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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Fake Murderer and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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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31, 2018 19:12에 작성됨.

 * 약간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 - Fake Murderer and Halloween



 아하하하핫-! 콜록, 콜록...! 너희들의 앞에 이 레이나 님이 등장했다! 뭐? 내가 누구냐고? 세계적인 악당이 될 이 코세키 레이나 님을 모른다니,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구나?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보다 오늘의 해가 지면 나의 세상이 찾아올 거야! 왜냐면 오늘이 바로... 핼러윈 데이니까!


 너희들은 벌써 허접한 분장으로 다른 집이나 가게를 방문하고 인심 좋은 어른들이 나눠 주는 적당한 양의 덕담과 과자를 받고 헤실헤실거리며 만족하고 있겠지?

하지만 장차 온 세계를 정복할 나는 그 정도로 만족할 그릇이 아니지! 마침 시라사카한테서 빌린 초 리얼한 이 의상으로... 이, 이건 나도 조금 무섭...이 아니라!

이걸 쓰고 모두가 놀라 자빠질 만한 임팩트를 보여 줄 수 있어! 그럼 기념할 만한 첫 번째 희생양은... 프로듀서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 난죠나 코가, 미요시도 생각해 봤는데 걔들이야 조무래기 수준이니 나중에 골탕 먹여도 되겠지? 프로듀서는 내 졸병 1호인 만큼 가장 먼저 이 장난을 보여 줘야겠어!


 자, 지금은 밤 여덟 시 삼십칠 분. 아이돌 프로덕션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마침 건물도 핼러윈 데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그러니까, 저 박쥐남은 드라큘라 백작, 반대편의 털투성이는 라이칸스로프, 그 옆의 못생긴 호박 머리는... 잭 오랜튼이랬나? 어쨌든 내 준비물은 빠짐 없이 챙겼고, 퍼포먼스 다 기억했고... 그럼 이제 들어가야지!


 올라오다가 탈의실에 들러 준비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도 만사 태평한 프로듀서는 어떤 대비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 하긴 애초에 음흉한 장난을 적극적으로 꾸밀 사람 같지는 않았지. 미야모토 씨나 이치노세 씨라면 모를까... 흐흐흐, 텍사스표 전동톱의 임팩트를 보고 혼비백산할 프로듀서의 얼굴을 상상하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제 사무실까지 서른 걸음밖에 안 남았... 어라?


 코너에서 왼쪽으로 꺾어든 순간 온통 검은 옷으로 꽁꽁 싸맨 누군가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어. 코스프레 같은 건 아니었고 그저 눌러 쓴 운동모, 마스크, 재킷, 바지, 운동화 등을 검은 옷으로 통일했고, 고개를 숙이고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빠른걸음으로 가고 있을 뿐이었지. 마침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향하는 것 같았기에 프로듀서 다음 희생양으로 점찍고 몰래 따라갔어. 역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네! 자, 그럼 안에 있을 프로듀서랑 같이 골탕 먹이면 되겠지? 시간차 두고... 당장 실행이다!


 "꺄아아아아아악-!!"


 응? 이 비명은 센카와 씨 목소린데... 혹시 아까 들어간 사람이 선수 쳤나? 에잇, 김 샜어! 그냥 들어가야...


 ...아? 지금 이건... 무슨 상황?


 사무실 안에는 먼저 들어왔던 검은 복장의 누군가가 문을 등지고 서 있었고, 센카와 씨는 그 앞에 서 있었어. 그런데... 센카와 씨의 배에 꽂혀 있는 식칼...?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물...? 피...? 나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돼서 들어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고 말았어. 그 순간 센카와 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눈짓으로 나한테 뭔가 신호를 줬지. 도망... 치라고? 나 지금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거야?


 얄궃게도 내가 센카와 씨의 눈짓을 알아채고 도망갈 시간 따윈 없었네. 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선 검은 복장의 누군가랑 눈을 마주쳤으니까. 그 사람은 아까 휘둘렀을 그 식칼을 쥔 채로 센카와 씨를 발로 차서 식칼을 빼내어 고쳐 쥐고는 곧장 나한테 다가왔어... 얼른 도망이라도 쳐야 하는데 발걸음이 쉽게 안 떨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핼러윈이라 강도 높은 장난을 꾸민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쓰러져 있는 센카와 씨의 배에서 만들어지는 피 웅덩이는 진짜야... 어떡해? 나, 나도... 여기서 칼에 찔리는 거야? 세계 정복... 아직 못 했는데? 프로듀서? 나 어떡해...? 누가... 누가 좀 도-


 .

 .

 .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곳은... 병원...이 아닌 사무소 휴게실이었어. 황급히 주위를 둘러 보니 맞은편 소파에 어두운 표정을 한 프로듀서가 앉아 있었지. 난 일어나자마자 프로듀서에게 물었어.

 "프로듀서?! 사, 살인마는...? 살인마는 어떻게 됐어?!"

 프로듀서는 잠시 무거운 침묵을 유지한 뒤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어.

 "미안하다... 치히로 씨와 같이 계획한 핼러윈 장난이었는데 설마 기절까지 할 줄은..."

 뭐? 나 기절했었어? 아니... 그보다도, 지금 뭐라고? 핼러윈 장난? 내가 프로듀서한테 골탕을 먹었다, 그 말이야? 골탕 먹다니... 아니, 내가 골탕을 먹다니...! 이게 무슨 소리...가 아니고! 장난이 너무 지나쳤잖아!

 "아차...! 진심으로 미안해! 나도 정말 최악이군... 여자애를 울게 만들다니."

 안도감인지 굴욕감인지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물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갔어. 얄미운 프로듀서가 얼른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닦아 줬어.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 겨우 진정되자 프로듀서가 포장용 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어.

 "텍사스 전동톱 살인마의 임팩트는 결국 나한텐 못 보여 줬네. 이거라도 먹어."

 "...굴욕적이야... 그래도 레이나 님을 위해 가져온 그걸 봐서 이번만은 넘어가 주겠어. 트릭 오어 트릿..."

 상자를 열고 안에 든 사탕과 초콜릿을 꺼내 입에 넣었다. 음, 맛있어. 짜증 날 정도로 맛있어...

 "올해 핼러윈 기념으로 출시된 신작 메뉴래. 나오자마자 빠르게 팔려서 이튿날부턴 없어서 못 구한다던데."

 "......"

 "그런데 의외네. 아리스, 미카, 사치코, 나오한테도 시도했는데 크게 놀라긴 했어도 쓰러지진 않았거든."

 뭐야? 나 빼곤 모두 그 장난을 버텼다고?! 지금 이 레이나 님이 피라미 취급 받은 거, 맞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잘도 이 레이나 님께 굴욕감을 주다니이이이이!!! 프로듀서 바보!! 멍청이!!!"

 "윽! 아파! 좀 살살...!"

 죽다 살아난(?) 내가 얄미운 프로듀서를 마구 때리거나 특제 사탕과 초콜릿을 먹거나 해서 기분이 좀 풀어진 2018년의 핼러윈 데이. 참! 너희들한테도 좀 받아내야겠지? Trick or Trea... 콜록!


 """"엣취!!""""

 "어머, 얘들아. 혹시 감기 걸렸니?"

 "아뇨, 센카와 씨. 감기는 아닌데..."

 "왠지 누군가 저희 넷을 피라미 취급한 느낌이..."

 "미카는 좀 춥게 입은 감이 있긴 해..."

 "잠깐! 귀여운 제가 피라미 취급을 당한다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군요!"



 2018.10.29. - 시작.
 2018.10.31. - 완성.


 P.S. - 혹시 치히로 님을 담근(?) 연출로 인해 경고 먹거나 잘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아. 애초에 이 부분을 들어내면 잘릴 걱정도 없지만요오.

 P.S. - 판사님. 저는 결코 아리스, 미카, 사치코, 나오를 피라미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증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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