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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ING TO LOS ANGELES.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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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8 15:38에 작성됨.
( 데이브 더들리 - Six days on the road )
2019년 3월 7일, 미합중국 뉴 멕시코 주, 애리조나 주 경계와 가까운 어느 한적한 도로 위.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법한 도로 저 멀리서 검은 매연을 내뿜고 군데군데 녹이 심하게 슬어 겉보기에는 폐차장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오래된 피트 (Pete : Peterbilt / 피터빌트의 약자)와 - 그와 대조되게 새것같은 트레일러가 트럭 뒤에 달린 채 점점 가까이 달려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트럭이지만.
"빅 밴드" 조 : (무전기를 집어들면서) ...아, 아아. 브레이커 1 - 9, 브레이커 1 - 9. 여기는 빅 밴드 조. 아무도 없나? 응답 바란다...
그렇다, 난 이 땅 위에서 트러킹 (Trucking : 트럭 운송)으로 먹고사는 트럭 기사다. 벌써 며칠째 아무도 못 만나 - CB 라디오 무전에도 아무도 응답 안하여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으로 심신을 달래며 이 길 위만 쭉 달리는 중이었다. 단지, 그 뙤약볕 아래에 누구 하나 서주길 기다리며 히치하이킹을 하던 동양인 여행객 2명을 만나기 전만 해도 말이지.
프로듀서 :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손을 내밀면서) 으음...
마에카와 미쿠 : 해외 로케라서 들떴었는데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낙오되니까 완전히 생고생이다냐...
프로듀서 : 그러게, 덕분에 일행들과도 잠시 헤어진 상태고. 저 트럭이라도 멈춰주길 바래야 하는데.
저 멀리서 여행객 2명이 보인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거 같아보이는데, 내 트럭이 보여서 운이 좋았다고 봐야할지 뭐라 해야 할지, 아무튼 난 그렇게 멈춰서기로 하였고, 멈추고는 경적을 몇번 울려댔다. 조수석 사이드미러를 보니 경적이 좀 컸었는지 두 사람 다 잠시 움찔거리고는 그대로 짐을 들고 내 트럭 쪽으로 온다. 그러고는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좀 어색한 말투로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는게 아닌가.
프로듀서 : (어색한 영어로) 고맙습니다!
"빅 밴드" 조 : 어디로 가슈? 이 차 LA로 가는 차인데.
남자는 내가 한 말을 이해 못한건지 좀 버벅이다가 내가 지도까지 꺼내 로스 엔젤레스로 가는 차라고 다시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이해한 듯 자기들도 거기 간다고 하는 듯한 제스쳐와 말을 하는데, 아무래도 영어를 잘 못하는 듯한 사람들인 거 같다.
"빅 밴드" 조 : 허어, 알겠수다. 그럼 출발할테니까, 차가 덜덜거리는 건 좀 참아주슈.
그렇게 난 다시 트럭을 출발시키고, 이 여행객들을 데리고 LA로 가기 시작하였다. 나야 뭐 배송 목적지가 거기니 그곳으로 가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미쿠 : (일본어로)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다냐아...
프로듀서 : (일본어로) 으... 그러게.
이 여행객들을 태우고 간지 몇시간이 더 지났을까, 시곗바늘은 오후 6시하고 몇십분 쯤을 가리키고 있고, 옆에 탄 여행객들은 덜덜거리는 엔진 소음과 진동에 신물난건지 거의 뻗다시피 하여 자고 있다. 젠장, 그러고보니 나도 잠을 거의 못 잤었는데. 트럭 스탑 (Truck stop : 트럭 주차 공간 등이 마련된 휴게소)은 언제 나오는건지 또 모르겠고... 모르겠다. 라디오라도 틀자.
( 로스 산토스 - Diesel smoke, dangerous curves )
라디오: ...지...지지직......hairpin turns ain't no joke...Die-sel smoke, -
라디오 / "빅 밴드" 조 : (라디오 소리가 조의 큰 목소리에 파묻히다시피 하며) DA - NGEROUS CURVES!
내가 잠을 쫓으려고 꽥 소리 지른게 화가 되었는지, 옆에 뻗어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일어나 어버버거리다가 그대로 날 쳐다본다. ...좀 쑥스럽긴 하니 그대로 사과하고는 중얼거리면서 다시 부르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내 목소리에 일어난 두 사람은 둘이 서로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데...솔직히 아까부터 무슨 말 하는 건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미쿠 : (한숨을 내쉬고는, 일본어로) 우리 공항에 언제 도착 가능할수 있을까냐...
프로듀서 : (일본어로) 적어도 20일 이내로 도착해야지, 그 때가 출국 날짜니까.
미쿠 : 오늘이 며칠이지냐?
프로듀서 : (핸드폰을 꺼내보면서) 잠시만... 그러니까... 3월... 7일?
미쿠 : (씁쓸해보이는 표정으로) 그렇구냐... 다른 사람들은 오늘자 촬영 끝내고 놀고 있겠지냐.
프로듀서 :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미안해, 이런 프로듀서라...
미쿠 : (등을 토닥여주며) 아니냐, P짱 잘못 아니니까 그리 침울해 하지마라냐. 그래도 다른 프로듀서 몇몇이 같이 왔으니 계획에는 문제가 없자냐?
프로듀서 : 그래, 그건 그렇기야 하지만은...
...뭔가 심각한 얘기하는 거 같아보이긴 한데, 내가 저쪽에서 뭔 말 하는지 이해를 하나도 못하겠으니 뭐라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헛기침을 할 수 밖에.
"빅 밴드" 조 : ...콜록!
프로듀서 : ...!
미쿠 : ...!
그렇게 다시 차 안이 조용해지고, 다시 몇십분을 더 달리니 저 멀리서 인 (Inn : 여관) 등이 달려있던 트럭 스탑이 보인다. 오늘은 저기서 묵고 아침 쯤에 다시 움직여야겠는데... 이 사람들에게 이걸 또 어찌 설명한담? 머리 아프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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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https://www.overdriveonline.com/wp-content/uploads/sites/8/2018/11/Pickett-2018-11-06-09-54.jpg)
별 중요치 않은 사항이지만, 이게 대략 "빅 밴드" 조의 트럭으로 보면 됩니다. 다만 저 트럭에서 녹이 잔뜩 슬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와 아메리칸 트럭 시뮬레이터를 하면서 느낀걸 그대로 소재로 써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그거 외엔 별거 없습니다. 진짜로요.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고독한 사람들의 길이 겹쳐진 여정 같네요.
돌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