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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오직 그 미소를 위하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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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2, 2019 23:56에 작성됨.

"위대한 자비를 베푸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의 권능이시니, 미천한 저는 그분의 그림자 발치조차 따라가질 못합니다. 제게 허락된 건, 하나님 아버지의 칼끝 중 말석에서나마 소명을 다하는 일 뿐. 자아, 마지막 고해성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성당 안쪽의 비밀스러운 방, 클라리스가 귀갑묶기를 당한 대머리 아저씨를 상대로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참고로 공무원님이시며 귀갑묶기를 당한 채로 성당에 끌려온 이유는 다들 알 거라고 본다. 나무삼!


"고, 고아원 아이들한테 갈 구호품을 중간에 빼돌린 건 접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를!!"


"빼돌린 품목은?"


"푸딩입니다!"


"죽어라!"


클라리스의 살의 게이지가 MAX를 돌파했다. 먹을 걸 몰래 훔쳐먹는 자에게 사형 있으라! 예수님께서도 무화과 못 먹은 거 가지고 빡쳐서 이파리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고자로 만들어버린 전적이 있을 정도다. 먹을 거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랑 대머리 가지고 놀리는 건 성경 기준으로 쳐죽여도 OK인 중범죄다.


"너는 자손을 맺지 못하리라!!"


"안 그래도 발기부전으로 이혼당했는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


허나 이미 저주받은 후생노동성 공무원이었습니다. 데헷. 게다가 대머리이기까지 하다. 대머리에 발기부전 중년이라니. 이리도 무가치한 인간이 있을까. 장담컨데, 이 인간에겐 개인의 영달과 권력, 알량한 자존심 말고 남겨진 가치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인간미는, 털 하나 없이 반들거리는 머리마냥 한 올도 찾아볼 수 없다.


"자식들도 다 전처가 챙겨가고......"


"아, 그러니까..... 그게...."


아무리 분노 게이지가 천원돌파해버린 클라리스님이라곤 해도 내면은 여전히 평화롭고 상냥한 수녀님이다. 인간의 비극과 고통 앞에서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차가운 분이 아니다 이거다.


"시, 신께서는 모든 걸 용서하실 겁니다...."


"벌을 먼저 받고 죄를 나중에 짓는 건, 순서 이전에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소?"


수녀에게 교리문답 배틀을 신청하는 부패공무원의 패기가 돋보인다. 단호한 기도로 강인도를 올리고 태양의 창을 난타하는 패기넘치는 맞다이를 보여주는 수녀님도, 강인한 신앙심을 깎아내는 팩폭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교리의 모순도 못본체 할 정도로 심지도 강인한 인간이면 좋겠지만, 클라리스 수녀님은 상냥하신 분이다. 대천사 치에리엘께서 인증하셨고 록캣단의 죄를 사하여 주심으로서 그 인자함을 널리 보여주었나이다. 아멘.


"그, 그건...."


"음, 그러면 댁이 저지른 일을 언론사에 고발해도 된다는 거지?"


"그건 안돼!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들인 공이 얼만데! 업자들한테 선물받는 것도 다 일이야 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지만 그 모든 죄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스스로 사악한 존재였다. 사탄이 경악하면서 도망친 자리엔 오로지 인간만이 남았다. 과거 사탄은 위대한 하나님 아버지에게 패하여 인간 세상에서의 권세를 잃고 지옥으로 추방당했건만, 인간은 사탄조차 경악할 악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무럭무럭 길러 꽃피우는 데에 성공했다.


"애초에 날 건들면 니들도 그냥 끝나진 않을 거다!"


후생노동성의 공무원이 자신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비뚤어진 자신감이 양심 한 올 남지 않은 머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협박은 당당하게, 아부는 비굴하게. 그야말로 사회인의 귀감이네. 상을 하나 줘야겠어."


죄지은 것 많을 게 뻔한 사회인 출신 미즈키가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어딘가의 마카베와는 띠동갑까진 아닌 미즈키다.


"사, 상?"


'저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지금 그 말을 쓰기엔 상황이 너무 적절치 못해 보였....


"맞춰봐, 무슨 상일까?"


갑자기 적절해보인다. 카와시마 미즈키가 조금 나이를 먹었다곤 해도 28살이면 한창 현역일 나이다. 요즘 세상에 28살이 늙었다고 하는 건 고대, 중세시대에서 타임슬립해온 과거의 인간이거나 어지간히 꼴통같은 인간이다. 서른 넘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이 만혼의 시대, 28살은 아직 젊은 편이라고!


"에.... 그게...." "쉿.... 내가 보기를 줄께."


미즈키가 소리를 낮추고,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입에 손가락을 갖다댄 그녀가 귀엽다!


"1. 타박상

2. 열상

3. 초상."


정정. 안귀엽다. 존나 무섭다!


"히익!! 역시 성인 여성 따윈 쓰레기야!!"


"대답 3. 피할 수 없다. 현실은 비정하다."


사실 어찌어찌 살 수 있었지만,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초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물론 카와시마 미즈키는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비리가 들통나버린 공무원이 가정 문제도 있고 해서 자살해버렸다는 결말입니다. 그 외 연류된 업자들 몇 명이 검찰에 들락날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상무는 무슨 생각인 걸까?"


잠시 후, 성당 부지 내의 소각장에서 미즈키가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낡아보이는 소각기 안 쪽엔 야쿠자들이 애용한다는 초강력 화장 머신이 들어있었다. 아마 저 하늘로 날아가는 연기 속엔 천국의 문을 향해 날아가는 죄인들의 영혼이 섞여있지 않을까?


"이렇게 무의미하게 당하고만 있어서야, 스토리 진행 같은 건 못한다는 걸 잘 알텐데."


"저기, 제 4의 벽을 넘는 건 조금...."


클라리스가 보기에, 제 4의 벽은 신의 영역인 듯 하다. 그렇다, 내가 신이다!


"아, 내 말은, 토고지인지 뭔지를 바로 작살내러 가는 게 낫지 않느냐 이거야. 이렇게 휘둘리고만 있는 것 보다야, 원인을 제거하러 가는 게 정답 아니겠어?"


"어머, 토고지라면 꽤 유명한 재벌가 아닌가요?"




--




"언제까지 상무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서자고."


린의 재촉. 혼다 미오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그저 침묵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우즈키가 축제를 즐기질 못하잖아!"


알고 있다. 분명히 우즈키네 학교 관계자들을 족쳤지만 여전히 축제의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교직원들을 조졌다고 안심했더니 이사회가 축제하지 말라고 태클을 걸고, 그 이사회 놈들의 뚝배기를 잘라다가 가공해서 술잔으로 만드니 이번엔 문부과학성에서 갑작스레 감사를 시작한다. 게다가 학생 중 누군가가 써붙인 대자보엔 시마무라 우즈키를 비난하는 내용까지 적혀있었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사회적 말살 공격에, 헤쳐나간 수라장이라곤 폭력적인 곳 밖에 없는 아이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


사실 문부과학성에서 감사하러 온 건 몇몇 교직원들과 이사회의 갑작스런 이직 및 실종 때문이었지만 그런 걸 지적하는 아이돌은 없었다. 프로듀서 단결이에요 단결! 분위기 못 파악하는 눈치없는 놈한테는 린치에요!


"축제를 즐기는 우즈키의 미소를 볼 수 없다니...."


미오의 침묵 앞에, 결국 린이 울면서 쓰러졌다. 주체할 수 없는 양의 눈물이 린의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리 최루액을 써둔 게 들키지만 않았다면 혼다 미오도 동요했을 거다. 물론 혼다는 구태여 그걸 지적해주지 않았다. 오늘의 혼다 미오님은 8데 신데걸이 되어 세상 모든 악과 부패도 용서해주실 레벨의 성자다. 드디어 신호등이 신데걸 다 먹었구나. 참 오래도 걸렸다. 미친 8년이야 8년. 미오야 그동안 맘고생 많았다!


".....이 정도로 저항이 셀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일단은 여기선 관망하는 게 좋아. 자칫하면 우즈키가 말려들 수 있어."


"하지만!"


"우즈키한테 추태를 보일 셈이야?"


"벌써 볼거 못볼거 다 본 사이인데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시키한테 받은 약으로 돋아나게 하지 않았다는 게 린의 유일한 자제심일 거다. 아마도. 그리고 여기서 미오가 말하는 추태는 2대 호카게께서 좋아할 만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우즈키는 아직도 여기가 순수한 예능회사라고 믿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만일, 그녀가 이 회사의 아이돌들의 뒷면의 어두운 비밀의 숨겨진 진실의 참혹함을 알게된다면 더 이상 미소지을 수 있을까? 이번 편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자.


"이 이상 함부로 날뛰었다간, 괜히 우즈키의 의심을 살 수 있어."


"....."


린은 납득하지 못한다는 듯, 미오를 노려보았다.

혼다 미오 본인에게도, 참 편한 변명거라는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이럴 때 자제심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리더에 걸맞는 인물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이번 총선에선 캡틴 혼다에게 투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미오. 당장 공격하진 않아도 정찰 정도는 가두는 게 좋지 않을까? 위협도 할 겸. 어차피 가만히 있어봤자 이대로 당하는 수 밖엔 없잖아."


이 촌극을 보다 못한 최연장자, 닛타 미나미가 절충안을 내놓았다. 맏언니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듯 한 대사였다. 물론 전략으로서도 올바른 내용이었다.


"적당히 카나코를 보내두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저기, 전 일반인인데요."


케이크를 즐기던 카나코가 태클을 걸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왜 이제와서 입을 여느냐는 식의 비난은 하지 말자. 그녀는 이런 이야기에 말려들고야 만 민간인이다! 그저 먹는 걸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할 뿐인 불운한 여자아이다! 아니 첫 직장이 미친년들 집합소인 미시로 프로덕션이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냐고. 게다가 여기서 유일한 정상인인 줄 알았던 절친은 사실 진짜배기 천사고. 이대로만 살면 연옥에 한 번 튀겨진 다음에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미소짓는 천사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이제 와서?"


"아니, 진짜로."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치에리가 실망할 텐데....."


"난! 진짜로!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물론 세간의 기준으론 카나코는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지만, 적어도 미시로 프로덕션 안에선 카나코는 평범한 여자아이다. 요캇따네 카나코쨩!

그리고 오늘도 카나코의 스트레스성 폭식은 계속된다. 체중관리 안하냐고? 그렇게 먹어대도 빠질 수 밖에 없는 게 미시로의 헬시한 환경이다. 복지 쩔어.


"꼰나 회사 싫어어..... 도시떼 꼰나 꼬라지니 낫딴다요....."


"그러게나 말이야....."


혼다 미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기 전 까지 그녀는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중2병의 영향인지 약간 폭발물 같은 거에 관심이 조금 있었던 것 같기도 역시 없던 것 같기도 했을 뿐인, 평범한 여자아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꼬라지가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미오는 미시로 프로덕션에 들어오고 나서 과거를 과거인 채로 남겨둔 채 전진할 수 있는 각오를 얻어버렸다. 인생에 그런 각오가 필요한 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게 평범한 여학생이라는 거겠지. 메이비. maybe.


"아무튼, 화제를 원점으로 돌리자고. 린이 우즈키랑 오늘밤도 레즈X스를 하러 가는데 파파라치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거였지?"


"너 변태지?! 어떻게 그런 상스러운 말을...."


"응? 상관없잖아. 말한다고 터지는 것도 아닌데."


허나 진실은 혼다 미오는 원래 이상한 아이였다는 거다. 그게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 더러,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했기에 모른 채로 살던 거였지.


"미오 변태!!"


아무튼, 갑작스런 공격에는 약한 린이 유치한 매도와 함께 도망쳤다.


".....갔나. 어이, 안즈. 할 이야기가 좀 있는데."


린이 도망친 걸 확인한 후, 미오가 갑작스레 안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또 자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미오는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론 안즈는 발견되지 않았다.


"은신술이라도 쓰고 있는 건가."


닌자의 술법이 아니다. 그저 안즈가 익히고 있을 뿐인 은신술이다. 물론 캡틴 미오는 그 정도 얄팍한 은신술 따윈 바로 간파해닐 수 있다.


"....?"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미오는 평소와는 다른, 어딘가 공간이 비어버린 것 같은 위화감과 부족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토끼인형이, 없어?"


안즈가 침대 대용으로 쓰던, 큼지막한 쿠션 인형이 사라졌다. 물론 안즈가 가지고 다니는 너덜너덜한 인형도 없었다.


"갑자기 안즈는 왜 찾아?"


"카나코, 지금 키라리랑 연락할 수 있어?"


안 좋은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

7회 신데걸 떨어졌을 때보다 더한 불안감이 미오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




"놈들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속보][경악] 미시로 상무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 의혹. 지금까지의 전개는 대체 뭐였단 말인가.


"마츠야 같은 곳이라도 갔겠죠 뭐."


상무의 혼잣말에 와쿠와쿠씨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들어왔던 맞선 이야기들이 싹 다 날아가버린 와쿠와쿠씨는 오늘 와쿠와쿠하지 못하다. 대답도 퉁명스럽다. 

'저러니까 결혼을 못하지' 상무는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물론 본인 앞에선 하지 않았다. 했다간 와쿠이 루미의 아이올라이트가 폭발할 거다. 제압은 할 수 있어도 상무도 무사히 끝나진 않는다.


"썩어도 재벌가다. 그런 서민적인 가게에 들어가려고 할까?"


"의외로 서민적인 걸 좋아하는 재벌가 사람들도 많아요. 상무님도 잘 어울릴걸요?"


"흥, 그런 아부는 정치인들 앞에서나 하도록."


태생부터 엘레강트한 사람에게 서민적인 걸 권하는 건 대체 무슨 정신머리일까. 아마 지 맞선 깨진 스트레스를 상사 상대로 해소하려는 정신머리일 것이다. 일본에서 이런 정신머리로 살고 있으니 지난 직장에서 모가지가 날아갔지.


"정치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카스미가세키 쪽에서도 우리 회사 관련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더군."


"국회를 움직인다..... 역시 본거지를 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우리 회사 좀 살려줘...... 나 야동찍기 싫어"


와쿠와쿠와 상무가 서로 신경질을 벌이면서도 작전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반찬가게 사장님은 미시로의 야마구치 리코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노력이라고 해 봐야 스마트폰에 번인이 일어날 정도로 거래처들한테 전화를 걸어대는 것 뿐이지만 말이다.


"그냥 우리가 주는 돈 받으면 되는데."


"그런 출처도 모르는 돈 같은 거 받을 것 같습니까?! 아아아 이럴거면 미시로랑 손잡는 게 아니었어어어......"


"굳센 마음으로 버티도록. 아이올라이트는 인간의 약한 틈을 파고들어온다."


"아아.... 눈 앞이 시퍼래져...."


"상무님. 이미 늦은 거 같은데요?"


"아직이다, 아직 그녀는 괜찮을 거야....."


키류 츠카사의 눈앞 뿐만 아니라 심장이랑 머리속까지 시퍼래질까 말까 하는 순간에도, 사태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나 왕언니랑 코즈에한테 무슨 소리를 들어가지고 그렇게 쫄은 거에요? 뭐 둘이 미시로 작살내기라도 한데요?"


".....그렇게 된다면, 자네는 남아주겠나?"


"물론이죠."


물론 거짓말이다. 두 우주적 존재가 지구의 X만한 회사 하나 조지러 온다는데 남아있어줄 리가 없다. 죽는 선에서 끝난다면 다행일 정도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겠어요?"


짐짓 상냥하게 말하는 와쿠이 루미. 물론 머리 속으로는 미리 만들어둔 도주로를 점검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야말로 일본의 사회인. 비록 푸르른 아이올라이트에 정복당한 영혼일지라도, 스스로의 보신을 위한 방책만큼은 만전에 만전을 기하는 와쿠이 루미였다.




---




"이야기를 하지, 그건 지금부터 36만..... 아니, 1만 4천년 전이었던가. 뭐어, 상관없지. 나한테 있어선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지만, 너희들에게 있어선 아마, 내일 있을 일이다."


같은 시각, 미시로 프로덕션 내부의 이공간 안에서 노아가 개드립을 시작했다. 엘 샤다이라니 폭망한 게임 네타를 왜 이제야 가져오는 거야??


"뭐, 코즈에가 세상을 멸망시키기라도 한데?"


"정답이다."


그리고 여기서 갑작스런 노아의 충격선언! 이번 이야기의 최종보스는 유사 코즈에쨩이었습니다! 총선 큐트 3위 축하해! 축포 대신 우리 귀여운 코즈에쨩 미시로뿌셔 지구뿌셔 우주뿌셔 차원뿌셔 오조오억번뿌셔ㅜㅜ


"사치코, 이세계에 살만한 곳 있어?"


"음...... 역시 요즘은 코프룰루 구역이 안전하려나.... 하지만 거긴 거진 멀티버스 취급이고.... "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신천지를 향해 나아가는 미시로의 아이돌들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프론티어 정신이다. 마음에 안 드는 곳은 때려치고 새로운 하늘을 찾아가는 바로 그 정신! 한 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고 죄없는 원주민들을 학살했던 그 정신! 마더퍼킹 아메리카! 텍사스의 석유가 그렇게 탐나더냐!


"평행세계라는 거 진짜로 있었구나...."


"이세계밖에 없는 줄 알았어."


"평행세계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요. 다만 평행세계의 세계선을 뛰어넘는 게 어려울 뿐이지. 솔직히 절차만 따지면 그냥 이세계로 가는 게 나아요. 게다가 코즈에쨩 정도의 존재라면 평행세계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힘을 쓸 수 있어요."


이세계 트립 전문가에 미시로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이지만 이세계 깽판은 못친다는 귀여운 사치코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에서 사치코만큼 이세계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는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재확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아 씨, 당신이 온 미래에선 '이 시점에서' 코즈에가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나요? 코즈에쨩이라고 해도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요."

                          아틀라스원

".....맞아, 이 사상은 내가 거인의 움막에 재적하고 있던 당시 관측했던 수 많은 '멸망 함수'중 하나에 불과해."

   

"당신이 시계탑 소속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시계탑 소속이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부터 고민했을 텐데"


잠깐 광고 찍고 있던 영국 유학생 케이트쨩, 정체불명의 위기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꼇다. 그래도 케이트는 시계탑 마술사 주제에 페그오 2부 고르돌프 소장님 급의 인성갑이어서 처분당하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는 거시다.

사실 미시로에서 좀만 비비면 근원 언저리 정도는 볼 수 있을 거다.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는 별개지만.


"그렇다면 문제는, 노아가 어디서 계산을 삑살냈다는 건데......"


"그 미래는 오시리스의 모래와 함께 트라이 헤르메스를 이용해서 검산했어. 계산이 틀릴 일은 없어."


마키노의 의견에 노아가 반론을 제시했다. 오시리스의 모래라는 권위를 빌린 반론이었지만, 누구도 그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아틀라스원이랑 연락은 해 봤어?"


"미안하지만 난 오래 전, 그러니까 앞으로 파문당할 몸이야. 이런 일 때문에 그쪽과 연락을 취할 수는 없어."


역시 미래가젯. 말하는 시점이 다 꼬여있다. 슈타인즈 게이트는 어쩌자고 이런 사람, 아니 이런 기계를 선택한 걸까.


"음, 그건 키라리도 모르겠어. 키라리는 모르는 게 많다뀨~☆"


".....키라리?"


에, 키라리?

어째서 여기에?


"안즈 찾으러 왔지."


"키라리, 왜, 아니 왜 나타났는지는 둘째치고, 누구랑 이야기하는 중이야?"


.....설마, 날 관측하고 있는 건가?


"키라링 파워는 차원의 벽도 넘나드는 거시다! 이예이!"


아니 시발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래선 이차원에서 관측하던 나만 병신 되는 거잖아.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여기 안즈 없다.


"괜찮아괜찮아. 나중에 찾지 뭐! 그러며~는. 키라링, 일을 시작해볼까 하는데."


.....일?!


"........모두 도망쳐!!"


아무래도 노아가 계산을 삑살낸 게 분명하다. 오시리스의 모래? 그년도 사람이야 사람. 시발 아틀라스원 병신들!! 살아남으면 그새끼들 다 병-신을 만들어주마!!


"그럼 간다아~ 엇나간 세계는, 이렇게 고치는 거라뀨★


 인 리 소 각

키라링~ 파워!!"


















"그래서, 토고지 레이카가 대체 누구길래 이 난리야? 이세계의 NPC라도 만나고 온 거야?"


키라링 파워가 지구의 외핵 위를 일소하기 10초 전, 미오와 만난 안즈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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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필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글을 너무 안 썻어.....

쉬는 동안 약기운을 좀 보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지런도 좀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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