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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의 어떤 하루 _ 19.01.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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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8, 2019 01:05에 작성됨.

 축하를 위한 마음을 담기 위한 선물. 본디 사람은 먹는다는 행위로 인해 입안으로부터 퍼지는 행복감을 만끽하는 존재이니 맛있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전할 수 있다면 주는 사람도, 그를 받는 사람도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만듦이라는 것. 정성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행위. 그 정성을 물질적인 존재로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 

 "그런데... 음식을 만들어 준다 해도 어떤 음식을 대접하는 게 좋을지..."

 갈 길은 정해졌다. 그런데 길만 정해졌다. 손수 만든 요리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곤 부족했다. 또 다시 츠무기는 고민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과는 다른 점이라면

 "에밀리씨는 어떤 음식이라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고민을 함께 나눠줄 동료가 생겼다는 것. 

 "분명 에밀리라면 자신을 생각해 만들어 주었다는 점 그 자체에 감복할 것 입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라멘의 섭취를 마치고 나서 도울 점이 있다는 돕겠다고 자처한 타카네의 말에 세리카도 거들었다. 츠무기는 두 사람의 뜻을 받아들였다. 은혜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은혜를 받게 된 점을 깊이 새기면서. 

 "하지만 그 '어떤'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네요... 아니면 에밀리쨩이 좋아하는 음식은 어떨까요?"

 "에밀리씨가 좋아하는 거라면 말차가 있겠군요."

 "아하. 그러고보니 에밀리쨩. 며칠 전에 말차 롤케이크를 먹으면서 엄청 기뻐했던 게 기억이 나요!"

 세리카의 말에 츠무기는 귀를 기울였다.

 "말차 롤케이크 말인가요?"

 "그 때... 말차맛을 말린 양과자와 함께 말차를 마시면 정말 맛있다면서 먹었던 거 같아요!"

 "말차맛을 말린 양과자... 과연. 그것이 말차 롤케이크로군요."

 타카네는 깊이 수긍하며 끄덕였다. 

 "하지만 며칠 전에 먹었다면 이번에 대접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과연. 그것도 맞는 말이겠군요."

 타카네는 깊이 수긍하며 끄덕였다.

 "우으.. 그러려나요.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주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준다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과연. 그 또한 맞는말입니다."

 타카네는 깊이 수긍하며 끄덕였다.

 "저기... 시죠씨. 아까부터 계속 저희가 하는 말에 맞는 말이라고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 또한 맞는 말이군요."

 타카네는 깊이 수긍하며 끄덕...

 "시죠씨. 혹시 당신이란 분은 어떤 말에도 부정이란 것을 할 수 없는 존재인건가요?"

 "아닙니다. 맞는 말에는 맞다고 했을 뿐. 시라이시 츠무기. 당신의 말이 틀렸다는 건가요?"

 "그..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말을 긍정하시면 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도 그렇군요. 하지만 저와 하코자키 세리카는 당신을 거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주체되는 자는 시라이시 츠무기. 본인입니다. 당신은 에밀리씨에게 어떤 요리를 해 드리고 싶으신지요."

 "그... 그건..."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음식을 대접받고 싶나요?"

 "저 말인가요?"

 뜬금없는 질문이라 생각했지만 타카네는 진지했다. 그 진지함을 본능적으로 중대히 여긴 츠무기는 그 질문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마주했다. 만든 요리가 나를 생각해줘서 만든 요리라면 그 무엇도 감사히 받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하면 결국 원점회귀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츠무기는 좀 더 솔직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안미츠. 좋다. 좋은데 생각보다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걸 프로듀서도, 다른 시어터의 멤버들도 알고 있기에 디저트 가게 등을 갈 때 일부러 안미츠의 가게로 가는 등 일상적인 배려를 받고 있었다. 그는 에밀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일이라는 조금은 특수한 날에 받아봄직한 음식이라면... 

 "츠무기씨. 검색해보니까 이시카와는 킨츠바의 본고장이라는군요! 가자나와 피클이라는 것도 유명하네요!"

 "하코자키씨."

 "츠무기씨의 고향을 검색해봤어요. 츠무기씨 고향의 음식이라면 분명 에밀리쨩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 반대입니다. 하코자키씨."

 "네?"

 "제가 만일 저의 생일 때 제 고향의 음식을 받아본다면 기쁨 그 이상의 감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이는 필히, 저만의 감정이 아닐 겁니다."

 동의를 구하듯 츠무기는 세리카와 타카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와. 츠무기씨. 고향의 맛이라니. 정말 괜찮은걸요. 여러 감탄의 말을 아끼지 않는 세리카의 뒤로 타카네에게서 은은하고 온화한 미소가 퍼지는 것을 발견한 츠무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

.

 "영국의 요리를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네. 그렇습니다. 아마미씨는 베이킹에 능하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아하하. 그저 쿠키나 케이크 정도 굽는 거지만 그렇게 부탁한다면 당연히 도와줘야겠지?"

 영국의 음식이라 하면 자연히 베이킹 쪽이 생각 났다. 타카네의 배려로 하루카의 도움까지 얻게 된 츠무기에겐 더 이상 만들지 못할 요리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츠무기...쨩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네. 괜찮습니다."

 "영국의 음식이라 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좋을까?"

 "어떤..."

 아 이런. 벌써 세 번째 '어떤'에 무언가 채워 넣어야 할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까 전처럼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츠무기는 자신있게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의 앱을 열었다. 영국의 전통 음식. 정직하게 글자를 새겨넣고 엔터를 눌렀다.

 "영국의 전통음식은 파이입니다."

 "파이 맛있지! 애플파이 같은 거려나?"

 "파이라면 분명 에밀리쨩도 좋아할 거예요!"

 "하지만 파아-이란 것도 종류가 분명 많을 것입니다."

 츠무기는 여러 번 터치를 하며 좀 더 자세히 정보를 파고 들기 시작했다. 

 "키드니 파이."

 "오, 그건 무슨 파이래요?"

 "...콩팥. 내장 등을 다져 구운... 파이."

 네? 응? 으음? 각기 다르지만 같은 의문을 품은 한 마디를 동시에 내뱉었다. 처음 들어보는 파이의 이름인데 그 파이를 만들기 위한 재료도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저기. 츠무기쨩. 다른 파이는?"

 "정어리 파이."

 "......정어리 말인가요?"

 태연할 것 같았던 타카네마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혹을 보내왔다. 

 "뭐, 뭐꼬 이게."

 정어리 파이의 실체를 제일 먼저 눈에 담은 츠무기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궁금해하는 세 사람에게 이 정체 모를 파이의 비주얼을 보여주자 알 수 없는 감탄사만이 들려왔다.

 "저기. 츠무기씨. 전통 음식이라면 에밀리쨩이 먹어보지 못했을 확률도 있지 않을까요?"

 "...응. 응! 맞아. 전통의 음식이 아니라 영국의 음식이잖아."

 하루카가 츠무기의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며 확인했다. 장어 젤리니 마마이트니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요리들로 가득한 정보들. 하루카는 정보의 헤드라인을 확인했다.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의 유명 음식. 아하. 검색을 잘못하고 있었나 보구나. 하루카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뒤로 가기를 눌렀다. 터치에서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의 음식' 위로 '꼭 먹어봐야 할 영국의 10가지 음식'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다. 하루카는 그걸 클릭했다. 살펴보니 그 카테고리에도 정어리 파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긴 했다. 다만 파이 종류에 이런 것도 있다더라 정도의 설명문이었다. 

 "저기, 츠무기쨩?"

 "......새..생선으로 파이를 만들라카믄 우째야..."

 "츠무기쨩?"

 "아, 네. 네. 아마미씨."

 "정어리 파이 말고도 뭔가 많은걸?"

 하루카는 빙긋 웃으며 화면을 보여주었다. 정어리 파이 사진을 넘어가자 다른 다양한 영국의 요리가 등장했다. 아까 보던 게 이게 맞나 싶어 갸웃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먹음직스러운 사진들이 보이자 츠무기는 그제야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으음... 파이는 애플파이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최고의 순위를 차지한 음식은 피쉬 앤 칩스라는 것이군요."

 "아, 맞아요. 피쉬 앤 칩스는 정말 영국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알고 있어요."

 "응응. 이건 생선이랑 감자를 튀기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호오. 이를 피시이 앤드 치프스. 라 하는군요.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정어리 파이라는 충격에서 한숨 돌리자 대화가 수월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아니면 츠무기씨. 어느 시간대에 음식을 대접해드릴 생각이신가요?"

 "에밀리씨가 극장에 출근하는 대로 드리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에밀리쨩, 내일은 아침 출근이라 하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아까 스케줄을 확인해보고 왔어요."

 "아침이라 한다면 이른 시간인가요?"

 "9시라 쓰여 있었으니 그 전에 오지 않을까요? 적어도 8시 반에는 극장으로 도착하지 않을까 싶어요."

 "......피쉬 앤 칩스를 아침으로 대접해도 괜찮을까요?"

 으음. 잠깐만. 하루카는 다시 스마트폰을 뒤적거렸다. 아까 아침과 관련된 음식을 본 것 같긴 한데. 으음... 아. 찾았다.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네 사람은 머리를 맞대어 예시의 사진을 보았다. 커다란 접시에 계란후라이, 소시지, 베이컨, 토스트, 버섯, 토마토

 "이 붉은 콩 같은 건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건 음.. 아. 여기 써 있네. 베이크드 빈즈."

 란 것 까지. 아침으로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푸짐해보이는 음식이었다. 무엇보다 이 조합이라면 누가 요리를 해도 절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기도 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의 비주얼을 보며 츠무기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사실 이 조합, 먹기에는 칼로리가 크게 신경 쓰인다. 하지만 자라나는 성장기, 활동을 하나씩 할 때 마다 크게 칼로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의 아침 식사라면 괜찮을 것이다. 무엇보다 생일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스케줄이 있는 에밀리를 위해 준비하는 에밀리의 고향, 영국의 아침. 

 "정했습니다."

 츠무기는 탁상을 한 번 탁. 손바닥으로 쳤다. 그 반사적인 힘으로 올곧게 허리를 폈다. 

 "내일 아침 에밀리에게 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단호한 선언이었다. 이 선언이 있기까지 옆에서 도움을 주었던 타카네와 하루카, 그리고 세리카는 그 선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럼 애플파이는 내가 집에서 해 올게."

 "아마미씨. 결정이 된 지금에서는 아마미씨를 수고롭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에밀리쨩 생일인걸. 우리도 조금이라도 거들어 축하해준다면 더더욱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럼 저는 내일 츠무기씨의 요리를 도와드릴게요!"

 "하코자키씨. 이른 아침이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돕겠다고 한 걸요. 끝까지 돕고 싶어요."

 "그렇군요. 시라이시 츠무기. 저 역시 돕겠습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라는 것을. 저희는 이미 같은 배를 탄 동지니까요."

 이것이 바로 동료 간 우애라는 것일까. 극장의 멤버들의 따스한 마음에 츠무기는 감복했다.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랄 것도 없는걸. 우리도 어떻게 축하를 전해야 좋을까 고민했었는데 츠무기쨩으로 인해 그 길이 열린 셈이니까."

 "아마미씨...!"

 선배의 관록에 감탄하는 것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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