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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애와도 사랑이 하고 싶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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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0, 2019 19:22에 작성됨.

"어이, 타쿠야. 저 녀석, 어때?"

"......예쁘장하구만."


니시노미야 타쿠야, 14세.

오늘, 친구와 함께 인생 첫 헌팅이라는 걸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 펑키한 복장 하며, 색이 다른 붙임 머리 하며...무엇보다 저 분위기.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줘서, 도리어 경쟁률이 낮다고?"

"그래서 더욱, 까이면 쪽팔릴 것 같은데. 여기, 주위에 사람 많잖아."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건너편 나무 아래의 벤치에 앉아 노래를 듣는 소녀를 목표로 삼아 수근거리는 우리.

확실히 외모도 취향이고, 쿨해 보이는 인상이 제법 시선을 끌게 하지만...여기는 엄연히 번화가다. 게다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간.

이런 때에 헌팅을 한다면 속이 너무 뻔히 보이지 않는가. 까였을 경우 주변에서 분명 비웃을 거다. 노골적이지 않더라도 조용히 웃고 지나가거나, 속으로 비웃고 있겠지.

특히 지나가던 커플이 그러면 수치심에 죽어버릴 것 같다.


"야, 야. 이런 것도 다 경험인 거야. 나도 10번 정도 까여야 겨우 그 다음에 간신히 한 번 성공하는 정도라고. 그래놓고도 돈만 쓰고 번호조차 못 따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친구는 흔히 말하는 경박한 녀석. 예쁜 여자만 보면 껄떡거리는 부류다. 최근 들어 헌팅을 인생의 낙으로 삼았다며 희희낙락하는 녀석은 참 바보 같지만...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웃는 이 녀석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이 녀석에게 끌려 나오긴 했지만, 나도 저렇게...무엇이든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게 없을까.


"너에게 나처럼 하라는 건 무리긴 하지. 그렇지만, 이 나이쯤 되면 슬슬 여자친구 한 명 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아? 두, 세 명이면 더 좋지만."

"그러다가 찔린다?"

"정말 피비린내 나는 치정극이 벌어져도 좋으니까 여자에게 인기 넘치는 남자가 되고 싶어!"


시끄럽기는. 주변에서 쳐다보잖아. 부끄럽게시리.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건데.


"하지만, 가만히 있어선 다가와주는 여자가 없어! 그렇다면 내가 먼저 다가갈 뿐이야!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하는 법. 자, 가라 타쿠야! 너도 가서 한 번 깨지고 와라! 그리고 내 슬픔에 공감해줘!"

"최악의 응원이네. 그럴려고 나를 데려온 거였냐."

"그렇지만, 따라온 걸 보면 너도 흥미가 있기는 한 거잖아. 안 그래?"


히죽히죽,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하는 녀석. 그러니까 까이는 거라고 생각치 않는 거냐.

가끔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란 말이 안 어울리는 미소가. 그야말로 새까만, 아 이건 좀...싶은 미소가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녀석은 그게 딱 맞는다. 가뜩이나 흑막 얼굴 같은 소리나 듣는 주제에. 표정 연습부터 다시 하고 오는 게 좋지 않아?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란 거야! 왜, 얼굴에 칼이라도 댈까? 무서우니까 안 하지만!"

"수술까지 하란 말은 안 했는데? 너무 열폭하지마. 못난 얼굴은 아니니까."

"...잘난 얼굴이라고도 해주지 않는구나."

"첫인상이 말이지......"


안면 근육이 어떻게 되먹은 건지, 음흉한 미소 외에는 제대로 짓지 못하니까.

가뜩이나 실눈인데 그런 미소까지 지으면 누가 봐도 위험한 놈이라고 밖에 생각하게 된다.


"그럼...한 번 갔다오지."

"결국 할 거면서 빼기는!"

"네가 내 친구니까 따라온 것 뿐이야."

"...방금 그 대사, 뭔가 심금을 울린 것 같은 느낌이야!"


눈물샘 약한 녀석이 감성을 느끼는 포인트란......

나는 목표인 여자에게 다가간다. 손에 들고 있는 건...워크맨? 아직도 저런 유물을 쓰는 녀석이 있나.

아아, 갑자기 느낌이 싸해진다. 척 봐도 내 또래 같은데 저걸 쓴다는 건...좀 특별해 보이고 싶은 녀석 아니야?

어쩐지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낸다 싶었는데. 뭐,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저렇게 노골적인 건 좀...


나는 그녀의 앞에서 멈춰섰다. 드리워진 그림자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려 나를 올려다본다.


"뭔가, 용건이라도?"

"혹시 이렇다 할 용무가 없다면 같이 놀지 않겠어? 시간 널널한 사람들끼리 말이야."


그녀는 이어폰을 뺀다. 제대로 대화에 응할 생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지?


"나(僕)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야? 지금 이 시간에, 이 타이밍에,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다른 의도가 느껴지는데."


이 녀석, 보쿠 소녀인가. 어쩐지 느낌 싸하다, 싶더라니.

현대에 들어와서는 뉘앙스가 약해졌지만 보쿠라는 일인칭은 본래 남성들만 쓰던 단어였다. 그래서 여성이 사용할 경우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초등학생 때는 남자 형제의 영향으로 일부 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으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학교에서 높은 확률로 이지메의 대상이 되어 반강제적으로 고쳐진다는 슬픈 이야기가 많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특히 보쿠 소녀의 이미지가 안 좋다고 하는데.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런데도?"

"모르면 지금부터 알아가야겠지. 나는 니시노미야 타쿠야. 너는?"

"...나는 아스카. 니노미야 아스카."


뭔가 있어 보이는 척 하는 투의 자기소개는 대체 뭐야.

정말이지, 골치 아프다. 하필 고르고 고른 게 이런 지뢰였나.

어딜 보아도 허세계 중2병. 머리 아픈 녀석이잖아.


그런 내 생각이 뻔히 비춰보였던 걸까. 그녀가 입을 연다.


"아아, 너는 방금 이렇게 생각했겠지. 『이 녀석은 아파오는 애로구나』하고. 하지만 14살의 사춘기라는 건 다 그런 거야."

"나도 14살의 사춘기이지만 그렇지 않아. 전국의 14살의 사춘기에게 사과해라."


그만둬. 이런이런 하는 말투는 그만둬. 어째서 부끄러움은 당사자가 아닌 보는 사람의 몫인거야?


"너, 나중에 분명 이불킥 할 거야."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흑역사 취급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나. 지금의 나는, 여기에 있어."


어조에 힘이 실린다. 발끈했나.

음, 초면에 너무 실례였을지도 모른다. 사과하려는 때에, 그녀가 먼저 치고 나온다.


"그런 지금의 나는 학교와 집 이외의 장소를 찾고 싶은 거야. 그래서 여기에 홀로 음악을 듣고 있었지. 알 거 같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이라든가. 이 나이때 즈음의 소년소녀들이라면 누구나 다 바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잔소리는 지겹고, 아빠와의 대화는 어색하고,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지.

...나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내 친구가 부럽다. 앞의 두 가지는 비슷하더라도 녀석은 제일 중요한 마지막에서, 진심으로 열중하고 즐길 수 있는 걸 찾아냈으니까.

그 결론이라는 게 하필 헌팅이라는 점에서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녀석이 그걸로 만족한다면, 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건 녀석의 선택이고, 녀석의 책임. 거기까지 관여해선 오지랖이 넓은 걸 넘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선 거다.

친구 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걸.


"소위 말하는 중2라는 거지. 어쩐지 너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걸."

"나를 그쪽으로 끌어들이지 마. 나는 너희 같은 녀석들하고는 다르다고."

"속박할 생각은 없어. 그렇다고 속박될 생각도 없지. 어때, 여기서 너는 어떻게 할 거지? 구애의 방법에 따라서는 헌팅에 응해줄 생각도 있어."

"아니요. 그냥 패스할게요."


더 이야기를 나누면 피곤해질 것 같다. 사과하고 지나가려는 찰나, 옷자락을 붙잡혔다.


"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게 필연인가, 우연인가. 혹은 운명인가. 궁금하지 않아? 우리는 세계에 휘둘리며 춤추는 존재야. 누군가가 그런 걸 원한다면, 우리는 거기 따를 뿐이야. 이것도 그 일단일 뿐. 헌팅 이후,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어. 그렇다면 지금의 이 우연을, 이 찰나를 즐기는 것도 좋을거야?"

"그냥 이 그림으로 흘러가면 네가 나에게 까인 것 같은 꼴이 될 것 같아서 싫다는 거 아니야?"

"너는 조금 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군.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 또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소스라고?"

"내가 비록 활동적인 성향도 아니고,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지만 너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시선을 힐끗 돌린다. 친구가 무언으로 팍팍 밀어붙이라는 사인을 보내온다.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친구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게스트는 이쪽에서 자력으로 구해야 하는 거라고는 해도 여기선 친구의 배려를 받아들이는 게 좋겠지.


"너, 진짜로 괜찮겠어?"

"주위를 봐. 사람들로 넘쳐나지? 특히 연인들이나 가족들에 눈에 자주 밟혀. 그렇게 활기를 띠는 주변에, 정면에서부터 반역하고 싶어져. 거기서 너의 대시는 제법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해."


이 정도로 밀어붙여 오는데 단호히 쳐내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실례겠지. 티가 나지는 않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것도 이런 소녀가 일방적으로 매달려오는 전개라니.

이건 이미 그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제껏 깐 적은 있어도 까인 적은 없겠지. 그도 그럴것이, 그녀, 미소녀인걸.

나에게 이런 건 네가 처음이야, 라는 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전개라고 생각한다만. 역시 판타지는 현실을 넘어서기 어려운가. 사람의 상상력에는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니까.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할게. 시간, 널널해?"

"아아, 사람이 가지는 온기가 거리에서 사라지는 시간까지 말이야."

"밤을 의미하는 거냐? 아니, 그쯤 되면 집에 돌아가라고. 설마 했던 가출 청소년이면 바로 신고할 거니까."

"......가정 내 불화 같은 건 없다고."


살짝 볼을 부풀리는 듯한 표정과 투덜대는 모습.

이게 진짜 본모습인가. 뭐야......꽤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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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쿨해보여도 화낼 때면

란코처럼 되는 아스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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