무자들의 진술을 통해 편의점 사장이 인격 모독과 월급 체불 등을 수시로 해왔다는 것이 확인되며 어느정도 증언들에 신빙성이 생겼다.


사장은 성폭행 시도를 비롯한 일체의 의혹을 완전히 부인하며,

히비키가 먼저 자발적으로 원조교제를 요청했으며 모텔에서 만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름한 상가 구역 특성상, 주변 도로에는 제대로 된 CCTV조차 없었으며

모텔은 무인 호텔인데다가, 실제 사장이 빈번히 출입한 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흐릿한 내부 CCTV 영상만으로는 그와 함께한 상대방 여성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더욱이 상대방 여성은 매번 복장과 머리 스타일이 바뀌고 있었으므로ㅡ

오히려 사장의 주장에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


사장은 이 모든 것이 히비키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으로ㅡ

무인 모텔부터 편의점 알바 접근까지, 모든 과정을 히비키가 처음부터 소위 '구렁이년'짓을 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시기에 때마침 시작된 '미투'열풍에 의해 사장의 입지는 좁아지기만 했고

결국 성폭행 혐의로 검찰 기소되어 넘어갔다.

착한 히비키가 용서한 덕분에, 합의금 처리되어 어떻게 감면받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징역형을 피할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치하야 「미안! 가나하씨..난 그런줄도 모르고 이상한 생각만 했어. 정말 미안해!」


하루카 「..미안해 히비키짱! 히비키짱이 그렇게 바쁜지도 모르구..

난 히비키짱이 게을러진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어..미안!」(울먹)


아즈사 「휴우..이번 일은 절대로 다들 조용히 하자 얘들아.

그리고 히비키짱?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무조껀 말해주기로 약속해줄래?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도와줄께!」


히비키 「괜찮다조! 그냥, 자신이 좀 힘들었던 거구..

결과적으로는 모두 그 사장이 못된 거였으니까..

자신, 그 사람이 그렇게 미친 사람인줄은 정말로 몰랐다니까?

그 사람, 진짜 못된 사람이였다조! 아마 감옥에서 푹 썩게 될꺼야.」


타카네 「그렇군요..」


타카네 「아참 핸드폰. 지난번에 떨어트리셨더군요.」


히비키 「우갹! 여기 있었잖아? 하핫, 고맙다조! 역시 타카네는 항상 꼼꼼해서 좋다니깐?

그런데..」


히비키 「다른거는 없었어?」


타카네 「예.」


히비키 「하긴, 자신은 가진게 없어서 핸드폰 말고는 없었거든. 헤헷,

아무튼 고마워 타카네.」


히비키 「그러면 내일부터는,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신나게 다시 시작하면 되는거다조!

다들 알았지? 난쿠루나이사~」


아즈사 「후후, 그러면 오늘은 기념으로, 우리 숙녀들끼리만 조촐하게나마 식사할까?」


하루카 「저는 대찬성이에요!」


히비키 「자신도 물론이다조! 타카네도 당근이지?」


타카네 「예.」(미소)


타카네는 미소지었다. 


억지로.


실은,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날 그 자리에서, 먹다 남긴 낙태약과 콘돔 상자, 무인텔 위치와 번호가 적인 찌라시도 함께 주웠기에..

사실, 타카네는 주머니 안에 아직도 그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내밀면서, 히비키에게..당신의 것이느냐고,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누가 봐도 그녀의 것이였으니까. 가방에서 떨어지는 것만 못 보았을 뿐,

그것들은 히비키의 핸드폰 주변에 널부러져 있었기에ㅡ

누가 생각해봐도 당연히 히비키의 가방에서 함께 떨어진 것이 분명했으므로ㅡ


그러나 그녀는 묻지 않았다.

히비키의 물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히비키의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타카네는, 몇 걸음인가 뒤처져서

그것들을 길가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것이였다.


히비키 「어이~타카네, 빨리 오라조!」


타카네 「..예!」


아니겠죠. 설마요.




믿어요, 히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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