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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청춘x아이마스]힛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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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9 14:03에 작성됨.

힛키마스 후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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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학이라는 게 있다.


문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문으로 문자, 기호 등의 상징적 수단을 통해 정보, 감정, 생각 따위를 전달하고 수신하고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는 신문, 방송 따위의 매스 미디어 뿐만 아니라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 공공 연설 등도 모두 커뮤니케이션학의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뉴 미디어가 날로 발전하고 그 중요성이 커져가는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면서도, 간학문적 경향 때문에 정체성의 문제를 겪고 있는 혼란의 학문이기도 하다.


대학교에서는 커뮤니케이션학의 발생과 정립이 매스미디어의 발전에 힘입은 탓에 당대의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의 이름을 따서 학과의 명칭을 정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말 각양각색의 명칭들이 존재한다.


내가 다니는 방송과도 그 중 하나였다.

신문방송, 언론홍보영상, 언론정보과 등 다른 대학에서는 이런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 과에 다니면서 느낀 건──나는 대체 뭘 배우고 있는 거지? 라는 것.


자기가 공부한 과 나온다고 다 그쪽 관련 직업으로 진출하는 건 아니라지만 여기서 배우는 건 정말로 뭔가 싶다. 신문방송과 다닌다고 하면 다들 기자되는 줄 아는 것처럼, 내가 생각했던 과와 현실은 너무 달랐다.


뭔가 영상촬영기법이나 방송국 관련된 걸 배우는가 싶었는데 미디어 사회문화사라든가, 방송학원론이라든가. 듣다 보면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은 강의도 많고 그나마 프로그램 기획서를 만들어 낸다든가, 촬영 및 편집을 한다든가 할 때면 들어온 의미가 있구나~ 싶었지만.


엄청 뽀대나는 카메라 대신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밤샘해 가며 편집 과정에 매몰되어 있는 나를 돌아볼 때면 엄청난 회의감이 느껴진다. 편집기 멈추면 발광하고 완성했나 싶을 때『응답없음』이라는 메세지가 뜨면 기절한다. 그냥 처음부터 국문과 갈 걸...


"대학생활에 딱히 로망 같은 걸 추구한 건 아니지만...이게 뭔가 싶다."

"...이쪽도 답 없기는 마찬가지야. 기껏 비싼 등록금 내고 들어왔는데...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깨달았지."


최근 들어 좀 맛있어진 학식을 먹으며 나와 카와사키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강의 첫날 교수님이 말했을 때부터 느낌이 싸했었지. 이 바닥은 재능, 노력, 처세술 그리고 디자이너 본인의 용모가 뛰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처세술 하나 빼고는 다 자신 있었어. 그런데, 현실은 맨 마지막 것 제외하면 아무것도 따라갈 수 없더라."


디자이너도 스포츠 선수, 연예인처럼 재능이 있는 사람의 일이지,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였다는 것. 그런데도 약간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될 수 있다 믿고 도전한다면 들러리 처지, 창조적인 일이 아닌 거의 단순 기능직에 가까운 일만을 처리하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디자인이 누구든 배우면 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인식과 그를 받아들이는 지망생이 많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카와사키는 한탄한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연구 대상이 광범위한데 좋게 말하면 모든 걸 다루고, 나쁘게 말하면 잡탕이지. 한 우물만 파도 모자랄 판국에 매일 같이 편집실에만 처박혀 있어. 전과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

"그런데 왜 하지 않았어? 듣자하니 요즘 방송국은 과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인맥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려나."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인맥으로 출세하는 걸 곱게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작 2학년이 된 지금, 그 인맥으로 먹고 살 길을 찾았다는게.


"765에서 제안을 해왔어. 슬슬 기획사를 확장할 때가 왔다는 거지. '39 프로젝트(가칭)'의 프로듀서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해 오기에...냉큼 물어버렸지."


***


타카기 사장님과 아카바네P를 대동한, 오랜만의 술자리였다.

퇴사했다고 해서─아르바이트에게 퇴사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연락이 끊긴 건 아니었다. 하기와라하고는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키사라기한테서도 이따금씩 연락이 오곤 하니까.


"대학 생활은 할 만 한가, 히키가야 군."

"제 눈 밑의 다크서클을 보시죠."

"하하하하, 그러게 졸업하면 바로 여기로 오라고 했잖아?"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때 당시에는 엄청 후회 중이었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대학 졸업하고 다시 당당하게 만나겠다고 했던 건지.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고2병의 한계를 넘어 대2병에 진입하려던 시기였을지도.


"그런 히키가야 군에게 내가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뭡니까?"

"자네, 우리 회사의 주주인 거 알고 있지?"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그거."


765 활동 초기. 초기라고 해도 이미 반 년이 넘었을 즈음에 내가 발을 들인 거지만.

765 단체복을 맞추고 선재사진을 다시 찍으려 했을 때 자금이 부족하다 하여 스칼라십이라는 장학금으로 학원비를 때우고 부모님께 받은 돈으로 몰래 마련해 둔 내 비자금 10만 엔을 765에 투자했던 것이다.


10만 엔도 충분히 거금이라 선재사진 이후로도 조금 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우리 아직 주식상장 안 한 비상장기업이거든."

"...진짭니까?"


킬킬거리며 말하는 아카바네P. 뭐야, 주식상장 하면 나 부자 되는 거야?

황금 백수 라이프가 현실화 되는 순간인가 싶었다.

지금도 억 단위로 벌어대는 업계의 거물인데.


"이미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 내년 초 즈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 예정으로,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대형 IPO건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RFP(입찰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요시자와로부터 들었지."

"이번 기회에 765를 한 번 더 성장시킬 기회라고 본 거야. 슬슬 우리 애들한테도, 후배가 필요하지 않겠어?"

"......이번에 8층짜리 빌딩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이거 때문이었나요."


하긴, 765 애들도 이제 3년 차인데. 슬슬 후배 정도는 있어야지.


"39명 정도, 신인들을 발굴할 거야. 그만큼 프로듀서의 일이 많아질 테지. 이제 아이돌들 스스로 자기 일을 챙겨갈 수 있게 되었으니 아카바네 군도, 아키즈키 군도 여유가 생겼지만...믿음직스러운 사람 한 명 정도 더 있는 편이 좋지 않겠나?"


요컨대 지금의 이건 스카웃.

나의 능력을 믿기에 하는 제안.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 있어? 슬슬 돌아오라고, 히키가야 군. 애들도 그리워하니까. 3년이야, 3년.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셈이야? 유키호가 12년 정도 기다리게 한다 해도, 그걸 넘어서는 게 남자라는 거 아니겠니?"

"프로듀서...오토나시 씨부터 어떻게 하고 말씀하시는게?"

"음, 그 건에 관해서지만."


프로듀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연애 시작했다고.


"아마미나 호시이는 괜찮은 겁니까?"

"미안하게 생각하긴 하지만...그렇다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 냅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귈 수도 없잖니? 하루카도 최근, 요리 예능에서 토우마랑 제법 좋은 분위기로 엮이는 것 같던데. 미키 또한 내가 아니어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프로듀서. 언젠가 한 번 터질 폭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당사자가 잘 해결했다고 한다면 이쪽도 딱히 할 말 없다.


"그래서, 우리 측의 제안은 어떤가? 히키가야 군."

"......선택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고집 부릴 여유도, 이젠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


그리고 지도교수와 학과장에게 열심히 빌고 애원한 끝에 학점 걱정 없이 765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곳도 아닌 765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나중에 다른 강의에 들어가면 '야, 내 학생 중에 765 들어간 애도 있다. 너희들도 걔처럼 만들어주마.'라고 여러 학생들을 속이겠지.


"...좋겠네. 내 쪽은 레드 오션이라, 졸업 후에도 2만명 이상의 특성화고졸, 전문대졸, 대졸 디자인 전공 인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등록금 벌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하나 운영한다고 했지? 이쪽 애들 피팅 모델로 쓰게 해줄까?"

"벌써부터 프로듀서가 됬다는 양 설치는 거 봐? 물론 절대로 거절하지 않아. 무조건 수용이야."


765의 이름값 앞에서는 천하의 카와사키도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대학 진학 후 관계가 가장 많이 변한 건 이 녀석이겠지.

우연히 같은 대학에 진학해서 새로운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사이 녀석을 만나고 1년 간 어울렸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인연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세상의 쓴맛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런 성장물은 역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축하한다고 해줄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일단 이거, 비밀연애인데 말이지."


알 사람은 다 아는 비밀연애(웃음).

새로 들어올 39명 앞에서는 철저히 비밀로 해야겠지만.

765의 이름값이 있다고 해도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


39명 중 낙오자가 한 명도 없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고.

괜히 그 애들을 통해 나와 하기와라의 이야기가 밖으로 퍼져나가도 좀 그러니까.


"그래도 뭐, 기대되기는 해."


연락은 해도 실질적인 만남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영상통화로도 보여지는 건 단편적인 부분들 뿐.

다들, 어떻게 변했으려나.


그런 기대감을 안고서, 첫 출근의 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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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생각나길래.

예정에 없던 후속작이라는 걸 쓰게 되었습니다.

한 30편 쯤 쓰고 완결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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