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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 막간. 프로듀서가 오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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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4, 2018 12:19에 작성됨.

21.

가능한 한 학교에서 뭔가 하는 일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정 때문에 이리저리 빠지는 것 만으로도 고운 시선을 받기는 어려울테니. 다만 당번은 정말로 어쩔 수 없기에, 내가 있는 조는 2명이 아닌 3명으로 해달라고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두 명으로 조를 편성했는 데, 내가 스케줄 때문에 못 나오면 남은 한 명만 고생하게 되는거니까. 



이렇게 장황하게 떠든 이유가 뭐냐면, 쓰레기통을 들고 교사 뒤의 소각장으로 버리러 가고 있는데 심심해서다. 오늘은 간만에 레슨도 스케줄도 없었다. 오프다. 쉬는 날이다. 하지만 하교 시간이고 다들 부활동이다 뭐다 바쁜 시간이니 이 쪽은 사람도 없다. 재미없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쓰레기통을 가져갔다.



소각장 근처에 한 여학생이 앉아있었다. 담배라도 피우나.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기에 생각하지 않고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했다. 어디에나 불량 학생은 있는 법이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저 쪽에서 돌아보지도 않고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신가요? 하고 물었다. 조금 긴장됬다. 



"별 건 아니고, 가서 우유 좀 사와라."



갑작스럽게 삥을 뜯길 위기가 찾아왔다! '이전'에도 당해본 적이 없는데. 저요? 하고 되물으니 저 쪽에서 한 숨을 푹 쉬었다. 



"야, 잠깐 이리 와봐."



긴장됬다. 일단은 그 쪽으로 갔다.



"미안한데 내가 손을 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돈은 줄 테니까, 라고 덧붙였다. 그 앞을 보니 웬 작은 고양이가 손을 물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인가? 언젠가부터 따르던 길고양이 새끼인데, 손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뭐야, 착한 사람이었잖아? 피식 웃으며 명찰을 봤다. 3학년이었다. 무카이 타쿠미...라고 써있었다. 누구요?



고개를 돌려 얼굴을 봤다. 아마도 옆에서 본 사람이 있다면 '홱!'하고 고개 돌리는 소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뭐,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타쿠미가 당황했다. 문제가 많지. 여러가지 의미로. 일단은 웃어보이며 아니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친절한 사람인 것 같네요─ 라고 해줬다.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은 폭주족이라고, 그런게 아니라고 변명해댔다. 대체 누구에게, 뭘 변명하는 걸까. 나중에 행사나 무대 같은 데서 만나게 되면 생글생글 웃어줘야겠다. 아무 말도 안하면서.



그렇게 특공의 타쿠미 (웃음) 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었다. 왠지 찾아보면 다른 346이라던가 시어터 조 사람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아마토우는 만나기도 했고. 아키하바라에 가게 되면 꼭 아베 씨를 찾아봐야지, 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다음에 사무소에 갔을 때 레슨이나 일정이 빨리 끝나면 한 번 가보도록 하자.



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마토우를 만났다. 얼굴을 마주치자 마자 구겨지는 표정이 재미있었다. 딱히 얼굴 개그 속성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평범하게 개그 캐릭터이긴 했지만. 물론 이런 생각은 드러내지 않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마가세 선배님."



뭐라고 할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우선은 인사를 받아줬다. '할많하않'이라는게 저런 건가.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어가게 되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왕래 속에 싹트는... 이런 분위기는 없었다. 저 쪽은 그냥 어색한 것 같았고,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차피 싸울 상대와 굳이 친해질 필요가 있나 싶다.



"저기, 너 말이야."



응? 눈에 물음표가 떴다. 네? 하고 되물으니 어물쩡거렸다. 아오, 이 답답한 인간. 앞으로도 답답하겠지만.

결국 하는 소리는 같이 연예계 활동도 하고 있고, 같은 학교이니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였다. 흠, 과연 너희 소속사 사장과 이야기해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미심쩍은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이상하게 오해 한 모양이다. 딱히 작업 걸거나 할 생각은 아니라고 헛소리를 해댔다. 역시 만년동정. 글쎄요. 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가세 선배님은 그렇게 될까요─? 라고 적당한 선까지만 이야기했다. 응? 하고 아까 내가 눈에 물음표를 띄웠던 표정을 이제는 아마토우가 짓고 있었다. 의미심장하게 웃어주었다. 



사실 아마가세 토우마는 단순하게 쿠로이 타카오 사장에게 속고 있었던 것 뿐이고, 나중에는 따로 '하루카'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쥬인 호쿠토나 미타라이 쇼타에 비해 강성노선이었던 사실은 변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딱히 호감이 가지도 않는다. 적당히 지내주는 것 정도는 괜찮으려나. 아무튼 아마토우가 바보인게 문제다. 서로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정류장에서 헤어졌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 연락처를 받아본 거라고 한다. 굉장히 들떠있었다고 미타라이 쇼타가 말해줬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마토우. 나중에 이상한 여자한테 호구잡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22.

치하야와의 사이는 여전히 미묘했다. 처음보다는 나아진 것 같지만, 역시 쉽지 않다. 너란 여자.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 는 안된다.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아이돌마스터는 12세 이용가를 준수하는 건전한 세계관이다. 그래서 의상 노출도의 상태가? 라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갖은 노력 끝에 메일 주소도 교환했다. 이것 봐! 치-땅의 메일주소야!! 주고받는 메일은 치근덕거리는 느낌이다. 주로 내 쪽에서. 나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치하야는 'ㅇㅇ' 정도로 반응하는 느낌이다. 물론 씹히는 경우도 많다. 차가운 여자, 그 이름은 치하야라.



그런 치하야가 유일하게 적극적이 되는 시간이 있다면, 바로 보컬 레슨 때이다. 항상 같이 간다. 치하야가 끌고 가는 느낌이다. '키사라기 양, 나랑 시간 맞추기 어렵지 않아?' 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당연히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돌려 말하는 기능 따윈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은 것 같다. 흠, 잘 모르겠다.



내 스탯은 조금 올랐다. 데뷔하면서 덤으로 오른 느낌이다. 55-40-45로, 보컬과 댄스는 두 단계, 비주얼은 한 단계 씩 올랐다. 드디어 댄스도 '아이돌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노래도 뭐, 적당히 한다... 정도는 되는 것 같다.  C랭크 페스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댄스가 조금 더 오르면 리츠코나 사장님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



치하야에 대한 어프로치는 계속했다. 쿠키나 빵을 구워가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치하야를 위해 이런 저런 원두로 핸드드립을 내려주거나. ...응? 먹을 걸로 길들이는 느낌인데. 그래도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예전처럼 까칠한 모습은 많이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보컬 레슨 할 때는 아직도 곤두서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같은 느낌이다. 고롱고롱 턱을 쓰다듬어 주면 풀어지려나. 고롱고롱, 냐앙, 하는 치하야라니, 심장에 좋지 않다. 심장 마비 유도를 통한 과실 치사 급이다. 고소해야 할 것 같다. 형량은 100년, 수감은 우리 집에서. 실 없는 생각이다.



오늘도 보컬 레슨에 끌려갔다. 아니, 뭐 끌려간다고 까지 표현할 건 아니기도 한데. '아무튼 끌려감' 같은 느낌이다. 데뷔 이전까지는 지지부진하던 능력치 상승도 그렇고, 최근 활동하면서도 그렇고 나름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비주얼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연기력이라고 생각하면 또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같이, 같은 곡을 가지고 레슨을 한다. 그럴 때는 치하야가 나를 의식하는 것이 느껴진다. 성량이나 음정, 음색. 이런 부분들을 나와 비교하고,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지를 고민한다. 레슨 후에는 서로 대화를 나눈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서로의 음악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 기교를 공유한다. 대화를 하고 있으면 치하야의 끝없는 향상심이 느껴진다. 흐뭇해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노래에 연연하는 치하야의 모습이 안타깝다. 언제쯤이나 저 아이의 감정을 돌봐줄 수 있을까. 결국 쿠로이 사장의 사건이 터지기 전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나? 고민스럽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아이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 



"아마미 양?"



치하야가 부르는 소리에 조금 놀랐다. 너무 다른 생각에 집중한 것 같다. 사람을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야. 치하야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헤헤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치하야가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미 양은 어째서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거야?"



얘가 지금 무슨 소리람. 같은 사무소의 친구에게 잘 대해주는 것인데, 이상해? 혹시 방해였을까? 라고 되물었다. 방해, 였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지간히 치근덕거렸어야지.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아 움찔했다. 



"아니,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과하게 챙겨주는 것 같아서. 아마미 씨는 항상 나한테 이것 저것 챙겨주잖아.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혹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고 치하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덧붙였다. 이 아이는 천사인가!!! 여러분, 우리 사무소에 천사는 야요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야, 다메치─쨩 같은 메타 붙인게. 코토리 씨가 코피를 자주 쏟는 기분을 알 것 같다. 안 돼! 안 된다구! 하루카! 핫, 정신을 차렸다. 치하야는 여전히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 불안해보이긴 했다. 끌어안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는데, 참았다. 장하다, 하루카. 



그런 기분 가질 필요 없다고, 내가 하고 싶어서 챙겨주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하며 주저주저 하는 치하야는 여전히 귀여웠다.



"그러면,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직도 아마미 양, 키사라기 양 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너에게 요비스테를 신청한다!



"그거면 될까?"

"응!"



"하, 하루카..."

"응! 치하야 쨩!"



결국 참지 못하고 끌어안아버렸다. 잠깐, 하루카... 하면서 밀어내는 치하야도 귀여웠다.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할게.

너의 도움이 된다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네가 입는 상처를, 네가 입은 상처를 내가 대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널, 지켜줄게.



이거 암만봐도 폰트가 다르네요 ㄷㄷ 이상하네

메모장에서 복붙한다고 HTML 코드가 달라질리도 없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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