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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R]제 1부 1장 - 기념일(中)

댓글: 4 / 조회: 523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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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3, 2018 17:05에 작성됨.

"카나데 언니."

" 나야 별 말 안하겠지만, 나중에 수량조사 때 들키면 혼날거 알지? "


카나데 라고 불리운 여인은 린보다 조금 더 성숙해보이는 생김새를 하고있었다.



" ..응. 알고있어. "


" 그래? 아얘 각오 한 거였구나. 우리 동생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깐. "


" 신경쓰지마. 기사단은 동생의 사생활에 그렇게 간섭해도 되는거야? "

" 어머, 그 전부터 그랬는걸. "

" ...흥. "


여인은 완전히 놀리는 투로 그녀를 대하고, 그때마다 린은 살짝 욱하는것을 콧방귀로 승화시킬 따름.

그러한 대화가 서로가 철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계속되어 온 그녀들만의 대화방식이다.



" 그러고보니 업무는? "

" 오늘은 휴가...라기보단, 부모님이 높은쪽 자재를 소개시켜준다 어쩐다 해서 반 강제로 휴가를 쓰게 된거지만. "


" 헤에.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정도나 되는데도 그정도라니. "


" 낸들아니? 것보다, 거의 여섯 달 만에 동생 얼굴 보는것 같은데. "


그러면서 여인은 두 팔을 넓게 벌린다. 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 뭐야 갑자기.. "

" 왜~ 부끄러워? "

" ... "


" 종일 이렇게 서있게 할 셈이야? " 언니는 동생을 재촉한다. 그러며 얼굴은 만족감에 가득한 미소를 풍긴다.

언제나 그녀는 이렇게 동생을 놀리고, 곤란하게 하는 것을 즐겼다. 그렇다고 그 정도가 심한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가벼운 수준이기에, 쉽사기 화낼수도 없는 노릇.

거기에 무엇보다, 어렸을 적 부터 부모님 못지않게 자신을 극진히 보살펴온 하나뿐인 자매이기에 린은 그저 꽃봉오리처럼 수줍은 얼굴을 숙일 뿐이었다.


얼굴은 숙인채로 일관한 그대로, 팔만 어정쩡하게 들어올려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몸을 맡긴다.


두 자매가 서로를 양 팔로 꼬옥 끌어안고, 두 자매의 얼굴이 교차한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둘은 껴안은채로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섰다.


" 아~ 향기로운 꽃냄새도 좋지만.. 하지만 역시 우리 동생의 체취보다 못하다니깐. "


" ...쇠냄새나. "


" 그래그래... 응? "


동생의 영 탐탁치 않은 발언에, 언니되는 여인은 황급히 포옹을 풀고, 쇠골 언저리에 걸친 옷자락을 집어서 코에 댄다.

시시콜콜한 금속 비린내가 미약하지면 확실히 풍겨나왔다. 여인의 눈쌀이 한순간 찌푸려졌다.


" 정말이네. 향수도 좋은걸로 했는데. " 


" 나중에 더 안좋은 냄새 뭍혀오는거 아니야? " 언니의 얼굴을 보며 툴툴거렸다.


" 그럴지도? " 부정은 하지 않았다. 


동생되는 입장에선 콧바람이 나온다.


왕국의 상징과 같은 집단의 수장이라고 해도, 본질은 기사이자 나라의 신하.

기사이자 국가에 속해있는 몸으로 더욱 험하고 힘겨운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오래, 더 힘들고.. 가혹하기 짝이없는 것들이 있을지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는 우선 생각치 않기로 한다. 언니되는 이는 수 시간 이후 점심무렵에 맞선을 위해 나가야만 하고, 그 사이에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계획대로 제대로 계획에 맞춰 휴가를 나왔다면 업무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을 테지만...


" 아~ 일하기 싫다. "


" 기사단장님이 일을 제대로 해야, 기사들도 국민들도 안심하지. " 린이 투덜이는 언니를 보며 비아냥댔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가업이나 이을껄 그랬어. " 


입 밖으로 나오는게 전혀 진심이 아니라는 티를 팍팍내며 그녀는 능글맞게 웃는다.

그리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녀의 걸음은 동생과의 해후를 뒤로하고 슬슬 가게 뒤편의 자택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제법 빠른 걸음으로 푸른 방 밖으로 나가면서, 작게 손을 흔든다.


거기에 답하듯 린 역시 작게 손목을 흔들었다. 

거의 반년만에 자매의 얼굴을 봤지만, 그건 그것이고 아직도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언니와 같은 기사의 길을 포기하고, 가업을 잇는 소녀의 책임은 그녀가 있는 꽃가게에 건재하고 막중하게 있다.

그녀는 자기 눈동자와 같은 푸른색 일변도의 방에서 나온다. 오늘은 단체손님이 많은 날인지라 평소보다 배는 바쁘리라 예감한다.




.

.

.

.

.


5시간 후.


왕도 미시로, 제 1 거주구.




제 1거주구. 말 그대로 왕도가 터전을 잡으면서 귀족들과 일부 시민들이 삶을 꾸려나가기 시작한 그 첫번째 토지를 일컫는다.

첫번째 라는 상징성 답게 여타 거주구역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호화스럽고 넓직한 저택들이 줄줄이 늘어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캐하며, 정갈하게 다듬어진 대리석 길 사이로 그어진 경계선은 도보와 마차가 다니는 도로를 깔끔하면서도 엄격하게 나누어 한층 규범을 뽐내는 듯 하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서 왕성과 가장 가깝기에, 그곳은 언제나 외국에서 찾아온 사절단이나 또는 고위계층인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도 한다.


그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도하는 귀족들의 비위에 충만하게 설계된 '<카페 프리무스>' 는 총 3층으로 구성되었으며, 해외에서 온 고위인사들에게도 꼭 거쳐가야하는 필수 코스로 인식될 정도로 격식있고 고풍스럽다.

카페의 안에는 다양한 고위인사들이 정갈하게 자리잡아 시끄럽지도.. 너무 고요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다를 즐기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 처음 인사 드리겠습니다. 시부야 카나데, 라고 합니다. "


꽃가게에서 동생을 안아주던 앙큼한 언니라고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려한 용모에 깔끔한 청색 드레스로 차려입은 모습.

가볍게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비넥타이의 남자는 어쩔 줄 몰라하며 옆에 선 집사되는 를 콕콕 찌른다.

고작 벼락출세한 꽃가게 주제에, 라고 얕봤던 남자는 눈앞에 있는 여인의 눈동자 속 푸른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았다.

백발에, 적당한 콧수염을 한 말 그대로 집사의 표본이라 할만한 노신사는 조심스레 허리를 숙여 남자의 귀에 속닥인다.


" 어, 어흠.. 이거 미안하오.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할 말을 잃어서. "


남자는 집사가 알려준대로 얼버무린 뒤 작게 몇번 헛기침을 흘린다.


" 그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


눈동자를 지긋이 감으며 가슴팍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손은 어디까지나 예의상으로 가리는 시늉을 하는것일 뿐 몸이 약간 숙여질 때 보이는 골짜기는, 노골적으로 남자의 시선에 꽃혔다.

남자가 손사레치며 어서 일어나라고 하고나서야, 그제서야 몸을 도로 일으킨다.

이 여자는 보통여인이 아니다. 남자는 직감했다.

사실 그 이전에 왕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자리인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의 단장. 그 자리에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등극한 것이니 보통 비범한 여인이 아닐수가 없지만. 그는 눈앞에서 이렇게 보고 새삼스레 그것을 상기했다.



" 아, 내 소개가 늦었소만 용서해 주시길. 알고 있겠지만, 나는 윌리엄 그레고리라고 하오. "


" 물론이지요. 이야기는 세간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도로의 개발과 청결화에 지극정성이신 그 성품.. "


" 아니 아니.. 나는 그저 남녀노소 귀족평민 가릴 것 없이 정돈된 길을 따라 질서있게 다니게 해주고자 하는 마음에 그런것이오. "


" 정말 훌룡하십니다. 미화는 저희 시부야 가(家)의 모토와도 일맥상통 하니, 그레고리 가를 본받지 않을 수 없지요. "


" 허허, 이거 정말 부끄럽군."


카나데는 남자의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웃음을 짓는다. 


그저 그럴 뿐이다. 푸른 바다는 남자를 조금이라도 적게 보고싶다는 마음에 눈꺼풀 속에 심해를 조금 비칠 뿐이다.


사실 왕도의 도로개발 사업은 왕실 자체에서 추진중인 사업이고, 청결화는 각 거주구에서 나라에 의해 고용된 미화원들의 소관이다.  

그러한 사실을 모조리 감춘 채 온전히 자기네 가문이 전부 주도한듯 꾸미나.. 라는 속마음은, 그녀의 겉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남자는 스무스하고 지적이게 받아쳐주는 카나데와의 대화 속에서 저도 모르게 입을 헤벌레 벌린 채, 하염없이 찻잔을 비울 따름이다.

그리하야 남자가 잔을 네 잔 째를 비울 무렵의 일이었다.

대화는 즐겁고 여인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수분을 섭취했으니 생리현상이 발생하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 어흠..! 미안하오 레이디. 잠시 볼일을.. "


"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편히 다녀오시길. "


" 그, 그럼.. 실례하겠소. " 윌리엄은 집사와 함께 슬금슬금 카페의 뒤편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두 형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주변에 아무도 이쪽을 보고있지 않다는걸 인지하고서야 카나데의 입에서 참아왔던 긴 한숨이 퍼져나온다.

눈웃음을 넘어 게슴츠레하다시피 하던 눈꺼풀을 다시금 펼치지만, 곧 언짢은 얼굴로 바뀐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맞선이란 먼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었고, 연애니 혼약이니 하는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가식이란 가식을 전부 끌어내느라 신경도 안써서 차갑게 식어버린 홍차를 눈앞에 두고 그 주홍빛 수면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내려다 본다.


" 하아.. "


다시 한번 긴 한숨. 그 입바람에 홍차의 수면이 잠시 흔들리고.



─ 도둑이야!



" ..! "


카페 바깥에서 유리를 뚫고 들려오는 비명에 그녀는 저도모르게 몸을 일으킨다. 창 밖으로 비치는 풍경속에 일상과는 다른 풍경이 비친다.

추레하게 차려입은 형체가 문양으로 치장된 머리만한 주머니를 들고 도망치고 있었고, 그 멀어지는 형상을 보며 메기수염의 중년이 힘껏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순찰중인 병졸 몇몇이, 추레한 이를 포착하지만.. 놀랍게도 그 몇몇의 병사들을 뛰어서 넘어가기까지 하는 걸 보고서, 카나데는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난다.


저정도 도약력 이라면, 분명 '아이돌' 임이 틀림없으리라.


기사로서 왕국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사명을 띈 몸으로서 그러한 행태를 그저 지켜보는것은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 알고있다.


곧이어 그녀는 창문을 열고, 그대로 카페 2층에서 몸을 날려 바닥에 착지한다.

그리고나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드레스의 하반신 부분의 옆면을 힘껏 당겨 찢어낸다.


이후에는 말할것도 없이, 도둑이 뛰어간 방향을 향해 힘껏 발돋음 할 따름이었다.


보통 사람의 몇 배의 속력으로 질주하는 과정에서, 하이힐의 뒷부분도 모조리 꺾여서 떨어져 나갔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되기에 한번 크게 뛰어올라, 그 체공하는 사이에 모조리 벗어던진다.

그 뒤를 힘겹게 따라가다가 지쳐서 헉헉대는 병사들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 뭐야 저 여자는... 엄청나게 빨라..! "

" 그리고 뒤에 뭔가 불길같은게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

" 저 여자가 아냐 임마..! 저건, 저분은 '뉴 제네레이션 기사단' 의 기사단장 '시부야 카나데' 라고! "

" 뭐,뭣...?! 그렇군..후우, 굉장하구만... "



병사들의 말대로, 질주하는 카나데의 궤적에 꼬리를 만들듯이 미약한 푸른색 불꽃의 흔적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지닌 타고난 ' 아이돌[능력자] ' 로서의 ' 재능[능력] '.

창염의 불길

일명 아이올라이트 블루.


한 편, 자기와 점점 가까워지는 기척이 있다는걸 안건지 거덕데기의 형상은 숨을 더 힘차게 쉬며 다리를 빠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지 카나데는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니, 푸른 눈동자가 일순간 빛을 발하는 듯 하더니 겨드랑이와 어깨 안팎으로부터 불길이 타고올라와 팔까지 뒤덮는다.

거기서 불길에 감긴 팔을 앞으로 힘껏 뻗자 푸른 불꽃이 마치 채찍처럼 길게 늘어나 추레한 차림의 목덜미 부분을 감고.


" 켁. "


뒤쫓건 발걸음이 달리기를 멈추니, 앞에 도망치던 이가 운동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공중에 다리가 붕 떳다가 그대로 하늘을 보고 떨어진다.

불길을 감은 그대로 천천히 다가가는 발걸음은 흙먼지가 들러붙고 찢어진 드레스는 아무렇게나 실밥을 휘날렸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한번 훑어보기만 한 뒤 곧바로 묶고있는 대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정당화 되는건 아니지. "


" ....크윽..놔..! "


목에 감긴 불꽃 올가미 같은것을 떼내려고 손을 버둥거려봐도, 허상을 잡듯 손을 그대로 통과해버린다. 하지만 동시에 불은 착실하게 자기 목을 감고서 놔주지 않았다.

이 기묘한 모순 속에서 도둑은 난감할 따름이다.

마침내, 올려다보는 시선의 끝에 내려다보는 푸른 눈동자가 걸릴 무렵에서야 도망치는걸 체념한건지 버둠거리던 손을 얌전히 했다.

바다같이 깊은 푸른색 속에서 무언가가 타오르듯 번뜩이고.. 곧 그 번뜩임이 자신을 삼킬 것만 같은 왠지모를 공포감이 들었다.


" 어디, 얼굴을 보여주겠어? 도둑씨. "


불길을 감고있지 않은 손이 거적데기의 후드를 냉큼 잡아당긴다.

그 안에는 상당히 앳된 얼굴이, 이를 꽉 물고서 자기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지레 겁먹고 있었다. 뒤쫓을 때 부터 덩치가 작은건 알고있었지만, 여자아이라고 예상했던거 정말로 맞아 떨어진 카나데의 얼굴엔 미미한 미소가 비친다.


" 어머. 귀여운 아가씨가 숨어있었네. "


" 나..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



" 글쎄? 평범하게 감옥에 갇히겠지. " 

당연하다는 듯 즉답하면서도.. 마치 다른 길이 있다는 듯, 말 끝을 흐린다. 여자애는 그 점에 주목했고.. 역시나 다음 순간에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 아니면 지금 여기서 나한테 맹세하도록 해. 왕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


" ... "


" 그리고나서 조금 하드한 트레이닝을 거친 뒤에.. 그때까지도 무사하다면 내 직속부대에 넣어줄게. "


" ... "


" 보아하니 갈곳도 없어보이는데, 절대 손해는 없을거야. "


조금 간악해 보일 정도로 미소짓는 푸른 눈동자를 응시하며 소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잠시 굴린다.

잠깐 동안 생각하는 듯 하더만, 도로 눈을 맞추고 달관한 듯한 태도를 내비친다.


"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는거지? "


" 그래. "


지극히 소박한 질문에 카나데는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그것은 윌리엄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진심으로 기쁘기에 우러러나온 표정이었다. 

.

.

.

.


" 우와... 쩔어. "


그 일련의 광경을, 몇걸음 멀리서 지켜보던 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뛰기 불편하니 드레스를 찢어버리는 망설임 없는 결단, 쏜살같은 속도. 그리고 빠른 제압에 이은 겸비된 카리스마까지.

저것이 진정 이 나라를 지탱하는 기사들의 리더라는 것인가 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 나라로 이주해오길 정말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다만, 그 전에 그녀는 부무로부터 받은 심부름이 있다.

언제까지나 그런걸 구경하기만 해선 나중에 들을 잔소리가 늘어날 뿐이라는걸 잘 안다. 소녀는 기사단장 시부야 카나데의 놀라운 활약을 머릿속에 세기고서 걸음을 본래 가야 할 목적지로 돌린다.



혼다 미오. 15세.

가족 구성원으로는 양친과 남동생이 한 명. 총 4인 가족.

그들은 미시로 왕국 태생이 아닌, 남쪽의 멀고 먼 대륙의 '검은 왕국' 에서 이주해왔다. 혼다 가문은 대대로 상인집안으로, 주로 목재나 철재, 또는 비가공된 광석원석 등의 원자재들을 판매하여 그럭저럭 이익을 벌어왔다.

하지만 그런 단조로운 생활에 질렸다는 가장인 미오의 아버지의 이유로 인해, 그들은 머나먼 뱃길을 통해 검은 왕국으로부터 미시로 왕국까지 올라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처음에는 잘 살고있는 터전을 내버리고 굳이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느냐 라는 연유로 동생과 나란히 툴툴댓지만.. 


이주 해 온지 어연 석 달. 지금와서 그녀의 마음은 180도 바뀐 상태였다.

그곳에 온 이후로 그녀는 '운이 너무나 좋아진 것이었다.' 


뽑기를 사면 당첨.

하루에 한번씩 꼭 쥬엘을 줍게되고.

길가다가 돌무리에 발이 걸렸나 해서 보니 가공된 황금이었다. 등등, 그녀에게 언제나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나날이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피그테일로 한쪽으로 머리를 묶은 순박한 소녀.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긴 했지만, 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거기에 방금은 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의 맹활약을 생으로 목격했다.


미시로 왕국의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이라고 하면 모두가 알아주는 명예넘치는 자리이고, 눈앞에서 본 그녀는 갑옷을 입고있지만 않았지 분명하게 시부야 카나데.

그 뉴제네 기사단의 리더되는 여인임이 분명하다. 

혼다 미오의 가슴에는 두근거림으로 넘쳐났지만, 머릿속에는 해야만 하는 일이 명확하고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기쁨을 가슴 깊이 품어두고서 발걸음을 돌린다.


가업인 목재 가공 및 판매의 허가가 최근에 났기에 가족들은 부랴부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가게로 쓸 지부를 매입해둔것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이주하고서 3개월 동안 아무런 수익도 없이 모아둔 돈으로만 지내왔기에 마음이 조급한건 어쩔수 없었다.

가게 부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 부터 인부를 고용할 돈은 없었기에 온가족이 팔걷고 나서고 있었다. 그와중에 그녀의 아버지는 '가게 개업을 기념하는 화환좀 만들게 꽃들좀 사와라.' 라면서 자신을 이리 보낸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또는 아는 이들은 알다시피 미오는 길을 잘못들어서 이 1 거주구에 온것이었다.


" 이 플레이아 혼스 라는 건 어디에서 파는거람.. 아빠도 참. "


물론 이곳에도 깊게 찾아보면 꽃이 있겠지만, 거리의 규모가 규모인지라 길을 잃게 될 수도 있기에 그나마 다녀본 적 있는 집 근처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 찰나.



" 어머, 꽃 사려는 거니? "


뒤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무려.. 방금 전까지 먼 발치에서 활약상을 보여주었던 그 기사단장의 모습이 있었다.

미오는 깜짝놀라 몇걸음 뒤로 엉거주춤하다가 겨우 도로 균형을 잡는다. 가짜라던가 그런게 아녔다. 도둑을 잡기 위해 찢어낸 드레스를 대충 매듭짓고, 힐이 꺾여 부러진 하이힐 한 쌍을 손에 쥔 채로 자기에게 다가와 말을 건 것은 분명히 그 본인이다. 

말을 걸고나서 그녀는 병사에게서 빌린걸로 추정되는 가죽군화가 발에 불편한지 몇번 발목을 굴린다.


" 흐-응. " 카나데의 시선이 빠르게 미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간다. 

그녀의 옷은 카흐타의 유목민들이 입는 옷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렇다고 앙가르타의 사막민족들이 입는 옷도 아니고, 제국 너머의 천축의 복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 검은 왕국에서 왔니? 먼 길을 왔네. "

" 아.. 네! "


'우왓! 단번에 맞히다니, 역시 문무겸비 기사단장이야! ' 라고 미오는 속으로 생각하지만, 카나데가 그저 소거법으로 대충 때려맞춰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눈치였으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대답을 내놓은 당사자는 그냥저냥 넘긴다.



" 꽃 구매는 시부야 가 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가렴. 품질도 좋고 다양하니까.. "


기사단장이기 이전에 그녀도 시부야가의 일원이기에 꽃 이라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즉시 자기네 가업을 홍보하는것이 습관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그 대상이 왕국에 온지 얼마 안된 사람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미오는 그 기사단장이 하는 말이기에 철썩같이 따르리란 것을... 예사하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미오는 보다시피 푹 빠져버렸기에.


" 진짜요?! "

" 그럼~ 당연하지. 자, 이걸 가지고 가도록 해. "


자연스럽게 가슴팍에서 엄지손가락 만한 굵기의 도장을 꺼내더니, 미오가 심부름 리스트로 적어놓은 종이에 냉큼 찍어준다. 파랑색 나비문양.. 그녀를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혼다 미오는 카네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에 한 층 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긴다. 목표는 방금 전에 확고하게 정해졌기에 주춤거리거나 망설이는 것 없이 나아갈 따름이다.

그 뒷모습을 멀찌감치 바라보던 시부야 카나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 오늘도 단골을 한명 더 늘려버렸군. '


그렇게 말하며, 다시 돌아가기에는 분위기가 어정쩡하게 되어버린 <카페 프리무스>를 뒤로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녀로서는 맞선에 아무짝에 관심도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

.

.


그리하야 혼다 미오가 도착한, 시부야 가(家)에서 운영하는 꽃가게.


검은 왕국에서 봤었던 꽃가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규모로.. 흡사 궁전의 정원인가 착각이 들 정도의 넓이에 그녀의 입은 떡 벌어진다. 더군다가 그 앞에 줄서서 가득 차있는 사람들의 행렬.

그녀는 곧 그 줄이 꽃을 구경하거나 사기위해 몰려든 손님들이라는 걸 깨닫는다. '쩔어' 라는 감탄사밖에 그녀의 입에서 꺼낼 수 있는 말이 달리 없었다.

푸른 장미로 수놓인 아치형 입구 너머로 가득 들어선 꽃의 숲과 그 사이로 다니는 수많은 손님, 관리사와 점원들.


" 그나저나 이렇게 줄이 긴데, 너무 늦는거 아닌가? "


뱀마냥 S자로 이리저리 꼬이고 섨혀있는 줄을 일일이 기다렸다간 점심시간이 다 지나버리고 말 것임을 직감한 그녀는 가게 앞에서, 줄 밖에서 서성거린다.

그러면서 메모지에서 사야 할 꽃 이름을 보던 중.. 기사단장이 자신에게 남겨준 흔적을 다시금 눈에 세긴다.


" 이거라면 혹시...? "


조심스레 줄선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는 입구 옆에서 인원통제중인 점원에게 살포시 다가가 어깨를 건든다.


" 구매라면 줄에 맞춰 기다려주신 다음에 이용해주시길.. "

" 아니 그.. 혹시 이걸로, 뭔가 되나요? " 미요가 펼쳐보이는 종이에 찍힌, 푸른 나비가 각인된 인장이 점원의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잠깐동안이지만 눈이 휘둥그레진 것 처럼 보였다.


이어서 뭔가 할게 생긴듯 황급히 스테프 전용 쪽문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직원이 인장을 보고난 뒤에 홀라당 어딘가로 떠나버리자 미오는 '뭐지?' 하는 의문감에 사로잡혔다.

무슨 위험신호인가 뭔가라도 되는건지 혹시 내가 잘못보여준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다 들고 급기야, 그대로 도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망설임도 들던 그 때, 다시금 쪽문이 열리면서 아까의 점원과 더불어 또 한명의 점원과, 뭔가 복장이 다른 파란 눈동자의 인물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완전히 코앞까지 오니 가운데에 선 인물은 키도 엇비슷해서 자기 또래로 보였다.



" 환영합니다 VVIP 고객님. 자, 이쪽으로. " 


소녀는 고개를 한번 숙인 뒤 쪽문보다 더 뒤편으로 거무침침하게 보이는 문으로 팔을 돌린다.

동시에 주변에 줄서고 있던 사람들이 쑥덕거린다. 미오는 웅성이는 소리가 점점 커짐에 따라 동공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 에...V..V I P? 에..? "

" 네. 그 인장은 저희 매장에서 확실하게 인증된 손님을 위해 발급해드리는 전용 증표. "

" 아니아니아니아니... 나 한 30분 전에 그.. 받아온건데.. "


차마 기사단장이 슬쩍 찍어줬다고는 말하지 못한 체 둘러댄다.

게다가 받아왔다는 말에, 소녀는 움찔했지만, 심지어 혀까지 끈것같았지만, 곧 아까와 같이 깍듯한 태도로 말을 이어간다.

아마도 그녀는 어떠한 경위로 그녀가 인장을 받은지 어느정도 꿰고 있는것 같다.


" 그렇다고 하여도, 그 인장은 보통은 얻을 수 없는 것. 부디 이리로. "

" 아...음... 넵."


이후에 아무리 말해도 제자리걸음일 것이라 여겨지기에 미오는 더이상 군말없이 소녀와 점원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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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카나데>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자 직속부대 미스테리어스 아이즈의 대장.

4년 전, 차기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선발을 위해 열렸던 엄격하고 위험하기 짝이없던 시험과 시련들을 돌파하고 왕국에서 피 땀 눈물로 점철된 교육 끝에 기사단장직에 오른 실력파.

그 이름대로, 시부야 린의 언니이며 시부야 가의 장녀인 그녀는 다섯 살 즈음에 아이돌로서의 재능을 각성하였다.

세간에는 [문무재색 겸비]의 초 엘리트로 알려져 왕국 곳곳의 명문의 젊은 귀족들이나 후계자들이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언제나 기회를 노리고있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과 별개로, 틈틈히 자기네 집안의 사업 홍보를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검은 왕국>

미시로 왕국과 제국 등이 있는 '북대륙' 과 대치되는, 먼 바다 너머에 존재하는 '남대륙' 의 북단에 세워진 국가. 남대륙과 북대륙은 교류가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오로지 이 검은 왕국만큼은 그나마 북대륙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덜 멀기에 적지만 장기적으로 교류를 행해왔었으며 이 왕국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철나무' 라는 목재가 다양한 분야에 그 활용가치가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이기에 이를 위해 교역을 맺는 국가들도 차츰차츰 많아지고 있다.


<흑철나무>

오로지 남대륙의 북단에서만 자생하는 침엽수의 일종. 이름 그대로 나무 줄기와 이파리가 한없이 검은색에 가깝고 속이 꽉 차고 단단하여 그 강도가 철이나 바위와 비교하여 뒤쳐지지 않을정도로, 주로 선박이나 병기, 거대한 구조물이나 성의 뼈대로 사용된다.

당연하게도 강도가 일반 목재의 몇 배에 달하기에 가공에도 일반 목수가 아닌 전문기술자가 따로 있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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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장의 두번째입니다 !

창작이야기 게시판에서도 풀었듯이, 이 세계관에서의 카나데는 성씨도 하야미가 아닌 시부야.

관계도 린의 언니입니다. 둘이 자매죠! 시부야 시스터즈!



그리고 이 다음은 아마도.. 일요일즈음에 올라갈 것 같군요.


자, 그럼 이 다음편에서 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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