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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오직 그 미소를 위하여~ (3)

댓글: 6 / 조회: 769 / 추천: 0



본문 - 02-14, 2019 18:17에 작성됨.

미시로 프로덕션. 미시로 상무의 사무실. 사무실 치고는 조금 과하게 넓다 싶은 이 방에서, 미시로 상무는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대책 회의를 연다고 해서 새로운 대책이 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뭔가 일이 터지면 회의부터 열려고 하는 것이 일본인의 종족적 특성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단의 링크를 이용하세요.


"적대 그 자체가 목적인가?"


상무님의 질문에 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사의 혼잣말에도 고개까지 잘 끄덕여주는 루밍 마지텐시.


"이건 명백한 영업 방해 행위입니다."


갑자기 캔슬당한 일거리들, 사적인 영역에서의 공격, 여러 거래처들의 미묘한 분위기, 주간지와 일간지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들의 사적인 비밀들, 국가 통계를 조작한 총무성,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방사능 지하수 유출, 바닥을 드러내는 국민연금, 전망이 불투명한 동경올림픽.... 이 모든 것이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 사업부가 공격당한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해도, 이 지구는 아이돌에게 어떤 곳이 되버리겠나? 그리고 아이돌의 아이돌, 그리고... 아, 인류의 앞날은 어둡다!"


지금이라도 악마들 쪽에 붙으면 최소 스파이더 하이브마인드로 승천이 보장된 상무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초대 둠슬레이어께서 이 세상에 나타나셨을 때 한창 게임 같은 거 좋아했을 나이대의 사람이다. 게다가 본인의 전투력도 미시로의 아이돌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다.


"아니, 어두운 건 우리 회사 앞날인데요. 니들도 만만찮게 어둡긴 하지만."


소속 아이돌 겸 협력업체 사장인 키류 츠카사씨가 소중한 의견을 내주셨다.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되어서 암흑재벌 미시로 프로덕션과 손을 잡았다곤 해도 결국 그녀의 사업체는 별볼일 없는 벤처 중소기업이다. 원래는 진작에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편성이지만 미시로의 은덕에 힘입어 나날이 규모를 불려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단에 갑자기 야반도주 엔딩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된거지. 집에는 빨간딱지 붙어서 차압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야쿠자들이 비디오를 들고 나타나고 갑작스레 상업지 단행본 줄거리가 머리 속을 예지마냥 관통하기 시작하면서 위험해보이는 태그들이 걸리기 시작하는 거다.


"니들은 덩치가 커서 맷집이라도 좋지 난 진짜로 좆됐다고...... 거래처는 반 넘게 날아갔는데 당장 올해 상환해야 할 부채가......"


"급한 돈은 무라카미구미 쪽에 부탁해보도록. 토모에가 싸게 빌려줄 거다."


"안돼!! 전직 사장 아이돌 키류 츠카사가 AV데뷔같은 걸 할 것 같아?!"


"와, 벌써부터 타이틀 하나 뽑았네요. 역시 사장님. 판세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시다니까?"


[전직 사장 아이돌 키류 츠카사가 AV데뷔같은 걸 할 것 같아?!] 1편이 잘 팔리면 후속작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세계는 키류 츠카사의 파산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상무가 개인적으로 통계 조작 문제나 방사능 지하수 유출, 국민연금 고갈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류의 앞날이 어두운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류 자체가 노답인 것을 어찌하랴? 인간 찬가는 옛날옛적에 유행 다 지나갔다.


"미유언니 언제부터 그런 독설가 캐릭터였어? 이제 와서 새 캐릭터 만드는 거야? 사별한 남편이 언니를 보면 뭐라고 할까?"


"뭐래 SSㅣ발. 언니 오늘 낮부터 한 잔 걸쳤다 이년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스피리터스가 90몇도 짜리가 테이블을 찍었다. 미후네 여사님께선 대낮부터 안주도 없이 스피리터스를 병나발로 걸치신 거시다. 착한 상남자는 따라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가오도 없고 목숨도 없고 아름다운 마음씨에서 비롯된 수수께끼의 아이돌 파워도 없습니다.


"미후네, 잔이 아니라 병이다."


"괜찬아요호호호 상무님~ 오늘은 겨기까지만 마실께욤~"


"전무다."


"한잔 더 해도 된다거여?! 캄사함다!! 아이고 우리 집 쫄보새끼랑은 그릇이 다르시네~"


갑작스런 일거리 캔슬과 과거의 스캔들이 갑자기 주간지에 나타나서 멘붕해버린 미후네 씨였다. 옛 성은 따로 있는 미후네 씨가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던가 뭐라던가.


"그 새끼는 약속 하나 못 지키는 나약한 새끼였다니까요~ 아하하~ 약속했으면서 배신때린 시발놈 클라스 보소. 왜, 왜 나만 두고 간 거야..... 왜...."


토오이카나타에 타비-닷따 와타시오 히토니 오키자리니시떼~

소바니 이루또 야쿠소쿠-오시따 아나-따와- 우소츠키다네~


"언니, 오늘따라 주사가 심하네."


"그 기분, 와카루와."


"....카와시마, 그녀를 부탁하겠네."


카와시마 미즈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후네 미유를 데리고 나갔다. 애수 담긴 시퍼런 기운이 잊혀지지 않을 추억마냥 떠나간 자리에 남았다.


"그런데 미즈키 언니는 언제 부른 거야?"


미후네 미유가 지닌 과거의 편린을 엿본 츠카사가 말했다. 그녀는 스피리터스 퍼마시고 뻗어버린 인간의 주사 따위에 신경을 써 줄 정도로 상냥하고 맘씨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역시 쿨 속성이다.


"안불렀다. 멋대로 나타난 거다."


하지만 쿨 속성이라고 해서 언제나 쿨하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쿨 속성은 쿨하고 멋지다기보다는 시퍼런 거다. 서로 다른 거니까 헷갈리면 안된다.


"엥?"


"평소에도 멋대로 나타나서 회의에 참석하기도 한다."


"엨. 뭐야그거. 괜찮은 거야? 머리 속까지 시퍼런 거야?"


키류 츠카사. 쿨 타입이지만 아직 아이올라이트의 위대함을 접하지 못했다. 작은 사업체의 사장으로서 쌓아온 이성과 상식, 판단력이 푸른 광기로부터 그녀의 정신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쿨의 숙명을 타고난 이상, 언젠가는 아이올라이트의 위대함을 접하고 운명을 깨닫게 될 것이다. 푸른 면의 힘은 강력하지.


".....자네 같은 훌륭한 인재가, 저 푸르른 자들의 일원이 될 운명이라는 게 참 가슴아프군."


"미시로 상무, 방금 하신 발언의 의도" "실언일세. 아무튼, 일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야. 일거리는 끊기고, 근거 없는 허풍이 진실마냥 돌아다니지."


"에, 허풍이 아니라 팩트" "허풍이다."


키류 츠카사의 의문을 단번에 묵살시켜버리는 미시로 상무. 너무 뭐라 하지 마라.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소문이 사실이라는 건 감춰둬야 하지 않겠는가. 푸른 기운을 다루는 아이돌이라던지, 끊임없이 들려오는 폭력적인 소문이라던지, 미시로 프로덕션의 어둠을 취재하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기자들이라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우리 아이돌들은 아이올라이트의 힘 같은 건 쓸 수 없으며 그 외의 이능력도 쓸 수 없다. 아이돌 일 외의 여러 분야에서 특출난 아이돌들은 있지만 마법을 잘 쓰는 아이돌은 없다. 미리아는 어둠에서 춤추듯 내려오지 않았으며 미오붐은 오지 않았다. 알겠나?"


"치에리가 천국에서 파견나온 천사라는 이야기는?"


"그럴 리가 없다. 오가타 치에리는 그저 소심한 거병이다. 인터넷에서도 소심할 거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만큼은 키류 츠카사도 동의했다. 8데 신데걸 혼다 미오에게 한표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 우리 대책회의 하러 온 거 맞지?"


"형식상으론, 말이지."


"형식상이라니, 무슨 소리야? 난 지금 당장 도산하게 생겼다고!"


츠카사의 불평이 끝나자마자, 미시로 상무가 의자 밑에서 큼지막한 서류가방을 한 손으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쿵, 그리고 콰직,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가방이 꽃힌 자리를 중심으로 테이블 유리에 부숴진 듯 한 금이 가 버렸다.

미시로 상무가 가방을 열었다. 번쩍거리는 골드바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에?"


"24, 순금이다."


두툼한 스마트폰 같은 골드바를 하나 들어올리고서 상무가 말했다.


"다 가져가기엔 좀 무거울 테니까 필요한 만큼만 챙겨가도록."


"저기,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전략적 제휴를 철회했으면 합니다만."


키류 츠카사는 이능력자들이나 미친년들 상대로도 충분히 손 잡고서 사업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출처 불명의 돈을 지니고 있는 상대와는 절대로 손을 잡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사람이기도 했다. 세상에나 돈 문제로 이렇게 이상적인 중소기업 경영자가 있다니.


"놓칠 것 같으냐! 여기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 지 알기나 해?!"


"미친 살려줘!!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이젠 사골도 안 우러나올 드립을 치며 그녀는 도망쳤다. 하지만 고담 시의 정신병자들이 결국 아캄 수용소로 돌아오게 되어 있듯, 아이돌인 그녀 또한 결국 미시로 프로덕션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미시로 프로덕션은 고담 시 아캄 수용소에서 자선공연을 할 예정이다. 웨인 인더스트리가 후원합니다. 예약문의는 아캄 수용소 혹은 펭귄에게.



--



"그래서, 그 대책회의라는 건 결국 왜 한 걸까요? 아무리 그런 게 우리 일본인 종특이라고 해도 벌써 대응 메뉴얼이 다 나와 있는데."


"알 게 뭡니까. 상무님 생각 따위. 그런 것 보다 이 아저씨한테서 정보나 캐냅시다."


분량 늘리기라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유감을 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캐내고 나선?"


"죽인다."


"히이이익!!"


여러분은 지금 히익거리는 대머리 중년 돼지 남성 앞에서 이야기하는 아이돌들을 감상하시고 계십니다. 아이돌들은 됐고, 대머리 중년 돼지 남성의 알몸이나 감상하세요. 한창 벌어먹을 나이여서 야근에 절어 살다 보니 냄새가 지독합니다. 얇은 책이었다면 한창 아이돌들 상대로 정력을 과시하고 있을 인물일 테지만 여긴 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이다.


"살, 살려주세요!!"


"아니, 그 살려드리기도 뭣한 게, 지금까지 다 죽여가면서 여기까지 도달한 거라서 말입니다. 그 뭐냐, 사람 하나를 죽일 때도 공정해야 한다는 게 저희들 원칙이라...."


여기서 다크하고 시리어스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당신, 생각을 조금 고치는 게 좋을 거다. 인간의 목숨이 그리 무거울 리가 없잖아? 사람 같은 건 어디선가 멋대로 태어나서 멋대로 죽어가는 거라고. 동물이랑 다를 바 없지. 큭큭큭.....


"저, 절 살려주시면 제 전 재산을 다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충격의 전재산 기부선언. 이 아저씨, 생긴 것 만큼이나 악착같이 돈을 벌어모았던 모양이다. 와이프랑 이혼하느라 꽤나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쌓인 돈은 아직 많다! 이 돈을 바친다면 누구든지 날 살려줄 것이다! 애초에 전 재산을 줄 생각은 없지만 저년들과 저년들의 부모자식들이 평생을 일해서 번 것을 다 합쳐도 벌지 못할 돈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자는 없다!

라고 모 잡지사 이사는 생각했다. 추잡하긴 하지만 뭐 일반적으로는 정답이다. 사람이 돈 가지고 못할 일은 거의 없다.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이면 돈이 부족했을 뿐이다.


"아, 그건 별로 필요없어요. 그것보단 주머니에 있는 초박피 콘돔이나 주고 죽으세요."


"죽인 다음에 회수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처리하는 걸 권장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상대는 미시로 프로덕션 굴지의 미친년이자 사랑꾼인 사쿠마 마유 되시겠습니다. 일곱빛깔 사랑보단 심홍색 사랑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사쿠마 마유다. 세상을 메울 만한 억만금보다 모든 사람을 턱만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권력보다 프로듀서라는 마유다. 사랑한다 마유!

그리고 또 한명은 미시로에 들어온 이후로 올곧은 군인정신이 점점 뒤틀리게 된 야마토 아키 중사다. 평범한 특수부대원을 미시로 프로덕션에 잠입시킨 자위대 높으신 분들은 나중에 대가를 치루게 될 거다. 언젠간 박정희처럼 불행한 군인이 된 아키를 볼 수 있을지도.


"나, 난 그저 사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그 사장님은 당신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하던데요?" 


"완전히 독단은 아닐 겁니다. 아마 편집장이랑 이 사람이랑 짠 거겠죠."


남자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사장 뒤통수 치는 일에 협조한 편집장이 벌써 당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살아남기 위해 익힌 온갖 지식과 방법들이, 슬슬 갈 때가 되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그 편집장 쪽에는 누가 갔죠?"


"지금쯤 노아 씨가 뒷처리하고 있을 겁니다."


"잡지사 편집장 하나 잡는 일인데 너무 과도한 전력 투입 아닌가요?"


"저도 군인으로서 필요 이상의 코스트를 투입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놀리는 것보단 낫겟죠 뭐."


잡지사 이사 하나 잡자고 마유와 아키를 동시에 데려온 것도 좀 과한 일이긴 하다. 참고로 노아는 미래전략병기 취급이다.


"아무튼 뭐, 이제 죽이죠."


"에? 벌써 죽이는 겁니까? 마유 씨, 목숨이라는 건 좀 더 '유효'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아직 정보랑 자금을 좀 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벌써 죽이는 건 아까운 일입니다."


"그건 군인의 사고방식이지, 마유의 사고는 아니에요. 마유는 지금 싹 다 죽여버리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는 중이니까요."


마유가 빡친 이유는 오직 그 미소를 위하여(1)을 참조해주세요. 그 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미 사람 여럿 해치고 왔다.


"덕분에 저도 죽을 뻔 했죠...."


한숨을 내쉬는 야마토 아키. 하지만 눈 속엔 푸른 기운이 서려있었다.


진심으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승산은 얼마나 되었을까.

겉으로 내보이진 않았지만, 야마토 아키의 마음 깊은 곳에 푸른 호승심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후일 야마토 중사가 회고하길 '이 때 처음으로 아이올라이트를 느꼈다'라던가 뭐라던가. 슬슬 미노프스키 입자 이상의 무엇인가가 될 것 같으니 설정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죠. 팥밥을 지어드릴 테니까."


"초경은 진작에 지났습니다만? 아무튼 뭐, 그냥 누구의 사주인지 빨리 부십시오. 어차피 당신 도와줄 사람은 없어요. 시간벌이라도 할 생각인 것 같지만, 이제껏 아무도 안 오는 걸 보면 슬슬 눈치 좀 채지 그러십니까?"


배경 설명이 늦었지만 여기는 이 양반이 이사로 재적하는 잡지사 안쪽의 개인 사무실이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은 저녁시간도 아니다. 그런데 외부인이 들어왔는데도 경비원이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재 때문에 와야 할 부하 사원들도 안 온다. 몇 시간 전에 노아에게 처리당한 편집장은 올 리가 없다.


"아, 경비원들은 마유가 재워뒀어요."


"빨리 결정하십시오. 발가락 끝부터 토막나면서 죽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이실직고하고서 편하게 죽으시겠습니까?"


"나, 나느으은......"


다가오는 미친년 둘.

힘내라 지지마라 죽지마라 우리의 중년 대머리 비만 남성 부장님. 그대의 노고가 있기에 오늘도 우리의 눈동자는 풍성해진다.



--



"그래서, 배후는 어디지?"


[토고지, 토고지 엔터테이머어어어어!!! 라고 하네요. 아, 죽었다.]


"보고 고맙다, 사쿠마."


대응 메뉴얼이 확립되어 있는 이상 회의 같은 것은 불필요하다. 그렇다면 상무는 대체 어째서 회의를 연 것인가. 것보다 아직도 왜 회의 같은 것을 계속하고 있는 것인가. 자기가 이렇게 잘난 인간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인가? 신데메이션 2기 초반부에서 보인 상무의 인성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인가? 역시 인간은 구제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인가?


"인간무서워인간무서워인간무서워인간무서워....."


"센카와, 고작 이 정도로 쫄지 마라."


"저, 저는 그저 힘없고 나약한 소악마입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여러 평행세계들에서 관측할 수 있는 센카와 치히로는 보통 돈에 심취해버린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냥 프로듀서랑 편하게 꽁냥꽁냥할 거금을 원하는 선한 치히로부터, 채무자들을 노동자로 동원해서 거대한 지하 제국을 건설하려는 치히로까지 한결같이 돈에 심취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곳의 치히로는 진짜배기 악마이며,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뚱아리랑 모가지가 따로 놀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시민에 불과하다. 잘됐네 치히로 필멸자에서 불멸자로 승격했잖아! 하지만 불멸자도 모가지를 으드득 당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라구!


"지옥의 취업난이 심각한 건 인간 당신들 때문이야...."


"사탄의 권세를 지상에서 몰아냈다고 생각했을 땐 모든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는데...."


그리고 1화에서 언급된 치에리가 상무님의 곁에서 나지막히 한탄을 흘렸다. 올해로 춘추가 어찌 되시냐고 물어보면 홍해를 가르는 춉이다. 구름기둥이랑 불기둥과는 입사동기라고 하던가 뭐라던가.


"헤, 헤헤, 치에리엘님같은 고명하신 분까지 오시다니. 이거 저 같은 소악마가 끼어들 만한 자리가 아닌것 같습니다요 헤헤헤. 쇤네는 이만 가볼테니까 찾지말아주세요!"


"그건 곤란하군. 지옥과의 연락책이 자네밖에 없어서 말이야."


"일개 소악마한테는 과분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계속 일하면 승진하실 거에요."


[비보]치히로 승진 확정. 대천사 치에리엘이 보증함.


"그런데 고작 재벌 하나 뭉게자고 이렇게 모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평소처럼 사람 몇 명 묻고 비리 좀 캐내서 터트리면 알아서 숙여줄 텐데. 아니, 애초에 토고지 그룹이 뒤쪽에 있다는 걸 안 게 방금 전이잖아요.

그러면, 왜 절 부른 거죠?"


지금까지 치히로의 추태를 즐거운 듯 구경만 하던 아베 나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치히로는 정신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었고 치에리엘도 침을 삼키며 긴장한 표정을 띄었다.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 하자, 아키하가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경 캐릭터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으레 그렇듯이 그녀의 안경이 빛을 발하며 눈동자를 가린다. 서브컬쳐 계에서 종종 보이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안광이다.


"나는 시공간의 연속성에 막대한 변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 시간측이 좌충우돌 움직이고,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갑자기 모두 끝나버리는 일 까진 항상 있는 일이잖아요. 뭐 대수라고."


아베 나나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시간이 미쳐날뛰는 걸 항상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다니 역시 상위 차원의 존재다운 발상이다.


"거기서 끝나면 부르지도 않았어. 이걸 봐. 방금 노아가 보내준 정보야."


아키하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가락을 긋더니, 갑자기 반투명한 디스플레이 화면이 나타났다.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 같은 과학의 산물이 아님은 명백했다. 미시로 프로덕션이 지닌 마법의 산물이, 노아가 제공한 초과학의 데이터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마왕엔젤의, 토고지 레이카? 그럴리가."


자 여기서 뉴페이스의 엔트리다.

지금까지 자고만 있던 코즈에가 살며시 눈을 열었다. 그렇다. 이번 화의 테마는 1년 3개월에 걸친 코즈믹 호러였던 것이다!














슬슬 이번 화 끝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지난 화로부터 1년하고도 3개월쯤 지났으므로 지난 화의 요약!! 작가는 할복으로 사죄하라!!


마왕엔젤께서 살아계신다! 그리고 아이돌마스터 릴레이션십은 수작이다!! 발행은 카도카와!! 각을 떠주마 카도카와 이 개자식들아!! 그리고 저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라 케무리쿠사를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있읍니다. 탈퇴하기 귀찮아서 매월 400엔인가 500엔인가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그냥둬서 요캇다.

이상 요약 끝. 사이온지 가문은 카도카와 쪽 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암흑재벌코퍼레이션이다.


"우리 토고지 프로덕션의 아이돌 업계 제패를 위하여!!"


"우리를 잊은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거 아니었어?"


"그게 그거지 뭐."


일단 릴레이션십 설정상 토고지 그룹은 미나세 그룹과 거의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는 암흑재벌기가코퍼레이션이다. 그리고 토고지 그룹 소속 아이돌이자 토고지 회장의 손녀인 토고지 레이카는 자기 뒷배경을 활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어딘가의 이오링과는 다르다.


"한 때 우리도 765의 라이벌이었는데......"


"지금은 961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중소기업이 라이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고...."


"저기, 전 그냥 가봐도 될까요?"


사노 미코코로가 어찌되든 좋다는 듯 말했다. 어딘가의 이오링과는 다르게 귀여움이 부족해서 인덕도 없나 보다. 하기사 마왕엔젤에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그녀가 지금 이 사단을 고깝게 보는 건 당연하다. 토고지 레이카 네녀석 어째서 노인회관을 작살낸다고 협박한 거지? 그녀는 그저 노인회관이나 전전하면서 알바한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돌아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인생 적당히 살고 싶다는 게 어디가 나쁜 거냐고!


"노인회관 몇개 더 지어줄테니까 협력해줘!"


"어차피 실버산업 진출 노리고서 도와주겠다는 거잖아요."


"피차 좋다고 하는 건데 그 정도는 좀 넘어가줘라. 마왕엔젤은 다시 세상에 우뚝 설 것이고 노인회관은 늘어나고 우리 아빠 주머니에 돈 좀 더 들어가고. 완벽한 win-win이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도 이 아가씨, 사실은 나름 불쌍한 사연을 지니셨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집 아가씨였다가 연예계의 암흑면을 접하고 나서 내면의 악에 눈떠버린 분이시다.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한 때는 이오링이랑 친구처럼 지냈다고.


"아, 난 성대 따라서 961로 가고싶긴 한데...."


아사히나 린의 성우는 카미이즈미 레온의 성우이기도 하다. 유사품 레안에 주의하세요.


"니 비중 시이카로 대체되었는데 괜찮겠어?"


"쳇.... 어쩔 수 없나...."


소리 높여 복수를 다짐하고 있건만 정작 중요한 단합력 수준은 마왕엔젤 원년멤버가 탈주각을 날카롭게 계산하고 있을 정도로 바닥을 찍고 있다. 올포원 원포올의 가치 아래 우즈키의 미소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친 미시로 프로덕션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다. 어차피 걔들이나 니들이나 하는 짓은 별로 다를 바도 없더만. 피를 덜보냐 마냐 뿐이지.


"알겠지? 이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걸."


"그러니까 전 그냥 노인회관이나 돌면서...."


"그렇게 해선 본가는커녕 분가에도 출연 못 하게 된다고!! 안 그래도 요즘 본가도 위험한데, 이대로 가다간 분가가 모든 걸 점령해버릴 거야....."


아이돌마스터 팬덤에서 절대로 언급하면 안 된다는 금기가 레이카의 입에 담겼다. 민트맛 유키호의 이름으로 옛 세대에 종언이 선고된 이후, 멸망을 앞에 둔 적막감만이 감돈다는 본가의 사정이 입에 올라간 것이다.


"시대의 흐름 따위 인정할까 보냐!! 우린 아케이드 시대부터 살아온 긍지높은 본가의 빌런으로서!! 위아래도 근본도 없는 분가놈들의 목을 꺽어버릴 것이다!!"


"사생아들을 죽여라!!"


"메이크 본가 그레이트 어게인!!"


토고지 레이카의 선언에 두 명 정도가 소리높여 함성을 질렀다. 남은 한 명은 될대로 되라는 듯 저들을 쳐다봤다. 물론 남은 한 명은 사노 미코코로였다. 참 사소한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 사건의 진상을 깨닫고 있는 자였다. 하지만 다음 화나 다다음화 쯤에 키라리가 차원을 바로잡기 위해 참전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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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 3개월 만의 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사실 이번 화의 테마는 코즈믹 호러 서스펜스입니다. 울나르에서 그분이 눈을 뜨신다 이아 이아 아베 코즈에 유사 나나. 우즈키의 미소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이번 화 마무리 지으면 다음 화는 일상편을 연재해야 할지 유니버스 정립편을 올려야 할지 조금 고민중입니다. 정립이 무슨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 있는데 이 소설에는 설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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