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 판타지]기계안의 나비와, 도망자의 꿈

댓글: 4 / 조회: 530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2-18, 2018 10:42에 작성됨.

대륙 어딘가의 전란의 기운이 휩쓸고간 지역.

전쟁이 휩쓸기전, 이곳은 분명 푸른 새싹이 가득한 논밭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그저 죽은 자의 시체가 썩어들어가는 황량한 전장의 흔적일뿐. 생명의 흔적 따위는 추호도 찾아볼수가 없는 곳이 되었다.

또한, 이곳의 스산한 바람은 사람이 썩어가는 역한 냄새를 풍기면서, 먼지가 휘몰아치게 하여 시야를 막고, 이곳을 더욱 불길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역할도 하고있어, 사람들의 출입을 더욱 꺼리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먼지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흙빛 먼지가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한무리무리라고 해야할까. 검은 먼지들이 있었다.

주체없이 휘날리기만 하는 흙들을 비웃듯, 그 검은 무리들은 바람과는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스르륵. 휘날리면서 이동한다. 그 무리들은 분명 무언가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는 것들이었다. 마치 메뚜기떼와 같이.

그 먼지들은 바람과는 관계없이 정처없이 움직이다가 문득 어떤 자리에서 멈춰선다.

 

스스스스스스

 

퍼져서 멋대로 움직이던 검은 무리들이 갑자기 한곳으로 합쳐진다.

작은 조각이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정도로, 엄청난 밀도로 합쳐지는 그것들은 하나의 형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

그녀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자랐으면 분명 그리되어야 할 모습을.

이윽고 완전한 소녀의 모습을 한 검은 형체이지만, 그 피부만큼은 놀랄정도로 희었다. 빛따윈 전혀 받아본적이 없다는 듯이.

호조 카렌.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

 

“…아아.”

 

그녀는 작게 한숨을 토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 잃어버렸어.”

 

또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대단히 교활하다. 역시 그 여자이다. 카렌은 생각했다.

카렌은,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한가지 일에 집착하고 있었다.

 

타카가키. 카에데.’

 

그녀를 그런 꼴로 만든 장본인. 자신을 끔찍한 감옥. ‘드림 캐쳐로 넣게한 재상. 자신을 속인 여자. 그녀의 달콤한 말을 믿은 대가로, 그녀는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차라리 그때 죽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음으로서 그녀의 본체카렌의 뇌는 지금도 드림 캐쳐 안의 차가운 수용액 안에서 전선에 둘둘 말린채 둥둥 떠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수 없었지만.

그리고 그 모습을 처음으로 봤을 때, 역겹고, 구역질난다고 생각하였다. 살아있었을때 자신의 몸을 원망했을 때보다도 더욱 말이다.

 

카렌이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검은 모래가 파스스 떨어지는 그 손. 그토록 마지않았던 건강한 육체. 비쩍 마르지도 않았고, 손가락의 마디를 까닥거리려고 한다면 그대로 움직여주는 육체. 그러나, 그 육체는 진정으로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따뜻하지도 않았고, 부드럽지도 않았고, 감각들은 진짜 감각과는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 미세한 간극이 카렌을 더욱 미치게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와, 자신을 비웃었던, 친구라고 믿었던 존재들을 향한 복수를 갈망하게 한다.

 

. 나오. 친구라고 믿었던 존재들. 그녀들에게서 자신은 완전히 잊혀졌고, 배신당해버렸다. 물론, 그녀의 이런 증오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녀들은 이미 카렌이 죽은줄 알고있었고, 그녀들은 이미 과중한 짐을 떠안고 있어, 카렌을 추모할 틈조차 없었다.

비웃었고, 욕하고, 경멸했다는 생각 역시 드림 캐쳐안에서 보여졌던 환상일뿐. 그녀들은 결코 카렌을 나쁘게 생각한적이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그 환상을 봤던 카렌은, 이제 그것이 완전한 진실이라 여기게 되어버렸다.

 

목숨보다도 소중했던 두 친구들은, 이제는 그 만큼이나 증오스러운 존재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

 

카렌이 무릎꿇어, 바닥의 흔적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녀가 찾고있는 카에데의 발자국이나 흔적은 없었지만

 

“…찾았다.”

 

그 동행자의 흔적은,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다. 제 아무리 교활한 그녀라도, 타인을 자신의 몸처럼 다루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니까.

 

나오…”

 

나오. 그렇다. 그 발자국은 분명 나오의 것이다. 그 둘이 같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나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나오. 항상 몸이 약한 자신을 위해 놀아주고, 같이 있어주고, 울어주었던 아이

아니.

항상 자신을 비웃었고, 경멸하듯 내려다보았으며, 끝까지 나오의 마음을 후벼팠던, 그 증오스러운 아이

 

‘…어라?’

 

두 상반된 기억이 충돌하면서, 순간 카렌의 몸이 파스스하고 흩어지기 시작한다. 두 기억은 분명 같이 있을수 없는 것들이다. 그 기억은 뭐지? 나를 위해 울어주던 그 모습은 뭐였지?

카렌은 다시 고개를 젓고는, 발자국의 흔적에 다시 집중하자, 흩어지던 몸이 다시 규합되어간다.

 

“…그래.”

 

그 둘이 갈만한 장소를 파악하자, 카렌의 몸은 다시 흩어지면서, 아까와 같은 검은 모래폭풍으로 바뀌어간다.

둘이 같이 있다면, 같이 죽여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다. 나오는 카에데의 첩자였던 것이다. 자신을 그 증오스러운 기계에 처박아두게 만든 원흉은, 바로 그 둘이었다.

제멋대로 자신의 논리를 짜맞춘 카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그 둘을 쫒기 시작하였다

 

 

 

 

 

오랜 옛날. 고통밖에 없었던, ‘실험체시절의 나날들.

그 시절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친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병약하지만 자신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좋아해주었던 아이. 카렌.

나오와 카렌은, 어느 평화로운 거리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정말. 칠칠치 못하게 흘리기는.”

 

그 아이가 자신과 같은 나이대가 되었다면 이런 모습일까. 자신보다도 더욱 어른스러운 분위기네-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

 

자아. 입대봐.”
어린애도 아니고!”

 

그러거나 말거나, 카렌은 나오의 입가를 손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준다.


. 됬다. 정말이지 애라니까.”

우으…”

 

나오의 입가를 닦아주고는, 포크에 말아두었던 스파게티를 한입에 삼키는 카렌. 아아. 건강해보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요즘은 어때?”
. 평화롭지.”

평화로워-? 흐응. 나오 같은 월급도둑도 살아갈수 있는 세상이라 다행이네에

우왓! 월급도둑 아니거든! 나 열심히 일하거든!”
. 기사라는 직업이 전쟁이 나지 않으면 월급도둑들이지.”

“…그렇긴 하지만.”

 

나오가 음료수를 빨대로 쪼옥 빨아먹으면서 흘깃 카렌을 바라본다.

등까지 내려오는 윤기나는 주황색의 머리카락, 적당히 살집이 붙은 팔과 얼굴. 건강해보였다. 너무나도 건강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쿨럭.”

“!!”

카렌이 문득, 기침을 하자 나오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카렌의 곁으로 다가간다.

 

카렌! 괜찮아?”
쿨럭괜찮아사레들렸어.”

정말! 놀라게하지말라구!”
아직도 걱정해주는거야?”

 

카렌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카렌은 얼굴을 붉히며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걱정해서 손해봤네!”
푸훗…! 아니. 기뻐나오.”

 

카렌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말투로 나오의 머리칼을 어루어만진다.

 

“…이렇게 걱정해주는 건 정말 고마워하지만 나오.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무슨 말?”

 

나오가 카렌을 바라보며 기대하듯 바라본다.

 

그야…”

 

카렌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나오가 원하는 그 대답이 나오기를 빌면서

하지만.

 

난 이미 죽었잖아?”
“...
?”

 

카렌의 몸이, 마치 모래처럼 파스스 흩어지기 시작한다.

 

. 난 이미 죽어있는데. ? 나오. 잘 살고 있지? 날 잊고.”

…”

 

나오가 주위를 둘러본다. 평화롭던 거리는 어디로가고, 잿더미가 되어버린 거리. 핏자국이 가득한 바닥. 그리고, 그녀들이 먹던 것은

 

“!!! 우읍…!”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것은, 인간의 뇌였다.

 

뭘 토하려고 하고 있어? 지금까지 나의 희생을 받아먹은 주제에, 필요없으니 이제 토하겠다는 생각이야?”
무슨 말인지 몰라카렌…”

모를거야. . 넌 당연히 모를거야. 난 그렇게 잊혀진채로 혼자서 처박아두겠다는 거겠지.”
카렌무슨 이야기인지…”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어어어어어!!!!!!!!!!!!!!”

 

 

우와아아앗!!!”

 

카렌은, 온 몸에 땀이 흠뻑 젖은채로 깨어났다.

 

“……”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어느 버려진 산지기의 오두막. 당연히, 왕성에 있지도 않았고, 평화로운 거리따윈 애초에 없었으며, 그리고

 

“…카렌.”

 

그녀의 가장 친한 친우도 없었다.

모두 옛날에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평화로운 나날들. 맛있는 요리. 그리고친구들까지.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괴물 사냥꾼. 루미는 등을 돌린채 자고있었고

 

깼잖아요.”

우와아아아아?!”

제일 믿을수 없는 여자. 타카가키 카에데는, 바로 자신의 옆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놀라게하지마!”
먼저 놀라게한건 누구일까요?”

으으으으…”

 

나오가 입을 삐죽인다. 이 여자는 도통 신뢰할 수가 없는 여자였다. 왕국의 모든 존재를 속이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한 악녀. 카에데.

어째서 이 여자와 동행하게 되었지라고 멍하니 생각하면서 카렌은 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미안. 악몽을 꿔서.”
뭔가요?”

 

부슬부슬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카에데가 묻는다.


별거별거 아냐. 그냥, 옛날에 죽은 친구가 있어. 그 아이의 꿈을 꿨어.”
악몽이라고 했잖아요? 그건 좋은 꿈 아닌가요?”

나오는 고개를 젓는다.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구날 원망하고 있었어개꿈도 이런 개꿈이 아닐수가 없어아아. 카렌…”

 

무심코 흘리듯 내뱉는 그 이름에, 카에데의 손길이 일순간 멈춰진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간일 뿐, 카에데는 자연스럽게 손을 떼고, 그녀에게 말한다.

 

그런가요. 그럼 이만 자도록 하죠. 내일도 걸어야하니까.”
“…
. 미안.”

 

나오가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눕고, 카에데는 잠깐 나오를 응시하다가

 

“….”

 

잠깐 짧게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복귀다!

라고는 해도 딱히 진행은 없지만요.

둘 사이의 지뢰 키워드는 카렌입니다. 나오는 카에데가 카렌을 그 기계에 집어넣은 것을 모르고있습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