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글
댓글: 2 / 조회: 607 / 추천: 1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한 뒤 찾아온 봄날의 어느 휴일.
메이드 씨는, 메이드 씨를 향해 내리쬐는 눈부신 햇빛을 받아 서서히 눈을 떴습니다예요. 눈을 떠,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바라보니...
"7시... 인가?"
어느 새 아침이 되었습니다네요. 그럼, 슬슬 몸을 일으켜야 겠습니다예요. 후우...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옆을 바라보니 라이라 씨가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네요. 자고 있는 모습이,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 보여서 메이드 씨로서는 정말 기쁩니다예요. 두바이로부터 머나먼 일본으로 넘어와 처음에는 힘들어했습니다이지만, 지금은 학교에 들어가 좋은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요즘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라이라 씨의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예요.
자아, 이제 정신도 들었겠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겠습니다네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매일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네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집에는 냉장고가 없는 것이니까요. 몸을 씻는 것은 공중목욕탕에서 할 수 있고, 빨래도 코인 세탁방이 있어서 거기서 하면 되었지만, 냉장고가 없다는 것은 식사하는 데에 큰 불편함을 주었습니다예요. 실온에 보관할 수 있는 몇몇 식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날 먹을 걸 퇴근길에 바로바로 사서 준비를 해야 했고, 그나마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상할 것이 걱정돼서, 특히 바쁜 평일 아침에는 상점가에 갈 새도 없이 빵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나가야 했습니다네요. 그러다보니 외식을 하는 것은 어떤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격도 비싼 데다 아침 일찍은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도 저녁 7시가 되면 문을 닫아서 일이 끝나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에요. 늦은 밤까지도 북적이는 사람들과 화려한 불빛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지내다 이런 환경을 맞닥뜨리니 처음 얼마간은 꽤 충격이었습니다네요.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집 안에 보이는 것은 흰 콩을 불려서 빻은 후 참기름이랑 올리브유를 넣어 섞어서 후무스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소스 약간하고, 그걸 찍거나 발라서 먹을 식빵 정도. 사실, 오늘은 주말이라서 라이라 씨가 일어나면 함께 상점가로 가서 식재료를 이것저것 살 수도 있습니다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이유는... 그렇습니다네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네요.
사실, 그런 걱정을 일찍부터 했기 때문에, 한 번은 일을 하던 도중에 키류 사장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예요. 그랬더니, 사장님은 그런 제 이야기를 듣더니 퇴근할 시간에 메이드 씨에게 무언가를 주었던 것이네요. 그것을 열어보니 거기에 든 것은 쿠스쿠스를 연상시키는 녹색의 가루들. 하지만 물을 먹어서 쿠스쿠스와 달리 꼬슬꼬슬하지 않고 질척해 보이는 질감이었습니다예요. 사장님은 그것을 '누카도코'라고 소개하며, 오이나 당근, 가지와 같은 야채들을 담아서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저장해둘 수 있는 저장 식품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고, 이어서 누카도코를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준 것이에요.
그런 사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누카도코는 아직 만들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매일매일 관리를 해 주어야 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누카도코는 저장 식품의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네요. 그 과정들은 조금 귀찮을 수도 있는 과정들이었지만, 돈을 벌기 위한 일이나 매일매일 식사 준비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던 메이드 씨에게는 시간을 보낼 만한 소일거리가 한 가지 더 생긴 것이어서 좋았습니다예요. 사실, 수 년 동안 라이라 씨의 집에 고용되어 넓은 집 안에서의 집안일이나 주인님 가족 분들의 뒷바라지에 힘을 쓰다 보니, 오히려 할 일이 없는 편이 메이드 씨에게는 불편하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네요.
아무튼, 메이드 씨가 라이라 씨는 아직 잠들어 있는 중이고, 상점가가 활기를 띠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른 기상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예요. 지금 싱크대 옆에는 플라스틱 통이 2개. 하나는 이전에 키류 사장님으로부터 받았던 것인데, 지금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서 저장 식품을 만드는 데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재미가 붙어서, 담가 두는 종류를 늘리기도 할 겸 지금 있는 것의 영양소가 다 빠져 나갔을 때를 대비하기도 할 겸 하나를 더 만들어 둔 것. 일단 메이드 씨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을 잠시 매만져주는 것이 되겠습니다예요.
통의 뚜껑을 열자 보이는 것은 모래바닥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쌀겨의 표면. 쌀겨에 소금물을 넣고 섞은 뒤, 다시마랑 고추, 그리고 각종 야채들을 넣어 만들어지는 누카도코는 처음 얼마간은 매일 2번씩 가장 안쪽까지 잘 뒤섞어 주어야 합니다예요. 누카도코에 들어간 재료들의 맛이 골고루 배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섞고 있으면 다져져 있던 쌀겨의 덩어리가 부서지며 귓불을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감촉을 메이드 씨에게 전해줍니다예요. 그러다 때때로 속에 함께 들어있는 다시마나 배추, 파뿌리 같은 것들의 촉감이 느껴지는 것인데, 야채들이 숨이 좀 죽은 것 같은 게... 아, 야채들이 가지고 있던 수분이 거의 다 빠져 나온 것 같습니다네요. 수분이 다 빠진 야채들은 누카도코로부터 빼 내서 그나마 남아있던 물기도 모두 짜낸 다음 버린 뒤 새 것으로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예요. 오늘 상점가에 가서는 누카도코용 야채들도 좀 사야 겠습니다네요. 잊지 않게 곧장 손을 씻고서 메모를 해 두고...
그러고 나면, 누카도코의 맛을 보고 간을 좀 확인해야 합니다네요. 누카도코의 맛을 볼 때는 매일 그 맛이 어땠는지 잘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예요. 이전과 비교해서 맛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달라졌다면 무엇을 보충해야 할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어제 아침에 맛을 보니 간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쌀겨랑 소금을 조금 사다가 보충을 한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손으로 누카도코를 살짝 집어 입에 넣었더니,
"음... 이제 완전히 간이 배었네. 딱 좋아."
어제 저녁에 소금을 넣고 잘 버무려 주었더니, 이제는 전체적으로 간이 골고루 배어든 것 같습니다네요.
"그 다음엔... 그래, 어제 담가 두었던 누카즈케가 아마 다 익었을 텐데..."
당장 해둘 수 있는 일을 모두 끝내고 뚜껑을 덮은 뒤, 문득 이미 저장 베이스로 일을 시작한 다른 통에 생각이 미쳤습니다네요. 아마 지금쯤이면 다 익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통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꺼냈습니다예요. 거기서 나온 것은 마치 피클의 물과 같이 새콤한 액체를 머금은 곤약.
누카즈케.
누카도코에 들어가 숙성된 식품을,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네요. 재료를 물에 씻고 소금을 살짝 쳐 준 다음 누카도코에 넣어 한나절에서 하루 정도 보관하면, 짭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는 누카즈케가 완성됩니다예요. 처음에는 사장님이 오이를 담는 것을 추천해서 오이 누카즈케를 해 먹었는데, 그게 자칫 느끼해지기 쉬운 메인 요리와 궁합이 잘 맞아서 이후로도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시도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네요.
그러다가 어제는 곤약을 가지고도 누카즈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인데, 마켓에서 곤약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젤리와 같이 탱탱한 외형과 그러면서도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살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네요. 지금 메이드 씨가 꺼낸 결과물이 바로 그것인데,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던 이것이 시큼한 누카도코의 물을 흡수한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칼로 곤약을 살짝 잘라,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 보았습니다예요.
"오, 이거 꽤 괜찮네.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새콤짭짤한 게, 입안을 깨끗이 헹궈내는 기분이야."
샐러드에 넣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네요. 젤리같은 식감이 라이라 씨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예요. 아침 식사에 한 번 올려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그마한 사각 플라스틱 통을 새로 꺼내 곤약 누카즈케를 넣으려는데...
"아앗!! 늦었다!"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 라이라 씨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네요. 뒤를 돌아보자, 함께 메이드 씨를 바라보며 이불을 손에 든 채 가만히 서 있는 라이라 씨. 그 표정은 왠지 무언가 의아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예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가씨?"
평소와 같이 라이라 씨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자, 라이라 씨는 메이드 씨를 향해 물음을 던졌습니다예요.
"어, 메이드 씨 왜 아직 집에 있어요? 분명히 일을 나가야 할 시간이..."
...아아, 라이라 씨는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순간 학교를 나가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네요. 그러니까, 두바이는 토요일에 쉬는 것은 일본과 같습니다이지만, 기본적으로 주말은 일요일인 일본과 달리 금요일인 것이니까요.
"후훗. 진정하세요, 아가씨. 일본의 일요일은 휴일이랍니다."
"아, 아아, 그렇네요. 두바이에서랑 헷갈려서 그만... 후훗."
지난번에도 금요일에 시간이 돼도 안 일어나기에 억지로 깨워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역시 십수년간 계속된 습관이다 보니 쉬이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라고나 할까요. 겉으로는 의연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이래저래 마음고생도 많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커 보입니다예요.
그러는 사이 메이드 씨에게 다가온 라이라 씨. 곤약 누카즈케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네요.
"그런데 메이드 씨, 이건 뭐예요?"
"어제 누카즈케 담아뒀다가 꺼낸 거랍니다. 하나 드셔 보시겠어요?"
"네. 지금까지 먹은 것들과 달리, 왠지 젤리같이 생긴 게 호기심이 가는 비쥬얼이네요."
라이라 씨의 반응에 메이드 씨는 다시 곤약을 살짝 칼로 썰어 라이라 씨에게 주었습니다예요. 그것을 받아 천천히 맛을 음미하더니...
"음... 이거, 꽤 신기한 맛이네요. 지금까진 피클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재료부터도 달라서... 왠지 샐러드 같은 데도 어울릴 것 같아요."
"후훗, 좋아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새로 담은 누카즈케에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 라이라 씨.
"그러고 보니, 이거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는 건 어떨까요? 다들 좋아할 것 같은데..."
그 뒤 이어지는 라이라 씨의 제안. 그렇습니다네요. 생각해 보면 메이드 씨, 그 동안 일본에서 지내오면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지만, 정작 이쪽에서 보답할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은 것이네요. 이번 기회에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보답을 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예요.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오늘은, 막 담은 이걸 들고 나가도록 할까요?"
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가 항상 찾는 그 상점가에서 장을 보며, 메이드 씨는 가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어제 담은 곤약 누카즈케를 조금씩 나누어 주었습니다예요. 나누어준 누카즈케를 살짝 맛본 가게 사람들은 모두 맛있게 잘 익었다면서, 메이드 씨를 보고 일본 사람 다 되었다고 칭찬해 주기도 하였습니다네요. 야채 가게에서도, 정육점에서도, 방앗간에서도, 화기애애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 것이에요.
"앗, 잠깐만요! 저기 하아토 씨가 있어요! 새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러 가죠."
길을 걷던 중에는 라이라 씨가 새 친구들에게 누카즈케를 조금씩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네요. 하지만, 하아토 씨라 불린 비둘기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별로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네요.
"하아토 씨 말고는 먹으려고 하지 않네요. 어째서지..."
그 모습을 떠올리며 의아해하는 라이라 씨.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났더니, 어느 새 사야 할 것들은 거의 다 산 것 같습니다네요. 누카도코 관리에 쓸 양배추나 무와 같은 야채들이나, 카레에 들어갈 당근이나 감자, 소고기 약간...
"...그러고 남은 게 뭐가 있지..."
"후고후고 씨네 빵집에도 가야죠! 후고후고 씨에게도 오늘 꺼낸 그것을 나눠줘야 하고, 또 마침 식빵도 다 떨어져가던 참이고..."
그렇게 해서 라이라 씨의 제안에 따라 찾은 오오하라 베이커리.
"어, 아이아 히항 에이흐 히하! 꿀꺽! 후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인 거예요!"
빵집에 들어가자, 마침 바게트 빵을 입에 문 채로 빵을 진열 중인 미치루 씨가 있습니다네요. 미치루 씨는 라이라 씨랑 메이드 씨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예요.
"메이드 씨는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메이드 씨는 평소와 다른 점은 없습니다네요. 아, 그래도 얼마 전에 월급이 들어온 것이어서 조금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기분이 좋습니다예요."
"아, 그러시구나! 역시 돈이 들어오면 기분 최고죠! 정말 좋으시겠어요!"
"감사합니다예요.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라이라 씨가 미치루 씨와 같은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들었던 것인데..."
"라이라 씨에게 들으셨군요? 아하핫! 네, 맞아요. 저, 라이라 씨랑 제빵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게다가 부장님이 저희 빵집 단골손님이시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는 꽤 놀랐죠. 이것도, 라이라 씨에게 다 들으셨죠?"
"아, 네. 그런 것이네요. 아마 성함이, 오오노... 오오노 미나기 씨라고..."
"네, 네. 미나기 씨! 넓은 들판이 행복으로 넘쳐흐른다고 쓰고, 저는 오오하라 미치루, 부장님은 오오노 미나기 씨. 이름도 재밌지 않나요?"
"후훗,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네요. 이름에서도 두 분의 인연이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예요."
"그러게요. 아하하! 아, 그나저나 오늘도 식빵이랑 귀퉁이 받으러 오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네요."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예요. 오늘은 후고후고 씨에게 줄 것이 있습니다예요."
미치루 씨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다 용건 이야기가 나오자, 집에서 들고 나온 플라스틱 통을 내보이며 라이라 씨가 말을 이었습니다예요.
"제게... 줄 것이요...?"
그러자, 잠시 눈을 깜박이며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미치루 씨.
"네. 이것입니다예요."
그와 함께, 라이라 씨는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미치루 씨에게 보여 주었습니다예요.
"이, 이건... 곤약...? 아니면, 젤리...?"
"누카즈케, 라고 하는 것이에요."
"누, 누누, 누카즈케!! 그... 그건...!"
라이라 씨의 대답을 듣자, 미치루 씨, 많이 당황한 것 같습니다예요.
"아하하... 엄마랑, 아빠랑... 잘 먹을게요... 아하하..."
"지금 살짝 시식해 보아도 좋은 것인데..."
"아, 아뇨, 괜찮아요... 실은, 아침에, 빵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서... 아하하하..."
"그런 것인가요. 아쉽습니다네요."
"아무튼!! 식빵이랑 빵 귀퉁이, 바로 갖다 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급히 자리를 뜨는 미치루 씨. 왠지 라이라 씨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네요. 어느 나라나, 어린이들은 편식을 한다는 건 다 똑같은 것일까요? 후훗.
쇼핑을 모두 끝내고, 다시 라이라 씨의 집 앞.
"어, 라이라 씨! 메이드 씨! 안녕하세요!"
집 앞에 들어서니, 뒤에서 노나카 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에요.
"어, 노나카 씨 아닙니까예요? 우연인 것이네요. 어디 갔다 오는 길입니까예요?"
"저는, 잠깐 강변에서 조깅 좀 하다 오는 길이에요. 메이드 씨는, 장보러 갔다 오신 건가요?"
"네. 집에 냉장고가 없는 것이어서, 식사 준비를 하려면 그때그때 장을 봐야 하는 것이네요."
"네? 아... 냉장고가 없으시구나. 그런 문제가 있으셨으면, 제게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맡아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후훗,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예요. 메이드 씨는 괜찮은 것이에요. 덕분에 상점가 분들하고도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고..."
"그래도 필요할 때는 사양 말고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메이드 씨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노나카 씨. 그런데 그 후,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아! 그러면, 지금 아침 식사 하시려는 거죠? 이렇게 된 거, 오늘 아침은 저희 집에서, 같이 드시지 않으시겠어요?"
하고 권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그렇게 해서 노나카 씨의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된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 노나카 씨가 요리를 하는 모습에 메이드 씨도 같이 돕고 싶다고 했지만, 노나카 씨는 한사코 사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기, 아침 다 됐어요. 이제 드시면 돼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들려오는 노나카 씨의 알림. 노나카 씨는 각자의 자리에 식사가 든 접시를 하나씩 올려 놓았습니다예요.
"아침 식사니까, 너무 무겁지 않게 오므라이스로 준비해 봤어요. 입맛에 맞으실는지 모르겠네요."
"오오,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예요~"
손을 맞대고, 잘 먹겠습니다, 하며 시작된 아침 식사. 노나카 씨가 준비해 준 메뉴는 오므라이스인 것이네요. 숟가락으로 달걀층을 뚫고 그 안에 숨어있던 밥을 살짝 뜨니, 열기를 그대로 간직해 김이 모락모락한 알갱이들이 메이드 씨의 눈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예요. 호호 불고 나서 한 입 넣어 맛을 보니, 짭짤하게 간이 된 달걀 지단, 고슬고슬한 밥 알갱이의 감촉, 잘게 썰어놓은 야채로부터 때때로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 그리고 우스터 소스로 코팅이 된 듯한 특유의 풍미가 입 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에요.
"204호 씨, 이거 정말 맛있는 것이에요! 요리 정말 잘합니다네요~"
"아하하, 부끄럽네요. 저도 그저 어머니로부터 조금 배운 것뿐이라..."
그러면서 부끄러운 듯 웃는 노나카 씨.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되는 것인데...
"그러고보니 이건 뭐예요? 생긴 걸 보면, 곤약 같은데..."
그런데, 노나카 씨가 오늘 꺼내 온 누카즈케에 관심이 간 것 같습니다예요.
"아, 이건 어제 곤약으로 누카즈케를 담근 것이에요. 드셔 보시겠습니까예요?"
"와아! 누카즈케를 담그신 거구나! 정말로 한 번 먹어봐도 되나요?"
"물론입니다예요. 얼마든지 먹어도 좋은 것이에요."
"그래도, 두 분이서 드시기도 부족하실 텐데..."
"메이드 씨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인 거예요. 메이드 씨도 한번쯤 이렇게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예요."
"네? 보답이라니... 저는 딱히 해 드린 것도 없는데... 아, 아무튼 감사히 잘 먹을게요!"
몇 번에 걸친 실랑이 아닌 실랑이 끝에, 노나카 씨는 곤약을 젓가락으로 살짝 잘라 그 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으음! 이거 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딱 새콤하게 잘 됐다! 정말 맛있어요! 담는 법,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노나카 씨, 메이드 씨가 담은 누카즈케를 맛있어하는 것 같습니다네요. 메이드 씨로서는 정말 기쁩니다예요. 그나저나, 이것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라...
"메이드 씨가 일하는 곳에서 키류 사장님이 알려주었습니다예요. 키류 사장님, 누카도코 관리가 취미라고 하는 것이네요."
"아! 츠카사 씨 말씀이시죠? 생각해보니 메이드 씨, 거기서 일한다고 하셨지... 그러고 보니 메이드 씨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본 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좀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이네요. 키류 사장님이라..."
메이드 씨의 일터에 대해서 이야기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요? 처음 사장님을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네요.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메이드 씨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그래서 당장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예요. 그렇기 때문에, 메이드 씨로서는 일거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네요. 하지만, 몇 곳에 발을 들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예요. 사실, 외국인이라고 무시당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습니다예요. 원래부터도, 가난한 형편에 돈을 벌 길을 찾아 두바이로 발걸음을 옮겨 수없는 고초 끝에 라이라 씨의 댁에 메이드로서 고용되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니까요. 메이드 씨는 무슨 일이라도 해내고 말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예요. 다만, 홀로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라이라 씨가 함께이기 때문에, 메이드 씨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부담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예요.
그러다 며칠이 지났을까, 메이드 씨는 상점가에서 우연히 키류라는 지역 의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예요. 거기서 조수를 한 명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바로 달려갔던 것인데, 거기서 사장님을 본 첫인상은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이네요. 메이드 씨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메이드 씨의 시각으로는 상스럽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옷차림과 화장, 그리고 왠지 고압적으로 보이는 태도. 그곳에서 추구하는 점이나, 사장님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 메이드 씨는 이번에도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예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사장님과의 대화를 지속하면서, 메이드 씨는 속으로 홀로 생각에 잠겼습니다네요. 메이드였던 과거 경력을 살려서 다른 가정집을 전전하며 허드렛일이라도 해 볼까, 아니면 상점가 분들에게 뻔뻔하게 일자리를 부탁하기라도 해야 할까...
그런데, 그런 사장님의 답은 상당히 의외였던 것이에요. 너무도 흔쾌히 메이드 씨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예요.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던 것인데, 그 때 사장님의 대답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네요.
"그 말이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소문만 듣고 외국인이라고 기피하고 비웃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 참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뒤, 네 과거 이야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나 혼자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사장님은 분명하게 말했습니다예요. 그 순간, 메이드 씨는 느꼈습니다예요. 사장님은 겉보기에는 독선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은 편견을 깨고 순수한 시각에서 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해서, 메이드 씨는 키류 사장님에 대한 확실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이고, 결국 거기서 지금까지 일하게 된 것이네요.
"아아, 네, 맞아요. 키류에서 추구하는 의상이 그... 갸루 쪽이거든요. 처음 볼 때는 충분히 놀랄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습니다네요. 그러고 보니 사장님도 그 '갸루', 라는 단어를 언급했습니다예요."
"그나저나, 츠카사 씨에게 그런 면모도 있었군요. 사실, 메이드 씨가 느낀 첫인상이 틀리다고도 할 수 없는 게, 그게, 갸루, 라는 이미지가... 뭐랄까,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일본인들 사이에도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이네요. 생각해보면 상점가 분들도 사장님을 보고 까탈스럽다든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든지, 부정적인 감상을 많이 남겼습니다네요.
"아무튼, 거기에 조수로 일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환경이라든가 그런 건, 어떤가요?"
"확실히 고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지만, 그래도 메이드 씨를 잘 챙겨주어서 좋습니다예요. 이번 누카도코에 대한 것도 그렇고... 새로운 의상을 디자인할 때는 항상 메이드 씨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네요.
다만, 지금은 사장님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장님이 하던 일 일부를 메이드 씨가 혼자 처리해야 합니다예요. 거래처와 연락하는 것은 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고 한 것이지만, 사장님이 없는 동안의 방문 수요는 메이드 씨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그 외에는 사장님이 없는 동안의 사이트 관리, 판매 계약을 따기 위한 의상 샘플 제작, 각종 허드렛일 등등을 모두 메이드 씨가 하고 있습니다예요."
"...네? 학교...요? 그러니까... 아아아, 맞다. 츠카사 씨가 지금 고등학생이구나. 인상이 인상인지라 츠카사 씨가 학생이라는 걸 자주 잊어버리곤 해요. 아하하..."
"메이드 씨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네요. 사장님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건 아니었습니다네요."
"그러게요. 그 대범한 모습,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아, 라이라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월초에는 좀 힘겨워하시는 기색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뒤, 라이라 씨에 대한 것으로 넘어간 화제. 전에 라이라 씨의 교복을 함께 골라준 노나카 씨는 때때로 라이라 씨를 만날 때마다 라이라 씨의 학교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이고, 그래서 라이라 씨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기도 하였습니다예요.
"어, 라이라 씨 말인 것이에요? 라이라 씨, 며칠 전에 제빵부에 들어가게 된 것이에요~"
"와, 제빵부요? 그러고 보니 전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어떻냐는 조언을 받았다고 하셨죠?"
"네, 그런 것이에요. 그래서, 유우나 씨가 신문부의 아야코 씨를 소개해 주어서 다양한 동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예요."
"후훗, 유우나 씨, 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네요. 라이라 씨를 많이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습니다네요. 유우나 씨, 항상 고맙고, 좋은 친구입니다예요.
아무튼, 아야코 씨는 유우나 씨의 오랜 친구라고 한 것인데, 학교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네요. 유우나 씨에게 귀엽게 장난치기도 합니다이고, 유우나 씨도 겉으로는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아야코 씨를 좋아한다는 걸 느꼈습니다예요."
"으음~ 사춘기의 풋풋한 우정, 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학창시절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 아, 그래서 소개받은 동아리들 중에서 제빵부가 마음에 드셨던 건가요?"
"아아, 라이라 씨, 다양한 동아리들을 소개받았고, 어느 날은 동아리를 집중 홍보하는 기간이 있어서 거기서 동아리들을 직접 구경하기도 했습니다예요. 그 중에서는..."
라이라 씨가 듣거나 보았던 수많은 동아리에 대해 신이 나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라이라 씨. 라이라 씨가 제빵부에 입부하기까지 며칠 동안 메이드 씨는 기대에 부풀어 동아리 이야기를 몇날이고 반복하는 라이라 씨의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네요. 라이라 씨가 이야기하는 동아리 가운데서는 라이라 씨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들도 몇 가지 있었던 것이지만, 그 이상으로 라이라 씨의 흥미를 끄는 것들도 많았고, 그래서 라이라 씨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그 날이 와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매일같이 메이드 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예요. 그러는 동안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를 통해 세 종류의 밴드들의 다채로운 음악 활동, 테니스부와 라켓 클럽의 경쟁 관계, 30년을 이어 온 제빵부의 유구한 전통, 그리고 사이킥 연구부나 탐정부 같은 재미있는 동아리들의 존재와 같은 사연을 들을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의 다양한 감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예요. 메이드 씨는 어린 시절부터 먹고 살기에 바빠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라이라 씨는 부디 어려움 없이 여유로운 삶을 살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예요.
"...그래서, 제빵부가 사람들도 정말 다정해 보이고, 후고후고 씨가 함께여서 라이라 씨는 제빵부에 들어가게 된 것이에요~"
"아아, 그렇군요! 근데, 후고후고 씨는...?"
"후고후고 씨... 후고후고 씨는... 상점가에 있는 빵집 주인님의 딸인 것인데..."
"상점가에 있는 빵집... 아아, 오오하라 미치루 씨 말씀이시군요! 저, 오오하라 베이커리 단골이거든요. 거기에 들어가면 가끔 미치루 씨가 있어서 이야기를 하곤 해요."
얼마 전만 해도 란도셀을 매고 다니던 미치루 씨였는데, 요즘은 교복을 입은 모습을 가끔 보게 돼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하고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니 그 교복, 라이라 씨랑 똑같은 교복이었네요, 후훗. 그렇게, 노나카 씨는 회상했습니다네요.
"오오, 후고후고 씨를 아는 것이네요?"
"물론이죠. 미치루 씨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씩씩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힘이 나서, 항상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그러더니, 잠시 말을 멈추는 노나카 씨. 그런 노나카 씨의 표정은 왠지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예요.
"...그 씩씩한 웃음 뒤에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곤 해요. 억지웃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그 슬픔을 감추려는 기색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마치, 말은 할 수 없지만, 그 빵집 바깥에서는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였죠."
미치루 씨로부터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한 노나카 씨. 그러고 보니, 라이라 씨가 전에 미치루 씨를 처음 만난 순간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노나카 씨도 그걸 짐작한 것 같습니다네요. 그런 노나카 씨의 회상에 응해, 라이라 씨가 들은 미치루 씨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라이라 씨.
"역시...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군요. 실은, 일본에선 이런 속담이 전해지고 있어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아랍에서는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왠지 짐작이 갑니다예요. 라이라 씨나 메이드 씨로서는 빵을 먹는 것이 무엇이 문젠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본은 밥이 주식인 문화, 빵은 어디까지나 간식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네요. 그런 일본에서, 라이라 씨의 설명에 따르면 빵을 쌓아놓고 먹는다고 하는 미치루 씨는 말 그대로 '모난 돌'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그래서, 미치루 씨는 교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따돌림을 당했던 것입니다네요. 그리고 그 말을 건넴과 함께 수심에 잠긴 표정이 된 노나카 씨. 노나카 씨도, 학창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노나카 씨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잠시 생각을 하고 있자, 노나카 씨, 왠지 당황한 것 같습니다예요.
"아, 아아, 그, 그게, 혹시 제 말이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라이라 씨나 메이드 씨를 향해 하려던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아, 아닙니다예요. 메이드 씨는 괜찮습니다예요. 그나저나, 노나카 씨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데, 노나카 씨의 학교는 어땠습니까예요?"
"그렇네요. 제가 다니던 학교라... 제가 전에 중고일관형 학교를 다녔다고 이야기를 드렸죠? 그런 계통의 학교들이 다 그런데, 그래서 저희 학교는 대체로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였어요."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하지만, 노나카 씨는 밴드부를 했다고 들은 것인데..."
"네? 아, 네. 맞아요. 그래서, 저희 학교에서, 저나 밴드부의 이미지는, 정말로 좋지 않았죠. 네..... 정말로요..."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 듯 슬피 생각에 잠겨버린 노나카 씨. 고개를 숙이고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노나카 씨의 모습은 눈물을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예요. 방금 전만 해도 이야기꽃을 피우던 방 안의 분위기가 사막의 밤을 연상시키듯 완전히 차갑게 식으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예요.
"아, 저기, 그러니까, 그래도 그 일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자신이 너무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을 느낀 듯 노나카 씨가 급히 메이드 씨에게 해명했습니다이지만, 여전히 슬픔이 남아있는 듯한 표정인 것이네요. 이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고보니 204호 씨, 다음 공연은 어디서 하는 것이에요? 유우나 씨가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인데..."
그 때, 노나카 씨의 공연 일정으로 화제를 돌린 라이라 씨.
"네? 그게, 어디 보자..."
라이라 씨의 물음을 들은 노나카 씨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예요.
"...아, 그래. 이제 곧 골든 위크잖아요? 그래서 그 때 사바에에 버스킹 일정이 잡혀 있어요. 그... 니시야마 공원에요."
"니시야마, 공원... 거긴 어디인 것이에요?"
"그게, 후쿠이역 서문으로 나가면 트램 정거장이 하나 있는데, 그걸 타서 쭉 내려오시다 보면 나와요."
"오오, 그런 것이네요. 감사합니다예요. 유우나 씨에게도 알려 주겠습니다예요."
"후훗, 제가 더 기쁘죠. 저를 바라봐 주는 팬이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네요."
가능하면 감사의 인사를 직접 전하고 싶을 정도로요, 라며 자신의 팬이 있다는 사실에 기쁜 미소를 지어보이는 노나카 씨. 학창시절에 슬픈 일이 있었다고는 해도, 지금의 이 모습을 보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노나카 씨의 이야기에 거짓은 없어 보입니다예요.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을 것 같습니다네요.
"하지만, 긴 휴일이 있는데도 고향에 내려갈 수 없다는 건 아쉬울 것 같습니다네요. 분명 학창시절엔, 교토에서 지냈다고 하신 것 같습니다인데..."
"네? 아, 네. 맞아요. 저희 본가가 교토에 있죠. 그래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거니까, 가족 얼굴을 못 뵈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라이라 씨, 그 동안 204호 씨에게 교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네요. 교토는 어떤 곳인 것이에요?"
"교토... 말인가요? 그게,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노나카 씨는 잠시 고민하다, 서서히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일단 교토라고 하면, 원래 일본의 수도였던 곳이에요."
"오오, 그럼 거기에 일본 왕이 있는 것이에요?"
"네, 그랬죠. 에도 막부 시대 이후로 도쿄로 옮겨가기는 했지만, 그 전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로 있었던 곳이죠. 그 점을 교토 사람들은,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공식 천도 칙령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교토가 수도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호오, 도쿄랑 둘이서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아무튼, 그래서 교토에서는 귀족 문화가 발달해 있고, 관련된 문화재도 많이 있죠. 이를 테면..."
그렇게 교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노나카 씨. 우선, 과거 수도로서의 영광을 그대로 드러내듯 교토에는 과거 일본 왕이 살았던 4개의 궁이 있고, 그 궁은 지금도 중요한 경조사에 이용되거나 적어도 그 곳에 있던 물품이 이용될 정도라고 하는 것이네요. 그리고, 시내나 그 외곽에는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신사나 사찰들이 수없이 많이 줄지어 서 있고, 기온 거리와 같은 하나마치와 그 곳에서 살아가는 게이샤, 마이코들은 일본의 화려한 전통을 지금까지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고요.
땅을 파면 쏟아져 나온다고 할 정도로 많은 양을 자랑하는 문화재, 그리고 오랫동안 잘 간직되어 있는 과거의 전통,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도 '서울(京)'이라고 하면 교토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토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정신적 수도로, 또 언젠가 한 번은 방문해야 할 '성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예요. 그건 마치, 라이라 씨나 메이드 씨에게 있어서 메카나 메디나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매년 하지가 찾아오면 라이라 씨의 가족은 항상 메카를 찾았고, 참배를 마친 뒤에는 메디나를 향한 순례길에 올랐습니다네요. 원래 집안의 메이드들은 그 동안 집을 지키며 필요한 관리를 하고 있어야 하지만,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의 신뢰를 깊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라 씨와 함께 매년 그곳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예요. 그 때마다 사원의 풍경, 그곳을 방문한 수많은 순례자들의 모습을 보며, 메이드 씨도 하느님이 메이드 씨를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한 뜻에 대해 다시 고찰할 기회를 얻고는 했습니다네요. 그리고 그것은, 아무런 희망이 없었던 과거나 힘겨운 현실이 떠오를 때마다, 희망이나 의지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예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노나카 씨는 그런 성지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십수년을 쭈욱 살아온 것이네요. 그 공간 속에서 노나카 씨는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낸 것일까요?
"...아,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죠."
마치 메이드 씨의 생각을 읽은 듯, 소개하는 말미에 그런 말을 덧붙이는 노나카 씨. 하긴, 가끔 방문하는 곳에 대한 인상과 항상 살아가는 곳에 대한 인상은 다른 법인 것이네요. 마치, 이전의 메이드 씨에게 두바이는 그저 메이드 씨가 살아가야 할 공간일 뿐이지만, 그곳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현대의 기술이 집약된 환상의 세계인 것처럼...
"하지만, 그런 건 있네요. 타지 사람들에게 있어서, 교토 사람이라고 하면... 속이 검다, 는 이미지가 있어요."
"교토 사람은 속이 검다...? 그건 왜 그런 것이에요?"
"아마, 그 귀족 문화의 영향이 그대로 배어서, 그런 것 같은데, 말을 할 때 엄청 돌려서 말하는 편이에요."
말을 돌려서 하는 편인 것이군요. 하지만, 그것이 왜 속이 검다는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인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네요. 그러자, 이를 알아챈 듯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노나카 씨.
"그러니까... 어느 날 이웃과 만났는데, 그 이웃 분이 '아드님이 피아노를 정말 잘 치시네요' 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이웃이 집에 찾아와 아들의 피아노 실력을 칭찬해 준 것이군요. 그런데, 여기에 딱히 다른 뜻이 있을 수가 있는 것인가요?
"그냥, 그 사람 아들이 피아노를 잘 치는 것 아닙니까예요?"
라이라 씨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인지, 메이드 씨의 생각 그대로 대답을 하였습니다네요.
"네. 타지 사람이었다면 아마, 다른 뜻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정답은 '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우니 피아노를 치지 마라'는 뜻이에요."
....음?! 어떻게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것이에요? 분명히 피아노를 잘 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은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는 뜻이라니... 메이드 씨,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운 것이네요.
"어떻게 해석이 그렇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에 대해 물어보자, 노나카 씨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예요.
"네. 원래대로라면, 이웃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가 민폐가 된다면, 피아노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니 조용히 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직접 전달을 할 거예요. 하지만, 교토에서는 예전부터 부정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걸 꺼려해서, 그런 식으로 돌려 말하게 된 거예요. 말하자면, 듣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한다는 거죠."
그 이후로도 노나카 씨로부터 다양한 예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산책 도중에 '강아지가 정말 예쁘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왜 민폐가 되게 개를 끌고 왔느냐'는 뜻이고, '오차즈케를 드시겠냐'고 하면 어서 우리 집에서 나가 달라는 뜻이라는 것들이 있었습니다예요. 그저 돌려 말하기라고 하기엔 너무 오해 사기 쉬워 보입니다인 것인데... 하지만, 노나카 씨는 그런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것이네요. 그리고 이런 알 듯 모를 듯한 돌려 말하기도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이고요. 영문도 모른 채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가면서, 노나카 씨는 어떤 기분이 들었던 것일까요? 지금의 노나카 씨의 조심스러운 모습은,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예요. 생각해보면, 노나카 씨를 만나서 처음 들은 이야기도, '죄송합니다'였고...
"...그럼, 204호 씨도, 속이 검은 것이에요?"
그 때 라이라 씨에게서 나온 갑작스런 발언.
"네...? 아, 아아아니에요아니에요! 제, 제가, 그럴 리가...!"
그러자 노나카 씨도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네요.
"하지만... 확실히, 영향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도 저를 보면, 유별나게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다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은 노나카 씨.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노나카 씨에게도 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네요. 하지만, 그 아픔이나 어려움도 딛고 올라와 노나카 씨는 지금의 위치까지 달려온 것이에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네요.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낸 뒤,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노나카 씨와 헤어져 바로 옆에 있는 라이라 씨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예요. 집으로 돌아오니 누카도코가 든 통 2개가 보입니다네요. 생각해 보면, 이 누카도코 덕분에 오늘 아침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예요. 상점가 분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이고, 또 미치루 씨나 노나카 씨와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었던 것이고요. 하지만, 라이라 씨가 자주 이야기하는 유우나 씨는 못 만나본 것이네요. 유우나 씨는 다른 곳에서 지낸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요.
아무튼, 집으로 돌아왔으니, 상점가에서 장을 봐 온 야채들을 꺼내 놓고...
"자아, 다시 누카도코를 매만져 주도록 할까요?"
"오오, 누카도코를 만드는 건가요? 저도 하는 거 한 번 보고 싶네요."
후훗, 이번 누카도코도 새콤하게 잘 익었으면 좋겠습니다네요.
총 14,964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한국의 장아찌와 비슷한 채소 절임인걸까요?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라이라씨에게
일본 음식이 입에 맞는 것 같아 안심입니다.
직접 반찬을 만들어 나누어줄 정도로 인심이 좋은 라이라씨,
현지 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고 지역 주민들과의 친화력도 굉장히 좋군요.
어쩌면 이런 점이 라이라씨가 낯선 땅에서도
씩씩하고 꿋꿋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인가 봅니다.
(그러고보니 미시로 프로덕션에는 누카즈케를 만드는 것이 취미인 아이돌이 있었죠.
바로 '여고생 갸루 사장님' 키류 츠카사양입니다.)
반찬을 만드는 것은 굉장한 정성과 손길이 필요한데
손수 만들어 내는 라이라씨의 세심함과 고운 심성이 무척 인상깊습니다.
연말의 평화로운 일상....보기 좋네요!
실제로 우리 나라로 치면 장아찌 같은 데 비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던데요.
이런 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실제로 말씀대로 츠카사 사장님이 작중에 간접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의 어려운 형편을 반영한 측면도 있고요.
아무튼, 언제나 찾아오셔서 깊이 있는 소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