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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이의 달: 운동장에 피어난 화원

댓글: 5 / 조회: 444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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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1, 2018 11:07에 작성됨.

쓰다가 슬럼프가 오다말다 해서 완성이 엄청 늦어졌네요.

속도가 좀 더 올라가면 좋을 텐데...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이라 쨩, 안색이 안 좋아. 괜찮아?"
  슬픈 생각에 잠겨 있던 라이라 씨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아, 유우나 씨인 것인가요. 저, 그게... 이 기분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요? 라이라 씨,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인데...
  "혹시, 아까 내가 얘기한 그거 땜에 그러는 거야?"
  아까 얘기한 그것... 그렇습니다네요. 아까 들은 이야기는 라이라 씨의 피할 수 없지만 덮어버리고 싶었던 불안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것이니까요.
  "아, 네..."
  "어, 그게... 아무래도 우리가 라이라 쨩한테 너무 겁을 준 것 같네. 너무 걱정하지 마. 모든 동아리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니까. 그, 그치, 아야코?"
  유우나 씨가 라이라 씨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아야코 씨에게 시선을 옮기니, 아야코 씨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홀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네요. 아무래도 유우나 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예요.
  "에휴, 학생회 얘기 나오더니 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네. 야, 아야코!"
  그러자, 아야코 씨의 귀에 대고 큰 소리를 지르는 유우나 씨.
  "히익! 뭐, 뭐야... 나한테 뭔 얘기 했어?"
  "어, 했어. 아까부터 우리가 너무 그 쪽 동아리 얘기만 하니까 라이라 쨩이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어? 아아, 그렇구나. 하긴, 테니스부 얘기를 하다 보니 말이 그 쪽으로 좀 치우쳤지."
  라이라 씨에게 시선이 돌아온 아야코 씨는 멋쩍은지 잠시 실없는 웃음을 보이고는 이야기를 다시 이어 나갔습니다예요.
  "어쨌거나, 라이라 쨩은 그저 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것뿐인데, 아까 너무 그 쪽 이야기만 해서 불안했던 거구나. 음... 근데,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그런 동아리만 있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누가 동아리 활동하는데 쓸데없이 갈등 만들고 싶어 하겠어? 그렇게 한 계열의 동아리가 나눠져서 싸우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그리고, 실적이 필요하다고 해도 모든 게 말야, 꼭 대회에 나가고 그래야만 실적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예를 들면 사회봉사. 동아리에서 자기들 활동이랑 관련해서 재능 기부나 물질적인 기부를 하는 걸로 부 활동비를 받을 명목을 얻는 경우도 많아. 그런 동아리가..."
  라이라 씨가 들고 있던 회지를 이리저리 넘기며, 아야코 씨는 다른 동아리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예요. 미술부에서 지역 내 다른 학교의 미술계 동아리와 연합해서 무료로 전시회를 여는 이야기라든지, 도예부에서 자신들이 만든 도자기들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이야기라든지...
  "오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뜻한 동아리도 많은 것이네요~"
  "그럼, 그럼.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지, 뭐.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도 세상에 많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잖아?"
  "확실히 그런 것이네요. 라이라 씨, 왠지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예요. 이제는 안심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거 다행이네. 아, 그래! 동아리를 보고 싶으면 이걸 보는 것도 재밌는데."
  무언가 한 가지 생각이 난 듯한 아야코 씨. 책장을 휘리릭 넘기고 아야코 씨가 펼쳐준 페이지를 보니...
  "오오, 이건 다 무엇인 것이에요?"
  "동아리에 대한 이런저런 랭킹들. 회지 쓸 때는 매번 학교 안의 아무거나 주제 몇 가지 잡아서 랭킹을 만들거든? 4월 회지에서는 동아리 이야기가 나오는 게 보통이지. 이거 보는 것도 괜찮아."
  동아리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랭킹을 매겼다는 것이네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예요. 그럼 어디 한 번...
  우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이 동아리가 제일 잘 나간다!」인 거네요. 1등은 축구부인 것인가요. 그리고 그 뒤는 육상부, 수영부, 브레이브 하트... 아, 이건 밴드부인 것이네요. 그리고 사이클부까지 5개가 적혀 있습니다예요.
  "운동부가 많은 것이네요?"
  "하는 수 없지, 뭐. 대체로 운동부들이 동아리 신청 넣는 사람들한테 어필하기 좋으니까."
  그리고 보이는 것은 「이 동아리가 제일 따뜻하다!」. 제빵부가 1위에 올라 있습니다네요.
  "여기, 후고후고 씨에게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예요."
  "어디어디? 아, 제빵부 말이구나? 내가 말한 그 사회봉사하는 데 중 하나가 여기야. 빵을 만들어서 일부는 매점에 넘기기도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거든."
  "오오, 정말로 따뜻한 동아리일 것 같습니다네요. 그런데, 부원은 어떤 것이에요? 역시, 빵집 사람들이 많이 들어옵니까예요?"
  "어, 아니? 그렇지만도 않아. 물론 빵집 주인의 딸이나 제빵사, 파티셰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고. 거기는 기본적으로 제빵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제빵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해 주자는 주의여서."
  "그런 것이네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제빵부가 '가장 따뜻하다'라고까지 이야기를 듣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네요. 혹시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까예요?"
  "다른 이야기라... 아, 그래 있지. 꽤나 옛날이야기라 나도 소문으로만 들은 이야기지만..."
  그렇게 아야코 씨로부터 시작된 제빵부의 이야기. 제빵부가 생길 당시에는 이 학교가 편차치? 음... 성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인데, 아무튼 그런 게 좋지 않아서, 가난해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나, 방황하거나 아예 자신의 길을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학교에 많았다고 합니다예요. 그래서, 그 때 막 1학년으로 입학했던 제빵부의 초대 부장은 그런 어둡고 슬픔에 잠긴 학교의 분위기를 보고 자신이 이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고 하는 것이네요. 그런데, 마침 그 사람에게는 부모님으로부터 이어받은 제빵 기술이 있었습니다였고, 그래서 '빵을 통해 학교에 행복한 기운을 전파해 보자'는 생각으로 제빵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예요.
  처음에는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유지하기에도 벅찬 제빵부였습니다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빵을 만들 재료를 가지고 오고, 빵을 굽고, 학생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격려의 말을 전하는 등 혼자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는 것인데, 그 노력을 인정받아서 2학년이 되어서는 부실이 생겨서 몰래 조리실을 이용해야만 했던 어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부장의 마음에 감화된 몇몇 사람들이 부원으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어엿한 동아리로서 이름을 내비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그 뒤로는 제빵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부원에게는 제빵에 대해 가르쳐주면서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봉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방황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다정하게 격려하고 조언을 해 주기도 하며 학교에 다니던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상을 많이 남겼다고 합니다예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던 건 이젠 매점에 한정 상품 격으로 진열하는 형태가 되어서 부비를 확보하기 위한 부업으로 삼고 있고, 나머지는 지금까지도 쭈욱 이어져서 제빵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어. 그 덕분인지 지금은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밝고 화사해졌지. 편차치도 현내에서 꽤 높은 편이 됐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제빵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이해가 갑니다예요. 빵을 통해 학교를 행복하게 하고자 했던 초대 제빵부장의 의지는 대를 잇고 이어 지금까지도 이 학교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는 것이었군요. 지금은 그런 사실들은 잊혀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를 이어온 제빵부의 노력은 지금의 멋진 학교라는 형태로 남아, 알게 모르게 학교의 구석구석에 숨어 들었습니다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빵부가 더더욱 후고후고 씨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네요."
  "후훗, 그러게. 뭐, 굳이 얘기 안 해도 딴 애들이 먼저 소개해 줄 테지만 말야."
  그런데 라이라 씨, 아야코 씨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눈은 회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인데, 아까의 그것에 이어 다른 동아리 랭킹들을 보고 있었습니다예요. 보고 있었습니다인데... 음?
  "제빵부... 제일 따뜻한데, 제일 무서운 것이에요?"
  「이 동아리가 제일 무섭다!」에도, 1위에 제빵부가 적혀 있습니다예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에요. 제일 따뜻한데, 제일 무섭다니...
  "뭐, 아아! 하하하! 맞아맞아. 지금 「이 동아리가 제일 무섭다!」 보고 있구나?"
  "네, 그런 것이에요. 그런데, 이건 왜인 것이에요?"
  "하하, 그게 말야, 우리 학교엔 '제빵부원을 건들면 절대 무사하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어."
  오오... 제빵부원을 건들면 절대 무사하지 못한다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그런 것일까요? 그렇게 따뜻하다고 소문이 나 있는 제빵부에 어떤 다른 일면이? 라이라 씨, 굉장히 신경 쓰입니다예요.
  "무슨 일이 일어나냐구? 그러게. 실은 나도 몰라."
  "엣? 아야코 씨도 모르는 것이에요?"
  "응. 내가 아는 건 그저, 제빵부원을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젠가 제빵부장이 걔 앞에 나타나서 '같이 빵이라도 먹지 않을래요?' 하면서 부실로 함께 들어간다는 거 하나. 그러고 나면 별안간 태도가 돌변해서, 그 부원한테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애걸복걸을 하는데, 그쯤 되면 학교에서도 소문이 쫙 퍼져서 그 뒤론 학교에서 큰소리도 못 치고 반쯤 놀림감이 돼 버리지. 근데 그 과정이 완전히 미스테리야."
  "호오, 베일에 싸여 있는 동아리, 라는 느낌인 것이네요?"
  "그러니깐. 실제로 우리 부에서 부실 안의 미스테리를 취재하기 위해서 몇 번이나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어. 직접 물어보면 부원이고 부장이고 그냥 웃기만 하고, 몰카 같은 걸 설치해 놓으면 어째선지 딱 그 때만 고장나 있고... 그게 진짜 무서운 점이지. 더 놀라운 건, 이것도 초대부터 한 30년 동안 이어져 온 제빵부의 전통이라는 거야."
  "역시,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운 동아리인 것이네요. 하지만,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합니다예요. 힘들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주며 시작된 제빵부이니까, 라이라 씨가 부장이더라도 그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제빵부의 따뜻함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것이네요. ..........그런데..."
  제빵부의 무서움에 대한 사연에 흥미를 갖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다시 회지에 눈이 간 라이라 씨.
  "왜, 왜...?"
  그런 라이라 씨의 모습을 보고 있는 아야코 씨의 목소리는 왠지 떨리는 것 같습니다예요.
  "신문부가 2번째로 무서운 동아리인 것이네요?"
  "뭐, 뭐어?"
  회지에는 '2위, 신문부'라고 너무나도 분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예요.
  "아야코 씨, 무서운 사람인 것이에요?"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이 랭킹이라는 것도 그냥 애들 불러다 설문조사하는 것뿐이니까,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구!"
  "호오, 그런 것이에요?"
  "그럼, 그럼. 보나마나 뻔하지, 뭐. 지 스스로 찔리는 애들이 우리한테 몰표 준 거야. 아하하..."



  그런 느낌으로, 라이라 씨는 유우나 씨랑 아야코 씨와 함께 이야기를 길게 이어 갔습니다이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예요. 학교 안에는 무서운 동아리들도 있습니다이지만, 유쾌한 동아리나 따뜻한 동아리도 많은 것이고, 또 재미있는 동아리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예요. 마지막에는 지나가듯 간단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사이킥 연구부나 탐정부 같은 것도 이 학교에는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예요. 이 학교라는 세상은 여기에 있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개성이 있고 흥미를 끄는 것이네요.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유우나 씨와 함께 신문부실을 나왔을 때는 어느 새 해가 져서 밤이 되어버린 이후였습니다네요. 별이 쏟아질 듯이 하늘을 가득 메운 광경을 배경으로 유우나 씨와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라이라 씨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도 얼마동안 라이라 씨는 수많은 동아리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가득 부풀어 올랐습니다예요.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집중 동아리 홍보 기간.
  그 날이 찾아왔다는 기대감에 더욱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아직 채 지지 않은 벚꽃길을 지나 교문에 들어서니, 라이라 씨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랫빛의 운동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천막의 향연. 천막들은 학교 담장과 화단을 따라 피어난 봄꽃들과 어우러져 어지러울 정도로 라이라 씨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천막 사이로는 여러 동아리들의 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들고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학교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예요. 그것은 마치 한 방울의 장미수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성스레 색색의 장미를 가꾸는 화원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저 지붕의 색상 속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고, 어떤 활동이 라이라 씨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저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짐을 통해서는 어떤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런 광경들을 바라보면서, 오늘 라이라 씨의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를 상상하며 행복한 기분에 잠겨 있는데, 앗! 누군가 라이라 씨를 툭툭 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예요.
  "안녕? 여기서 라이라 쨩을 보게 되다니 우연이네. 뭐하고 있어?"
  뒤를 돌아보니, 아아, 유우나 씨였습니다네요.
  "아, 안녕하십니까예요? 라이라 씨, 저기 운동장의 모습이 라이라 씨의 시선을 끌어서 보고 있었습니다예요."
  "운동장? 아아... 그래, 오늘 홍보 날이지. 다들 분주해 보인다."
  "네. 무엇을 준비해서 라이라 씨에게 보여줄 지 기대가 되는 것이에요."
  "후훗. 라이라 쨩, 정말 기분 좋아 보여."
  "그렇습니다네요. 그런데, 라이라 씨는 언제부터 저기에 갈 수 있습니까예요?"
  "오늘은 담임 선생님 조례 정도만 끝나면 바로 행사 시작.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 두근두근거립니다예요."
  "후훗. 그럼, 같이 올라갈까?"
  그렇게 해서 유우나 씨와 함께 교실로 향하는 라이라 씨. 빨리 준비가 끝나고 동아리를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예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도 때가 정해지면 언젠가는 찾아오는 법이라고 했던가요.
  어느 새 교실에서의 조례는 끝이 나고, 라이라 씨는 수많은 동아리들이 마음껏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운동장 앞에 발을 들인 것이에요. 아침에 먼발치에서만 보았던 운동장의 풍경을 온몸으로 직접 맞이하니, 동아리를 소개하고, 이곳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목소리와 몸짓들이 피부로 와닿아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마저도 느껴집니다네요.
  "당신의 심장을 터뜨려 줄 ‘Brave Heart’! 신입 멤버 모집 겸 공연이 강당에서 예정되어 있으니, 많이 찾아와 주세요!"
  "거기 당신! 함께 땀을 흘리며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싶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어서 육상부로 오세요!"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별과 은하수, 그리고 끝없이 광대한 우주의 세계 속으로, 저희 천문부와 함께 탐험해 보지 않으실래요?"
  이리로 오라며 라이라 씨를 이끄는 사람들. 천막 안으로, 천막 사이로 많은 사람이 모여 시끌벅적한 학교의 공기. 그 속에 있으니 왠지 메이드 씨와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던 때가 떠오릅니다예요. 어디로 들어가 누구에게 말을 걸어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느낌, 라이라 씨는 좋아합니다예요.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디를 먼저 들어가 보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고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기 앞에 라이라 씨처럼 똑같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어떤 사람이 보입니다네요.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도는 머릿결을 한데 묶어 빙글빙글 돌려 말아놓은 저 뒷모습, 그리고 그 모습 사이로 슬쩍 보이는 빵의 실루엣... 아! 후고후고 씨인 것이네요! 어서 달려가 말을 걸어 보아야 겠습니다예요.
  "후고후고 씨!"
  그러자, 그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라이라 씨에게 시선을 옮기는 후고후고 씨.
  "응? 아! 라이라 씨 아니에요? 우연이네요!"
  "후고후고 씨도 동아리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에요?"
  "아, 그게 실은 요 며칠 동안 신문부로부터 끊임없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인터뷰를 좀 하게 되었는데, 빵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제빵부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가 보려구요."
  "오오, 제빵부... 라이라 씨도 제빵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예요. 정말로, 후고후고 씨에게 딱 맞는 동아리입니다인 것이에요! 라이라 씨도 흥미가 생겨서, 같이 구경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예요~"
  "헤헷. 그나저나, 라이라 씨는 따로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가 있는 건가요?"
  "음... 라이라 씨는 지금부터 보면서 정해야 합니다네요. 얼마 전에 신문부의 아야코 씨가 동아리에 대해 많이 알려주었습니다지만, 하나를 딱 정하는 건 어려운 것이어서 고민이 됩니다예요."
  "아, 그렇구나. 왠지 재밌을 것 같은데, 저도 따라다녀도 돼요? 어차피 저도 여기저기 둘러보고는 싶었던 차인데..."
  "네, 좋습니다예요! 후고후고 씨와 함께라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예요~"
  "감사합니다, 아하핫! 아, 이거 하나 드실래요? 오늘 아침에 구운 건데..."
  "아, 네. 잘 먹겠습니다예요."



  그 뒤로는 후고후고 씨와 함께 학교를 돌아다니며 동아리들을 둘러보았습니다예요.
  "어디 관심 가는 동아리 있으신가요?"
  "음, 그렇습니다네요... 아, 저기는 이런저런 그림들이 많이 있습니다네요."
  "아, 미술부군요! 하지만, 저는 먹을 수 없는 것에는 흥미가 별로 없는데..."
  살짝 불만스러워 보이는 후고후고 씨를 뒤로 하고 미술부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라이라 씨. 그 안에 전시된 그림들을 들여다보니, 호오... 모두 미술부원들이 그린 그림인 것 같습니다네요. 그림 제목이 적힌 종이에 모두 학생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예요. 미술부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그린 것일까요? 라이라 씨, 이곳에서 살아온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네요.
  "오오..."
  그런 라이라 씨의 앞에 보이는 것은, 우선 빽빽이 핀 벚꽃으로 터널이 만들어진 아스와 강변의 모습이나, 넓은 수로를 앞에 두고 지어진 큰 건물을 그린 수채화. 저 건물은, 두바이에 왕궁이 있듯이 후쿠이의 왕궁인 것일까요? 수로로 둘러싸인 궁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의 모습은 꽤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예요. 또, 일본풍의 터치감이 느껴지는 풍경화도 하나 보입니다네요. 일본식 다다미방 너머로 보이는 호수, 호수 한가운데의 돌 위에 앉아 있는 학 한 마리. 바깥의 모습은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예요. 이것이 일본의 감성이구나. 라이라 씨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에요.
  "안녕?"
  천막에 전시된 그림들을 쭈욱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라이라 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예요. 누구인 것인가요? 뒤를 돌아보았더니...
  "우리 부원들이 그린 그림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구나? 내가 더 소개시켜 줄까?"
  말하는 것을 보면 미술부장인 것 같습니다예요. 그럼, 라이라 씨도 자기소개를...
  "안녕하십니까예요? 2학년 F반의 라이라 씨입니다."
  "그래, 반가워. 나는 에모리 에리코. 보다시피 미술부장이야. 그나저나, 2학년이라... 그런 것치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라고나 할까, 외모가 일본인이랑은 많이 다른데, 어디서 왔어?"
  "아, 라이라 씨는 올해 두바이에서 전학왔습니다예요."
  "두바이...?"
  미술부장님이 왠지 의외의 답을 들었다는 듯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예요.
  "어, 라이라 씨, 무언가 잘못 말한 게 있는 것이에요?"
  "어, 어? 아, 아냐, 미안. 어, 그러니까,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별나네. 아무튼, 그래서 풍경화에 가장 먼저 눈이 간 거구나?"
  "그렇...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네요. 라이라 씨에게는 새로운 이곳의 다양한 풍경들을 그린 그림은 왠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예요."
  "후훗. 좋아, 그럼 내가 여기 그림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도록 하지. 우선은, 이걸 보고 있었던 것 같네? 이건 시내에 있는 한 정원을 수묵화로 그린 거야. 이 정원은 메이지 17년부터 '양조관 정원'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는데..."
  미술부장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풍경화부터 정물화,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네요. 미술부원들의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장소에 대한 마음, 그림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담고 싶었던 것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요. 그런데...
  "아앗!!! 저 이거 알아요!"
  앗, 깜짝이야! 갑자기 어떤 그림을 보더니 후고후고 씨가 크게 소리쳤습니다네요. 후고후고 씨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새까만 목탄으로 도화지를 장식한 공룡 한 마리가 있습니다네요. 세밀하지는 않아도 역동적인 멋이 느껴져서, 정말로 라이라 씨에게 다가와 라이라 씨를 위협할 것만 같습니다예요.
  "어...? 너는... 아아, 걔구나! 그 1학년의 그, 빵 좋아하는!"
  "아, 넵! 1학년 D반의 오오하라 미치루입니닷! 그것보다, 이건 그거잖아요! 그... 그그... 식빵으로!"
  "식빵으로...? 아아, 저 목탄화 말하는 거구나. 하긴, 목탄화 그리다 고칠 때 식빵 쓰지."
  "어, 어떻게 먹을 걸로 그런 짓을...! 그 빵을 만들기 위해 들어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땀에 사과하세욧!"
  "아, 하하하..."



  그런 느낌으로 미술부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동아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예요.
  축구부에서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부원 한 명이 리프팅을 하는 모습이나, 지금까지 축구를 해온 모습이 담긴 홍보 영상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도중에 어떤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예요. 축구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라이라 씨는 엄마아빠가 다니는 회사에서 어느 구단의 스폰서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이야기를 하며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했습니다예요. 생각해 보면, 라이라 씨도 그 팀의 경기가 있다고 하면 그 팀을 응원하면서 숨죽이며 경기 내내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네요. 우승을 거머쥐면 온 가족이 그것을 기뻐했던 것이 마치 어제 일인 것 마냥 생생합니다예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온 이목이 라이라 씨에게 집중되어서, 놀라는 반응은 기본이고, 자신도 그 팀의 팬이라며 거기 선수에게 싸인 좀 받아와 달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어서 꽤 곤란했습니다네요. 하지만, 축구부는 남자부만 있다고 해서 축구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예요.
  그 다음에는 연극부로부터 공연이 있다는 홍보 전단지를 받았는데, 왠지 흥미가 생겨서 공연이 열리는 강당에 들어갔가 연극을 즐기기도 했습니다네요. 라이라 씨가 본 공연은 어느 작은 마을에서의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극이었는데, 독특하게도 증인을 찾아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예요. 그 가운데는 후고후고 씨도 있었습니다인데, 사건 발생 전날에 베이커리에서 피해자에게 건네진 빵이 의심스럽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습니다예요.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공연이 끝난 뒤에는 어떤 3학년 선배가 후고후고 씨에게 자신의 탐정 사무소의 조수가 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네요.
  그리고, 강당을 나와 다시 얼마간 걷다 보니, 라이라 씨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신문부인 것이네요! 천막 안에는, 역시 아야코 씨가 있었습니다예요.
  "아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네. 라이라 씨, 동아리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예요."
  아야코 씨를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 라이라 씨.
  "그나저나 부모님의 회사가 그런 유명한 구단의 스폰서였다니... 네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놀라움의 연속이네. 역시, 황금의 나라에서 온 수수께끼의 공주님, 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인가요?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놀라서 축구부 쪽은 정말 시끌시끌했습니다네요."
  "당연하지. 오일 머니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의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데 누가 안 놀라겠어?
  그나저나, 연극부 얘기도 재밌네. 피해자가 매일 베이커리에서 빵을 받아 간다는 점을 이용해서 살인 계획을 세웠다라... 걔도 참, 눈썰미가 좋은걸?"
  "그럼요! 빵에 관한 한, 제 눈은 절대 피해갈 수 없다구요! 아하핫!"
  "아, 그러고보니 뒤에 미치루 쨩도 같이 왔구나? 안녕? 난 신문부의 카츠야마 아야코라고 해."
  "네, 반갑습니다! 왠지 웬만한 사람들은 다들 저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
  "후훗.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하지. 더군다나 난 신문부고."
  "그런가요? 아하핫! 그런데, 라이라 씨랑도 친하신 것 같네요?"
  "아아, 얼마 전에 내 오랜 친구가 라이라 쨩을 데리고 부실에 온 적이 있어서, 그 때부터 친해졌어."
  "아, 아까 라이라 씨가 이야기했던 게 바로 그 이야기였군요! 그렇게 된 거였구나..."
  "뭐, 실은 전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취재해 볼 작정이기도 했지만. 의문의 전학생, 우리 신문부한텐 딱 좋은 기삿감이잖아?"
  "아하하! 그도 그렇네요!"
  "그래서, 딴 애한테 널 뺏긴 건 참 유감이지만, 그래도 라이라 쨩이랑 이야기가 됐으니 그걸로 좋은 걸테지?
  그나저나, 너 인터뷰한 걔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제빵부 추천받았다며? 거긴 어땠어?"
  "제빵부요? 아아, 이제 슬슬 그리로 가 보려고요. 근데 제빵부, 어디에 있어요?"
  "응? 제빵부라면, 앞으로 나가서 우회전하고 쭈욱 나가면 있을 거야."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가려고? 그래. 제빵부는 사람들이 좋으니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야. 그럼, 담에 또 보자."
  "넵! 다음에 또 만나요! 아하핫!"
  제빵부에 대한 안내를 받고 신문부 천막을 나와, 라이라 씨와 후고후고 씨는 아야코 씨가 말해준 길을 따라 제빵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예요. 그런데...
  "와, 저건..."
  아야코 씨가 가르쳐준 곳에 가까워지자, 어느 천막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이 보입니다예요.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멜론빵이나 카레빵 같은, 한 손에 들고 가볍게 먹기 좋은 빵들, 그리고 때때로 과일이 장식된 파이 한 조각.
  "카츠야마 선배에게 굳이 물어볼 것도 없었네요. 저 정도면..."
  "그렇습니다네요."
  "그나저나 저렇게나 사람이 몰려 있다니, 대체 얼마나 빵을 맛있게 하기에 저런 걸까요? 빵집의 간판 아가씨로서 정말 궁금해지는걸요?"
  궁금증이 생겨, 인파를 뚫고 어서 제빵부 안으로 들어가는 라이라 씨와 후고후고 씨. 그러자, 라이라 씨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제빵부에서 손수 정성을 들여 빚어내고 구워냈을 빵들과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부원. 수많은 종류의 빵들이 담겨 있었을 진열대는, 그 인기를 실감하듯 지금은 빵이 많이 나가 빈 공간이 많이 보이는 것이네요. 그 옆에는 입부 상담을 하는 듯 다른 사람들과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다른 부원들이 보이고, 뒤에는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누군가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예요. 리본의 색깔을 보니, 3학년인 것 같습니다인데... 고개를 살짝씩 움직일 때마다 찰랑이는 신록의 머릿결, 바쁜 상황 속에서 단호해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아직 꽃피지 못한 반죽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듯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 아마, 저 사람이 제빵부장인 것 같습니다네요.
  "저기, 줄은 저 쪽이니까 저 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고 있으니까, 앞에서 빵을 나누어주고 있던 부원이 라이라 씨와 후고후고 씨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예요. 하지만, 줄을 서야 하는 것인가요. 하긴,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까, 줄을 서지 않으면 이 사람들을 다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네요. 어쩔 수 없이 후고후고 씨와 함께 뒤로 가려고 하는데...
  "저기, 잠시만요."
  라이라 씨의 뒤에서 들려오는, 마치 공기가 섞인 듯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제빵부장이 라이라 씨와 후고후고 씨를 멈춰 세운 것 같습니다예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가요? 그런 생각으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후고후고 씨에게 시선이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네요. 그리고 그 시선 위로 느껴지는 왠지 반가워 보이는 눈빛은... 후고후고 씨랑 아는 사이인 것일까요?
  "저기... 당신은, 오오하라 미치루 씨, 맞죠?"
  "네? 그, 그런데.... 앗! 미나기 씨?"



  제빵부 천막 한 구석에 자리한 책상 하나.
  라이라 씨와 후고후고 씨는 제빵부장님을 따라 자리에 앉았습니다예요. 그러자 누군가에 의해 하나 둘씩 쌓여가는 다양한 빵들. 크고 단단한 바게트 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알맞게 썰어져 있습니다이고, 그 외에도 각종 과일 스프레드나 크림이 들어간 듯한 빵들이, 각자의 색깔이 넘치는 달콤한 향으로 라이라 씨를 유혹하고 있습니다예요.
  "커피 드릴게요. 뜨거우니 주의 부탁드려요."
  과일과 크림, 버터가 어우러진 빵의 향기 뒤에 찾아온 것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입안에 남아 다음의 즐거움을 가리는 빵의 뒷맛을 깨끗하게 씻어내 줄 커피 한 잔. 두바이에서는 커피를 자주 마셨습니다인데, 일본에 와서 마시는 것은 처음입니다네요. 일본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향은 어떨까요? 잔을 가까이 대어 향을 음미해 보니, 어라? 부드러운 초콜릿 내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라이라 씨에게는 살짝 어색합니다네요. 대신 코끝을 찔러오는 특유의 산미. 이 향은, 킬리만자로인 것인가요? 마타리 외에는 다른 커피를 잘 음미할 일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이지만, 아마 그럴 것입니다예요.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이 향을 조금 더 즐겨보아야 겠습니다예요.
  "으... 써어..."
  그런 평소에는 잘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커피의 향에 취해 있자니, 옆에서 후고후고 씨가 잔뜩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네요. 후고후고 씨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예요. 생각해 보면, 라이라 씨도 어렸을 적에는 쓰기만 하고 맛없는 커피를 다른 사람들은 왜 마시나 하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습니다네요. 지금은 커피의 향이랑 맛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이지만...
  "으으... 안 되겠어요, 어서 빵을 먹어야겠어요! 에잇! 후고후고후고후고..."
  그리고 빵을 들어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후고후고 씨.
  "후고후고후고... 꿀꺽! 푸아! 이 빵, 정말 맛있는데요?"
  "후훗.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뻐요. 이것도 분명, 좋은 부원들을 둔 제 복이겠죠."
  "매점에서 맛본 공장제 빵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아, 근데, 거기서 유독 맛있는 카스텔라가 하나 있던데, 혹시..."
  "네, 맞아요. 저희 제빵부에서 만든 빵을 매점에 한정 상품 격으로 진열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카스텔라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다보니, 그만... 후후훗."
  뒤이은 후고후고 씨의 칭찬에 미소 지으며 화답하는 제빵부장. 라이라 씨도, 커피 한 모금으로 입가심을 했으니, 빵을 하나 먹어 보기로 할까요? 우선은, 저 플레인해 보이는 빵으로... 음... 안에 크림이 들어가 있습니다네요. 부드러운 빵과 크림이 입 안에서 조화롭게 섞이는 것이, 라이라 씨를 아주 기분 좋게 해 주는 것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미치루 씨의 친구 분이라고 하셨죠?"
  빵의 맛을 느끼고 있으니, 어느 새 라이라 씨에게로 관심이 옮겨온 것이네요. 라이라 씨 말인가요?
  "네. 2학년 F반의 라이라 씨인 것이에요."
  "후훗, 그렇군요. 반가워요. 저는 오오노 미나기, 제빵부장이랍니다."
  "라이라 씨도 반갑습니다예요. 그런데, 후고후고 씨랑 친한 것 같습니다네요?"
  "아아, 그게, 특별한 건 아니고, 그저 저희 가족이 오오하라 베이커리에 자주 방문을 했거든요. 그곳 빵이 특별히 맛이 좋아서, 빵을 찾을 때면 항상 거기로 가고는 한답니다."
  "오오, 후고후고 씨의 단골손님이 알고 보니 제빵부의 부장... 대단한 우연인 것이에요!"
  "그런데 미나기 씨가 제빵부에, 그것도 부장님이었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미나기 씨도 사실 제빵 쪽에 꿈이 있다거나 그런 거였나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제가 여기에 입학했을 때, 동아리 홍보하는 걸 보고 있는데 제빵부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특히 선대 제빵부장님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와 닿았어요. 빵을 통해 행복을 나누어주자는..."
  "오오, 선대 부장님이 뭘 좀 아시는 분이었네요!"
  "그래서 제빵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저는, 제빵부에 들어와서 선배 분들을 통해 제빵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만들어진 빵을 다른 분들께 나누어 드리기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선대 부장님으로부터 마음이 참 따뜻하다면서, 외람되지만 제빵부장의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죠."
  "아! 그렇다면 혹시, 중학교에 들어오시고서 저희 집을 더 자주 찾게 된 것도..."
  "네, 맞아요. 오오하라 씨 댁의 훌륭한 빵을 음미하다보면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요."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이 빵, 저희 빵집이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있는걸요."
  "후훗, 고마워요.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부원들이 열심히 정성을 담아서 빵을 만들어 준 덕분이랍니다."
  그렇게 빵과 커피를 곁들이며 셋이서 계속되는 이야기. 이후로는 제빵부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서로의 근황은 어떤지, 그리고 라이라 씨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예요.
  그리고,
  "네. 그래서, 미치루 씨, 혹시... 저희 제빵부에 들어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 제빵부장은 후고후고 씨에게 제빵부에 들어와 달라고 권유하는 것이에요.
  "네? 그야 물론이죠! 저, 처음부터 제빵부가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군요. 후훗, 정말 고마워요."
  후고후고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잠시 미소 지으며 뜸을 들이는 제빵부장. 그리고,
  "미치루 씨도, 예전부터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마음고생 많았을 테고, 이곳에 입학하면서도 걱정 많이 하고 있었다는 거, 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혼자서 괴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아니 우리 제빵부가 지켜줄 테니까요. 그렇게 후고후고 씨를 격려해 주었습니다예요. 그러자, 후고후고 씨가 걱정하던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제빵부장의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후고후고 씨.
  "그, 그게... 미나기 씨, 저에 대한 그거, 다 알고 계셨어요? 어, 어떻게..."
  "물론 알고 있죠. 제가 미치루 씨를 얼마나 오랫동안 봬 왔는데요."
  후고후고 씨의 물음에 답을 해 준 제빵부장. 제빵부장의 따뜻한 마음은, 후고후고 씨와의 인연이 더해져서 더욱 훈훈하게 다가오는 것이에요.
  "그럼... 라이라 씨도, 제빵부에 들어오시겠어요?"
  그 뒤, 라이라 씨에게 이어지는 권유. 어? 라이라 씨에게도 제빵부 입부를 권유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도 들어가도 되는 것이에요?"
  "네! 저희 제빵부는,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이랍니다."
  제빵부장의 답을 들은 뒤, 라이라 씨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 선생님의 이야기에 따라,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동아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네요. 그리고, 아야코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실제로 다양한 동아리를 돌아다니면서, 이 학교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고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예요. 신문부의 정보력과 소통력, 미술부의 그림에 담긴 마음, 연극부가 공연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들, 축구부 사람들의 넘치는 열정, 그리고 제빵부의 따뜻한 마음씨와 전통을 지키려는 생각까지. 모든 것이 라이라 씨에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예요.
  분명 제빵부에 들어가면 좋을 것입니다네요. 사람들의 마음도 좋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에요. 게다가, 후고후고 씨와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니까, 라이라 씨에게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좋은 선택일 것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택의 순간이 오니 고민이 됩니다네요. 제빵부를 선택한다면, 다른 것들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에요. 그래야만 한다면, 라이라 씨는 너무나 아쉬운 것인데...
  그렇게 고민하기를 계속하던 라이라 씨는, 결국 마음속으로 하나의 결정을 내린 뒤, 제빵부장에게 전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후우, 다양한 동아리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네요. 해는 슬슬 바다 너머로 사라질 준비를 하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이고, 모든 활동이 끝난 동아리들은 슬슬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반이 다른 후고후고 씨와 인사하며 헤어진 뒤, 위층으로 올라와 라이라 씨의 교실로 다시 돌아왔습니다예요. 그랬더니, 반쯤 비어 있는 교실의 앞자리에 유우나 씨가 있습니다네요.
  "유우나 씨, 라이라 씨 왔습니다예요~"
  그러자, 라이라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유우나 씨.
  "어, 라이라 쨩. 왔구나?"
  "네. 아, 제빵부에서 빵 받아왔습니다예요. 같이 드시겠습니까예요?"
  "어, 제빵부에서? 거기 줄 꽤 서던데, 여기서 보니까. 내 몫까지 가져와 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아, 라이라 씨, 실은 제빵부장님하고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예요. 후고후고 씨네 빵집의 단골손님이라고 했던 것이어서, 라이라 씨도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에요~"
  "헤에, 미치루 쨩이랑 같이 다녔나 보네? 그나저나, 제빵부장님이 미치루 쨩이랑 아는 사이였다니, 참 인연이라는 게 놀랍다. 너랑 내가 친구가 되고 나니, 너로 인해 미치루 쨩이랑 이어지고, 또 미치루 쨩은 옛날부터 제빵부장님이랑 아는 사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남인 것 같아도, 실은 모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신기해."
  "그렇습니다네요. 아무튼 제빵부장님, 정말 착하신 분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예요~"
  "후훗. 정말 마음에 든 것 같아. 그래서, 동아리는 제빵부로 결정한 거야?"
  "아, 네. 라이라 씨, 제빵부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예요."
  "그거 정말 잘 됐네! 앞으로 제빵부에서 친구 많이 사귈 수 있으면 좋겠다."
  "네. 앞으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습니다예요."
  유우나 씨와 함께 자리에 앉아 빵을 먹으며, 라이라 씨는 생각했습니다예요. 분명, 각자의 동아리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라이라 씨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예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었던 이번 기회에서, 라이라 씨가 본 것들은 다른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이었습니다네요. 결과적으로, 라이라 씨는 제빵부를 선택했습니다예요. 제빵부의 따뜻한 분위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어져 온 아름다운 전통에, 라이라 씨는 감동을 받았기 때문인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예요. 방금 유우나 씨가 라이라 씨에게 한 말처럼, 모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는 것이니까요. 라이라 씨와 학교의 다른 사람들과는, 매점에 진열되어 있을 하나의 빵을 통해, 갈 곳 잃은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다정한 마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라이라 씨는 제빵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예요. 후고후고 씨와 함께, 제빵부장님과 함께, 그리고 다른 부원들과 함께, 지금까지 제빵부가 그래왔던 것처럼, 학교를 더 따뜻하게 가꾸고, 빵을 통해,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고 싶습니다예요.
  "이 크림빵, 굽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살살 녹는 게 정말 맛있다. 라이라 쨩도 먹어봤어?"
  "아, 네. 라이라 씨도 그거, 정말 좋았습니다예요."
  물론 유우나 씨나 다른 반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네요, 후훗. 앞으로, 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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