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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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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0, 2019 21:36에 작성됨.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비가 오는 날은 책을 보기 좋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빗방울에 흐트러지는 창문의 물방울과 함께, 과거의 상념들이 자꾸 흘러내렸다. 빗방울은 창문 끝에서 잠시 고여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지만, 후미카의 상념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

  휴가를 받으면 잠시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야지. 그런 결심은 금새 꺾여버린다. 언제나 자신을 어루만져준 글귀들은, 지금만큼은 흐리게 뭉쳐서는 자신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읽고 있었다. 글자를 보고, 단어를 읽고, 문장을 이해한다. 그런데 머릿 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아니, 머릿 속에까지 들어온 내용이 가슴에 오질 않는다.

  한숨을 쉬니 방은 금새 한숨으로만 가득차버렸다. 습한 공기마냥 기분이 나쁜 소리. 조용한 방 안은 금새 습한 공기와 가라앉은 마음이 섞여, 여러모로 불편하기만 할 뿐이었다. 나쁜 생각은 버리자. 안 좋은 추억은 생각하지 말자. 남들은 신경쓰지 말자. 적어도 오늘만큼은, 신경쓰지 말자. 주위 사람들이 해주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후미카는 커튼을 쳤다. 어두컴컴했던 방은 완전히 깜깜해진다. 단시 바깥을 신경쓰기 싫었을 뿐인데, 이렇게 어두우면 책도 볼 수 없다. 방의 불을 킨다. 금새 방은 환해졌지만, 이 밝은 빛이 마치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만 같았다.

  싫다. 스포트라이트가 싫어서, 후미카는 다시 불을 끈다. 어두워진 방에 다시 한숨이 섞인다. 이러면 안 된다는 자책감이 빠져나간 한숨 대신 후미카를 채운다. 힘을 내려고, 다시 기운을 차리려고 받은 휴가를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 그저 막연히 서있기만 하던 후미카는 들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외투를 챙겨입었다.




  고서점으로 향하던 발길은 금새 백화점으로 꺾였다. 책이 자신을 달래주지 못했기에 나왔으니 고서점에 간다고 기분전환이 되진 않을 것 같았다. 물웅덩이가 자신을 막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변명일까? 하지만 비와 함께 생겨난 물웅덩이를 밝으면, 금새 치마가 더러워질 것만 같았다. 그게 싫었다. 물웅덩이를 밟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물웅덩이가 너무 많았다. 후미카가 고서점으로 향하는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잠시 떠올려본다. 다른 사람에게 구했던 조언을 다시 생각한다. 나? 나는... 쇼핑일려나? 카와시마씨가 말해주었던 스트레스 풀이법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금새 그 판단을 후회했다. 백화점은 지나치게 밝았고, 너무 사람이 많았으며, 공연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는 시끄러웠다. 광고 모니터판에서 아이돌들이 나올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말들이 마치 자신을 욕하는 말인 것 마냥 들렸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알고 있다. 저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다른 아이돌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탄과 칭찬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들렸던 비방이나 욕이 먼저 떠올라 버린다. 끈질기게 자신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던 그 사람이 다시 떠오르려고 한다. 후미카는 도망치듯이 백화점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는 도쿄에서 그녀가 쉽게 향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프로듀서는 햄버거를 좋아했다. 그녀는 그 음식을 즐기지 않았기에 그런 프로듀서가 조금 신기했다. 그렇다, 그녀가 신기해할 정도로 프로듀서는 햄버거를 즐겼다. 그래서 그녀는 어설프게 햄버거를 시키고 있었다. 조용히 몇 마디만 겨우 꺼냈을 뿐인데, 주문은 바로 끝나버렸다.

  금새 나온 햄버거는 찌부러져 있었다. 포장지가 문제일까, 생각하며 천천히 벗겨내보면 내용물 또한 문제였다. 쭈글쭈글한 빵. 프로듀서는 항상 이런 걸 먹고 있었다. 후미카는 햄버거를 한 입 문다. 물론 햄버거를 처음 먹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별로 맛이 없다. 한 입 더 문다. 가운데까지 밀려끼어 있던 토마토가 느껴진다. 미적지근한 맛이다. 맛없다. 다시 한 입 물었다. 역시 맛이 없다. 반 쯤 먹고 햄버거를 내려놓는다. 이대로 버리는게 낫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쟁반을 들고 일어서려던 후미카는, 프로듀서랑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밥은 꼭 챙겨먹자, 알았지? 후미카는 약속했었다. 그 대가로 프로듀서에게 좋은 걸 먹으라고 했었다. 그 뒤로 프로듀서는 햄버거는 먹지 않았다. 최소한 도시락을 사서 먹었던 것 같다. 어설픈 도시락을 직접 싸올 때도 있었지. 후미카는 다시 쟁반을 내려놓는다. 자신도 약속은 지켜야지. 후미카는 다시 햄버거를 한 입 물었다.




  시간은 답답하게 머뭇거리는 주제에, 날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분명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는데도 어느새 오후는 늦어가고 있다. 후미카는 서점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른다. 한숨과 심호흡이 섞인 이상한 박자가 새어나와 흐트러진다. 그 박자에는 자조도 조금 섞여 있다. 결국 자신이 가는 곳은 서점이다. 다른 곳을 가보려고 해도 떠오르는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어서 그저 도쿄를 떠돌기만 하던 후미카는 결국 서점을 향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괜히 실망스러웠다.

  실망스러울 거 없어.

  그럴 수도 있지.

  뭐 어때, 안 그래?

  구멍을 파고 들어가려던 생각은 겨우 삽질을 멈춘다. 프로듀서는 항상 말해주었다.

  생각만큼 못할 수도 있지만, 실망하진 않아도 돼.

  이상한 걸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안 좋아하는 걸? 그럴 수도 있지.

  ...뭐 어때, 안 그래?

  후미카는 다시 발길을 옮겨, 서점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책들은 너무 세련되어서, 오히려 그 내용이 빈약한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미카는 책장을 그저 흐느적 지나치고만 있었다. 종종 눈에 띄는 책들은 있었다. "잘 화해하는 법", "인간관계론", "나는 왜 아픈 것일까",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을 제목들이 자꾸 눈에 스친다. 괜히 그런 책들을 잠시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들이 있었다. 너는 나쁘지 않아,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세요...

  안다. 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무서웠다. 모르는 사람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건,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협박하는 건, 모르는 사람의 핏줄 선 눈동자를 보는 건... 너무 무서웠다. 혹시라도 자신이 무언가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어울리지 않게, 아이돌같이 괜한 짓을 하니깐 이런 꼴을 당한 걸까? 방에서 나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니깐, 그러지 말라고 벌을 받는 거였을까?

  후미카가 이런 일련의 자책을 멈춘 건, 체온을 떠올린 덕분이었다. 후미카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자신이 겁을 먹고 괴로워할 때마다 프로듀서는 그녀를 그저 안아주었다. 조언도 하지 않고 후미카를 괴롭히는 것을 욕하지도 않고 그저 안아주었다. 양복이라지만, 와이셔츠가 그 사이에 있었다지만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옷결은 차가운데 그 안은 따뜻한, 이상한 느낌. 그녀는 방금 들고 있던 책을 다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발을 옮겨, 다른 코너로 향한다.




  시도는 실패했다. 역시 만화책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남들은 만화가 더 재미있다지만 스스로 생각에는 글이 더 나은 것 같다. 어지러운 그림들을 천천히 보다보면, 어느새 그림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던 자신에게 역시 만화책이란 안 맞는 것 같다. 여덟번째로 집어든 만화책의 표지를 보던 후미카는 그런 결론을 내리고, 서점을 나왔다. 그래도, 만화책을 보려던 건 실패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던 거 같다.

  그제서야 핸드폰이 떠오른 후미카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본다. 항상 무음으로 두던 습관 덕분에, 쌓인 메시지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열어보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은 프로듀서의 메시지. 자신이 나온 직후에 보낸 메시지 같았다. "지금 집 앞인데 없는 거 같네 어디니?" 후미카는 몇 시간은 지난 그 메시지에 대답을 보내야 하나 망설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프로듀서가 다시 돌아가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지금 메시지를 보냈다간, 오히려 프로듀서는 자신을 만나러 오든지 할 거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는다. 프로듀서를 괜히 번거롭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집에 가서 전화를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후미카는 메시지 창을 닫았다. 다른 메시지들에는 적당히 답변을 남긴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료들의 메시지는 기쁘다. 물론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동료들도 있다. 모든 회사 동료와 사이가 좋을 순 없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잠시 떠올린 후미카는, 빠른 결론으로 그들에 대한 생각을 차단해버렸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만 신경쓰면 될 거야. 그렇게 되내이며 후미카는 하나씩, 천천히 답변을 보내고 있었다.

  괜찮다니 다행이야...

  답장의 답장이 금방 와서는, 화면 윗 부분을 채운다. 후미카는 화면 위에서 메시지가 갑자기 등장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랄 필요 없다. 동료의 답장이다. 스토커의 메시지가 아니다. 스토커는 이제 자신의 앞에 나타날 일은 없고,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힐 수 없다. 알고 있는데도, 인스턴스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 생각나버린다. 사실은 미비한 생각이다. 이제 별 거 아닌 생각이다. 괜찮을 터였다. 다만, 그렇다, 다만 오늘 따라 좀 강하게 떠오를 따름이었다. 후미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답장의 답장에 다시 답장한다. 심호흡을 하니 무서운 건 금새 가라앉았다.

  그렇게 후미카가 천천히 답장을 쓰는 동안, 전철은 그녀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과자와 음료수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받았을 때, 후미카는 나쁜 짓을 하는 꼬마아이마냥 조금 두근거렸다. 다이어트, 금식, 식단 조절, 당분 컷, 저탄수화물고지방... 지금껏 지켜오도록 강요당한 것과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오늘만큼은, 이런 짓을 해보고 싶었다. 다른 동료들이 맛있다고 추천해준 것들을 한 번 맛보는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으며 후미카는 비닐봉지를 받아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내용물이 비에 젖는게 싫어서, 비닐봉지를 든 손을 위로 올린다. 가슴팍까지 올린 손은 빗공기에 조금씩 식어간다. 하루종일 어두웠지만, 해가 지고 있으니 더더욱 어두워진다. 어둠은 추위를 데려온다. 그리고 추위는... 후미카는 빗 속이지만 발걸음을 조금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쳐가고 있었다지만 여전히 내리는 비에서 발걸음을 재촉하자니, 발끝이 더 젖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새 물웅덩이를 밟은 모양이다.

  뭐 어때, 안 그래?

  그래, 옷이야 어차피 집에 돌아가서 갈아입으면 되니깐.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음 물웅덩이도 그냥 밟아버렸다. 물이 찰팍하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물방울이 퍼지는 것이 괜히 기분이 좋았다. 계속해서 물웅덩이만을 골라 밟았다. 금새 치맛자락은 완전히 젖었지만, 치마가 머금은 물의 무게가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해주고 있었다. 치마가 더러워지는 건 싫다. 그렇지만 그냥 빨면 될 뿐이다. 그래, 내일은 아침에 빨래를 해야지. 서서히 멈추어가는 빗 속에서 후미카는 계속해서 물웅덩이를 밝으며 집으로 향했다.




  "아..."

  집 앞에 왔을 때, 후미카는 놀란다.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떨어트리지는 않았지만, 손이 아래로 내려갈 정도는 놀랐다.

  "...프로듀서?"

  그 말에,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게임이나 하던 프로듀서가 고개를 든다. 무표정한 얼굴은 금새 반가움으로 가득찬다. 그의 얼굴이 무채색에서 빛깔들로 변한다.

  "오, 후미카, 돌아왔구나"

  "아... 네..."

  후미카는 대답하면서 프로듀서에게 다가간다. 비가 내리는 날인데, 프로듀서의 옷은 미묘하게 말라있었다. 정확히는, 묻은 빗방울들이 옷에 완전히 스며든 것이겠지만.

  "어째서, 집 앞에...?"

  "어, 그냥 그, 오늘 괜찮나, 싶어서 와봤어"

  프로듀서는 볼을 긁는다. 괜히 대답하기 곤란할 때 그가 자주 하는 제스쳐다.

  "...설마, 아침부터...?"

  후미카는 서둘러 프로듀서의 손을 잡아본다. 프로듀서가 조금 당황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프로듀서의 손은 차갑지는 않았지만 식어있었다.

  "으응, 아니 뭐..."

  "메시지... 보낸 뒤로 쭉 여기에... 계신 거군요?"

  "뭐... 응"

  긁적긁적

  "후미카가 폰을 잘 안 보니깐, 기다리면 오지 않을까 싶었지"

  "하지만... 지금은 벌써, 한나절이... 지나가고 있어요...?"

  "어 뭐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호들갑을 떠는 프로듀서. 그 호들갑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서 후미카는 계속해서 묻는다.

  "어째서... 기다리신 건가요...?"

  "응? 어째서라니..."

  프로듀서는 볼을 긁적이던 손가락을 멈춘다.

  "후미카가 돌아올 거니깐...?"

  "......"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한숨이 조금 나온다.

  "전화... 라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어 아니야 뭐, 후미카를 방해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왜 이런 부분에서는 소심한 자신마냥 소심한 것일까.

  "뭐 어때, 후미카가 이렇게 돌아왔는데"

  "......"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이 남자는 항상 이랬다. 첫 일을 할 때도 공연을 했을 때도 심야의 라디오 방송에 참가했을 때도... 자신을 기다려주기만 할 뿐이었다. 일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으니깐. 항상 하는 그 변명에는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 남자가 기다리는 이 모습은 항상 조금, 어색했다.

  "그러고 보면, 프로듀서는..."

  "응?"

  후미카는 옛 일을 떠올린다.

  "프로듀서는... 제가 요양을 했을 때도... 저를 기다려주셨지요..."

  "어, 어어, 뭐... 그랬지"

  괜히 쑥쓰러운 모양이다.

  "그 때는... 역 앞이었지만요... 기억... 나시나요...?"

  "그랬지"

  "돌아온 저에게... 꽃을... 주셨죠... 달맞이 꽃을..."

  "그 꽃이었나?"

  갸웃거리는 프로듀서. 알고 있는 주제에 괜히 모르는 척 하는 것임을, 후미카는 알고 있었다.

  "......"

  이 사람은 항상 자신을 기다려준다. 기다려주고서는, 그저 꼭 안아주기만 한다. 그렇다. 자신을 기다려주고는, 내가 떨고 있으면 안아줄 뿐이다. 그 외에는 딱히 뭘 하지 않는다. 머뭇거리고 초조해하고 당황하면서도 조언은 삼키고, 그저 기다리고 안아줄 뿐이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뭐 어때, 그냥... 기다렸을 뿐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웃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미카가 프로듀서를 안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안아주고 싶었다. 갑작스런 포옹에 프로듀서는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포옹을 받아준다. 둘은 빗 속에서 잠시나마 온기를 나눈다. 이내 떨어지고, 프로듀서는 묻는다.

  "무슨 일 있... 던 건 아니지?"

  "...네"

  그렇게 대답하며 후미카는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현관문은 덜컥,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물쇠를 푼다. 자연스럽게 들어간 후미카가 뒤돌아보면, 프로듀서는 그저 멈칫거리고 있다.

  "...오세요"

  "응?"

  "들어오세요... 날이 많이 추워지고... 있어요"

  "어, 아니, 아니야 그냥 이거라도 전해줄까 싶어서 온 거였어"

  프로듀서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비닐봉지를 들어올려보인다. 후미카도 따라서 자신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어올린다. 응? 마치 이런 말을 꺼내는 듯한 프로듀서의 눈동자가 강아지마냥 귀여워서, 후미카는 풉 하고 웃었다.

  "풉... 두 봉지나 되면, 너무 많네요..."

  "아, 좀 그렇지?, 하핫"

  "그러니깐... 같이 나눠 먹어요..."

  후미카의 말에 프로듀서는 잠시 볼을 긁고, 드물게도 머리도 긁다가, 후미카의 눈치를 살핀다. 후미카는 그런 프로듀서를 그저 바라비고만 할 뿐이다. 프로듀서는 조금 더 고민하다, 후미카를 따라 들어간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열고 있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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