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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플라토닉」 上 - 하야미 카나데 주연

댓글: 4 / 조회: 626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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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6, 2019 20:44에 작성됨.

이 작품은 Fate/Grand Order의 2차 창작, 로스트 플라토닉을 참고로 한 (사실상 인물들만 바꾸어 놓으... 읍읍) 작품입니다.

현재 상편 밖에 쓰지 못하였고 모레에 일주일간 뉴질랜드에 여행? 캠프? 가있는고로 이 카나데 주연 작품을 보고 싶고 후의 전개를 스포당하기 싫으시다면 보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편은 갔다 와서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링크를 단 이유는 단순히 제가 이 작품에서 차용해 왔기 때문이며, 이 작품의 이해에 원본인 2차 창작이나 그 원작 - Fate/Grand Order를 알 필요는 일절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pvmsk&logNo=221396129096&parentCategoryNo=&categoryNo=206&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1/15 - 유이와 미카 + 프로듀서의 점심 먹는 장소를 사내 식당에서 사내 화원으로 변경


후편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27834&sca=%EA%B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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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프로 아이돌 사업부의 한 프로젝트 룸에서, 한 쌍의 남녀가 소파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드물게도 유희실이나 게임용 룸이 아니라, 통상의 업무를 진행하는 이 공간에서.


남자 쪽은 모두에게 친근함을, 때로는 열렬한 사랑을. 수많은 소녀들의 예비 신랑인 346프로덕션의 아이돌 프로듀서.
여자 쪽은 누군가에게 유혹을, 때로는 농염한 사랑을. 미스테리어스 키스마인 346의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


소파나 침대는 뭘 하기 위한 것이냐 물으면 태연한 얼굴로 이성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장소라고 대답할 것만 같은 둘. 둘 다 그 성격과 경력 상, 다른 사람이 보면 연애 따위보다 아득한 앞... 성적인 사정까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한 남녀는커녕 그 두 사람이 둘이서 약간 좁은 소파위에 밀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다. 상상력을 폭주시킬 것만 같은 시츄에이션이다. 누구씨나 누구씨는 그대로 동인지나 관능소설을 집필할 것만 같은 분위기...









[갸아아아아악!!!]


...... 따윈 일절 없었다.
그런 핑크빛 망상을 깨부수는 듯한 현실이 어떠냐고 말하자면, 그녀가 보고 있는 건 선혈과 내장이 난무하는 게임기 화면이었다. 추운 날씨 속에 걸친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이 붙은 후드티와 약간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아래는 방해된다는 듯이 하반신은 핫팬츠만이 존재해 맨다리가 전부 드러나는 요염한 자태였으나, 옆에 있는 프로듀서도 본인도 그곳에는 신경 따위 가지 않고, 픽션 속의 시체들에 온 집중을 쏟아 붓고 있었다.

달콤한 공기도, 에로스도 없는 상황.


“저기. 프로듀서. 좀비 게임은 처음엔 엄청 두근거리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질려버리는 게 꽤나 많다고 생각해, 나.”


“어떤 의미로, 좀비가 나타나면서 일상이 무너질 때가 피크니까. 전부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처음엔 괴물과 싸웠는데 중간부터는 그걸 내팽개치고는 인간끼리 싸우는 전개, 싫단 말이지.”


“그래도, 극한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미쳐버린 또라이들이랑 싸우는 건 싫지 않잖아?”


“하아... 고작 사람이 먹히는 걸 보는 정도로 망가지다니 인간이란 물러 터졌네.”


“글쎄. 하지만 자기 강아지를 위해 바리케이트를 부수는 할머니도 있고, 별로 무른 건 아닌 거 아닌가?”


“그럼 인간이란 뭘 할지 모르니까 결국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거지?”


“... 하아, 네에 네.”


“... 우왓.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어!?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닌데...”


“물량은 이래서 귀찮단 말이지...”


“긴박감으로 따지면 다리 빠른 좀비 아닐까? 달리고 있는 차 유리에 머리부터 박아오는 장면이라던가.”


“그렇게까지 오면 이미 좀비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만. 월드 워Z라던가.”


별 의미도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섹시한 각선미를 보이면서 다리를 흔들거리고 있는 카나데는 근처에 있던 감자칩을 하나 집는다. 우아하게 먹는 것 따위는 필요 없다. 손가락에 묻은 소금을 핥는 것만으로도 어덜트의 향기가 풍기는 것이 그녀.

할짝. 할짝. 그래도 둘은 그대로였다.


“호오. 이 상황에서 정사인가. 꽤나 사망 플래그가 선 것... 아, 잡아먹혔다.”


“한심하네. 주변에의 공포를 쾌락으로 잊으려 하다니.”


“원래 인간은 그런 거잖아? 그건 그렇고 최근 좀비 장르 폭이 좀 넓어진 것 같다고 생각해. 호러나 액션이나 러브코미디에 이제는 아이돌까지. SAGA 쩔어~”


“뭐, 여기에서도 이런저런 경우 있지 않아? 산타에 수녀에 외계인에 마왕(?)에 신(?)에...”


“미안. 그건 좀 봐줘라.”


“당신도 참 어지간한 기연의 소유자잖아? 뭐 달라붙은 건 아니지?”


“무녀와 영매와 수녀와 기타 여러 명이 내 몸 다 훑어봤는데 없었다는데. 천성이라나 봐.”


“후훗... 천성이라... 아무리 그래도 천성 하나 가지고 백 다리를 걸쳐?”


“아아아아직 백 다리는 아니고...”


“그렇네. 여기 아이돌들이 총 183명이였던가.”


“그... 그러니까--”


이야기는 어느덧 엉뚱한 방향으로 탈선. 둘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속 털어놓은 친구끼리의 잡담은 이런 것이리라. 이미 반사적으로 주고받고 있는 대화. 그러면서도 어색함은 전혀 없는 대화. 주절거리고만 있을 뿐인데도 몹시나 기분 좋음을 느껴버린다.


공식적으로는 제 3차 공개 모집을 통해 아이돌이 된 카나데. 이곳에서의 기간으로 따지자면 고참이라고도 신참이라고도 하기 애매한 중견. 프로듀서와의 교제 또한 긴 편이다.


다만 그녀는 한번도 프로듀서와 이성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


발렌타인 초콜릿도 줬다. 편하게 게임도 같이 한다. 함께 잠도 잔 적 있다. (다음날 수라장이 벌어졌다.) 키스 장난도 꽤나 했다. 그러나 한번도 접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도 그 둘에게선 성적인 향이 일절 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임을 말하고 있다.


게임하다가 질렸는지 카나데는 뒤로 누우며, 후미카를 통해 빌린 (최근 후미카의 독서 폭은 여러 가지로 다양해진 듯하다.) 러브 코미디 만화를 넘기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 상반신은 프로듀서의 무릎 위로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달콤한 분위기는 감돌지 않는다.


“... 하아... 이것 참. 게임 대신 보려 했더니 게임보다 지루하네.”


“응? 뭔데... 아. 그거? 약속이랑 열쇠 떡밥 제쳐두고 중반을 한참 일상으로 놀아재끼다가 갑자기 다시 급전개로 얼렁뚱땅 메꾼 그 만화 말이지...”


“둔감. 둔감. 바보같이 짝이 없어.”


“언제나 직접적이지 않은 네가 할 말은 아닌가 싶다.”


“그건 밀당이야. 둔감이랑은 전혀 달라. 밀당은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 하지만 여기 주인공들은 멀어지려 하고 있어. 민폐라던가. 여친(가짜)이 있다던가. 관계가 부서진다던가. 좋아하는 주제에 포기하는 이유만 생각하는 거야?”


“연애물은 맺어지는 순간 골인이니까.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건 머나먼 도착점에 둘 수밖에 없어. 보여주는 건 그 여정, 결승선까지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여로(旅路) 소설인 셈이지.”


“사랑의 상업화라... 서글프네.”


“어이 고등학생”


“가끔씩은 푸념하게 해줘. 지루하다고, 이렇게 지루한데 볼 게 이것밖에 없다는 게.”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는 예의와 선을 지키고 있었다. 아까까지와는 달리, 만화를, 그것도 빌려온 만화를 읽고 있는 이상, 기름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소중한 친구의 소유물이자, 그와 함께 보고 있는 책을 더럽히는 건 그의 절친인 카나데가 할 리 없었다.


그래, 절친.


아무 말도 않고, 눈앞으로 내밀어진 그녀의 손가락을 매우 자연스레 물티슈로 닦아주는 그. 그리고 또 페이지를 넘기고, 감자칩을 집고, 때때로 먹여주고, 더러워지면 닦아주는 걸을 반복한다. 그가 보기 쉽도록 책을 조금 틀고 있는 것도 포인트. 조금만 더 천천히 넘겨줘 같은 말도 않고, 묵묵히 같은 속도로 읽고 있는 둘에겐 깊은 이어짐과 편안함이 있었다.


“사랑하는 상대를 한 사람밖에 고르면 안 된다니. 참 불편하지.
... 응?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범죄자?”


“여차하면 중혼이 허락되는 나라로 모두 함께 떠야지.”


“그거 참 대형사고네. 그것보다 그렇게 도망 같은 짓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당신 정도 되면 그냥 맞서도 될 것 같은데. 아니, 그전에 여기 아이돌들이 처리하려나? 대체 그 아이들 정체가 뭐야?”


“나로서는 평범한 여자아이이자 아이돌로 보고 있는데. 왜, 거기 나오는 탈 인간 히로인들처럼, 그녀들의 힘이나 정체가 뭐든 간에 내게 있어서는 프로듀스 해야 할 아이돌이니까.”


“흐음~ ...잠깐 뭐야 이 전개? 네가 왜 그딴 소리나 해!? 친가가 반사회적 조직인 주제에 그것 하나 제대로 활용 못해? 차라리 작정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다 데려오던가! 남의 결혼식에 난입해서 박살내놓고 뭐야!”


“불평하면서도 끝까지 읽는구나.”


“당연, 내용을 모르고서 무엇에 불평을 해? 제대로 전부 읽고서 불평해줄 거야.”


이러쿵저러쿵 궁시렁 거리면서도 만화를 결국 다 읽은 카나데는 양팔을 뻗는다. 프로듀서는 말없이 그 희고 가는 팔을 주물러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기분 좋게 풀어진다. 하지만 그녀에겐 드물게 에로틱함을 느낄 수 없는 포근한 표정이었다.


“으응... 후아아아~~”


“카나데, 엄청 얼빵한 소리 나오고 있어. 녹음해서 아이돌들한테 보내도 돼?”


“그만... 둬어어...”


언제부터 이런 관계가 된 건지는 당사자들도 모른다. 그녀도 처음에는 어쩌면 그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이렇게 되었다. 육체의 접촉? 현재진행형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녀 또한 긴장을 풀고 있다고는 해도 그 매력적인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섹시한 차람이다. 특히 하반신. 그럼에도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카나데, 매니큐어 바꿨어?”


“당연하지. 좋은 여자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매일 변화를 주는거야”


여자 친구들끼리 편하게 노는 듯한 대화.


과거, 대부분의 동성은 적이었으며, 친구라고 말할 존재가 없었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가 그였다.


“그것보다, 최근 입술이 약간 갈라지고 있어.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데 어째서일까?”


“으음... 카나데의 관리 하에서 입술이 갈라지다니... 혹시나 하니까 립글로스를 바꿔봐.”


“그럴까? 확실히 새 립글로스를 산 게 2주쯤 전이고... 아마도 당신의 말이 맞을 것 같네.”


“조심하라고? 입술은 키스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어라, 그럴 상대가 없어서 미안하네.”


아무튼, 그녀에게 있어 그는 파장이 맞았던 것이다. 남자란 무관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거느리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대상뿐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이 순간처럼 서로의 몸을 맞대고, 장난치면서도 성적인 면모를 느끼지 않고 털어놓는 기분 좋은 관계였다.








“... 너희들, 너무 사이좋은 거 아냐?”


그리고 겨우, 조금 전까지 이 공간에서 둘의 상태를 묵묵히 보고 있던 제 3자가 말을 걸었다. 방금 일을 끝내고 돌아온 듯 차가운 바깥의 칼바람으로부터 폴로 코트로 몸을 감싸고 있는 그녀는 죠가사키 미카. 카리스마 갸루라는 캐치프라이즈로 동년배 남성과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현역 모델이자 아이돌이다. 지금은 코트로 뒤덮혀 딱딱해 보이는 겉모습 이었지만, 염장질에 더워졌는지 코트를 벗어던지자 약간 계절에서 벗어난 듯한 노출도의 의상이 드러났다. 이 방, 여성들의 방어력 (특히 하반신)이 꽤나 낮다.


그 질문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표정과 타이밍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두 사람. 그 숨이 딱 맞는 게 미카의 정신을 바득바득 갉고 있었다.


“에-? 별로 평범하잖아. 당신, 저거 집어줘.”


“네네”


“응...”


“뻔뻔하긴”


“다른 애들이 훨씬 더 하다고 생각하지만? 꿀꺽꿀꺽... 푸하아--. 자.”


“스읍... 응, 역시 좋은 차네.”


“모모카 아가씨와 코토카 아가씨가 언제나 준비해두는 차니까.”


“하하... 매번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지만.”


음료를 나누며, 매우 자연스럽게 간접 키스를 하는 둘. 하지만 그걸 특별히 신경 쓰는 모습도 없고, 오히려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해온 부부 같은 두 사람을 보고 미카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저기. 그만해줘. 그 10년차 부부 같은 모습. 패배감으로 죽을 것 같으니까...”


“미카, 말투 말투.”


“괜찮아 미카? 가슴 주무를래? ...어이 카나데, 말없이 내 흉판 문지르지 말아줄래.”


“여기가 좋은 거야?”


“으왓...! 야 그만둬!”


“그거라고 그거! 그걸 그만두라고! 그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가장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듯한 알콩달콩을 그만둬 달라고!!!”


꺅꺅 소파 위에서 장난치는 둘에게 저도 모르게 미카는 소리 지른다. 애초에 이성과 만나면 키스 할래? or 하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은 키스마가 저렇게 무구하게 이성과 놀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카나데, 너... 정말로 사귀지 않는 거지?”


“어라, 남녀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그런 걸 상상하는 걸까? 미카는 욕구불만?”


“... 그 말은... 세상에서 제일, 너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어어어!!!”


질문한 미카 본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와 단둘이서 놀다 온 카나데에게 사후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나 냄새가 일절 없었다고. 그래도 이 두사람이 플러스된다면... 이 회사 내의 모든 아이돌들(+기타 여러 사람들)을 공략해버린 프로듀서와 스낵감각으로 남자를 고를 것 같은 카나데의 조합이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직접 현장을 보는 걸 선택했지만, 설마 그 짧은 시간 만에 이렇게까지 정신적으로 깎여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거라면 차라리 사귀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까지 생각했다.


“미카도 다른 애들도 참... 내가 프로듀서와는 건전한 친구로서의 교제를 하고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걸.”


“의심하는 것도 어쩔 수 없잖아...”


“하하... 뭐, 미카의 생각도 이해가 가지만...”


--- Hi Hi Hello 기분은 어때? 그래 오늘도 분명 fun・fun・fun


“아, 전화다. 여보세요?”


[아, 프로듀서짱! 유이인데, 그쪽에 미카 있어?]


“응, 있는데”


[오늘 미카랑 여기 화원에서 점심 같이 먹기로 했는데 프로듀서도 같이 먹을래?]


“응, 지금 갈게.”


[OK-!]


"미카, 들었지? 자, 가자. 아, 그런데 카나데는?"


“난 나대로 먹으려고”


“그래? 그럼 좀 있다 보자.”


“카나데, 또 보자.”


어느샌가 또 가버린 그. 그는 우정적인 의미로도 남녀적인 의미로도 수많은 아이돌들과 24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최근엔 언제 자는 건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그가 나가자 그녀는 조용히 그가 있던 자리에 눕고, 뒹굴며 기분 전환을 한다.


“무슨 생각이야?”


“응? 뭐가, 슈코.”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방 한쪽에서 조용히 또 다른 여성이 발걸음을 옮겼다. 시오미 슈코. 자칭 느긋한 무사안일주의자. 언제나 한 걸음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 능글맞고 적당히 행동하며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파고들기 어려운 타입이다. 카나데는 내심 경계의 색을 서리며 대화를 받았다.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는다. 그것이 특히 남자라면. 안 그래?”


“어라, 그 같이 매력적인 남자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겠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가까워지고, 계속 가까워져 결국 거리를 제로로 만드는 여자, 그러나 충분히 가까운 거리임에도, 아직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은 것이야말로 그녀의 수수께끼이다. 그녀가 먼저 원해, 프로듀서가 거절했다면 이해한다. 하지만 방금 전의 모습은 애욕적이거나 즉흥적인 관계가 아닌, 마음을 터놓은 친구의 관계였다. 그렇기에 시오미 슈코는 의문을 품는다. 하야미 카나데가 그런 미지근한 관계로 만족하겠냐고.


“뭐, 확실히 그는 이상적인 남성이야.”


그의 잔향이 나는 베개를 허벅지에 끼우고는 카나데는 대답한다.


“끝없는 재와 흙더미 속에서 약하게 명멸하는 원석들을 찾아내는 안목, 그렇게 찾아낸 소녀들을 이 머나먼 정상까지 올려주는 행동력과 추진력, 모든 아이돌들 한명 한명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화제를 맞춰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숨겨진 고민도 아픔도 끌어내 달래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소한 곳에서까지 배려를 해주는 상냥함과 절대 질리지 않게 해주는 터무니없는 황당무계함, 마지막으로 무심코 숨을 삼켜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형태의 몸까지... 오히려 어째서 손을 대지 않느냐고 자신에게 묻고 싶어.”


“뭐야, 제대로 공략되어 있는 거 아냐? 그보다 마지막에 그냥 넘길 수 없는 소리를...”


“하지만--”


하야미 카나데는 그녀의 말을 끊어내고 말을 잇는다. 그것은 그녀에게 말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어조였다.


“그의 것이 되어, 모든 것을 드러낸 순간,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는 무너질 테니까.”


그와 남녀의 관계가 되어, 몸과 마음 모두 깊게 이어진다면, 그는 모든 사랑을 주고, 평생을 바친다. 그리고 깊고, 더 깊게 이어진 남녀는, 이윽고 자신의 모든 것을 서로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솔직하지 못했던 어른을 동경하는 소녀가 솔직해진 것처럼, 자신의 구멍을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속여 넘기던 소녀가 제대로 아버지와 마주본 것처럼. 그녀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성장 그 이상의 것들마저, 모든 밑바닥까지 파헤쳐서는 품어준다. 악마 같을 정도의 절대적인 사랑, 그것이 그의 방식.


그 사랑에 빠져들면 마음속의 하고 싶던 말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말 못한 채 아파하고 어긋나는 일도 없다. 그러나 감추는 아이돌인 그녀는, 이윽고 숨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 너같이. 전부 드러내고 말지. 숨기고 싶은 비밀도, 이런 추악한 마음도.


“그것 뿐. 단 하나... 그것만이 나와는 양립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부분이었어. 하지만 그와 있는 것은 기분 좋고, 즐거우니까 「친구로 있자」 같은 흐름으로 지금까지 보내고 있는 거야.
납득, 했으려나?”


“친구... 말이지... 남녀 간의 우정 따윈, 가장 부정할 것 같은 네가 말이야.”


“뭐, 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와의 관계라면, 그런 관계여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


어딘가 기쁜 듯이 말하는 카나데에게, 슈코는 여전히 의아함을 풀지 않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의 주장은 대충 납득할 수 있었지만, 아직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감각만이 그녀를 휘감았다.


“하아... 아, 그러고 보니 밥 먹어야지. 슈코는 어쩔 거야?”


“난 그냥 여기 있으려고. 밥 먹을 기분이 아니야.”


“그래? 그럼 조금 이따가.”


언제나 처럼 슬쩍하고 능숙하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자신도 그렇지만, 이렇게 넘어가버리니 그녀를 잘 파고들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방금 전까지의 아이돌에는 걸맞지 않던 오락 사양을 말끔히 지우고는, 평상시의 그녀로 돌아간 카나데의 뒷모습을 보고 시오미 슈코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


“... 의식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의식적인건지... 내겐 아직도 네가 감추고 있는 채인 걸로 보여. 카나데.”







“......”


이곳은 346의 사내 식당. 아이돌에 스태프에 회사 직원까지 346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드나든다고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런 장소의 구석에서 하야미 카나데는 기껏 가져온 식사를 입에 대지도 않고 조용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한참을 방황하던 손이 누른 것은 앨범이었다. 수많은 추억의 목록을 거슬러가며 그녀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지금까지의 일.


--- 당신이 나의...? 흐음, 나를 아이돌로... 음, 어떡할까나.
그렇네... 그럼... 지금, 키스해준다면 되어도 좋아. 어때?
...농담인데. 후훗! 프로듀서 씨, 얼굴이 빨갛다구?


--- 인생은 초콜릿 상자같아. 꺼내기 전까진 내용물은 모르는 거잖아?


--- 웃는 요령? 그렇네... 좋아한다는 마음이려나. 농담이야! 후훗!


--- 기회를 손에 넣었다면 고민하지 않아. 때로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헤맬지도 모르지만...
프로듀서가 보여준 이 방향이야말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니까...


프로듀서라는 직분에 대한 이상향을 의인화한다면... 이라고 생각해버릴 정도의 그에게, 그녀는 강한 친근감과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것들만이 다가 아니었다고 금방 깨닫고 말았지만.


‘그야, 자신이 이렇게 흥미를 가진 이성은 처음인 걸. 겨우 그 정도로 이런 감정을 가질 리가 없잖아.’


자신을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남자들은 수없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반면에 그는? 자신에게 이성적으로 대시한 것도 아니다. 사랑의 말을 속삭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하야미 카나데는 그 수많은 남자들보다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던가.


남녀의 분위기는 없었다. 달콤한 사랑도, 쑤시는 듯한 애욕도.
하지만 즐거웠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없는 말들의 주고받음도, 아이같은, 때로는 농염한 장난도, 일정을 보며 하는 향후에 대한 상담도, 무사히 일을 해낸 뒤의 축배도.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누구보다 가까운 이성이었음에도 이성적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모함, 배신, 지배... 온갖 악의가 넘쳐흐르던 세상 속에 있던 그녀로서는 그와의 시간은 신선했다.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들간의 관계를 비웃으며, 퍼져가는 애욕 속에 조소하던 그녀가 알지 못하던 세계.

아아... 이런 관계도 있구나.





“뭘 혼자 납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카나데 양은.”


마음과 함께 흘러가던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던 카나데에게 그 목소리는 끼어들어왔다.
시선을 드니, 대충 내린 머리카락과 약간 흐트러진 옷차림에 가운을 걸친, 기인들이 많다고 하는 346의 아이돌 중에서도 굴지의 이단아, 이치노세 시키가 평상시의 표정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아아, 시키. 뭐... 추억에 젖어본 것뿐이야.”


“흐음~”


언제나의 흥미 없어 보이는 듯한 표정에 카나데는 화제를 넘어가려 했으나,


“있지, 카나데.”


“왜?”


“너... 지금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거 알아?”


시키는 그녀답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아, 아니야. 인간은 더러운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 모난 정신으로 보아버리는 법이니. 그냥 그런 느낌이었어.”


“... 시키? 지금 싸움 거는 건 아니지?”


그녀의 대놓고 비꼬는 말투에 아무리 카나데라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키는 그러든가 말던가 들고 있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윽고 입이 컵을 떨어트리고는,


“하아, 이렇게까지 노골적이라면 역시 시키짱이라도 말해야 할지 꺼려지네. 너, 일부러 하는 거야?”


한번 더 비수를 꽂았다.


“시키? 의미를 모르겠어. 제대로 말해.”


그리고 카나데는 시키의 말대로 당황했는지 무덤을 파고 말았다.


“쿡, 흐하하핳하... 으하하핳하하 아하핳핳핳하아하핡하하---”


시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웃어대었다.


아아~ 제대로 말해달라고? ..로오~? 좋아, 해주겠다고, 수많은 분석을 받아왔고, 수많은 것들을 분석한 게 나야. 전부 재단해주고말고.”


상식에서는 가장 이탈해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안다는 것에 대해서는 346 제일의 능력을 가진 소녀의 눈에 궤뚫린 순간, 하야미 카나데는 전에 없을 정도로 굳었다.


“사랑을 거부하는 주제에 사랑을 꿈꾸는 소녀, 성가시기 짝이 없네. 차라리 어느 쪽이든 휘두르는 게 나을 지경이야. 자아, 비밀 많으신 소녀 씨. 너의 얄팍한 기만을 산산조각 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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