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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 시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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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5, 2018 11:16에 작성됨.

30.

정례 라이브 당일이 되었다. 며칠 전, 리츠코에게 류구의 스케줄을 조금 조정할 수 없냐고 미리 물어보았지만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정해진 스케줄을 바꾸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도 알잖아?"



네, 죄송합니다. 위약금의 문제가 아니고 믿음과 신뢰의 문제라고 혼났다. 프로듀서에게 이야기해서 만약을 위해 반주곡을 조금 더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일단 요청하니까 하지만 수긍은 가지 않는다, 라는 표정으로 프로듀서가 준비를 서둘렀다. 내가 피로할 곡도 가능한 반주곡을 모두 준비해두었다.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 될테니까, 이번 라이브는.



그렇게 준비를 하던 중 리츠코에게 연락이 왔고, 태풍으로 인해 늦는다는 정해진 미래가 다가왔다. 리허설까지는 늦지 않을 거라고 프로듀서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럴리 없는걸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 전체 세트 리스트를 다시 한 번 숙지했다. 프로듀서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느 곡에 들어가도 피로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코토리 씨가 준비한 음식이라도 먹으렴─ 하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유키호가 불안해했다. 불안이 번지기 전에 잘 다독였다.



"정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슈퍼 아이돌 하루카 님이 처리해주지!"



하고 허세를 부리자 그건 이오리의 대사라며 지적당했다. 깔깔 웃고 있자니 마미가 괜찮을거라며 아미의 메일을 보여줬다. 예의 그 유명한 그림문자다. 대체 저걸 어떻게 해독하는거지. 상형문자인가?



스테이지 세팅이 시작됬다. 당연하지만 여전히 리츠코와 류구는 헤매고 있을 거다. 프로듀서가 스피커 폰으로 류구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 슈퍼 아이돌 이오리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못하잖아?' 라며 이오리가 말하자 '그거 아까 하루카가 써먹었다구!' 라고 히비키가 받아쳤다. 키이잇!!! 하며 이오리가 화를 냈다. 아니, 저작권 낸 것도 아니잖니, 그거. 다 함께 웃었다.



한창 스테이지 세팅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프로듀서와 코토리 씨에게 말했다. 



"아마 리츠코 씨와 류구, 늦을 거에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태풍 때문에 비행기나 기차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도 완전 정체 상태에요. 이 상태면 시간에 맞추는 것은 무리라고 봐야겠죠."

"...뭔가 대책이 있는 거니? 하루카 쨩."



세트 리스트의 대대적인 변경이 시작됬다. 코토리 씨에게 아이들의 멘탈 관리를 부탁하고, 프로듀서와 머리를 싸맸다. 본방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나와 류구의 무대를 변경했다. 류구코마치의 순서를 뒤 쪽으로 최대한 미루고, 대신 그 앞에 오프닝 하나를 제외한 내 솔로 곡을 전부 밀어넣었다. 



"하루카, 이건 아무리 너라도 무리야."

"무리가 아니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이러다 쓰러지기라도면 너만 문제되는게 아니라고!"

"누가, 내가?"



누가 뭘 한다고?

프로듀서가 내 얼굴을 보더니 주춤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사람이 웃는 얼굴을 보고 무서워하다니, 너무하잖아?



"나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아."



765를, 우리 사무소를, 우리 아이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지금의 나는 달아올라 있었다.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러면 서포트로 들어가 있던 그룹 곡과 단체 곡에서라도 빠지도록 하자."

"제가 빠지면 그 자리에는 누가 들어가죠? 그럴 수 없다는 걸 프로듀서도 잘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하지만이고, 상지만이고."



저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면서 웃어보였다. 나는 괜찮아. 이런 곳에서 쓰러질 예정은 없다. 나는 765 프로덕션 소속이고, 사무소를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다.



"그렇게 너는 항상..."

"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면 네 세트 리스트는 이렇게 조정하면 되겠지?"

"네. 다른 아이들의 세트 리스트는 각자 상담해서 정해주세요."

"알았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렴."

"괜찮다니까요~"



라이브 시작 시간을 30분 정도 뒤로 미루고, 세트 리스트를 변경했다. 다행히 코토리 씨가 잘 돌봐주었는지 아이들의 상태도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다. 물론 불안해보이긴 했다. 세트 리스트의 정리가 끝났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의지 결연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나 혼자서 근 1시간을 채울 수 있는 세트 리스트를 보고 아이들이 놀랐다고 한다. B랭크 아이돌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한다. 이 것 들이?! 평소의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아무튼, 하루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우리도 질 수 없어! 라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생각보다 좋은 방향으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어 궁금해 했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고 한다.



코토리 씨의 안내가 회장을 채웠다. 765 프로덕션 퍼스트 라이브, '정점을 노리겠어', 개연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장에 'THE IDOLM@STER'가 울려퍼졌다.



"안녕하세요─!"



한 곡이 끝나고, 다 같이 인사를 했다. 라이브 회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다른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먼저 시작이 늦어진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콜이 터져나왔다.



"그건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한 가지 더 안 괜찮은 소식이 있어서 걱정이네요~"



회장이 수근수근 술렁였다.



"지금 날씨 많이 안 좋죠~?"



네에, 소리가 합창처럼 울렸다. 



"이런 날씨 때문에, 류구코마치가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수근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물론 류구가 늦는만큼, 이 하루카 씨와 765의 모두가! 여러분을 불태워 줄테니까! 따라올 준비 되셨나요?"



와아아아!! 하는 함성이 터졌다. 정보는 전달했다. 이제 생각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어!



"그러면 첫 번째 곡! 소녀여 큰 뜻을 품어라!! START!!!"



765 프로덕션의 첫 번째 정례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대기실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뭔가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이럴 때 대체 프로듀서는 뭘 하고 있는거람. 도저히 안되겠다.



"저기, 얘들아."



무대에 나가있는 타카네 씨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돌아봤다.



"불안하니?"



사이좋게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불안하지. 두 번 있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한 쪽이 오지 않은 거니까.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불안해 하면 우리를 보러 와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대기실이 조용해졌다.



"우리도 우리 모습을 보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하물며 '우리'를 보러온 관객 분들은 어떨 것 같아? 모를 수가 없지. 너희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연습해온 거야?"



아니잖아?



"전에도 이야기했지. 자신을 가지라고. 너희는 B랭크 아이돌에게도 인정받은 아이들이라고. 나도 믿지 못하는 거야?"



분위기가 정돈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너희가 관객 분들께 전하고 싶은 것은 뭐야?"



까놓고 말해서, 너희를 기대하고 온 사람 아무도 없단다. 물론 그 말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다시 삼켰다.



"첫 무대잖아? 첫 공연이잖아? 조금 쯤 실수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어."



거짓말이지만. 있을 거야, 분명. 미안. 그래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걸로.



"드디어 스테이지에 선 거잖아? 너희의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그리고 내 꿈도.



"너희가 할 수 있는 걸 전해줘. 모두에게 보여주는 거야.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그걸 알아 줄테니까."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장의 분위기도, 아이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흐트러졌던 아이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류구가 나오지 않는 상황때문에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던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미키의 댄스곡 리스트가 겹쳤다. 뭐, 알고는 있었다. 미키는 당연히 해보겠다고 할테고. 모두가 무리라고 말렸다. 미키는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야 우리 미키지!



"내가 백업하겠어."

"하루카?"

"잠깐, 하루카. 너 'Day of the Future'랑 '마리오네트의 마음' 할 줄 모르잖아?"

"게다가 하루카는 지금까지도 계속 나갔잖아, 이어서 메인 스테이지도 있다고?



프로듀서가 나를 쳐다봤고, 마코토가 놀라며 물어봤다. 모를리가 있나. 지금까지의 765 프로덕션 곡은 전부 대강 무대 위에서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스케줄이 변경될 지 모르니 전부 연습해놓고 있다. 뭐, 그것 뿐만은 아니지만. 걱정해주는 건 히비키 뿐이구나. 오구오구, 귀여운 것.



"히비키, 마코토. 같이 서포트해줄 수 있을까?"



프로듀서가 말했다. 근데 왜 그렇게 입술을 꼭 깨물고 있으신가요? 그러다 피나요? 불안해하는 히비키와 마코토를 격려해주고 함께 무대로 나갔고, 미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류구를 제외한 나머지의 단체곡. 그렇게 연습했던 '자신 REST@RT'를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무대가 끝났다. 류구가 오려면 30분 정도.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my turn. 



태양의 젤러시, 웃어!, START!!, 함께, shiny smile까지. 중간중간 MC를 섞긴 했지만 다섯 곡을 연달아 피로했다. 와, 죽을 것 같아. 진짜로. 무대 뒤 편을 보니 류구가 와있었다. 무대 의상 갈아입을 시간까지 충분히 벌어준 것 같다. 



"여러분, 즐거우세요?"



숨을 헐떡거리며 물어봤다. 조금 섹시하게 느껴진다. 대답 대신 함성이 돌아왔다. 마지막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볼까. 새로운 모습으로!



"1, 2, 3, 봐이!"



신곡, I want를 공개했다.





내 무대를 마치고 무대 뒤 편으로 들어가니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치하야가 수고했다며 산소 캔을 내밀었다. 집으려다 놓쳤다. 손에 힘이 안 들어간다. 미키가 주워 내 얼굴에 대줬다. 아~ 몰라, 이제. 내 할 일은 다 했어. 



류구코마치의 스테이지가 끝나고, 리츠코와 류구가 돌아왔을 때에는 모두 대기실에서 자고 있었다. 다들 자니까 조용히 해달라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걸 보고 있는 네 명이 내 행동을 따라했다. 쉬잇─. 하핫, 바보같아. 다들.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물은 알아서 챙겨먹어~'라며 내버려뒀다. 챙겨줄 힘도 없다. 아이고, 삭신이야. 리츠코가 너란 애는 또 그렇게 막무가내로 무리했냐며 혼냈다. 내가 뭐!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은 좋았다. 헤헷.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라이브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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