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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 막간,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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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8 22:51에 작성됨.

31. 막간

765 프로덕션의 첫 번째 정례 라이브가 무사히 종료되었다.

 ...죽는 줄 알았어, 정말.



그럴 줄 알고 라이브 이후의 주말은 스케줄을 비워뒀다. 이른바 자체 휴무다. 크, 셀프 프로듀스는 이런게 좋다니까. 금요일에는 학교에도 풀 타임으로 얼굴을 비췄다. 친구들에게 '하하, 미천한 우민들아. 이 하루카 각하를 우러러 떠받들거라! 그리하면 공물을 내려주리니!'하며 정례 라이브 이후 출시된 765 올스타즈의 앨범과 내 신규 미니 앨범을 선물해줬다. 사인본이다. 우러러 떠받들어졌다. 

아마가세 토우마에게도 가서 세 장을 나눠줬다. 이쥬인 호쿠토와 미타라이 쇼타에게도 한 장씩 주라고 했다. 따, 딱히 이런 거 달라고 한 적은 없어! 라고 하길래 그럼 도로 가져갈게요, 라고 했더니 당황하며 받아갔다. 네 츤데레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니까 그러네.



토요일은 아키하바라에 갔다. 제대로 변장도 했다. 리본은 한 상태였지만, 모자로 가렸다. 안경도 썼다. 이제는 익숙해진 복장이다. 앨범 샵을 돌면서 배포 상태나 포스터를 확인했다. 내 앨범이야 어떻게든 팔리겠지만, 765 올스타즈 앨범은 이제 갓 나온 신품이다. 갓 지은 따끈따끈 765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리해서 프로듀서에게 주기로 하자.



아키바는 그냥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겁다. 중고 굿즈 매장을 구경하는 것도, 서점들을 파헤치는 것도, 음식점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쯤 가보도록 하시라.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호객행위가 많다는 점이다. 메이드 카페 앞이나 커다란 파칭코 앞에는 어김없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여자 분들이 있다. 가게의 홍보나 이벤트 안내 등등.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람도 그런 부류다.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아베 나나,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이 많이 와주세요!"



우와, 주책. 미안, 실제로 보니까 좀 깬다. 그래도 외견만 보면 고등학생으로 보이니 위화감이 없다는 게 더 신기하다. 하지만 안 쪽의 나이가 17세 (웃음).



그러고보니 아키바 아이돌이었지, 아베 씨. 나중에 찾아봐야지, 했었는데 이렇게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전단지를 받아보니 오늘 저녁 전에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었다. 구경하고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가면 되려나. 눈여겨 봐뒀던 책 몇 권을 사들고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실수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손님 전부 남자잖아. 

최대한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쭈굴... 점원이 와서 주문할 것을 물어왔다. 커피와 핫케이크를 주문했다. 다른 서비스는 받을 생각이 없다. 비싼 건 상관 없는데, 우리 애들이 더 귀엽고 예쁘고 애교있거든! 흥! 이상한 데서 경쟁 의식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우사밍 성에서 온 아베 나나입니다! 메르헨 체인지로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릴게요!"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점원들의 콜이 붙었다. 물론 호응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저거 밀고 있는 게 몇 년째 인지도 모르니까. 사실 아베 씨의 비주얼은 나쁘지 않다. 이후의 노래를 생각해보면 보컬도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에구, 허리야."



응, 저거지. 괜찮으려나, 저 사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 사장님에게 명함을 주고, 아베 씨의 연락처를 받았다. 스케줄을 진행하면서 타케우치 씨를 만나게 되면 전달해주도록 하자. 하지만 그 전에 나도 좀 이야기를 해볼까. 카페 사장님의 양해를 구하고 라이브 종료 후에 잠시 아베 씨를 빼돌리기로(?) 했다. 비용은 내 사인, 그리고 앨범을 나중에 보내주는 것으로.



"저기, 나나에게 무슨 일이신가요..."



아베 씨가 긴장하며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며 명함을 건넸다. 765 프로덕션 소속 프로듀서 겸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다. 아베 씨가 내 얼굴과 건네받은 명함을 번갈아 가며 봤다. 한 세 번쯤 고개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있으니 재밌었다. 가뜩이나 큰 눈이 더 커졌다. 어버버했다. 귀여웠다. 안 쪽의 나이가 5009세(?)라는 것이 문제지만. 중추석을 찾게. 가서 젤 나나를 만나게.



"저, 정말로 아마미 하루카 씨 인가요?"



모자와 안경을 벗었다. 하와와 거리는 표정도 귀여웠다. 아, 나이를 생각하면 귀엽다고 표현하면 안되려나?



"사..사..."

"...네?"

"사인해주세요!"



아이고, 귀청 떨어지겠다. 사인지와 몇 가지 굿즈에 사인을 해드렸다. 아베 씨 특유의 3자 입이 되었다. 귀여웠다. 여기 와서 아베 씨 귀엽다는 소리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귀여운 걸. 나나 씨 인걸. 나나상쥬나나사이! 일본어에 띄어쓰기는 없다. 



"그런데, 아마미 씨가 저를 찾으신 이유는 뭔가요?"

"편하게 하루카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아니, 제가 어떻게 감히... 그 보다, 나나도 여고생이거든요?!"

"네, 17세 이시죠. 전 16살이니까 편하게 부르시라고 한 거였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이래서 린이나 다른 346 아이돌들이 아베 씨를 놀리는 거였구나. 리액션이 끝내준다. '이전'의 말로 혜자롭다. 빙글빙글 웃으며 놀리자 하와와거리는 아베 씨가 넘모 귀여웠다. 충분히 놀렸으니 이제 본 편. 본제로 넘어가죠, 하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아베 씨는 아이돌이 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비주얼적인 면이나 네타성 모두 충분히 먹힐만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정말인가요?"

"정말입니다. 물론 댄스 같은 부분은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하겠지만."

"...나나도, 아직 꿈을 저버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765에는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개소리를 지껄이냐며 아베 씨가 노려봤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아베 씨.



"하지만 다른 쪽으로 소개해드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죠. 조건이 맞는 곳이라면 언질정도는 넣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 저도 현역 아이돌이니까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베 씨가 입을 열었다.



"나나는, 이런 나나이지만,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아베 씨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많은 사람들이 나나에게 말했어요. 그런 네타는 한 물 갔다고, 나나에게 아이돌은 이제 무리라고."

"그렇지 않아요."

"그런 저라도, 다시 한 번 꿈을 꾸어도 괜찮다고, 하루카 씨는 말해주는 건가요."

"아뇨? 딱히 괜찮다고 한 적은 없는데?"



아베 씨가 갑자기 멍청히 나를 본다. 딱히 괜찮다고 한 게 아닌데 말이지.



"아베 씨가 아이돌이 되어도 괜찮다, 라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그럼요?"

"아베 씨는 아이돌이 될 수 있다, 된다. 그렇게 말씀을 드린 거에요."



아베 나나 씨가 눈을 크게 떴다. 



"아베 씨."

"네, 네..."

"신데렐라가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

"...될 수 있을까요, 나나도."

"될 겁니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아베 씨가 엉엉 울었다. 그 한 번의 인정을 받고싶었노라고, 서럽게 울었다.

응, 당신은 7대 신데렐라 걸이 될 거니까요. 당신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신데렐라 걸이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되었어, 프린세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당신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죄, 죄송해요. 나나가 추태를..."

"17세 (웃음) 보다는 덜하니 괜찮아요."

"나나는 17살이거든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할아버지 댁에 다이얼 식 TV가 있었는데, 채널이 몇 개 없어서 답답했던 적이 있어요."

"아, 그러고보니 나나도 그런 TV를 쓴 적이 있죠, 라니 무슨 말을 하게 하는 건가요!"



같이 마주보고 웃었다. 역시 우는 것 보다는 웃는 게 낫다. 이야기가 진전되는 것이 있으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며 인사를 했다. 나중에 신데렐라 걸이 된 아베 나나 씨를 보면 거하게 밥이라도 얻어 먹도록 하자.






32.

얼마 전 아키하바라에서 아베 나나 씨를 봤을 때, 나중에 타케우치 씨를 만나게 되면 아베 씨의 연락처를 전달해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스케줄을 끝내고 사무소로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웬 커다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고 명함을 내밀었다. 눈을 조금 올려봤는데, 가슴께가 보였다. 고개를 한참 더 올려보니 그제서야 험상궂은 얼굴이 보였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



흥미가 없을 리가 없지. 애초에 없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모자와 안경을 벗고, 공손히 명함을 꺼내어 맞교환했다. 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저 사람은 놀라도 표정이 똑같구나.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괜찮아요~ 리본을 안 달고 있으면 우리 사무소에서도 나 못 알아보거든. 잠깐, 눈물 좀 닦고...



그나저나, 이 사람이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드디어 346의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소리인가? 거대 그룹 미시로, 그 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느낌? 현장에서 이마니시 부장님이 보이면 먼저 가서 인사하자. 안면을 터놓아서 나쁠 게 없어보인다. 상무 님은 아직 안 왔을 때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어디서 '전무다'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게다가 아직 상무잖아? 그리고 떨떠름하게 쳐다보고 있는 험상궂은 아저씨에게, 미안하면 나중에 밥이라도 사달라며 위로해줬다. 경찰에 끌려가는 것도 일상 생활인 사람이니, 잘 다독거려줘야지. 불쌍한 사람 같으니.



사무소로 돌아가 프로듀서와 코토리 씨에게 보고했다. 보고, 연락, 상담은 사회인의 필수 덕목이지. 나중에 밥이라도 같이 먹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쪽 밥 먹고 있다는 사람이 하루카를 못 알아본다는 게 말이 돼?"

"그러는 프로듀서도 저번에 리본 빼놓고 왔을 때 누군지 못 알아 봤잖아요."

"윽, 그건..."

"그 때의 헤프게 웃는 프로듀서는 귀여웠는데~ 하핫, 저기, 누구신지."

"하, 하루카!"

"하루카 쨩, 어른을 놀리면 못 써."



그러는 코토리 씨도 웃다 못해 울고 있지 않습니까. 와하하핫.



타케우치 씨와의 식사는 딱히 손해볼 것도 없으니 참석하기로 했다. 리츠코가 자신도 동석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안 그래도 바쁜 리츠코를 불러오기도 뭐하고, 이상한 소리라도 하겠느냐 싶어서 거절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타케우치P라면 이상한 짓을 할 배짱도 없을 거다.



타케우치 씨와의 약속 장소는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었다. 개인실이 딸려있는 식당이었다. 벌어오는 수입에 비해 아직 서민 감성인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름 유명세가 있는 아이돌과 타 사무소의 프로듀서의 만남이니 이 정도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납득이 갔다. 그리고 그런 이유일 것이라는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나쁜 쪽 의미로.



"죄송합니다. 계속 따라오겠다고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이..."



주정뱅이가 있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어이없음과 어처구니 없음과 약간의 화남이 공존하는 미묘한 표정이 된 나를 보고 타케우치 씨가 당황했다. 



"어머, 반가워요. 아마미 양. 아마미 양은 과자(あまみ) 만들기가 취미였죠...후훗..."

"진짜로 아이돌인 아마미 양이야? 나도 알아!"



아이고, 머리야.



"미리 이야기해줄 수도 있지 않았나요."

"죄송합니다. 나오는 중에 갑작스럽게..."

"메일 주소도 드렸으니 연락은 주실 수 있었을 텐데요."

"...죄송합니다."



아니, 당신이 잘 못 했다는 게 아닌데 말이지. 저 주정뱅이 들을 돌볼 생각이 문제인 거야. 문제의 원흉인 25세 어린이와 우와주책 여사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만지고 있었다. 저기요, 아주머니들...?



일견 차갑게 보이는 타카가키 카에데(25, 전 모델, 현 어린이)는 예상했던 것과 같은 성격이었다. 귀찮고, 엉겨붙고, 어린 애 같은데다 술주정뱅이지! 캬, 정말 외견이 카에데만 아니었어도 그냥 민폐덩어리잖아?! 하지만 외모가 카에데 씨지.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사진으로 보면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오드아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 아나운서 카와시마 미즈키 님. 체통을 지키셔야죠. 이 사람도 생긴 것과 다르게 꽤 귀여운 성격이란 말이지. 지기 싫어하는 것도 있고. 



자, 여기서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1. 25세 어린이와 우와주책 씨를 오구오구 하면서 즐겁게 식사를 한다.

2. 기분 나쁜 티를 내며 타케우치 씨를 괴롭힌다.

3. 일본을 공격한다. 아, 여기가 일본이니까 안 되겠네.



3번은 무리가 있으니 1번과 2번을 적당히 섞어보기로 했다. 한 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타케우치 씨의 표정이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것 처럼 변했다. 여기서 조금 더 기분 나빠하면 불판 도게자 행인가? 그 정도까지 괴롭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표정을 풀었다. 하루카 씨 기분 나쁘지 않아요~ 



그도 그럴게 카에데 씨다. 카와시마 미즈키 씨다. 둘 다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외모의 소유자 들이다. 물론 요즘은 눈이 높아지기도 했다. 우리 765 소속 아이돌 들의 비주얼이 어지간해야지. 기본적으로 비주얼 치가 낮은 야요이나 마코토도 어디 나가면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의 소유자다. 아즈사 씨나 타카네, 미키에 이르러선 어우야... 게다가 거울만 봐도 비추는게 내 얼굴이다. 하루카 씨다. 무개성의 제왕이라는 소리나 듣고 있긴 하지만, 나도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다. 아무튼, 그런 타카가키 씨와 카와시마 씨를 끼고 술자리라니. 호사잖아? 생각해보니 여기 현역 아이돌 한 명에 아이돌 지망생 두 명, 게다가 그 사람들도 전 모델에 전 아나운서. 그런 사람들 사이에 남자 한 명이 끼어있는 호사스러운 술판이었다. 타케우치 씨, 좋으시겠수?

타케우치 씨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착석하고 나니까 앞은 하루카요, 옆은 카에데, 대각선 앞은 미즈키. 캬.



뭐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아니고. 타케우치 씨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아이돌인 아마미 하루카와 인맥을 트고 싶어한 것 같고, 그에 내가 호응해서 자리가 만들어 진거다. 비즈니스 적인 만남이다. 물론 거기에 안 비즈니스 스러운 사람 두 명이 끼어서 그렇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최근 업계 동향에 대한 이야기나 트렌드, 영업이나 방송사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타케우치 씨가 깜짝깜짝 놀라는게 보였다. 나, 나름 셀프 프로듀스로 B랭크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게다가 '이전'의 경험도 있지. 하지만 대기업의 힘은 역시 무시할 게 못 되었다. 나도 모르는 흐름에 대한 날카로운 식견이 엿보였다.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베 나나 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좋은 사람이고, 성실한 사람이며 비주얼 적인 측면이나 네타적인 측면에서도 독특한 사람이 있다고. 타케우치 씨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인재를 저에게 넘기셔도 괜찮은가요? 하고 물어봤다. 765의 좁아터진 사무실에 사람을 얼마나 더 넣을 수 있겠냐며 웃었다. 자학 개그다. 타케우치 씨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상황을 보고만 있지 않을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있었다. 대략 두 명 정도.



"P군, 오랫만의 술자리인데 그런 딱딱한 이야기만 할 거야? 게다가 하루카 쨩은 고등학생이라고~?"

"맞아요. 비즈니스 적인 자리에서 빚은 술은 비지로 빚어내린 것이 좋... 푸훗..."



글렀어, 이 상황. 자리는 순식간에 카오스로 치달았다. 뭐,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할까. 



"일단 밥이나 먹죠."

"...거듭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나도 6대 신데렐라 걸 님과 안면을 트는 자리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카와시마 씨도 조만간 블루 나폴레옹으로 활동을 시작할테고. 물론 그와 별개로 이 사람들의 술버릇은 좋지 못하다고 본다. 은근슬쩍 요비스테도 하고 있다. 맙소사...



개판이 된 술자리를 타케우치 씨가 처리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아베 씨에게 연락을 했고, 알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프로필을 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늦은 시간이라 미안하긴 했지만, 이런 건 빨리 연락을 하는게 좋겠지. 아베 씨는 정말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울지 말고 잘 해보시라고 응원해줬다. 구체적인 내용이 오간 것도 아닌데 울 것 까지야. 대기업인 미시로라고 얘기해주면 까무러칠지도 모르겠다. 연세도 있으신데 조심하셔야지.



다음 날 사무소에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리츠코는 타케우치 씨의 능력에 호기심을 내비쳤고, 코토리 씨는 모델로 활동하던 타카가키 씨를 알고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프로듀서는 뭔가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일이 바쁜가? 고민이 있다면 얘기해줘도 좋을 텐데. 동료인걸!



하지만 프로듀서는 이후 외근이 있다며 나갔고, 현장에서 바로 퇴근을 했다.

나중에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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