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로스트 플라토닉」 下 - 하야미 카나데 주연

댓글: 2 / 조회: 493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2-04, 2019 20:05에 작성됨.

이 작품은 Fate/Grand Order의 2차 창작, 로스트 플라토닉을 참고로 한 (사실상 인물들만 바꾸어 놓으... 읍읍) 작품입니다.

작품 링크를 단 이유는 단순히 제가 이 작품에서 차용해 왔기 때문이며, 이 작품의 이해에 원본인 2차 창작이나 그 원작 - Fate/Grand Order를 알 필요는 일절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pvmsk&logNo=221403422471&parentCategoryNo=&categoryNo=206&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전편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27372&sca=%EA%B8%80&page=2

--------------------------------------------------------------------------


이 계절임에도 풋내나는 개방적인 냄새. 위를 올려다보면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창공, 현대의 도심의 시야는 콘크리트로 가득하다고는 해도, 주변을 둘러보면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보인다. 백설로 채워진 이곳은 346 사내 화원. 수많은 아이돌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 이곳에는 인영이 없을 터였다. 조금 특이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화원의 안쪽에는 세 그림자가 있었다. 꽁냥꽁냥 현장을 지켜보다 미처 옷을 갈아입지 못한 채인 미카와 싸들고 온 도시락을 펼치는 유이, 그리고 프로듀서였다. 어딜 봐도 겨울의 추위를 날려줄 훈훈한 광경. 그러나 미카의 얼굴은 약간 찡그려져 있었다.


“프로듀서, 준비 다 됐다고. 슬슬 스마트폰에서 손 떼지 않을래?”


“아, 미안 미안. 4시부터 시작할 Lipps 행사 건으로 좀.”


“무슨 문제 있어?”


“분량 상 조금 변동이 있어서 미카랑 카나데의 토크가 15분 정도 생겼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할지 초안을 확인하던 중이야.”


“아... 그래?”


그녀의 이름이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오자, 죠가사키 미카는 아무리 해도 목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딱히 그녀를 인간적으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뭐, 몇 번이고 시키나 슈코와 함께 장난을 걸긴 한다만... 오히려 친구라고 해야 할 관계인 것이다.


그럼에도 미카는 그녀가 껄끄러웠다. 말하자면 여자의 감? 프로듀서에게 달라붙는 카나데의 모습을 볼 때마다, 형태가 되지 않은 자그마한 위화감을 느꼈다. 다른 아이돌들의 표정을 보아, 아마 그녀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미카, 여전히 카나데가 좀 껄끄러워?”


“음... 아니, 요즘엔 장난도 좀 줄기도 했고. 그런 쪽으로는 별로 괜찮은데?”


하지만 뭐,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 껄끄러움도 조만간 없애 주지 않으려나 생각한다.


“그런데 미카짱, 볼에 음식물 묻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미카였지만,


“... 엣? 진짜? 어디!?”


그가 엮이면 또 금방 당황하고,


“자아자, 프로듀서짱, 빨리 떼어달라고? 이왕이면 입으로!”


“응? 그럴까?”


“아니야아니야아니야전혀괜찮아내가할수있어!”


금방 부끄러워한다.


“괜찮다고! 그것보다 카나데한테도 빨리 알려줘야지!”


“응? 아아, 그렇지.”


“후훗”


아무래도 평상시대로 돌아온 것 같다.


프로듀서
[카나데, 4시 행사에 변경점이 생겼어. 조금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 웬일이래. 20분이 지났는데도 가독이 붙지 않네.”


그는 화면을 연 채, 누구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




“얼마 전에 프로듀서에게 빌린 소설에서 말이지. 아아, 화학 관련 이야기는 아니고, 라이트 노벨이야. 뭐, 딱히 문학을 싫어하진 않아. 수필부터 시까지, 작사에도 관여해 보았잖아? 정답이란 수식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니까.”


“서두는 됐어. 본론으로 들어가. 시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장소는 여전히 346의 식당. 그러나 그 사이는 마치 별세계에 존재하는 듯 차갑게 바람이 휘몰아쳤다. 주변인들이 굳어가는 상황에도 이치노세 시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입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 전무의 앞에서마저 그녀는 거리낌 없이 평소처럼 말하니까.


“으응... 성급하네. 카나데는 그거야? 결말만 인터넷으로 냅다 보고 싶은 파? 현상을 증명하는 화학자로서는 생각할 게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뭐 됐어. 어쨌든 그 책에서는 어떤 현상--- 「어둠」이라는 존재가 나와. 알기 쉽게 말하자면, 그 녀석은 자신의 존재를 본뜬 요괴를 지우는 현상이랄까. 자신을 신님이라고 속이는 흡혈귀, 사람을 미혹시키지 않는 헤메임 소, 자신의 아이덴티티, 규칙에서 벗어난 자를 문답무용으로 지워버리는 무시무시한 블랙홀 같은 거였지.”


“그래서?”


“그래서, 야. 그 「어둠」이라는 건 사람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나 생각해봤어. 문명을 만들어낼 정도... 그런 존재의 핵에는 심지가 있겠지. 말하자면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 우리도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답지 않은 짓」을 하면, 어쩌면 망가져버리지 않을까 하고, 시답잖은 망상을 해보았어.”


그녀답지 않은 비논리적인 생각. 카나데도, 말하고 있는 시키 자신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서두. 본론에 들어가기 전, ‘하야미 카나데’라는 존재의 핵을 찌르기 위한 첫 포석.


“웃지 않는 우즈키, 범생이 고등학생 미카, 천재가 아닌 나, 그리고---”


새끼손가락부터 차례대로 굽혀진 오른손은, 그대로 세워진 검지를 눈앞의 얼굴을 향해 들어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사랑을 할 수 없는 하야미 카나데, 라던가.”






... 그 순간, 확실하게 카나데의 안에서 시간이 멈추었다.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불과 2, 3초였을까. 하지만 그 시간은 스스로의 빈틈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왜 그래? 너답지 않게. 동요하고 있잖아, 카나데.”


그 공백에 따라붙은 시키의 질문에 조용히 땀을 흘린 카나데는 그래도 이 이상의 추태는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평정을 꾸미며 대답한다.


“좋아하는 남자?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랑에 밀당하는 소녀 이미지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거야?”


“시키짱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주제에 아직도 얼버무리기야? 카나데는 러브코메디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에?”


“그러니까 뭐를---”


그녀의 표정에 나타나고 있는 건 명백한 곤혹, 눈앞의 소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문. 단,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상. 그녀가 누굴 말하고 있는지는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었다. 처음부터.


프로듀서인 게 당연하잖아. 바보.”


탕--- 탁자 위에서 조용히 떨고 있던 카나데의 손가락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 따윈 의식의 한 조각도 향하지 않고, 시키는 비커에 담아온 특제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카나데는 짜증난 듯이 다리를 몇 번이고 꼬고 있었다. 괜찮아. 아직 당황할 일은 없어.
언제나 들어온, 질투와 기막힘이 섞인 소녀들의 이야기라며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하아... 너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확실히 프로듀서의 타입은 스트라이크지만, 그건---”


“애시당초 그것이 이상하단 말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자신만의 것이 되지 않으니까 따위의 이유로 포기한다고? 하야미 카나데는 그런 캐릭터였어?”


자신이 말하려 하는 것은 전부 들키고 반론하려 꺼내든 말은 막힌다. 머리를 들여다보는 듯이. 왜 거기까지 알고 있냐고 묻는 것도 분명 바보짓이리라. 이치노세 시키에게 있어 지금의 하야미 카나데는 너무나도 알기 쉬웠다.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 자는 굴복시켜, 기게 한다. 자신에게 덤벼드는 자는 부복시켜, 지배한다. 언제나 그래왔잖아?”


수분이 모두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언제나 포커페이스인 평소의 얼굴이 벗겨져간다.


“그런데 어째서 친구라는 뜨뜻미지근한 관계로 만족하고 있는 걸까.
... 그렇군, 그 모습을 보건데, 너 자신도 완전히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네.”


“그럼, 내가 한 가지 답을 해줄게. 빚은 필요 없어?”


네가 말하고 있는 건 전부 틀렸어. 그와 나는 단순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부정의 말은 순간마다 수백 수천 개씩 떠오르고는, 거품처럼 사라져간다.


“그가 네게 있어 취향인 것도 진실이겠지. 그리고 무얼 어떻게 발버둥 친다 하더라도 그가 너만의 것이 되지 않는다고 무엇보다 카나데 네가 깨닫고 있어. 프로듀서에게 있어 하야미 카나데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자신만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한 여성만을 사랑한다는 정당한 선에서는 이미 벗어나버렸다. 그의 프로듀스 능력만큼이나 넘치는 방대한 사랑을 수많은 여성들에게 아낌없이 바친다.


“수없이 많은 그의 연인 중 한명이 되는 것을 너는 피했어. 그러니까, 「친구」라는 관계를 선택했지.”


--- 아니야...


“그건 도망이나 포기보다는 자신을 납득시키는 새로운 관계. 아이돌 이전, 누구 한 명도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없던 네게 있어 「이성 친구」라는 건 현재에도 없는 특별한 관계지.”


--- 나는, 순수하게 친구로...


“그건 그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카테고리이지. 그에게 있어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성 친구라는 건 그야말로 희귀하니까.”


“분명, 수없이 있는 연인보다도 말이야.
아아, 그야말로, 네가 바라던 「Only 1」인가?”


“닥쳐...”


“네가 적극적으로 어프로치하지 않았던 것도 그게 이유잖아? 소중하고 소중한 친구 관계를 수없이 있는 그의 연인 중 하나라는 꼬리표로 추락시키고 싶지 않았던---”


“닥치라고!!!”


고함, 또는 비명과 함께 멱살을 잡힌 시키의 몸이 약간 들렸다. 그 충격으로 떨어진 비커가 깨지는 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졌다.
조용해진 그 자리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던 직원이나 아이돌들이 일제히 주목한 곳에는 분노로 눈동자를 적신 카나데가 시키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치노세 시키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끝냈는지, 옅게 미소를 지을 뿐.


“저기... 카나데 씨...?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손을 놓아 주시겠나요? 일단 이야기를...”


시선의 탄막이 쏟아지는 곳에 발을 들인 것은 사기사와 후미카. 독서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소란의 중심이 카나데였기에 일까. 그녀는 그 포화 속에서도 떨림을 추스르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존재는 명확한 악수였다. 하야미 카나데는 그녀에게 그 눈동자를 돌렸다. 차가운 불꽃에 닿았는지, 사기사와 후미카는 안색을 바꾸며 경직했다.


그것은 언제였던가. 카나데가 프로듀서와 사랑 이야기를 했을 때, 그가 쑥스러운 듯이 말한 첫사랑. 그때, 장난치면서 듣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카나데는 이 순간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여자.


“카나데 씨......?”


“... 네가 아니라, 내가!!---”


아슬아슬한 곳에서 카나데는 멈추었다. 만약 그 이상 말해버렸다면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의... 아니, 하야미 카나데라는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엉망으로 짓밟아버릴 정도의 추태를 보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그녀가 말했던, 「어둠」에 삼켜져버릴 정도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건, 입술을 깨물고, 그 자리에서 떠나는 것뿐이었다.






--- 으음... 유감이지만 프로듀서와 연인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어. 결코 당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 그래, 맞아. 그러니까 친구가 되는 걸로. 프로듀서는 나의 첫 친구. 응? 다른 아이돌들? 물론 그녀들도 친구. 하지만 프로듀서는 더 특별하니까. 내게 이런 세상을 보여준 베스트 프랜드, 잖아?


--- 다음 주 유원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제대로 일정 비워두라고?


--- 멀어지려 하고 있어. 민폐라던가. 여친(가짜)이 있다던가. 관계가 부서진다던가. 좋아하는 주제에 포기하는 이유만 생각하는 거야?




“...... 나는, 무슨 입으로 말한 걸까.”


식당에서 달려 나온 카나데가 도착한 곳은 아이돌 기숙사 내, 자신의 방이었다. 당연하지만, 밤이 아닌 지금 이곳엔 인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보이는 것은 문을 걸어 잠그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는 여자의 모습.
언제나 당당하고 매혹스럽게 빛나던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곤혹해하고, 침울해하고, 마음에 그림자가 끼는, 마치 평범한 소녀 같은 모습.


하야미 카나데는 망상한다.


만약, 그와 처음으로 만난 아이돌이 자신이고, 그와 처음으로 이어졌다면?

친구가 아니라, 프로듀서는 자신만의 연인이 되었을까.
건전하고 즐거운 친구 관계가 아닌, 음탕하고 사랑과 육욕에 빠진 연인 관계.


카나데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바보 같다며 자조했다. 그렇게는 되지 않았던 IF를 공상하는 시점에서 지금의 자신은 어지간히도 비참한 것이리라. 정말이지, 시키에게 들은 대로다. 하야미 카나데는 답지 않는 짓을 하고 있다고.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답지 않은」 짓을 하고 있는 걸 폭로된 것보다도, 식당에서 언쟁하고 도망치는 추태를 보인 것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그와 그녀가 순수한 친구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을 자각해버린 것.


유일한 연인이 될 수 없으니까, 친구라는 관계를 선택한 도망.
수많은 연인 사이, 그 중에서 굳이 「친구」라는 관계를 취하는 것으로 특별을 쌓아올리려 한 천박함.
슈코의 앞에선 듣기 좋은 소리를 했지만, 요컨대 자신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야미 카나데는 즐거웠던 지금까지의 그와의 추억을 자신의 손으로 더럽히고 있는 듯한 감각에 빠져 있었다.


“정말로...... 나는 뭐하고 있는거야......”


“정말이지, 이런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헤?”


들릴 리 없는 제 3자의 목소리, 정신을 차리니 그녀와 등을 맞대듯이 프로듀서가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 읏, 왜... 있는 거야......”


착란할 것만 같은 감정을 누르고, 목소리를 거칠게 하지 않도록 하며 뒤에 있는 그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고, 가장 보고 싶었던 남자에게.


“20분이 지나도 읽지를 않으니까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찾으러 왔어. 그리고 방 열쇠 가지고 있잖아.”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럼, 내 모습을 찾아서 이제 만족이지? 지금은 혼자 내버려둬, 오늘은 여자아이의 날이야.”


“마지막 생리 한지 겨우 2주밖에 안 됐는데?”


아아... 진짜. 하야미 카나데는 이를 악문다. 이런 점이다. 여자애의 기미에 날카롭고, 바로 달려오고, 도와줬으면 할 때에 손을 뻗어주는 그의 이런 점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신도 또한... 하지만, 지금의 카나데에게 있어선 그 상냥함이야말로 가장 괴롭다.
얼굴을 내리고, 앞으로 무슨 얼굴로 그와 대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모순된 감정과 관계 속에서 괴로워한다.


“무슨 일 있었어? 나라도 괜찮다면 힘이 돼 줄게. 왜나하면 친구잖아.”


“...... 으읏!!”


그러니까, 그 말이 하야미 카나데의 마지막 일선을 잘라냈다.


--- 팡!


침대가 크게 흔들리고 삐걱였다. 정신을 차리자 프로듀서는 카나데에게 눌려져 있었다. 그 육감적이고 신의 조화를 이룬 듯한 하반신에 그의 복부는 눌려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남자에게 기승한 모습. 지금의 그녀가 두르는 분위기는 프로듀서와 함께 있을 때 보이고 있던 친구끼리의 그것은 아니다. 암컷의 욕망대로 좋아하는 남자를 먹으려 하는 육식 동물 그 자체.


그러나 그 얼굴은 길 잃은 여자아이처럼 심히 슬퍼 보였다.


“친구, 친구, 친구라고...! 저기, 프로듀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당신뿐이었다고!?”


밀쳐진 그의 표정은 모른다. 갑작스런 상황에 어이가 나가있는지, 놀라고 있는지...
네덜란드 소년이 막고 있던 댐이 무너지듯 그저 말을 내뱉는 카나데를 프로듀서는 머리카락 너머로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쭈욱, 쭈욱, 쭈욱...! 섹스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포기한 척을 하고, 함께 방에 있을 때도, 옆에서 DVD를 보고 있을 때도, 게임을 하고 있을 때도, 만화를 읽고 있을 때도, 거리를 함께 걷거나 유원지에 갔을 때도, 당신과 함께 일터에 가거나 바래다 줄 때도..... 쭈우우욱, 이렇게 깔고서는 껴안고, 입술을 탐하고, 당신의 훌륭한 남근을 나의 젖은 곳으로 감싸서 힘껏 짜내고, 허리를 박아서, 몇 백번도 싸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친구라고 하면서, 당신 옆에서 계속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치노세 시키에게 폭로된 카나데의 Secret Garden은 굳이 말하자면 「연애뇌」.
평범하게 살아간다면 한번은 경험할, 달싹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다.
이런 자신이기에, 추악한 세상 속에서 그들을 비웃으며, 또한 같이 추락한 자신이기에.


그렇기에 사랑을 모르는 그녀는 무의식중에 연애를 신성시하고 있었다. 소녀만화의 주인공처럼. 하지만 그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소녀를 연기하면서도 내면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자신을 공격한 모든 이들을 부숴버린 자신 따위가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속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는 할 수 없어. 나도 프로듀서도 연인 사이로는 될 수 없어. 누구든 받아들이는 사람과 누구든 밀어내는 사람이, 그 선택지를 택하는 건 할 수 없었다고! 걸작이지? 지금까지 그 누구라고 해도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든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나 파멸시킨 내가, 친구라는 타협안을 선택한 거라고! 하하... 하하하핫!!!”


자조하며, 아프게 웃는 카나데에게 그는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나를 위로하라고, 후미카가 당신에게 했던 것처럼! 안으란 말이야!!!”


만일 카나데가 그런 과거를 겪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 수 있었다면, 만일 프로듀서가 다른 아이돌들을 버리고 카나데만을 택했다면,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카나데는 카나데이고,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이기에.


“안심해, 단 한번 관계를 가진 것만으로 들러붙는 짜증나는 여자가 될 생각은 없어. 이 관계가 끝나면, 전부 청산할 거야. 이렇게까지 추태를 보인 이상은.”


그와 한 번의 섹스를 마지막으로 그 추억을 선물로 그에게서 떠난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시키가 말한 「어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답지 않은」 짓을 해버린 자기자신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엔 자신을.


“딱히 괜찮잖아? 어차피 언젠간 끝날 관계, 내가 없어져도 346은 변하지 않아. 아아, 하지만 또 나 같은 아이가 온다면, 그때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로 그쳐줬으면 좋겠네. 또 이런 성가신 일을 반복하는 건, 프로듀서도 사양이지?”


그렇게 말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끝을 말하는 카나데의 얼굴을 프로듀서의 손이 다정하게 감싸고---


“후에?”


얼빠진 카나데의 이마에, 그는 있는 힘껏 박치기를 먹였다.


“아그에에에엑!!?”


쿠웅 하고 생생한 소리를 내며 뒤로 젖혀져, 그대로 침대 위를 뒤로 구르며 벽에 격돌한 카나데. 딱하게도, 그 모습은 평소의 미스테리어스함도 그와 함께할 때의 귀여움도 없었다.


“뭐... 뭐하는 거야......”


“그건 이쪽이 할 소리야! 이 머저리가!!!”


지금까지 다물고 있던 프로듀서가 입을 열고, 곧게 서서는 소리지른다. 카나데는 붉어진 이마를 누르며 곤혹해했다.


“아까부터 듣고 있자니, 말도 안되는 소리만...! 내가 베프가 사라진다는 데 ‘네 그렇습니까’하고 보내주기라도 할 거라 생각했냐!?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카나데의 옷깃을 쥐고, 억지로 일으킨 그는 그녀에게 정면으로 마음을 외쳤다.


“우리 둘의 추억을 추태라던가, 청산한다던가 말하고 있는 거야 멍청아! 뭐야? 지금까지 너랑 함께한 모든 게 흑역사야? 지워버리고 싶은 오물이었어? 친구라고 생각했던 건 나 혼자였냐고!? 함께 놀고, 장난도 치고, 잡담을 하고, 다음의 일정을 얘기하고... 나는 진심으로 즐거웠어! 너는 어떤데? 대답해! 이 슈퍼 연애 허접 키스마 빗치 왕따!!!”


하야미 카나데가 친구로서도 본 적 없는 그의 얼굴. 그는 지금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시끄럽네... 이 여자 아이돌 뷔페 자식......”


이래저래 지금까지 지내오며 진심어린 싸움을 하지 않았던 두 사람. 프로듀서의 분노에 휩쓸려, 입술을 세게 깨문 카나데는 눈물을 흘리면서 지지 않겠다는 듯 그의 멱살을 잡았다.


“즐거웠던 게 당연하잖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더는 친구론, 있을 수 없어! 내가 당신을 친구 이상으로 보아버리는 걸...!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마다 섹스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뭐가 나쁜데?!”


“배신이잖아! ...나의 첫 친구가 되어준 당신에게......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간사한 자기만족으로 베프라는 얼굴을 했다고......”


“......”


“만화 속의 히로인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었어. 좋아하는데 어째서 고백하지 않는 거냐고, 지금까지의 관계가 망가진다던가 그런 사소한 걸 신경쓰는 거냐고... 하지만 겨우 알았어. 사소한 게 아니었어. 부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이 관계를... 행복을...”


“나쁜 거야?”


“에?”


“그러니까, 친구에게 욕정을 품는 건 나쁜 거야? 해서는 안 된다고 누가 정했어? 카나데, 너는 어떡하고 싶어?”


그가 듣고 싶은 건 후회의 말도, 사죄도 아니다. 언제나처럼, 애매하게 흐려놓는 듯 하지만 사실은 곧고 똑바로 나아가는, 하야미 카나데의 욕망이다.


“...... 프로듀서와 섹스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실은, 사실은! 그것과 같을 만큼 당신과 친구로 있고 싶어!”


겨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그것은 언뜻 모순되어 있으며, 또한 그녀다운 제멋대로의 욕망. 프로듀서를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진다. 축 늘어진 그녀의 얼굴이 다시 프로듀서의 손으로 감싸인다. 이번엔 박치기 없이.


그 말을 듣고 싶었다고, 다정하게, 그리고 힘차게 얼굴을 들어 올려진다.


“응. ...뭐, 까놓고 말하자면 나도 카나데에겐 꽤나 전부터 두근거리고 있었어. 부드럽고 밸런스 잡힌 지체를 안고 싶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범하고 싶다고 전부터 생각했어. 그러니까 딱히 이상한 일도 나쁜 일도 아냐. 서로 같은 걸 생각했으니까.”


“뭐...?”


대뜸, 그렇게 고백하는 프로듀서에게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그런 모습... 지금까지 한 번도...”


애초에, 남자의 그런 시선에 남들의 배 이상 날카로운 자신이 그의 욕정을 깨닫지 못할 리가 없다고 그녀는 곤혹해한다.


“응, 그러니까 일절 드러내지 않도록 숨겨왔어. 그럴 게 가령 안는다고 해도, 나만의 사람은 절대로 안 될 거잖아?”


요컨대 비슷한 사람끼리였던 것이다. 서로에게 욕정을 안고, 그러나 상대가 자신만의 것은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그럼에도 이 친구 관계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서.


그녀처럼,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소녀들은 그 외에도 있었다. 그녀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런 상태인 채로 감쌀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들이 원했던 것. 원하지 않던 카나데에게까지 강요할 수는 없었다.


“뭐가... 「반한 여자애가 있으면, 모든 수단을 다할 거지만」인거야... 이 왕 거짓말쟁이. 나한테 배려하지... 말라고......”


연인이든, 친구든, 반려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아무리 사이가 좋다 해도... 아니, 사이가 좋기에 감추고 싶은 일 하나 둘 정도는 있을 테니까. 운명적인 리본소녀는 격노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서로를 위해, 눈앞에 있는 소중한 친구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있던 것이다.
그 비밀이 샅샅이 해체되어 폭로되었긴 했지만. 별 문제 없다. 설령 이성으로서 서로를 보고 있었다고 해도, 두 사람의 친구로서의 나날을 없었던 걸로 하는 것은 아니며, 할 수도 없으니까.


“저기, 카나데... 지금까지 대로는 있을 수 없다면, 이번엔 나랑 섹프가 되어주지 않을래?”


“...... 풋! 후후후, 아하하하하핫!! 뭐야 그거, 지금까지 당신이 한 프로포즈 가운데 최악이잖아.”


“이 세계는 의외로 관용하다니까? 친구끼리 섹스한다 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을 거야.”


“하지만 프로듀서, 안는다고 해도 나는 온전히 당신만의 것이 될 수 없어. 당신이 나만의 연인이 되어주지 않는 것처럼. 실은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가족으로 삼고 싶은 거지?”


“응, 하지만 베프가 슬퍼하고 있다면, 자신의 긍지 정돈 조금 굽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 카나데를 위해서라면 나도 「답지 않은」 짓, 할 수 있겠지?”


“아아, 정말! 그런 거 반칙이야!! 어째서 이 타이밍에 그런 뀨웅하는 소리를 하는 걸까, 당신은!”


“자 빨리 벗어! 됐으니까 섹스야 섹스! 너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 여기가 젖어서 별 수 없으니까!”


눈물의 미소를 지은 카나데는 겨우 컨디션을 되찾으며 프로듀서를 알몸으로 벗겨간다. 왁자지껄 둘이서 떠들면서, 정사를 시작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처럼 완만한 분위기.
친구 사이는 변함없다. 할 수 있는 게 하나 늘었을 뿐.


친구라도, 섹스는 할 수 있다.







-------------------------------------------------------

후기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6362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