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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카오리 허밍(歌織 Humming)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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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1, 2019 20:15에 작성됨.


11.


 키사라기 치하야의 라이브는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765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객석을 채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키사라기 치하야의 라이브는 그 이상이었다.


 국내 최고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에, 치하야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무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 소규모 라이브치고 인선도 꽤 화려하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독무대를 비롯하여 미우라 아즈사와의 듀엣, 모가미 시즈카와 키타자와 시호의 듀엣과 더불어 4 Luxury의 무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765 프로덕션의 새로운 아이돌 중 한 명인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독무대 데뷔.


 치하야 한 명만 노래해도 충분하다못해 차고 넘칠 라이브에 소규모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호화 멤버를 집어넣었다. 물론 일반적인 소규모 라이브보다야 비싼 값이긴 했지만, 팬들이 불만은커녕 이 가격에? 라고 홈페이지와 SNS에 되묻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1천 6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 입석까지 어찌어찌 계산하면 약 1.3배. 나름대로의 호화 인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받아도 되는 티켓 가격이었다.


 정말로 이 가격으로 진행해도 괜찮겠냐는 리츠코의 물음에,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것은 11월 말에 있을 감사제 무대다. 이번 라이브는 감사제에서 ‘라이브’ 부문의 맛보기이고, 이것이 홍보가 잘 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츠코와 미사키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치하야의 독무대를 제외한 나머지의 선곡과 안무,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 하나하나까지 공들여서 고민했고, 계획을 전부 수립해 두었다. 여러 번 시뮬레이션도 돌려보았고, 가능한 인원들을 모아서 리허설도 몇 번 해 보았다.


 라이브를 일 주일 앞두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고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걱정거리가 두어 개 있다면, 언제나처럼 합이 잘 맞지 않는 모가미 시즈카와 키타자와 시호의 듀엣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쿠라모리 카오리였다.


 시즈카와 시호야 언제나 티격태격해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인 만큼 무대 위에서는 프로듀서가 기대하는 대로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쪽은 걱정은 하되 믿고 맡겨둘 수 있는 쪽이다.


 그러나 카오리의 발목 상태는 프로듀서의 소관을 벗어난 것이다.


 다행이라면 사쿠라모리 카오리가 혼자 부를 노래는 격렬한 안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잔잔하고 정갈한 느낌의 악곡이니만큼 발동작이 크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좋다.


 다만, 카오리의 독무대 전의 4 Luxury의 무대를, 프로듀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Luxury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꽃이 만발한 weekend]은 물론이거니와 [Red zone]역시 어느 정도 안무가 필요하다.


 게다가 아직 카오리에게 부탁했던 곡의 가사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이다.


 여러 번 그녀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거의 끝이 난 것 같기는 한데, 도통 보여주지 않는다.


 ”프로듀서? 무얼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아, 치하야.“


 고심이 너무 깊었을까, 치하야가 그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악보 몇 장을 든 치하야를 보고, 올 것이 왔구나, 그는 중얼거렸다.


 ”어떤 노래를 부를지 정했어?“


 보통의 라이브와 달리, 이번 홍보 책자나 SNS에서는 어떤 곡을 부를지 공개하지 않았다.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도 생각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치하야가 곡을 정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기 때문이다.


 ”네, 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치하야는 프로듀서에게 몇 장의 악보를 내밀었다. 그는 치하야가 내민 악보를 받아들고 으음,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i]와 [우리들은 계속...그렇죠?]라니, [파랑새]나 [약속]이 아닌게 의외네?“


 ”프로듀서라면 감사제를 위해서 아껴두셨을 테니까요, 후후후.“


 ”......“


 치하야에게 자신의 머릿속을 들킨 것만 같아, 그는 애써 시선을 회피했다.


 ”이 선곡이면, 미우라 씨와의 듀엣은 미우라 씨의 [곁에...]로 괜찮아?“


 ”그렇게 하신다면, [우리들은 계속...그렇죠?]도 아즈사 씨와 듀엣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치하야 너, 여기까지 생각하고 선곡했지?“


 ”비밀입니다, 프로듀서.“


 후훗, 작은 미소를 지으며 치하야는 쉿, 하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예전에는 선곡 하나하나에 적의를 담아서 딴지를 걸더니, 그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치하야는 천사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책상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치하야에게 물어보았다.


 ”사쿠라모리 씨는 요즘 어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나요, 프로듀서?“


 치하야 스파이럴의 트리거인가 순간 생각했지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치하야의 표정이 그를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언제 당해도 섬뜩하다. 뒷목에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말했다.


 ”사쿠라모리 씨 작사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긴 해요. 하지만 직접 물어보시면 되는 일 아닌가요?“


 ”사쿠라모리 씨가 말을 안 해줘. 매번 ‘비밀이에요’ 라거나, ‘믿어 주실거죠?’ 라거나, ‘조금 더 저를 신뢰해 주세요’ 같은 말밖에 안 해.“


 ”우와, 사랑받으시네요.“


 ”솔직히 소악마같아서 무섭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성격상 다그치면서 물어보거나, 권위적으로 명령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카오리 역시 이를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용하는 것도 있으리라.


 ”음, 저도 프로듀서는 담당 아이돌을 조금은 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하야 너한테 주는 신뢰는 나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카네 씨에 한해서는 인정합니다만, 사쿠라모리 씨는 아니잖아요.“


 ”......“


 핵심을 꿰뚫는 치하야의 비수에, 그는 욱신거리는 심장을 천천히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사쿠라모리 씨는.“


 그제야 치하야는 진지한 얼굴로 프로듀서를 보았다. 의자에서 올려다보는 치하야의 모습이, 마치 전술지도 앞의 참모와도 같았다.


 ”놀라울 정도로 사쿠라모리 씨 다운 노래를 쓰고 있으세요.“


 ”그래도 무대까지 일 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담당 프로듀서한테 한번쯤 보여줄 수ㅡ“


 ”프로듀서.“


 그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치하야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녀는 프로듀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강하진 않지만 떨쳐낼 수 없는 치하야의 압력에, 프로듀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쿠라모리 씨를, 믿어 주세요.“


 치하야는 그의 편이지만, 동시에 카오리의 편이기도 하다. 치하야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온다는 것은 카오리의 노래를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듀서로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12.


 객석은 만원이었다.


 음향과 조명, 무대 장치는 완벽했다.


 각자의 선곡도 훌륭했고, 리허설도 완벽했다.


 한 가지,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마지막 무대를 제외하면 말이다.


 보지 못한 리허설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키즈키 리츠코가 카오리에게 리허설을 하라고 말하려는 것을, 프로듀서는 손으로 제지했다.


 믿는다고 했으면 믿어야 한다. 카오리 역시 그만한 각오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작사 내용을 비밀로 했으리라.


 오히려 프로듀서가 걱정하는 부분은 카오리의 발목 상태다. 리허설 중에는 동작이 약간 어색하긴 해도 작은 부분이었고,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 무대에서까지 괜찮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노래는 만점이다.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컨디션은 발목을 제외하면 마치 오늘만을 기다려온 듯, 최상이었다.


 치하야는 언제나처럼 목을 가다듬으며 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즈사는 그런 치하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옆에서 조용히 악보를 보고 있었다.


 시즈카와 시호는 여전히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허설은 완벽했기에 프로듀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바바 코노미와 키타카미 레이카는 휴대폰을 보며 떠들고 있었다. 전혀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에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토요카와 후카는 조금 졸린 듯한 표정으로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오후 여섯 시밖에 되지 않았건만, 역시 미인은 잠꾸러기인가.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거울을 보며 4 Luxury의 스테이지 의상인 메이크업 패뷰러스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듯 훑어보다가, 이내 거울에 비친 프로듀서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오리는, 빙긋 웃으며 거울 속 프로듀서에게 눈을 두었다.


 프로듀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한번 끄덕여, 신뢰의 표시를 나타냈을 뿐이다.


 지금부터는 프로듀서의 힘이 닿지 않는다. 오롯이 아이돌의 능력만으로 팬들의 환호와 감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무대 위, 아이돌들의 시간이다.




13.


 처음은 모가미 시즈카와 키타자와 시호였다.


 [Thank you]와 [Flooding] 두 곡을 연달아 불렀다.


 정 반대의 성향으로 항상 티격태격하는 두 명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트레이닝 룸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서로에게 기대어 부르는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예정되어 있던 [Shooting Star]는 프로듀서의 재미있는 제안에 의해 리허설에서부터 조금 뒤로 밀렸다.


 다음은 4 Luxury의 무대였다.


 [꽃이 만발한 weekend]과 [Red zone]을 연이어 불렀다. 안무가 격한 편이었지만 특별히 통증이 오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오리는 발목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예방 차원으로, 백스테이지에서 한번 발목에 스프레이 식 파스를 뿌렸다.


 마지막 무대까지 카오리의 등장은 없었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특별히 준비해 둔 그녀만의 스테이지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에스페랑스 노트, 희망을 격려하는 음표답게 카오리는 벡스테이지의 전신 거울을 앞에서 하얀 모자를 똑바로 정돈하며 각오를 다졌다.


 키타카미 레이카는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무대가 어두워진 틈을 타, 프로듀서가 사전에 준비해 둔 커다란 소품 뒤에서 재빠르게 준비해 두었던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스포트라이트가 무대의 중심을 비출 무렵, 키타카미 레이카는 크레센도 블루의 의상을 입고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Shooting Star], 동시에 무대 양 옆에서 키타자와 시호와 모가미 시즈카가 천천히 등장하며 같이 노래를 맞추어 부른다.


 생각하지 못했던 퍼포먼스에, 팬들의 환호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들의 뒤에 공연하는 사람은 분명, 이 환호성을 감당해야 하는 중압감에 짓눌릴 것이다.


 키사라기 치하야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홀로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한쪽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부르는 [i]는, 분명 밝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목소리였다.


 예전, 프로듀서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치하야와 타카네를 비롯한 열세 명의 아이돌들이 이 곡을 불러주었고, 그는 곧바로 귀국을 취소했었다.


 추억이다. 곧이어 아즈사가 같이 올라와 [곁에...]를 부르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계속...그렇죠?]를 부르는 것 역시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추억이다.


 또한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선곡과, 환호성이 절로 나오는 음색이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가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웠고,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반짝였다.


 누가 감히, 가희의 무대 뒤에 노래를 부를 것인가. 그 중압감은 마지막 무대, 처음으로 홀로 서는 마지막 아이돌에게 전해졌다.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압도적이다.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이다. 경외를 넘어 두려움마저 그녀의 내면에서 피어올랐다.


 아이돌이 되기 전부터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가희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고, 관객으로서도 들어 보았다.


 아이돌이 된 후에는 극장에서, 트레이닝 룸에서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아이돌의 노래를 여러 번 들어 보았고, 가끔은 시즈카나 안나와 같이 그녀에게 트레이닝도 받았다.


 그러나, 같은 무대를 밟아야 하는 동료로서 들은 그녀의 노래는 신인을 주눅들게 만들기에는 충분했고, 음악을 제법 아는 편인 카오리는 자신과 치하야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압도적인 무대 다음에, 자신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카오리는 본능적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프로듀서를 찾았다.


 의지하고 싶다.


 기대고 싶다.


 덜덜 떨리는 손을 그에게 맡기고, 웃어주는 얼굴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고 싶다.


 그 미소와 함께 토닥여주는, 조금은 연인같은 위로를 받고 싶다.


 ”......“


 하지만 백스테이지에 프로듀서는 없다.


 언제나 프로듀서는 리허설까지만 함께했다. 본 무대가 시작되면, 아키즈키 리츠코나 다른 디렉터들에게 백스테이지를 맡겨둔 뒤, 객석의 옆이나 뒤편에서 다른 관계자들에게 손짓으로 어려 지시를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 두려워도 무대로 올라갸 한다.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가희가 장악한 무대 위로 나아가야만 프로듀서를 볼 수 있다.


 아즈사와 함께 치하야가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뒤이어 들리는 사회자의 목소리, 관객의 함성 소리, 마지막 무대를 기대하는 팬들의 외침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잊어버리지 않게 가사를 더듬으며,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결심한 듯, 계단 위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었다. 프로듀서의 얼굴이 보였다. 카오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대 위에는 사쿠라모리 카오리 혼자였다. 입가에 설치된 소형 마이크에 전원이 들어왔다. 환호성이 멎었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프로듀서를 보았다. 바쁘게 여기저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카오리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보게 만들 뿐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사쿠라모리 카오리를 비추었다.


 카오리의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고양됨에 조금은 망설여가면서]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프로듀서의 첫 제안은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었다.



 [올려다보았어 하늘의 반짝임을]
 TV에 나왔던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반짝였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별, 그것이 아이돌이었다고 생각했었다.



 [아아 어디까지고 높이 구름을 헤치고]
 보이지 않던 미지의 세계로, 카오리는 걸어가기로 결심했었고,



 [바람과 같이 날아갈 수 있다면]
 프로듀서가 그녀의 바람이 되기를 소망했었다.


 
 [알 수 없는 세상에 손끝이 움츠러들지만]
 처음 스카우트를 받을 때에도 두려웠고, 처음 무대에 오를 때도 두려웠지만,



 [알고싶은 이 마음이 날개로 바뀌어]
 그 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을 뿐이다.




 간단한 턴 동작이었을 것이다.


 그 단순한 동작을 카오리는 당연하게도 아무 걱정 없이 수행했지만, 갑작스레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신음 소리를 참아내며, 카오리는 차분하게 노래를 불렀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노래하는 것]
 때문에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이 무대 위에 서 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자그마한 꿈의 날개짓소리 울려퍼지기 시작해]
 그러나 그 작은 하나가 모든 것이라고 믿는다.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라 카오리는 믿는다.



 [나의 지금 반짝거림을 걸쳐가면서]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하는 아이돌이 반짝거리지 않을 리가 없다.



 [연주해가는 내일의 희망]
 그렇기에, 이 무대가 그의 빛이 되기를,



 [바랄거야ㅡ]
 간절히 바랬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발목이 신경쓰였다. 프로듀서의 말처럼 쉬었어야 하는 것이 정답이었을 수도 있다. 한번 망가진 인대는 완치하기 힘들다.


 카오리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프로듀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손짓으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것이 보였고, 어쩌면 자연스럽게 중지시킬 기회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떠나간 기회는 다시 잡기 힘들다. 이것은 기회다. 프로듀서에게 사쿠라모리 카오리라는 아이돌을 보여줄 기회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행운이다.


 아픔따윈 두렵지도 않다. 주저앉아 날지 못하는 것이 더욱 두렵다.


 여기서부터는 사쿠라모리 카오리가 부르고 싶은 이야기다.


 벌새는, 마음가는대로 지저귈 뿐이다.




 [저 멀리에 저것 봐, 부르고 있는]
 들어주세요, 프로듀서 씨.



 [갓 태어난 멜로디]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노래를.



 [만나는 것을 고대하고 있는]
 이 시간을 정말로 고대했답니다.



 [수 천가지의 말들]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요.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끌어져왔던 나날]
 당신이 이끌어주셨고,



 [지금부터 이 날개로 어디까지고 갈 수 있어]
 날개를 달아 주셨지요.



 [마음가는대로 살아가는 것, 사랑을 노래하는 것]
 당신이 알려주신 자유 속에서, 노래하고 싶은 것은 사랑.



 [그려왔던 꿈 속 모습대로 자유로워질 수 있어]
 제가 상상했던 풍경처럼 받아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음에 부는 두근거림을 눈치챘다면]
 이제야 깨달았다니, 바보같지 않나요.



 [그리도 드높은 내일의 노래는 어떤 빛깔일까]
 내일이 기대되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간주가 나오고, 카오리는 프로듀서를 힐끗 살펴보았다.


 손으로 지시하던 것을 멈추고, 그는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어 카오리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 카오리에 대한 걱정은 거의 없었다. 오롯이 노래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가사에 맞추어 작곡가와 협의하여 악곡도 조금 손을 보았다. 프로듀서도 눈치는 챘겠지만, 이때까지보다 더, 대범하게 한 소절 추가했다.


 앞으로 한 걸음이다.




 [두 손을 펼친 경치 속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올곧게 상승하는 바람 붙잡고서]
 저는 당신을, 당신은 저를 붙잡았지요.



 

 프로듀서는 웃었다. 그가 틀리고 치하야가 옳았다. 사쿠라모리 카오리가 옳았다.


 그가 미리 들어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채로 듣는 것이 더 전달력이 깊었다.


 여기에서 프로듀서는,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담당 프로듀서이기 이전에 한 명의 팬이요, 관객이었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눈을 크게 뜨고,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첫 독무대를 감상했다.




 [알 수 없는 세상이 몇 번이고 시험해오지만]
 수많은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믿고있는 이 마음이여 날개로 바뀌어라]
 당신을 믿는 마음이 원동력이니까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노래하는 것]
 그래서 저는 지금, 여기에서 노래하고 있어요.



 [커다란 꿈의 날개짓소리 울려 퍼트려가]
 최고의 무대를 향해서 한 걸음,



 [나의 지금 반짝거림을 걸쳐가면서]
 어떤가요,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반짝이고 있나요?



 [연주해가는 내일의 희망]
 이 무대가 당신의 희망이요, 빛이었기를,



 [바랄거야ㅡ]
 간절히 바라는 마음,



 [노래할거야ㅡ]
 이것이 제 노래니까요.




14.


 막이 내렸다.


 그녀의 이름처럼 한올한올 노래를 짜내려가는 단아한 음색이었다.


 노래하며 날아가는 한 마리 벌새처럼,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한 명의 아이돌로서 무대 위에 우뚝 섰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아이돌의 탄생에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팬들은 물론, 다른 팬들까지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치하야의 무대였지만, 그녀만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처음의 독무대를 최고의 무대로 만들었다.


 누가 감히, 이런 무대 뒤에 앙코르를 나설 수 있으랴,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도 프로듀서는 무대의 종료를 지시했다.


 대성공이라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대 뒤편, 대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아이돌들 역시 이를 느꼈으리라.


 백스테이지에서 무대를 보고 있던 그 키사리기 치하야가, 환복하고 객석으로 나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시종일관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의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대기실에서, 그는 한 방 먹은 얼굴로 사쿠라모리 카오리를 맞이했다.


 “어떠셨나요, 프로듀서 씨.”


 “......”


 사쿠라모리 카오리라는 아이돌이 앞에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녀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한 마디 잘못하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승부는 기울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해도 그녀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그는 프로듀서다. 765 프로덕션 소속의 프로듀서이며,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담당 프로듀서이다.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프로듀서를 믿었다.


 프로듀서 역시 그의 담당 아이돌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짧지만 기나긴 고민 끝에,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치하야는 담담한 표정이었고, 시즈카와 시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미우라 아즈사는 한 손을 뺨에 올린 채, 그와 카오리의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어머어머~, 하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


 바바 코노미는 어째서인지 살짝 볼이 부풀어 있었고, 키타카미 레이카와 토요카와 후카는 그런 코노미를 쓰다듬으며 이해한다는 얼굴로 프로듀서를 보았다.


 특별 취급은 자제해야 한다. 프로듀서는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한 걸음이 765 프로덕션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그는 생긋 웃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ㅡ카오리, 씨.”


 터져 나올 것만 같았던 감정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카오리는, 그대로 프로듀서에게 안겨들었다. 그의 손은 잠시 갈 곳을 잃고 머뭇거리다, 이내 카오리의 등을 살살 토닥이며,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달래주었다.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렇게 할 것이다.


 오늘은 사쿠라모리 카오리의 날이다.


 아니, 카오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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