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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시리즈 -치하야- 푸른빛 피날레(1)

댓글: 3 / 조회: 604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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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4, 2018 00:24에 작성됨.

프롤로그가 있습니다. 보고 오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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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haya side-
 
화창한 봄날, 주말의 길거리 한복판. 주변은 사람으로 가득해 시끄럽다.  
여기저기를 거닐며 적당한 자리를 살폈다. 최종적으로 정한 곳은 만남의 거리라 불리는 광장의 한구석. 
등에 멘 가방을 내린 다음 안에서 마이크와 스피커 2개를 꺼냈다. 첫 번째 스피커에 마이크를 연결하고 남은 스피커엔 MR CD를 넣었다.  
사람들이 뭐하나 싶어 스윽 쳐다보다 다시 자신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몇몇 한가한 사람들은 멈춰 서서 나를 지켜본다.     
설치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고 서서 주변을 스윽 흩어봤다.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이가 8명.  
피아노 기반의 재즈 MR이 흘러나왔다. 리드미컬한 박자가 고막을 자극했다.    
박자에 집중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떠다니는 화창한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문득 한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우.
  
그래, 이건 한심한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  
그러니까 난 부르고 또 부른다. 내 목이 타버린다 하여도 부른다. 그래서 난 누구보다, 누구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내 노래가 네가 있는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      *      *
 
준비해온 곡을 전부 부르고 장비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 저기요.
   
고개를 들자 곱상하게 생긴 소년과 아주 가녀린 체형의 소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구지? 
 
치하야 : 왜 그러시죠?  
소년 : 정말 잘 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박수 쳐버렸어요!   
치하야 : ...예. 고맙습니다.  
소녀 : 제법... 후후...
 
소년의 뒤에 숨듯이 서 있는 소녀의 웃음이 기분 나쁘다. ...뭐야 이 사람들은?
      
소년 : 성량도 엄청나고 목소리도 그렇고 모든 게 좋았어요!  
치하야 : ...아, 예.
 
이 사람은 뭔데 이렇게 친근한 척 다가오는 걸까? 되려 불쾌하다.
   
소년 : 그래서 그런데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치하야 : ...뭐죠?
      
난 경계하며 대답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말을 이렇게 걸어오는 것도 수상한데 칭찬을 하다가 갑자기 부탁이라니. 수상함에도 정도가 있다. 
소년은 한번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소년 : 부디 저희 밴드의 보컬이 돼 주세요!   
치하야 : ...네?  
소녀 : 당황했다. 당황했다. ...후후.
  
     *      *      *
      
우리는 광장 근처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치하야: 그러니까 이야기를 정리하면... 베이스플레이어인 유우키 쿠모하나씨랑 일렉기타플레이어인 호시 쇼코씨가 밴드를 만들려고 하는 데 저보고 보컬을 해 달라... 이 말이죠?   
쿠모하나 : 네, 맞아요. 
쇼코 : 또 존댓말. ...나보단 한 살 언니면서 존댓말... 후후. 
치하야 : ...아까부터 계속 무시했는데 말이야, 너 내 신경을 일부러 긁는 것 같은데?  
쇼코 : 말 놨네? ...후후.   
치하야 : 그래, 그래야 너에게 할 말을 하니까. 너 아까부터 웃음 ‘완전’ 기분 나빠.  
쇼코 : 미안하지만 쇼코는 그 정도로는 상처 입지 않아. 더 강한 것도 맞아봤거든. ...후후.
 
아까부터 계속 따라붙는 저 “...후후.” 하는 웃음소리. 듣는 것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도대체 뭐냐고 이 이상한 애는...
 
쿠모하나 : 쇼코 그만해.  
쇼코: 우후후... 
쿠모하나: 그래서 치하야씨는 어떻게 생각해세요. 제 부탁?
   
쿠모하나은 눈빛엔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고 한없이 진지했다.
 
치하야 : ...진지한 것 같으니 나도 진지하게 묻겠는데요.
 
난 마른 목을 커피 한 모금으로 달랜 다음 말했다.
 
치하야 : 당신들은 나와 대등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나요? 만약 밴드에 들어간다면 어설프게 할 생각은 단 1도 없어요.
 
혼자서 음악을 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방에서 혼자 연습하는 게 언제까지고 통할 리 없다. 난 높이 올라가야 한다. 저 하늘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릴 만큼. 그러기 위해선 같이 서로의 역량을 주고받을 동료가 필요하다. 저들이 자신의 연주 위에 올릴 보컬을 원하는 것처럼 나도 내 목소리를 받쳐 줄 연주가 필요하다. 밴드에 들어가 보컬을 맞을 생각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나와 동등하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내 보컬은 수준이 높다. 자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웬만한 보컬보다 더 수준이 높다. 난 그런 나와 대등한 동료를 원한다. 학교의 합창단 아이들처럼 어쭙잖은 실력으로 어쭙잖은 추억 쌓기에 시간은 낭비하는 건 절대 사절이다.
 
쇼코 : ...뭔가 도발하는 것 같아서 쿰쿰한 기분이 드네. ...후후.
쿠모하나 : ...보컬로서 당연한 요구지. ...얼마 전에 쇼코랑 녹화했던 연주 영상을 보여주면 될까요? 
치하야 : 네. 충분해요.
   
쿠모하나가 주머니에서 이어폰이 돌돌 말린 MP3 꺼내 이어폰을 푼 다음 나에게 건넸다. 이어폰을 귀에 꼽자 jam 할 때 쓰이는 투박한 드럼비트가 재생되고 있었다. 솔직히 별로 기대는 되지 않...
 
드럼 위에 일렉기타와 베이스 연주를 얹어진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화려한 일렉기타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서로를 껴안듯 어울렸다.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때려눕힐 기세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경합을 펼쳤다.  
2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나는 귓속에서 울리는 음악에 집중했다.  
음악이 끝나자 쿠모하나가 이어폰 줄을 당겨 이어폰을 빼내갔다. 그리고 도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쿠모하나 : 어설프게 할 생각 1도 없다는 건 저희도 마찬가지라서요. 그렇지 않고서야 생판 모르는 남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거는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치하야씨가 우리의 실력을 보고 판단하려했듯 우리도 오로지 치하야씨의 실력을 보고 말을 건거에요..  
치하야 : ...그거 아주 마음에 드네요. 
쿠모하나 : 그럼 잘 부탁해도 되는 거죠? 덤으로 말도 놓을게 어차피 동갑이니까. 
치하야 : 마음대로.
 
쿠모하나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 애는 정말 전반적인 텐션이 높구나. 앞으로도 맞추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테이블 위에서 나와 쿠모하나의 손이 악수했다.
 
쇼코 : ...쳇 ...리얼충 죽어라.
 
쇼코라고 했나? 애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뭐 상관 없지만. 
  
   *       *       * 
  
      -konda side-
   
술장사를 하는 곳에서 일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사장과 친해지면 술을 얻어먹기 편하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라이브 클럽을 뒷정리하고 구석에 조그맣게 딸린 바에 앉아 마시는 사장님의 칵테일만큼 하루를 잘 매듭지어주는 것도 없으리라.
      
곤다 : 사장님. 한잔 더 주세요. 
사장님 : 이놈이. 난 뭐 술들 우물에서 퍼다 팔아? 한 잔 이상으로는 돈 내 돈. 
곤다 : 어차피 싸구려면서. 
사장님 : 그 안주 도로 내놔라. 
곤다 : 농담이에요 농담. 
 
킥킥 웃으며 모둠 견과 2, 3개 집어 입으로 던져 넣었다. 딱딱한 식감과 진한 고소함이 입안을 채웠다. 견과가 뺏어간 입안의 수분을 조금 남은 칵테일로 다시 채운다.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낸 체크카드를 빈 잔 위에 올려 사장에게 건넸다.
 
곤다 : 적당한 걸로 한잔 주세요.  
사장님 : ...왠일이냐? 평소엔 공짜로 한 잔만 먹고 퉁 치던 녀석이. 
곤다 : 마시고 싶은 날도 있는 거죠 뭐.
 
사장님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자 사장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찬장에서 술병 두어개를 꺼내 칵테일을 만들어줬다. 저거 봐 저거. 결국 계산 안 하네 틱틱대는 것처럼 보여도 꽤 착한 노인네라니까.
 
사장님 : 옜다. 
곤다 : 땡큐요.
 
칵테일을 입으로 넘기자 알코올의 알싸함이 입과 코 전체에 퍼졌다. 술은 잘 모르지만 역시 사장님이 타주는 칵테일은 정말 맛있다. 
...이걸 마시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나.
 
곤다 : 저 고향 내려가려고요. 
사장님 : ...아까부터 분위기 잡던 게 그거 말하려는 거였냐? 
곤다 : 선뜻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뭔가 사장님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그저 음악을 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올라온 도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노상 라이브와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던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사장님이었다.
 
사장님 : 어이 청년, 실력이 제법 괜찮은 데. 
곤다 : 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 무엇보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들어. 그래서 그런데 오늘 내 라이브 클럽 공연에 한자리가 비거든. 설 수 있나?
   
내 공연을 본 사장님은 라이브 클럽의 옥탑방을 내어주고 알바자리도 마련해주었다. 다른 음악인들과의 교류도 주선해 주었다. 이 노인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은인이란 단어는 이런 사람에게 쓰라고 있는 말이겠지. 
하지만 사장님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그때의 패기 넘치는 청년은 이제 없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질려버린 청년이 있을 뿐.
  
곤다 : 이츠키 한 명으로는 일손이 곤란하실 태니까 새 알바 구할 때 까지는 있을게요. 이것저것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사장님 : 갑자기 무슨 심정이 들었기에 그러냐? 
곤다 : ...그냥. 더 이상은 해도 쓸모없을 것 같고, 그냥 고향 내려가서 부모님 숙박업이나 돕다 이어받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버지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장님 : 갑자기 부모님이 왜 나와? 가출하다시피 온 녀석이 이제 와서 무슨 효자인 척이야?. 
곤다 : 그러게요 갑자기 철이 들었나?
  
실소를 흘리는 나를 사장님은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바보처럼 씨익 웃어보이자 사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사장님 : 일단 알았다. 슬슬 올라가서 쉬어라. 바는 내가 마무리할 태니까.  
곤다 : 옙. 감사합니다. 사장~.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클럽 밖으로 나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콧노래를 점점 힘을 잃었다. 옥상으로 나가는 철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땐 완전히 멎어버렸다. 
갑자기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 감각을 어찌하지 못한 나는 철문에 이마를 꽝 박았다. 강렬한 타격음이 온 계단을 메아리쳤다.
 
곤다 : 진짜 빌어먹을...
 
분했다. 모든 것이 분했다. 나의 재능이 분했다. 음악을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번듯한 성과 하나 못 냈다는 사실이 분했다. 사장님에게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이 사그라지고만 내 자신이 너무나 분했다. 
  
    *     *     *
 
출근한 사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사장님 : 오늘 공연 4번째에 좀 서라. 
곤다 : 갑자기요? 
사장님: 어젯밤 4번째 순번이었던 밴드가 갑자기 못한다고 전화했어. 비울 수는 없으니까 네가 드럼 솔로 짧게 해서 채워.
      
매니저인 나와 이츠키가 아니라 사장님에게 직접 전화를 한 건가. 보통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데.
 
생긴지 30년이 넘어가는 이 허름한 라이브 클럽 ‘BLUE' 는 이 지역 로컬 씬의 태동이라 평가 받는다. 
그런 라이브 클럽을 젊은 나이에 열어 머리 전체가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 될 때까지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사장님이 대부 취급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타고난 안목으로 수많은 로컬 뮤지션을, 그를 넘어 열도를 아우른 유명 뮤지션까지 발굴해낸 이 노인네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음악인은 이 지역엔 없으리라. 
그런데 그런 사장님에게 한 밤에 전화를 걸었다? 깡이 있는 걸 넘어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곤다 : 알았어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뭐. 
사장님: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태니까 리허설만 간단하게 해놔. 오늘 공연 음향은 내가 볼 거니까 특별히 필요한 거 있으면 적어 놓고. 넌 오늘 Bar 봐라. 
곤다 : 네. 


시간이 흘러 오후 1시가 되자 오늘 공연의 출연진들이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아는 얼굴이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이럴 때 마다 나도 이 바닥에서 꽤 굴렀구나 라고 실감한다.   
물론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멤버들의 나이가 전반적으로 앳된 밴드였다.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곱상하게 생긴 소년이 1명, 마찬가지로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차가운 표정의 소녀가 1명, 마지막으로 키가 아주 작은 가녀린 중학생인지 초등학생인지 헷갈리는 여자아이가 1명. 처음에는 관객이 시간을 잘 못 알고 온 건가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악기들로 보아 공연 멤버가 맞는 듯 했다. 
'blue'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사장님의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뜻인데 겉으로 봐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한 듯 궁금증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성격 좋은 몇몇 사람들은 말을 걸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2시. 나는 클럽 맨 뒤쪽에 있는 음향조정실로 들어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곤다 : 슬슬 리허설 진행하겠습니다. 순번대로 갈게요. 첫 번째 밴드 준비해서 올라가 주세요.
       
한 밴드씩 무대에 올라가 자리배치, 악기 및 장비연결을 확인하고 짤막한 연주 및 합주를 통해 사운드가 적절한지 확인했다. 이런 작은 공연에선 전체 리허설 따윈 하지 않는다. 방송처럼 실수하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한다고 딱히 더 나아지는 게 없다.  
리허설은 순조롭게 진행돼 금세 3번째 밴드의 차례가 되었다. 그 중학생 밴드다.
 
곤다 : 3번 째 밴드 올라가주세요.
밴드맨 : 잘해라!
  
그 새 친해진 건지 한 남자가 중학생 밴드에게 호탕한 응원을 보냈다. 소년이 상쾌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 화답했다. 그에 반해. 소녀 2명의 반응을 무덤덤하다. 왠지 저 두 명의 관계성이 상상이 갔다. 상쾌한 소년 1명과 내성적인 소녀 2명이라. ...하렘인가?  
셋은 다른 출연진들처럼 능숙하진 못하지만 무난하게 설치와 스탠딩을 마쳤다. 마이크를 쥔 차가운 분위기에 소녀를 중심으로 일렉기타를 맨 가녀린 소녀와 베이스를 맨 소년이 날개를 펼치듯 섰다.. 드럼은 없는 건가? 독특한 구성이다.
 
베이스 소년 : 이제 연주하면 되나요? 
곤다 : 네. 먼저 합주부터 짧게 해볼게요.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두 명에게 눈빛을 보냈다. 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자신의 악기를 고쳐 잡았다. 
가녀린 소녀가 뮤트 스트로크를 통해 박자를 셌다.
  
그리고 소리가 폭발했다.
  
곤다 : ...하!
 
클럽 안을 채우는 사운드에 기가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장님은 또 어디서 저런 놈 들을 데려온 거야?
  
    *     *     *
 
??? : 이야아아아아압!!!
 
4시가 되기 직전. 늘씬한 몸매와 베이지색 포니테일이 특징적인 여성이 엄청난 기세로 뛰어 들어왔다.
      
??? : 아직 안 늦었죠?! 세이프? 네, 세이프! 완전 세이프!
 
‘blue' 에 또 한명의 알바생인 마나베 이츠키다.  
근처에 위치한 국립대학에 다니는 푸릇푸릇한 여대생으로 학부는 스포츠교육학부.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예쁘장한 외모를 갖춘 그녀는 칙칙한 맛 밖에 없는 이 라이브 클럽에 활기참을 더해준다.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곤다 : 그래, 세이프다 세이프. 그런데 웬일로 아슬아슬하게 왔어? 매일 여유롭게 오는 애가.  
이츠키 : 교수님이 “자식들아! 이정도 가지고 되겠나! 근력 트레이닝 5세트 추가다!” 라고 외치시더니 그대로 연장 수업을 해서요. 
곤다 : ...그 교수님 이야기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난 도저히 그 사람 텐션에 못 따라가겠다. 나 같으면 바로 자퇴야. 
이츠키 : 저희 학과 애들도 처음엔 다 그런 생각이었는데 나중가선 다 적응해서요. 오늘도 다들 “옛써!” 라고 외치면서 1시간 정도 더 트레이닝 했어요. 
곤다 : ...난 잘 모르겠다.  
이츠키 : 다른 학부 친구들도 다 똑같은 소릴 하더라고요. 하하하.
 
학창시절부터 줄곧 생각한 거지만 역시 체육계 인간들 특유의 뜨거움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이츠키 : 오늘도 온 힘 다해갈까요? 곤다 선배! 
곤다 : 그래그래.
 
물론 이렇게 귀여운 애의 뜨거움은 예외지만. 하핫. 
 
5시부터 손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1층에 위치한 이츠키에게 표를 주고 내려온 손님들이 하나 둘 쌓여 공연장 내부는 금세 떠들썩해졌다. 
'blue' 는 소공연장이라 조금만 많이 와도 꽤 북적인다. 오늘은 80명 정도 왔나. 꽤 많이 온 편인걸. 
모두 같은 라이브 클럽에 온 사람들이지만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무대 바로 앞 스탠딩석을 차지하는 사람. 뒤쪽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즐기는 사람. 벽에 기대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바에서 술을 홀짝이는 사람. 
그 안에는 오늘 무대에 서는 이들도 섞여있다. 
출연자 대기실이 있지만 그 곳에서 대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객들 사이에 섞여 다른 밴드의 무대를 즐기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그대로 무대 앞을 밟고 올라가 공연을 시작하는 모습이 여기선 숨 쉬듯 자연스럽다.  
이런 자유로움과 격식 없음이 인디음악의 매력이 아닐까라고, 공연 시작 직전, 북적이는 공연장에 있을 때 마다 생각한다.
  
5시 30분이 되자. 클럽전체에 은은하게 빛나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를 밝은 조명이 비췄다.  
마치 이 안에서 빛나야 할 곳은 오로지 이 곳 뿐이라는 듯이.  
음향실에 앉아 있던 사장님이 일어나 마이크 대고 말했다.
 
사장님 : 아아, 오늘 저 ‘blue' 에 와주신 분들. 즐기다 가시기 바랍니다.
      
사장님의 시작 멘트에 관객들에게서 박수와 환호가 일었다.
      
오늘의 무대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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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 치하야는 냉정한 실력주의자지만

그런만큼 실력있는 사람은 과할정도로 시원하게 인정할 것 같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곤다 : P
정도의 역할군이라고 보시면 편하게 보실 수 있을 듯 해요.
쿠모하나는... 오리캐입니다.
혹시 몰라 말해드리자면 이츠키는 오리캐가 아닙니다?

346에 소속된 22살의 스포츠계 아이돌이라구요? (제가 쓰는 이야기에선 아직 대학생이지만.) 한번 비주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니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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