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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SS] Happy birthday,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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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4, 2013 22:31에 작성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다. 바람은 거세지 않지만 가벼운 눈은 바닥에서 위로 거꾸로 떨어져 올라간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이 몰려와 온통 회색. 겨울의 저런 하늘은 보통은 세상을 춥게 만들지만 푹신한 하얀 눈이 어쩐지 이런 하늘 아래를 신기하게도 푸근하게 만든다.
뿌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연한 황토색 부츠 밑에서 들려온다. 뿌득거리는 소라기 쌓인 눈들의 비명인지 아님 노래 소리인지 그녀는 모른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그녀를 반겨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얀 눈이 세상 깊게 내리고 내린다. 그 사이를 하얀 코트와 하얀 겨울 털모자를 쓰고 걸어간다. 하얀 벙어리장갑으로 눈을 받아보면 같은 하얀 색이지만 눈의 색이 더 연했다. 하얀 입김이 따듯하게 뭉게뭉게 나타났다가 수시로 눈앞에서 사라진다.

“3일 뒤에 왔으면 더 멋졌을 텐데…….”

그리 중얼거리며 유키호는 못내 아쉬움을 나타낸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기 3일전인 오늘 하늘은 이렇게 귀중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낭비하고 있었다. 유키호는 그것이 너무나 아까워 손을 뻗어 장갑 위로 큼지막하게 내리는 함박눈을 받아본다. 회색의 하늘과 흰색의 지상 사이에 서있는 하얀 소녀. 소녀는 겨울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이였다.
유키호는 멍하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짧은 단발의 갈색 머리카락은 귀까지 덮어주지만, 목을 가려주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그 때 붉은 색 목도리가 유키호의 목에 둘러진다. 그 푸근하고 따듯한 감촉에 뒤를 보자 그녀의 프로듀서가 있었다. 프로듀서는 뒤에서 안을 듯한 자세로 유키호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며 웃어주었다.

“목을 따듯하게 해야지. 아이돌인데.”

그 말에 소녀는 푸근한 눈과 같은 편안한 미소로 대답한다.

“이제 은퇴하는 걸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잘해야지.”

이제 곧 그녀의 은퇴식이 가까워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합격이 정해진 지금 그녀는 아이돌을 은퇴하려 한다. 

“아쉽지 않아?”

프로듀서가 그리 묻자 유키호는 잔잔히 고개를 젓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후련해요. 처음부터 톱 아이돌이 되고 싶던 게 아니었는 걸요?”

그녀의 목표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은 이미 이루었다. 바뀐 자신의 증거는 바로 이곳, 여기에 있다.

“사랑해요.”

유키호는 웃으며 그렇게 익숙해진 단어를 내뱉는다. 예전의 소심한 자신이라면 결코 당당히 말할 수 없었을 단어. 이 마법의 단어가 가장 큰 증거였다.
추위에 발그레하게 물든 뺨은 사랑하는 소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추위가 서로의 거리를 더욱 좁혀주고 서로의 온기를 더 잘 느끼게 해준다. 그런 겨울이다.


2년 전 봄.
그와 그녀는 처음 만났다.

“하, 하기와라 유키호라고 합니다아……. 그, 16살이고 남자가 매우 좋습니다! 흐, 흐와-! 아, 아니 이건 실수에요! 그 차랑 착각해서……. 으으, 구멍파고 들어가 있을 게요!”

드디어 배정 된 프로듀서를 만나고서 처음 인사를 한 유키호는 긴장해 말실수를 하고서 삽을 꺼내들고 말았다.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땅을 파려고 해 모두가 말리려 할 때 그녀의 새로운 프로듀서는 태연히 말을 건넸다.

“난 P. 너의 프로듀서로 지정 받았어. 취미는 평범한 독서와 영화 감상. 특기란은- 너를 위해 비어둘게.”
“흐에?”

어쩐지 고백 같기도 한 그 소개에 유키호는 삽으로 땅을 파려는 멈추고서 멍하니 상대를 보았다. 그러고는 상대가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보고서 우물쭈물 거리며 아까의 자신의 설명을 덧붙였다.

“저, 전 남자를 많이 무서워해서…….”

그러면서 움찔 거리는 것을 보며 프로듀서는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불쾌하다거나 상처받은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쾌한 표정으로 웃었다.

“흐음, 그렇구나. 그런데 그런 말 실수를 하다니, 참.”
“으으-”

유키호가 다시 삽을 집어 들자 프로듀서는 웃으며 자신의 뒷머리를 매만졌다.

“굳이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무섭지 않게 되도록 노력하는게 내가 할 일이구나. 처음부터 확실히 방향이 정해져서 기쁜데?”
“네?”

오히려 자신의 이런 남성공포증을 듣고 좋아하는 그를 보며 유키호는 다시 행동을 멈췄다. 아이돌로서 남성을 무서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유키호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처음 만나는 프로듀서가 곤란해 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는 반대로 오히려 즐거워해줬다. 처음에는 남자프로듀서를 만나야 한다는 것에 미리 겁먹은 그녀였지만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첫 활동.
케이블 방송의 작은 코너의 리포터를 맞게 된다. 프로듀서가 힘을 내서 겨우 얻어 준 일. 하지만 남성 공포증인 그녀로서는 처음 촬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겨우 한 시간이면 끝날 시간이 3시간이나 걸렸고 스텝들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거기에 의기소침해져 더욱 실수연발. 그럴 때 프로듀서가 모두에게 대신 사과를 하고 유키호에게는 응원을 해주었다.

“잘해주고 있어. 처음 보다는 그래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잖아?”

그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도전. 그렇게 해서 방송분량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내서 한 첫 방송은 거의 대부분이 편집 되어 그나마 짧았던 코너 시간이 더 줄어버렸다. 거의 실수 하는 장면만 웃긴 자막으로 나왔을 뿐. 제대로 된 방송활동이라고 볼 수 없었다. 힘내 준 그에게 피해를 끼쳤단 생각에 울고 싶어 다시 삽을 들고 땅에 묻히려 했을 때 그가 태연히 말했다.

“하하, 이정도면 성공인데.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방송으로 보니깐 굉장히 귀엽잖아? 이걸로 지명도가 제법 오르지 않았을까?”

그의 낙천적인 말은 반대로 자신을 부끄럽게 해 반대로 땅을 파게 만들었다. 귀엽다는 칭찬이 너무나 부끄럽고 기뻤다.
두 번째도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코너의 편집시간이 줄어들었다. 세 번째, 첫 번째보다는 실수가 줄었다. 감독이 칭찬해준다. 네 번째, 제법 대화를 하는데 어색함이 사라졌다. 다섯 번째, 코너의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코너에 대한 호의적인 의견과 자신에 대해 팬들도 생겨났다.

“사인회는 무리지?”

그 작은 변화에 프로듀서가 웃으며 묻자 유키호는 겁을 먹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짧은 리포터 일만 해도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긴 시간 팬들과 만나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던 어느 날.
자신과 프로듀서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가볍게 손을 잡고 다녔다. 남자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사인회 때 남성팬들과의 악수를 하기 위한 특훈이었다.
남자의 손은 이리 크면서 따스하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집에서 보던 남자의 손은 늘 거칠고 크게만 느껴져 저 손에 잡히면 아플 것만 같았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잡아 준 손은 따스하고 부드럽고, 자신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그렇게 노력해서 겨우 성공할 수 있던 첫 사인회. 많은 팬이 온 것은 아니지만 팬들을 만나 즐겁다고 생각했다. 남자라서 무서운 것보다 자신의 아이돌 활동에 대한 결과이자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의 만남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곁을 든든한 남성이 지켜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첫 앨범. 
처음에는 판매량이 신통치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면서 오리콘 3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거기까지가 한계였지만 첫 앨범으로서는 큰 인기를 끈 것이라고 프로듀서가 기뻐해졌다. 그리고 그런 프로듀서가 기뻐하는 모습에 유키호는 더욱 기뻐했다. 
이 뒤 한 동안 앨범활동은 쉬고서 방송 일만 하고 있었다. 그 때까지도 처음에 했던 리포터 일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한 방송의 일. 거기에 의미가 커 계속 하고 있었고 마음이 맞게 된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프로듀서는 그런 유키호의 마음을 알고 계속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둘이서 활동하고서 첫 크리스마스이브이자 그녀의 생일.

“생일 축하해 유키호!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사무소의 크리스마스 파티이자 유키호의 생일파티. 아직은 모두가 그렇게 바쁘지 않을 때가 다 같이 모여 축하를 해주었다.그런 유키호의 옆에서 그녀의 프로듀서는 웃으며 말했다.

“실컷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최고지. 내년에는 바빠서 이렇게 여유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을 걸?”

사실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잡을 수 있었지만 프로듀서가 그것을 일부러 받지 않았다고 유키호는 들었다. 아이돌로서 처음 맞는 생일. 팬들과 보내도 좋지만 이번만은 사무소의 모두와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내년에는 이렇게 보낼 시간이 없다면서 말이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유키호의 감사인사에 프로듀서는 쑥쓰러워하며 웃는다.

“뭘 이 정도로. 오히려 이럴 때 한가하게 두는 건 내가 무능하단 증거인걸.”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서 유키호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렇게 남자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다 프로듀서 덕분인 걸요.”
“유키호…….”

감동해 유키호를 프로듀서가 마주보자 아미와 마미가 실실 웃으며 뒤에 나타났다.

“우후훗! 사무소에 후끈한 기상을 감지! 아미 캐스터?”
“여기는 캐스터 아미! 지금 이쪽 두 사람으로부터 후끈한 온도의 이상기상을 감지했습니다!”
“765사무소에 좋은 기상인가요?”
“아마도?”

쌍둥이의 장난에 두 사람은 곧 바로 얼굴을 붉히며 손을 떼어냈지만 사무소 모두는 웃으며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이돌의 은퇴는 아직 봐주지 않겠나? 하기와라양은 우리 사무소의 인기 아이돌이라서 말일세. 그녀가 은퇴하면 재정에 큰 문제가 생길거야. 그렇지 않나, 오토나시군?”
“그렇군요. 사무소 동료로서는 응원해주고 싶지만, 일단 사무소의 재정이…….”
“그러니 자제해 주세요 프로듀서씨.”

사장과 코토리, 그리고 리츠코가 그리 놀리자 사무소의 모두가 웃었고 곧 다른 아이돌들도 한 마디씩 하며 새빨개진 둘을 놀리기 시작해 새빨개진 유키가 삽을 꺼내 땅을 파려하는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동시에 축하 받는 날. 유키호는 그렇게 아이돌로서 처음 맞는 특별한 기념일을 보냈다.


아이돌 데뷔 1주년.
유키호의 이름은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1주년 기념 콘서트는 그녀의 첫 콘서트. 작은 콘서트장이었지만 그래도 객석이 다 채워진 그 공연은 힘들어도 굉장히 즐거운 것이었다. 765사무소의 동료들도 게스트로 와주어 멋진 공연이 되었고, 최후에는 데뷔곡과 최신 곡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잘 끝마칠 수 있었다. 팬들과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정리 후 돌아가는 차안.
유키호는 공연으로 피곤했는지 차안에 타자마자 금방 잠들어버렸다. 그런 유키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프로듀서는 차를 출발시켰다.
벌써 1년. 프로듀서에게도 감회가 새롭다. 처음에는 즉석으로 사장에게 채용된 거라 잘할 수 있을지 자신 없었다. 유키호 앞에서는 강한 척 했지만 사실 자신의 성격은 활발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런 소심한 아이를 프로듀스 하는데 자신까지 그럴 수는 없어 무리했었다. 그리고 그 무리는 결실을 맺었다. 유키호는 자신의 이런 점을 모를 것이다.
유키호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의 담당 아이돌을 흔들어 깨운다.

“우음- 도착했나요?”
“응. 도착했어. 자다 일어나서 바로 내리면 추울테니깐 좀 기다렸다가 잠 깨면 내려.”

프로듀서의 말에 유키호는 베시시 웃었다.

“네.”

따듯한 히터가 켜진 차 안에서 둘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오늘의 여운에 취해 가만히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유키호의 시선 옆에 운전석좌석에 몸을 묻고 편안히 앉아 미소 짓는 그에게로 향했다. 그의 시선도 유키호에게로 향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웃는다.

“고생했어, 유키호. 오늘 정말 멋졌어.”
“모두 다 프로듀서 덕분이에요.”
“그 심약했던 유키호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이 아버지는 기쁘단다.”

그 농담에 유키호는 헤헤하고 가볍게 웃다가 그를 마주보며 말한다.

“프로듀서야 말로 저 때문에 억지로 활발한 척 행동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유키호의 말에 프로듀서는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다가 곧 뒷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알고 있었어?”
“처음에는 몰랐지만, 같이 활동하면서 알았어요.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서 제가 없을 때 긴장이 풀린 듯 크게 한숨을 내쉬던 걸요?”
“하하, 들켰었구나.”

프로듀서는 난감해하면서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프로듀서에게로 유키호가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프로듀서의 볼에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남았다가 사라진다. 프로듀서가 놀라 옆을 보니 찬 바람이 불면서 문이 열렸다.

“그, 보답이었어요!”

그리고 유키호는 새빨개져 급히 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프로듀서는 웃고 말았다.

“정말 많이 변했구나.”

아이돌과 프로듀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해갔다.


아이돌로서 맞는 두 번째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이브도 바빴다. 사무실의 다른 아이돌도 인기가 많아 제대로 파티준비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브가 아닌 크리스마스 당일 저녁에 파티를 하기로 하고서 유키호의 생일은 각자가 따로 축하해주었다. 짧은 인사와 선물이었지만 많은 팬들까지 편지와 소포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작년하고는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다.
이브 날 저녁, 프로듀서와 유키호는 잠시 근처 공원에 들려 산책을 했다. 생일 날 바쁘게 일만 하게 한 것이 미안해 일부러 프로듀서 시간을 내준 것이다. 하얀 눈들이 얇게 쌓이고 있었다. 작고 작은 알맹이인 싸락눈. 잠깐 내리고 말 눈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려주니 로맨틱하다는 감상이 들었다.
뿌득 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귀에 시원하게 들린다. 유키호는 프로듀서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혀를 내민다.

“아무도 안 보니 괜찮죠? 변장도 했고요.”

대담해진 행동. 1년 사이에 소녀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프로듀서는 그런 유키호를 말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
“헤헤-”

유키호는 기분 좋게 웃는다. 동료이상, 연인미만. 그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지만 의식하지는 않는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이기에 서로 욕심을 내지 않는다. 말은 안했지만 서로의 마음은 알고 있다. 그래도 그 이상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생일 축하해.”
“헤헤, 고마워요 프로듀서.”

유키호의 주머니에는 작은 상자가 들어있다. 그것은 열어보지 않았다.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생일선물. 열어보는 것은 내년이다. 그렇게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때 프로듀서 물었다.

“내년에 어떻게 할 거야?”

내년은 대학입시. 그녀의 운명이 갈리는 분기점.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이돌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톱아이돌이 되는 것이 아니니 그렇게까지 아이돌활동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특히나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지금은 그 활동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평범하게 진학을 할 수도 있고, 진학을 포기하고 아이돌을 계속할 수도 있다.
그의 물음에 유키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회피한다.

“내년에 대답하면 안 될까요?”

그 대답에 프로듀서는 웃었다.

“그렇게 해. 무엇이든 유키호의 뜻이라면 존중해 줄 테니깐”


신년.
유키호는 마코토와 같이 신사에 갔다. 

“프로듀서와 안 와도 돼?”
“아이돌과 프로듀서니깐.”

유키호는 아쉬워하는 것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 태연한 모습이 마코토에게 궁금증을 준다. 

“아쉽지 않아?”
“아쉽지만, 지금은 참아야 하니깐. 내년이 있잖아.”

유키호의 그 대답은 마음을 정한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유키호는 아이돌을 은퇴할 거야?”
“응. 오늘 와서 정했어. 더 이상 마음을 숨기며 참기만 하는 것은 지치니깐.”
“그래?”

유카타를 입은 둘은 서로를 보고 웃는다.

“마코토는 계속 할 거야?”
“응.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할 생각이야. 유키호와 달리 내 목적은 이루지 못했으니깐.”

여자아이처럼 보이고 싶다는 그 목적은 아직 부족한 감이 있는 소녀의 일에 유키호는 웃었다. 
변하고 싶다.
자신은 그 바람을 이루었다. 그 사람이 같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데뷔 2주년.
유키호와 프로듀서는 서로를 보고 있다. 유키호는 공연이 끝난 그 자리에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저, 올해를 마지막으로 아이돌을 은퇴하겠어요.”
“알았어. 그것이 유키호의 결정이라면.”

프로듀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톱은 아니지만 톱에 가까웠던 인기아이돌 하기와라 유키호의 은퇴는 이렇게 간단한 듯 하면서 긴 고민 끝에 정해졌다.
은퇴 시기는 유키호의 생일인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로 계획하고 그 때부터 준비를 해온다. 방송활동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은퇴준비와 동시에 대학입시 준비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뜻이고 그의 뜻이었다. 아이돌을 은퇴하고서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일상이 바뀌려한다는 걸 유키호는 느끼고 있었다. 아이돌 일 때문에 공부가 부족해 시험점수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난 시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과의 마지막인 아이돌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지만 그가 응원해주었기에 힘낼 수 있다.


대학입시.
겨우겨우 지원했던 대학 중 하나에 붙을 수 있었다. 아이돌 하기와라 유키호가 아닌 고등학생 하기와라 유키호가 이룬 일이다. 같이 합격을 확인하러 간 날 프로듀서가 같이 기뻐해주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은퇴식 기념 콘서트.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생일과 은퇴식.
바로 오늘 유키호는 프로듀서와 같이 무대 뒤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아쉬움과 답답함, 후련함 등 모든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3일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세상을 멋지게 장식해준다.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버스데이. 그리고 수고했어란 말들이 오간다. 어쩐지 뭉클해진다.
크리스마스이브와 생일, 그리고 은퇴를 기념하는 큰 생일케이크가 준비되었다. 평소보다도 긴 세 시간의 공연. 모두가 따라와 주었다. 혼자서 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시간을 765의 모두가 도와주어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결국 많은 사람들과 같이 울고 말았다. 
그렇게 하기와라 유키호란 아이돌은 모두와 인사를 나눈 후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돌아가는 차안. 그 안에서 유키호는 주머니에 있던 작년 생일에 받은 상자를 꺼냈다. 그가 같이 있는 이 장소에서, 그가 그 상자를 받아 자신을 향해 열어준다. 예쁜 두 개의 커플링. 어린 애들이 끼는 것이 아닌 어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키고 증명할 때 구입하는 그런 멋들어지고 비싼 반지였다.

“생일 축하해, 그리고 그 동안 수고했어.”

그가 반지를 보여주며 그리 말한다. 유키호는 울먹이면서 대답하지 못한다. 그가 조용히 반지를 꺼낸다.

“그리고 그 동안 잘 참았어. 잘 견디고, 잘 노력했어.”
“……네.”

유키호는 울먹이며 겨우 대답한다. 그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참으며 유키호의 손을 잡아 하얀 장갑 하나를 뺀다.

“프로듀서로서 날 믿어줘서 고마워.”
“……저도, 이런 못난 저를 아이돌로서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유키호의 대답을 들으며 그 손을 든다. 하얗고 긴 검지에 반지를 천천히 넣는다.

“생일 축하해.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은퇴식 수고 했어”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요. 은퇴식까지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유키호가 자기가 낀 반지보다 더 큰 반지를 꺼내 프로듀서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손이 떨려 반지를 끼어주기가 힘들지만 그는 기다려준다. 지금까지처럼. 
그의 손에도 반지가 끼어진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서로 반지를 끼어주면서 서로의 얼굴이 가까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유키호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런 유키호에게 프로듀서가 속삭여준다.

“사랑해 유키호.”
“……저도요.”

서로의 입술이 겹쳐진다. 서로의 반지를 낀 손이 서로를 깍지 껴 마주잡는다.
서로의 입술은 생각보다 길지 않게 금방 떨어진다. 서로롤 마주보고 웃는다.

“이제 대학생활이 남았구나.”
“네.”
“아직 결혼하자고는 말하지 않을 거야. 넌 이제 새로운 삶을 즐겨야 하고, 나는 새로운 아이돌을 준비해야하니깐.”
“그렇죠.”
“그러니, 다시 또 기다려주겠어? 그 때 프로포즈할테니깐.”
“괜찮아요. 아이돌을 하면서 기다리는 거와 참는 거에 자신이 생겼으니깐요.”

서로는 마주 보고 웃는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어느 한 아이의 생일.
그런 특별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기념일에 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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