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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시키 <돌아갈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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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19 17:49에 작성됨.




p"시키가 실종했다고?"


5월 30일.


인기 아이돌 이치노세 시키의 생일.


성격상 자신의 생일은 커녕 나이 마저도 잊고 살 것만 같은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동료들과 담당 프로듀서는 시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신들의 프로젝트룸을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꾸미고 있던 차였다.


아리스"아으.... 분명 방금까지 있었는데요...."


미쿠"으음... 시키쨩 어제 무슨일이라도 있었냥? 아니, 무슨 일이 없어도 실종하는게 시키쨩이긴 했지만 =w=;;"


그런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프로듀서를 올려다보는 아리스의 진언. 그리고, 프로듀서는 잠시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자신의 외투를 챙기며 아리스에게 말했다.


p"생일인데 주인공이 없어서야 되겠나. 대충 어디로 사라진건지 알 것 같으니 준비하고 있어."


아리스"아, 알겠어요."



<BGM : https://www.youtube.com/watch?v=MiXBs1NLtRI >




그렇게 자신의 운전대를 잡고 346프로를 벗어나 도시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프로듀서.


그는 차창 밖을 통해 아주 오랜만에 올려다본 파란 하늘을 슬쩍 눈짓하더니, 산뜻한 봄바람을 받으며 왠지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p”그러고보면 그때도…..”


이치노세 시키.


아직 그가 햇병아리 프로듀서였던 시절.


그와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은, 의외로 그 환장하도록 자유분방한 성격만큼이나 특이하지는 않았다. 뭐, 그렇다고 평범했다는 소리는 아니고, 적어도 다짜고짜 찾아와서 고양이 아이돌을 하고싶다는 녀석이나 아이돌로 성공해서 니트생활을 이어가고싶다는 녀석도 있었을 정도니까.


어찌되었든 아이돌에 흥미가 간다며─그리고 체취가 마음에 든다며─ 아이돌 캐스팅, 아니, 정확히는 ‘프로듀서를 간택’ 당해버린 그였지만 그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녀를 재대로된 아이돌로 내놓을 생각으로 그녀를 단련시켰다.


단련시켰을 터였지만.


p”그놈의 실종…..”


합 맞추기가 중요한 단체 레슨을 빼먹을때도, 중요한 영업에 간당간당하게 늦어 담당 디렉터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을때도, 자작 실험실에서 밤을 지세우고는 늦잠을 잔다고 모두를 기다리게 할때도,


하지만 그는 결코 그녀에게 화를 낸적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그가 한없이 착한 보살이거나 혹은 미련한 호구라서가 아니었다.


단 한번 본 것 조차 너무나도 간단히 외워버리고 마는 유명한 천재 시키에게 트레이너의 반복된 훈련은 고문이나 다름없었겠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 자신 또한 그랬으니까.







”프로듀서….. 혹시 스토커?”


”......너야말로 계약위반으로 고소당하고 싶냐?”


그리고.


그것은 이치노세 시키가 어엿한 아이돌로서 데뷔하기 전 날의 일이었다.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신칸센 창가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시키는, 그렇게 짜증스럽게 귀여운 능글맞은 미소로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실종하더라도 감시역으로 쫒아가면 안심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신칸센까지……”


시키의 옆좌석에서 자신의 얇아진 지갑을 툴툴 털며 한숨을 내쉬는 프로듀서. 아무래도 이번 주 저녁 내내 냉동 고로케로 통일이겠군.


그래도 그는 자신의 차표의 목적지에 적힌 이와테현 이치노세키시(一関市)의 세 글자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기특한걸. 중요한 데뷔 무대 전날에 부모님에 안부 인사를 드리려고 고향에 가는건가….. 뭐 오해의 여지도 있으니 도착하면 담당 프로듀서라고 재대로 설명부터 해야겠지만.’


물론, 이 자유분방한 효녀를 남몰래 칭찬하며 응원하던 그의 훈훈함이 부질없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오오!? 저것은!”


”야! 야! 아직 센다이역이라고!?”


돌연, 창밖에서 보이는 센다이역을 향해 삿대질을 하더니, 곧이어 잠깐 정차한 센다이 역사에서 시키가 다짜고짜 신칸센을 내렸고 곧이어 당황한 프로듀서가 그녀를 따라 내렸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센다이 역사 광장에서 시키가 가리킨 것은.


N4phPJC.jpg


”다테 마사무네!”


”알까보냐아아!!”


전언철회.


하지만 그렇게 버럭 화를 내어버린 프로듀서에 아랑곳하지 않은 시키는, 이번엔 코를 킁킁대더니 역사에서 파는 형형색색의 만쥬를 향해 슬렁슬렁 이동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좋은 냄새냥~”


”너는 고양이냐!!”


물론 담당인 마에카와 미쿠가 보면 자존감 꺾일 정도로.


결국 그가 시키를 그녀의 원래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에 태운 것은, 한 시간이나 센다이 역사 주변을 의식의 흐름대로 돌아다니던 차 기어이 다테 마사무네의 플라스틱 투구까지 질러버리고 난 다음이었다.


”......어째서인지 쓰는건 내가 되버렸지만…….”


깊은 빡침에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채 주변의 수군거림을 애써 무시하는 그 검은 슈트 사무라이의 기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게 올바른 처사일 것이다.


”냐하하하! 프로듀서 잘 어울리넼ㅋㅋㅋ 역시 안대도 살걸 그랬나?”


”기왕이면 두개 사서 양쪽 다 가려버리지 그러냐. 차라리 마음은 편하겠네.”


그리고 그의 수치심에 결정타를 날리는 흔한 클리셰의 두 모자.


“엄마 저 아저씨 마사무네야?”


“쉿, 모르는척 해.”


’죽고싶다….’


그런 치욕의 시간을 견디며 버스를 타고 올라가길 1시간. 이윽고 이치노세키시 역에 도착한 시키는 버스에서 내린 뒤,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늘어졌다 일어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폈다.


”끄으으~ 아 재밌었다. =w=”


”이제 만족했냐…. 슬슬 집으로 들어가지 그래.”


”집….?”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프로듀서를 올려다보는 시키. 그러기를 잠시, 그녀가 이내 이해했다는 듯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항, 확실히 집은 집일지도 모르지. 그럼 Let’s go~”


이후 시키를 따라 시내버스를 갈아탄 프로듀서가 이치노세키시의 한 한적한 동내에 도착한 것은, 봄의 파란 하늘이 붉은 노을로 물들 무렵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양~”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무언의 길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일본의 어디에나 있을법한 적적한 마을의 풍경이었지만 그의 눈앞에서 길을 멈춰서 길고양이에게 작업을 걸고있던 시키는 어딘지 모르게 그 푸근한 배경과는 격리된, 무척이나 이질적인 존재로만 느껴졌다.


”오, 이 집인가 훌륭하잖아.”


그리고 짧은 시간은 흘러, 어느새 그의 눈에 들어온 이치노세(一ノ瀬)의 명패가 보이는 으리으리한 기와집. 해외 유학파라는 출신이라던가 평소의 대충대충인 씀씀이를 봤을때 꽤 사는 집안 규슈일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전통 저택의 위용은 프로듀서 같은 일반적인 서민에게는 상당한 위압감으로 다가오는 규모였다. 이거 꽤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후, 잠깐만, 나도 마음의 준비 좀 하고.”


곧바로 도착한 그 저택의 정문에서, 프로듀서는 넥타이를 고쳐매더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냐하하 상견례도 아니고 그렇게 쫄 필요도 없잖아’ 라는 시키의 츳코미는 충분히 예상 이내.


물론 그는, 시키가 이치노세가의 정문을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은채 싱글벙글 거리며 패스쓰루 해버릴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HA……?”


멍청이 처럼 얼빠진 표정으로 시키의 하염없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시키를 따라 달려갔다.


”저거 너네 집 아니었어!?”


”집? 거기가 왜?”


프로듀서의 정당한 의문에 역으로 의문을 던지는 시키. 그런 태도에 그는 이마를 짚으면서도 고개를 저으며 판단했다.


”후…. 생각해보면 같은 지역이라도 본가랑 따로 사는 집도 많으니 이상할 것도 없나…..”


그렇게 도로를 건너, 공원을 지나쳐, 논밭을 지나며 도착한 이치노세 시키의 진정한 목적지. 그곳은 프로듀서의 예상의 아담한 주택도, 시키가 원초적인 흥미를 가질만한 향기나 소재를 지닌 장소도 아니었다.


”여긴…...”


그곳은 한 허름한 신사.


한 고인의 묘비 앞이었다.


”아~아~ 결국 또 와버렸네.”


”......”


그리고 그는 묘비에 적힌 한 인물의 이름을 보고는 시키가 말한 ‘집’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했다.


자신이 돌아갈 유일한 장소가 곧 집. 즉, 지금의 이녀석이 돌아갈 유일한 장소는…..


”이상하지? 이런 내가 묘 앞에 서다니. 꼭 ‘보통 사람’ 같잖아.”


평소와 같은 싱글벙글한 표정.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제서야 그 가면 뒤에 감추어진 그녀의 자아를 발견했다.


”있잖아 프로듀서.”


”왜.”


”아이돌이란거 재밌을까?”


”그거야…...”


그리고, 그는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을 이었다.


”내일이 되어보면 알겠지.”








p”그래서, 답은 찾았나?”

그날과 같은 빌어먹도로 맑은 붉은 하늘 아래. 프로듀서는 묘비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시키의 옆에 서서 말했다.

시키”시키쨩 아직 잘 모르겠는 것이다~ =w=”

p”얼씨구 첫 라이브때부터 ‘트립’ 한다더니 온갖 부산은 다 떨어놓고.”


시키”냐하하~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 과학자는 언제나 새로운 의문을 찾아 헤메이는 법이잖아?”

p”말 하나는 청산유수구만. 문과한테도 안꿀리겠어.”

시키”그래도…..”

p”음?”

그리고 시키는 말을 흐리며 쭈그리고 앉아있던 무릎을 펴고 일어나더니 그 묘비를 내려다 보았다.

언제나처럼의 싱글벙글한 가면이 아닌, 부드러운 진심에서 우러러나오는 미소와 함께.

시키”적어도 이젠, 여기가 내 집이 아니란 것 쯤은 알 것 같네.”

이에 프로듀서는 눈을 지긋이 감고는, 희미한 미소를 숨기며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p”그러냐.”

그리고 시키는 니히히 웃으며 그런 무뚝뚝한 프로듀서를 올려다보더니, 새하얀 이빨을 환하게 드러내며 화답했다.

시키”그럼,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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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작성 들어가서 어찌어찌 시간 맞췄네요. 엉엉 시키쟝 생일 축하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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