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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판 판타지:R] 제 1부 2장 - 아지랑이(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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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19 18:48에 작성됨.

" 음. "


침대에서 침착하게 몸을 일으킨다. 너무 느긋하게도, 너무 허둥대지도 않고.. 차분하고 천천하기 그지없게 상체를 일으켰다. 바깥은 장마철이 끝나고 간만에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간.

가계를 잇는 몸으로서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서.. 몸가짐을 단정히 한 뒤 영업준비에 나서는게 본래의 순번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 날 만큼은 다르다. 평소에는 있어도 잘 내지않아 쌓여만 왔던 휴가.

오늘은 그 휴가를 왠일로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사용한 날이다. 이전에는 쓸 일도 없었거니와, 사용한다고 해도 부모님이 강요하는 일정에 맞춰야 하는 통에 강제적으로 썻거나 했던게 전부였다.


' 일단 씻을까. '


침대 옆 창문너머로 보이는 분주한 움짐임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두 다리를 바닥에 댔다.

오늘은 자신이 그 분주한 움직임의 하나가 아니라는게 불안하면서도, 한 편으론 신기하고 산뜻했다.


오늘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이 아닌 일정으로 꽉꽉 차있으니까.



.

.

.

.


" 채비는 다 갖추셨습니까, 아가씨. "


하녀 한명이, 저택에서 작업복이 아닌 옷으로 나서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미소짓는다. 시부야 가 저택의 시종장인 그녀로서는 한창 정서적으로 형성될 연령되인 15세인 그녀가 이렇게 놀러나가는 일이 생겼다는게 친부모같이 기쁘다.


몇년 전, 이 집안에 처음 들어온 신출내기 하인이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보필한게 어린 나이의 그녀였다. 그녀의 어린시절과 사춘기가 되는 이 시절까지 함께해왔기에 지금의 당차고 고고한 그녀도 자랑스럽지만, 이렇게 또래의 소녀답게 나들이로 외출나가는 그녀역시 뿌듯하고 각별하게 느껴진다.


" 응. 아마 저녁식사 시간 즈음에 돌아올거 같아. "


" 네. 주인님께 말씀드려놓겠습니다. "


" 그보다 저... 이 옷, 조금 부끄러운데.. "


소녀가 입고있는 하늘하늘한 아쿠아마린 빛깔의 원피스가 린의 수줍은 손짓을 따라 팔락인다. 친구들과 놀기위해 휴가를 냇다는 말을 듣고서 시종장인 그녀가 손수 한땀한땀 만든 수제의상인데, 그 비주얼은 유명한 옷가게에서 산 것 옷들에 못지 않는 퀄리티로 보인다.


" 자고로 옷이란 그 행동과 주변 환경에 맞추어 입어야 하는 법입니다 아가씨. 일터에서는 일에 어울리는 복장은 바깥에선 자칫 너무 딱딱하게 보일 수 있어요. 여가를 즐길 때는 가문에 어울리는 품격과 여가의 가벼움을 담아야되죠. 더군다나 아가씨는 이제 숙녀이시니 숙녀분께 어울리는 옷이 제일인줄 압니다. "


길디 긴 시종장의 말에 그녀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장문으로 하나하나 조목조목 말하면 누구든 어느정도 납득하게 될 수 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그녀는 일터에서 입는 단벌의 정장 + 앞치마의 복장을 제외하곤 그다지 화려한 옷을 입은 적이 없었기에 설득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뭐, 또 그렇게 부끄러워 하면서도 제대로 입고 나온것을 보면 마음에 든 것 같기도.. 라고 시종장은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뭔가 결심한건지 표정을 피고서 밖으로 걸어나서는 소녀의 뒷모습은,  그녀의 누이와 같이 고고함이 풍겨나오는 것 같이도 보였다.


" 잘 다녀오십시오. " 입밖으로는 어때한 감상도 없이, 중년의 여인은 그저 몸을 숙였다.




20여분 후.


왕도 미시로 대공원.


대리석으로 각도있고 정갈하게 늘어선 보도와 경계를 구분직는 작은 턱들. 아름답게 조각된 분수조각상과.. 왕국을 수호하고 구해왔던 역대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단장들과, 역대 신데렐라 걸들의 조각상이 늘어서있다.


그 대리석조각들의 행렬 아래에 있는 한명의 소녀는 살구빛 치맛자락을 살랑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듯 제자리 걸음을 계속한다. 들고있는 들고있는 소풍가방 안에서는 은은하게 시나몬 향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향기가 미미한 바람과, 공원을 지나다니는 적지 않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타고 흘러 어느 인물의 콧속을 자극한다.


냄새를 맡은 이는 망설임 없이 냄새의 근원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빠르게 한다. 빨라진 걸음 속에서 앞으로 있을 만남과 할 것들이 모락모락 떠올라 즐거운 두근거림이 가라앉을 줄 모른다. 이 머나먼 땅에 오고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과 첫 약속이니 더더욱 좋으니. 

그 콩닥거리는 심장은 기분좋은 리듬이 되어 발걸음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윽고 발걸음도 가볍게 다다른 끝에 쾌활하게 손을 흔들며 산뜻하게 웃어보인다.


" 요~! 시마무~ "


[신데렐판 판타지:R] 제 1부 2장 - 아지랑이





그 날 - .

그러니깐 셋이 만나게 된 날로부터 한달 정도가 지났다. 그녀들은 서로가 상성이 맞는건지 빠르게 친밀해지기 시작했고.. 그중에서 가장 바쁜 시부야 가의 딸도 주기적으로 아치형 출입구 안팎으로 들락이는 두 소녀와의 만남 속에서 딱딱했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서슴없이 대할 수 있게 되는데에 성공했다.. 라고 보인다.

혼다 미오는 당찬 걸음으로 우즈키에게 다가와 살구빛 치맛자락을 살랑살랑 받아들이는 피크닉용 바구니 입구를 슬며시 연다. 안에서 풍겨오는 시나몬 향에 코를 저도 모르게 킁킁거리게 된다.


" 오우~ 제대로 구워졌네. 그 가게거야? "


" 네. 오오하라씨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들어졌다' 고 하시면서 몇개 더 주셨어요. "


" 그 오빠야는 정이 넘친단 말야? 꼭 누구처럼.. "




" 흐 -응. 누구 얘기야? "


" 오우~ 시부린. 나쁜 얘기 하는중은 아니었다구. "


시원스레 질문을 던지는 소녀의 목소리에는 차분함도 동반된다. 인사하는 미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보내며 가련하게 보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절중한 발걸음이 기다리는 두 소녀에게 합류한다.

가까이 다가가는 두 개의 푸른 거울 속에는 각각 활기참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는다.


" 흠~ 오늘 옷은 색다른데? "


" 하와아.. 정말 귀여워요 린짱! "


하늘의 빛깔과 바다의 군청색이 적절하게 배색된 것 같은 맑은 청빛의 원피스가 산들바람이 이끌러 하늘하늘거린다. 그녀가 입은 복장은 분명히 미오나 우즈키의 것과는 단계가 한단계 정도 더 차이나는 것 같아보일 퀄리티였다.


" 어 음.. 고마워. "


얼굴을 붉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두 소녀는 작게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녀가 필시 이런 복장에 익숙하지 않은것 때문에 쑥쓰러워 하는것이리라. 그리고 그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기에 그녀들은 작은 웃음을 한동안 멈추지 않는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시부야 린의 얼굴과는 정 반대로, 그녀의 머리에 달린 파란색 꽃모양 장식은 햇빛을 받아들이며 하염없이 푸른 형광빛을 뽐내고 있었다.


" 정-말, 둘 다 너무 놀려. "


" 헤헤~ 미안해요 린짱. "


" 그래그래. 자자 일단은 이 공원부터 천천히 다녀볼까? 나 여지껏 우리집 가게 운영을 돕느라 아무것도 못했거든. "



" 헤에- 미오도 집안 사업? "


" 미오쨩네 집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


우즈키가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질문을 던진다. 그런 선량하고 순수한 눈빛에 누가 답을 안해주겠는가. 이윽고 미오는 목을 가다듬고 자기가 이곳에 오기 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철철 늘어놓는다.


자기네 집안이 검은 왕국에서만 자라는 쓸모많은 목재인 흑철나무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자 집안이며, 원재료나 가공된 흑철나무 장식이나 가구 등을 매매하며 생계를 이어왔다는 사실도 가감없이 전했다.



" 흑철나무.. 아! 이전번에 엄-청 까만 통나무를 인부 몇분이 옮기시는걸 본 적이 있어요! "


" 그거야! 그게 아마 우리 집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던걸꺼야. "



" 검은 왕국이라. 분명히 예전에 일하는 중에 주문목록에서 본 적 있었어. " 


린은 자기 턱에 손가락을 괴며 작게 끄덕였다.

해외에 배송할 장생화들의 수량과 해당 국가를 확인하는 도중에 그런 국가의 이름이 적혀있던것이 어렴풋이 스쳐지나간다.


이후로도 미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고, 신기한것은 끝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미시로 왕국은 수많은 나라와 교류하지만, 그 안에 사는 국민들은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볼 뿐 해외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마법에 대해서 지식으로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마법을 목격하거나 한 것은 마법을 다루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절단이 자신들을 어필하기 위한 마법공연을 한다거나 했을 때가 전부였다.


더군다나, 기계장치와 마법을 조합한 마법공학이라니 평범한 서민에 불과한 우즈키나 린에게 있어선 금시초문인 미지의 것이었다.


" 마차가 말 없이.. 그러면 마차가 아닌가? 하우으.. "


" 흐-응. 흥미롭네. 이전번에 이률리아 법국에서 온 마법 도르레 장치랑 비슷한건가. "


" 그것뿐만 아니라 계단으로는 수 분을 걸어올라가야 하는걸 이렇~ 게 생긴 원판에 발만 딛으면 쑥쑥 알아서 올라가고... "


자기가 원래 살던 고향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흐뭇해지며 입고리가 올라간다.그렇게 검은왕국의 마법공학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는 도중에, 우즈키가 돌연 질문을 던진다.



" 그나저나 미오짱은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된건가요? "


" 아, 그건가. "



미오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인다. 초대 뉴제네 기사단들이 조각된 장식물들을 지나가기 직전에, 세 소녀의 발걸음도 미오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멈춘다.

그렇게 잠깐동안 세 소녀간에 침묵이 흐른 뒤.


" 모르겠어. "


" 네?" " 에? "


" 응! 아버지에게는 새로운 거래 활로 개척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나는 그럴듯한 이유가 없었거든. "



" 뭐야 그 말하는 투는. 마치 너만은 굳이 안넘어왔어도 됬다는 것 같은데. "


린이 시니컬하게 말을 담자, 미오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진다.


" 맞아. 친척 집안이 마법 교육쪽으로 종사하고 있거든. 그 친척집에서 살면서 마법교육원도 그대로 졸업하면 나도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마법사나 마법공학자 쪽으로 진로를 정해서 살았겠지. "



확실히 여지껏 미오한테 들어온 이야기로 따지고 보면 그녀가 가족과 별개로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면 구태여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다.

그 친척쪽에 묵기로 결정하며 검은 왕국에 남는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 보고싶었어. 내가 사는곳이 아닌.. 머나먼 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


" ..뭐야 그게. "


" 뭐 딱 잘라 말하자면 '모험심' 때문이려나? 헤헤~ "


한순간 진중함의 극치로 달리려 했던 공기를 순식간에 활기로 바꿔놓는 웃음흘리기에 가만히 경청하던 두 소녀는 저도 모르게 마찬가지로 웃음을 흘린다. 


그래, 그녀는 새로움을 위해 왔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터전' 에서 '새로운 친구' 와 이렇게 함께 웃고 떠들고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 그런 의미에서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시마무는 왕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


활기로 가득찬 공기는 곧바로 다음 타겟으로 시마무라 우즈키를 가리켰다.


순박한 소녀는 우물쭈물대다가 



" 엣, 에에... 음. 기운넘치는 곳, 이려나요? "



" 오오! 그러면 시부린ㅇ... "


" 나도 똑같이 생각해. "


" 앗, 그건 반칙이야! " 미오의 입술이 뾰루퉁하게 삐져나온다.



" 뭐가. "


담담하게 반론하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입술을 쭈욱 내밀기를 계속한다.

잠깐동안이지만 아무 말도 없이 쀼루퉁 일관한 시선을 계속해서 받으니 부담감이 솟구친다.


" 뭐...뭐야..뭔데..? "


" 똑같은 이유 대는건 반칙이라구! "


" 아, 그런 말이었어? "


머리에 달린 파란 꽃이 바람을 따라 팔랑이며, 가볍게 생각을 마친 린은 담담하게 답을 내놓는다.


" 왕국은.. 다양함이 있는 곳이려나. "


" 헤에? "


" 응, 분명 그래. 당장 꽃만 해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게에서 취급하는 꽃의 종류만 해도 100종자가 넘어. 거기다가 그걸 구하러 오는 손님들도 세계 각국에서 오는 사람들이고. "


" 호호~ 과연. "


미오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고, 우즈키의 눈동자가 다시금 이야기에 빠져들기 위한 시동을 마친 듯 부담스럽게 똘망똘망 빛난다. 지금 여기서 흐지부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그녀는 다짐한다.



" 언제는 한번 ... " 


그렇게 간단히 대답의 서론을 늘어놓으며 머릿속 기억을 되짚어간다.


그녀가 처음으로 일을 맡았을 때, 아치형 출입구에서 처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던 때 만났던 구릿빛 피부의 우락부락한 한 쌍의 남자들. 북대륙 최남단의 이슬라 라고 하는 사막국가에서 건너온 그들은 북대륙 중부에서 사용하는 공용어인 '나무코어' 에 익숙치 않았고, 그때문에 장장 한시간동안 커뮤니케이션 대란속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게 만들어 크게 꾸중들은 일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가니슈카에서 온 마법사에게 잘못된 꽃 종자를 줘서, 마법으로 깜짝쇼를 보여주려고 했던 그가 본의아니게 화재를 일으게 만들어버린 이야기를.


또 한번은 이률리아 법국에서 온 노인에게 명단을 잘못 확인하여 제국손님이라고 말해버린 탓에  노발대발하는 그에게 지팡이를 한대 얻어맞은 다소 웃픈 이야기도 꺼내놓는다.


" 우와 - 아팟겠다~ "


반쯤은 웃고 반쯤은 찡그린 미묘한 표정으로 미오는 미소를 실실 흘린다.

반면 우즈키는 마치 자기 일인 것 마냥 진지하게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 린짱, 괜찮아요? 아프지 않았어요? "


" 그거야 뭐 지금와서는 내 경험부족이었다고 밖에. 상처같은건 없었어. "


" 그래서 그래서~ 다음은? " 이번에는 미오가 눈동자를 번뜩인다.

우즈키가 똘망똘망 빛내던 것과는 사뭇 달라보였기도 했고, 린은 이야기의 화제가 엇나감을 깨닫고 우거지상을 짓는다.


" 내 사담은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왕국은 이렇게 왕국이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체험이 있다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


그렇게 말하며 푸른 눈동자는 대화를 마무리짓는다. 세 소녀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저도 모르게 어느센가 공원의 끄트머리를 상징하는 초대 미시로 왕의 대리석상 앞까지 와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린이 문득 회중시계를 꺼내어 보니 시침과 분침은 나란히 겹쳐져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이야기만 했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


" 벌써 12시. 슬슬 점심식사 어때요? 린짱과 미오짱에게 오늘은 시나몬 롤이 준비되어있어요. "


" 오오~ 기다렸다구 대장~! "


아까부터 시나몬향에 은근히 민감하게 대하던 미오는 그 넘치는 식욕을 입밖으로 쾌활찬 목소리로 표현한다. 급작스레 들러붙어 껴안는 그녀에게 당황하며 우즈키는 우물쭈물거린다.


" 에엣? 대, 대장이라니.. 그보다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요.."


그걸 쳐다보던 린의 얼굴은 엷은 미소만을 지으며 이 소박한 행복을 은은하게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행복감에 차는것과 별개로 말할 건 말해야겠지.


" 사람들이 빤히 보고있다고, 둘 다. "


" 하왓..! " "우옷..! "


주변에서 느껴지는 무수한 시선세례를 그제서야 눈치채고 미오는 휘감고있던 팔을 슬슬 풀어낸다.


" 식사는 어디서 하는게 좋을까? 근처의 테라스가 있는 카페라도 ? "


" 아뇨~ 요 근처에 조성된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서 먹도록 해요. "


" 오호~ 호수라~ 신나는구만~! "


여지껏 집안일을 돕느라 제대로 돌아다닌 적이 없던 미오는 뭐든지 즐겁고 새롭다. 그녀의 힘찬 발걸음이 길을 알고있는 우즈키보다 미묘하게 앞으로 나서며 행선지로 향한다.

쫄래쫄래 따라가며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소심하게 주의주는 것은 우즈키.


그리고 그 등 뒤로.. 아직 걸음을 제대로 때지 않은 채, 어느센가 뭔가에 시선이 꽃혀 그저 바라보고 있는 린의 모습에.. 한박자 늦게 우즈키는 눈치챈다.


" 저기, 린짱? "


" .... "


소녀의 청아한 눈동자는 대리석상들이 늘어선 곳 한가운데에 꽃힌 어느 팻말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대답이 없자 소녀는 한걸음 더 다가가, 목소리도 살짝 높인다.


" 저기..! "


" 아, 음. 어어. 지금 갈게. "



놀라서 저도모르게 움찔한 린은 혹시라도 뭔가 잘못된게 있나 하며 걱정스런 눈매로 쳐다보는 그녀의 부름에 그제서야 따라나선다. 그리고 곧, 미오가 저 너머에 먼저 가고있다는 사실에, 보던 것을 뒤로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거대한.. 가리개가 뭔가를 가리고 있다. 뭔가의 작용으로 형광빛 가루가 뿌려진 그것은 천과 같은 재질로 보였음에도 바람에 털 한올도 흩날리지 않는다.

그 대신, 기묘하게도 마치 열이 나는것처럼 작은 아지랑이를 피우고 있었다.



더불어 그 앞에 꽃힌 팻말에는 이와 같이 적혀있었다.


[ 왕국력 346년 제 5대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하야미 카나데, 오토쿠라 유우키, ○○○ ○○○ ]

[ 개국 346주년 행사 때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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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평화! 를 전재로 하여 이야기는 아직 진행됩니다.

소녀들은 잔혹한 세계에 들기에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언젠가 그녀들이 어두운 환상에 들어갈만한 채비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곧바로 모두가 원하는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소녀들의 청준이 그저 흘러가게 하는것이지요. 평범하게.


그리고 또한 떡밥들도 소소하게 뿌리고있습니다만.. 눈치챈 분이 있으시려나요?


그러면, 중편에서 뵙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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