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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X 데레마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 제2장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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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8 12:59에 작성됨.

[오리지널 주의]

본 소설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이후 내용 및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대한 글쓴이의 독자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4


더 이상의 힌트는 찾지 못한 채, 서고에서의 조사는 마무리됐다. 그래도 생각보다 꽤 범위가 좁혀지기는 했다.


우선, 아스카의 할아버지는 『이상한 나라』를 가진 상태에서 어떤 일을 당했다. 그것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책 표지를 검붉은 얼룩이 뒤덮을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는 1990년대 중후반, 고베의 ‘니노미야 서방’에서 매매된 것이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가격표와 책갈피가 그것을 증명한다. 시오리코 씨의 지식과 후미카의 지식을 한데 모아서 엮어낸 소중한 정보다.


마지막으로,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아스카의 할아버지는 니노미야 서방 명함의 뒷면에 비블리아 고서당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적어놓았다. 그것이 언제 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후미카의 말로는 책갈피에 쓰인 글귀와 비슷한 시기에 쓰였을 것 같다고 했다. 시오리코 씨는 이렇게 추측했다.


“분명히 책갈피에 글이 쓰였을 때와 비슷할 때 쓰였을 거예요. 명함 뒤에 필기를 했다는 건 그 외에 별달리 필기할 곳이 없었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러면 앞뒤가 맞아떨어지는데… 그런데 대체 왜…”


문제는 그것이었다. 대체 왜,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기타가마쿠라 역, 비블리아 고서당, 시노카와’라는 세 단어를 적어야했던 것일까. 그것도 명함 뒤에 필기를 해야할 정도의 상황에서.


그 뒤로도 한동안 생각을 더 해봤지만, 시오리코 씨도 후미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책 한 권으로 우리 할머니의 과거를 꿰뚫어봤던 시오리코 씨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는 것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여기까지 알아낸 것도 대단하다고 할 정도로 증거가 부족하긴 했다. 결국 서고에 들어온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즈음, 머리를 식히는 게 좋지 않겠냐는 아스카의 제안으로 우리는 조사를 중지했다. 그동안 잠들어있었던 아리스는 깨어나서 모처럼 후미카가 멋지게 추리를 하는 장면을 놓쳤다고 발을 굴렀다.


그 뒤로는 해가 질 때까지 마치 여행 온 대학생들처럼 시간을 보냈다. 아야카의 코디로 간단히 변장을 하고 바닷가로 내려가서 바람을 쐴 때는 그래도 아이돌이라서인지 평범하게 물장구를 치면서 놀 수는 없나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직후 카나데가 아야카에게 뭐라고 수군대더니 함께 슈코를 붙잡아 냅다 바다에 집어던져버리는 바람에 그 생각은 사정없이 깨져버렸지만.


“야아!!! 카나데!!!”

“어머, 난 아리스가 해달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냥 둘러대는 말이려니 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리스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가있었다. 설마 진짜로 시킨 건 아니겠지. 그저 슈코가 당하는 게 재미있는 것뿐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바닷가에서 돌아온 뒤로는 정원에서 보드게임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추리게임에서는 시오리코 씨와 후미카가 강세를 보였다.


“스칼렛이 리볼버로 휴게실에서 주최자를 죽였을 거예요.”

“어때, 기밀봉투 지킴이 타치바나 선생님?”

“슈코 언니가 타치바나라고 부르니까 위화감이… 정답이에요.”

“으아~ 또 언니한테 졌어! 이번엔 거의 맞힐 뻔 했는데!”

“아야카는 시작하자마자 그린 씨, 쇠파이프, 당구장을 외치고 탈락하지 않았나?”

“카나데, 그런 건 말하지 않기!”

“경우의 수를 몇 가지 제하지도 않았는데 또 정답이라니, 대단하군. 후미카 씨의 정답률도 높은 걸 보면, 독서량과 관계가 있는 건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요. 시오리코 씨는 몰라도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나는 아직도 규칙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처음 보는 게임이라면서 판을 휩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고수 그 자체였다. 게임이 추리게임에서 도둑잡기로 바뀌자 맥없이 무너지며 카나데에게 페이스를 내어주긴 했지만, 사람이 뭐든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가 지고 저녁으로 정원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뒤에는 8명이 두 편으로 나뉘어 흩어졌다. 아스카와 슈코, 카나데, 아야카는 집 안으로 들어갔고, 시오리코 씨와 나는 서고로 향했다.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직접 의뢰를 받은 건 아니지만 추리를 거들었던 후미카도 돕고 싶다며 함께 서고에 들어왔다. 아리스도 후미카를 따라 들어와, 정확히 4 대 4로 쪼개진 모양이 되었다.


아까의 탁자로 돌아온 시오리코 씨는 의자에 앉아 문제의 『이상한 나라』를 펼치고는 첫 페이지부터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후미카는 아예 『이상한 나라』가 꽂혀있던 자리 근처의 책을 한 무더기 가져와 탁자에 쌓아놓았다. 나도 한 번에 옮기라면 한참을 낑낑댈 것이 분명해보일 정도로 많은 양이었는데, 그걸 다 옮기고도 힘든 기색이 없어서 좀 놀랐다.


“후미카 양… 근력이 좋네요.”

“아이돌이 되기 전에는, 가끔 작은아버지의 서점 일을 도와드렸으니까요. 프로듀서님도 서점에서 일을 하던 중에 만났고… 근지구력은 다른 분들보다 떨어지지만요…”

“후미카 언니는 책이 가득 든 상자 하나 정도는 가뿐하게 들어 올리신다구요.”


아리스가 언니 자랑을 하는 동생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책이 가득 든 상자’를 ‘가뿐하게’ 들어 올린다고? 비블리아 고서당의 2년차 점원으로서 장담할 수 있다. 그건 이미 평균적인 일본인의 근력을 아득히 초월한 어딘가의 영역이다.


“역시… 이 책들도 이상해요.”


후미카의 말에 나는 탁자 위에 쌓인 책들을 훑어보았다. 대부분 ‘쿠스야마 마사오’라는 이름이 저자로 올라가있거나, 번역자로 올라가있는 것들이었다. 그렇지 않은 책들은 번역자 이름이 겉면에 드러나지 않은 외국 동화들이었는데, 같이 들려온 다른 책들로 미뤄보면 이것들도 쿠스야마 마사오가 번역한 책이라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다른 책들은 다 지역 별로 꽂혀있는데… 왜 쿠스야마 마사오의 책들만 한곳에 모여 있을까요? 시오리코 씨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할아버님께서 쿠스야마 마사오를 좋아하셨거나, 다른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사이 시오리코 씨는 『이상한 나라』의 페이지를 몇 장 넘겨, 오른쪽 아래에 삽화가 들어간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책 사이에 끼어있던 책갈피와 명함은 탁자 위에 놓여있었는데, 아리스가 뒤늦게 거기에 관심을 보였다.


“이 명함은 아깐 없던 거네요?”

“아… 아까 아리스가 잠들었던 사이에… 슈코 양이 말해주지 않았나요?”

“명함에 대해선 말 안 해주셨어요. 뭐, 슈코 언니니까…”

“사실… 앞면에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기도 했죠…”


명함 앞면을 보던 아리스가 갑자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 여기!”

“타치바나 양, 아는 곳인가요?”


책에 꽂혔던 시오리코 씨의 눈빛이 아리스에게로 옮겨졌다. 책을 읽는 시오리코 씨가 다른 쪽에 관심을 돌리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인데, 아무래도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서일까.


“니노미야 초, 제가 어릴 때 살았던 곳이에요. 근처에 이쿠타 신사生田神社의 섭사摂社, 본사의 제신과 인연이 깊은 신을 모신 신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신사, ‘니노미야二宮’인가.


“그러면 혹시 그 서점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요?”


시오리코 씨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아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기억이 안 나요. 이런 이름의 서점은 없었던 거 같은데…”


내 기준으로는 13살도 충분히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그런 아리스가 ‘어릴 때’라고 말하면 대여섯 살 쯤 무렵일까.


“대여섯 살 무렵이니, 기억이 안 날 만도 하겠죠.”

“그건 아닌데요.”


시오리코 씨에게 한 말이었는데, 아리스에게 즉답으로 부정당했다.


“대략적인 동네의 위치는 기억이 나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기도 했고요, 멀지 않은 산노미야 역三宮駅근처에 서점이 여러 개 있긴 했지만, 니노미야 초에는 서점이 없었어요. 확실해요.”


아리스는 손에 든 태블릿을 몇 번 두드리더니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보세요.”


지도가 그려진 창 위에는 ‘고베 니노미야 인근 서점’이라는 검색어가 걸려있었다. 분명히 니노미야 초에서 산노미야 역 사이에 붉은 점 몇 개가 찍혀있긴 했지만, 그 중 니노미야 초 안에 있는 것은 없었다. 니노미야 초에서 가장 가까운 서점에도 ‘산노미야 북스’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지금은 없는 서점…이란 얘기군요.”


가끔 하던 것처럼 서점에 직접 찾아가서 물어볼 수는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주변에서 ‘미카미’라는 성을 가진 사람을 수소문하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고베씩이나 되면 기타가마쿠라에서 가기엔 먼 편이다. 신칸센으로도 두 시간 반, 비행기로도 한 시간은 걸린다.


“그래도 후미카 양의 추측이 맞다는 건 확인됐어요. 타치바나 양의 기억에 없다면 적어도 2000년대에는 서점이 없었다는 이야기니까요.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타치바나 양. 도움이 됐어요.”


시오리코 씨가 웃으며 손을 뻗어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32년 전, 아리스보다 몇 살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며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시노카와 지에코篠川智恵子, 시오리코 씨의 어머니 되는 사람이다. 시오리코 씨 이상의 책벌레로, 시오리코 씨의 아버지 생전에는 가게에서 통신판매를 담당했다. 시오리코 씨의 생김새와 취향, 지식은 물론, 책 한 권을 통해 그 과거를 꿰뚫어보는 통찰력도 모두 그 사람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시오리코 씨가 그 사람에게서 물려받지 않은 것은 성격 정도일까.


시노카와 지에코는 어느 날 갑자기 ‘환상의 책’을 찾아 외국으로 사라져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에도 가게와 두 딸을 지키며 기다리던 남편은 그녀가 사라진지 7년째 되던 해에 명을 달리했다. 남편의 장례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그녀가 비로소 시오리코 씨와 아야카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사라진 지 11년째 되던 해, 대지진이 동일본을 휩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녀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에 대해 시오리코 씨는 이렇게 말했다.


“큰 지진이 일어나면 수집가들은 소장품을 내놓는다고 해요. 실제로 16년 전의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도 시장에 대량의 고서가 쏟아져 나왔고요. 이번 경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좋은 물건을 건질 걸 기대하고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즉, 온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재앙을 장사기회로 밖에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 시오리코 씨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그녀의 성격은 보통 사람의 것과 달랐다.


1980년 여름, 그녀는 어떤 계기로 도쿄의 중고 만화 전문점에서 도난당한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을 훔친 장본인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그 집에 찾아갔을 때, 범인은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 문을 열어 준 범인의 아들은 그녀에게 자기 아버지의 만화 컬렉션을 보여주었고, 장물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까지 보여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범행 사실을 알려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노카와 지에코는 이렇게 말했다.


‘가르쳐줘서 고마워.’


그 말에 아이는 시노카와 지에코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노라고, 30년 뒤에 만난 그는 말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수를 권유하거나 책의 원래 주인을 찾아주려 했겠지. 하지만 시노카와 지에코는, 범행을 눈감아주고 범인을 선의의 제3자특정한 사실, 이 경우 ‘책이 도난당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제3자로 만드는 대가로 그가 가지고 있던 컬렉션을 요구했다.


장물의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그러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원칙적으로는 무효라고 하더라도, 선의의 제3자가 거래로 취득한 소유권은 적법하게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노카와 지에코는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을 그의 것으로 만들어 주고, 그의 컬렉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사건의 시효가 지난 뒤였다.


그런 사람이 했던 행동과 말을, 전혀 다른 의도로, 전혀 다른 품성을 가진 딸이 하고 있다.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미, 미안해요, 타치바나 양! 동생이 어릴 때를 보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던 시오리코 씨가 흠칫 놀라 손을 떼었다. 어린애 취급을 싫어하는 아리스이니,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는 시오리코 씨를 올려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나쁜 뜻으로 하신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리스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 그래요? 타치바나 양은 이름으로 부르는 걸 싫어하는 게…”


내 생각도 그렇다. 이름으로 부르는 걸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혹시 모르니 밝혀두자면, 우리가 만나는 건 오늘이 두 번째다.


“네, 괜찮아요. 시오리코 씨는 점잖은 어른이시니까, 슈코 언니처럼 이름으로 놀리거나 하시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런 게 기준이었나. 어쩌면 시오리코 씨가 주는 느낌이 후미카와 비슷해서 좀 더 친근감을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모두의 눈이 다시 각자의 책으로 돌아갔다. 시오리코 씨가 페이지를 넘기던 책에 낯익은 그림이 보였다. 에이프런 드레스에 레이스 차림의 소녀가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것과 비슷하네요.”

“1951년 디즈니 버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이죠? 내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합친 거라서 소설과 차이가 있지만, 금발에 푸른 에이프런을 두른 앨리스의 모습은 존 테니얼이 처음 이 삽화를 그린 뒤로 계속 이어진 그대로예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앨리스를 디자인할 때 존 테니얼의 삽화를 기초로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요. 오늘날 알려진 화사한 색깔의 앨리스는 디즈니가 재정립한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뿌리가 변하진 않았어요.”


아카이토리샤赤い鳥社에서 나온 『딸기 나라苺の国』를 살펴보던 후미카가 책에서 눈을 떼고 그 말을 받았다.


“원래의 모델인 앨리스 플레전스 리들은 흑발이었다고 하지만요. 『땅속 나라의 앨리스』에서 루이스 캐럴이 그린 앨리스는 흑발이었고, 그가 도지슨으로서 남긴 사진에 찍힌 앨리스의 모습도 존 테니얼과의 삽화와는 거리가 있어서… 캐럴이 삽화에 대해서 불평을 하기도 했었죠.”

“앨리스의 실제 모델이 있었습니까? 『땅속 나라의 앨리스』라는 것과 도지슨이라는 이름도 처음 듣는데요.”


내 질문에 답한 것은 시오리코 씨였다.


“찰스 럿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은 루이스 캐럴의 본명이에요. 작가로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수학자이자 사진가로서도 유명하죠.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교수로 재직할 정도로 우수한 사람이었어요. 교수로 일하던 시절에 도지슨은 학장 헨리 리들의 세 딸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 중에서도 도지슨이 가장 귀여워했던 건 둘째 앨리스 리들이었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도지슨이 템스강으로 뱃놀이를 갔을 때 즉석에서 만들어 세 사람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만든 거예요. 도지슨은 뱃놀이를 갔을 때 들려줬던 이야기를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까지 그려서 『땅속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을 지어 앨리스 리들에게 선물했어요. 여기에 미치광이 다과회, 체셔 고양이 등의 이야기를 추가하고 내용을 다듬어 내놓은 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거예요. 도지슨이 그린 『땅속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는 그 모델인 앨리스 리들의 생김새를 따라 그렸기 때문에 흑발이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를 그린 존 테니얼은 삽화를 그리면서 모델을 쓰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의 금발 앨리스가 됐어요.”

“도지슨… 작가 루이스 캐럴은 ‘모델이 없다보니 테니얼이 그린 몇몇 앨리스 그림은 완전히 비율이 맞지 않는다’라는 불평의 편지를 쓰기도 했고… 두 사람의 사이는 좋은 편이었다고 전하지만, 캐럴은 모델 일을 마음에 담아두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실존인물 앨리스 리들은 내 눈앞에 있는 아리스처럼 흑발이었지만 삽화가 때문에 금발이 되었고, 거기에 디즈니가 쐐기를 박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로군. 꽤나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도 내게 그 얘기를 해주셨었지. 『땅속 나라의 앨리스』 수필본 마지막 페이지에 붙여져 있던 앨리스 리들의 사진이 떨어져나가면서 그 뒤에 숨겨졌던 그림의 존재가 알려진 게 1977년이었던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눈을 돌리니 그 자리에 음료수와 맥주 캔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는 아스카의 모습이 있었다.


“책도 좋지만, 잠시 목이라도 축이는 게 어때? 이 자리의 어른들을 위해서 모처럼 양친의 알코올까지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말이야. 물론 나는 마실 수 없지만 말이지.”


우연인지, 아스카가 바구니에서 꺼내 빙빙 돌리고 있는 맥주는 시오리코 씨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였다. 중학교 3학년이 바구니에서 맥주캔을 꺼내 빙빙 돌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모습은 확실히 언밸런스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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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블리아 고서당 측 출연진은 그렇다고 치고, 왜 데레마스 출연진도 1살씩 더 먹은 거죠?

A. 후미카 맥주 먹이려고요. 일본 음주 가능 연령 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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