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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카오리 허밍(歌織 Humming)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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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1, 2019 20:16에 작성됨.


 프로듀서의 아침은 빠르다.


 언제나처럼 여덟 시 반 출근을 하여 텐쿠바시 토모카의 인사를 받아야 했지만, 오늘, 토모카는 오프다.


 아오바 미사키도, 아키즈키 리츠코도, 당연하게도 오토나시 코토리까지, 아직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은, 오늘 오전에 카오리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로 데뷔로부터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무대가 반향이 컸는지 여기저기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일이 많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프로듀서보다 일찍 오는 아이돌이라니, 그는 피식 웃으며 사무소 문을 열었다.


 아침에 약하다고 하는 사람이 일찍 나오는 이유라면 스케줄이다, 라고 예전에는 생각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카오리를 보고, 프로듀서는 신발을 탁탁 턴 뒤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쿠라모리 씨.”


 “......”


 대답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아침은 약하다. 종종 일찍 와서 평소처럼 행동하니까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눈을 감고 소파에 살며시 기대어 있는 자세가, 분명히 자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프로듀서의 마음 깊은 곳에서 호기심이 용솟음쳤다.


 정말로 아침에 약한 건가? 그렇다면 뺨 정도 찌르는 것으로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비몽사몽간이라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를 것이다.


 담당 아이돌에게 해서는 안 될 부도덕한 호기심이었기에, 이에 반항해보려 문앞에서 잠시 갈등했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길 순 없었다.


 그는 자리에 적당히 가방을 던져놓고 살금살금, 사냥감을 노리는 고양이마냥 카오리의 앞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어 카오리의 얼굴에 눈높이를 맞추었고, 쌕쌕거리며 고른 숨소리를 내는 카오리의 뺨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흠냐ㅡ.”


 “푸흡-!”


 성인 여성이 낼만한 소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얼빠진 소리에 프로듀서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황급히 카오리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다행이 잠에서 깨지 않았다.


 더 이상 뭔가 하는 것은 위험하다. 프로듀서는 천천히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했다.


 “......”


 최근 들어 스케줄이 많아져 바쁘긴 했다. 아침에 약한 것도 있지만, 누적된 피로가 쌓인 것도 있으리라.


 치하야의 말을 들어보면, 작사 때문에 밤을 지샌 적도 몇 번인가 있었다고 한다. 피곤하지 않다면 프로듀서 이상의 초인일 것이다.


 에스프레소에 티라미수.


 예전에 카오리가 카페에서 시켰던 메뉴가 떠올랐다. 사쿠라모리 가의 특성상 아침은 먹었을 것이고, 가까운 곳에서 디저트라도 사다 놓으면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신 카오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쓴 맛에 익숙하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며 티라미수를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은 분명 에스프레소에 익숙하지 않았으리라.


 그냥 프로듀서가 먹는 것을 따라 먹어본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씁쓸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달콤한 카라멜 마끼야또다. 벌새는 달콤한 꿀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카라멜 마끼야또에 티라미수다. 매우 달겠지만, 단 것을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다. 프로듀서는 카오리가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 사무소의 문을 열고 나갔다.


 혹시 모르기 때문에 다시 문을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하아.”


 프로듀서가 나가자마자,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가 뺨을 찌를 때, 그녀는 일어나버렸다.


 아무리 아침에 약해서 비몽사몽 하는 그녀라지만, 일어나자마자 프로듀서의 얼굴이 눈앞에 바로 있으면 잠이 확 달아나는 법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지나 않았을까, 손으로 프로듀서가 찔렀던 뺨을 문지르며 카오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프로듀서가 여전히 사쿠라모리 씨, 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의 경계심도 예전보다는 많이 물러졌고, 가끔씩 리오나 레이카가 들이대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특별해지지는 않았지만, 특별해졌다.


 특별한 사람에게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카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프로듀서가 자신의 자는 얼굴을 보았겠지만, 그 모습을 잊어버릴만큼 아름답게 꾸민 뒤에 맞이하고 싶다.


 평소라면 토모카의 일이겠지만, 운 좋게도 오늘은 카오리의 일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무소의 문이 열렸고, 프로듀서가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일어나 있는 카오리를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이다.


 이 얼빠진 표정이 얼마나 귀여운가, 카오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기 위해 프로듀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의 눈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지근거리에 있는 카오리의 시선을 회피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카오리는 소악마처럼 짓궂게 웃으며 프로듀서와 계속 시선을 맞추었다.


 그 끈기에, 프로듀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카오리 씨.”


 그 말을 듣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실례할게요, 프로듀서 씨ㅡ♪”


 “자, 자자자, 잠깐만요 사쿠라모리 씨?!”


 “카오리, 라니까요. 후후후.”


 프로듀서는 양손에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카오리는 양손을 프로듀서의 목에 두르고, 그녀의 몸을 밀착시켰다. 예상치 못한 카오리의 공격에 프로듀서는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양손에 들린 것들이 그를 방해했다.


 그 상태로, 카오리는 프로듀서의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녀 나름대로의 애정 표시다. 몇 시간 정도는 남아있는 마킹 같은 것이다. 조금 정도는 내 거, 라는 뜻이다.


 “안녕하세...어머?!”


 마침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오던 아오바 미사키가 이 광경을 목격했고, 뒤따라 들어오던 아키즈키 리츠코 역시 목격했다.


 “프로듀서? 이번에는 무슨 변명을 하실 생각이신지, 들어나 볼까요?”


 “잠깐만.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아키즈키님.”


 “그걸 믿겠냐! 담당 아이돌한테 손대지 말라고오오!”


 “내가 댄 게 아니라고요!”


 두 명 사이의 오고 가는 소리가 커지자, 카오리는 프로듀서에게서 살짝 빠져 나왔다. 억울한 표정으로 그는 카오리를 보았지만, 결백을 증명해 줄 생각은 없다.


 결백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기 때문이다. 카오리는 프로듀서를 향해 리츠코 몰래 메롱, 혀를 빼꼼 내민 뒤 후다닥 사무소를 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침 바람이 기분 좋게 시원하다. 옥상 위에 펼쳐진 하늘은 바다와 같이 푸르렀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카오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깃들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 자신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허밍이다.


 아래에서 분노에 가득 찬 리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심히 항변 중인 프로듀서의 목소리도 들렸다.


 평온하지만은 않은 일상이다. 그러나 소중한 일상이다.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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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시호P가 쓰는 카오리 씨 팬픽.


설 연휴 기간에 써둔 글을 이제야 올렸습니다.

확실히 삶이 바쁘니 자꾸만 미루게 되더군요.

연속 업로드는 3개까지라는걸, 올리다 말고 알아버렸습니다...하지만 한 번의 업로드에 써둔 글을 모두 올릴 수가 없더군요.


전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써 보자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의외로 비슷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필력 좋으신 분들이 부럽네요...


또 다른 아이돌의 노래는 휴가 기간, 또는 시간이 될 때 한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탈자 지적 및 감상, 피드백, 모두 환영합니다.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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