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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리 씨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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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9, 2018 02:29에 작성됨.

원전 - 시타P 「카오리를 원해」


「카오리 씨를 원합니다.」


달도 아름다운 날,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상대는 내가 프로듀스하는, 나의 프리마돈나와 같은 여성.


「저.... 그건, 그.... 무슨 의미시죠?」


그녀에게선 나의 말에 대한 확실한 대답 대신 조금은 어정쩡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도 이 말을 이해 못 할거라고는 생각 못 하겠지만, 그래, 갑작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어.
나도 달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래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조금 더 그녀를 밀어붙여서 더 확실한 답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자.


「카오리 씨를 원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독점하고 싶어요.」


조금 더 강하게, 그녀만이 나의 아모르라고 말한다.
그래, 오직 내 앞에 서 있는 사쿠라모리 카오리만이 나의 사랑.
1년 전, 그 때 그녀를 열심히 설득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래, 나는-


「그렇네요. 완전히 첫눈에 반했어요. 사실은 처음부터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프로듀서로서 내뱉으면 안 되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 앞에서 한낱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고 역설하는 나.
운명.... 그래, 마치 운명처럼 카오리 씨는 나에게로 스며들어있었다.
너무나도 깊게 스며들어서 나는 그녀밖에 생각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아이돌이 되자고 그렇게나 열정적으로 설득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나는 프로듀서였으니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그것이 최선의 한 발이었으니까.
본말전도라고 뒤늦게 생각해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야 상대는 카오리 씨인걸.
나의 운명과 시선과 모든 세포를 가져가 버린,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게 이끌리게 되어버린 사람인걸.


「하지만 이것도 직업병일까요, 아니면 아이돌로서 빛나는 카오리 씨도 보고 싶다는 제 욕심이었을까요.」
「카오리 씨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돼서, 어느 쪽이든 제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어요.」
「그러니까, 카오리 씨를 스카우트할 때부터 그런 속셈이 있었어요.」


어쩌면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될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 갑작스러운 고백을 설명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아.


「그래서 처음에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셨을 때, 저는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죠.」
「아마 카오리 씨도 느끼셨을지도 몰라요.」
「저는 그 때 완전 시무룩해있는 표정을 지었을테니까요.」


나의 말에 카오리 씨가 그때의 생각이 난다는 듯이, 당황한 중에서도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워주었다.
그래, 나는 그 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에는 약하니까, 아마 카오리 씨도 눈치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나의 표정은, 아마도 운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실연당한 남자의 엉망진창인 표정이었겠지.


「하지만 카오리 씨는 와주셨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의 반대를 뚫고, 다른 사람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넘어서 저에게로 와주셨어요.」
「그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솔직히 말하면 와 주셔서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구요.」


나의 말에 다시 살짝 얼굴에 미소를 띠는 카오리 씨.

그렇게나 진심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이렇게 고백을 하고 있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리고 쭉 참고 있었어요.」
「어쨌든 카오리 씨는 아이돌이고, 저는 프로듀서였으니까요.」
「일해야만 했어요.」
「카오리씨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저를 위해서이기도 일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전력이었던건지도 몰라요.」
「내가 찾아낸 운명의 사람이 이렇게 굉장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걸 보고 싶었던거예요.」


숨을 쉬지도 않고 계속 말해서 머릿속에 산소가 부족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금 열이 올라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카오리 씨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1년이 지났고, 카오리 씨는 상상을 초월해서 빛나고 있어요.」
「그 어떤 아이돌보다도 환하게 빛나서, 카오리 씨의 아름다움을 모든 세상이 알고 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공연에서도 카오리 씨는 일등성처럼 환하게 빛나서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었어요.」
「그리고 그 열기가 조금 진정되고 한숨 쉬고 생각하다가 어쩌다 보니...」


믿기지 않겠지만 이게 진실.

갑작스러운 고백, 이것이 진상.
어쩌면 무드도 뭣도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내가 할 말은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카오리 씨의 대답뿐이다.


「그런, 가요....」


아직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카오리 씨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온다.
아니, 저것은 두 마디인가.
그래, 한 번 숨을 삼키고 말했으니까 두 마디다.
긴장하지 말자, 무슨 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즉.... 프로듀서 씨는, 아이돌이면서 연인인 저를 원한다는 건가요?」


「그렇네요. 네, 카오리 씨의 말이 맞아요. 저도 의외로 욕심쟁이죠?」


「그럴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재촉하는 나의 말과 굳게 닫혀버린 카오리 씨의 입.
나의 고백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만큼, 카오리 씨의 닫힌 입은 조금 멀어져도 괜찮겠지.
솔직히 말하면 가까워졌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잠시만요, 프로듀서 씨.」


잠시 생각하던 카오리씨의 입이 마침내 열리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로 전화하는 카오리씨.
그래, 1년 전의 그때처럼.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하는 카오리 씨의 모습.


「아, 리오쨩? 미안해. 반성회, 내일로 미뤄도 될까?」


카오리 씨의 입에서 나온 고유명사는 리오.
리오 중에서 내가 아는 리오는, 그리고 카오리 씨가 알고 있는 리오는 단 한 명밖에 없다.


「라이브 하다가 살짝 발목을 접질린 것 같아. 심하게 삔 건 아닌데, 하루 정도는 술 마시지 말라고 하더라고.」


뻔한 거짓말.
오늘의 카오리 씨는 군더더기 없는, 그리고 환상적인 라이브를 진행한 터다.
그러니까, 이 거짓말은, 그러니까-


「응, 고마워. 그럼 오늘 밤은 일찍 잘게. 잘 자, 리오쨩.」


자신의 소중한 동료에게, 소중한 친구에게.


「프로듀서 씨.」


「네, 카오리 씨.」


「카오리, 거짓말했어요.」


「그렇네요.」


카오리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네요라니.... 정말, 프로듀서씨 때문이잖아요?」


나의 대답에 살짝 삐진 표정을 짓는 카오리 씨.
하지만 그녀의 눈 속에는, 내가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그 눈빛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카오리 씨.」
「그래도 반성은 하지 않습니다.」


「후후, 정말 몹쓸 프로듀서 씨라니까요.」


미소를 지으며 나의 말에 대답해주는 카오리 씨.
그 대답으로 나의 말에 대한 답은 다 했다는 듯이, 그녀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자, 그럼 다시 갈까요? 내일은 휴일이니까, 절대로 낭비하고 싶지 않네요.」


희고 고운 손을 뻗는 카오리 씨.
그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손을 맞잡으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것도 같았다.


「그럴까요. 자, 그럼 차에 타도록 하죠.」


「네. 참,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카오리 씨를 원해, 라고요.」


차에 올라타기 직전, 맞잡은 손을 떼기 직전에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여는 카오리씨.
장난기 섞인 말에 나는 살짝 얼굴을 돌렸다가, 이내 다시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카오리 씨를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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