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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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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0, 2018 15:42에 작성됨.

낡은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간다. 먼지가 조금 쌓인 것 같으니 나중에 사무소 사람들과 함께 난간 청소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낡은 문, 테이프로 간략하게 이름이 쓰여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오렌지색 머리의 소녀가 기운차게 인사를 한다. 언제 봐도 활기찬 모습이다. 보는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 저 아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안녕, 하고 가볍게 인사를 받고 사무소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앉으니 사무원 분이 탕비실에서 녹차를 가지고 나오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녹차를 받아 마시며 사무소 한 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스케줄 표를 확인한다. 언제는 눈밭처럼 하얗기만 하던 스케줄표였지만 요새는 나름 글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안에서 일이 하나, 밖에서 일이... 하나 더 뭐 있었는데 뭐였지.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아, 예전 그게 들어온 게 오늘이었지, 참. 

시계를 보니 아직 1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들어가면 되려나. 탈 나지 않도록 가볍게 먹고 가야겠다. 누구랑 먹지? 뭐 먹으러 갈까? 근처 카페를 가서 브런치 메뉴를 먹을까?



"안녕하세요~"

""존 아침─!!""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자니 속속 사람들이 들어온다. 한 칸 밖에 안 되는 사무소에 15명~16명이 소속되어 있다 보니 사람이 많을 때는 북적북적해진다. 최근에는 다 모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 예전처럼 시장 바닥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사람이 많이 모여 왁자지껄하다. 아이들이 모여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며 있자니 쌍둥이가 나에게 안겨 든다.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주니 언제나처럼 좋아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거워지는 것 같다.

따로 포장한 과자를 챙겨 조용히 옆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간다. 언제나처럼 조용히 악보를 보며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 변하지 않는 저 노래에 대한 열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가슴에서 나오는 것 같진 않은데. 



"무슨 일이야?"



고개를 돌려 물어보는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생각하고 있는 걸 들키진 않았겠지?

가져온 과자를 손에 들려주니 고맙다며 생긋 웃는다. 저 웃음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노력의 결실을 맛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탕비실에서는 또 아이들이 아옹다옹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친구가 '또 시작이네.'라면서 포옥 하고 한숨을 쉬고, 나는 옆에서 아하하 쓴웃음을 지으며 말 없는 동의를 한다. 그러고 있으면 아이들이 혼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평소와 같은 평범한 하루다.



몇몇 아이들을 불러내어 카페로 향한다. 가볍게 샌드위치와 아이스커피를 시켜 먹는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이후에 힘들어진다. 점심은 끝나고 나서 늦게 먹으면 되겠지.



근처 빌딩으로 이동해 올라간다. 우리 사무소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지 오래인데, 여긴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다. 그래도 관리를 위해 되도록이면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이 반겨준다. 오늘은 혼자다. 오늘뿐만 아니고 평소에도 가능한 한 혼자 오긴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과는 이런저런 의미로 조금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일정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다음 일정. 오후 일정은 두 개만 하면 끝이다. 저녁은 어쩔까. 집에 가서 먹기는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은데. 뭐, 내가 16살, 얼마 안 있으면 17살이긴 하지만 여타 어른들보다도 돈을 더 많이 벌고 있기도 하니 삼시 세끼를 밖에서 사 먹는다고 해도 딱히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짧은 생각을 마치고 결심했다. 사무소로 돌아가고 난 뒤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결론을 뒤로 미룬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시해줄 것이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은 모두 사랑스러운걸. 그러니까 괜찮아. 머릿속은 절찬리에 아무 말 대잔치 중. 지금 상황과는 3억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생각을 하며 업무를 마쳤다. 



사무소로 돌아가니 몇몇 아이들이 노닥거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인기척을 내니 바쁘지 않아 보이는 아이들이 반겨준다. 저녁은 뭘 먹을까?



"저녁은 먹었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쌍둥이 중 언니가 식사 일정을 물어본다. 오늘은 쌍둥이랑 같이 나가볼까?



"하루룽."



나는 아마미 하루카. 16살, 아이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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