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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문학] 하루카「오키나와 바다로 놀러왔어요!」

댓글: 3 / 조회: 763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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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9 18:23에 작성됨.


1.

하루카 「와아! 바닷물 진짜 파랗구나! 파란색이야 파란색!」


치하야 「호들갑은..발전이 안 되었으니 당연한 거라구 하루카.」


히비키 「에에? 그래도 자신 고향에는 있을 거 다 있었는데?」


치하야 「세상에, 재래식 화장실은 여기 오키나와가 처음이였다고!」


히비키 「그, 그건..뭐 아무튼!」


치하야 「그래 뭐 아무튼. 자연은 좋네. 바람도 선선하고..바다도 깨끗해 보이고..

확실히 이번 휴가는 나름대로 제법 가치있게 쓰는 느낌이야.

그런데, 왜 날씨가 우중충한거지? 그리고 왠 황사인건지..바다가 뿌옇네.

역시, 반도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인건가? 이래서 춍들이란ㅡ」


히비키 「..어이, 황사가 아니라 안개다죠?」(한심)


타카네 「아무튼, 비록 날씨는 다소 아쉽지만..바다는 실로 아름답군요. 이런 깨끗한 바다라면야..」(훌렁)


치하야 「꺅!! 지,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왜 아무데서나 훌렁 벗고 다니시는ㅡ」


타카네 「예? 허나, 이것은 수영복입니다만..문제가 있는 것인지요?」


치하야 「...」(힐끔)


치하야 「아뇨...큿!」


히비키 「뭐, 이제 바로 바다에 들어가야겠지? 자신 먼저 들어갈테니 다들 따라오라조!」 (두두두)


마코토 「어이 히비키! 1등은 바로 나라구?」(다다다)


치하야 「..하여간 애도 아니고.」


하루카 「응? 치하야는 안 들어가게?」


치하야 「..잠깐 산책만 하고 갈께. 그냥..해변가 구경 좀 천천히 하고, 음료수도 사오게.」


타카네 「혹시 인스턴트 라멘도 가능하신지요?」


치하야 「그건 식당에서 드세요!」(짜증)



....


마코토 「야리~이번에는 이쪽이 이겼다고?」


히비키 「우갸악! 마지막에 공을 못 피했다조!」


타카네 「후후, 피이-구라..처음 해보지만, 실로 즐거운 놀이로군요.」


하루카 「..처음이라니 놀랍네. 그나저나..치하야가 늦네?」


히비키 「에에? 그러고보니 아직도 안 왔다죠? 어디간거야?」


마코토 「뭐..어디서 노래라도 부르는건 아닐까? 치하야 내키면 그냥 아무데서나 노래 부르잖아.

심지어는 화장실 안에서도 불러서, 깜짝 놀랐다구?」


하루카 「..그렇긴 한데..」


히비키 「자신, 좀 지쳤으니까..바람도 쐘 겸 나가서 찾아보고 오겠다조!」


하루카 「그러면 다 같이 가자. 마침 배도 고프고..날씨도 우중충한게 곧 비라도 내릴 것 같으니까.」


타카네 「실로 듣기 좋은 말이로군요!」(추릅)


마코토 「..정말 배고팠구나 타카네. 그렇다고 침은 흘리지 말고..」



...


하루카 「..안개가 갑자기 끼네. 비가 내릴 줄 알았더니..」


히비키 「..우갸악! 잘 안보여서 답답하다죠! ..응? 저기! 저기 아치길 건너편에 치하야다조.」


하루카 「어 정말 그렇네? 그나저나..뭐하는거지?」


마코토 「어이 치하야! 거기서 뭐해? 이제 밥먹으로 가자고!」


치하야 「!@$@#@」


히비키 「..뭐라 하는지 잘 안들린다조..」



하루카 (히비키가 치하야를 향해 건너가려는 때에, 저는 아치길 한 가운데에 한 여자가 난간에 붙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여자는 평범한 여행객 같았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난간에 몸을 쿵, 쿵ㅡ밀어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저는 히비키를 말리고 싶었지마는,


그 아이는, 이미 저 멀리 멀리 걸어서 아치길 한 가운데까지 가버린 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반드시 말렸어야 했습니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요?)


히비키 「..어이 치하야! 빨리 오라니까?」


치하야 「..오지마, 위험해!!」


하루카 (라고, 아마 말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히비키는 그녀의 말을 너무 늦게 알아들었어요.

그 순간에는 이미 그 여자가 히비키에게 달려든 후였습니다.)


히비키 「우갸악!! 아파, 아프다조!! 아악!!」


마코토 (패닉) 「저, 저 사람이 히비키를ㅡ」


타카네 「빨리! 어서 저 여자부터 떼네야ㅡ」


히비키 「아파!! 그만!!」(버럭)


ㅡ콰직


히비키의 거친 손짓에, 여자는 마치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나가 떨어졌습니다.

돌계에 부딛힌 여자는, 그대로 몸을 파르르르 떨다 가만히..

그때 잠깐 저는 보았습니다. 긴 원피스 아래 감추어진 그 여자의 다리에는 마치 혈의 꽃처럼 활짝 만개해서 벌려진 상처들과ㅡ

그 피 맺힌 살덩어리 속에 보이는, 이상한 벌레 같은 것들.


히비키 「..자, 자신은..저, 저 여자가 먼저 자신을 물었어! 자신은ㅡ」(패닉)


타카네 「..아직 숨은 다행스럽게도..어, 어서! 어서 앰뷰-런쓰를!!」



2.

마코토 「휴우..진짜 아무도 없네? 무인 멘션이라는거 처음 이용해보는데 신기하네.」


치하야 「뭐 더러운 파파라치라던가, 그런건 피할 수 있어서 좋네. 모든 서비스가 셀프라는건 불편해도..

뭐, 이런 여행이면 확실히 귀찮은 사람들은 없는게 좋긴 하지. 이런 외진 곳도 의외로 괜찮은걸?

그나저나 히비키, 뭐 문제있어?」


히비키 「..아니, 괜찮다죠.」(벅벅)


마코토 「그런데 왜 자꾸 긁는거야? 혹시 상처가 가려운거나 그런거ㅡ」


히비키 「아, 아냐!」(버럭)


히비키 「미안..그냥 좀 피곤해서..우리 빨리 자자 헤헤..」(어색)


하루카 (히비키..역시 그 일 때문에 많이 피곤한건가?)


타카네 「그렇다면..저희도 피곤하니, 역시 이제 자는게 낫겠지요.」


돌이켜보면, 분명히 이상했던 조짐들이 있었습니다.

바다에서부터 안개가 유달리 짙게 몰려왔고, 와이파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것들이 이상하게 자꾸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히비키는 그 여자가 할퀴었던 뺨과 팔뚝을, 연신 긁거나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그 순간 보았던 것입니다.

히비키의 구릿빛 뺨 아래로 꾸불거리는 무엇인가를ㅡ

하지만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뇨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제 눈을 의심하였지마는, 돌이켜보면 그때 히비키를 억지로라도 끌고 갔어야 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밤 목이 말라서 일어난 순간, 모든 비극의 막이 올랐습니다.


목이 말라서 일어나 냉장고를 뒤진 저는 다시 이부자리로 향하는 와중에 화장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서는 소리가 나고 있었어요. 히비키의 목소리였습니다.

불이 꺼져 있었으므로, 저는 처음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문지방을 넘어 살짝 발을 디디자, 타일 위로 무언가 물컹한게 밟혔습니다.


하루카 「..히비키?」






히비키 「...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



하루카 「히, 히비키?」


불이 켜지지 않았어요. 저는 무방비한 마음으로 핸드폰 후레시를 켰습니다만ㅡ

곧, 충격과 공포 속에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루카 「꺄아아악!!!」


히비키 「가려워가려워가려워..하루카, 자신..가려워..가렵다조!!」(벅벅)


피부가 온통 벗겨진 그녀의 팔뚝 피부..그 위를 수많은 따개비들이 뒤덮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굴에는 수많은 긁고 베인 상처들과 따개비들이 가득해서 피범벅이ㅡ

히비키짱의 두 팔에 달라붙은, 크고 작은 수많은 따개비들은 부풀었다 내쉬었다를 반복하며 무수히 많은 촉각들을 낼름거리면서

히비키의 가죽 한 점 없는, 피가 뚝뚝 떨어져내리는 팔뚝 위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3.

히비키 「거기..하루카야?」


하루카 「히, 히비키짱..」(기겁)


히비키 「가려워..가려워!! 얼굴도..팔도..눈도!!」


저는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요,

히비키는 눈이 가렵다면서 눈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고ㅡ따개비에 뒤덮힌 그녀의 손들에 의해 왼눈이 터지며 무언가 썩은 누런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는ㅡ

참을 수 없는 혐오와 공포에 멀쩡한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 손에서 뒤덮힌 따개비들의 구멍들에서 꿈틀거리는, 그 수많은 촉각들!

마치 나방의 더듬이와 같은 따개비들의 촉각들은 마치 비를 맞이한 개구리들마냥, 

활짝 열린 구멍 속에서 연신 날름거리며 그녀의 터져버린 눈구멍으로 흐르는 피를 받아 마시고 있었습니다.

고름 섞인 피가 튀겨서, 제 팔에도 닿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문을 닫았습니다. 히비키짱이 문고리를 잡고 마구 돌렸습니다.

피 속에 질척이는 소리와, 딱딱한 따개비들이 문고리의 금속을 긁으며 이상한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히비키 「가려워!! 가려워!! 안보여! 안보여!! 누, 누가 불좀 켜달라조!」


마코토 「..도대체 무슨 일이ㅡ」


하루카 「히, 히비키짱이! 히비키짱이! 그게 막 이상한 것ㅡ얼굴이 뜯어져서 피가ㅡ」(횡설수설)


히비키 「열어!! 열어줘!!!」


마코토 「..하루카? 뭐야 장난이냐? (피식) 이거, 둘이서 짜고 장난치는거야?」


그 순간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어요.

마코토가 화장실 문이 열렸다는 것을 깨닫고 뒤돌아보려는 순간ㅡ


히비키 「가려워!!!」


마코토 「꺄악!!」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겁에 질린 마코토는, 자신을 덮친 히비키를 있는 힘껏 밀었고,

히비키는 그대로 피에 젖은 타일 위로 넘어지며ㅡ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부딛혔고..

부들부들..부들부들..


4.

치하야 「..무슨 소란이야 진짜 야밤중...에..맙소사!!」


타카네 「...히, 히비키? 이 무슨..아아!」(기절)


치하야 「우웨엑!!!」(구토)


마코토 「...이, 일단 119에...시, 신고부터..」


하루카 「..주ㅡ죽었어..히비키짱이 죽었어..」(충격)


마코토 「하, 하루카..신고..신고해」


하루카 「...죽었어..진짜 죽은거야..」(중얼중얼)


마코토 「..시, 신고하라고 시X!!」(버럭)


ㅡ띵


하루카 「...뭐, 뭐지? 불이 왜 꺼진거야? 왜?!」(패닉)


ㅡ띠잉..


마코토 「..정전인가?..불이 안 켜져. 왜 비상등만 나오는..

아, 아무튼! 아무나 119..아 진짜!! 나라도ㅡ」


ㅡ뚜 뚜 뚜


마코토 「..뭐야! 핸드폰이 안 먹혀! 이런X 진짜!!

다른 사람? 핸드폰 되는 사람 없어?」


치하야 「..모두들 안 될거야..인터넷에 올라온 뉴스 속보인데..읽어봐」


마코토 「뭔데?」


마코토 「..오키나와 구니가미 군 격리 조치..미지의 전염병 확산..

정체불명의 안개..원인 불명 사건 사고 급증..오키나와 북부 대규모 혼란 상태..국가비상사태선포..외출 위험..이, 이게 뭐야!!」(기겁)


치하야 「..잘은 모르겠지만, 방금 정전..분명 이것과 관련이 있을거야.

..확실한건, 여기선 통신 불가라는 거야. 내 폰도 신호가 끊겨버렸어. 게다가..여기, 외딴 무인 멘션이잖아.

누가 찾아오기 전까진..어쩌면 여기 계속 있게 될지도.」


마코토 「마, 말도 안돼! 나, 난..난 나갈꺼야!!」


ㅡ벌컥


마코토 「뭐, 뭐야..이 안개는? 으악! 문, 문 안으로 새어들어온다!」


치하야 「..안가는게 좋을 것 같아. 분명히, 저 안개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게 분명해!」


마코토 「..(꿀꺽) 그럴리가..」


문 바깥은, 짙은 안개 뿐이였습니다. 끝없는 짙은 안개 뿐..

그 순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선풍기 소리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다 나간 와중에 선풍기라뇨?

곧 그것이 날개짓 소리라는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순간 훅하고 불어오는, 역한 썩은내와 함께 무엇인가 열린 문 틈새로 빠르게 들어왔습니다.


하루카 「...꺅!!」 


치하야 「저, 저거 뭐야?! 뭔데 저렇게ㅡ」


마코토 「잡아! 잡아!!」


...

마코토 「..이게 뭐야?..버, 벌레야? 이렇게 큰 벌래가 있다고?」


치하야 「..이런건..이렇게 큰게 어디 있어? 게다가 이건..갑각류도 아니야.

이건..이런건..해파리 같은건가? ..모르겠어. 최소한 이런 커다란 날짐승이 있다는건 들어본 적 없어.」


하루카 「..날개소리..더, 더 날아오고 있어! 비상등, 비상등 때문이야!」


치하야 「문 닫아 문!」


ㅡ쾅!


5.

마코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치하야「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어.」


치하야 「...'저' 시체..버려야 될 것 같아 바깥으로. 그 여자한테 긁힌 이후로 저렇게 됬다면..전염되는 걸지도.」


하루카 「치, 치하야짱! 그건 너무ㅡ」


마코토 「..아냐, 냉정하게 생각하자고! 확실히 일리 있잖아?

베란다 난간 있으니까, 그 쪽으로 던져버리자!」


치하야 「좋은 생각이야.」


하루카 「...그건..하지만..히비키짱인데..」(주저)


마코토 「..냉정하게 생각하자 우리. 목숨이 달린 문제잖아?」


그렇게 저희들은, 숙소에 마련된 대형 쓰레기 봉지에 히비키짱을 넣고..

그것을 그대로 베란다 난간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순간 타카네가 깨어났습니다.


하루카 「타카네, 이제 괜찮은ㅡ」


타카네 「히, 히비키? 히비키!!」


치하야 「뭐하는거야 타카네씨! 이미 죽었ㅡ꺅!」


타카네 「비켜! 비켜요! 지금 당신들 무엇하려는ㅡ」


ㅡ쿵!


겨우 1.5층짜리 복층이였지만,

그 소리는 제법 묵직해서, 저도 모르게 피에 덮힌 히비키가 바닥에 떨어진게 상상이 되어버려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타카네 「히비키!!」


타카네 「히비키, 분명히 살아있었습니다! 방금 살려달라고 작게 말했어요!」


치하야 「..착각이야. 히비키는, 분명히 죽었다고. 게다가 정상이 아니잖아..어쩌면 감염될수도」


타카네 「..히비키에게는 저희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울먹)


마코토, 하루카 「...」(외면)


치하야 「..냉정하게 판단하자 타카네.」(단호)


타카네 「...당신들은! 다 미쳤어!!」(분노)


타카네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저희는 무언가 무시무시한 소리ㅡ

바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무엇인가 으르렁거리는, 그런 야수의 소리 같은 것이 끝없이 펼쳐진 안개의 바다에서부터 들려왔습니다.

저희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아까 같은..아니 더 끔찍한 괴물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었으므로.


ㅡ쾅쾅!!


하루카 「누, 누구야?!」(기겁)


치하야 「...타카네야. 히비키를 업고 있어.」


마코토 「열어주지 마!」


타카네 「제발, 열어줘요 제발!! 바깥에, 바깥에서 무언가가ㅡ」


ㅡ쾅쾅!!


하루카 「그, 그래도 열어줘야!」


치하야 「바로 근처에 있어! 절대 열면 안ㅡ」


타카네 「당신들! 정말 끝까지..」(울컥)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지자, 타카네는 결국 히비키를 등에 업은 채로 안개 속 어디론가로 도망쳤습니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안개 속에서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이 잠깐 들렸던 것 같습니다. 타카네의 목소리와 비슷한..


6.

하루카 「..바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치하야 「..국가 비상사태야 하루카. 분명히 단기간에 끝나진 않을꺼야.」


마코토 「너무 몰입하는거 아냐 치하야? 설마 그렇게까지..윽 간지러워.」(벅벅)


치하야 「영화 못 봤어 마코토? 분명히 북조센에서 핵미사일을 날린게 분명해.

아니면 오키나와인들이 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핵을 폭발시켰을지도.. 그래서 이상한 돌연변이들도 생겨난 거고..」(눈치)


하루카 「..하지만 폭발 같은건 없었는데..」


치하야 「아무튼!」(짜증)


마코토 「..걱정되네..본토는 안 그렇겠지? 제길, 오키나와 따위 오는게 아니였어!

..다, 다 히비키 잘못이였다구! 아 짜증나네 진짜.」(벅벅)


치하야 「...」(힐끔)


치하야 「..우리 일단 자자. 다들 피곤할테니까..마지막으로 창문이랑 문 잠근 것만 확인하고 자는게 좋겠어.

대신, 1명씩 불침번을 서자. 일단 내가 설께. 나 하루카 마코토 순으로..내가 좀 더 길게 할게. 일단 그렇게 가자.」


마코토 「응? 아..으, 응! 그러면..피곤하긴 하네.」


하루카 「응..그러면 치하야짱, 일단 수고해줘..」


....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으응...사, 살려..살려!! 읍읍!!」


치하야 「쉬잇! 조용히 해!」


치하야 「조용히 일어나 봐. 할 말이 있어서 그래..」


하루카 「우웅..벌써 교대 시간이야?」


치하야 「그게 아냐!..」


치하야 「..마코토..아까 히비키에게 감염된 것 같아!」


하루카 「응?」


치하야 「아까 히비키가 우릴 '공격'했을 때, 그때 긁힌 모양이야.

감염되었으니 어떻게든..해결해야 될 것 같아.」


치하야의 말에서, 저는 뭔가 미슥거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히비키짱은..그 때의 히비키짱은 그저..


하루카 「하지만..이, 일단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치하야 「..너무 늦어! 히비키처럼 되어버리면 심각하게 위험해진다고. 마코토에겐 좀 미안할지도 모르지만..이게 마코토를 위해서도 맞는 길이야.」


하루카 「..어떻게 하게?」


치하야 「..자는 동안 묶어버리는거야. 너도 알지? 마코토, 한번 자면 잘 안 일어나잖아. 그대로 묶어버리자.」


하루카 「..꼭 그래야 할까?」(불안)


치하야 「..당연히! 내가 뒤에서 프라이팬으로 엄호할 테니까ㅡ자 여기, 부엌에서 찾은 노끈이야. 하루카가 묶어줘.」


하루카 「으, 응? 왜 왜 나야?」


치하야 「왜냐니? 당연히 하루카지! 왜냐면..왜냐면..하, 하루카는 끈을 잘 묶잖아! 매일 리본도 묶으니까..」


하루카 「끄응..알았어. 일단..」


저희는 천천히 마코토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마코토짱은 푹 자고 있었어요. 

자는 마코토짱이 간간히, 팔을 긁는게 보였습니다. 그녀의 팔은 이미 긁힌 상처가 가득했죠.

그제서야 저는 치하야짱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 이게 최선이야..

하지만 저는 마음 속으로, 그게 그저 핑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끈을 들고 마코토짱에게 다가갔습니다. 치하야는 프라이팬을 들고 서 있었고요.

그런데 끈을 묶으려고 몸을 숙이려는 순간이였습니다.


...



마코토 「뭐 하는거야 하루카?」




7.

치하야 「..좋게 말로 하자 마코토. 별로 그러려던게 아니라ㅡ」


마코토 「..설마 나도 히비키랑 똑같이 될거라 생각하는거야 지금? 응?」


치하야 「만에 하나라도ㅡ」


마코토 「하..역시 이럴 줄 알았어. 아까부터 알아차리고 있었다고!

천하의 치하야가 먼저 나서서 오래 불침번? 설마설마했는데 역시..」


치하야 「..큿! 마코토,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네..그래서 어쩔껀데? 응?

아무리 너라도, 두명 감당하겠어?」


마코토 「물론 힘들겠지.」(스윽)


마코토 「칼이 없었다면.」


하루카 「꺄악!!」


마코토는 베개맡에 식칼을 숨겨놓고 있있습니다. 칼을 본 순간, 저는 몸을 뒤로 날려서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그 와중에 부엌 식칼 꽂이에서 사라진 식칼을 보며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당황해하는 치하야짱의 표정이보였습니다.

치하야짱의 먼저 프라이팬을 휘둘렀습니다. 마코토는 몸을 일으켜 칼을 저에게 찌르려고 했지만,

치하야짱이 휘두른 프라이팬에 부딛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다무진 손에 쥔 식칼은 뜻대로 날아가지 않았고 다만 마코토를 잠깐 주춤거리게 만들었을 뿐이였습니다.


치하야 「옆방! 옆 방으로 도망치자!」


치하야짱은 제 손을 잡고 그대로 옆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문을 닫기 직전, 식칼이 미쳐 닫히지 않은 틈새로 들어와 치하야의 손목을 베었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치하야짱은 문 틈으로 프라이팬을 쑤셔넣었고,

마코토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 저는 문을 닫고 잠가버렸습니다.

모든게 미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마코토 「피..피!! 코..코가 부, 부러진 것 같아! 진짜 이럴꺼야 아아아악!!!!」(비명)


치하야 「시끄러워. 밖에 위험한 것들이 들을지도 모르는데 소리는 지르지 말자고 마코토.

애초에 니가 자초한 거잖아?..큿..」


하루카 「치, 치하야짱 손목..」


치하야 「뭐해 빨리 리본으로라도 묶어달란 말야!」(짜증)



8.

하루카 「..저기 괜찮아 치하야짱?」


치하야 「..괜찮을리가 없잖아! (짜증) 아파..이거 흉터 남는건 아냐?」


ㅡ쾅쾅!


마코토 「..저기..내가 너무 흥분했어 다들. 

나 진짜 멀쩡하니까, 응? 우리 화해하자..」


치하야 「속지 마. 마코토는 분명히 감염됐어! 문 열어주면 절대로 안 돼!」


하루카 「..으, 응..」


마코토 「..좀 열어달라고 제발!!」(쾅쾅)


치하야 「..대답도 하지 마. 제풀에 지쳐서 나가 떨어지면 좋겠다. 빨리 죽어버리던가.」


저는 그냥 꿈을 꾸는 느낌이였습니다. 사실 꿈은 아니였을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로 즐겁게 웃고 놀던 사이가 이렇게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 원수처럼 변해버릴 수 있을까요?


치하야 「..나 잠 좀 잘께. 너무 피곤해..」


응급 처치는 대충 해놨지만, 치하야는 제가 보기에도 제법 많은 피를 흘린 상태였습니다.

상처는 깊게 찢어져서, 당장이라도 꿰메야 될 것 같았지만

그것을 대충 리본과 티셔츠를 찢어 급조한 천 따위로 급하게 덮어 막았으므로ㅡ

피는 한동안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치하야는 쓰러지듯이 잠들었습니다. 저는 치하야짱이 안 좋게 될까봐, 순간 겁이 났습니다. 

'겁이' 났어요.


밤은 길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새벽 2시 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마코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코토 「..저기 하루카..진짜 내가 잘못했어..우리 친구잖아. 제발 한 번만..말이라도 해 줘.」


마코토 「..나, 몸이 안 좋아..아까 치하야한테 프라이팬으로 맞아서 그런가봐..속이 않 좋아..

제발..이대로 무시하지 말아줘.」(울먹)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루카 「..마코토, 진짜로..진짜로 이상한 짓 안할꺼지?」


마코토 「하, 하루카? 진짜 거기 있는거지?」


마코토 「다, 당연하다구! 절대로 가만히 있을 테니까..난 히비키가 아냐. 완벽히 멀쩡하다니까?」


저는 그만 문을 열어주고 말았습니다.

비상등 빛에 가려져서, 마코토의 정면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그녀는 한쪽 팔을 계속 긁고 있었고ㅡ몸은 이상하게..마치 살짝 더 부푼 것 같았습니다.


하루카 「..마코토?」


잘 안 보여서, 저는 핸드폰 후레시를 켰습니다. 그리고ㅡ


마코토 「나, 완전히 멀쩡하지?」


그녀의 온 몸을 뒤덮은, 수많은 따개비 같은 것들ㅡ

피부 바로 밑에서 꾸물거리는 그 검붉은 것들이 빛에 반응하듯, 후레시를 비추자 피부를 찢고 촉수를 바깥으로 날름거리고

찢겨진 마코토의 피부에서 튄 피가 발치 아래까지 떨어진 그 순간에서야 저는 간신히 비명을 지를 수 있었습니다.


하루카 「ㅡ꺄아악!!!」


마코토 「난 멀쩡하다고!!」


치하야 「비켜 하루카!」


ㅡ퍽


마코토 「아, 아파!! 내, 내 코가! 이래서는 공주님이 될 수 없다고!! 우아아악!!」


치하야 「닥쳐 이 괴물아! 저리 꺼지라고!!」


마코토 「괴, 괴물?」


치하야 「거울이나 봐! 넌..넌 이미 돌이킬 수 없어 마코토.」


그 순간, 마코토가 바로 옆 화장실의 거울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아아, 그 순간에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마코토 「..이, 이게 나야?」(당황)


마코토 「..나 아냐..나 아니라고!!! 우아아악!! 나, 나 집에 갈래 집에 갈꺼라고!!」


마코토는,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숙소 대문을 열어버렸습니다.

마치 댐의 수문이 열리는 것처럼, 안개가 숙소 안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미쳐서 비명을 지르는 마코토는 그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만

곧..그녀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피에 절은 채로, 그녀는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마치 거머리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저희는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닫으며, 저는 촉수에 휘감긴 마코토가 그 미끈거리고, 억센 검은 촉수들에 완전히 휘감겨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서 삼켜지기 직전 무언가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ㅡ살려줘, 였던 것 같습니다.


치하야 「문 아래! 문 밑 틈으로 들어오려고ㅡ빨리 밟아서 터트려 빨리!!」(다급)


하루카 「...다, 사라졌어..우리가 밟아서 그런거야?」


치하야 「..아냐. (공포) 들어 봐. 무언가..무언가 큰게 들어왔ㅡ꺅!」


순간, 문에 기대고 있었던 치하야가 크게 뒤로 나가 떨어졌습니다.

나무 문은 한순간에 크게 부셔지며 한쪽에 큰 구멍이 나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구멍 너머로 저는 보았습니다. 마치 파충류 같은 파란 눈이 여러개 달린, 거대한 무엇인가가 저희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치하야 「..도, 도망치자!」(기겁)


ㅡ쾅!


하루카 「하지만 베란다를 넘으면 바깥ㅡ」


치하야 「멍청한 년아, 이대로 있다간 저 괴물한테 먹혀버린다고!!」(버럭)


그렇게 저와 치하야는, 베란다를 넘어 안개 덮힌 바깥으로 뛰쳐나갔습니다.



9.

안개 속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자욱한 온천 안을 헤메는 것 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치하야 「..아파. 피가 안 그치네..계속 나오잖아..(울먹) 일단 편의점부터 찾자. 붕대라도 써야겠어.」


하루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치하야 「바보! 어디든 가다 보면 나올거 아냐! (짜증)

이 똥같은 땅이라도 어디든 흔해빠진게 편의점이야 생각 좀 하고 말해!」


하루카 「..미, 미안..」


핸드폰은 이제 전자 시계나 다름없었습니다. 잡히는 신호 같은건 없었어요. 

마치 세상에서 따로 떨어져나와서, 다른 세계에 던져진 것 같은 기묘하고 무시무시한 기분이였습니다.

안개 속을 30분 정도 헤메어, 저희는 편의점을 찾았지만..


치하야 「..큿!」


입구에는, 어떻게든 그 안을 빠져나오려 했던 편의점 직원의 반토막난 시체가 가득ㅡ

손톱이 부러지고, 콘크리트 바닥에 긴 핏자국을 남길 때까지 그 사람이 발버둥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저희는 감히 편의점 안에 발을 디딜 용기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안개 속으로요.


하루카 「..그냥 어디 큰 건물에 가만히 있는게ㅡ」


치하야 「멍청한 소리 제발 그만! 이 상황에 어디가 안전하다고?

..난 어떻게든 살아남을꺼야. 이 쓰레기 같은 곳에서 벗어나서, 다시 도쿄로 돌아갈꺼야. 난..난 어떻게든 살아남을거야! 응!」


그 순간, 무언가 진동이 발 끝에서 느껴졌습니다.

마침 아래 고인 작은 웅덩이로, 물결이 쿵, 쿵ㅡ 박자에 맞추어 파동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결 파동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여기 근처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곧 앞쪽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의 실루엣을 보았습니다.

온 안개 사이로,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만ㅡ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치..구지 비유하자면 공룡. 아미네가 좋아하는 육식 공룡 같았어요.

물론 눈도 귀도 없고, 마치 새우 같은 긴 다리만 10개 가까히 난 그런 파충류 같은게 공룡이라 하기에는 무리였지만.


그것은 우릴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입을 벌리자, 아래턱이 가로로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빼곡한, 마치 갈고리 같은 송곳니들이 역한 점액 속에 번들거렸습니다. 

그것이 우릴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그 속도는 빨라져서, 마치 자동차 같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그것의 이빨과 피부에 덮힌 그..따개비 같은 것들까지도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치하야 「..난..살고 싶어!」


하루카 「악!!」


하루카 「치, 치하야!!」(당황)


치하야 「미, 미안해! 하지만 난ㅡ」


하지만 괴물은, 눈과 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괴물은 저의 바로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는, 잠깐 핏자국을 향해 머리를 내리고 킁킁거리다가,

이내 치하야짱을 향해서ㅡ


치하야 「..어?」


마치 가재 같은 다리가, 그녀의 두 다리를 순식간에ㅡ

그녀가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속에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저는 치하야짱이 공포와 절망 속에 울먹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치하야 「..살려줘.」


저는 반대 방향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엔딩

한참을 달리다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나뭇가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은 바싹 말라버린 사람의 손이였습니다.

하지만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끔찍한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

넘어지면서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 떨어진 모양이였습니다. 확인해보니, 그것은 이어폰 상자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내일 치하야 생일이였구나..그래서 샀었지..

..눈 앞이 흐려졌습니다. 그것은 비단 짙은 안개 때문이 아니라, 다시 차올라버린 눈물 때문이였을 것입니다.


안개 낀 세상은 고요하고 적막했으며 소름끼쳤습니다.

마치 저만 딴 세상에서 헤메는 느낌이였습니다. 간간히 무언가 이상한 소리ㅡ바스락거린다던가, 탁탁거리는 그런..

마치 벌레가 내는 그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다가 쏴아ㅡ쏴아ㅡ 하고,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다로 돌아온 것입니다.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바다로..


바다는 마치 영화 속에서 종말을 맞은 세상의 묘사처럼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힘이 빠진 저는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최소한 파도치는 바닷가는 한치 앞도 채 보기 힘들지언정 고요했습니다.

저는 잠깐 졸았던 것 같습니다. 꿈결에서, 저는 어떤 환영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세계를 지배했던 것들에 대한 꿈이였습니다. 한낱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인간보다 더 위대하고, 거대한 것들..

오래 전 지구를 지배했던 끔찍한 존재들에 대한 꿈.


문득 팔이 간지러워서 팔을 긁었습니다. 그런데 손톱 끝에 무언가 툭툭 걸리는 느낌이 이상해서 팔로 시선을 내렸는데..

..저는 허탈함에 웃었습니다. 제 팔에는..히비키짱과 마코토와 같은 그..따개비 같은 것들이 피부 안을 뚫고 나와 작은 입들을 뻐끔거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헛수고였던 것입니다. 사실..감염되어버린 친구들이 무서워서..살고 싶어서 그렇게 추잡하게 도망쳤는데,

실은 저 또한 감염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파도치는 바닷가 너머, 짙게 낀 안개 사이로 거대한 나팔 소리 같은게 들렸습니다.

아마 배의 경적이라던가ㅡ그런 희망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짙은 안개 너머로, 마치 도쿄의 고층 빌딩만치 거대한 무엇인가의 잿빛 실루엣이 비쳐 보였습니다.


저는 웃었습니다. 그래도, 최후는 그 아이들처럼 끔찍하게 죽지는 않겠구나..하고.



...

타카네 「..괜찮으신지요?」


히비키 「..응! 왼쪽 눈은..못 되돌리겠지만. 그래도 오른쪽이라도 남았으니까..미안해.」


타카네 「..아뇨. 히비키와 함께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타카네는 등과 팔뚝에 입은 작은 구멍같은 흉터들을 어루만지며 그때를 회상했다.

괴물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그저 오키나와 미군 트럭의 엔진 소리였고ㅡ

히비키는 제때 조치받아 비록 영구적인 흉터는 남겠지만..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히비키 「..아이들은 다 괜찮겠지? 우리 어망이랑 오라방이랑..다들 괜찮겠지?」


타카네 「..예.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키나와 바다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안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ㅡ이틀 내로 오키나와 대륙 전체를 뒤덮을 것이였다.

안개에 덮힌 오키나와 상당 부분은 이미 격리조치되었으며, 그 안에는...히비키의 고향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개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었고, 막을 방법은 커녕 원인조차 미지수였다.


알면서도, 타카네는 미소지으며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타카네 「..전부 괜찮을 겁니다.」


ps. 오래간만에 유쾌한 내용으로 돌아왔습니다.

치하야 생일 기념으로 치하야도 넣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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