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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히비키가 죽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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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3, 2019 19:21에 작성됨.


(주의)


1.

아직도 생생하다.


그 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여 기분 좋게 맑은 봄날의 아침.

정해진 스케쥴대로, 히비키와 타카네를 데리고 예정된 '생생 동물농장' 녹화 로케로 향하는 길이였다.

하지만 그날 따라 유난히 차가 막혔다. 앞에서 교통 사고라도 난 것일까? 라며 히비키가 물었고,

나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뒤를 향해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마치 도로 위에서 때아닌 마라톤 대회라도 열린 것 같았다.

벚꽃 흩날리는 도로 아래 사람들이 뛰는 모습은 한가로운 봄날의 산보와 비슷했지만,

그들의 공포에 질린 표정은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막혀버린 도로 한가운데 멈추어버린 차 안에서, 불안에 찬 타카네가 말했다.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내렸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일단 그들과 함께 뛰었다.

뒤편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붐비는 인파는 더 이상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ㅡ피에 뒤덮혀 개거품을 문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경고하기도 전에, 타카네가 붐비는 인파에 치여 히비키를 잡고 있었던 손을 놓쳐버렸다.

나와 타카네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밀치며 넘어진 히비키를 향해 다가갔지만ㅡ

벌써 수 명의 광인들이, 히비키를 둘러싸고는 그녀의 연약한 살덩어리를 뜯으며..

....


마미 「..빠!」


마미 「오 빠!」(버럭)


프로듀서 「..미, 미안하다.」


마미 「..이쪽이야말로 미안..근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마미 「역시..히비키찡 생각한거지?」


프로듀서 「...」


그 날 있었던 사건은..한 정신병자가 사회에 불만을 품고 폭탄 테러라고 포장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건은ㅡ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신문과 TV 속 언론사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이제는 그 날의 뉴스들 대신 저 바다 건너 한국의 버닝썬이니, 뭐니 하는 남의 이야기나 떠들기에 바쁘다.


난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금 혐오감을 느꼈다.

전부 거짓이다. 일부 중소 언론사를 통해, 특이한 신종 바이러스ㅡ대뇌피질을 오염시키고 변이시키는 바이러스

..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자위대가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 한가운데에 무차별 발포하여 진압했다는 기사들을 냈지만,

그것은 말도 안되게 멍청한 이 나라의 여론과 아베 총리의 발표문 하나로 의해 전면 부정되어버렸다.

심지어 비슷한 증세의 사람들이 일부 포착되고 있으며, 시체들이 되살아났다는 목격담과 동영상들까지 나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저 폭탄 테러였다고만 믿을 뿐.


아무도,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는데..

희생자들은 전부, 그냥 사라진 사람 취급당했다.

아니, 그 이하지. 마치, 옛 시대의 불가촉천민과 같다.

천황이고 총리고 대신이고, 아무도..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타카네 「..히비키가 너무 오래 쉬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이렇게 오래 쉬어버린다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겠지요?」


이오리 「야 타카네! (버럭) 지금 너 무슨 소리하는거야?」


타카네 「..예? 저는..히비키의 몸이 그저 다 낫지 않아..

빨리 돌아와야 그만큼 방송 복귀에 무리가 없을텐데 말이지요.」


이오리 「..너 진짜ㅡ」


유키호 「이, 이오리짱..그러지 마. 응?」


이오리 「..내가 뭘!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됬잖아! (버럭)

..언제까지 그럴꺼야..히비키..못 돌아오는데..장례까지 치뤘는데 왜 아직까지 이러냐고..(울먹)」


프로듀서 「..미안하다. 그냥..타카네는 좀..휴식이 필요한 것 뿐이야.」


프로듀서 「..마침 말하려 했는데, 타카네. 사장님께 말씀드렸어.

한달 정도, 쉬는게 어떻겠니?

요즘 들어, 안색이 너무 창백해졌어 타카네.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덧붙여서 이건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인데, 우리 사무소..내부 수습으로 한동안 바쁠 테니까ㅡ전체적으로 한동안은 큰 활동이 없을꺼야.」


하루카 「..그건..어쩔 수 없겠죠?」(억지 미소)


타카네 「..그렇군요..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좋습니다. 마침, 히비키의 간병이 필요하므로ㅡ진솔히 말하자면, 저 또한 몸에 다소 무리가 왔으므로..

이만,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히비키가 기다리겠군요.」(미소)


...

치하야 「..프로듀서, 시죠씨..저렇게 둬도 괜찮은 겁니까?

..저건..좀 심각한 수준 아닐까요? 저 정도면 병원에라도 가야ㅡ」


프로듀서 「그런 말 마라, 치하야. 그냥..좀 쉴 필요가 있을 뿐이야.

..너무 괴로워서,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 것일 뿐이야.

지난번에 의사 선생님이 말해줬다고 했잖아. 정신 착란 같은건 아니라고. 그녀는 제정신이라고.」


유키호 「..역시..시간이 남으면요, 못난 저라도 찾아가서 좀..대화를 나눠볼께요.

못난 저라지만..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요..도, 도움이 되겠지요?」


프로듀서 「응! 물론이다. 유키호..그런 마음이라면, 분명히 타카네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미소)


유키호 「저, 꼭 힘내볼께요오!」(결심)



2.

타카네 「흐음..사슬이 많이 망가졌군요. 제가 그토록 말했건만..어째서 자꾸 사슬을 물어뜯는 건가요?」


타카네 「자..여기, 오늘의 식사입니다. 후훗, 그리도 맛있나요?」


타카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못 하시나요..」(울먹)


타카네 「아무 말이라도, 해주시면 아니되나요? 영원히 안 돌아오시는건, 아니겠지요?」


타카네 「당신, 아직 그 안에 남아있는 것이지요?」



ㅡ띵동!



유키호 「시, 시죠씨! 그..쉬는 날이시니까요!

그리고 건강도 안 좋으시다고 들으셔서..제가 하루 정도는, 도울 수 있을까 해서요!」


타카네 「...」(불편)


타카네 「..다소, 번잡할지도 모르지만..들어오시죠.」(미소)


현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유키호는 눈살을 찌뿌렸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악취로, 단순한 쓰레기의 배합이나 체취 같은 악취를 넘어선 무언가였다.

그것은 독한 화약품과ㅡ무언가 썩어 부패하는 냄새가 섞인 복합이고 인위적인 악취였다.


한여름에 가까운 날씨인데도, 타카네는 긴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유키호가 신발을 벗자, 우아한 손놀림으로 유키호의 구두를 가지런히 정돈했는데

그 사이로ㅡ손목에 감긴 붕대가 보였다.


유키호 「..호, 혹시 다치신 건가요?」


타카네 「아, 그저..사소한 것이랍니다.」


안은 의외로 질서정연히 정돈되어 있었다. 악취와는 전혀 걸맞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타카네의 방 2개짜리 집은 평소 그녀의 모습답게ㅡ좋다면 여백과 정취가 있는 단순한 구조였고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흔한 가전 제품조차 없는 그런 집이였다.


특이한 것은 방 하나가 굳게 닫혀 있었다는 것이였다.

유키호가 그것을 열려하자, 타카네가 다소 다급하게 말했다.


타카네 「열지 마세요!」


유키호 「..아..죄, 죄송해요.」


타카네 「..이쪽이야말로. 그저, 아직 덜 준비되었기에..」


유키호 「..정리되지 않은 방이 있었다니, 타카네씨답지 않네요. 헤헷.」


잠깐의 당황도 잠시, 유키호는 얼핏 힘겨워보이는 타카네를 도와 이상하게 어수선한ㅡ특히 이런저런 음식물 찌꺼기와 뭔지 모를 얼룩들이 난무한 접시들이 켜켜히 쌓인,

부엌의 청소를 돕는다거나,

혹은 휴가 동안 사무소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타카네를 '간병'했다.


3.

밀린 설거지에, 저녁 준비와 식사까지 마치자 시간이 제법 늦어버렸지만

나름 유익한 시간이였노라고, 유키호는 생각했다.

타카네에게 큰 도움이 됬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생각 외로 제법 멀쩡했다, 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타카네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타카네 「후훗, 오늘은 제법,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히비키에게도, 나중에 들려주면 즐거워하겠지요.」


유키호 「..예?」


타카네 「비록..아직 몸이 성한 것은 아니지만..분명 다시 사무소로 나올 테니까요.

분명 다들 이해하지 못하지만..유키호라면, 이해하겠지요?」


유키호 「..타카네씨..」


유키호는 자신의 판단을 철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카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기라도 한 마냥.


타카네 「예. 분명히 이해하시겠지요. 설령 그녀가 어떤 모습이라도, 유키호라면 분명히 이해하겠지요.」


이쯤 되자, 유키호는 정말로 히비키가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잠시 망상에 빠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유키호 「..다시 만나고 싶네요.」


타카네 「예!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분명히 유키호라면, 이해하시겠지요?

그녀가 어떤 모습이라두, 분명히 이해하시겠죠?」


타카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후훗, 당신이라면 보여줘도 상관없을지도.」


그녀의 손을 따라, 유키호는 아직까지 들어간 적 없는 그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문을 열자, 가장 먼저 유키호를 맞이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

그것은 마치 독한 페인트에 썩은 생선의 악취를 최악의 방법으로 배합한 것 같은 그런 냄새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유키호는 처음에 그것이 개와 비슷한 그런 짐승인 줄로만 알았지만,

더 가까이 가자, 그것이 무언가 사람의 형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순간,

유키호는 참을 수 없는 혐오 속에 비명을 질렀다.


타카네 「..쉬잇! 아직, 그녀는 덜 나았기에..민감하답니다?」


유키호는 아득히 떨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겨우 한 마디를 쥐어짜냈다.


유키호 「..미쳤어..」


그녀 앞에 있는 것은, 히비키.

아니, 히비키의 머리만 하고 있는 무언가였다.

머리는 히비키의 그것이였지만,

그 아래 몸뚱아리는ㅡ수많은 타인들의 신체 조각.

심지어 그녀의 몸을 이루는 신체 조각들은, 하나의 객체로 이어붙여진 것이 아니라ㅡ

마치 서로 서로가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자 제각기 다른 리듬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잡한 바느질과, 산도 높은 화학물로 덕지덕지 붙은 신체 조각들..

그 중에, 덜 이어붙여진 일부가 이상한 액체와 함께 주르륵 흘러내리자ㅡ 

유키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 구토해버렸다.


타카네 「괜찮으신가요?」


유키호 「미쳤어! 이런ㅡ미친!! 이건..이건!! 이건 괴물!!」


타카네 「그럴리가요! 이건, 분명히 히비키라고요?

그날, 그녀는 죽지 않았어요. 다른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요.

그렇기에ㅡ그녀에게 부족한 신체 조각들을 다른 희생자 분들의 것과 조합하여..다시 만들어냈습니다!

후후, 분명 그 사람들도 히비키를 살릴 수 있다면, 분명히 만족하겠지요.」


철사와 산성액, 강력 접착제 등으로 대충 붙여진 그 살덩어리들은 부위별로, 계속해서 꾸물거렸다.

유키호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그 아찔한 순간에도ㅡ

그 살덩어리 하나 하나가 그저 단순히 꾸물거리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들은, 전부 개개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신체 부위들이 각자 따로따로 꿈틀대고 있었다.


유키호 「..이런 건! 당장 부셔버려야!!」


마침내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유키호가 주방에서 눈 앞에 보이는, 둔기로 쓸만한 것ㅡ소화기를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그것을 내리치려하자, 타카네가 말렸다.


타카네 「제발요! 제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유키호?」


유키호는 그녀를 뿌리쳤다. 그런데 뿌리치며, 유키호는 마치 기름을 바른 것마냥ㅡ무엇인가가 미끈하게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타카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팔에 휘감겨 있었던 붕대가 벗겨져 있었다.


그녀의 팔뚝은, 살덩어리가 군데군데 파여져 있었다.


유키호 「..시죠씨..당신..설마..!」


타카네 「..히비키를 낫게 하기 위해서는ㅡ그녀의 굶주림을 채워야 했기에..

제 실험에 따르자면, 지금 그녀는..사람의 고기가 아니면 배를 채울 수 없었으므로..

이에 어쩔 수 없이, 부족하나마 제 것을 잘라..」


유키호 「..미쳤어요..미쳤어..미쳤어..」


유키호가 주춤거리는 사이, 금새 굶주림이 차올랐는지 히비키가 다시 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카네가 말릴 새도 없이, 히비키ㅡ최소 그녀의 머리를 한 움직이는 시체는 망가진 사슬을 기어코 부셔버리며 유키호를 덮쳤고ㅡ

결국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 부분을 물어뜯었다.


뜯겨진 목에서 분수처럼 터진 선혈의 피가 하얀 얼굴 위에 흩뿌려질 적, 타카네는 마침내 깨달았다.

히비키는ㅡ이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알았던 히비키는ㅡ저 몸 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유키호는 어떻게든 히비키를 떨쳐버렸다. 벽에 부딛히자, 히비키의 몸 중에 일부가 터지듯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고깃덩어리들은 마치 굼뱅이들마냥 꿈틀거리며, 바닥을 이리저리 기어다녔다.

유키호는 피가 쏟아지는 목을 부여잡으며, 히비키를 완전히 부셔버리기 위해 소화기에 손을 뻗었다.


유키호 「..시..시죠..씨?」


타카네가 그것을 먼저 집어서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더 이상 자신이 아는 히비키는 없다는 절망감과ㅡ히비키를 잃을 수 없다는 궁지에 몰린 정신 속에서 그녀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였다. 그리고..


타카네 「죄송합니다.」


ㅡ콰직!


4.

타카네는 소화기를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하루가 꼬박 지나고, 히비키가 굶주림에 꾸륵ㅡ거리는 소리를 내고서야 그녀는 다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타카네는 무너진 유키호의 머리를 수습했다.

거기서, 도저히 못 수습할만큼 부셔진 찌꺼기들은 히비키에게 식사로 넘겨준 다음,

그녀가 일어나기만을 그대로 기다렸다.

그리고 타카네의 예상대로, 그녀는 경련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녀는 히비키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비록 뒤통수가 완전히 무너져서, 내용물도 한 반쯤 사라졌지만,

타카네는 그 위에 가발을 덮어씌우고 접착제로 붙여서 대충 가려버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저 꾸륵거리는 시체 두 마리가 능기적 능기적 방 안을 기어다니고 있다는 것 뿐.


그제서야 타카네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연구에 집중했다.

그녀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 위하여,

최소한, 그녀들에게 다시 평온한 안식을 찾아주기 위하여.


하지만 그러한 일은, 그녀의 능력 밖의 일.

그녀가 시조와 화풍에 능하다고 하여, 과학..아니 어쩌면 그 너머 미지의 일일지도 모르는 이러한 일까지도 능통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가 깨달은 것은, 이것은 세상 이치 너머의 전염병이라는 것이였다.

전염된 자들은 서로 물림으로써 전염되고, 물릴 때 부상의 정도에 따라 전파 속도도 달라지며

완전히 오염되고 나면 아무런 감각도 없이 그저 살아있는 인간의 뇌만을 탐하게 된다는 것.

히비키와 유키호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과학으로도 설명 불가능한 그런 이치가 있으며..

..그저 불가사의한 이치라는 것 뿐이였다.


결국 타카네는 울면서, 두 명을 직접 죽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히비키를 삽으로 내리쳐서, 목을 날려버렸고

유키호는 슬랫지해머를 사용하여ㅡ흉부와 그 심장을 통째로 주저앉혀버렸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들은, 죽지 않았다.

목이 날아간 히비키는, 그럼에도 머리와 몸통이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머리는 침묵 속에 아우성치고, 머리 잃은 너덜너덜한 몸은 고통 속에 허공에 손발을 휘저었다. 

유키호 또한ㅡ죽지 않고 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타카네는 끝없이 울었다.

눈물이 말라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그리고 친구들이였던 두 시체들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ㅡ

손목에서 피를 빼내던 그녀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타카네 「...킥킥..」


타카네 「..괜한 걱정이였습니다.」


타카네 「..어쨌든 우리들은, 다시 만나게 되었는걸요?

게다가, 고통도..헤어짐의 아픔도 없어..영원히 살아있는..」


타카네 「다시 만나서ㅡ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래 마지않는 축복.」


타카네 「..그러니까..후훗, 히비키, 유키호?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타카네 「..이제 모두, 다시 만나도록 해요.」(미소)


5.

이오리 「..유키호가 오늘도 안 나왔네. 벌써 무단 결근 이틀째라고?」


프로듀서 「나도 알아. 일단 수소문하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치하야 「유키호 부모님도 모른다는데,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ㅡ」


아즈사 「어라라? 타카네에게서 문자가 왔네?」


하루카 「저도요!」


프로듀서 「..나도 왔구나. 아무래도, 사무소 사람들 전부에게 보낸 것 같은데..」


아미 「잠깐! 아미가 먼저 읽을거라궁?」


마미 「은 새치기잇! 어디보장..여러분, 다들 평안하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기회를 빌어 기존에 살던 거처를 옮겼답니다..

유키호가 이 일에 크게 도움을 주었는데,

유키호가 말하기를, 모두 다 함께 집들이 파티를 함이 어떨까 하여

마침 좋은 의견이라 생각되오니, 외람되고 또 송구하지만 집들이 파아-티를 와주시면 어떠하실까하여 문자 보내봅니다. 주소는ㅡ」


미키 「참, 유키호도 사람 쓸데없이 걱정이나 시키고 말인거야..」


리츠코 「하지만 유키호 성격에 문자 한통도 없었다는건 좀 이상하긴 한데..」


마코토 「..그건 그렇지만..뭐, 일이 바빴다던가ㅡ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프로듀서 「뭐, 좋다. 마침 타카네의 상태도..많이 호전된 것 같으니, 이 날 스케쥴은 어떻게든 코토리씨와 내가 커버할테니 다들 집들이 준비를 하자!

아참, 그리고 코토리씨..실례지만 이 날은 사장님과 함께 두 분이서 사무소를 좀 지켜주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야요이 「웃우! 집들이 파티라니 신나요!」


코토리 「저도 가고 싶어요 삐요옷..」


5.

이오리 「참, 걘 이 넒은 도쿄 땅 냅두고 하필 이런 외진 곳을 골랐데?

뭐, 별장처럼 쓰려고 이사한 거라면야 이해하겠지만..」


하루카 「세상에, 군마 현보다 더 먼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프로듀서 「나도 여기까지는 처음 와봐. 네비게이션에도 잘 표시가 안 되는구나.

여기가..자위대 군부대가 근처에 있다는구나. 그래서 그런지 네비게이션에도 잘 표시가 안 되네.」


마코토 「..슬슬 불안하네요. 맞게 가는거 맞죠?」


프로듀서 「응. 아마 맞을거야.」


치하야 「뭐에요, 그 어중간한 태도는?

저, 까다로운 몸이라 이런 싸구려 봉고차 오래 타면 속이 안 좋아진다고요?」


아즈사 「아라아라, 조금만 참으렴. 프로듀서씨니까..아마 맞게 가는 중일꺼야.」


치하야 「그 부분이 제일 믿음이 안 가요..」


야요이 「웃우! 저기 집이 보여요!

와아! 앞마당이 마치 공원 같이 넒어요!」


이오리 「뭐, 미나세가 소유 저택만큼은 아니지만..그래도 제법 마당은 운치있고 넒네.」


....


프로듀서 「..이 집이 맞는데..인기척이 없네.」




타카네 「오래간만이군요.」




마코토 「끼야앗!!」


이오리 「뭐야 마코토, 그 여자같은 비명소리는?」


마코토 「나도 여자라고!」(불만)


프로듀서 「..아, 집에 있었구나 타카네. 불이 다 꺼져있어서, 없는 줄 알았어.」


타카네 「후후..불을 싫어하므로..

자 어서 들어오시지요. 다들, 오래 기다렸답니다?」


프로듀서 「그래. 자 다들 오래간만에 만나서 기쁘겠지만 아직 추우니까 일단 들어가자.」


이오리 「..다들?」



6.

실내는 어둡고, 제법 따뜻한 봄철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창문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락도어로 잠겨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새집답게 깔끔했다.

안에는 이미 한가득 상이 차려져 있었고, 타카네는 검고 긴 스웨터와 치마를 입은 채로 먼저 들어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실내가 어두워서일까? 그녀는 마치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

내지는, 마치 시체처럼..창백했다. 

뭐, 잘못 본 거겠지. 아니면 다소 피곤해서 그런건지도.

아무튼 그렇게 오래간만에 전부 모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분위기는 제법 좋았다.


이오리 「뭐 제법 괜찮은 식사였어. 제법 노력해서 준비했나보네? 니히힛」


미키 「응응! 오니기리도 준비해줘서, 미키적으로는 정말 흡족한거야!」


야요이 「웃우! 정말 배불리 먹었다구요?」


마코토 「그나저나..유키호는 어디 있는거야?」


타카네 「후후, 안 그래도 이제 슬슬 나오라고 할 참이였답니다?

그분들도, 많이 답답하셨을 겁니다.」


치하야 「..뭐? 유키호 말고 또 누가 있어?」


타카네 「예, 치하야. 히비키ㅡ」


프로듀서 「그만!」


프로듀서 「..미안하다 소리질러서. 그런데..꼭 여기서도 그런 말을 해야겠니?

이제..이제 다 끝났잖아!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타카네.

이젠 잊을 때도 되었잖아..언제까지 이럴꺼야 도대체?

지긋지긋하다 타카네 제발!」


타카네 「예? 하지만..분명 두분 다 여기 계신걸요?

다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당장 보여드릴테니ㅡ」


아즈사 「타카네짱? 잠깐 기다려보렴!」


하루카 「..그냥 가버렸어요. 기분이 많이 상해버린걸까요?」


아즈사 「..잠깐 따라가볼께요. 많이 당황한 모양이에요.」


이오리 「..그런거 같지는 않던데..

아무튼! 너,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타카네 앞에서 한거야?」


치하야 「..너무 심했어요.」


프로듀서 「내가 뭘! 나도 이젠 힘들다고?」



아즈사「꺄아악!!!」



프로듀서 「아즈사씨??」


아미 「저쪽 복도에서 들렸어!」 마미 「다친 것 같아. 다들 빨리 가봐야ㅡ」


타카네 「그럴 필요, 없답니다?」


아미 「응? 그치만 방금 엄청 큰 비명소리가..아즈사 언니는?」


타카네 「오래간만의 재회란 다소, 소란스러운 법이므로..

후후, 그녀는 지금 유키호와 대화 중이랍니다?

이제..여러분들도, 히비키를 만나보셔야겠군요.」


치하야 「..이제 그만해요 좀! 더 이상 못들어주겠다고요!」(짜증)


마미 「..어? 근데 아미..어깨에 그 손은 뭐야?」


아미 「..뭐야, 마미 아니였어?」




아미 「..응? 유키뿅이였넹? 그런데 유키뿅 언제 온거야?」


아미 「유키뿅? 왜 말이 없어? ...왠지 무섭넹..저기 유키뿅? 왜 그렇게 가까이 오는..」




아미 「꺄아아악!! 아파ㅡ아파!! 아..파ㅡ」


ㅡ우드득


마미 「아, 아아...아아? 아...아아..」(충격)


하루카 「꺄악!!!」


프로듀서 「저건 또 뭐야ㅡ」


타카네 「오래간만의 재회니, 다소 아프더라도 참으시길.」(미소)



7.

아미가 너덜너덜해진 목을 붙잡으며 쓰러지고,

피가 빠져 차갑게 식은채로 다시 일어나 유키호와 함께 충격에 반쯤 혼절해버린 마미를 물어뜯고,

온 몸이..괴물과 같은 힘에 찢긴채로 쓰러진 아미가 다시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다 피를 밟고 넘어져버린 야요이를 덮쳐 머리를 물어뜯고,

뒤통수에 큼지막한 구멍이 나서 그 내용물을 줄줄 흘리는 야요이가 다시 일어나서 우리들을 공격하기까지,


겨우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와 하루카, 치하야와 미키는 2층의 방들 중 하나에 들어가, 그 어둠 뿐인 방 속에서 문을 닫아 잠그고는 숨소리조차 죽인채로 공포에 떨고 있다.

1층에서부터, 마코토의 고통에 젖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필시,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으리라.

마코토의 비명소리는 한동안 쭉 이어졌다. 그 소리에, 나는 문득 예전 중학생 시절 직장 체험 견학으로 갔었던 돼지 도축 농장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마코토는 물을 한가득 머금은 듯 가래 끓는 소리로 콜록대다, 이내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조용해졌다.


미키 「..무, 무서운거야..」(울먹)


치하야 「닥쳐!」(패닉)


다급한 발걸음. 누군가가, 2층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그 뒤로 묵직한 발걸음들이 뒤따른다.


이오리 「..다, 다 잠겼어..」


미키 「마빡이인거야! 어서 열어줘야ㅡ읍읍!」


하루카 「쟤 입 막아 치하야짱! 프로듀서 뭐하세요?! 빨리 조용히 시켜요!」


오히려 나를 다그치는 하루카의 모습에서, 나는 삶의 욕구를 향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여과없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허나 나는, 2층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오는, 그 끔찍한 것들에 대한 공포 속에 치하야와 함께 눈물 흘리며 어떻게든 문을 열려고 발버둥치는 미키의 입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이오리 「거기, 그 안에 누구 있지?」


ㅡ쾅쾅!


이오리 「열어줘 제발! 지금 다 올라왔단 말이야!」


이오리 「..제발..」(울먹)


「꺄아아악!!!」


썩은 내가 풍겨왔고, 곧이어 이오리가 비명지르며 마구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 아래 문틈으로 바깥을 살폈다.

시체처럼 파랗게 식어버리다 못해 썩기 직전의 고기들마냥 창백해져버린 다리들 여럿이서, 이오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게 그 사이로 보였다.

곧 이오리는 그들에게 붙잡혀 뜯기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ㅡ아드득, 아드득 하고 뼈가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두개골이 날아간 이오리의 몸뚱아리가 ㅡ쿵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생기가 사라진 이오리의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를 뻔 했으나,

당장 나도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간신히 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8.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 속에서 우리 셋은 죽은듯이 숨을 졸였다.

시간은 무한처럼 느껴졌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마구 요동치는 심장 박동 뿐이였지만

난 그것조차 두려웠다. 바깥의 걸어다니는 괴물들에게 들킬 것만 같아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타카네가..유키호를 그날 그 때 히비키를 습격했었던 그 괴물들과 같은 그런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논리적인 설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난 마침내 타카네가 돌이킬 수 없이 미쳐버렸음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치하야 말대로, 진즉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냈어야 했었다.


하루카 「...간 것 같아요.」


프로듀서 「..잠깐만...문 밑으로는 일단 아무것도 없다.」


미키 「..도대체 무슨 일인거야? 도대체 영문을..서, 설마 촬영인거나노?

촬영인거지? 아핫, 역시 리얼하고 철저하게 준비한거야 허니는ㅡ」


치하야 「정신차려! 세상에, 눈 앞에서 사람 머리통이 날아가는 그런 녹화 방송이 어디 있어?!」


프로듀서 「..일단 이 방에서라면 안전한 모양이다.」


하루카 「..완전히 미쳤어..(패닉) 우,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거에요 프로듀서?

제발 좀 어떻게 해봐요 좀!」


프로듀서 「이, 일단 여기 가만히 기다리자. 혹시 폰은..」


치하야 「된다면 벌써 썼겠죠. (냉소) 여기, 신호도 안 잡혀요.」


하루카 「..그, 그러면 어떻게 해..」(울먹)


미키 「..저기..」


미키 「..이 방..이상한 냄새 나는거야.

고기 썩는 냄새 같은..」


그 순간, 뒤편에서 무언가 묵직한 금속이 서로 부딛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사슬끼리 서로 부딛히는것 같은 그런 소리가..


9.

미키 「..뭐야?」


「@$!!#!$!@!!!!」


방 안쪽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확하고 튀어나왔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방금 그것이 어떤 손이였다는 것과 내 코앞에 닿을 뻔 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미키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며 벽에 부딛히는 바람에, ㅡ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깐 동안 바깥의 괴물들이 그 소리를 듣지는 않았을까 하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루카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액정 켜진 휴대폰의 앞면으로 천천히 앞을 비추었다.

흐릿한 액정 빛 아래 드러난 것은..히비키, 히비키였다.

아니, 히비키와 유사한 괴물.


그것은, 고깃덩어리들이 조각조각 이어붙여 만들어진 하나의 아말감..프랑켄슈타인 괴물에 더 가까웠다.

동공 없는 두 눈이 달린 창백한 머리통을 제외하면,

그 몸을 이루는 것들은 하나같이..다른 무언가였다.

나는 그 조각조각들이 불규칙적으로, 마치 제각기 다른 생명들처럼 서로 다른 엇박 속에 박동하는 것과

대충 꿰메어지고 용접된 살점들의 균열 사이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액체들에 치솟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토해버렸다.


괴물은 눈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였다.

잠깐동안 이쪽을 향해 마치 개과 짐승마냥 머리를 갸웃거리더니만,

이내 자신이 먹고 있었던 무언가에 다시 머리를 처박고 미친듯이 물어뜯고 있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하루카가 휴대폰을 손에서 놓쳐버린 순간

그 소리에 반응하듯 갑자기 이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치하야 「당장 나가야!ㅡ」


치하야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가버렸고, 미키와 나도 뒤따라 허겁지겁 방을 벗어났다.

하지만 헐거워진 사슬은 그 순간 풀려버렸고,

하필 문턱에 걸린 하루카가 그대로 넘어져버린 순간 히비키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버렸다.


하루카 「살려줘..」(울먹)


하지만 채 나서기도 전에,

그녀는 어둠 속에 그대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잠깐 동안 이어졌다.


미키 「어서 구해야되는거야! 빨리 빨리」(울먹)


미키 「응? 다들 뭐하는거야?」(당황)


치하야 「...이미 늦었어.」


프로듀서 「...」(외면)


치하야 「..괴물들은 다 마당 안뜰로 나간 모양이야.

하지만..집 안에 저 괴물들 중 일부가 있었다면, 지금 이 소리를 들었을지도.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저것들, 전부 앞마당 정원에 모여 있으니까 지금 뒷마당으로 해서 나가자.」


10.

우리들은 숨 죽인채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서, 천천히 뒤뜰 베란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갔는데,

그 순간, 저쪽에서 나무 판자를 밟을 때 나는 삐그덕 소리가 들려왔다.


치하야 「수, 숨어 다들!」 (기겁)


나는 계단 바로 아래 작은 다락방에 몸을 숨겼다.

낡은 판자가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코 앞이다..밖과 나를 막고있는 것은 썩은 나무문 하나. 그것도 잠금 장치조차 없다.

나는 무언가 쓸만한 것을 찾아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잡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플라스틱 빗자루 뿐이였다. 

나는 제발 이 문이 열리지 않기만을 빌었다.

그러나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소리는 내 앞에서 멈추었다.

심장이 마구 요동치고 있다. 식은 땀방울들이 송글송글 맺혀 턱 밑으로 고여 떨어진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극도의 긴장 속에 플라스틱 빗자루를 손에 꽉 쥐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미키 「타카네ㅡ그만하는거야!」


미키의 목소리와 함께, 타카네가 문 앞에서 멀어지는게 느껴졌다.

내가 위기에 처한 것을 문틈으로 몰래 보고 있었던 미키가 복도 밖으로 나온 것이 분명했다.


미키 「제발..타카네, 왜 이러는거야..응?」(울먹)


타카네 「죄송합니다..」


타카네 「하지만, 이제 모두 모여서..모두가 영원한,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의 슬픔과 고통은 그저 찰나에 불과하므로..

저 또한, 이미 그녀들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에, 히비키에게서 피를 수혈받았지요.

후후..온 몸이 그녀들처럼 식어가서..

마치 시체처럼 되어가고, 머리가 아찔해지면서 점점 제 자신이 사라져가는 것 같은 느낌은 오싹하지만..

보세요, 그녀들과 저는, 이미 다시 친구 사이가 되었답니다?

아무런 고통도, 우울함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그냥, 둥실 둥실 떠오르는 느낌 뿐.

우리 모두, 다시 돌아가는거야..즐거운 그 때로.. 

그것이야말로, 영원한 우정.

그러므로, 당신도..」


미키 「...컥..」


타카네 「아프겠지만, 죄송합니다.

금방 아프지 않을거야..」


미키 「...아파..」


나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에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미키와, 피묻은 칼을 들고 서 있는 타카네가 있었다.

나는 몸을 날려 타카네를 껴안았고, 그대로 바닥에 내팽게쳤다. 타카네가 휘두르는 칼에, 손목과 허벅지가 베였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의 멱살을 잡고 몇 번이고 바닥에 내리쳤고, 칼을 잡은 손을 발로 차버렸다.

마침내 칼이 떨어지자,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타카네가 피떡이 될 때까지, 죽일 기세로 계속해서 때렸다.


미키 「..허니..」


프로듀서 「..미키..괜찮을거야. 이제 다 끝났으니까, 나가기만 하면ㅡ

치하야! 치하야!! 도와줘!」


그제서야, 치하야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치하야 「..하, 한 사람 감당하기도 어려워..나, 난 갈꺼야!」(패닉)


프로듀서 「치하야! 야! 야!!!」


그녀는 반대편으로 도망쳐서, 그대로 뒤뜰 문을 도망쳤다.

하지만, 뒤뜰에는 이미 그것들이 가득했다. 소란을 듣고, 근처로 모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걸어다니는 시체들을 재빨리 지나, 뒤뜰 대문에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치하야 「나, 난 나갈꺼...」


치하야 「아..」


그 문은, 당연하게도 잠겨 있었다.

아마, 타카네가 다 잠갔겠지.

높은 담벼락과 굳게 닫힌 뒤뜰 대문을 덧없이 두들기는 치하야를 향해, 괴물들이 몰려왔고ㅡ

곧 그녀는 피에 젖어 걸어다니는 시체들에게 파묻혀버렸다.

그녀는 말 그대로 파묻혔고, 한동안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쓰러진 그녀를 둘러싼 괴물들은 마치 굶주린 개과 포식자마냥 게걸스럽게 그녀의 육신을 파헤치고 찢었다.

잔치를 벌이는 괴물들의 머리 위로, 피와 뭔지 모를 고깃덩어리들이 튀어오르는게 보였다.


미키 「...허니..」


미키 「지금이야..앞문으로..앞에 담벼락으로 나가는거야..」


프로듀서 「..미키..미키, 같이 나가자.」


미키 「..미키..이미 늦은거나노..몸이 이상하게 안 움직이는거야..

타카네가 칼에 독이라도 바른걸까? 헤헷.」


미키의 윗옷을 걷자, 깊은 자상 중심으로 혈관이 검게 물들어있는게 보였다.

나는 절망 속에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타카네 「아무도 헤어질 수 없어!! 모두들 함께 영원히!」


마지막 순간, 코앞에서 칼이 멈추었다.

타카네를 억지로 붙잡은 미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미키 「어서 나가 허니! 빨리!!」


그 소란에, 몇 마리의 시체들ㅡ뒤통수가 사라진 야요이와, 복부를 비롯하여ㅡ앞면이 전부 찢겨진 아즈사씨..목이 360도로 꺾인 이오리, 가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놈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편으로,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는 타카네의 절규가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뒤돌아 보았을 땐, 식사를 마친 좀비들이 미키와 타카네를 둘러싸고 있었다.


타카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그녀의 눈동자는, 끝까지 나만을 맹렬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엔딩.

나는 정신없이 달렸다.

당연하리만치 대문은 잠겨 있었으나 대신 거의 몸을 날리다시피하여 담벼락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담벼락 위를 장식한 가시 장식에 찔려 무릎과 발목에 피가 났지만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고,

결국 나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두려웠다.

언제 타카네가 문을 열어줄지 몰라.


미친듯이 달렸다. 몇 번인가 구르고 또 넘어져서, 온 몸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숲속을 쭉 달린 끝에, 사람들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쪽으로 달려갔다. 마침내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것과 살아남았다는 환희의 감정이 함께 폭발할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 「아아! 사, 살려줘ㅡ」



ㅡ탕!



몸이..무겁다.

배가 찢어진듯이 아파서, 손을 더듬거려본다.

있어야할 자리에, 내 살이 없다..

구멍이 뻥 뚫려 있어서,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당황한 군인 두명이 서둘러 달려온다. 난 쓰러졌지만, 그 사람의 군복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프로듀서 「제발..살려줘요...」


날 흔들어 깨우려는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그래도 살아남을 거야. 여기까지 살아남았잖아?

그냥 병원에 가면 돼. 병원에 데려다줄테지..


난 살아남을거야.



군인1 「..이..이 고문관 새끼! 민간인이였잖아! 좀비가 아니고!」


군인2 「하지만 쏘신건 무다구치 하사님 아니십니까!」


군인1 「..시X..망했다.」


군인2 「빨리 병원부터 불러야ㅡ」


군인1 「야! 하지마 고문관 새끼야! 이거 제대로 보고하면 우리 X되는거 몰라 이 새끼야?

경계 근무 시간에 딴짓하다 민간인 쐈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냐 응?」


군인 2 「..그, 그러면 어떻게 하죠?」


군인1 「..어차피 죽은거 같은데..적당히 처리하자.」


군인2 「그, 그러면..역시, 그러는게 맞겠죠?」


군인1 「그래.」 


ps. 훈훈한 내용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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