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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 히지리 "크리스마스 선물"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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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1, 2019 18:56에 작성됨.

거실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당연하겠지만 문이 열리니 안에 앉아계셨을 두 분이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건 당연한 일 일겁니다.


...저와 시선이 마주친 두 분은, 어떻게 반응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아까 제가 인사를 했었을까요...? 기억이...


...기억이...


"아앗, 그, 아, 안녕하세요...!"


고개를 푹 숙입니다.


...기억이 안 날 때는, 일단 다시 인사를 드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안했으면 당연히 해야 하고, 했더라도...인사를 굳이 반복해서 여러 번 하는 게 아니라면 폐는 아닐 테니까요.


"모치즈키 히지리에요... 그, 언니가, 신세를..."


두 분 모두 연상으로 보이시는데, 아마도 언니가 신세를 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언니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전혀 모르니까...


그런 생각에 말끝을 흐리니, 반대편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안나 쨩의 아이돌 동료인 나나오 유리코에요!"


쾌활하고, 다정하게 건네진 인사에 고개를 들어서, 그제야 두 분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나쨩이랑 유리코쨩과 마찬가지로 아이돌인, 마츠다 아리사에요!"


...어쩐지, 아까 들었던 것 같은 목소리들입니다. 아뇨, 역시 분명, 아까도 인사를 하셨겠죠. 그저, 제가 잠이 많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을 뿐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인사를 한,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신 분이...마츠다 아리사씨.


그리고, 검푸른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되는, 나나오 유리코씨.


부드럽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던 유리코씨는,


"앗, 그렇지... 아까, 아침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했어요."


작게 손뼉을 치며, 갑자기 사과를 하셨습니다.


"응? 유리코 ㅉ-"


...덤으로, 옆에 계신 아리사씨의 옆구리를 쿡, 하고 팔꿈치로 찌르셔서, 아리사씨는 헛, 하고 당황하시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시며


"아아아, 그, 아침부터 소란을 피워서 미안해요! 아무래도, 유리코쨩이나 저나, 안나쨩의 은밀한 사생활 같-읍?!"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리사씨?! 그건 됐으니까요?!"


아리사씨가 폭풍같이 쏟아내는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짓던 유리코씨가 경악하며 황급히 아리사씨의 입을 막으셨습니다.


"읍-! 아리사는, 아리사는 그냥, 안나쨩의 귀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안나쨩의 방에 처음 오는 게 기대되기도 해서 그랬지만, 유리코쨩이 '안나쨩에게 애인이 있을지도 몰라요!'라는 가정을 들어서 아리사도 모르게 그만...!"


"아아아아 그만하세요?! 안나쨩이 들으면 진짜 화낼 테니까?!"


...정말로, 밝고 높은 목소리에 걸맞게 활기차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소란이 있던 중에도, 언니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언니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흠흠! 에, 드라이기 온도는 어떠신가요? 뜨겁진 않으신가요?"


"그, 괘, 괜찮아요...!"


일련의 소란은, 유리코씨가 아직 젖어있던 제 머리를 발견하고 '일단 머리부터 말려야겠는데요?'라고 이야기한 뒤 화장대쪽에서 드라이기를 꺼내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아리사씨, 잘하시네요...?"


"에헴! 아리사도 긴 머리니까, 말이죠!"


...그리고 지금 아리사씨가 소파에 앉아, 드라이기로 제 머리를 직접 말려주며, 빗으로 머리를 빗어주고 있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중간 중간, 머리카락을 벗어나 뺨을 간질이는 것 때문일까요. 따뜻해서 그런지,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모치즈키양...?"


"에, 그, 편하게 말씀하셔도... 그리고, 히지리로...괜찮아요...!"


어쩐지, 이 상황이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잠이 덜 깬 모습을 보인 것도 그렇고, 미용실이 아닌데, 미용사가 아닌 분-그것도, 무려 아이돌이신 분들이-에게 머리를 말려지며, 저보다 더 연상이신 분들에게 존대를 받는 게...


팔까지 휘휘 내저으며 대답하는 제 모습에 쿡, 하고 살짝 웃으신 유리코씨는.


"그렇다면... 그럼, 나도 유리코로 괜찮아, 히지리쨩."


"에...네? 그, 그래도..."


"괜찮으니까."


"에, 그, 그럼..."


"치, 치사해요, 유리코쨩! 그럼, 아리사도, 아리사로 좋아요!"


"아, 에, 네, 네에..."




"히지리쨩, 어제 밤늦게 도쿄로 왔다며?"


"네? 네..."


언니가, 제가 씻는 사이에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해두었던 모양입니다.


"아쉽네요~ 더 일찍 왔으면 시어터에서 안나쨩의 무대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좀 가볍다 싶은 느낌이 드는 어조였지만, 그럼에도 제 머리를 빗으로 쓸어내리는 아리사씨의 손길은 섬세했습니다. 우악스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거야?"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유리코씨. 마주본 두 눈에는, '말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돼'라는 듯, 유리코씨의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운 빛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아, 그게...그, 준비하고 출발하다보니, 좀 늦게 출발하게 되서... 비밀이기도 했고...그리고, 미리 연락해버리면, 언니가 걱정할 테니까..."


...언니의 라이브에, 영향을 주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 말에, 유리코씨의 눈빛이 변하는 걸 보니... 순간 제가 뭔가 잘못 말했나 싶어, 조금 당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그래도 부모님께는...다 이야기하고 온거니까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기특해..."


"...에?"


"...귀여워...!!"


"우, 우왓, 유리코쨩?!"


"후엣?! 유, 유리코씨?!"


갑작스레 와락 끌어안기는 걸 미처 상상도 못했기에, 저는 순식간에 유리코씨 쪽으로 끌어당겨졌습니다.


"이렇게 기특한 동생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해주다니~ 안나쨩 못됐어~"


다행히도 머리카락에 걸리는 게 없는걸 봐선, 아리사씨께서 손을 일찍 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머리가 좀 곱슬거려서, 만약 빗질을 여전히 하고 있던 중이었으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응, 역시 기특하고 귀여운 동생은 어떤 작품에서건 왕도중의 왕도지...! 언니가 걱정할까봐, 이야기를 안하는 건 어찌 보면 혼나야 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 이전에 귀여우니까...!"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뺨을 부벼대는 유리코씨가 당황스럽습니다. 침착하고, 예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아리사씨, 도와-"


"..."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아리사씨를 보니...뭔가, 여전히 빗과 드라이기를 쥐신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습니다.


"...그래요..."


아니, 뭔가... 알아들을 수 없게, 무언가를 중얼거리시는-


"...아이돌쨩의 귀여운 모습을 찍는 건, 이 아리사의 사명이에요...!"


...어라... 분명 알아들었는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계셨습니다.


"네, 유리코쨩도, 이렇게나 귀여운,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데...! 이 마츠다 아리사, 이런 장면은 그냥 넘길 수가 없어요!!"


소파 위에 바로 빗과 드라이기를 내팽개치고, 대체 어디서 언제 꺼내신지 모를 카메라-저게 DSLR일까요? 렌즈가 커다란 건,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갔던 관광지에서나 봤었기에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로, 저와 유리코씨 주변을 돌며 연신 셔터 음을 울리셨고. 유리코씨는 그러던지 말든지 뭔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시며 팔과 뺨이 더 밀착되었고...




"...뭐하고 있는 거야, 두 사람...?"


""앗""


...그러던 중, 언니가 방에서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분명, 아까 제가 거실로 들어올 때도 침묵이 흘렀습니다...만,


"......"


"......"


하지만, 저는 단언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 제가 들어올 때와는 달리... 지금의 침묵이 더 무겁고, 싸늘하다는 것을.


"...설명...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두 사람을 내려다보는 언니.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얌전히 언니의 앞에서 코타츠를 옆으로 치우고 무릎을 꿇고 앉아 정좌하고 있는 두 분.


"아, 안나쨩! 그게말이죠!! 아리사는-"


"...아리사에게 물어본게 아닌데...?"


바로 침몰당하는 아리사씨. 네, 아리사는 조용히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입니다.


그렇게, 아리사씨를 향했던 언니의 시선은 다시 천천히 돌아가, 유리코씨에게로 향했습니다.


"차, 참회의 시선..."


"...안나는, 해골로 변하지 않지만..."


말해줄 거라, 믿어?


...언니가 무섭습니다. 명백히 화가 나있는 언니는, 처음 봅니다. 제가 봐왔던 언니는...


"그게, 말이지... 히지리쨩이랑 다시 인사하고, 아리사씨가 히지리쨩의 머리를 말려줄 때 조금, 궁금해진 게 있어서 물어봤는데..."


"...궁금해진, 거...?"


"으, 응! 어제, 밤늦게 왔다고, 아까 안나쨩이 그랬잖아?"


유리코씨의 말에, 아리사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랬지...?"


"그래서, 왜 혼자서 왔나, 가 궁금해져서 물어봤는데...언니가 걱정할까봐, 몰래 왔다는 게... 그래도 부모님께는 미리 이야기하고 왔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귀여워서...!"


"아, 아리사는, 이런 유리코쨩의 반응을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이때다 싶어 바로 끼어드시는 아리사씨. 언니는 작게 한숨을 폭,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였습니다.


"...히지리?"


"으, 응?!"


언니가 갑자기 저를 부를 줄은 몰랐기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다 사실이지...?"


"으, 응. 다 사실인걸..."


두 분 다 사실대로 말하셨으니까요. 제 말을 들은 언니는...


다시 또 한숨. 그 후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언니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습니다.


"일단, 아리사는 사진...지울 거지...?"


...이게, 바로 질문이 아닌 질문이라는 걸까요...?


"그, 잠시만요! 아리사는, 유리코쨩의 사진을 찍은-"


"-히지리도 찍혔을 테니까...?"


변명은 바로 일축해버립니다.


"사, 사진은 아리사가 꼭 안나쨩에게 보낼게요! 히지리쨩도 잘 나온 게 있으면-"


언니가 조금씩, 한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하자, 아리사씨는 점점, 멀리 있는 제 눈에 띄도록 떨기 시작했습니다.


"있지...? 아까...안나가, 히지리 사진은...찍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저게 바로,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은... 그런 표정...?


아이돌이 되면, 저런 건 누구나 가능해지는 걸까요...?


"히이이익?! 아, 안나쨩에게 주고 난 다음 원본파일은 전부 지울게요오!!!"


...언니의 무시무시한 압력에, 결국 아리사씨는 얌전히 카메라에서 무언가-SD카드라고, 언니가 나중에 알려주었습니다-를 꺼내 넘겼고...


"그럼, 다음은 유리코씨지...?"


"히이익..."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요.


"...응. 유리코씨는, 뭐...그럴 수도 있지..."


쓰게 웃는 언니. 뭔가, 언니와 유리코씨 사이에서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한 웃음입니다.


"그래도...유리코씨, 아이돌이니까 조심해야...해요?"


...그러면서 다시 돌아서는 언니.


"어...에? 아? 으, 응! 다, 다음부터는-아니,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잠까아아아안!! 아리사랑 너무 온도차가 심한데요?! 아리사는 그렇-"


"...응-?"


"-게 대해져도 싸죠!! 네!! 아리사가 잘못했어요오오!"


...뭔가, 아리사씨가 불쌍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점심은 어떻게 할 거야, 안나쨩?"


압수한 그 칩...SD카드를 방에 갖다 놓고 나오는 언니에게, 유리코씨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지나버린 터라 이미 점심때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정말 늦게 일어났던 거겠죠...? 할머니께서 아시면 혼나겠지만...여긴, 언니의 집이니까...


"글쎄...? 일단, 오늘...히지리 생일이니까...기왕이면-"


"에에에에?! 오늘, 히지리쨩의 생일인가요?!"


"히지리쨩 생일이었어?!"


언니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두 분. 특히 아리사씨가 너무 놀라는 것 같은데, 그렇게 까진 놀라실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 네..."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라니, 처음 봤어!"


두 손을 모으며 말하는 유리코씨. 그러자, 언니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대답했습니다.


"글쎄...유키호씨도, 크리스마스이브가... 생일이지...?"


"그, 그렇죠! 으, 올해는 가족들이랑 보내신다고 미리 땡겨서 축하를 드리긴 했지만! 기왕이면 생일날 축하를 받는 유키호씨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아리사, 하필이면 어제가 공연이어서 찾아갈 수도 없었고!"


"아아, 크리스마스의 생일이라...정말 로맨틱한걸...꼭 소설에-"


"...언니...?"


살짝 언니를 돌아보니, 언니는...


"...저 두 사람...원래 저러니까...?"


...포기하면 편해...?


라는...뭔가 이해가 안가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헛! 그, 그럼 이럴 때가 아니죠?! 히지리쨩의 생일이라면, 뭔가 맛있는 걸 먹으러 나가야죠!"


먼저 제정신을 차린건 아리사씨였습니다.


"유리코쨩! 유리코쨩, 돌아와요!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헛. 제, 제가 또-"


"안나쨩! 나가죠! 나가서, 히지리쨩의 생일을 축하해야죠!"


...뭐라고 해야할까요...


"...안나는, 조금...쉬고 싶은, 데..."


"그-그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동생의 생일이잖아요?! 히지리쨩이 도쿄에 놀러온건 처음 아닌가요?! 그럼 더더욱 나가야죠! 그쵸, 유리코쨩?!"


아리사씨는, 정말 폭풍과도 같았습니다.


"에, 엣? 저요?! 에, 그러니까, 생일이니까, 선물도 사줘야하니 일단 나가는게 좋을것 같긴 한데-"


"그러니까, 빨리 서둘러야한다구요!"


"자, 잠깐... 안나, 아직... 못 씻었는데..."


방금전까지 언니에게 몰려서, 울먹거리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안나쨩은 뭘 하고 있었던건가요?! 1년에 딱 한번 돌아오는 동생의 생일인데, 이렇게 느릿해서야 쓰나요?!"


"...안나, 전화...하고 왔지...?"


-들지 않았지만...


"아, 참, 그랬ㅈ-"


"...그리고... 아침부터, 안나가 초대하지 않았던 손님이 왔지...?"


언니가 다시 빙긋, 웃었습니다.


"...앗, 그게, 그러니까-"


"안나가...씻을 시간...있었을, 까...?"


정말 예쁜 미소였지만, 어쩐지, 냉기가..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분명, 저를 향하는 건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거실의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아까, 안나... 사진빼고는, 그냥... 넘어갔지...?"


띡, 띡, 띡, 띡...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이, 공포로 얼어붙은 아리사씨의 고개가, 천천히 유리코씨를 향해 돌아갔습니다.


"...죄송해요, 아리사씨. 저는, 안나쨩을 막을 힘이 없어요..."


...그리고 그 간절한 눈빛을, 침울한 표정과 함께 눈을 감아 피해버리는 유리코씨.


"너, 너무해요?! 트윙클 릴리?! 같은 트윙클 리듬의 멤버를 이렇게 버리시는건가요?! 마법소녀의 맹세는 그렇게 가벼웠던건가요?! 아, 아리사, 절대로 박살난다구요?! 오프닝송 제목처럼 되어버려요?!"


"...한명정도는 살아남아야, 히지리쨩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말한 유리코씨는 천천히 저에게 다가와, 제 눈과 귀를 가렸습니다.


"...히지리쨩에겐, 별로 좋지 못한 광경일테니까."


"아, 자, 잘못했어요 안나쨩! 아리ㅅ-"


...그 후의 일은... 들을수도, 볼수도 없었습니다.




"...자, 그럼. 안나쨩은 빨리 씻고 나올것. 히지리쨩의 준비는 나랑 아리사씨...음, 아리사씨는 회복되는대로 도와주실테니까... 어쨌든 우리 둘이 도울거니까 씻는거에 집중해줘. 아참, 절대로 대충 씻고 나오지 말고? 머리 말려줄테니까 제대로 씻고 나오는거야?"


장난은 다 끝났다는듯, 유리코씨가 제 눈과 귀를 감싸던 손을 풀고 언니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저래 장난은 많이 치셨지만, 그래도 저렇게 정리하시는 걸 보면 정말 친한 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응... 참, 화장품, 안나꺼...써도, 되니까...?"


"진짜? 알았어! 자, 그럼 실력 발휘 좀 해볼게!"


언니의 말에, 눈을 빛내는 유리코씨.


"히지리쨩, 귀여우니까... 조금만 꾸며줘도 엄청날꺼야! 메구미씨만큼 잘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돌로 일하면서 배운게 있으니까!"


...자, 잠시만요...


"하, 할머니께서... 화장은, 하지 말라고..."


피부에 좋지 않다고, 어른이 되기 전엔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소리! 이렇게 귀여운데 화장을 안하는 건 죄악이라구! 물론 안꾸며도 귀엽겠지만, 화장은 여성을 감추는 것이 아닌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유리코씨가, 아까처럼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 언ㄴ-"


제가 불길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때는, 이미 닫혀가는 거실문과 함께 보이는 언니의 등이-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저는,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선크림...에? 선크림은 여름에 바르는거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 메구미씨의 어드바이스에 따르면, 겨울철이야말로 직사광선을 조심해야한다했어! 아, 메구미씨는 우리 시어터의 아이돌 동료분이셔. 응, 피부 매끄러우니까 프라이머는 안해도 될거같구. 생각해보니 안나쨩은 프라이머 없지...응, 히지리쨩 피부 새하야니까...여드름도 없고... 그럼 컨실러도 필요없지... 오늘 좀 건조했으니까 파우더는 해야겠구... 피부 약한거야? 음, 그럼 선크림, 베이스에 파운데이션, 파우더만 해도 충분하려나...우와, 우리 무대 메이크에 비하면 정말 쪼금이네. 그치, 안나쨩?! 에? 아, 씻으러 들어갔지 참...히지리 쨩 톤에는 이게 나을라나...잠깐만..."


...유리코씨는, 그렇게 말이 많아보이시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말을 하시기 시작하면 상당히... 상당히 많은 걸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유리코씨의 이야기를 듣던 저는 학교의 친구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 화장품을 가져와서 무언가 이야기를 했었지만... 제가 보기에, 역시 프로인 아이돌의 관점에 비하면 상당히 어설픈 내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코씨는 방금 말씀하시면서 메구미씨, 라는 분에 비하면 별로 아는게 없다고 하셨지만 아마... 저와 같은 반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되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할머니께서 이것저것 발라봤자 피부에 좋지 않다며 여름에 선크림만 바르게 하셨을뿐, 화장품이라고는 만져본적도 없었기에 유리코씨가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유리코씨가 그렇게, 언니의 화장품을 이것저것 열어보며 뭔가를 준비하실때


"어...?"


어쩐지 열려있던 화장대 서랍에 눈길이 갔습니다. 아까 분명, 유리코씨가 여기서 드라이기를 꺼냈던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문득,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서랍을 마저 열어보니-



"자, 이걸로 준비 OK. 그럼 일단 선크림부터 바를까? 일단 선크림밖에 안발라봤다고 하니까 먼저 이야기해주자면, 간략하게 얇게 화장을 한다고 해도 선크림 말고도 베이스랑 파운데이션도 발라줘야하니까, 아무래도 평소 바르던거에 비하면 더 더욱 얇게-"


...아까도 하나도 모르겠어서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유리코씨에겐 조금 죄송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코씨."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먼저 물어봐야할 게 있습니다.


"응? 왜? 뭐 물어볼거라도 있어?"


"...이거, 언니꺼에요?"


제가 서랍에서 끄집어낸 것은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분명, 반에서 가끔 누군가 하던걸 볼 수 있었던, 게임기.


"어? 응, 맞아. 나랑도 같이 하고 있-"


"-이거, 하나가 끝이 아니죠?"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물건은 보통, 본래 있어야할 자리에 있어야한다고, 할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그게 찾기도 편하고, 쓰기도 편하다고. 정리가 귀찮다면, 아예 집어넣지 않겠지만 집어넣어져있다면 본래 용도에 맞는 위치에 넣을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화장대에 게임기가 있는게 맞는 위치일까요.


"에? 응? 어, 어어?! 그, 그게-"


"3DS네요~ 안나쨩, 시어터에는 Vita를 들고 다니는데-읍?! 유, 유리코쨩! 화장품 묻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게 어디있어요?!"


아리사씨의 말에, 다른 게임기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리코씨의 반응대로라면...


"...언니가, 얼마나 산거에요...?"


...분명, 이건 빙산의 일각...이겠죠.


"에, 그, 그러니까...이, 있지 히지리쨩? 일단, 화장 하던건 마저 하는게..."


...저는, 고개를 돌려 유리코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언니와 자주 어울려서 게임을 했다면, 언니가 게임을 얼마나 샀는지도 알고 계실겁니다.


"...저, 저기, 히지리쨩..."


"...화장 끝나면, 찾는 거 도와주실거죠?"


"저기..."


"도와주실거죠?"


"...네."


옆에서 아리사씨가 '히지리쨩에게서 안나쨩 만큼의 포스가 느껴져요?! 피는 못속이는건가요?!' 라고 말하시는 것 같았지만, 별로 관심은 없습니다.


일단, 화장은 끝나야겠죠. 언니도 저처럼 머리가 기니까, 씻는데에는 꽤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리코씨, 드라이기...는..."


거실로 들어오던 언니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눈빛도 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겠죠.


"...미안해, 안나쨩...!"


코타츠 위에 차곡차곡 쌓아둔 언니의 게임기들과 게임팩들... TV에 설치되어있던걸 차마 끄집어낼 순 없었지만, 게임팩을 찾아 꺼내놓는 걸로 충분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언니."


"...네."


언니의 존댓말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거, 엄마 아빠도...아시는거야?"


"...잠깐, 그거 어제 안나가 한 질문이랑 똑같-"


"아시는거야?"


언니의 항변은, 가볍게 묵살됩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언니는 아까의 아리사씨마냥 가늘게 떨고 있었습니다.


"이, 있지, 히지리쨩?! 이거, 안나쨩이 시어터 동료들에게 선물받은거야!"


"마, 맞아요! 아리사랑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까, 안나쨩이 게임 좋아하니까 다들 하나씩 선물해주다보니 그런거에요!"


...왜 유리코씨와 아리사씨까지 당황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궁금한걸 물어본것 뿐인데, 어쩐지 저를 열심히 도와주시던 두분이 더 놀라서 대신 대답해주시고 계시는게 조금 이상했지만...


"...언니 용돈으로 산게...아니라는 거죠?"


"으, 응! 그런거야! 안나쨩 생일선물로 다들 하나씩 사준거니까-"


...하지만 그 말에는 조금 헛점이 보였습니다.


"게임기는...단순히 선물로 사주기엔...아이돌이라 해도 좀...부담되죠...? 그리고 언니가 아이돌이 된지 1년여 정도인데..."


...언니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다른 동료분들이나 언니의 팬들이 다 알고 게임만 선물해줬다고 해도, 게임기까지 선물해줬을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러고보니 그렇...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언니. 솔직하게 말해줘...언니가 산거, 맞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언니는, 잠시 고민하던 끝에 다시 입을 열였습니다.


"...사실, 게임기는 전부... 안나가 산게 맞아. 게임팩도, 몇개는 샀고..."


...어쩐지, 숨기고 거짓말을 할것 같았는데 저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니...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응..."


"그래도, 아이돌하고 학교... 착실히 하고 있으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언니가 거짓말을 할지, 사실대로 말할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지만...


"으응, 알았어."


언니가, 굳이 저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가 모른다고 해도... 언니가 도쿄에 혼자 있는 만큼, 이미 예상하실거라고 생각해."


"...윽..."


"하지만, 언니가 잘 하고 있으니까...이야기, 안하시겠지..."


"무, 묵직해요..."


"이, 이래서야...안나쨩이랑 히지리쨩중 누가 더 언니인지 모르겠는걸요..."




"...나,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언니가 좋아하는거, 막긴 싫으니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이렇게 많은데, 다 하면...잠은...?"


"안나는, 게임 여러개를 병행하진 않으니까...? 한번에 하나씩만 하니까, 건강에 문제가 되도록 하지는..."


...그렇다면, 언니가 좋아하는걸 굳이 막는건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았어. 나, 아무것도 못본걸로 할게."


"...히지리...!"


언니의 표정이 확 밝아집니다. 하지만...


"대신, 그래도 게임 시간은 좀 줄이기."


...이정도 양이라면, 보나마나 쉴때는 대부분 게임만 하리라는 건 저라도 알 수 있으니까요.


"...그, 그건..."


"언니?"


"...알았어..."


이걸로, 된걸까요...? 이런 약속이 지켜지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약속을 받아냈으니...


"자, 자아...그럼, 이제 이거, 정리해야지...?"


이야기가 얼추 끝나기가 무섭게, 유리코씨가 손뼉을 짝, 치면서 언니와 제 사이로 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죠? 일단 어질러진 셈이니 정리는 해야할겁니다.


"유리코씨이..."


...사실, 대다수가 어디있는지 찾아준건 유리코씨였기에...언니도 그걸 알고 있는지 볼을 부풀리며 유리코씨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유리코씨도 언니의 시선을 느꼈기에 눈을 차마 마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안나쨩의 머리도 아리사가 말려줄테니까, 유리코쨩은 빨리 게임팩을 정리하고, 히지리쨩은 옷을 마저 입도록 하죠!"


오늘 점심은, 아리사가 사과의 의미로 쏠테니까요!


아리사씨가 끝으로 덧붙인 말에-


"...진짜로...?"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자, 잠시만요?! 그래도 한번 정도는 사양해야하는거 아닐까요?!"


아리사씨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각자 할일로 돌아가는 언니와 유리코씨.


"잠깐, 그, 그래도-!"


"후훗..."


...자, 이제 저도, 나갈 준비를 마저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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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에 먼저 올려놓은 대로... 멘탈이 맛이 간터라 퇴고 없이 올렸습니다.


...덤으로 앞으로 언제 또 올릴 수 있을지 이젠 확신이 안서는 상황이 되어버려서<...원래 그랬잖...


부족하게나마 올립니다아...


그런고로, 예고 없이 갑자기 글이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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