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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5, 2013 15:37에 작성됨.

 

 


765프로 사무실은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똑같이 낡아보이는 건물에 있었다.
오래된 갈색 벽돌에는 흠집이 자자했고 군데군데 콘크리트가 벗겨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힘차게 들어가기는 힘든 건물이었다. 빌딩 대문을 열기 전, 누구나 한 번쯤은 주저할만한 오래된 빌딩.

약 1주 전, 나는 신생 아이돌 사무소 765프로에 오디션을 신청했다. 오늘은 오디션 당일.
무너지기 직전인 건물 모양새를 보고 긴장이 풀린 탓에 사무소 층수를 깜빡했다.
바지 주머니에 우겨넣은 휴대폰을 꺼내 그저께 온 문자를 확인한다.

 

'765프로
SS빌딩
3층 회의실
오후 2시 까지'

 

지극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문자였다.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계가 보내는 단체 문자도 이보다는 더 상냥할 거라 생각하며 계단을 올랐다.

3층에 다다르자 불투명한 유리로 만든 문이 나를 반겼다.

 

'765 Production'

 

빌딩 대문과는 달리 깨끗한 새것이었다. 문을 열기 전에 지저분함에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끼-익'

"실례합니다"

 

안에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문을 살살 열었지만 헛수고였다. 사무소는 텅 비어있었다.
오른편에는 긴 소파 두개가 TV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사무용 책상 4개가 서로 붙어있었고 그 위에 컴퓨터 2대가 대각선을 그리며 놓여있었다.
책상 왼편에 놓인 이름모를 식물은 열린 창문에서 흘러드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살랑살랑.
여기는 사무소가 아니라, 연극이 끝난 후 홀로 남은 무대 세트장같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크흠, 으흠"

 

헛기침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또다른 불투명 유리문이 서있었다.

 

'회의실'

 

3층 회의실이란 이곳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리라. 살며시 문고리를 잡았다.
문이 열리면 오디션이 시작된다, 라고 생각하니 사라졌던 긴장감이 다시금 가슴을 조여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실례합니다"

"어서와요"

 

남자는 내 쪽을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문 오른편 소파에 왼쪽 다리를 꼬고 앉아 서류뭉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히 긴 머리, 몸에 붙는 양복, 눈앞에 있는 서류뭉치에 고정된 시선, 일정한 시간간격에 따라 흔들거리는 왼발
자기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멜로디에 리듬을 맞추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쌀쌀맞고 냉랭한 환영. 그러한 상황,행동 모두가 예상 밖이었다.
나는 메두사의 눈을 바라본 것 마냥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당혹과 긴장에 신경이 조인 채.
약 10초정도 지났을까.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그가 말했다.

 

"뭐해. 앞에 앉아요"

 

여전히 내가 아닌 서류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아, 네"

 

얼음 땡. 마음을 추스리고 그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름이.. 키사라기 치하야. 맞아요?"

"네"

"오디션 보는거 알고 온거죠?"

"네"

"그래요 그럼 뭐...해봐"

"...무엇을 말씀하시는건지.."

"노래, 춤, 연기 아무거나 잘하는거"

 

여전히 시선은 손에 들린 서류에 고정돼있다. 기분이 살짝 나빠지기 시작했다.
신인 아이돌은 칭찬만큼 핍박도 많이 받을테니 여기서부터 겪어보라는 의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 좋을대로 세상을 인식하는 존재이다.

 

"일어나서 하나요? 아니면 서서 하나요"

"...편하실대로 하셔요"

 

이 방에 들어온 이후로 이 남자는 나를 단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왠지모를 오기가 가슴 깊숙한 데에서 피어올랐다. 전력을 다해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엄습한다.
기다란 소파에서 일어난 나는 오른쪽 빈 공간에 자리를 잡고 섰다.

 

"노래를 할게요"

"...."

"스읍...."

"그만"

 

노래를 하기위해 숨을 고르던 나를 그는 저지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이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예상 불가능한 것 뿐이었다.
당혹감에 젖어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나를 보고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것은 처음이었다.

 

"축하해요 치하야양. 당신은 이제 우리 사무소 아이돌이야"

"...네?"

"오디션 합격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기쁘지 않은 합격소식은 바로 765프로 오디션 합격소식일 것이다.
두서없는 전개였다.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꿈같다는 느낌이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아닌, 속된 말로 개꿈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좋은꿈도, 나쁜꿈도 개꿈도 아니다. 현실이다.
무너져가는 건물에 있는 아이돌 사무소에 오디션을 보러간 나는, 사람얼굴을 보지 않는 사무소 관계자 앞에서, 숨만쉬고 오디션에 합격했다.
이런게 꿈이 아니면 무엇이 꿈이겠어?

 

"저기..제가 합격이라고요?"

"말 했잖아"

"저는 숨 들이쉰 것 밖에 없는데요"

"치하야양이 이 방에 들어온 이래로 난 한번도 치하야양 얼굴 쳐다본 적이 없어"

"..."

"오디션 심사자와 참가자 사이라고 해도 그런 행동은 매우 결례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잖아? 기분도 나빴을테고"

"....으음..."

"그런데도 소파에서 일어나서 자리잡고 노래를 부르려 하다니. 엄청난 의지야"

"..네? 어,엄청난 뭐요?"

"미안, 난 단기기억이라 같은 말 두 번은 못해"

"예?"

"농담이야. 그건 그렇고 그냥 치하야 라고 불러도 될까?"

"자,잠깐만요!"

 

전혀 무서운 상황이 아닌데도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척추를 따라 차가운 물줄기가 길게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엉터리였다. 좁은 회의실의 공기, 풍경, 그리고 정체모를 남자. 모든 것들이 나의 사고회로를 어지럽혔다.
일어난 일들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고 그가 얘기한 말 또한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처럼 몸이 굳은 채로 서있었다.
그도 내가 겪은 혼란을 대충은 감지했는지, 걱정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양? 괜찮아?"

"이야기 전개를 조금..그러니까 천천히.."

"알았어"

"감사합니다...후.."

"그..냐앙..치하...야...라...고 불러...도....되앨...까..?"

"말을 느리게 해달라는게 아니라구요!"

"알아. 농담이야. 진정하고 일단 앉아봐"

"후우...."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나를 가지고 놀고있다. 말에 휘둘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아이돌 오디션에서 알게될줄은 몰랐다.
나는 소파에 앉아 혼란에 빠진 사고회로와 호흡을 정돈했다. 진정을 되찾는데 5분정도 시간이 지나갔다.
그는 그 5분동안 - 조금 전과는 달리 -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없이 기다렸다. 나도 꽤나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 살짝 길어 귀를 덮은 옆머리. 오른쪽 가르마를 타고 눈썹을 가리는 앞머리는 새로 산 칫솔의 솔처럼 가지런하고 깨끗했다.
눈은 아래로 살짝 쳐져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듯한 인상을 띄고있었지만, 처진 눈꺼풀에 둘러싸인 눈동자는 완연하게 빛나고있었다.
마치 신비로운 꿈에서 깨어나, 그 내용을 회상하며 눈빛을 반짝이는 소년같았다.

 

"이제 괜찮지?"

"네"

"이제 천천히 설명해줄게. 오디션에 지원한 순간부터 넌 합격이였어"

"...왜죠?"

"우린 신생 사무소이기 때문에 제대로된 인재를 뽑는다기 보다는 지원자를 일단은 전부 받아줘서 되는데까지 키워봐야하는 상황이거든"

 

매정하고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현실은 무섭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나중에 든 생각이 처음에 든 생각을 지워버렸다. 현실은, 어른들 세계는, 매정하고 무서운 것이였다.
이 사무소에 소속된다고 해서 내게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너 이전에 온 애들한테도 이런식으로 진행됐어. 아까 전에 온 여자애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혼자서 앞으로 크게 넘어지더라고"

"저런.."

"박력이 넘치네요. 합격. 이라고 했더니 울면서 나가버렸어. 혹시 못봤어? 머리에 리본을 달고있었는데. 두 개"

"못봤어요"

"그럼 말고"

"근데.. 저는 이제 이 사무소 소속인가요?"

"어"

"그럼 뭘 해야하나요"

 

내 쪽으로 숙이고있던 그의 몸이 순간 살짝 경직되었다. 여유로 가득 차있던 표정또한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앞으로 기울이고 있던 몸을 뒤로 빼서 소파에 깊게 묻고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떨며 휴대폰 진동음과 같은 소리를 길게 냈다.
혼자 생각에 잠긴 듯이 보였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 일정표엔 오디션 합격 통지만이 있었으리라.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이제 어쩌라고, 와 같은 질문은 예상 밖이었을 것이다.
약 1분정도, 정적이 흘렀다. 생각에 잠겼던 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빼며 말했다.

 

"그냥 치하야 라고 불러도 될까??"

"....가만히 팔짱끼고 앉아서 생각한게 그겁니까?"

"아니 그거랑 이건 별개야. 아무튼, 그냥 치하야 라고 불러도 될까 치하야?"

"벌써 부르고있잖아요.."

"허락해줘서 고마워. 이제 질문에 대답해줄게. 너는 이제 상상을 해야해"

"상상....이요?"

"치하야가 어떤 아이돌이 될지에 대한 상상"

"어떤 아이돌이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내 궁극적인 목표가 아이돌인 것도 아니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내 노래를 들어주는 것.
그래서 - 정말로 닿을지 안 닿을지는 모르지만 - 내 간절함이, 그리움이, 그리고 사랑이 그애에게까지 닿는 것. 그것 뿐.
아이돌은 그저 그 목적을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었다.
때문에 평범한 아이돌이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비범한 아이돌이 되자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돌을 발판삼아 노래가 하고싶었다. 그냥 노래가 부르고 싶었다.

 

"저, 노래를 하고싶어요"

"노래?"

"네. 저는 노래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듣고 좋아해주면 그걸로 됐어요"

"평범한 아이돌이 밟는 노선은 저리 치우고 노래 하나로 승부보겠다 그런거지?
 귀엽거니 뭐니해서 뜨는게 아니라 제대로 노래로써 유명해지는 것"

"아...네, 그거에요"

"알았어. 그런 방향은 나도 생각해둔게 있어"

"어떤거죠?"

"여과없이 현실적으로 말해줄까? 아니면 어르고 달래며 희망차게 말해줄까?"

"현실적으ㄹ.."

"노래만 해서 유명해지는건 절대 불가능해"

"....."

 

기압이 높은 큰 공기덩어리가 목구멍을 막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숨쉬는 현실에 내가 바라는 이상은 없었다.
오늘만 벌써 세번째, 당혹감이 뼛속까지 젖어들어 말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쳐졌지만 은은히 빛나는 눈동자. 신인 아이돌에게 겁을 주기위해 사실을 과장하는 사람의 눈은 아니었다.
이 남자가 하는 이야기는 진실 뿐이고 진실 뿐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그의 눈이 내게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너무 그렇게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은 짓지마"

"아.."

"노래만 해서 유명해질 수는 없어도 노래를 중심으로 유명해질수는 있어"

"노래를..중심으로...?"

"어. 4단계 불법 어획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물론 힘들겠지만 노래로써 뜰 수 있어"

"4단계..불법..네?"

 

한 눈에 봐도 수상한 냄새가 나는 작전이다. 애초에 '불법' 이라니.
그의 작전은 작전 이름처럼 4개 단계로 구성되어있었다. 그가 한 말에 따르면..

1단계 미끼를 넓게 뿌려 물고기를 수면으로 유인한다.
2단계 30V 짜리 전기충격을 물에 가한다.
3단계 60V 짜리 전기충격을 물에 가한다.
4단계 폭탄을 사용해 모든 물고기를 잡아올린다.

 

"저기 질문이 있어요"

"뭔데?"

"여기 아이돌사무소가 아니라 수산업 회사인가요?"

"아이돌사무소 맞아"

"...그냥 물어본거에요"

"너무 비유적이라 이해가 잘 안되니?"

"물고기는 아이돌 팬들을 의미하는 건가요?"

"어"

"그럼 잡아올리는 사람이 저?"

"이제부터 너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미안, 농담이야. 그럼 미끼, 전기충격, 폭탄은 뭘까?"

"그게 감이 안와요"

"흐응.."

 

그는 음흉하게 웃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만 아는 비밀을 좋아하는 변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끼란 기본적인 TV출현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나라는 존재가 존재함을 일단은 눈에 각인시키는 것. '저 여기 있어요' 와 같은 맥락에 있는 활동이다.
그리고 전기충격과 폭탄은 내가 부르게 될 노래를 뜻한다.

 

"노래요?"

"30V, 60V, 폭탄은 각각 노래가 지닌 강력함을 뜻하는거야.

"처음부터 그 '폭탄'을 써버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만약 그렇게 한대도 효과가 있을 수는 있어"

"그런데요?"

"데뷔와 함께 폭탄급으로 좋은 노래를 던져버린다면 팬들의 기대치는 지나치게 높아져"

".."

"결국 폭탄 다음에는 핵폭탄 그 다음에는 글쎄, 외계 레이져라도 만들어야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거야.
게다가 듣도보도 못한 신인이 그런 노래를 내놓는다면, 주목받는건 노래지 가수가 아니야"

"아.."

 

확실히 맞는 말이다. 급격하게 높아진 기대치를 신출내기 아이돌이 감당할 수 있을리 없다.
너무 좋은 노래가 처음부터 나온다면 노래가 지닌 존재감에 가수가 지워진다. 이것 또한 사례가 많은 경우였다.
갑자기 4단계 불법 어획 작전이 그 이름처럼 이상한 작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30V와 60V짜리 노래는 어떤 식으로 쓰이는거죠?"

"아마 초기에 내놓을 싱글앨범에 수록될꺼야"

"그것들도 강력한 노래?"

"폭탄만큼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완성도있고 괜찮은 노래들이겠지"

"그정도 노래를 써준다는 사람은 있나요?"

"..."

"신생 사무소고, 또 소속 아이돌 전부가 신인인데.."

"..."

"선뜻 그정도 노래를 써준다는 작곡가가 나올까요?"

"흐응..."

 

그가 또다시 음흉하게 웃었다. 뭔가 자기만 알고있는 계획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내게 가르쳐주지 않겠지.
그리고 자기만 알고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즐기고있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변태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쁜사람은 아니다. 싫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뭐랄까, 신뢰감을 주는 변태였다.

 

"그건 니가 걱정할게 아니야"

"어차피 알려주실 생각도 없으시죠?"

"어차피 알고싶지도 않잖아"

"그건 그래요"

"그럼 됐어. 그걸로 좋아"

 

그렇게, 어떤 아이돌이 어떻게 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거기서 끝이 났다.
원래 이쪽 얘기는 나중에 차근차근 하려고 했는데, 치하야는 진도가 왠지 빠른걸.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럼 저 이제 뭐 할까요"

"너?"

"네"

"글쎄..놀아"

"....놀아요?"

"그래 이정도 얘기 했으면 됐어"

"...."

"왜 같이 놀 사람 없어? 나랑 놀까 그럼?"

"무슨 소리세요..."

"농담이야. 할 일 없으면 상상해"

"또 무슨 상상이요?"

"어떤 식으로 노래할지..어떤 노래를 할지...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할지.. 어떤 춤을 출지.. 뭐 그런거.
니 일은 그거야. 상상하는 것"

"그럼 당신은요?"

"니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

"...."

"항상 머릿속으로 뭔가 떠올리다가 괜찮다 싶으면 나한테 말해.
그걸 너의 눈에 비춰주는게 내 일이니까"

"..네"

 

방금 그 말로, 난 어쩌면, 그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줄 사람
이 사람이 날 이끌어준다면...정말로 내가 상상하고 머릿속에 그리던 대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은 뭘까. 어떤 위치에서 날 돌봐주는걸까.

 

"근데.."

"응"

"당신은 뭔가요? 사장? 사무원?"

"....나?"

"네"

"흐응.."

 

또 다시, 그는 음흉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프로듀서지 뭐겠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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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글도 많고 얀이 폭발하는 글도 많길래

그냥 쓰고싶은 대로 마구 썼습니다

월요병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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