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 판타지] 제 13장 - 죠가사키 저지먼트(2)

댓글: 2 / 조회: 552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2-08, 2018 14:31에 작성됨.

보기 전에 읽으면 좋은 관련글


- 죠가사키 크라이시스

 1편 , 2편 , 3편 , 관련단편(1,2,3편을 본 후에 보길 권장) (각각 링크)


-------------------------------------------------------------

죠가사키 재단 본부.


죠가사키 용병단의 리더였던 죠가사키 미카가 용병생활을 청산하며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지어낸 거대한 사무건물로, 본디 직원이나 복지관련 관계자들이 자주 들락날락 하던 건물이다. 죠가사키 재단은 본디 전쟁고아, 불구한 이들을 돕는 복지재단이었으나, 광신도들이 날뛰고 고아원에 참변에 계속해서 일어남에 따라 지금은 남아있는 고아원이나 몇몇 소수의 복지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복지업무를 정지한 상태이며, 그만큼 남는 예산을 이용해 시설들의 방위 향상 및 광신도 토벌을 위한 용병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죠가사키 재단 역시 본래의 사무적인 역할이 아닌, 철저한 광신도들의 타도를 위한 전략기지로 변형된 상태인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왕국 모두가 악몽으로 기억하는 왕도의 참변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장소이기에 더더욱.

본래는 직원들이 드나들던 재단 본부의 대문도, 거칠고 피갑칠한 용병이나 병사들의 발걸음밖에 남아있지 않다. 

아니냐 다를까 오늘도 역시 대문이 거칠게 열리며 죠가사키 리카를 필두로 용병들이 안으로 들어선다.


이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자연스레 용병들은 바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 방으로 들어가고 리카는 눈앞으로 보이는 계단을 딛고 2층으로 올라간다. 

옆으로 늘어선 많은 방들 중,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라고 되어있는 방 안에, 걸음을 들어서고서 조심스레 문을 닫는다. 방 안쪽은 아무도 없는 것 처럼 조용하고 바람 한줄기 들어오지 않아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발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리카의 걸음이 방의 안쪽으로 걸어들어온다. 그 걸음은 뚜렷한 목적지를 가지고 있었다.


" 다녀왔어. 언니. "


떠다니는 몇개의 먼지를 뚫고 목소리가 닿는 끝에는, 닫힌 창문 너머로 비추는 햇살을 받으며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호흡에 따른 가슴팍의 부피만 조금씩 바뀔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형상을 향해, 리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발걸음이 가까워짐에도 고개하나 돌아보지 않고,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바라보는 눈동자의 끝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

그것이 그녀였다. 죠가사키 미카였다.


" 오늘도 오래 기다렸지? "


대답 돌아올 리 없는 얼굴을 향해 그녀는 미소를 띄우며 앉아있는 형상을 가뿐히 안아올린 뒤 방의 옆쪽에 있는 쪽문을 열어젖힌다. 이윽고 안쪽으로 놓인 욕조 옆 의자에 형체를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앉힌 뒤 뜨거운 물을 받는다.

리카가 물을 받고있는 동안,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향해 이야기를 끊이지 않는다.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거란 걸 알면서도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건다. 마치 대답해주는 것이라 여기는 듯 대답이 없음에도 웃고 기뻐한다.


...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견딜 수 없기에. 무너져 가는 마음을 지지할 수 없기에.


죠가사키 리카는 이러지 않으면 이 미쳐버린 복수의 길을 걸을 수 없으니까. 설사 아무런 대답도 없는 인형처럼 되버렸다고 해도 그런 언니에게라도 조금이라도 기대지 않으면..

물이 세는 소리, 혹은 넘치는 소리. 리카는 정신차리고 보니 욕조에 물이 넘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다행히 물 온도가 뜨겁지는 않다. 적당한 상온.

두 자매가 언제나 함께 씻을 때의 그 온도다. 






잠시 후.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들어올 때와 똑같이 의식없는 지체를 안은 채로 욕실 밖으로 나온다. 곧이어 겉보기에 완전히 똑같이 생긴 두터운 잠옷 한벌을 손수 언니에게 입힌 후 도로 휠체어에 앉힌다.  

"어때? 시원했어? "

동생의 물음에 여전히 답은 없지만, 리카는 그저 작게 미소지으면서 머리에 걸친 수건으로 물기를 마저 닦아낸다.

다 씻은 뒤에 세면도구는 반드시 정리하라는, 예전에 미카가 하던 잔소리가 기억난다. 용병인데 좀 거친건 어때? 하면서 소소하게 말다툼 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걸 옆에서 또 시시콜콜하게 냥냥거린다는 의미없는 말을 하며 웃는 유이와 지긋이 보며 싸움구경을 즐기던 리나의 얼굴이 생각난다.

온갖 추억들이 연달아 떠오르니, 눈앞에 의지없는 모습이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동시에, 각오도 굳혀진다. 


" 반드시..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녀석을 찾아서, 심판을 내릴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언니. 반드시..! "


시간은 어느세 오후 2시를 넘어선다. 짧았다고 느꼈지만 벌써 도착하고서 2시간이나 지났다는 사실에 문쪽으로 몸을 틀었다. 언니와의 만남을 잠시 끝마치고 하고 다시금 공적을 쌓기위해 나서야 할 때다.


" 그러면 다녀올게. "

휠체어에 그저 앉아있을 뿐인 모습을 뒤로하고 그녀는 도로 문 밖으로 나선다. 문을 닫자마자 보이는 2층의 난간을 잡고서 단번에 뛰어넘어 1층으로 착지한다.

바닥을 이루는 타일이 조금 금이 갔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용병들이 들어갔던 방향으로 고갤 돌린다.

그 누구도 나올 기척이 없는걸 보고서 몇 초 더 서있다가.. 그 후에도 역시 어떤 인기척도 없자, 크게 숨을 들이쉰다.


" 휴식시간 끝!! 바로 출발할테니 빨리 나와! "


리카의 낭낭한 호통소리가 홀 안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그제서야 문을 통해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오는 남자들을 보며 리카는 여지없이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용병들은 그런 고용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가 잔뜩난 얼굴을 보면서 능청맞게 실실거리며 눈치나 볼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다면, 혹은 옛날 용병단 시절이었다면 곧바로 쫓아냈을것이다.


" 오늘은 어디로 갑니까? 나으리. "


" 남서부. " " 겍. " 지문을 던진 용병은 그녀의 응답에 저도 모르게 싫은소리를 낸다. 재앙의 중심지였던 왕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역병이 창궐하고있다는 사실은 지금 온 세계에 널리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왕국과 인접해있는 제국군 국경지대에서는 연일 고생이 끊이지 않고있다고 들었다. 제아무리 광신도들을 때려잡기 위해서 고용된 몸이라지만 병에 걸리는것은 지독하게 싫었다.

하지만 또 그만큼의 보수들을 챙겨주는 호ㄱ...아니 '인심 좋은' 고용주기에 다소의 리스크는 어떨까 짧은 고민을 하다가 역시 돈이 먼저라며 생각을 바꿔먹는다.


" 왜, 싫어? "


" 아닙죠~! 그럴리가요~ 헤헤.. "


" 위험수당은 넉넉하게 잡아줄테니 안심해. " "녜입~ "


머릿속에 가득 불어날 쥬엘을 생각하며 용병들은 그 기쁨을 게슴츠레한 웃음으로 내비쳐 보인다.

자본에 물든 자본주의 미소. 자기가 고용한 이들의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지만, 용병시절 대장이었던 미카가 자주 짓던 그 영업용 웃음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

.

.

.

.

.




4시간 후.


왕도 폐허에서 멀지 않은 남서쪽 역병지대.

왕국의 중심지였던 폐허를 기준으로 서쪽애 역병이 창궐하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두캇과 인접한 부근에는 상대적으로 그 역병의 퍼진 정도가 적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두캇 공화국의 사경(死景)과 관련있으리라 추측하는 신학자들의 의견이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 거기다가 역병이 아얘 없는것은 또 아니라서 근방의 멀쩡한 사람들이 생고생을 하고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불타는 마차들과, 혼란에 빠진 피난민의 무리, 그리고 불타는 짐과 짐들 사이에서 기어나오는 붉은 눈을 띈 형상들.

속속들이 전부 잿더미가 된 줄 알았던 피난밀 대열의 후열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와 믿음을 거부하는 이들을 향해 맹목적인 적의를 내비친다.


"죽여주"


──뿌직.


하지만 그 적의는 실현될 리 없이, 무고한 이들의 앞에서 곤죽이 되어 바닥에 퍼진다. 두꺼운 슬렛지 해머가 신도 하나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쳐 그대로 안면까지 모두 깨부숴버렸다.


" 믿음을 거부하지마라.. 믿ㅇ── ""닥쳐. "


냉담하게 고하며 리카의 발톱이 남자의 두꺼운 목을 긁어낸다. 긁히다 더해 뜯겨나가는 모습은 시민들의 눈에는 익숙치 못하다. 

목젖을 찾듯이 바닥에 엎드려 더듬거리던 남자는 이내에 솟구치는 피분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의 이름을 입술로 뻥긋거리다 꼬구라진다.


곧이어 그녀는 뒤편의 우울에 쌓인 술렁임에 그것을 집어들어 불타는 짐마차 사이에 도로 던져넣는다.

무고한 이와 그렇지 않은이들이 불길속에서 공평하게 단백질 태우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탄화되어간다. 용병 중 하나가, 기름병을 마차 사이로 힘껏 던져넣고, 병이 깨지는 소리가 자나 반대편 손에 들고있던 횃불을 병을 던진곳에 성의없이 올려놓는다. 불길은 더욱 맹렬해져, 이윽고 피난민들이 지나왔던 길을 그을린 황야로 만들어간다.


" 으...우욱..! "


그걸 지켜보던 수많은 피난민 무리 중 한 명이 현장을 보다가 비위에 못이겨 갈색을 토해낸다. 구린 위액 속에 미묘하게 섞인 사과향으로 볼때, 아침부터 사과주를 몇 잔 들이킨듯 싶었다.

하기사, 이러한 세기말 혹은 암흑시대와 같은 현 상황 속에서 맨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는 이는 얼마 되지 않으리란 걸 누구나 잘 안다.

그저 역병이, 왕도를 삼키던 재앙같은것들이 자기와 자기 가족들에게 화를 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


하나같이 광인들의 피를 두껍게 뒤집어 쓴 용병들과 리카는 옹기종기 까지는 안니지만 한 곳에 모인다.


고용한 병사들이 어느정도 모인것을 본 그녀는 발톱에 들러붙은 피칠갑을 힘껏 휘둘려 털어낸다.


" 다들 모였지? 죽은 사람은 손. "




" 예입~ 여기요. "


장난치듯이 남자 하나가 손을 든다. 리카는 곧바로 그를 꾸짖으려다가, 목구멍으로 나오려던 소리를 도로 우겨넣었다.


남자가 들고있는것은 자신의 팔이 아녔다.




" 어떻게 된거야? " 고용주로서 그녀는 경위를 묻는다.


" 그게.. 잠깐 한눈판 사이에 머리고 몸통이고 죄다 뜯겨나가서, 건질게 이거뿐이었습니다. "

" 파먹은 녀석들은? "

" 물론 처리했죠. 이쪽은 쳐다도 안보고 정신없이 해체하더만요. 허허허~ "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그는 능글맞게 웃음을 흘리며 증거로 가져왔던 팔을 타들어가는 불길 속에 던져넣는다.

그걸 지켜보던 리카의 입에서는 큰 한숨이 터져나왔다.


" 그녀석 가족 있었어? "


" 모르겠는데요."

" 아마 없었을겁니다. "

" 없었나? "

" 낸들 아나.. "


없었다고 하던 이는 분명 자기가 돈을 더 받고싶어서 그리 말했으리라 그녀는 짐작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증명할 길 없으니 별 수 없다. 그것이 애초에 계약 방침이었기도 했고.


"... 그래? 그러면 그녀석의 수당만큼 너희에게 분배할게. 소중히 써. "


'야호!' 용병 몇몇의 입에서, 실제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러한 입모양을 한다. 자기들 주머니에 들어갈 쥬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니 당연하다 여긴다.

일단 똑같이 죠가사키의 아래서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지만 그들은 각자 서로 막역한 사이도 아니었다.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기뻐할 수 없지만, 돈이 걸리면 또 문제가 다른것이다... 라는게 그들의 가치관이리라 리카는 추정했다.



" 자 그러면, 오늘은 이정도인가. 피난민들은 도중까지 호위 철저하게 하고. "


" 예입! "

" 알겠슴다! "


서로 순서도 합도 안맞게 지리멸렬하게 외치는 대답을 들으며, 리카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예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해당되는 마을로 찾아가던 중, 마침 해당 마을로부터 떠나 동쪽으로 떠나는 피난민 행렬을 발견했고.. 우연찮게 그 안에 잠입해있던 광신도들을 찾아내서 척결했다.

그 과정에서 마차 넷, 민간이 아홉에 용병 하나가 희생됬지만 그정도는 약과였다. 순조롭다.. 라는 범주에 들 정도였다.

본래라면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어야 할 일이 해질녂에 끝나는 것에 기뻐하는 마음을 속으로 감추며, 죠가사키 리카는 담담하게 용병들의 선두로, 피난민 행렬의 측면으로 맞춰 움직인다.

그들이 가는 곳은 필시 카와시마령이었기에, 그 경유지점에 있는 죠가사키 재단까지는 꼼짝없이 호위해야 한다.


만일, '의뢰 끝' 이라며 피난민들을 뒤로하고 휫 가버리면 지금같은 시국에 그만큼 실추당할 건수가 있으랴.


예전 죠가사키 용병단 시절처럼 명성과 위세를 믿고 안하무인으로 휩쓸던 시절은 옛저녁에 끝났다.

왕도의, 카와시마의 비위에 맞추고 그들의 눈에 들어야 남아있는 고아원의 아이들과 그 외 재단의 비호를 받는 이들이 무사할 수 있다.


난민들을 도우며 공적을 쌓기 위해 그녀는 난민무리와 속도를 맞추며 나아가던 중, 자기에게 뛰어오는 말굽의 발걸음을 발견한다. 얼핏 봤을 땐, 그냥 뭔가 전하러 오는 피난민이려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형상이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 수록 뭔가 심상치 않아보였다.

말 위에 탄 여인의 소매 한쪽이 완전히 피범벅에 얼굴에도 핏방울이 튀어 굳은 붉은 딱지들과 힘겨움에 찌든 땀들이 줄줄이 흘러내리는 듯 했다. 이윽고, 리카의 근처까지 온 인물은 말에서 흘러내리듯 낙마하고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리카는 그녀의 얼굴을 알고있었다. 분명, 이제는 열뎃명 밖에 남지않은 재단 본부의 직원 중 한명.

얼굴엔 다급함과 더불어 뭔가에 홀린듯 한 인상에 시선조차 제대로 리카와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을 향해 죠가사키 리카는 다가간다.


" 무슨일이야?! 이 들러붙은 피들은... "


" 큰일....큰일 이에요..! 이사님...큰.. "


" 큰일..?! 무슨 큰일인데? "





" 큰...크...그으우에에에에에 " "뭐야 이건?! "


한순간의 일이었다.

여인의 얼굴이 격하게 떨리다가 눈이 있던 부분에서 눈동자를 밀어내고 쐐기같은것이 돋아났다.

더불어 입 안쪽으로부터 혓바닥을 밀어내고 거대한 촉수 하나가 튀어나오고 리카보다는 아니지만 비교적 왜소해보이던 몸집이 순식간에 비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상체만 겨우 일으켜 그녀를 올려다보던 모습이, 그 찰나에 덩치 3m는 되보이는 비대한 사람아닌 뭔가로 변질된 사실에 리카는 눈앞에 상황이 꿈인지 아닌지 고개를 한번 가로젓는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직원이 괴물로 변질됬다. 그 형상은 뒤죽박죽 뒤섞여.. 근육모양의 진흙을 마구 휘저은 것 같은 형상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그녀의 기억에 잘 남아있었다.


" 그 때.. 첫번째 고아원에서의... "


변이된 병사들, 직원들.. 그리고. 


후지모토 리나.


아이들.



" 이이이이이사아아아아아아니이이이이이임──"


그 괴물 역시, 어떻게 근육과 믹스되버린 뇟조각 속에서 기억나는대로 소리를 내는것으로 보였다.

죠가사키 리카는 침을 한번 삼키고 발톱을 힘껏 휘두른다. 근육덩어리의 한쪽 팔...이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부위가 둔탁한 소릴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 크으으으은이이이이이 " 


아직 떨어져 나가지 않은 육중한 뭉치가 그녀의 몸을 짓뭉겔듯 내리쳐진다.


"너희들! 어서 피난민들을 진정시켜! "


리카는 그 일격을 피하며 뒤돌아본다.

피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곳으로부터 멀어져 행렬은 무너지고, 앞 다퉈 선두의 방향으로 뛰쳐나간다. 혼란이 삽시간에 피난민들 사이에 바람과 함께 퍼져나가 행렬을 붕괴시킨다.

그야, 눈앞에서 사람 하나가 거대한 괴물로 변했는데 '아 그렇군' 하며 끄덕이며 넘길 사람은 없을테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고용주의 사자울음 섞인 다급한 고함소리에 용병들은 괴물의 출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따라 열을 이탈하거나 무작정 행렬의 선두로 도망치는 이들을 붙든다.



" 괴물이다! 사람이 괴물로..! 


" 도망쳐!! 모두 도망쳐!!! "


" 이 행렬에서 나온거야?! 히이이익...!! "


" 행렬에서 벗어나!! "


공포속에서 이성잃은 목소리들 사이로 이야기가 와전되고 왜곡되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 퍼져나간다. 도망치는 발걸음들을 전부 붙잡기에는 그 수가 너무 상대적으로 차이났다.

페로몬을 잃은 개미때마냥 산산히 흩어져 도망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용병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얌전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그대로 멀어져간다.



" 일처리 똑바로 못해?! "



" 수가 너무 많습니다요! "

" 이것들 왜이렇게 빨라! 아까 광인들에게 쫓길땐 느려터졌더만! "

" 그쪽! 세명 도망간다! 잡아!! "


비명과 호통과 악과.. 괴물의 울음소리 속에서 일어난 난장판 속에서 리카는 다시한번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다.

그녀의 시선은 머리였지만... 부풀어오른 촉수달린 대가리로 변한 부분에 향해있었다.

직원이었던 이었으며, 동시에 정도 조금 붙을 무렵이었던 이의 목숨을 뺏는것에 잠시동안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것도 곧 금세 없어진다.

눈앞에 있는것은 괴물이다. 왕국과, 아이들을 위협하는 괴물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소리치고서, 사자의 이는 꽉 물린다.



" 크오오오 - !! "



사자의 울음소리가 괴물의 괴성을 뚫고 뛰어오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발톱에 묵직한 힘줄과 핏줄, 뼛조각이 걸려 떨어져 나간다.

피분수가 3m의 근육 덩어리의 윗부분에서 솟구치고, 두뇌를 잃은 지채는 휘청거리다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엎어졌다.


" 후욱... "


깊게 숨을 내쉰다. 도려낸 발톱에 걸린 핏줄과 살점, 뼛조각 조금을 털어낸다. 곧이어, 고개를 뒤로 향한다.

마침, 용병 하나가 피난민들을 진정시키느라 식은땀을 흘릴 지경으로 없는 언변을 다 토해내고 있었다.

용병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면서도 직감적으로 고용주가 자기를 응시하고 있다는걸 눈치챈건지 시선을 그녀와 딱 맞춘다.



" 당신이 전해줘! 남은 인원중 절반은 피난민 호위, 나머지 반은 최대한 빠르게 재단 본부로 오라고! "


" 아... "


" 말한대로 안하면 보수는 없는 줄 알아!! "



" 뭔가 잘못됬어.." 리카가 뒤이어 그리 중얼이며 흙먼지를 휘날리며 본부를 향해 질주한다. 그 사족보행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피난민 행렬의 선두를 제치고 저 너머로 멀어져갔다. 사자의 모습이 멀어져서 점으로밖에 안보이게 될 즈음, 리카의 말을 전해들은 용병은 자기 주변의 시민들을 다 진정시킨건지 뒤편으로 마저 고생하고있는 같은 용병동지들 쳐다본다.


" 어이! 다 정리하고 잠깐 모여봐! 그리고 피난민들 한테 말도 몇 필 빌리고! "




.

.

.

.



약 1시간 후.

한시간.. 그 길다고 하면 긴 시간동안 쉬지않고 사족보행으로 질주해 본부 앞까지 다다른 죠가사키 리카는.. 곧 건물의 측면이 완전히 없어져 있다는 사실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대체 누가이런.. "


더불어 뜯겨나간 건물 옆면에는 사람의 피로 추정되는 얼룩들이 군데군데 들러붙어있었다. 

누가 이런짓을 한것인가, 그녀는 주변에서 그럴만한 이들을 추정해보지만.. 애초에 용병들 중에는 아이돌도 없었다. 그 외에 아는 이들은 전부 이곳이란 먼 다른곳에서 일을 보고있거나 죽었다.

범인에 대해 그렇게 고민하는 것도 잠시, 리카의 뇌리에 중요한 뭔가가 스쳐지나간다.


" 언니..!! "


땀에 축축하게 젖어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대문을 열어젖히고 계단을 점프하듯 뛰어올라간다.

얼굴에는 일말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은 채로 헐레벌떡 죠가사키 미카가 있는 방문을 연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 아, 잘왔어. "


미카의 것도, 리카의 것도 아닌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의식이 없는 미카의 뒤편에 져있던 그늘에서, 마치 흘러나오듯이 나타난 형상이 담백한 인삿말을 건넸다.

새하얗게 새어버린듯한 단발 아래로, 부자연스럽게 늘어져있는 검은 머리카락 줄기들. 그리고 먹물을 머금은 것 처럼 한줄기의 빛조차 없이 시커먼 눈동자.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을 그녀는 본 적이 있었다. 겪은 적이 있었다.


용병단 시절, 신데렐라 혁명의 현장 속에 있던 모습이다.



" 니노미야 아스카? "


" 음? "


'너같은 건 처음본다' 라는 표정을 짓는 아스카?의 얼굴에 잠시 후 다시금 차가운 미소가 돌아온다.



" 그래, '너도' 나를 알고 있는거였나. "

" 그건 무슨소리야.. 그것보다, 언니에게서 떨어져! " 


리카의 적개심이 날카롭게 선 발톱으로 대비된다.

맹렬한 적의가 아스카? 를 집어삼킬 것 처럼 으르렁거렸다. '이런이런' 두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갤 가로저었다.

자세히 보니, 그 아스카?는 어두운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알몸이었다.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도.. 예전에 봤을 때와는 달랐다.


마찬가지로 신비롭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니글거리는' .. 역겨운 감각이었다.


" 마음같아선 너를 여기서 처리한 뒤에 '이걸' 데려가고 싶지만.. "


'이걸' 이라고 말할 때 창백한 손가락은 의지가 없는 뺨을 문질거렸다. 리카의 목에서 힘줄이 솟구쳤다.


" '지금의 나' 는 그다지 결정권이 높지 않아서 말이지. 너의 처리는 다른 녀석이 해줄거야. 안심해. "



안심하라는 말과 동시에 그림자 속에서.. 길다란 그림자들이 속속들이 솟아난다. 거무죽죽해서 액체처럼 보이면서도, 곧 흩어질 허깨비같은 느낌도 드는 오묘한 것들이 차례차례 마음을 닫은 미카의 몸을 타고 올라 감싸간다.

뭔가 좋지 않을것이란 예감에 죠가사키 리카는 사자의 발톱을 세워 다가가지만, 차마 발톱이 닿으려던 순간에 그림자들은 삽시간에 미카를 감싸고는 아스카와 함께 그늘 속으로 꺼져버린다.


" 어?! 언니.. 언니!!!! "


눈 깜빡하는 사이에 언니가 사라져버리자 리카는 당혹감에 소리치며 흘러들어간 그늘어귀를 손톱으로 마구 긁어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스카도, 미카도, 검은 형상들도 온데간데 없이 그저 그림자 뿐이었다.

눈앞에서 어이없게 언니를 빼앗겼단 사실을 인정하고싶지 않은지 창밖, 천장, 바닥을 차례대로 몸을 들이밀어 가며 살피던 그녀는, 이내에 분을 못이기고 소리지른다.



" 망하아아아알!!! 어디로... 어디로 간거야! 언니를 돌려줘!! 




언니를... 어디로 데려간거야?! 




제발.. 어디로간거야.. 어디로... "



분개하던 얼굴은 곧이어 억울함이 뒤섞여 눈물을 글썽인다.


또 다시.


또 다시 그녀는 언니를 잃었다. 

그런 사실이 리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 젠장.. 나는..! 이...망할 자식들..!! 이.. 이!!! "




쿵!



리카가 울분을 마저 토해놓기도 전에, 방 밖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린다. 뒤이어 폭음의 후폭풍으로 추정되는 돌풍이 방 문을 세차게 두들긴다.

화에 못이겨 문을 열다못해 깨부순 뒤 그녀는 밖으로 나선다. 그만한 폭음이라면 건물의 옆면을 날려버린 원인과 일맥상통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난간에서 고개를 내밀어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본다.

거기에는, 리카가 상상도 못한 원인의 정체가 있었다.


그것은, 직원 하나를 어린시절 들고다니던 곰인형 마냥 목덜미를 붙잡고 질질 끌고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곧, 반대편 손에 든 작은 시험관에 든 형광색 액체를 잡고있는 목구멍에 쑤셔넣는다.



" 기야야아아아아악살려주우우우우우그웨에에에에에 ── " 호소도 끝마치지 못한채 붙들려있던 직원은 사람이 아닌것으로 변질되며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풀어 오르다 못해 그것은 풍선터지는 소릴 내며 새빨간 피안개가 되어 흐트러진다.


잡고있던 손아귀의 주인은 비어있는 시험관을 바닥에 내팽게친 뒤, 정확하게 리카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더 이상 하늘빛이 아닌, 비취색으로 물든 눈동자는 마치 뭔가를 품고있는 듯 영롱하게 번뜩였다.




" 오랜만이야 부대장- . "




언젠가 항상 들었었던 정겨운 인삿말이, 최고로 끔찍한 울림을 퍼트렸다.



---------------------------------------------


언니에 이어서 동생도 고통의 굴레 속으로 '~'/

신데판R 1장 2화는 오늘내일중으로 나옵니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