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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X 데레마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 제3장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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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9, 2018 15:12에 작성됨.

[오리지널 주의]

본 소설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이후 내용 및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대한 글쓴이의 독자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슈코와 카나데, 아야카가 서고로 돌아옴으로써, 여덟 명이 모두 서고로 모였다.


“드디어 아스카네 할아버님의 비밀이 밝혀지는 거야?”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꽤 빨리 풀렸네.”

“역시 우리 언니가 머리는 좋다니까.”


세 사람은 각자 한마디씩 던지며 탁자 주위에 둘러섰다. 아스카가 시오리코 씨에게 말을 던졌다.


“그러면, 뭘 알아냈는지 들을 수 있을까?”

“네. 그럼, 시작할게요.”


시오리코 씨가 숨을 가볍게 들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이상한 나라』에 관해서는 낮에 이야기 했으니 생략하고, 새로 발견한 것들과 명함 뒷면에 적혀있었던 것들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할게요. 할아버님은 쿠스야마 마사오가 쓴 작품은 물론, 그가 번역한 작품까지 모두 모아두셨어요. 단 한 권만 빼고요.

“그거 수상하네~ 무슨 책인데?”


슈코의 질문이었다.


“쿠스야마 마사오가 1920년에 번역한 『파랑새』예요.”


시오리코 씨는 아까 전 후미카가 책장에서 꺼내왔던 책들을 가리켰다. 모두 쿠스야마 마사오의 작품이었지만, 『파랑새』만은 없었다.


“쿠스야마 마사오는 1920년에 『근대극선집』 제1권을 발간하면서 거기에 『파랑새』를 실었고, 나중엔 단행본도 나왔어요. 그런데 그 번역본만 이 서고에 없어요.”

“하지만 『파랑새』는 할아버지가 늘 들고 다니며 읽으셨던 책이고, 다른 번역본들도 많이 있어. 다른 번역본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굳이 쿠스야마 마사오의 번역본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셨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은데.”


아스카가 반론을 꺼냈다. 하지만 시오리코 씨는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는 거예요. 할아버님께서 같은 책이 여러 권이 되더라도 팔지 않으시더라고 했었죠? 그건 이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할아버님의 추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의 판본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해요.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만 하더라도 호루부샤 복각판, 신초문고판, 사쿠마문고판, 카도카와문고판을 비롯해서 다양한 판본이 꽂혀있어요. 없는 건 마나고야쇼보에서 나온 초판본 정도죠. 그 정도로 할아버님은 하나의 책을 다양하게 모으셨어요.”


마나고야쇼보의 초판본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500부 밖에 나오지 않은 초판본을 구하려면 적잖은 돈이 들어갈 것은 물론이고 운까지 따라줘야 할 테니. 그 초판본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한 권이 시오리코 씨의 소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서고의 다른 책들은 책을 구하신 장소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유독 쿠스야마 마사오의 작품들은 한 자리에 모아놓으셨어요. 할아버님께서 특별히 좋아하셨던 것들이라는 뜻이겠죠. 『파랑새』의 다른 번역본들도 모두 갖추어져 있고요. 그런데 그 교집합인 쿠스야마 마사오의 『파랑새』 번역본만 없다는 건 부자연스러워요.”

“그러면 시오리코 씨는, 그 『파랑새』가 원래 이 서고에 있다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카나데의 말에 시오리코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단순히 할아버님께서 구하지 못하셨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오래되고 희소성도 더 높은 1911년판 시마다 모토마로와 히가시 소스이의 번역본이 이 서고에 존재하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져요.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그냥 구하기는 힘든 책이지만, 《월간 호쇼》나 《일본 고서 통신》 같은 잡지를 찾아보거나 고서점에 수소문을 해서라도 찾을 수 있는 정도는 되거든요. 고서에 관심을 가져 메이지 시대 책까지 구하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죠. 따라서 할아버님께서는 이 책을 구했다가 잃어버리시고 같은 책을 찾지 않으셨거나, 처음부터 구하지 않으셨다고 봐야 해요. 다른 책들을 전부 구하신 걸 보면 전자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죠.”

“즉, 이 서고에서 책이 빠져나간 적이 있다는 건가.”

“네. 아스카 양이 아는 한에서는 없겠지만, 저는 쿠스야마 마사오의 『파랑새』가 없어진 게 아스카 양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이것들 때문이에요.”


시오리코 씨는 『이상한 나라』에서 책갈피와 명함을 꺼내들었다. ‘고베를 기억하며’라는 메시지가 쓰인 면과 ‘기타가마쿠라 역, 비블리아 고서당, 시노카와’라는 글이 쓰인 면이 우리를 향하도록 들려있었다.


“사건이 고베에서 일어났다는 걸 확신하고, 후미카 양이 이 글들이 쓰인 기간을 1994년 말에서 1999년까지로 줄여줬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도 확신하기는 힘들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는데… 명함을 보고, 사라진 책도 있다는 걸 알고 확신이 생겼어요. 할아버님께서 언제 고베로 가셨는지, 그리고 왜 이 피가 묻었는지도요.”

“그게 정말이야?!”


아스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전에 없이 흥분한 모습이었다.


“네. 할아버지께서 고베에 계셨던, 그리고 아마 거기서 구하셨을 이 『이상한 나라』에 이렇게 피얼룩이 남게된 날은…”


시오리코 씨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자신이 추론한 답을 모두의 앞에 내놓았다.


“1995년 1월 17일…이에요.”

“…!”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후미카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슈코도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날… 교토도 엄청나게 흔들렸지…”


그때라면 슈코가 겨우 두 살하고 조금 지났을 때였겠지만, 그 정도 지진이었으면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때 이야기는 제게 안 하시려고 하세요.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주시겠다고만 하시고…”


아리스의 말이었다. 아리스가 태어나기 몇 년 전의 일이지만, 고베 출신이었다고 했으니 부모님은 그 지진을 겪으셨으리라. 그리고 그 당시 고베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생각한다면, 자식에게 말씀하고 싶지 않으신 것도 당연하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52초. 규모 7.3의 대지진이 간사이를 덮쳤다. 고베, 오사카, 교토를 비롯한 긴키 지방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 6,434명, 부상자 43,792명.


그 중에서도 진앙 근처였던 고베 시는 직하형 지진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 그야말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고베에서 기록된 진도는 7.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에 진도 7을 도입한 이후 최초였다. 한신 고속도로가 옆으로 쓰러지고, 고베가 밤이 되도록 불타는 사진은 지금까지도 그 재앙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아있다.


“아스카 양의 할아버님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나던 당시, 고베에 계셨던 거예요. 책에 묻은 얼룩을 보면, 다치셔서 피를 많이 흘리신 것 같아요. 책장 안쪽에는 피가 많이 묻지 않았는데 책갈피에 피가 묻은 걸 보면, 아마 지진이 난 와중에 책을 떨어트리고 할아버님 당신께서 상처를 입으시면서 피가 묻었을 거라 생각해볼 수 있어요.”

“확실히… 표지가 위로 향하도록 펼쳐져서 떨어지고 그 위로 피가 튄다면… 이 책과 같은 모습이 되겠네요.”

“네. 이런 재앙이 아니라도 할아버님께서 개인적으로 겪으신 다른 사고가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가능성의 하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확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할아버님께서 한신・아와지 대지진 현장에 계셨다는 걸, 명함과 사라진 『파랑새』가 증명해요.


낮에도 말했듯이 명함 뒷면에 필기를 했다는 건, 그곳 말고는 마땅히 필기를 할 곳이 없었다는 걸 의미해요. 한신・아와지 대지진 같이 긴급한 재난 상황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리고 그 때 적으신 세 문장. 기타가마쿠라, 비블리아 고서당, 시노카와. 이 문장들은 하나의 인물을 가리켜요.


바로 시노카와 지에코, 우리 어머니예요.”


“우리 엄마?!”


아야카였다. 설마 그 이름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겠지. 내가 아는 시노카와 씨 중에서 고베에서 이름이 적힐만한 사람은 그 사람 정도이긴 했지만, 나는 그 사람을 고베와 연관 지을 수 없어서 생각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시오리코 씨가 말한 대로 아스카의 할아버님이 한신・아와지 대지진 현장에 계셨다면, 한 가지 가능성이 열린다.


“이 부분은 추리가 아니고 제 아홉 살 때 기억에 따른 거예요. 아야카는 두 살 때니까 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는 대재앙이 할퀴고 간 고베로 향했어요. 가게나 어린 두 딸을 걱정할 이유는 없었죠. 점장은 남편인 시노카와 노보루였고, 그 사람이 항상 기타가마쿠라에서 가게와 딸들을 돌봤으니까요. 어머니에겐 고베에 책이 있다는 게 훨씬 중요했을 거예요. 나중엔 환상의 책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10년이나 모습을 감추는 사람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죠.”


사실, 그 ‘환상의 책’의 어마어마한 정체를 알아낸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시오리코 씨가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책을 찾아 훌쩍 떠났을 것이다. 다만 그 때는 내가 시오리코 씨를 따라갔겠지만.


“그 참혹한 곳에 스스로 들어갔다고? 무슨 책이 있길래?”

“큰 지진이 일어나면 수집가들은 소장품을 내놓는다고 해요. 작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그랬고, 10년 동안 외국으로 모습을 감췄던 어머니는 좋은 물건을 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일본으로 돌아왔어요.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도 시장에 대량으로 고서가 쏟아져 나왔죠. 그 책들을 매입하러 간 거예요. 더없는 장사 기회였겠죠. 좋은 사람 덕분에 괜찮은 책을 많이 구했다고 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힘든 사람을 얼마나 등쳐먹었을지…”


쯧, 하고 슈코가 못마땅한 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어린 나이였는데도 그 지진을 기억하는 슈코에게는 그 지진을 겨우 장사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더없이 불쾌하리라.


“그리고 거기서 할아버님을 만난 거예요.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그 현장에서 『이상한 나라』 같은 고서를 가진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먼저 접근했을 거예요. 할아버님께서 우리 어머니에게 먼저 다가오실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할아버님에게서 『파랑새』를 매입하거나… 아니면 빼앗은 거예요.”


순식간에 공기가 가라앉았다. 한참의 침묵이 계속된 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아스카였다.


“잠시만. 정리를 해보도록 하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고베에 계실 때 쿠스야마 마사오가 번역한 『파랑새』도 갖고 계셨고, 그걸 시오리코 씨와 아야카 씨의 어머니가 매입… 혹은 갈취했다,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게 되겠네요. 어머니의 성격을 생각하면, 매입을 하더라도 거의 갈취에 가까운 가격에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책 하나하나를 추억이자 기념으로 생각하셨다는 할아버님께서 책을 내놓으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굉장히 돈이 급했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상황이 해결된 뒤에라도 책을 되찾기 위해 어머니가 일하는 고서점이 어딘지 물어서 명함 뒤에 적어뒀고, 마침내 책을 찾으러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으셨지만… 이미 책은 팔린 뒤였고, 그 대신으로 사오신 게 『안데르센 동화전집』이었을 거예요. 아마도 할아버님은 그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 뒤로 영영 쿠스야마 마사오의 『파랑새』를 구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고베를 기억하며’라는 메시지도, 그 일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추론에 불과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주어진 실마리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땐…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요.”


아직 비블리아 고서당의 아르바이트생이던 시절에 희귀본의 절도범을 찾아내서는 절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다른 수집품을 갈취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재앙을 틈타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서 책을 갈취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차피 그 사람에겐 장사 기회일 뿐이었을 테니까.


“젠장!”


쾅, 하고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가 서고에 울렸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아스카 양…”


책상을 내리친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아스카의 주먹을 후미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감싸쥐었다.


“그런 뜻이었어…? 할아버지께 신세를 졌단 말이… 그런 뜻이었단 말이야…? 그런 것도… 그런 것도 모르고 난… 난…!”


여전히 떨리는 아스카의 주먹을 덮은 후미카의 손 위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오리코 씨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후미카도, 아리스도, 슈코도, 카나데도, 그리고 아야카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소리없이 눈물을 흘린 후, 아스카는 후미카의 손을 자신의 손위에서 내려놓고 시오리코 씨의 이름을 불렀다.


“시오리코 씨…”

“네.”

“처음 만났던 날, 내가 시오리코 씨에게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어. 들어주겠어?”


시오리코 씨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가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할아버님의 장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카는 서고를 찾아온 지에코를 만났다. 『이상한 나라』에 묻은 피얼룩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 『안데르센 동화전집』이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매매한 책이라는 것, 시오리코 씨에게 의뢰하면 『이상한 나라』에 얽힌 비밀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이야기해준 것도 지에코였다. 아스카가 『안데르센 동화전집』의 감정을 부탁했던 순간부터, 우리는 지에코의 손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아스카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는지 손을 부르르 떨면서 시오리코 씨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안해… 미안해, 시오리코 씨… 이런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결코 당신에게 이런 의뢰를 하지 않았을 거야.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아스카 양이 왜 미안해해요. 제가 미안하죠… 그 버릇이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고 믿었는데…”


이번엔 시오리코 씨가 아스카의 손을 잡았다가, 살며시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정말 악취미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것도 지에코가 시오리코 씨에게 주는 ‘시련’의 하나였을까. 17년 전의 사건을 들춰내면서, 자신이 줬던 상처를 다시 들춰가면서 까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 했을까.


“설마… 이런 결말이었을 줄은…”


후미카의 탄식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런데 말이야.”


카나데였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대체 왜 두 사람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 씨는 굳이 아스카 앞에 나타난 거지? 아스카가 했던 말대로, 별달리 얻을만한 것도 없잖아. 법적 처벌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이미 옛일이 된 떳떳하지 못한 짓을 왜 돌아가신 분의 손녀 앞에 나타나서 굳이 이야기한 건지, 난 그게 이해가 안 되네.”

“‘시련’이었을 거예요.”

“시련?”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요.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은근슬쩍 제게 떠넘겨서는 절 시험하고, 저까지 그 ‘환상의 책’을 찾는 여행에 끌어들이려고 손을 내밀었어요. 만약 그때 다이스케 군이 절 불러세우지 않았으면… 전 그 손을 잡았을지도 몰라요.”


그 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시오리코 씨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복잡한 감정이겠지. 정말로, 정말로 시오리코 씨는 그 손을 잡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지금은 관계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어머니의 모습 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혐오했던 편린을 스스로에게서 엿본다는 것은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이다.


“정말… 몹쓸 사람…”


그러니 이런 시오리코 씨의 탄식 속에는, 자기혐오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오리코 씨는 결국 자신의 의지로 그 손을 뿌리쳤다. 어머니와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그것이 두 사람의 길을 갈랐다. 눈앞의 모습이 그 증거다. 시오리코 씨가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아스카를 안아줄 수 있었을까.


시노카와 지에코 나름대로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자기 나름대로 가족을 생각하는 거라고.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에 있어서는,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시련을 넘어서는 게 시오리코 씨에게, 그리고 아야카에게 무슨 득이 된단 말인가. 서로의 마음 속 상처만 확인하고, 딸들은 모처럼 사귄 친구와 사이가 소원해지게 생겼다. 아야카라면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봉합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대체 시노카와 지에코는 뭘 원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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