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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시리즈 -치하야- 푸른빛 피날레(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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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2, 2018 15:21에 작성됨.

유의사항

1. 오리캐 등장

2. 무슨무슨 side 는 해당 캐릭터로의 시점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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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haya side

 

휴게실 소파에 앉아 하루카와 과자를 먹고 있던 중. 아미와 마미가 내 양쪽 어깨를 와락 안아왔다.

 

아미, 마미 : 치하야 언니~!

치하야 : 놀라라. 무슨 일이야?

마미 : 잠깐 치하야 언니 너무 태연한데?!

치하야 : 너희가 이러는 건 익숙하니까.

아미 : 크흐윽. 신선함이 부족한 건가. 마미! 우리 더욱 노력해야겠어!

치하야 : 그럴 필요 없는데...

하루카 : 다 치하야가 좋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

아미, 마미 : 하루룽 정답!

치하야 : 그렇게 말해져도.

마미 : 앗, 치하야 언니 부끄럼~.

치하야 : 그보다 왜 부른 거야?

아미 : 이거라구 이거!

 

아미가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였다. 화면엔 영상이 재생되고 이었다. 4인조 밴드가 라이브를 하는 영상이었다. 이건...

 

하루카 : 화질이 안 좋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거 치하야 아니야?

마미 : 아니야? 정도가 확실해! 목소리 자세히 들어봐. 치하야 언니야!

하루카 : ...정말이네. 치하야야. 근데... 지금보다 좀 어린 것 같은데?

마미 : 빙고!

 

마미가 경쾌한 대답과 함께 주머니에서 뿔태 안경을 꺼내 썼다. 옆의 아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마미는 범인을 밝혀내는 탐정처럼 나를 가리켰다.

 

마미 : 치하야 언니 스케쥴에 이런 공연은 없었어. 영상 속의 언니는 지금보다 어려보이고! 이건 과거 사무소 들어오기 전 치하야 언니지?!

치하야 : 맞아. 나야.

마미 : 후후. 이렇게 증거가 많은데도 발뺌할... 엥? 의외로 순순해!

아미 : 완전 의외! 맥 빠져...

마미 : 동감...

 

아미와 마미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반응을 상상한 걸까. 이거 내가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

 

치하야 : 딱히 숨겨야 될 일도 아니고. 그냥 765 사무소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속해 있었던 밴드야.

하루카 : 헤에. 그렇구나. 어렸을 적 치하야라.

치하야 : 어릴 적이라고 해봤자 고작 몇 년 전 일인걸.

 

하루카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영상을 들여다봤다. 흘러나오는 과거 나의 노래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지금보다 서툴구나. 저때는 본능을 따라 부르는 짐승과 비슷했으니 당연한가.

 

하루카 : 의외야.

치하야 : 그래? 어떤 면이?

 

하루카는 “흠...” 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양손을 V자로 만들어 양쪽 관자놀이에 붙였다.

 

하루카 : 예전 치하야는 ‘난 한 마리의 고고한 늑대 입니닷!’ 같은 느낌이었잖아? 밴드에 들어가 호흡을 맞춘다는 게 상상이 안가.

치하야 : ...하루카는 예전의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루카 : 히히히. 미안.

 

하루카는 양쪽V를 오므렸다 폈다 하며 웃었다. 그 웃음을 따라 나도 웃었다. 하루카는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너무나 서툴러 방황하던 주변을 밀어내던 나를 바꿔준 건 하루카니까.

 

치하야 : 그나저나 아미마미. 너희가 왜 이 영상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미 : 지금 인터넷에서 엄청 유명해. ‘일본을 대표하는 가희가 아마추어 시절 속해있던 밴드의 공연영상 발견! 보컬은 말할 것도 없다! 연주까지 미쳤다! 이 괴물 밴드의 정체는?!’ 같은 느낌으로 SNS 여기저기에 다 퍼지고 있어.

치하야 : 코토리씨 고생하겠네. 하아...

 

스캔들 한번 터지면 전화기 10대로도 소화할 수 없는 전화가 밀려온다. 끊임없는 전화의 행렬에 눈물을 머금으며 맞서고 있을 코토리씨의 모습이 훤했다.

 

하루카 : 치하야 이거 봐봐. 반응 굉장해.

 

하루카가 자신의 휴대폰화면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띄워져있었다.

“역시 가희는 태생이 다른 건가.”. “지금보다 앳돼 보이는 치하야 귀여워!”, “어이, 다들 치하야만 보지 말고 연주를 들어보라고. 다들 미쳤어!”, “이대로 데뷔하면 바로 오리콘 먹는다.”, “저 조그맣고 귀여운 헤비메탈 기타소녀 누구야?! 좀 찾아줘 인터넷!” 같은 긍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치하야 : 이 라이브를 찍은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세상일이라는 건 모르는 구나.

하루카 : 치하야는 이때부터 연예인이 될 운명이었던 것 아닐까?

치하야 : 농담도.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는 게 실제한다면 내 운명은 절규를 노래하는 마녀였을 것이다. 운명을 바꿔준 건 하루카를 포함한 프로덕션의 동료들, 프로듀서. 그리고 ‘그 밴드’ 의 멤버들이리라. 이들과 만났기에 나는 가희라는 과분한 칭호를 가질 수 있었다. 몇 번이고 감사해도 부족한, 그런 인연들.


마미 : 그래서 치하야 언니! 도대체 이 기타 치는 사람. 드럼 치는 사람. 베이스 치는 사람은 누구죠! 마미는 너어무 궁금한데요!

아미 : 아미도요!

 

아미와 마미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보챘다. 나는 이걸 어쩔까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지.’ 느낌의 한숨을 과장되게 내쉬었다.

 

치하야 : 뭐, 알려줘도 상관없나.

아미마미 : 이예! 역시 치하야 언니!

 

나는 손짓하여 둘의 가까이 오게 했다. 내게 귀를 갖다 댄 둘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두 명의 귀 앞에서 뜸을 들이다 속삭였다.

 

치하야 : 비. 밀.

아미마미 : 으아악!!! 치하야 언니 너무해!!! 악마!!!

 

절규하는 아미와 마이를 보며 나와 하루카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 이후에도 지치지 않고 애원하는 아미마미를 말해줄 듯 말 듯 애태우며 놀고 있던 중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 : 치하야. 슬슬 시간 됐어. 다음 스케줄가자.

치하야 : 아, 네. 가요. 하루카 다녀올게.

하루카 : 응~. 열심히 해.

아미 : 안 돼! 언니! 알려 주고가!!! 아미 궁금해서 죽을 거야!

마미 : 마미는 이미 죽었어!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하는 아미와 마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휴게실을 나왔다.

 

프로듀서 : 아미, 마미 왜 저래?

치하야 : 글쎄요?

 

사무소 건물에서 나와 주차장에 있는 차에 몸을 실었다. 운전석에서 앉은 프로듀서가 시동을 걸며 나에게 말했다.

 

프로듀서 : 치하야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던데?

치하야 : 프로듀서씨도 보셨군요.

프로듀서 : 그런 게 직업인 그런 걸 내가 모르면 쓰나. 방송국에 전화해 보니까 치하야 네 스케줄 아는 기자들이 이미 방송국에서 진을 치고 대기 중이라고 하더라.

치하야 : 다들 왜 그렇게 빠른지 원. 하아...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내 속을 캐내려 달려드는 기자들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그 사람들도 직업이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프로듀서 : 치하야는 어쩌고 싶어? 네 생각에 따를게. 사무소의 공식입장도 네가 원하는 데로 할 거야.

치하야 : 감사해요.

프로듀서 : 우리 프로덕션은 아이돌의 사생활을 존중한답니다.

치하야 : 싸구려 오디션 광고 구절 같아요.

프로듀서 : 엑. 감동하라고 말한 멘트인데.

치하야 : 아, 예. 후후.

 

나와 프로듀서는 옅게 웃었다. 역시 이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는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재능이 있다. 여자애들을 관리해야하는 프로듀서로서는 엄청난 재능일지도.

 

프로듀서 : 그런데 나도 궁금하네. 치하야의 아마추어 밴드 시절.

치하야 : 아미, 마미랑 반응이 똑같네요.

프로듀서 : 전 일본 모든 사람이 그럴걸? 훗날 열도를 사로잡은 어린 가희의 괴물 음악군단! 이건 관심을 안가질 수 없잖아.

치하야 : 그렇게 말하니 무슨 영화의 캐치프레이즈 같아요.

프로듀서 : ...그래서 실제로는 어땠어?

치하야 : 네? 무슨 뜻이죠?

프로듀서: 실제로 영화 같았냐고. 영화 같았을 것 같아서 말이야. 왜냐면 영상 속의 치하야. 슬퍼하고 있었잖아.

치하야 : ...그럴리가요.

프로듀서 : 태연한 척 할 때는 부정하는데 중점을 두기보단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게 중요해. 말의 공백 자체가 증거가 되거든.

 

프로듀서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글렀다. 이 사람. 이미 다 꿰뚫어보고 놀리는 것이다. 요새 이런 식으로 놀려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처럼 까칠하게 대해야하나?

 

프로듀서 : 나는 그 치하야의 노래를 수 없이 듣고 파랑새, 잠자는 공주, 약속, 세빙의 제작과정을 전부 주관한 사람이라고? 치하야의 노래를 들으면 치하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물론 어렴풋 하게지만 말이야.

치하야 : 하아... 프로듀서는 못 당해요.

프로듀서 : 사람과의 대화가 직업인 사람이니까. 하핫.

 

프로듀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못 이기겠네, 이 사람은.

 

치하야 : 영화 같았냐... 글쎄요...“

 

내가 학창시절의 마지막 학년인 중학교 3학년이던 해의 봄에 결성되어 해산하기까지 6개월. 그들과 겪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가슴에 먹먹한 감각이 내려 앉았다.

 

치하야 : 영화처럼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고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추억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프로듀서 : ...그런가.

 

프로듀서는 더 묻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다. 감상에 빠져버린 나를 위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올려다본 하늘이 유독 맑았다.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피어난 상쾌한 봄의 하늘.

 

그를 처음 만난 그날도 이런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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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삶의 인연을 저희가 보는 작중 시점의 인연만으로 한정 해버리는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중 시점까지 오게해준 인연도 있을 것이고 작중 시점이 끝나고도 새로운 인연을 게속 만날태니까요 랄까,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치하야가 아이돌을 한다는 게 잘 매칭이 안 됩니다. 치하야는 성격은 전형적인 인디뮤직쪽의 외골수 스타일인데 왜 아이돌을 하려고 했을까? 라는 의문을 항상 가졌습니다.

그런 저의 망상을 녹여내보려고 합니다. 비주얼노벨체, 대본체 연습할 겸 해서요.


본격적인 청춘 락앤롤입니다. 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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