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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 나와 파랑새와 잠자는 공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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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8 22:54에 작성됨.

37.

프로듀서와 마코토의 데이트 사건으로 인해 미키가 조금 삐졌고, 아즈사 씨가 볼거리에 걸리는 바람에 리츠코가 대신 무대에 서는 해프닝이 있었다. 간만에 쁘띠 피망 씨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타카네에게 악덕 기자가 붙었을 때는 그냥 내가 먼저 불었다. 이건 솔직히, 그냥 타카네가 전모를 말해줬으면 금방 넘어갈 문제였잖아. 물론 악덕 기자에게는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는 원작처럼, 우리 사무소의 다른 사람들처럼 말랑말랑(あまあま)하지 않다고? 아니, 내 이름으로 말장난 한 게 아니니까. 그런 개그로 웃는 것은 치하야와 카에데 씨 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터졌다.

치하야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 일반적인 찌라시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아이돌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한 과거라는 점, 실제로 묘비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았다는 점,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까지. 입방아에 오르기에 너무나도 좋은 그 조합은 이내 여기저기에서 들쑤시기 시작했다.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더러운 인간들.



뭐, 이것을 위한 대비는 어차피 충분하니까. 단지 저런 사진이 찍힐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치하야에게 물어봤더니, 집에 다시 들어오라는 이야기때문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원작에 비해 몹시도 귀여운 이유였다. 치구사 씨에게도 연락해서 치하야를 너무 감싸고 돌지 마시라고 이야기했다.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두 사람이 자주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마가세 토우마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그런 짓 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치하야게도 미안하다고 전언을 남겼다. 일단은 얘기해주겠는데, 나중에 치하야를 보게되면 직접도 이야기해달라고 덧붙였다. 치하야에게 아마토우의 이야기를 해주니, 그 사람이 누구...? 라는 반응을 보였다. 961의 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자 알아들었다. 저기요, 선배님. 존재감을 조금 더 키우셔야 할 것 같아요.



주변의 알고 지내는 기자 분들께 원 출처의 파악을 요청했다. 단독 인터뷰를 몇 건 하기로 했지만,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내가 조금 고생하고 치하야가 편해지다면야. 당연히 악덕 기자에게 명예 훼손 고소장이 더 쌓였다. 변호사 분과 전속 계약이라도 맺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아예 로펌을 고용할까.



치하야는 기자 회견을 열 예정이다. 리츠코와 내가 정말로 괜찮겠냐고 말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자신을 밀어주었으니,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시를 써댔다. 나중에 타케우치 씨나 상무 님과 붙여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시부야 린도 이런 속성이 있었지. 파랑의 계보인가. 나중에 모가미 시즈카와 키타자와 시호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봐야겠다. 국가기밀 빔!



원작과는 다른 노선으로 흘러갔기에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아이돌이라니, 너무하잖아? 그 상실감이 어떨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정말로 치하야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뒤집어졌을 것 같다. 생각도 하기 싫다. 



치하야의 기자 회견은 연예 뉴스에도 꽤나 크게 실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치구사 씨도 함께 회견장에 나왔고, 과거 좋지 못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함께 웃어보였다.



기자 회견 이후 사태는 재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과거를 극복한 가희, 눈물을 딛고 일어선 파랑새.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치하야를 못된 누나로 만들던 언론이 하루 아침에 태세 전환을 했다. 기가 차다. 우디르세요? 나왔을 때가 됬는데. 일본에 LoL이 들어오려면 아직도 멀었으니, 이야기해도 모르긴 하겠네.



여론이 잠잠해졌을 때 쯤, 치구사 씨와 치하야와 함께 밥을 먹었다. 치구사 씨와 치하야의 아버지도 조만간 다시 합칠 계획이라고 한다. 치하야는 지금대로 따로 살 예정이긴 하다만. 두 분이 좋은 시간 보낼 수 있게 치하야가 방해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라고 이야기하자 치구사 씨가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거 아니라며. 에이, 조만간 새로운 치하야의 동생이 생길지도.

그리고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내가 뭐 한게 있나 싶긴 한데. 나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 밖에 없다.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것은 하루카라며, 어떤 말로도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쑥쓰럽네.



앞으로 하루카의 붕괴가 올 일이 없으니, 치하야의 사건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하루카의 경우는 961의 공작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내적 갈등으로 인한 것 이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모두가 모이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해하지도 않을 거고, 모두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프로듀서, 리츠코와 조율해서 모두가 모이는 자리를 만드는 것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음, 앞으로는 그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었는데, 라고 지금 나는 절찬리 후회중이다.






38.

치하야의 기사가 잠잠해질 무렵, 다시 연예계가 시끄러워졌다. 이번엔 가정사가 아닌 이지메에 대한 내용이었다. 학교에서의 이지메로 인해 자살 시도를 했지만 그 기록은 유야무야 뭍혔다는 이야기. 



응, 내 얘기임.



사실 정확하게는 이전의 '하루카'에 대한 이야기지만. 생각도 못한 데서 폭탄이 터졌다. 근데 사실 폭탄이라고 해봤자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딱히 뭐라고 대응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냥 뒀다. 메인 스트림에도 이런 일은 없었고, 어떻게 대응할 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태는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방 방송국의 한 심야 찌라시 프로그램에 고등학생 두 명이 나와 인터뷰를 했다. 신상을 이유로 모자이크를 한 채로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이지메의 왕국 일본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상도 못할 일이, 그것도 학교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는 것. 신체적인 손상이 가해지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악질적으로 한 사람을 괴롭혔다는 것. 그야말로 인격 모독에 가까울 정도의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 여자아이로서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의 괴롭힘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그 내용은 대서특필되어 연예면을 뒤덮었다. 치하야의 일이 조그마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보였다. 누가 누굴 괴롭혔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 그게 내 이야기라면 조금 상황이 다르다. 방송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도 사전에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보내버릴 수 있을까."

"내키지는 않지만, 아버지나 오라버니의 이름을 빌리면 수월할거야."

"하루카 씨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바다에 처넣어버리는거야."

"용서 못해."



사무소에 들어오자, 리츠코와 이오리, 미키와 치하야가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얘네가 대체 왜 이런가 들여다보니, 잡지 하나를 앞에 두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화들짝 놀라 잡지를 숨겼다. 얘들이 왜 이래. 잡지를 빼앗아 들여다봤다. 주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잡지를 빼앗으려 했지만 굴하지 않고 봤다. 표지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었다. 흠, 문구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신경쓰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도쿄 도 근처의 한 중학교.

반 아이들 대부분이 참여한 대대적인 이지메가 있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이지메와 같이 소지품을 빼앗는다거나, 돈을 갈취한다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이지메의 대상이 된 학생이 그리 뾰족한 성격이 아니었고, 항상 웃고 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이 이지메에 참여했다.

담임 선생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방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아이들은 점점 그 수위를 올려갔다.

이상한 벌칙을 시킨다거나,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게 한다거나.

그 강도는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흘러갔고, 이지메의 당사자의 행동도 점점 확대되었다. 

옷을 빼앗고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라거나 하는 등 성적인 부분으로 까지 괴롭힘이 번져갔다.

결국은 학교에서 옷을 모두 벗고 수업을 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다음 날 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응, 정리 잘 했네. 깔끔한데?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기에 신선해하면서 웃어보이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내 몸은 내 의사와는 다르게 잡지를 놓쳤고, 뻣뻣하게 굳어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정신이 몽롱했다. 옆에 있던 벽을 간신히 붙잡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 엄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을 들어올리는 것에도 부들부들 떨었다. 내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체험은 정말 더러운 느낌이었다. 



그나마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긴 했다. 힘들긴 했지만.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미세한 움직임은 당연히 무리, 생각과 전혀 다르게 몸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미쳐버릴 것 같다. 무대 위에 서야 하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허탈함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무소 전체 차원에서 대응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사에 사장님이 직접 항의를 했고, 리츠코와 프로듀서는 해당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류구코마치와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의 모든 스케줄을 빼버렸다. 보이콧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두 명은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이한 연락처의 두 사람이었다. 두 개의 연락처가 있던 이유는 결국 감시하고 부려먹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증거 인멸을 위해 메일은 주고받을 때 마다 삭제했고, 당연히 지금의 내가 확인할 수 없었던 것. 물론 정식으로 수사가 진행되자 요청에 의해 해당 메일은 모두 복구되어 증거로 제출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학교 폭력을 방관한 혐의로 형사 및 민사 소송에 걸렸다. 연락처의 두 사람도 마찬가지, 그 때 '하루카'와 같은 반이었던 사람들에게도 혐의가 씌워질 것 같았다. 얘네는 바보인가? 한 건 터트릴 수 있다는, 방송에 한 번 나가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자신들이 주동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



솔직히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하루카'의 일이고, 나와는 연관이 없었으니 그냥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째서 내버려두는거야?"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법적인 처벌도 받을텐데. 그리고 어차피 미성년자라서 큰 처벌이 없을 거라는 것은 알잖아."



꼬우면 니가 하시던가요.

꼬우면... 아시죠?

하루카 씨.






39.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과거'를 접하고 쓰러진 나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됬다. 이전 병원에서와 달리 정말로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큰 일이다 싶었다. '잠자는 공주'가 내가 될 줄이야. 이건 20화의 치하야보다도 심한데. 적어도 그 때의 치하야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일상 생활조차 힘들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처음엔 휠체어가 아니면 거동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매체는 난리가 났다. 치하야 때와는 다르니까. 현역 A랭크 아이돌인 아마미 하루카의 과거사와 입원. 전국 단위로 팬을 몰고다니는 연예인의 끔찍한 과거가 밝혀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온갖 찌라시를 만들기 좋은 떡밥이 던져졌지. 심지어는 성폭행이니 하는 헛소리까지도 기사화되었다. 그냥 벗겨진 것 뿐인데. 그것 뿐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하핫.



게다가 얼마 후면 사무소 전원이 참가하는 라이브도 예정되어 있다. 치하야가 전P를 울린 바로 그 에피소드다. 그런데 치하야는 멀쩡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고, 오히려 에피소드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나는 병상 신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미키와 이오리, 치하야와 리츠코는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병실을 찾았다. 아즈사 씨도 틈나는 대로 찾아왔다. 라인에서 따로 채팅방을 개설해서 저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뭔가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절대로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더니, 방이 없어졌다. 뭔 짓을 하려고 했던거야, 대체.



몸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약간의 재활을 통해 어느정도 거동은 가능하게 되었다. 문제는 목. 잠자는 공주 포지션은 치하야가 아닌 내게로 넘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대에 올라갔을 때 치하야처럼 간지나게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냐, 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애초에 원인이 뭔지도 모르겠으니. 



나는 '하루카'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 일이 아닌 걸. 음, 지인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그러니 그 이야기를 듣고 쓰러졌다고 해도 영문을 모르겠는게 당연하다.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어딘가의 '나랑 계약할래?' 하고 다니는 축생과는 다르다. 의미를 모르겠다는 소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하루카'나 '몸'이 충격을 받은건가 싶기도 한데, 그건 좀 너무 나갔다 싶기도 하다. 오컬트잖아, 완전.



라이브는 가서 얼굴만 비추기로 했다. 어머니가 결단코 반대하셨지만, 사장님과 리츠코가 어떻게든 설득해냈다. 두 번씩이나 병원 신세를 진 것이 충격이셨나보다. 설득이라기보단 포기하신 걸지도. 



라이브 시작에 맞춰 대기실로 향했다. 이미 모두 의상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냥 걷기엔 아직 불편했기에 목발을 짚고 있었다. 리츠코와 아즈사 씨가 내 모습을 보더니 울먹거렸다. 치하야가 나에게 안겨들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화장 번지니까 울지 마. 의상을 갈아입고 순서를 기다렸다.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사과를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님 들 뭐함? 물론 거짓말이고 왜 사과를 하느냐고 물었다. 리츠코는 사무소의 프로듀서로써, 치하야는 사무소의 동료로써 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특히나 아즈사 씨를 비롯한 이 사람들은 '하루카'의 과거와 내 상황을 알고 있기에 더 미안함이 크다고 한다. 그렇게 미안해 할 거 없는데. 등을 토닥여줬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미키와 이오리가 갑자기, 동시에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엉엉 울며 안겨들었다. 얘들이 점점. 



그렇게 하나 둘 씩 바톤 터치를 하듯 인사를 했다. 프로듀서만 빼고. 바쁘니까 그럴 수 있지! 무대가 한창일 때 리츠코가 물었다. 무대에 설 수 있겠냐고. 이 꼴로? 지금? 무대 의상도 준비해놨단다. 하하, 참. 어떻게든 되겠지.



그 노래는 이미 받아보았다. 물론 연습은 하지 못했다. 말도 간신히 하는 마당에 무슨 노래 연습이래. 알고는 있는 곡이지만,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대책없는 사람들. 그래서 좋아. 내가 노래하지 못해도 어차피 주변에서 잘 커버 해줄거다.



'약속'의 주인공이 치하야가 아닌 내가 되다니. 재밌는 이야기 전개다.



무대에 올라가자 관객들이 수근거렸다.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던 애가 부축까지 받으면서 무대로 나왔으니. 내일 기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 기대된다. 뭐, 좋은 쪽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반주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40.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루카는 마약을 한 게 틀림없다. 나중에 생각없이 창 밖을 봤는데 스타파이터 같은 게 날아다니는 우주 전쟁이 펼쳐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니 애비다.



애니마스에서의 하루카도 환각과 자각 속에 각성을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절찬리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약속'의 그 장면과 같이.



"환각 따위가 아니야. 나는 진짜. 너와 같은 가짜가 아닌 진짜 하루카."

"개소리 마시구요."



지금은 내가 하루카거든.



"과연 그럴까?"



'하루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모습이 '이전'의 나로 바뀌었다.



"너는 결국 내 삶을 빼앗은 가짜일 뿐이야."



개소리죠, C8.

엿이나 처먹으라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줬다.



"내가 얘기했지. 꼬우면 니가 살면 되는 거였어."



꼬우면, 아시죠? 다시 내 모습이 하루카로 바뀌었다. 나는 육체와 정신의 괴리 따위는 느끼고 있지 않다. 나는 하루카다.



"너는 결국 스트레스 속에 도피를 택했지. 그 좋은 부모님을 놔두고서. 내가 깨어났을 때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알기나 해? 대응할 수단도 많았지. 너는 병신이세요? 죄송한데 머리는 모자 장식, 아., 하루카니까 리본 장식이라고 해야겠네. 머리는 리본을 달고 다니라고 준비해둔 리본 걸이로 꽂아두고 다니시는 건가요? 그 속에는 우동 사리 같은 게 들어있는 것은 아니죠?"



머리 속의 우동 사리라니 시즈카나 좋아할 만한 설정이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 가짜가!"

"누가 가짜라는 거야. 이미 뒈진 망령 주제에."

"나도 살고 싶었다고!"

"그건 살아 있을 때나 통하는 말이구요."



내 앞에서 '하루카'가 서럽게 울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말빨도 밀리니 즙짜죠? 선즙필승이죠?



"어휴, 진짜. 왜 내 주변 애들은 이렇게 멘탈이 약한지."



한숨만 나온다. '하루카'의 앞에 가서 앉았다.



"야."

"..."

"힘들었던거 알아."

"... ..."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나는 겁쟁이라서 그런 거 못 하거든~ 이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네가 약한 아이였다는 게 아니야. 당연히 안타깝지.'하루카'라는 인재가 생각지도 못하게 저물어버렸는 걸."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거야."

"우와, 얘 말 험하게 하는 거 보소."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나는 으----른이고. 어덜티하고 섹시한 어른."

"나는 16살이거든."

"너는 15살이지. 나는 16살이고."

"젠장."

"거 내 얼굴하고서 말 그렇게 하지 말아줄래?"

"내 얼굴이기도 하거든."



짜식, 거봐. 그렇게 금방 인정할 거면서.



"방금 '이기도'라고 한 거 알아?"

"읏..."

"너도 알고 있잖냐."



빙글빙글 웃었다. '하루카'가 기분나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닌 게 보였다. 사실 하루카는 츤데레였나?!



"나는 너고, 너는 나야. 그리고 나는 네가 못 다한 일을 하는 것 뿐이고."



결국 얘도 나고, 나도 나다.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사이좋게. 해피해피☆

아, 그리고 너는 누구를 진심으로 미워할 정도로 모질지 못한 아이고. 한 마디 덧붙이니 '하루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놀리는 맛이 있는 아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한 건가.



"나는 너를 버릴 생각이 없어. 나는 하루카야. 아니, 나도 하루카고, 널 버릴 수 조차 없어. 내가 나를 어떻게 버려?"

"..."

"무서웠지."

"...아니거든."

"주변에 손 내밀 곳도 안 보이고, 괴롭힘은 심해지기만 하고."

"아니라고!"

"너랑 나 사이잖냐. 사양할 것 없어."

"아니라고.. 했잖아..."



'하루카'가 울기 시작했고, 가만히 손을 잡아주었다. '하루카'가 엉엉 울었다. 살고 싶었노라고, 죽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를 보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자신을 묶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카'의 '몸'과 내 정신이 동떨어진게 원인이었나. 가만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종종 의식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의학적인 거야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부분에 원인이 있었던 걸까.



"내가 대신 잘 살겠다는 이야기는 안 해."



'하루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왜 대신 살아. 내가 너고, 네가 난데."

"...응."

"같이 사는 거야. 너도, 나도."

"그래봤자 나는 심층 의식일 뿐인 걸."

"인 걸, 이라니. 귀여운 척 하지 마라. 내 얼굴로 귀여운 척 하는 걸 보니까 왠지 토할 것 같아."

"이익!!"



'하루카'가 날 때리려고 했다. 하하, 귀여운 것. 나 님을 따라오려면 2년은 더 레슨을 하고 오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럼 거기서 잘 보고나 있어. 이 하루카 님의 위대한 모습을!"

"개소리죠."

"야."



눈을 떴다.

어느새 무대 위에는 모두가 올라와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보고 백업을 나와준 것 같다.

몸도 가뿐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만성 피로가 가신 느낌이다.

아이돌 들에게, 관객 분들께 한껏 웃어보였다. 

곡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자, '약속'의 시간이다.





이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시 한 번 기묘해했다. 응, 뭐.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컬트니까.



라이브가 끝나고 일 주일 정도 느긋하게 쉬었다.

바로 사무소로 가려고 했지만, 리츠코에게 혼났다. 일 주일은 더 쉬라며 접근금지 조치를 당했다. 힝.




순서 틀려서 잘 못 올린건 아무도 못 봤겠지?!

이 글은 이미 다른 동네에서 완결이 난 글입니다.
전체 분량의 30%정도 올라간 상태입니다.

여기 자꾸 짤려서 현기증남...


가능하시다면 감상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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