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후쿠이의 달: 가슴 뛰는 외출

댓글: 0 / 조회: 332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1-10, 2019 10:59에 작성됨.

상당히 간만에 업로드를 하게 되네요. 잠깐 휴식을 취했던 것도 있고...

앞으로는 좀 더 부지런히 올려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1.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제대로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서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오른쪽 정렬 + 이탤릭체로 적힌 대사는 아랍어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이라 씨의 집 근처 공원.
 골든 위크라 불리는 기간을 맞아, 라이라 씨의 학교는 한 주 동안 휴식을 가지게 되었고, 메이드 씨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로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면서 이 주변의 분위기는 꽤 들떠오는 것 같습니다예요. 아이들과 함께 나와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는 부모님들과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이는 것이에요.
 "안녕하세요인 거예요."
 "어, 누군가 했더니 라이라 아닌겨? 그러고보니 요새 통 만나지를 못했구먼."
 "그렇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해가 질 때까지 학교에 있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도 시간이 꽤 되었구먼, 허허. 학교생활은 즐거운지... 는, 굳이 안 물어봐도 되겠군. 옆에 있는 친구는, 학교에서 사귄 친구인 게지?"
 "아, 네. 학교에서 만난 유우나 씨인 것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라이라 쨩이랑 같은 반의 사쿠라 유우나라고 합니다."
 "그래, 만나서 반가우이. 허허, 라이라에게 이렇게 친한 친구가 있는 모습을 보니 이 할애비도 마음이 참 좋구려."
 "별 말씀을요. 전 그저 라이라 쨩이랑 친해지고 싶었던 것 뿐일걸요. 헤헷."
 "허허. 그러고보니 이제 골든 위크구먼. 1주일 동안 쭉 휴일인데, 라이라는 그동안 뭔가 할 계획이라도 있나?"
 "아, 실은 내일 유우나 씨랑 놀러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예요."
 "그랬구먼 그래. 학교생활 하다 오랜만에 나가서 놀게 되었으니 기대가 많이 되겠구먼.
 그럼, 숙녀들을 너무 오래 붙잡아둘 순 없는 노릇이지. 즐거운 시간 되게나."
 "다음에 또 만납시다예요~"
 공원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한 분이 있어서 잠깐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예요.
 "라이라 쨩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는구나."
 "그렇게 되었습니다네요.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오기까지 몇 사람이랑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네요."
 그리고 라이라 씨와 함께 집 근처의 공원을 찾은 유우나 씨. 오늘 유우나 씨와 함께인 것은, 첫째로는 그 동안 유우나 씨와는 밖에서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만나기로 약속해서인 것이고, 둘째로는...
 "근데, 여기가 라이라 쨩이 말한 그 공원이야?"
 "네. 라이라 씨, 여기를 그림 그리는 것이에요."
 ...골든 위크 기간 동안 미술 과제가 생겨서인 것이에요. 1주일 동안, 자기가 본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담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라이라 씨는 하아토 씨랑 새 친구들이 떠오른 것이고, 유우나 씨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예요. 그래서 유우나 씨랑 이 공원을 찾게 된 것이네요.
 그러면 하아토 씨를 찾아야 합니다네요. 평소엔 이 시간엔 항상 이 공원에 있는 것인데, 먹이를 찾으러 다른 곳에 간 것일까요? 아니면 사람이 많아서 잠깐 몸을 피한 것일까요? 안 보입니다네요... 아! 저기 있었던 것이네요~
 "하아토 씨, 안녕하십니까예요? 여기 빵 귀퉁이를 가지고 온 것이에요~"
 하아토 씨를 만날 때마다 항상 그래왔듯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예요. 하나토 씨나 하쿠토 씨와 함께 다가오는 하아토 씨. 라이라 씨를 보고는 반가운 듯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네요. 사실, 요즘은 예전처럼 새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네요. 학교를 가야 하는 것이고, 집으로 돌아오면 슬슬 어두워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하아토 씨, 이제 골든 위크인 것이에요. 그러니까, 그 동안은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예요~"
 그렇게 이야기하자, 라이라 씨가 준 빵을 먹고 있던 하아토 씨가 기쁜 듯이 날갯짓하며 우는 것이네요.
 "얘네들이 라이라 쨩이 전에 말했던 새 친구들이구나?"
 "네, 그런 것이에요. 라이라 씨, 이 주변 사람들하고도 친하게 지냈습니다이지만, 새들도 라이라 씨에게 친하게 대해 줘서 좋습니다예요."
 "후훗, 그렇구나. 정말로 라이라 쨩을 잘 따르는 것 같아."
 라이라 씨와 친구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어 보이는 유우나 씨.
 "유우나 씨는 새 친구들을 사귄 적 있습니까예요?"
 "응? 그게... 예전엔 있었어. 아무래도 다들 비둘기에게 먹이 주지 말라고 가르치니까, 지금은 다들 떠나갔지만."
 "그런 것인가요. 아쉽습니다네요."
 유우나 씨에게도 새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네요. 역시 유우나 씨는 친구를 잘 사귀어서, 라이라 씨처럼 새들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네요. 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이라니, 아쉽습니다네요. 새 친구들에게도 안타까운 것이네요.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친하게 다가와 주었던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어떤 이유로 더 이상 다가와 주지 못하게 되었다면, 아마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예요.
 비둘기 친구들을 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는 자리에 앉기로 하고, 근처의 벤치에 자리잡았습니다예요. 그럼 비둘기 친구들을 그려야 하는 것이니까, 가방에서 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봅시다예요. 그런데...
 "음?"
 "왜 그래, 라이라 쨩?"
 "저기 보십시오예요."
 스케치북을 꺼내고 났더니 하아토 씨가 왠지 다른 친구들에게 무언가 눈치를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네요. 왜 그러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오오오..."
 "어, 어어, 와아... 하하핫!"
 날개를 활짝 펼치고 멋진 폼을 한껏 내는 하아토 씨와 친구들. 라이라 씨가 자신들의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요? 라이라 씨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이에요.
 "멋지게 그려달라고 포즈 잡는 걸까? 얘네들 재밌다!"
 "후훗, 그런 것이네요."
 멋지게 그려 달라고 하아토 씨가 이렇게까지 호응을 해 주니, 라이라 씨도 그에 보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요. 연필을 들고 친구들을 데생하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비록 라이라 씨, 돈에 여유가 없어서 연필 한 자루만으로 친구들을 그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깃털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에요. 하지만 혼자서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유우나 씨가 심심한 것이니까, 그림을 그리면서 유우나 씨에게 라이라 씨가 지금까지 사귄 새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와 처음으로 친해졌고, 이 도시의 다양한 멋을 소개시켜 준 하아토 씨, 먹을 것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하나토 씨, 다른 구역에서 누군가 날아와 친구들을 괴롭힐 때 나타나 친구들을 구해주는 하쿠토 씨, 또는 나무 위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참새 부부라든지... 라이라 씨가 길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잠깐 유우나 씨를 바라보면, 유우나 씨는 반짝이는 은테 안경 너머로 눈을 빛내며 라이라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네요. 유우나 씨, 정말로 재밌어하는 것 같습니다예요.
 그리고, 또.....
 "한 번은 까마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예요."
 "까마귀...?"
 "네. 장을 봐 온 음식들을 재빠르게 낚아채는 헌터로 유명했는데, 라이라 씨도 한 번 당했던 것이네요."
 "뭐, 진짜? 그거 정말 큰일난 거 아냐? 그럼, 그 날 저녁은 어떻게 했어?"
 "다행히도 빼앗긴 것은 빵 귀퉁이 뿐이어서 저녁 식사를 할 수는 있었습니다네요. 그런데, 다음 날에 어떤 일이 있어서 그 까마귀 씨랑 어느 강에 가게 된 것인데, 까마귀 씨가 직접 미끼를 걸고 낚시를 해서 붕어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예요."
 생각해보면 그 때의 일도 추억입니다네요. 그 때를 계기로 까마귀 씨는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니까요.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을 뿐, 사실은 친구를 원한다는 것을 그 때 라이라 씨는 알게 되었습니다예요.
 그런데...
 "그, 그러니까... 뭐라고?"
 유우나 씨가 왠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네요. 확실히,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네요.
 "음... 라이라 씨도 처음에 보았을 때는 믿기 어려웠습니다네요. 하지만 정말로 까마귀 씨가 라이라 씨 앞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예요. 물고기가 커서 끌어올리는 것을 힘들어하니까 라이라 씨도 함께 도왔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 것이네요."
 "그, 그래? 와... 그건 정말 신기하네."
 다시 한 번 이야기하니 이야기를 알아듣고 놀라는 유우나 씨. 아까 들은 이야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안 것 같습니다네요.
 "...그래도 막 뺏어가는 건 좀 심했지만."
 "후훗, 그런 것이네요."
 그렇게 유우나 씨와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났더니, 어느 새 그림이 거의 다 그려져 있는 것이네요. 역동적으로 날기 위한 날갯짓을 하는 듯한 모습의 비둘기 친구들. 필기를 할 때 쓰는 연필을 가지고 그린 것이어서 투박한 부분도 있습니다이지만, 그래도 하아토 씨가 원하는 것 같은 강인하고 역동적인 멋은 잘 살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예요.
 "와아, 라이라 쨩 그림 진짜 잘 그린다! 그림은, 두바이에 살적에 배운 거야?"
 "아, 네. 그렇습니다예요."
 그러자 라이라 씨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유우나 씨. 유우나 씨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예요. 생각해보면 라이라 씨, 두바이에 있었을 적에는 상류층으로서 많은 것을 배워야 했고, 그 가운데에는 미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네요. 서예나 기하학적인 미를 통해 눈을 즐겁게 하는 아랍 전통 미술에서부터, 사실적인 화풍을 중요시하는 서양의 미술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인데...
 "호오, 그렇구나. 근데 그렇게 생각해도 대단하다. 필기용 연필 하나로도 빛의 음영이라든가, 역동감이라든가..."
 "그런 것인가요? 감사합니다예요."
 "그러고보니 라이라 쨩, 미술 말고도 두바이에선 배운 게 많다고 했었지. 전에 골프나 테니스 얘기한 것도 그랬고... 그러면 엄청 바빴을 것 같은데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힘들다라..."
 확실히 그 때는 배워야 할 것들도 많았고 소화해야 할 일정도 많았던 것이어서, 다들 라이라 씨처럼 해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 힘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네요. 미술에 대해서만 생각해봐도, 미술사라든가, 그에 따르는 시기별 지역별로 유행했던 미술 양식이라든가, 알아두어야 했던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풍경화를 그릴 때만큼은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네요. 라이라 씨의 엄마 아빠는 사업으로 인해 바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라이라 씨와 함께 해 주고 때로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라이라 씨는 여행 중에 두 눈을 통해 본 것들을 그림으로 담고는 했습니다예요. 고가철로를 통해 열차가 지나가는 현대적인 두바이의 풍경, 메카의 성지 곁에 서서 순례자들을 굽어보는 시계탑, 사막 위에 고고하게 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냄새는 지독하지만 자극적인 삼원색의 염료가 보는 이의 눈을 희롱하는 모로코의 가죽 염색 공장 등등... 공부나 사교 활동 같은 것들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휴식이 주어지는 여행의 순간을 더 오랫동안 남기고 싶어서 라이라 씨는 그 풍경들을 그림으로 남기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왜 사진이 안 되는가 하면,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들은 라이라 씨의 감상이 담기지 않아서라고 할까...
 "후훗. 왠지 그 기분 알 것 같아."
 그런 이야기를 하자, 라이라 씨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유우나 씨. 생각해보면 유우나 씨도 곁에서 보고 있으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러면서도 친구도 사귀어야 하니까 바쁜 것이네요. 좋은 고등학교를 목표로 한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그림도 다 그렸으니 슬슬 스케치북을 접어두어야 겠습니다네요. 스케치북을 접고, 필기구와 함께 가방에 집어넣은 다음, 돌아가기 전에 유우나 씨와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아, 내일 정말 기대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왠지 하늘을 쳐다보며 기대감에 젖은 듯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유우나 씨. 아, 그렇습니다네요. 내일은 204호 씨의 공연이 있는 날인 것이니까요. 유우나 씨를 처음 만난 날, 라이라 씨와 함께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언젠가 204호 씨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들으러 가 보자고 약속했던 것이 떠오릅니다네요. 그리고 내일이 바로 그 날인 것이네요. 공원에서 유우나 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204호 씨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라이라 씨로서는 정말 기대가 되는 것이에요.
 하지만 라이라 씨, 204호 씨의 노래는 벽 너머로 흥얼거리는 소리로밖에 듣지 못한 것이네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204호 씨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이지만, 204호 씨가 어떤 음악을 하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예요.
 그런 이야기를 유우나 씨에게 했더니,
 "아, 그렇겠구나. 라이라 쨩이 오고서는 노나카 씨의 공연이 없었으니까..."
하고 손뼉을 탁 마주치고는 라이라 씨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예요.
 "노나카 씨는 라이브 공연 때는 드러머 한 분이랑 같이 둘이서 어쿠스틱 음악을 주로 연주해. 그래서 공연이 시작되면 노나카 씨가 연주하는 기타의 음색 위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게 그 노래의 메시지와 어우러져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상쾌하게..."
 "오오, 딱 204호 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것이네요. 라이라 씨, 유우나 씨와 함께 204호 씨의 상쾌한 노래 듣고 싶습니다예요."
 "응, 나도. 내일은 내게도 라이라 쨩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내일 간직하게 될 추억을 기대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웃는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그러면, 내일 아침 10시에 후쿠이역에서 만나는 것이네요."
 "응. 후쿠이역 서문 광장에 있는 트램 정거장. 거기서 보자."
 "트램인 것이네요. 거기서 보는 것이에요."
 그렇게 내일 만날 약속을 확인한 뒤,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예요. 오늘 유우나 씨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내일은 아침부터 만나서 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것이네요. 어서 내일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예요.



 다음 날 아침.

"아가씨, 일어나세요. 아침 식사 드시고 외출하실 준비 하셔야죠."
"으, 으음..."

 메이드 씨가 잠을 깨우는 목소리에 서서히 정신이 들어오는 라이라 씨.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바닥에는 간단하게 토스트와 샐러드가 아침 식사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예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가씨."
"아, 네. 좋은 아침이에요."

 그럼, 우선 잠자리를 정리하고... 메이드 씨가 준비해 준 아침 식사를 시작합시다예요. 메이드 씨 덕분에 겨우 일어났습니다이지만, 오늘은 유우나 씨랑 만나서 놀러 나가는 것이니까, 어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네요. 메이드 씨와 마주보고 앉아 토스트를 손에 들고 우물우물...

"오늘 드디어 친구 분과 외출하시게 되는군요."

 천천히 토스트를 맛보고 있으니, 메이드 씨가 라이라 씨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네요.

"항상 만나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멀리 나가는 것은 아마 처음일 텐데, 그 날이 오니 기분이 어떠신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메이드 씨의 질문.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두바이에 살적에는 이렇게 공식적인 약속을 통하지 않고 순수하게 친구와 놀기 위해 만났던 일이 없었던 것이네요. 어딘가 이동을 할 때는 항상 집안 소유의 차나 헬기를 통해 이동을 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학교생활, 교과 외 수업, 공식적인 사교 모임, 아니면 이런저런 대회라든지... 그래서 두바이에서의 생활은, 실제 분위기는 말하기에 복잡하지만 어쨌든 항상 누군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나날의 반복이었습니다예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라이라 씨가 그런 보호벽을 깨고 나오는 첫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네요. 물론, 두바이를 떠나 일본으로 들어온 날부터 이미 그런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라이라 씨에게는 메이드 씨가 있어 주었던 것이니까요. 공항에서 내려 이곳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이 집안에서 식사를 할 때도, 메이드 씨는 항상 라이라 씨를 지켜주었고, 덕분에 라이라 씨는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예요.
 그래서 유우나 씨랑 둘이서 트램을 타고 멀리까지 가서, 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먹고, 공원의 이곳저곳을 구경한다는 것이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네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대가 되는 것이에요. 유우나 씨는 그 동안 라이라 씨가 갖고 있던 의무감에서 벗어나 정말로 자유롭게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것이니까요. 유우나 씨와 함께 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거라고 생각하면, 라이라 씨는 정말 두근거리는 것이에요.

"후훗, 기뻐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렇게 메이드 씨에게 이야기하자, 그런 라이라 씨의 모습에 만족한 듯 웃는 메이드 씨.

"하지만, 확실히 그렇네요. 저도 아가씨 혼자 멀리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이드 씨도 역시 그런 것이었나요.

"그럼, 메이드 씨도 저랑 함께할래요?"
"네? 아, 아뇨. 그래도 친구 분이랑 함께하는데 끼어드는 건 실례죠."

 그래서 메이드 씨에게 물어보았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양하는 메이드 씨.

"후훗, 농담이에요. 유우나 씨는 믿을 수 있는 친구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게다가, 204호 씨도 있고..."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노나카 씨, 어제 저녁 내내 무언가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바빠 보이던데..."
"네, 그러게요. 그러고는 오늘은 아무 소리도 없는 걸 보면, 우리가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것 같네요.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 갔으면 좋았을걸..."
"자고 있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셨겠죠. 노나카 씨, 그런 쪽으로는 민감하시니까..."

 그런 것이네요. 그래도 최근 며칠 204호 씨와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네요. 하지만 공연 준비로 그간 바쁜 것 같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네요. 어서 유우나 씨와 함께 204호 씨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예요.

"그래서, 오늘이 드디어 노나카 씨의 노래를 듣는 날이로군요. 그, 친구 분과 함께..."
"네. 어제 유우나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204호 씨의 노래는 딱 204호 씨 이미지랑 맞아서 노래가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되시는 것 같군요. 돌아오시면 소감이라도 들려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렇게 언제나처럼 꽃피는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 간의 이야기. 이전이랑 다를 바 없는 아침 식사 시간이지만, 유우나 씨와의 외출을 앞두고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예요.



"그럼, 여기 1500엔하고, 도시락 여기 있습니다."
"네, 고마워요. 그런데 메이드 씨는 그동안 뭐하면서 지낼 건가요?"
"저는, 집안일을 좀 하고 나서는 아가씨께서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 오신 책을 읽을까 합니다만."
"아, 그 일본 요리책 말이군요. 언젠가 메이드 씨가 해준 맛있는 일본 음식, 먹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네요."
"공부를 좀 해 둬야 하겠군요, 후훗. 그럼, 친구 분과 좋은 시간 보내다 오시길..."
"네, 다녀오겠습니다."

 메이드 씨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온 라이라 씨.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니 서둘러서 약속 장소에 가야겠습니다네요. 마당을 나와 골목길을 걷다보면 상점가가 나와서... 아, 저기 과일 가게 아저씨가 라이라 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있습니다예요. 잠시 이야기를 하다 가는 것이에요. 들뜬 마음으로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는 라이라 씨. 그런데,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네요. 아쉽지만 작별 인사를 하고 갈 길을 계속 가야 하는 것이네요. 그런데 이번엔 저기 반찬 가게에서 야채 고로케를 만들어 놓은 게 눈에 띕니다네요. 어디 한 번...
 그렇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상점가를 활보하다가, 이제 후쿠이역 근처까지 왔습니다네요. 문을 막 연 가게들과 백화점을 사이에 두고 길을 걷고 있으니 도로 한가운데 깔려 있는 레일을 따라 트램이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예요. 라이라 씨, 오늘은 저걸 타고 놀러가는 것이네요. 그럼, 어서 약속 장소까지 서둘러 가 볼까요? 유우나 씨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예요.



 "......."
 ".........."
 약속 장소에 도착해 유우나 씨를 만났습니다. 만났습니다인데, 유우나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네요. 정거장의 의자에 앉아 날카로운 안경 테 너머로 라이라 씨를 올려다보는 그 눈빛, 화가 나서 부루퉁해 보이는 양 뺨은 라이라 씨가 알던 착하고 늘 웃어주던 그 유우나 씨가 아닙니다예요. 어, 그러니까, 라이라 씨에게 이제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에요?
 "저, 유우나 씨... 안녕하세요인... 거예요?"
 "......라이라 쨩."
 조심스럽게 인사하니까, 유우나 씨가 라이라 씨를 부릅니다네요. 하지만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예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 10시에 만나기로 했잖아. 시간에 늦으면 어떡해!"
 아, 라이라 씨, 시간에 늦은 것 같습니다네요. 하지만 그렇게 많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인데... 여기 오는 길에 한눈을 파느라 라이라 씨가 생각한 것보다 시간에 훨씬 늦었던 것일까요?
 "어, 라이라 씨 그렇게 늦은 것이에요? 라이라 씨는 서둘러서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인데..."
 "엣..."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말문이 막힌 듯한 유우나 씨.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라이라 씨를 가만히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살짝 놀란 표정의 유우나 씨, 그리고 얼마간 이어지는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사이의 침묵. 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라이라 씨, 무척 어색한 것이네요. 유우나 씨, 무어라고 말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인데... 그러는 동안 유우나 씨는 표정이 계속 변하면서 머뭇머뭇거리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네요.
 그러더니...
 "후우, 어쩔 수 없지. 앞으로는 늦지 않게 조심해줘. 알았지?"
 "아, 네."
 아, 유우나 씨가 이내 마음을 푼 것 같습니다네요. 다행입니다예요. 유우나 씨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 라이라 씨. 하지만 유우나 씨, 아직도 바닥만 쳐다보고 있고, 왠지 초조해 보이는 것이, 마음을 완전히 놓은 것 같지는 않은 것이네요. 곧 여기로 들어올 트램을 기다리며 다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음, 라이라 씨가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게 좋을까요? 하지만 말을 건다고 해도 무어라고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네요. 안절부절 못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유우나 씨를 바라보다 앞을 바라보다를 반복하는 라이라 씨.
 그런데,
 "...미안."
 유우나 씨가 갑자기 사과했습니다예요. 음?
 "...왜, 라이라 씨에게 사과하는 것이에요?"
 "그, 내가 좀 예민해져 있었나봐. 그... 차를 놓쳐서, 노나카 씨의 공연에, 늦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아아, 유우나 씨는 라이라 씨가 약속에 늦는 바람에 204호 씨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것이었습니다네요. 204호 씨, 유우나 씨가 정말 좋아합니다이고, 그런 만큼 이번 공연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조금 늦은 것으로도 초조해지는 감정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조금이라도 빨리 204호 씨를 만나고 싶고,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눈여겨보고 싶은 그 마음.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 유우나 씨가 보여준 화난 모습이 이해가 갑니다네요.
 "...거기에만 생각이 미쳐서, 라이라 쨩의 입장은 생각을 못한 것 같아. 라이라 쨩도, 기대를 가득 품고 날 만나러 왔고, 사실 별로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것 때문에 유우나 씨가 계속 침울해져서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것도 라이라 씨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예요. 모처럼 이렇게 밖으로 나와 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인데...
 "저, 유우나 씨, 그렇게 자책하지 않는 것이에요. 이렇게 만나서 멀리까지 가는데, 즐겁게 함께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 라이라 씨의 말을 듣자, 유우나 씨는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를 되찾는 것처럼 보입니다네요. 그리고 라이라 씨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유우나 씨.
 "뭐, 그것도 그렇네. 그렇게나 기대했던 즐거운 날인데, 그런 날을 망칠 순 없지."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사이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예요. 정말 다행입니다네요. 역시 특별한 날에는 즐거움이랑 함께하는 것이 최고인 것이에요.
 ...하지만, 금방 올 거라고 생각했던 트램은 아직 올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네요. 어디서 사고라도 난 것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운이 없는 것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이라 씨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니까, 라이라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운명은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인샬라.
 그래도, 궁금하긴 합니다네요. 유우나 씨에게 한 번 말이라도 꺼내보도록 하는 것이에요.
 "유우나 씨, 트램이 안 옵니다네요. 사고라도 난 것이에요? 혹시 그런 인터넷 기사라든가..."
 "응? 그거야, 라이라 쨩이 도착했을 때 트램은 이미 가버렸으니까, 다음 열차는 30분 뒤에 있는걸."
 그러자, 유우나 씨로부터 되돌아온 너무나도 태연한 대답. 아, 30분 뒤인 것이네요............ 라니 잠깐,


 30분 뒤인 것이에요?
 3분이 아니고? 13분도 아니고?


 라이라 씨, 아까 일 때문에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잘못 들은 게 분명합니다예요.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이에요.
 "30분... 인 것이에요?"
 "그래, 30분.... 잠깐만, 그럼 라이라 쨩, 혹시 그냥 아무 때나 오면 차가 금방 올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유우나 씨. 유우나 씨의 손을 따라가 보니, 시간표로 보이는 무언가가 보입니다네요. 아, 정말 유우나 씨 말대로입니다. 10시 10분, 40분, 11시 10분, 40분......
 "저기 시간표 보이지? 두바이에선 어땠을 지 몰라도, 여기선 시간표를 확실하게 숙지하고 다녀야 해."
 트램이 그렇게 자주 다녔으면 내가 그렇게 예민해져 있지도 않았지, 하고 덧붙이는 유우나 씨. 그렇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두바이에서 지낼 때에는 사실 항상 자동차를 타고 다녔으니까 그런 불편함을 느낄 일이 없었고, 그렇지 않아도 버스나 지하철, 트램 같은 것들은 따로 시간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주 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예요. 그래서, 세상에는 이렇게 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시간표를 항상 기억해야 하는 곳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네요. 전에 아야코 씨가 이곳을 보고 '좀 외딴 곳'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 그 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요.
 그리고 유우나 씨가 볼을 부풀리며 화가 나 있었던 이유도 알았습니다예요. 트램이 정거장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차에 타서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유우나 씨는 라이라 씨를 기다리느라 타지 못했을 때, 이 차가 떠나면 그 다음은 30분 뒤라는 걸 떠올렸을 때, 유우나 씨는 어떤 기분이었던 것일까요? 그렇게 되면, 정말로 204호 씨의 공연에 늦게 될 지도 모릅니다네요.
 "...그러면, 이건 라이라 씨가 조금 늦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네요."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는 약속 시간은 꼭 지켜야 돼. 알았지?"



 아까의 소동이 있은 지 조금 뒤.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는 아직도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예요. 둘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10분이 지났던가, 20분이 지났던가... 하지만, 이제 곧 트램이 올 시간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려주듯 사람들이 하나둘씩 텅 비어있던 정거장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이 주변은 아까보다 북적북적해졌습니다예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네요."
 "그러게. 이제 슬슬 다음 차가 올 시간이네."
 "오오, 이제 곧인 것이네요. 그러면 라이라 씨가 가는 곳이 니시야마 공원, 인 것이었나요? 거긴 어떤 곳입니까?"
 "니시야마 공원? 음... 니시야마 공원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다양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이 유명해."
 봄이 오면 하얀 벚꽃이 하나둘씩 피어오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뒤, 꽃이 지며 자신의 의무를 다할 즈음에는 아쉬워할 틈도 없이 광장을 가운데 두고 빽빽하게 심어진 진달래나무로부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면서 공원 전체를 화사하게 감싸준다고 하는 것인데, 그래서 이 시기를 사이에 두고 현 전역으로부터 피크닉을 오는 사람도 많고,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네요. 오오, 그래서 204호 씨가 그곳에 가서 공연을 하는 것이네요. 이쁜 꽃들이 가득 핀 꽃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다라...
 "...그리고 공원이 언덕에 있어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고, 또 동물원도 있어. 거기 레서팬더는 정말 귀여워서 공원의 상징으로도 유명해."
 "호오, 공원에는 레서팬더도 있는 것이네요. 레서팬더 귀엽습니다예요~"
 "후훗. 정말 이것저것 볼거리는 많은 곳이지. 아, 이제 트램 들어온다."
 오오, 유우나 씨랑 이야기하는 사이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습니다네요. 그럼 어서 오늘 하루 라이라 씨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줄 그곳으로 가는 것이에요. 트램에 타서, 자리를 잡고... 그러는 사이에 차문은 닫히고, 사람들을 가득 태운 트램은 자신이 갈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번화한 도심지, 강을 넘는 다리, 정갈한 주택가, 공장 지대, 그리고 한적한 일본의 시골 풍경까지, 다양한 모습을 창문을 통해 비추며 달려가는 열차. 주변에 보이는 이들은 유우나 씨 말고는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친근한 감정이 느껴집니다네요. 두바이에서 살적에는 느껴본 적이 없었던 기분이라 왠지 신기하기도 한 것이에요.
 그리고 라이라 씨가 정거장에서 기다린 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다음 역은 니시야마 공원, 니시야마 공원, 역입니다."
 라이라 씨의 목적지를 알리는 방송이 들려옵니다네요. 오오, 드디어 도착인 것인가요. 여기 있던 많은 사람들도 라이라 씨랑 같은 생각이었는지 슬슬 내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예요.
 "라이라 쨩, 이제 슬슬 다 왔어. 돈은 저기다 내고, 내릴 준비하자."
 "아, 네."
 유우나 씨를 따라 열차에서 내린 라이라 씨. 여기가 오늘 하루를 유우나 씨와 함께 보낼 그곳인 것인가요? 하지만, 여기서 내린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보니 여기서 언덕을 올라 조금 더 가야 공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네요.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이거 생각보다는 쉽지 않습니다네요. 체력과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은 상류층의 기본이었으니까, 라이라 씨,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것인데도... 두바이에는 산이 없고, 산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갈 때는 헬리콥터나 산악열차, 또는 힘이 좋은 자동차 같은 것을 이용했으니까, 등산을 직접 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네요. 계단 오르는 거랑은 기분이 꽤 다릅니다예요.
 "라이라 쨩, 바로 저기야, 저기!"
 "음.... 오오..."
 유우나 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육교 너머에 만들어진 둥근 모양의 광장, 그리고 그 광장을 둘러싸며 층층이 쌓여 있는 색색의 꽃들. 하얀색, 푸른색, 붉은색의 꽃들은 자신들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내면서도 주위의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라이라 씨의 눈을 끌리게 하고 있었고, 그 매력에 넘어온 수많은 사람들은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그 화려한 경관을 즐기고 있습니다예요. 광장 한 구석에는 천막이 몇 개 쳐져 있어 거기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또 한켠에는 누군가 악기를 들고 준비를 하는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네요. 아, 저 사람이 204호 씨인 것 같습니다예요.
 라이라 씨 앞으로 보이는 저 광경을 보니 시내에서 꽤 떨어진 이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204호 씨가 찾아와 공연을 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예요.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네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유우나 씨와 함께 색색이 수를 놓은 꽃밭을 향해 발을 내딛는 라이라 씨.
 "흐음~ 역시 꽃들에 둘러싸여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져. 달콤한 향기도 좋고."
 "그렇습니다네요. 마치 누군가의 화려한 정원에 초대를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예요~"
 "후훗, 그렇네. 자, 그럼 슬슬 자리를 깔 만한 데를 찾아볼까?"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네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것이에요~"
 "그러게. 어디 자리 나는 데가 없을까...?"
 여기저기서 꽃놀이를 즐기는 인파들 사이에서 빈자리를 찾아 나서는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자리 나는 데가... 아, 저기 하나 있습니다네요.
 "유우나 씨, 저기 어떻습니까예요?"
 "어디어디, 아! 저기 딱 자리가 하나 나 있네. 저리로 가자!"
 마침 나 있는 빈자리를 찾아가,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는 유우나 씨가 가지고 온 돗자리를 깔고 거기에 앉았습니다예요. 바닥에 털썩 앉아서 이 공원의 모습을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니 아까부터 보아온 풍경임에도 그 모습이 새롭게 보입니다네요. 고개를 높이 젖혔을 때 비로소 끝이 보이는 꽃밭에 피어난 강렬한 원색의 꽃들은 사막이나 바위산의 풍채와 같이 장엄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라이라 씨의 눈을 어지러울 정도로 가득 메우고 있었고, 꽃들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사람들의 모습은 라마단 저녁의 이프타르가 연상돼서 친근하게 느껴집니다예요. 지금은 낮인 것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유우나 씨를 향해 시선을 옮기니, 유우나 씨, 뭔가 많이 가져왔습니다네요. 층층이 쌓인 커다란 도시락 상자들이 보이는 것이에요.
 "이건 무엇입니까?"
 "응? 아아... 실은 오늘 라이라 쨩이랑 놀러간다니까, 엄마가 도시락을 싸 주셨거든."
 둘이 먹기엔 좀 많지? 하며 수줍게 웃어 보이는 유우나 씨.
 "오오, 라이라 씨도 같이 먹는 것이에요? 도시락 안이 궁금합니다네요~"
 "응, 당연하지! 라이라 쨩이랑 같이 즐기고 싶어서 가져왔는걸. 그럼 자리도 잡았겠다, 한 번 열어볼까?"
 그렇게 말하며 유우나 씨는 상자를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고 뚜껑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그랬더니,
 "오오오..."
 우선 상자 하나에는, 이건 무엇인 것이에요? 그러니까, 밥이랑 김과 함께 이런저런 음식들이 돌돌 말려 있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다양한 색깔의 소스도 뿌려져 있어서 라이라 씨의 입맛을 더욱 돋우어주고 있습니다예요. 그리고 그 외에도 단단하게 다져진 주먹밥이나 예쁘게 잘 말려 있는 노르스름한 달걀말이, 또 생선에 빵가루를 입혀서 튀긴 것으로 보이는 요리 등등 다양한 것들이 커다란 도시락 상자 하나를 가득 채웠습니다네요. 거기에 다른 한 상자에는 샌드위치가 한가득. 정말로 꽉꽉 들어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을 정도인 것이에요. 빵 사이에는 양상추와 함께 치즈랑 햄이.... 어, 햄?
 "유우나 씨, 이건..."
 "아아, 라이라 쨩이 먹을 것도 당연히 준비했지. 여기에는 닭가슴살이 들어있어."
 아, 라이라 씨를 위한 것도 여기 있었습니다네요. 닭가슴살이 들어가서 더욱 두툼해진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라이라 씨를 든든하게 해주는 것만 같습니다예요.
 "다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것이에요~ 어서 먹어보고 싶습니다네요."
 "후훗, 라이라 쨩이 기뻐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럼 먹어볼까?"
 유우나 씨의 말을 따라 각자 자신이 먹을 것을 하나씩 집어 드는데...
 "어?"
 라이라 씨의 뒤편에서 기타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립니다. 아, 라이라 씨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204호 씨가 공연을 시작한 것인가요? 유우나 씨도 노랫소리를 눈치 챘는지 그쪽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예요.
 "유우나 씨, 노랫소리가 들립니다네요."
 "응. 바로 가 볼까?"
 열어두었던 도시락 뚜껑을 다시 닫고, 노랫소리를 향해 달려가는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기타와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이동을 계속하니, 아! 저기에 204호 씨가 있습니다예요. 204호 씨의 옆에 앉은 한 남자가 치는 북의 박자에 맞추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네요. 심플하지만 왠지 낭만이 느껴지는 구성인 것이에요.
 그런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구성으로 때로는 달콤하면서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사랑의 감정을, 때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지친 이들의 마음에 리프레시와 격려를 해주기도 하며 204호 씨는 라이라 씨를 빠져들게 만들고 있습니다예요. 듣는 사람의 귀를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적셔주는 기타의 선율과 이 공기를 청아하게 울리는 듯한 204호 씨의 목소리, 그리고 마음을 매만져 주는 가사. 어째서 204호 씨가 이 근방에서 인기가 많은 건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예요.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한곡 한곡 흘러가는 204호 씨의 노래.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유우나 씨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고개를 돌려 유우나 씨를 보았더니, 유우나 씨 왠지 슬퍼 보입니다예요. 왠지 흔들리는 듯한 표정에,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네요.
 "유우나 씨?"
 "응?"
 유우나 씨를 부르니, 갑작스런 목소리에 놀란 듯한 유우나 씨.
 "아아, 미안미안.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네. 노래를 듣고 있다보니 너무 감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리고는 멋쩍은 듯 웃어 보이는 것이에요. 그치만, 지금 노래는 듣고 있으면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되는 경쾌한 곡인 것인데...
 "가사를 들어봐. 이 노래는 새장 안에 갇혀 있던 새가 하늘로 뻗어나가는 노래야."
 그리고 이전에 나왔던 어떤 노래로부터 이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예요. 호오, 그런 것이네요. 그 말을 따라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확실히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네요. 하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드넓은 하늘 위를 멋지게 날아오르는 새는, 새장에서 나와 자유를 얻은 것에 대해 정말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예요. 좁은 새장과 끝없는 하늘의 대비, 그것을 생각하니 유우나 씨가 감동을 받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네요. 그리고 한편으론 유우나 씨의 204호 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짐작하게 해 줍니다예요. 204호 씨의 예전 노래들까지 들어왔다는 것. 유우나 씨의 그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그런데, 유우나 씨는 언제부터 204호 씨를 좋아하게 되었습니까?"
 "나? 그러니까, 어디 보자..."
 유우나 씨에게 그렇게 물어보니 유우나 씨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네요.
 "아, 그래. 실은 저번에 내가 말한 적이 있었지. 내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처음엔 좀 힘들어했다고."
 "음... 아, 네. 그랬습니다네요."
 "그래서 힘든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도 거의 없었을 그 시기에, 마침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걸 들을 기회가 온 거야."
 "그게 204호 씨인 것이네요?"
 "응, 맞아. 겉으로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붙임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속으로는 지쳐버린 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노나카 씨의 멜로디를 듣고, 나는 노나카 씨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어. 그 이후로 노나카 씨의 노래라고 하면 일부러 찾아 듣기도 하고... 또..."
 수줍은 듯 말을 멈추다 잇다를 반복하면서도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는 유우나 씨. 항상 씩씩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던 유우나 씨였으니까, 지금처럼 흥분해 있으면서도 살짝 부끄러운 듯한 표정이랑 몸짓은 왠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네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유우나 씨가 얼마나 204호 씨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204호 씨를 좋아하는지를 알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예요. 유우나 씨는 단순히 204호 씨의 팬이 아닙니다. 유우나 씨의 힘든 시절을 지탱해 주고 지금의 유우나 씨를 있게 해 준 204호 씨에게, 유우나 씨는 자신의 은인으로서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앗, 내가 말이 너무 길어졌지? 헤헷... 그간 아야코 정도를 빼면 이렇게 내 마음 털어놓는 친구도 없었는데... 왠지 라이라 쨩에게는 이런 이야기도 쉽게 하게 되네."
 "오오... 라이라 씨를 믿어주는 것이네요. 고맙습니다예요. 그리고..."
 "응?"
 "역시 아야코 씨랑도 사이가 좋은 것이네요~"
 "아, 아아아냐아냐! 아야코는 그냥, 초등학교에서부터 같이 올라온 친구가, 걔뿐이라서 그런 것뿐이야, 그냥...!"
 아, 이번엔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양 뺨이 발그레해졌습니다네요. 솔직해지면 좋은 것인데...
 "아무튼, 이제 다음 노래 나온다. 공연이나 계속 이어서 보자."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로 얼버무리듯 시선을 옮기는 유우나 씨. 하지만, 그렇습니다네요. 그저 배경음악으로 흘려듣기엔, 204호 씨가 전해주는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라이라 씨의 앞날도,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롭게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