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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청춘x아이마스]힛키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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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1, 2019 16:39에 작성됨.

"오랜만이네요, 선배. 예전보다 더 잘생겨지신 것 같은데요. 눈은 그대로지만."

"너도 꽤나 마일드해졌구나, 키사라기. 쓸데없는 사족을 덧붙이는 건 여전하지만."


익숙치 않은 정장을 걸치고 발을 들인 新 765 프로덕션.

1층은 간단한 안내데크스와 에스컬레이터 및 엘리베이터 정도만 있었다.

2~4층은 레슨실. 5층은 아이돌들의 휴게실, 6층은 사무원 공간 7층이 사장실 정도인가.

8층은 뭔가 싶었더니 기타등등이라고만 적혀 있다. 뭘까, 이건. 이런 괴짜 같은 면은 역시 765답게 남아있구나.


5층에서 기다린다는 전언을 듣고 올라와 봤더니 익숙한 얼굴이 다섯.

키사라기 치하야, 아마미 하루카, 시죠 타카네, 미나세 이오리, 미우라 아즈사 씨가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오늘부터 정식으로 근무하시는 건가요?"

"슬슬 아르바이트보단 정규직으로 채용되야 하지 않겠냐. 이래 보여도 주주 중 한 사람인데."

"흥, 그건 여기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거든."


초기의 765는 정말 파리만 날리는 곳이었다.

사장님 개인 자산으로 굴리고 있었달까. 그런 파리만 날리는 곳에 왜 아이돌들이 남아있었냐고 묻는다면 편한 것도 있지만 모두 회사 지분을 조금씩 받았기 때문.


사장님 나름의 큰 그림이었을까. 12명 전부 떴으니까. 아키즈키 씨도 가끔 아이돌로 다시 활동하는 듯 하니 13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다른 사람들은 어딨습니까?"

"새로 온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 측은 먼저 끝나고 자택으로 돌려보냈지요."


여전히 고풍스러운 말투의 시죠 씨. 미나세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길 39명의 아이돌은 각각 보컬, 댄스, 비주얼 부문으로 나뉘어 기존의 아이돌들이 선배로서 직접 가르친다고 한다.


"참고로 우린 다 보컬 부문이란다."

"아마미가 보컬이라. 너, 많이 늘었나 보네. 하긴, 3년 차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예전과는 다르다고요, 예전과는."


아마미는 언제나 그렇듯 밝은 얼굴이었다. 프로듀서와의 일은...티내지 않는 것인지, 스스로 정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이런 건 긁어부스럼이다. 뒷북도 정도껏이지.


"유키호가 안 보여서 섭섭하니?"

"기다리면, 볼 수 있겠죠."


쿡쿡거리며 웃는 미우라 씨. 이쪽도 적당히 대답했다.

운명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는 분이, 이제는 그냥 아이돌로 만족하신 건지.


"남의 연애사에 간섭하실 만큼 여유가 많으신가 봅니다."

"아라아라, 한 방 먹었네."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한 것인지.

나는 퇴사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뭐, 카와사키가 있다지만.


"카와사키 선배에게 받은 건가요? 맞춤 정장처럼 몸에 딱 맞네요."

"취직 축하라며 선물받았다. 본인 말로는 영국식이라던데."

"영국식? 흐응...그렇네. 어쩐지 꽃병 모양의 실루엣이라더니. 전체적으로 감싸면서 라펠라인을 길게 잡았구나. 이전보다 어깨랑 상체가 넓어진 것 같은데?"

"전문용어 써먹어도 못 알아듣는다고, 미나세."


누가 재벌가 아가씨 아니랄까봐. 세계 각국의 정장 스타일은 다 보았는지 눈썰미가 제법이다. 나도 이 바닥은 보통 이탈리아 스타일을 따른다고 주워듣기만 했는데. 카와사키는 유행을 거스르는 걸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잘 안 팔리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가 한 대 맞았다. 솔직히 네 옷의 구매자들은 다 너 보고 사는 거잖아.


"여어~! 우리 왔다고?"

"하이사이, 히키가야!"

"안녕하세요~."


댄스 부문 쪽 원년 멤버들이 올라왔다.


"오, 안경 괜찮은걸? 히키가야."

"봤냐, 키사라기. 사람을 보면 이런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자의식 과잉이에요. 안경을 쓰든, 안 쓰든 선배의 썩은 눈은 그대로잖아요?"

"...뭐, 패션용이니까."


이건 코마치에게서 받은 선물이다. 녀석, 수험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걸.

여동생으로부터의 선물이니 엄청 아끼는 물건이 되었지만.


"히키가야, 우리들 뭔가 바뀌어 보이는 거 없어?"

"햄조가 안 보이는군. 또 도망쳤나? 내가 애완동물 밥 그만 뺏어먹으랬지. 주말마다 찾으러 뛰어다니는 것도 3년이면 그만할 때 되지 않았냐?"

"아니거든! 진짜로 아니거든?! 그보다도, 이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대답이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쑥스러움 감추기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키쿠치 너...머리 좀 길렀네? 보이시 컨셉은 포기한 거냐?"

"양립하기로 한 거야. 길렀다고 해봐야 여전히 하루카보다 조금 짧은 수준이지만. 어때, 좀 예뻐진 것 같아?"


좀 예뻐졌겠냐. 여자의 외모는 20대 초반일 때 제일 물오른다더니.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쿠치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가나하는 여전하지만. 동안이라고 치자. 로리거유로 만족해라, 가나하.


"제일 많이 변한 건 역시 타카츠키구만. 많이 컸구나. 이제 고등학생인가?"

"네. 막내인 코조도 벌써 세 살이에요. 말도 할 줄 안다구요?"

"부모님은 안녕하시냐."

"작년에 정규직이 되셨어요. 이제 예전 같은 빈곤함과는 거리가 멀다구요?"


그야 딸내미가 억 단위로 벌어오는데 빈곤할 리 있겠나.

인사과 사람이 타카츠키의 팬이라면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할지도?


"귀여운 막내 취급 받던 게 벌써 3년 전이라니. 시간 참 빠르구나."

"머리 길게 길러봤는데, 괜찮은가요?"

"아아. 누가 널 데려갈지 모르겠지만, 그 놈은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한 놈이겠지."

"친척 아저씨 같은 말투가 되었다구요. 히키가야 씨도 아직 한참 젊으시면서."

"네 앞에서는 오빠라기 보단 아저씨처럼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딸이 생긴다면 타카츠키 같은 딸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누구나 생각할 테니까. 머리를 등까지 길게 기른 타카츠키는 정말 청순한 여고생이 되었다. 얼굴은 거의 그대로지만 말투나 가슴은 뭐...예전에 비하면 성장했고. 2차 성징이란! 애들은 너무 빨리 커버려.


"아, 유키호는 조금 있다가 올라올 거야. 엄~청 예뻐졌다고? 기대해도 좋아."

"화상통화 자주 하는데?"

"전신을 보면 색다를걸? 아미랑 마미도 그렇고.


걔들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몇분 안 되어 댄스 부문 소속 아이돌들이 올라왔다.


"오랜만이네, 색달라진 오빠!"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해봐, 이상해진 오빠!"

"너희들 장난기는 변함없구나."


달려드려는 녀석들의 머리를 양 손으로 잡아 멈춘다.

내년이면 여고생 될 녀석들이 부주의하게시리.

타카츠키가 이상적인 딸의 모습이라면, 이 녀석들은 현실적인 딸의 모습이라고 할까.

프로듀서도 아이돌을 보는 게 아니라 아이 돌보는 것 같다고 푸념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근처에서 듣고 있던 키사라기가 푸풉한 것도 기억한다.


"있지있지, 그거 알아? 아미짱, 이번에 썸남이 생겼어!"

"아앗! 비겁해! 마미, 그거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

"잠깐, 아미랑 마미. 우린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괜찮아~ 이오링. 우리들은 뭘 하든 합법이니까!"


아이돌의 연애에 관해 말이 많은 업계라지만 아미는 불법, 마미는 합법이라는 드립이 어느새인가 후타미는 뭐든 합법이란 식으로 변해 버렸다. 퍼뜨린 건 장본인들이지만 방송에서 이게 잘 먹혔는지 어느새 유행을 타고──.


"료도 유메코랑 멀쩡히 잘 사귀고 있으니까, 뭐든 합법인 우리들도 문제 없다는 이야기!"

"뭐...실제로 요새는 아이돌 연애 합법화 법안의 통과도 척척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니까."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키즈키 씨. 동생 분의 연애사는 잘 들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서 말이지?"


쓴웃음을 짓는 아키즈키 씨 등 뒤에 매달린 호시이가 고개를 쏙 내민다.


"미키는 말이야, 힛키가 우리보다 더 신경써야 할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지, 마빡아?"

"흥...여기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염색을 풀었는지 짧은 갈색 단발의 호시이가 아키즈키 씨의 등을 밀며 옆으로 비켜서고, 드디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들어왔다.


"아......"


무심코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아가씨가, 거기에 서 있었다.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순백의 아가씨라고 할까.

시죠 씨가 고귀한 아가씨라면, 그녀는 기품있고 청초한 아가씨.

순수하고 가련한 그 미모는 전보다 깊이가 더해져,


"통화라면 모를까...직접 만나는 건 되게 오랜만이지, 히키가야."

"...이쪽에서 피해다녔으니까. 미안하다."

"괜찮아. 히키가야의 마음은 이해하니까. 다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게 있더 시절이고."


천천히 걸어와서는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는 하기와라.

심장이 쿵쾅거린다. 안 본 사이, 거리감, 지나치게 없어지지 않았나요?


"손, 잡고 싶었어."

"......"


스윽 하고 다가오는 손. 그렇지만, 잡지 않는다.

새끼 손가락끼리만 X자로 교차시킬 뿐.

남성공포증은 여전하지만, 그마저도 많이 줄어들어서──.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어. 그래도, 지금은 이걸로 만족해줄래?"

"...시간은 아직도 기니까 말이지. 약속 시간까지 9년이나 남았고."

"그때는 아줌마, 아저씨려나."

"고령화 시대잖냐. 30줄 초반까지는 젊다고."

"후후후, 그럴려나."


벌써부터 손 잡고 다니면 남은 시간 못 기다릴 것 같으니까.

지금은 이 새끼 손가락만으로 만족하자.

무얼, 옷자락에서 새끼손가락으로 발전한 거다.

못 만났던 만큼, 그리움도 사무쳤기에.


"보고 싶었어."

"많이 예뻐졌네."

"솔직해졌구나?"

"사람 따라 다르지."


못 다한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엄청 많지만.


"그때의 대답, 이제와서 해도 될까."

"3년...너무 길었어."

"내가 기다려야 하는 건 12년이었다고."

"아하하, 그것도 그렇네. 그치만...그런 건 단 둘이 있을 때 듣고 싶은데."


자리를 비키기 힘들다면, 나한테만 들리게 속삭여줄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권해오는 하기와라가, 묘하게 요염해서.


"......나도 좋아해."

"응...다행이야. 듣고 싶은 대답이어서."


체면도 신경쓰지 않은 채 하고 싶던 말을, 그녀다 듣고 싶은 말을 귓가에 속삭여,


"염장 지르는 거냐고오오오오오!!"

"잠, 진정해! 하루카!"

"미키적으로 화나는 거야!!"

"실연을 정리하려고 염색 풀고 머리도 잘랐다면서!"


아직 실연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아가씨들의 화를 불렀다.

거 빨리 잊고, 다른 좋은 남자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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